지난 1월 4일에 주문해놓고 한달 넘게 받지 못하고 있는 책이 있다. 알랭 바디우의 <존재와 사건1>(새물결, 2010)이다. 발행연도는 2010년으로 돼 있지만, 아직 미출간도서다. 어떤 사정인지 조금씩 늦춰지더니 지금은 2월 14일이 출간예정일로 돼 있다. 아마도 인쇄과정에서 무슨 '사고'가 있었거나 결정적인 하자가 뒤늦게 발견된 경우가 아닐까 싶다.    

책은 12월 말에 눈에 띄자 마자 장바구니에 넣어두었고 해가 바뀌자 곧바로 주문을 넣었다. 그러면서 자세히 확인하지 않았는데, 나중에 목차를 보니 번역본은 전체 8개 장 중에서 앞의 두 장을 옮긴 것이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앞으로 세 권이 더 나와야 한다. 영역본의 경우에도 500쪽이 좀 넘으니까 분권할 수도 있겠다 싶지만, 굳이 4권짜리로 만들 필요가 있는 것인지는 의문이다. 게다가 이런 경우는 완간까지 좀 시간이 걸릴 거라는 암시도 되기에 약간 우려스럽기도 하고(저자가 강준만이라면 모를까).  

전례가 없지도 않다. 슬로터다이크의 <냉소적 이성 비판1>(에코리브르, 2005)은 곧 나온다던 2권이 6년째 나오지 않고 있으며, 가다머의 주저 <진리와 방법1>(문학동네, 2000)은 10년째 감감 무소식이다. 분량상 두 권쯤은 더 나와주어야 하는데, 독자의 기억에도 가물가물하므로 아마 역자나 출판사 모두 '포기'한 상태이지 않을까 싶다.   

독자마다 '사다 만 책'과 '읽다 만 책'의 리스트가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오다 만 책'은 좀 유형이 다르다. 그런 가능성 자체를 봉쇄해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책을 사다 말거나 읽다 말기 위해서라도, 그런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서라도 일단은 나와줘야 한다. 혹시나 <존재와 사건>의 경우에도 '나오다 만 책' 대열에 합류하게 될까 싶은 노파심이 들어서 간단히 적었다...  

11. 02. 05.

P.S. '나오다 만 책'도 있지만 더러는 '안 나오니만 못한 책'도 있는데, 랑시에르의 <민주주의에 대한 증오>가 그런 경우였다. 조만간 새 번역본이 나온다고 한다. 그밖에도 랑시에르의 책이 올해 적어도 두세 권은 더 나올 듯싶어서 그의 화려한 '컴백'이 예상된다. 개인적으론 <문학의 정치> 영역본이 이달에 나온다는 사실이 반갑다. 2008년에 '문학과 정치'란 화두를 던졌던 랑시에르와의 조우도 이제 '2회전'에 접어드는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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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02-05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무질의 <특성 없는 남자>도 같은 운명을 맞는 건 아닐까요? 1권이 나온 지 1년 가까이 지났는데... 다음 권이 나왔다는 얘기가 없어서요ㅠㅠ

설 연휴도 끝물이네요. 2월은 짧은 달이라 하루하루가 아쉬워질 것 같아요. 아무래도 더 바빠지실 텐데 건강 잘 챙기시길...^^

로쟈 2011-02-06 12:12   좋아요 0 | URL
새물결에서 나올 세계문학전집에는 포함돼 있던데요. 어쩌면 올해 나올지 모르겠습니다...

해줘 2012-05-10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들여다 보셨으면 아시겠지만 무질의 그책도 '안나오니만 못한 책'의 대열에 끼어있죠. 그 정도 번역 퀼리티를 내놓는 책임감을 짐작해 보면 안나오는 것도 이상하지 않은 일인듯.

로쟈 2011-02-06 12:13   좋아요 0 | URL
안 사두길 잘 했나 보네요.^^;

교고쿠 2011-02-05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오...<존재와 사건>이 꽤 끌리네요. ^^그런데 아직 미출간이라니 흐음...한참을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에 좌절입니다.

로쟈 2011-02-06 12:13   좋아요 0 | URL
한참은 아니고, 내주에 나오는 걸로 돼 있습니다...

헌내 2011-02-06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슬로터다이크면 지젝이 자신의 이론에 차용한 사람 아닌가요?
2008년 세계철학대회 때 우리나라 왔다 가신 걸로 알고있는데...^^

로쟈 2011-02-06 23:20   좋아요 0 | URL
그 전에 2004년에 강연차 왔었지요...

마라난타384 2011-02-07 0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월 2일에 주문하고 며칠 후 품절이라고 뜨는 걸 보면서 내심 즐거워했는데 벌써 한 달 째 기다림이 계속됩니다.
출간 예정일이 벌써 세 번이나 연기 된터라 14일에 정말 나올지도 미지수네요 ㅡㅡ;

로쟈 2011-02-07 08:45   좋아요 0 | URL
오래 걸리는 걸로 봐서는 번역상에 문제가 있었던 듯합니다. 편집이나 인쇄상의 문제였다면 이렇게 오래 지체되진 않을 텐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