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읽기' 리스트를 만들면서 관심을 갖게 된 책은 선대인의 <프리라이더>(더팩트, 2010)이다. '대한민국 세금의 비밀'이란 부제가 내용을 짐작하게 해주는 책. '프리라이더'는 무임승차자를 뜻하는 말. 작년말에 나온 책인데, '세금'에는 관심이 없던 터라 그냥 지나쳤었다. 관심을 좀 가져야 한다는 걸 저자는 일깨워준다. 두 편의 리뷰기사를 스크랩해놓는다.   

한겨레(10. 12. 25) 무임승차의 고수들 “탈세가 가장 쉬웠어요” 

한국보다 경제 발전이 늦은 나라들을 여행이라도 할라치면, 우리는 그 사회의 만연한 부패와 뇌물 고리에 관한 소문들을 주워섬기느라 침이 마르기 십상이다. 마치, 우리는 이제 그 문제에서 자유로운 양 우쭐하면서 말이다. 한국 사회는 공정한가. 대개의 한국인들은 ‘그렇진 않다’고 답할 것이다. 다시 ‘한국은 부패한 사회인가’라고 묻는다면 이번에도 ‘그렇진 않다’고 답하기가 쉬울 것이다. 우리를 나로 좁히면, ‘공정한 사회는 아니어도 시스템은 움직이는 사회, 따라서 심하게 부패하진 않은 사회’에 살고 있다고 은연중에 믿고 싶었다. 과연 그런가.

한국 사회 부동산문제에 줄기차게 발언해온 선대인(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씨가 쓴 <프리 라이더-대한민국 세금의 비밀>을 읽노라면, 적어도 세금 시스템에 관한 한, 한국 사회는 불공정함을 넘어서 부패, 곧 타락의 상태에 놓여 있음을 재삼 상기하게 된다.

책 제목 ‘프리 라이더’는 무임승차자를 뜻한다. 부패가 사전 뜻 그대로 ‘정치·사회제도·의식 따위가 타락한’ 상태라면, 한국 사회는 공정하지도, 타락에서 자유롭지도 않다. 세금을 제대로 내지도 않고 그 세금으로 제공되는 공공재(공공서비스)에 거저 올라타서 온갖 혜택을 누리는 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 무임승차자들은 재벌기업들과 부유층, 고소득 전문직이다. 이 책은 한국에서 세금이 얼마나 불공정하게 걷히고 있는지, 세금을 걷어야 할 곳에서 정부와 제도가 얼마나 과세를 방기하고 있는지, 따라서 무임승차한 이 사회 특권층이 누리는 특혜실태를 분노에 찬 필치로 까발린다.

지은이는 우리가 더 분노할 대상은 구조적으로 잘못 짜인 현행 과세제도라고 말한다. 한국 사회 세금제도는 ‘1970년대 개발연대’에 만들어졌다. 경제 부문을 ‘자산경제’와 ‘생산경제’로 나눌 때, 당시 한국경제는 생산경제 중심이었다. 곧 기업이 공장을 가동하고 그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월급을 받아 소비지출을 하는 경제가 주축을 이뤘다. 그렇게 부가가치세·법인세·근로소득세가 국세 수입의 3대 축을 형성했다. 문제는 수십 년이 지났지만 그 조세체계 근본틀이 바뀌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2000년대 내내 부동산 값이 폭등하고 주식 거래가 활발해지며 주식·부동산으로 대표되는 자산경제 규모가 비대해졌다. ‘7500조원의 자산경제’ 규모가 국내총생산으로 대표되는 생산경제의 7배를 넘어섰다. 그런데 자산경제의 각종 자본이득, 이자·배당 소득에 대해 걷는 세금은 전체 세수의 17.8%에 불과하다. 자산경제 규모는 생산경제의 7배인데 그 세금은 4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지은이는 따라서 대부분 자산소득이 ‘불로소득’인 셈이라고 말한다. 세금을 내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와 제도는 월급쟁이들의 근로소득엔 칼 같은 반면 자산소득에는 헐겁다. 집값이 올라 수억 차익이 생겨도 1가구1주택일 경우 시가가 9억원을 넘지 않는 한, 세금이 필요 없다. 주식으로 큰돈을 벌어도 역시 세금이 필요 없다. 국내 부동산 보유세 부담액은 부동산 자산가치의 0.09%에 불과한데도 부유층은 이를 ‘세금폭탄’이라 호도한다. 지은이는 반문한다. 실질 보유세율이 1%를 넘는 미국 같은 나라는 세금 핵폭탄이 떨어지는 나라인가.

더 큰 부패는 과세당국에 포착 안 되는 ‘지하경제’에 있다. 탈세의 온상 지하경제 규모가 국내총생산의 10~30%에 이른다고 지은이는 말한다. 1993년 금융실명제가 도입됐지만 이를 비웃는 차명거래는 재벌 기업들 사이에 만연해 있다. 올해 불거진 태광그룹, 신한은행, 씨앤(C&)우방, 한화그룹 등의 검찰수사에서 차명계좌를 통한 거액 비자금들이 쏟아졌다. 지은이는 특히 부패와 비자금의 큰 젖줄로 건설업계를 지목한다. 이 업계는 “다단계 하도급을 따라 갖은 비자금이 만들어지고 상향식 뇌물과 향응접대가 끊이지 않는다.” 건설업계에서 매년 10조원 이상의 비자금이 만들어지고 2조원 넘는 탈세가 발생하는 것으로 그는 추정한다. 



문제는 탈세가 “일부 악덕 기업에 국한되지 않는 데” 있다. 이 지하경제(3장 ‘지하경제와 탈세의 그늘’)를 살펴보면서 지은이는 “홍라희씨가 미술품 구입에 열을 올린 이유”를 소개한다. “재벌들의 비자금 조성과 이를 위한 회계분식, 탈세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하는데,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일가의 차명거래를 통한 비자금 조성과 탈세, 탈법적 상속이라고 그는 말한다. 삼성 특검 결과 “이 회장은 4조5천억원의 차명 재산을 고스란히 자기 재산으로 인정받았”으며 “과세시효 15년이 지났다는 이유로 한 푼 세금도 내지 않았다.” 특검 주장대로 4조5천억 비자금이 모두 상속재산이라면 상속세법상 여러 공제를 감안해도 이 회장은 2조원가량의 상속세를 냈어야 한다고 지은이는 말한다.

세금이 얼마나 잘못 걷히고 잘못 쓰이는지(6장 ‘4대강과 세금의 비밀’)를 ‘폭로’하는 이 책을 통해 지은이가 집단적 조세저항을 촉구하는 건 아니다. 직장인을 비롯한 정직한 납세자들이 연대해서, 무임승차자들이 없도록 조세체계와 재정구조 개혁을 정치권과 정부에 요구하는 집단적인 노력을 하자는 것이다.(허미경 기자)   

미디어스(11. 01. 24) 대한민국 세금의 비밀이 궁금하세요, 그러면…

안상수 전 인천시장이 고강도 감사를 받고 있다.혐의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인천세계도시축전 예산과 시 예산 2억7천만 원을 편법으로 자신의 비서 개인 계좌에 입금해 놓고 사적인 용도로 썼는지 여부, 다른 하나는 인천 송도에 대형호텔을 짓고 있는 건설사가 부도 위기에 처하자 시 산하 인천도시개발공사로 하여금 호텔을 직접 인수하도록 지시했는지 여부다. 언론 보도를 보면 두 가지 혐의 모두 감사원 조사가 상당 부분 진척됐음을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있는 만큼 안 전 시장으로선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모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안 전 시장에 관한 최근 보도를 검색해보면 ‘월미은하레일’에 관한 한 신문의 기사가 나온다. 기사는 국내 최초의 도심형 모노레일로 관심을 모아 온 인천 월미은하레일이 결국 철거될 것으로 보여 혈세 853억 원이 그대로 날아갈 판이란 소식을 전하고 있다. 2차 용역에서 1차 때 결과를 뒤집고 상업 운전 실적이 전혀 없는 모노레일로 갑자기 사업방식이 바뀌고, 턴키방식으로 발주되는 바람에 시공이나 설계 경험이 전혀 없는 업체들이 참여해 레일을 깔고 전동차를 제작하면서 부실로 이어지고, 인천세계도시축전에 맞춰 무리하게 공기를 앞당긴 탓에 부실을 자초하는 등 이 사업은 한 마디로 부실 백화점이었다. 그 과정이 얼마나 엉터리였는지 인천교통공사 사장이 “당초에 모노레일로 결정했던 정책적 판단부터 설계, 시공까지 제대로 된 것이 하나도 없었던 것 같다”고 털어놨을 정도다. 당시 정책결정권자가 바로 안상수 전 시장이다. 그러니 안 전 시장은 이 어처구니없는 사태에 대한 책임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실제로 인천시는 응분의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방침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두 가지 사례만 봐도 우리가 낸 세금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이 책의 저자가 빚더미에 올라앉은 대표적인 자치단체로 인천시 사례를 든 것도 무리가 아니다. 부도 위기 건설사를 대신해 호텔을 인수한 인천도시개발공사는 인수가격도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채 호텔 인수금 488억 원의 10%를 계약금으로 건네야 하는데도 3.5배나 많은 170억 원을 지급한 것으로 밝혀졌다. 안 전 시장이 지난 2003년에 설립한 문제의 지방 공기업 인천도시개발공사는 수많은 개발사업의 실패로 불과 8년 만에 4조 6천억 원이 넘는 빚더미에 올라앉고 말았다. 안 전 시장 재임 당시 누적된 인천시의 부채가 자그마치 10조 원에 육박한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이 어마어마한 빚은 결국 누구의 짐인가? 도대체 언제, 어떻게 그 많은 빚을 다 갚는단 말인가? 이것이 비단 인구 270만의 인천시에만 국한된 상황일까? 지방 재정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놓은 당사자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성실하게 꼬박꼬박 세금을 내면 오히려 바보가 되는 역설은 이 나라의 조세 정책이 정도와 상궤를 크게 벗어나 있음을 입증한다. 필자를 비롯한 이른바 월급 생활자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에는 다 수긍할만한 이유가 있다는 얘기다. 가깝게는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들의 약삭빠른 세금 탈루에서부터 재벌가의 비자금 조성과 탈세, 정부 차원의 노골적인 부유층 감세까지 곳곳에서 자행되는 탈법과 편법 때문에 매번 세금 독박을 써야 하는 평범한 월급 생활자들의 삶은 한없이 고단하다. 이 책을 읽어보면 대한민국의 조세 정책은 한 마디로 곪을 대로 곪아 언제 터질지 모르는 고름처럼 보인다. 더욱이 모든 문제가 바로 눈앞에서 현재진행형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4대강 사업이다. 4대강 공사 현장 덤프트럭 기사들이 받는 일당의 셈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오마이뉴스>의 기사(“덤프트럭 일당 76만 원, 어디로 사라지나” 2010년 10월 15일자)만 봐도 4대강 사업이 얼마나 구석구석 엉터리로 가득한 지를 쉽게 알 수 있다. 한국 경제를 병들게 하는 4대강 사업은 공사구간별 업체를 선정하는 방식에서부터 위에서 예로 든 현장에서의 품삯 배분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부패와 반칙, 불공정으로 얼룩져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삽질 패러다임’에 빠진 ‘건설족 정부’의 친재벌, 친기업 정책에 대해 “이것이 사실상 정권이라는 합법적 권력을 가진 자들이 전 국민을 상대로 저지르는 범죄행위다.”라고 일갈한다.

우면산 터널을 만든 맥쿼리인프라라는 기업이 세금 한 푼 안 내고 엄청난 수익을 챙겨간다는 사실이 KBS 시사기획 쌈의 취재로 만천하에 드러나자 많은 국민은 분노했다. 그런데 이런 반칙 자본주의가 합법의 탈을 쓸 수 있는 것은 궁극적으로 사업 주체는 물론 그로 인해 혜택을 입는 집단까지 총체적으로 부패해 서로가 서로의 뒤를 봐주는 마피아 집단으로 똘똘 뭉쳐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저자 말마따나 우리가 정작 비난해야 할 대상은 교활하게 국민 세금을 빼먹고 언젠가는 튈 맥쿼리인프라가 아니라 제2, 제3의 맥쿼리가 똑같은 일을 벌여도 뒷짐 진 채 나 몰라라 휘파람만 불고 있는 이 나라 정부다. 앞서 인천시의 사례를 언급했지만, 사실 불필요해 보이는 수많은 공사가 국토 난개발과 환경 파괴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잠재우고 모로 강행될 수 있었던 데는 사회간접자본은 일단 공급만 하면 수요는 저절로 생긴다, 일단 시작을 했으니 끝을 봐야 한다는 삽질 논리가 매번 먹혀들었기 때문이다. 4대강 사업 역시 궁극적으로 같은 수순을 밟고 있다. 그래서 생겨나는 부작용은 고스란히 국민 개개인의 세 부담으로 귀결된다.그런데도 이 정부는 뻔뻔스럽게 자신들의 나라를 ‘복지대국’이라 선전하고 있다. 양두구육(羊頭狗肉)이란 표현이 딱 맞아떨어진다.

이런 판국에 국내 최대 언론사가 무임승차 정부의 충실한 조력자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천안함 성금에 연말 불우이웃 돕기 성금으로도 모자라 이번엔 군대에 방열조끼를 보내자며 성금을 걷고 있는 것이다. ‘사상 최대 복지 예산’이라고 거짓말을 일삼는 정부의 예산 편성 내역을 파헤쳐 사실을 가려내고 진실을 말해주어도 모자랄 판에, 국방부가 당연히 정당한 예산을 편성해 해결해야 할 일을 국민 성금을 걷어 대신 해주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 황당한 모금 기획은 그 자체로 정부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것인 동시에 언론사 자신의 존재 이유마저 몰각한 일종의 배임 행위라고 할 수 있다. 굳이 성금을 걷어야겠다면 그동안 수없는 탈세로 국가경제의 건강성을 훼손하고 공정경쟁의 원칙을 파괴함으로써 평범한 국민에게 말할 수 없는 자괴감과 상대적 박탈감을 안긴 삼성을 비롯한 재벌기업에 개전의 기회를 주는 것이 차라리 옳다. “아이들의 인생과 잠재력은 출생과 무관해야 한다.” “재산을 모은 이들은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이를 사회에 환원하는 방법을 발견하길 바란다.” “상속세는 매우 공정한 세금이다.기회 균등을 추구하고 부유층에 특혜를 주지 않기 위해서는 상속세가 필요하다.” “사회의 자원이 왕조가 세습되듯 대물림되어서는 안 된다.우리는 능력 중심의 사회와 기회 균등의 가치를 지켜나가야 한다.” 세계 최고 갑부로 통하는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의 발언들을 그들에게 굳이 상기시켜주어야 하는 걸까. 



가난한 국민의 세금을 가져다 가진 자의 배를 불리는 미국식 경제제도의 끔찍한 폐해를 낱낱이 파헤친 <뉴욕타임스> 현직 기자 데이비드 케이 존스턴의 저서 <프리런치>는 공짜점심은 항상 정직한 점심보다 비용이 더 든다는 자명한 진리를 우리에게 일깨워주었다. 그런 문제의식을 우리 실정에서 파헤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감세와 개발 경제로 대변되는 이 정부의 경제 정책이 지닌 치명적 함정을 진지하게 경고하고 있는 이 책은 납세가 의무인 이 나라 국민 개개인이 납세자로서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는 데 필요한 것들을 소상하게 알려준다. 그동안 우리는 바보였다. 그러니 무지를 추문으로 만들고, 대중은 우매하다는 위정자들의 안심에 균열을 주자. 우리가 낸 세금이 어디로 가서 어떻게 쓰이는지 추적하고 학습하자. ‘징벌적 세금’이니 ‘세금 폭탄’이니 하는 대중적 세뇌와 협박에 당당하게 저항하자. 나아가 무임 승차자(free rider)들이 정당하게 세금을 내도록 압박하자. <프리라이더>를 읽자. 되도록 많은 이와 함께 널리 돌려 읽자.(김석/KBS 기자) 

11. 02.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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