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적으로나 습관적으로나 여러 권의 책을 한꺼번에 읽는 편인데, 어제 좀 읽은 책 중의 하나는 강준만 교수의 신작 <특별한 나라 대한민국>(인물과사상사, 2011)이다. 지난달에 안식년을 보내기 위해 미국으로 떠난 저자가 지난해에 <미국사 산책>과 같이 진행한 책으로 '특별하게도' 논문모음집이다. '새로운 한국학'을 위한 키워드 9가지를 설정하고 '문화정치학'이란 이론틀로 풀었다. 그냥 느슨하게 '문화를 정치적학적으로 본다'는 의미라 한다. 내가 먼저 읽은 건 '대학의 문화정치학'과 '영어의 문화정치학' 두 개 장이다. 그의 한국학의 전제는, 혹은 문제의식은 이런 것이다. "한국인은 한국을 잘 알까?" 우리가 아는 한국과 강준만의 한국학을 대질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얼마만큼 아는지, 혹은 모르는지. '대한민국'을 주제로 한 책 몇 권을 모아놓자는 생각이 들었다. 한번 리스트를 만들어놓기도 했던 한윤형의 <안티조선 운동사>(텍스트, 2010)와 <영혼이라도 팔아 취직하고 싶다>(개마고원, 2010) 이후에 나온 책 몇 권이다. 강준만 교수의 근황에 대해서는 경향신문의 인터뷰기사를 참고할 수 있다(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01172110022&code=21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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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나라 대한민국- 대한민국 9가지 소통코드 읽기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1년 1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6월 18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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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욕망보고서
신승철 지음 / 당대 / 2011년 1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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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대한민국에 고한다
조국 지음 / 21세기북스 / 2011년 1월
19,000원 → 17,100원(10%할인) / 마일리지 9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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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라이더- 대한민국 세금의 비밀 편
선대인 지음 / 더팩트 / 2010년 12월
14,000원 → 12,600원(10%할인) / 마일리지 7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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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케빈 2011-02-05 05:17   좋아요 0 | URL
강준만 교수의 책은 <아메리카나이제이션>같은 책과 읽으면 좋을 것 같군요.

로쟈 2011-02-06 23:20   좋아요 0 | URL
아예 <미국사 산책>이 있으니까요...
 
사라진 모나리자와 그림 너머에 있는 것

<공간>(1월호)에 실은 북리뷰를 뒤늦게 옮겨놓는다. 택배 사고로 잡지를 받지 못하는 바람에 차일피일 미루게 됐는데, 그냥 초고를 옮겨놓는 것이다(편집과정에서 약간 수정됐을 수 있다). 책은 지난해 '올해의 책'의 하나로 꼽기도 했을 만큼 흥미로웠다.   

 

 공간(11년 1월호) 모나리자 훔치기

“왜, 예술은 우리를 눈멀게 하는가?”라는 흥미로운 질문을 던지는 책의 제목이 <‘모나리자’ 훔치기>인 것은 ‘모나리자 도난사건’을 실마리로 삼고 있어서다. 실제로 1911년 8월 21일 파리 루브르 미술관에 걸려 있던 <모나리자>가 감쪽같이 사라졌던 사건이다. 정기휴관이었던 탓에 24시간이 지나서야 그림이 사라진 사실이 알려졌고 대규모 수사팀이 차려졌다. 기자회견이 열리고 모든 신문의 1면이 이 ‘상상할 수 없는’ 사건으로 도배됐다. 사건이 연일 화제가 되면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별로 유명하지 않은 한 그림이 일약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으로 재탄생하게 됐고, 사람들은 구름처럼 루브르로 몰려들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군중들이 보고자 한 것은 <모나리자>가 아니라, 그것이 사라진 ‘텅 빈’ 공간이었다. 구경꾼의 대부분은 이전까지 <모나리자>를 본 적이 없을 뿐더러 아예 루브르에는 발도 들여놓은 적이 없었다. 즉 그들은 예술작품이 거기에 있기 때문이 아니라 거꾸로 거기에 없기 때문에 보러갔다! 이것은 미술사의 해프닝일까? 혹은 새로운 대중문화 현상일까? 이 도난사건은 2년 뒤에 이탈리아 출신의 평범한 노동자 페루지아가 범인으로 체포되면서 일단락되었다. 하지만 라캉주의 정신분석가인 저자는 이 사건이 미술에 대해, 그리고 사람들이 그림을 보는 이유에 대해 뭔가 말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과연 이 희대의 사건은 무엇을 말해주는가? 미술작품과 그것이 점하고 있던 텅 빈 공간 사이의 분열이 갖는 의미를 말해준다. 작품이 비어 있다고 그냥 텅 빈 공간이 아니다. “미술작품이 기거하는 곳은 특별하고, 신성한 공간, 즉 우리로 하여금 ‘이것이 미술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하는 공간이다.” 그러니 <모나리자>가 사라진 공간을 보기 위해 몰려든 군중들이 뭔가 ‘착각’한 건 아니었다. 그들은 미술작품의 한 본질적 구성요소에 관심을 표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관심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과 결부돼 있다.  

프로이트에 따르면 인간의 핵심적인 경험 중의 하나는 상실의 경험이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금지에 의한 어머니의 상실, 교육의 규제에 의한 육체적 쾌락의 상실, 말과 언어 습득에 내재된 다양한 상실 등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이런 상실은 자연스레 잃어버린 것을 되찾고자 하는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예술은 그 욕망 추구를 상징화하고 정교화할 수 있는 장소이며 예술가들은 그 욕망의 순수성을 끝까지 고집하는 자이다. 흔히 ‘승화’라고 불리는 그런 상징화·정교화의 시도는 항상 실패한다. 미술의 대상은 그것 자체로는 재현될 수 없으며 항상 그것 너머에 자리하기 때문이다. 대상이 재현 불가능한 것은 기본적으로 우리가 욕망하는 궁극적인 대상이 결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따라서 미술작품과 그것이 차지하는 장소 사이에는 언제나 긴장이 존재한다. 새로운 작품이 항상 진품성에 대한 의심을 유발하는 이유다.  

하지만 예술적 승화의 ‘실패’가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프로이트의 용어를 빌자면 우리는 ‘승화’가 아니라 ‘승화시키기’에 의해 구원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중요한 것은 완성이 아니라 지속적인 과정이다. 이런 승화이론을 입증해주기라도 하듯이 미술사에는 “그림을 끝내지 않기 위해 바쁜 화가들”도 많다. 레오나르도의 <모나리자>도 미완성이란 평판에서 벗어날 수 없었는데, 미술사가 바사리는 그가 “4년이나 그렸지만 여전히 끝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레오나르도는 많은 작품을 시도했지만 완성시키지 못한 것이 부지기수였다. 아예 “레오나르도는 다른 모든 사람을 능가했지만 어떻게 그림에서 손을 떼어야 할지는 모르는 듯했다”고 평한 동시대인이 있을 정도다.   

 

모던아트의 가장 유명한 미완성 <큰 유리>를 만든 마르셀 뒤샹도 ‘악명 높은’ 사례다. 최소 8년 동안 작업을 했지만 뒤샹은 거의 고의적으로 이 작품의 완성을 미루었으며, 작품은 죽기 몇 해 전에 전시되었을 때도 여전히 미완성 상태였다. 심지어 그는 <큰 유리>의 유리판이 운반 도중 파손됐을 때도 심드렁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자기 작품이나 모던아트 일반에 대해 조롱하면서 자신에 대한 모든 규정에서도 벗어나려고 했던 뒤샹의 관심사는 오히려 “예술작품이 아닌 작품을 만들 수 있을까?”였다. 그는 자신과 작품 사이의 연루까지도 거부하고자 처음 만든 레디메이드들에 ‘마르셀 뒤샹 작(by Marcel Duchamp)’이 아니라 ‘마르셀 뒤샹으로부터(from Marcel Duchamp)’라고 서명했다. 그에게 ‘작품’보다 더 중요한 것은 ‘창조과정’이었던 것이다. 흥미로운 일이지만, 그렇게 미술계에 모습을 자주 드러내지 않고도 큰 영향력을 행사했기에 “뒤샹은 마치 살아있는 텅 빈 공간과도 같았다.”  

한때 미술이론 분야에서 열렬히 수용되었다가 지금은 인기를 잃어가고 있다지만 미술과 시각에 관한 프로이트와 라캉의 이론은 저자의 주장대로 여전히 많은 것을 제공해주며 깨닫게 해준다. 승화의 의미와 미완성의 의의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하고, “미술은 결국 의사소통에 관한 일이 아니라 만들기에 관한 일”이라는 통찰에 고개를 끄덕이게 해주는 것은 그 중 하나다.  

11. 02. 03.  

P.S. 지난 12월에 서평을 쓰면서 구해놓은 책은 베르나르 마르카데의 평전 <마르셀 뒤샹>(을유문화사, 2010)이다. 오래 전에 뒤샹에 관한 자료를 좀 뒤적인 기억이 있는데, 다시금 관심을 갖게 돼서다. 이번엔 레디메이드 때문이 아니라 그의 작업방식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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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연초에 교수신문에서 학술출판 전망기사를 옮겨놓곤 했는데, 올해는 조금 늦게 스크랩해놓는다(하지만 음력으로는 새해 첫날이다!). 기사 자체도 조금 늦게 올라오긴 했다. '미리보는 2011년 학술 출판 지형'과 '미리보는 2011년 학술저작들'이다. 언제나 그렇지만 기대를 모으는 책들이 올해도 많이 눈에 띈다.   

교수신문(11. 01. 21) 문제작 '재번역' 바람분다...原典 해설은 쉽게  

2011년 학계가 내놓을 학술서들은 어떤 지형을 하고 있을까. 그간 꾸준하게 학술서를 출판해온 주요 출판사들을 취재한 결과, 올해 키워드는 ‘고전과 현대 문제작 번역’, ‘화제의 저자들 저작 번역’, ‘철학자 해부와 저작 재번역’, ‘중국’, ‘전통사상과 문화’, ‘식민지 근대화’ 등으로 갈라졌다. 특히 이 가운데 눈길을 끈 것은 ‘철학자 해부와 저작 재번역’이다.  

 

올해 학술 출판계에 감지되는 바람의 하나는 ‘재번역’이다. 이미 지난해 12월말 김성도 고려대 교수(언어학과)가 1996년 자신이 번역했던 자크 데리다의 『그라마톨로지』(민음사)를 전면 개정한 새로운 번역서를 내놓은 바 있다. 이른바 오역, 비문, 서지상 오류 등을 수정한 개정 번역 작업은 그만큼 국내 학계의 내공이 깊어져가고 있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민음사는 들뢰즈의『앙띠 오이디푸스』(김재인, 2월), 미셸 푸코의 『말과 사물』도 개정 번역판을 낼 계획이다. 후마니타스는 기왕에 번역된 바 있는 루이 알튀세르의 『마르크스를 위하여』를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다. 앨버트 허쉬만의 『정념과 이해관계』도 재번역 목록에 올라 있다.  

 

다음 철학자를 해부하는 해설서의 약진이 예상된다. 들뢰즈와 가타리의 『천 개의 고원』을 영역하며 들뢰즈 연구자로 널리 알려진 브라이언 마쑤미의 핵심 저작 『잠재계: 운동, 정동, 감각의 아쌍블라주』(조성훈, 5월)가 갈무리에서 출간된다. 특히 마쑤미는 이 책에서 잠재계(virtual) 개념을 운동과 정동, 그리고 감각을 분석함으로써 잠재계 개념의 혁신을 이루고자 시도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 출판사는 또 에드워드 사이드를 깊게 읽는 시도도 선보인다. 발레리 케네디의 『에드워드 사이드』(김상률, 2월)가 그것이다. 사이드의 사유와 이론에 영향을 미친 요소들이 무엇인지 분석하고, 세속성, 팔레스타인과 중동문제, 탈식민 이론 등 주요 쟁점을 검토한 책이다.  



무게를 유지하되, 원전 해설을 ‘쉽게’ 시도한 책들도 여기에 포함된다. 서광사는 플라톤의 대화편 원전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전의 예비 학습서로서 적합한『플라톤의 <대화편> 해설서』(김요한), 그리고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 해설서』(존 프레스톤 지음, 박영태 옮김), 아리스토텔레스의『니코마스 윤리학』해설서(크리스토퍼 와너 지음, 김요한 옮김)등을 선보인다. 창비는 마르크스의 『자본』을 해설한 데이비드 하비의 책 『맑스 「자본」의 길잡이』(강신준, 상반기)를 계획했다. 2007년 『자본 1』강의 녹취록을 저본으로 삼은 해설서다.

이른바 ‘잘 나가는’ 사상가, 좀더 주목받을 필요가 있는 저자들의 저술 번역도 활기를 띌 것으로 보인다. 지난 해 ‘슬라보예 지젝’ 바람을 일으켰던 지젝은 올해도 여전하다. 인간사랑은 슬라보예 지젝과 마커스 가브리엘의 공저 『신화, 광기 그리고 웃음: 독일관념론의 주체성』(임규정, 3월)을 선보인다. 그린비는 2010년 알튀세르 사망 20주기를 맞이해 개최한 알튀세르 심포지엄의 결과물 『알튀세르 효과(가제)』(진태원, 장진범, 안준범 외 지음, 5월)를 출간한다. 알튀세르의 주제들이 어디까지 뻗어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책이란 평이다.  



산책자는『왜 한나 아렌트인가?』(엘리자베스 영-브루엘 지음, 서유경 옮김, 5월)을 소개한다. 한나 아렌트의 적통을 잇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저자가 현대적 시각으로 아렌트의 삶과 저작을 해설한 책이다. 삼인은 서구 개인주의와 전체주의의 상관성을 분석한 인류학 분야의 역작 『개인주의에 관한 시론』(루이 뒤몽 지음, 이기라 옮김, 6월) 출간을 앞두고 있다.

국내 저술도 깊어질 전망이다. 도서출판 길은 막스 베버 전공자인 김덕영 독일 카셀대 교수의 『막스 베버와 더불어 인문사회과학적 사유를』(6월)도 준비하고 있다. 제목 그대로 베버 연구의 결산이자 한국 사회학의 나아갈 바를 종합적으로 결집한 책이다. 이 출판사는 경성제대 출신으로 현대철학사의 첫 출발점의 모습을 한 박치우에 관한 연구서 『불화, 그리고 불온의 시대의 철학: 박치우의 삶과 철학사상 연구』(위상복 지음, 4월)도 내놓을 예정이다.(최익현 기자)    

교수신문(11. 01. 20) 신묘년 학술서 관통하는 키워드는?

2011년 신묘년. 학술서들이 연초부터 쏟아져나고 있다. 올해 어떤 책들이 얼굴을 내밀까.
꾸준히 학술서를 출간해온 출판사로부터 올해 출간 예정 목록을 받았다. 키워드로 정리한다면, ‘고전과 현대 문제작 번역’,  ‘화제의 저자들 저작 번역’. ‘철학자 해부와 저작 재번역’등이 우선 눈에 들어오는 열쇠말이다.
이어 다극화된 세계체제의 중추로 떠오른 중국과 관련한 ‘중국’ 키워드, 그리고 한국 전통시대의 문화와 사상을 조명한 ‘전통사상과 문화’. 여전히 논쟁의 물꼬를 유지하고 있는 ‘식민지 근대화 저작들’을 놓칠 수 없다.

고전과 현대 문제작 번역 강세
고전과 현대 문제작 번역은 지난 해 이어 꾸준히 강세를 보일 예정. 먼저 동녘의 고전 강의 시리즈가 눈에 뛴다. 노자, 장자, 맹자, 니체, 레비나스, 정치철학 등을 강의 형식으로 소개하는 기획이 있다. 도서출판 갈무리는 스피노자의 『신학-정치론』 (김호경, 4월)을 소개한다. 『윤리학』과 『정치론』을 통해 완성되는 스피노자의 급진적인 사상 체계가 시작되는 저작이란 설명이다. 스피노자를 우리 시대에 맞게 새롭게 해석할 수 있는 중요한 고전으로 평가한 셈이다. 역자의 꼼꼼한 해설이 덧붙여진다는 데 기대된다.

책세상은 『루소 전집』(고봉만, 김중현, 박호성 외)을 출간한다. 산책자에서 나올 루시엥 페브르와 앙리-장 마르탱의 공저 『책의 출현』(역자 미정, 11월)도 눈을 끈다. 이 책은 문자문화를 대량으로 공급하게 된 역사적 사건으로서의 ‘책의 출현’을 경제사와 기술사는 물론 사회학과 인류학적인 축면에서까지 읽어낸 아날학파의 고전으로 평가받고 있다. 



도서출판 길은 헤로도토스의 『역사』(김종철, 6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김헌, 8월), 마키아벨리의 『군주론』(곽차섭, 8월), 키케로의 『연설가에 대하여』(안재원, 8월), 짐멜의  『돈의 철학』(김덕영, 하반기), 칸트의 『판단력 비판』(김상봉, 중반기), 칼 슈미트의 『현대 의회주의의 정신사적 지위』(나종석, 4월), 자크 랑시에르의 『불화』(진태원, 4월), 알랭 바디우와 슬라보예 지젝의 『철학 무엇을 할 것인가』(민승기, 5월) 등을 내놓을 계획이다. 모리스 블랑쇼 저작 소개도 계속 이어진다. 그린비는 『문학의 공간』(이달승, 1월), 『죽음의 선고』(고재정, 3월), 『다가올 책』(심세광, 4월) 『우정』(박규현, 9월)을 계획하고 있다. 이 출판사는 루쉰 전집 3권~ 6권 번역도 계속할 예정이다. 



2010년 출판 독서계를 뜨겁게 달군 책은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였다. 역시 그의 저작 『민주주의의 불만』을 동녘에서 준비하고 있다. 정치철학자 알랭 바디우 역시 꾸준하게 번역되고 있다. 이학사는 바디우의 『세기』(박정태, 1분기)를 계획하고 있다. 이 출판사는 바디우의 정치철학을 읽어낼 수 있는 『메카폴리티크』(홍기숙, 4분기)도 같이 준비하고 있다.

좌파 이론가 안토니오 네그리 번역을 빼놓을 수 없다. 갈무리는 『네그리, 제국을 말하다』(박서현, 6월)와 주세페 꼭꼬와 공동 저술한 『글로벌: 세계화 시대의 삶 권력과 투쟁』(조정환, 8월)-이 책은 라틴아메리카를 중심에 놓고 다fms 세계의 가능성을 묻고 있는 내용이다 -문학평론가 체자레 카사리노와 대담한 『공통된 것을 기리며』(손지태, 10월)를 차례로 내놓을 계획이다. 네그리 철학의 주요 개념의 계보학을 세부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을 듯하다. 여기에 이학사가 준비하고 있는, 정치의 새로운 문법을 중심으로 네그리의 사상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도자기 제작소』(신지은, 4분기)도 곁들일 수 있다.

다각적 시선 쏠리는 '중국' 화두
‘중국’의 부상이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가운데, 2011년 우리 학계에서도 활발한 중국 연구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출판문화원의 『중국의 부상과 한반도의 미래: 상호인식과 전략적 선택』(정재호, 5월)은 향후 중국의 미래 궤적들을 여덟가지 시나리오로 나눠 그 가능성을 평가하고, ‘강대국화’의 구현을 전제로 한국이 가용할 수 있는 전략적 선택과 각각의 비용을 분석하는 책이다.

만음사가 준비한 『휘주 상인과 대운하』(조영헌, 3월)는 우리에게 기회와 위기를 동시에 주고 있는 중국을 알 수 있는 키워드로 명·청시대의 휘주 상인을 내세웠다. 이 출판사가 준비한 『키메라의 제국 청과 중국』(구범진, 9월)은 오늘날 중국이라는 국민국가는 청이라는 세계 제국이 남긴 유산 속에서 탄생한 역사의 산물이라는 시각을 담아냈다. ‘중국’의 역사적 탄생 기원을 더듬는 기획들이다.

그렇다면 중국의 급부상에 놀란 미국과 중국은 어떤 관계를 유지할까. 이들의 대결이 궁금한 독자라면 소와당이 출간할 『제국의 전쟁-중국 대 미국』(프랑스와 랑글레 지음, 오정훈옮김, 4월)을 놓쳐서는 안 된다 이화여대출판부는 중국 번역 철학의 정수만을 추려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왕빙친의 『20세기 중국번역사상사』(김혜림 외, 6월)을 내놓을 예정. 20세기에 홀동했던 번역 거장 10인의 번역 담론을 집중적으로 탐구한 이 책을 통해 근대 중국을 만든 문화적 배경을 읽어낸 수 있을 것이다.

해외 저작들의 번역 소개와 함께 학계 내부의 공력을 십분 발휘한 저술 작업도 활발한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전통사상과 문화를 조명하는 책들이 주를 이룬다. 서울대출판문화원의 『고려불교사연구』(최병헌, 3월)에 주목할 수 있다. 소쉬르의 일반언어학강의가 그의 제자들이 헌정한 책이듯, 이 책 역시 최병헌 교수가 남긴 논문들을 제자들과 학계에서 한 자리에 모은 것이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한국 불교사를 근대적 학문으로 정립하는 데 헌신해 온 최병헌 교수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지식산업사가 내놓을 『한국불교사연구입문』(최병헌 외, 상반기)도 같은 맥락에 서 있는 책이다.

전통사상과 문화탐색 활발
소와당은 『풍석 서유구와 임원경제지』(유봉학 외 지음. 1월)를 내놓는다. 이 책은 임원경제지 시리즈의 학술적 의의를 서지학적, 역사학적 측면에서 연구한 책이다. 이어 서유구의 『임원경제지 위선지』(김일권, 2월)도 곧 선보인다. 임원경제지 시리즈 가운데 본리지, 관휴지, 만학지를 이은 4번째 책이다. 자연현상을 관찰해 기후를 예측하고 점을 보는 내용이다. 서울대출판문화원이 내놓을 조남현 서울대 교수의 『한국 현대 잡지 사상사』(4월)도 눈길을 끈다. 한국 근대문학의 형성과 전개는 사실 ‘잡지’를 기반으로 한 것이었다. 2010년 특히 국문학계 젊은 학자들이 1930년대 잡지에 주목한 데는 그런 인식의 공유가 있다. 근대문학 형성에 관련된 잡지들을 일관성 있게 읽어내고, 이를 사상사적 차원에서 정리하는 작업은 문학사와 문화사를 더 풍요롭게 일궈낼 것으로 기대된다.

동국대출판부는 신민족주의 사학자인 손진태의 유고집 1, 2를 예고했다. 『조선 상고문화의 연구』, 『우리나라의 역사와 민속』(최광식 지음, 상반기)는 손진태의 미발표 원고 및 서간문과 엽서류를 엮어 만든 책이다. 같은 출판사의 『고조선 복식문화의 발견』(박선희, 상반기)는 상고시대 복식문화를 해명하고 복식학계에서 외면돼 온 고조선 복식문화의 기원을 밝히는 것을 목표로 한 논쟁적 작업이 될 것이다.

기존의 정태적인 분석을 넘어 한 장의 지도 이면에 놓여 있는 사회사적 맥락에 주목한 『조선시대 세계지도와 세계인식』(오상학, 상반기)가 창비에서 곧 출간된다. ‘지도’ 읽기가 새롭게 눈길을 끌고 있는 가운데, 어떤 인식의 지도를 펼칠지 기대된다. 이와 동녘에서 준비하고 있는 『전통건축 해체도』시리즈(김왕직), 『한옥발달사』(전봉희)등도 최근 일고 있는 ‘건축 읽기’ 바람 속에서 어떤 목소리를 담을지 주목된다.

식민지 근대 천착의 새로운 걸음
2010년이 한일강제병합 100년이 되는 해라는 점에서 식민지 유산 평가가 지난 한 해 주요한 의제였지만 논의가 충분치는 못했다. 올해 식민지 근대화와 관련된 저술 작업은 탄탄한 기초체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지평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일제시대 조선 최대의 대기업이였던 화교기업 ‘동순태’ 분석을 통해 조선에 근대 경제체제가 성립하던 실정을 밝혀낸 소와당의 『동순태』(강진아, 6월)에 눈길이 쏠린다. 1907년에서부터 1945년까지 한국에서 발매된 유성기음반의 규모와 내용을 상세히 일람할 수 있도록 정리한 동국대출판부의 『한국유성기음반 문헌정보』(배연형 외, 1월)가 곧 나온다. 서지적인 정보와 음반 매체의 특성 이해, 나아가 시대적인 문화의 흐름, 음악사적 맥락까지 개략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같은 출판사가 준비한 개항 후부터 해방에 이르는 기간 동안 한국의 농업변동과 농민·농업문제 연구를 중심에 둔 『한국 근대의 상업적 농업의 발달과 농업변동』(이윤갑 지음, 상반기)는 식민지 유제가 해방후 정치경제적 분단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분석한 책이다.

1880년대 입헌군주제와 민주공화제라는 서양의 정치제도를 처음 접한 시기부터 해방의 꿈을 꾸며 혁명의 길을 모색했던 1940년대까지를 포괄한 근대국가건설론 『그들이 꿈꾼 나라』(박찬승·최균진 공저, 7월), 대한제국기의 복잡한 정세와 역사의 변동을 폭넓은 시야에서 조망한 『대한제국흥망사』(서영희, 8월)등이 돌베개에서 출간된다.(최익현 기자) 

11. 02.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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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가게재습격 2011-02-03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올해도 열심히 일해야겠네요. 구해보고 싶은 책이 줄줄이 나오니...^^; <왜 한나 아렌트인가?>, <앙띠 오이디푸스>, <말과 사물>, <돈의 철학>, <철학 무엇을 할 것인가>를 1순위 구매목록으로 찜(!)합니다. 올 한 해도 건강하세요.^^

로쟈 2011-02-03 21:55   좋아요 0 | URL
'앙띠 오이디푸스'라는 이상한 이름으로 또 나오는 건지 궁금합니다.^^;;

자꾸때리다 2011-02-03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젝/밀뱅크의 책은 언제 나올까요? 사실 밀뱅크가 더 궁금해서 관심이 가는 책인데.

로쟈 2011-02-03 21:54   좋아요 0 | URL
상반기에 나오나 모르겠습니다...

sommer 2011-02-03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화, 광기 그리고 웃음: 독일관념론의 주체성'을 지젝과 공동저술한 이는 '마르쿠스 가브리엘'로 수정되어야 할 듯 합니다. 독일 철학자(1980- )이거든요.

로쟈 2011-02-03 21:54   좋아요 0 | URL
현재는 뉴스쿨 조교수로 있으니 꼭 '마르쿠스'라고 부르진 않아도 될 듯한데요. 80년생이면 정말 젊네요!..

푸른바다 2011-02-04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가운 소식들이군요.^^ <과학혁명의 구조> 재번역 소식은 없나요? 이 책의 번역본도 참 문제가 많은 번역인데요. 해설서와 더불어 새 번역도 나오면 좋겠습니다.

로쟈 2011-02-06 12:08   좋아요 0 | URL
저작권이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네요. 번역본은 두 종이 있었는데. 대학 1학년때 가장 난해하다고 생각했던 책의 하나였지요.^^;

릴케 현상 2011-02-06 0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제본하려고 빌린 책은 반납해야겠네요ㅎ

로쟈 2011-02-06 12:09   좋아요 0 | URL
번역본을 제본하시나요?^^

2011-02-06 18: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06 23: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07 09: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인터뷰 한국 인문학 지각변동>(그린비, 2011)에서 중국 현대사 연구자인 백영서 교수와의 인터뷰를 읽다가 '동아시아'론에 대한 책 몇 권을 구하러 서점에 다녀왔다. 가야트리 스피박의 <다른 여러 아시아>(울력, 2011)가 이번주에 나온 것도 겸사겸사 발품을 팔게 된 계기다. 

  

학술서 범주에 드는 동아시아 담론에 대한 책은 대부분 동네서점에선 구할 수가 없었고(교보 분점이라고 해도) 대신에 경향신문 기획연재를 묶은 <동아시아의 오늘과 내일>(논형, 2009)과 함께 몇몇 관련서를 손에 드는 정도에서 타협을 보았다. 가령 미조구치 유조의 <중국의 충격>(소명출판, 2009)과 함께 구입한 <중국 근현대사를 새로 쓰는 관념사란 무엇인가>(푸른역사, 2010) 등이 그 '관련서'이다(<관념사란 무엇인가>는 좀 고가여서 일단은 2권만 손에 넣었다).  

  

'관념사'란 표현을 썼지만, 요즘 많이 출간되고 있는 '개념사' 쪽 책이다(짐작엔 '개념사'를 중국어로는 '관념사'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책의 개요는 아래 소개기사를 참고할 수 있다. 내용을 더 잘 전달해주는 것은 '중국 현대 정치용어의 형성'이라는 원저의 부제다.

중국 관념사 연구의 선구적 업적으로 꼽히는 진관타오(金觀濤) 대만 국립정치대 강좌교수와 류칭펑(劉靑峰) 홍콩 중문대 당대중국문화연구센터 명예연구원 부부의 <관념사란 무엇인가>(2008)가 우리말로 옮겨졌다(전2권ㆍ푸른역사 발행). 양일모 한림과학원 부원장, 송인재 한림과학원 HK연구교수 등 5명이 번역했다.

진관타오 교수 등은 '권리' '개인' '공화' '과학' '천하' '만국' 등 현재 중국에서 사용되는 주요 관념어 92개를 선정해 이 단어들이 어떻게 출현했고 어떤 의미로 변천했으며 그 변화의 맥락은 무엇인지를 통계작업을 통해 분석했다. 저자 부부가 1830년부터 1930년까지 100년 동안 중국에서 간행된 주요 신문 잡지 교과서 번역서 등 1억2,000만자 분량의 자료를 데이터베이스화, 이를 10년 동안 분석한 작업의 결과물이다.

저자들에 따르면 특정한 관념어의 출현과 의미 변화는 당대의 사회변화와 함께 나아간다. 예를 들어 '과학(科學)'은 서양과학이 중국에 처음 알려졌을 때 'science'의 의미가 아니었다. 당시에는 '격치(格致)'라는 단어가 쓰였다. 과학이 격치를 압도하게 된 것은 1900년 전후다. 중국에서 과학은 전통적으로 '과목을 나누어 관리를 선발한다'는 뜻의 과거제 관련 용어였지만, 1905년 과거제의 폐지와 함께 이 단어가 격치의 대체어로 등장했다는 것이다.

주요 관념어들의 역사적 변화를 고찰한 끝에 저자들은 중국 근현대사의 전개를 '선택적 흡수-학습-창조적 재구성'의 3단계로 보자고 제안한다. 이는 근대 이후 중국사를 '서양으로부터의 기물(器物) 학습단계(양무운동)-제도 학습단계(무술변법~입헌공화)-가치 학습단계(신문화운동)'로 해석하던 통설을 깨뜨리는 것. 저자들은 중국의 근현대사를 유교적 경세치용의 틀에서 현대화를 시행한 근대(pre-modern), 서양의 현대적 제도를 학습해 민족국가를 건립하는 현대(modern), 학습의 실패와 관념의 재구성을 시도한 당대(contemporary)로 재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한국일보)

  

이미 개념사에 관해서는 한림대학교 한림과학원 주관으로 '한국 개념사 총서'가 나오고 있고 주창자의 이름을 딴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푸른역사)도 시리즈로 출간되고 있다. <관념사란 무엇인가>는 그 연장선상에서 '중국식 개념사'를 보여주는 듯싶다(한국어판 서문을 보니 비슷한 연구작업이 거의 같은 시기에 기획됐고, 이 책의 번역은 한림과학원의 '동아시아 기본 개념의 상호소통'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이루어졌다).  

 

개념사에 대한 입문서로는 최근에 나온 나인호 교수의 <개념사란 무엇인가>(역사비평사, 2011)를 참고할 수 있겠고, 멜빈 릭터의 <정치.사회적 개념의 역사>(소화, 2010)도 유용한 소개서이다. 국내외 학자들의 글을 모은 <개념사의 지평과 전망>(소화, 2009)까지가 개념사에 대한 '개론'이라고 할 수 있을까. <관념사란 무엇인가>를 자세히 읽고 있는 중앙일보의 기사는 개념사와 관념사의 차이도 지적하고 있어서 참고할 만하다.   

관념이란 마르크스가 주장했듯이 토대에 의해 결정되는 상부구조가 아니다. 책의 주장에 따르면 키워드와 문장을 통해 드러나는 사상이다. 이 관념의 다발이 모여서 형성한 것이 이데올로기다. 이 관념을 형성하는 것을 키워드로 본다. 저자는 현대중국 이데올로기 형성의 주역이라 생각되는 주요 관념과 92개의 키워드를 추출해 분석대상으로 삼았다. 주요 관념이란 진리·권리·개인·사회·민주·세계·경제·과학·혁명 등이다. 이 관념들을 구성하는 키워드들의 시기별 사용빈도를 통계처리했다. 저자가 10년에 걸쳐 구축한 중국 근현대사상사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했다고 한다.

일례로 권리와 개인이란 관념의 사용추이를 보면, 근대 서양에서 권리의 주체는 주로 개인인데 1900년 이전 중국에서 권리의 주체는 국가였다. 권리의 주체로 개인이 본격 등장한 시기는 1900년 이후다. 이 시기에 전통 중국엔 없던 관념인 개인도 대두된다. 이것이 책에서 말하는 전근대와 근대를 나누는 하나의 기준이 된다. 이어 개인의 권리가 부정적 의미로 사용되고 집단이 강조되는 경향이 강해지는데 사회주의가 이를 주도했다고 본다. 저자들은 이같은 통계의 결과를 전통적 관념과 서양 근대적 관념이 언어에 남긴 흔적으로 파악한다. 이 흔적을 쫓다보면 중국 혁명이란 오로지 서양 근대 사회주의 이념의 이식이 아니라 중국 전통 유교의 중국적 재현이란 생각마저 하게 된다.

이들은 중국근현대사의 새로운 시대 구분을 제안했다. 우선 두 저자는 중국 근현대사를 서양 근대 관념의 수용사로 파악한다. 중국 근현대사를 3단계로 나눴다. 서양 근대 관념을 ‘선택적으로 흡수하는 단계’-‘학습하는 단계’-‘소화·종합·재구성하여 중국 특유의 현대 관념을 형성하는 단계’이다. 이 시기를 각각 ‘전근대’(1830∼1895), ‘근대’(1895∼1915), ‘현대’(1915∼현재)로 명명했다(중국식 표현으로는 근대-현대-당대로 우리와 다름. 책은 중국식 표기를 따름). 1919년을 근대의 기점, 1949년을 현대의 기점으로 보는 기존 통념과는 다른 주장이다. 중국사 학계에 새로운 화두를 던진 셈이다. 이를 통해 저자는 서구적 근대를 중국이 제대로 배워야한다는 주장을 펼친다.

그런데 서구중심주의 해체를 화두로 삼는 탈근대가 논의되는 이 시대에, 서구 근대적 기획의 완성을 중국사의 과제로 설정하는 건 뭔가 이상하다. 이책을 번역한 한림대학교 한림과학원은 얼마 전 독일 개념사의 기념비적 저작도 번역한 바 있다. 라인하르트 코젤렉이 주도한 『개념사 사전』(전5권, 2010)이다. 개념사와 관념사는 역사학의 전문 용어다. 개념사는 관념사와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른 문제의식을 갖는다. 코젤렉의 개념사는 근대의 병리적 현상을 해명하려 한다. 반면 『관념사란 무엇인가』는 서구 근대의 기획을 중국에 실현시키려 한다. 개념사가 반계몽주의적 성향을 갖고 있는 데 반해, 관념사는 근대적 계몽을 기획하는 것이다.(중앙일보)

해서 '동아시아 담론'에 대한 관심이 관념사(개념사)로 뻗어나가게 된 셈인데, 아무려나 동아시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역내 교역의 확대나 선린외교 관계의 구축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기본 개념의 상호소통이란 점을 생각해보게 된다. 그런 의미에선 '동아시아 인문학 지각변동'도 요청되는 게 아닌가 싶다... 

11. 02.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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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고세운닥나무 2011-02-02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주관심사에 관한 여러 정보를 정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스피박의 책은 꼭 봐야겠네요.
여러모로 고맙습니다.
건강과 행운을 빌어 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로쟈 2011-02-02 17:59   좋아요 0 | URL
개념사 쪽은 저도 관심분야인데, '관념사'라고 돼 있어서 그냥 지나쳤던 책입니다. 새해 복많이 받으시길.^^

2011-02-02 22: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02 22: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mirror 2011-02-02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관념사는 영미권을 중심으로 오래전부터 연구되어온 분야입니다. 100여년전에 창간된 Journal of History of ideas란 저널이 대표적인 연구매체입니다. 독일에서도 몇년전부터 이 저널을 모델로 해서 Zeitschrift für Ideengeschichte란 저널이 창간되었죠.

로쟈 2011-02-02 23:11   좋아요 0 | URL
History of ideas란 표현을 쓰긴 하지만 계보는 좀 달라 보입니다. 저자들도 관념사의 원조로 러브조이를 언급하고는 있지만 실제로 수행한 건 키워드들의 '어휘통계학'이어서요. 역사의미론의 한 분야로 다룬다는 점에서 코젤렉의 개념사에 이어지는 걸로 보입니다. 역자도 그렇게 풀어주네요...
 

아침 식사로 커피와 함께 엊저녁에 사온 떡을 먹다 보니 주목하지 않고 흘려보냈던 책이 생각난다. 어제 펴본 <反자본 발전사전>(아카이브, 2010)의 뒷표지에도 소개돼 있어서 떠올리게 된 게리 폴 나브한의 <지상의 모든 음식은 어디에서 오는가>(아카이브, 2010)이다. 저자보다도 유명한 이는 책의 주인공인 러시아의 식량학자 니콜라이 바빌로프(1887-1943). "20세기 과학계의 거인이자 진정한 세계주의자"(조효제)란 평가를 받는 학자다.   

  

식물학자이자 환경운동가인 게리 폴 나브한이 쓴 <지상의 모든 음식은 어디에서 오는가>는 바빌로프가 20세기 초 인류의 미래를 위해 목숨을 걸고 세계 5대륙을 누비며 식량의 씨앗을 찾아나선, 눈물겨운 일대기다. 그것도 도서관을 뒤져 찾아낸 자료나 관련 인물의 증언만을 바탕으로 구성한 단순 전기가 아니라 바빌로프가 탐사했던 지역을 거의 그대로 답사하면서 생동감 있게 엮은 노작이다. 바빌로프의 전기와 지은이의 여행기를 혼합한 독특한 형식이다.  

현대 작물 육종을 창시한 바빌로프는 오늘날 세계 식물유전학자들의 영원한 영웅으로 숭모되고 있다. 그렇지만 그의 삶은 스탈린의 정치적 희생양 찾기와 동료 과학자의 질시에 맞서다 천수를 누리지 못한 채 억울한 죽음으로 마감해야 했다. 지은이는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바빌로프의 또 다른 영웅적인 모습, 환경과 사회정의를 위해 애쓴 운동가의 면모를 새롭게 보여준다.  



바빌로프는 전 세계 작물종자를 수집한 유일한 과학자이자 인류의 새로운 농법을 찾아 115차례의 원정을 감행한 탐험가나 다름없다. 바빌로프의 여정은 중앙아시아의 파미르고원에서부터 아프리카, 북아메리카, 아마존 열대우림에 이르기까지 형언하기 힘들 만큼 험난했다. 바빌로프의 가장 큰 학문적 공헌은 과학 사상 처음으로 발견한 ‘다양성 중심지’ 이론이다. 문화다양성과 작물다양성 사이의 상관관계를 처음으로 깨달은 과학자이기도 하다. 인류의 식량안보를 지키는 과업에서 농업생물다양성이 주춧돌에 해당한다고 처음 주장한 이도 바빌로프다. 그는 이런 신념 때문에 목숨까지 잃어야 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작물 육종을 위해 바빌로프가 처음 고안하고 설립한 종자은행이 지구적 대재앙에 대비해 2008년 2월에 이르러 노르웨이 북극 지역에 생긴 사실이다. 여기엔 무려 200만종의 씨앗이 냉동 저장돼 있다.(경향신문)

 

개인적으론 스탈린시대의 악명 높은 생물학자 리센코(1898-1976)에 관심을 가진 적이 있는데, 바빌로프란 짝을 알지 못했다. 바빌로프를 쫓아낸 인물이 바로 리센코였던 것이다. 학문과 권력이란 주제와 관련해서 '리센코와 바빌로프'도 연구해볼 만한 테마다. 암튼 그런 부가적인 관심까지 갖게 되는데, 일단은 <지상의 모든 음식은 어디에서 오는가>를 먼저 일독해봐야겠다. 잘 차려진 음식들을 대할 때마다 상기할 만한 제목이기도 하고...

11. 0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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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30 20: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31 10: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Kitty 2011-01-31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재미있겠어요. 원서 표지 예쁘네요~ (알록달록을 좋아해서;)
먹는걸 다룬 책이라니 바로 구입해야 할 듯 합니다 ^^;;;

로쟈 2011-02-01 13:41   좋아요 0 | URL
요리책은 바로바로 구입하시겠네요.^^

雨香 2011-02-01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앞서 소개해주신 <씨앗의 자연사>와 엮어서 읽어봐야 겠네요.

로쟈 2011-02-01 17:23   좋아요 0 | URL
네, 그것도 괜찮은 선택인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