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근선망과 내 안의 나쁜 감정들 - ‘명색이 페미니스트’ 마리 루티의 신랄하고 유쾌한 젠더 정신분석
마리 루티 지음, 정소망 옮김 / 앨피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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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마리 루티 너무 좋다 정말 좋다. 푸코와 라캉을 섞는 것도, 니체랑 프로이트를 겹쳐버리는 것도, 신자유주의 마냥 싫어할 수 없어하는 것도, 레비나스와 버틀러 찜찜해 하는 것도. 크리스테바를 좋아하면서 노동에 찌든 사람들 걱정이 앞서는 것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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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3-01-24 19: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작년부터 읽기 시작 내적 친밀함이 머리 끝까지 폭발해서 두고두고 아껴 읽다가 연휴 덕분에 다 읽어버린게 아쉬울 정도다. 그만큼 오래오래 읽고 싶었다. 이 책 정말 너무 좋았는 데, <가치있는 삶>이 더 좋을 수가 있을까? <가치..>로 넘어가지 않고 쉬었다가 읽어야겠다. 새 책이 더 좋으면 곤란하지만, 덜 좋아도 곤란할 만큼 나는 <나쁜감정...>을 통해서 만나게 된 마리 루티를 사랑하게 되었다. 마리 루티를 읽은 나, 그녀를 사랑할 수 밖에 없는 나 자신을 사랑한다ㅋㅋㅋㅋ

은오 2023-01-24 19:39   좋아요 3 | URL
저는 쟝님 백자평 보니까 가치있는 삶보다 이게 더 재밌을 것 같은데 ㅋㅋㅋ 쟝님도 왠지 이걸 더 좋아할거같음

공쟝쟝 2023-01-24 19:40   좋아요 3 | URL
이 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거의 진리를 발견해버림...)

tozee투지 2023-01-24 20: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얼마나 많은 밑줄을 치면서 읽었는지…. 오늘 이 포스트를 보고 다시 알라딘 이북을 열어봤네요!!!

공쟝쟝 2023-01-24 20:52   좋아요 1 | URL
같은 책을 좋아하는 투지님 반가워요. 이북 분명히 다 줄그어져서 ㅋㅋㅋㅋ 그냥 통째로 줄그어진 책인 건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저는 연필로 긋고 특히 좋은 부분은 형광펜 쓰는 데…. 걍 형광펜으로 알록달록 입니다!!! ㅋㅋㅋㅋ 통째로 형광물에 담근 듯🤔

2023-01-25 12: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1-25 12: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유수 2023-01-27 11: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덕분에 이 책 잘 읽고 있습니다. 도서관 책이라 조만간 알라딘 입성 첫땡스투할게요.

공쟝쟝 2023-01-27 13:16   좋아요 1 | URL
유수님이랑 친구되어 즐거워요~ 특유의 시니컬 문체가 눈을 사로잡습니다! 땡투 고마워용! 책 이야기 많이 나눕시당!

scott 2023-01-27 12: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장쟝님에게 땡!투를 ^^

공쟝쟝 2023-01-27 13:16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저도 스콧님께 땡투를~~ 하고 싶지만 올해는 책 좀만 사기로 ㅋㅋㅋ
 
지하로부터의 수기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39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김연경 옮김 / 민음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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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첫 문장으로 시작되는 끝없는 자기 풍자… 저기 님하 알았으니 지상으로 올라오세요… 근데 뭔가 내가 쓰곤 하는 서재 글 같아서 항마력이 후달렸다… 저 이정도는 아니죠?(이렇게 또 대문호에 자기 비비기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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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3-01-23 13: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별셋이라니~! 나랑 비슷한 스타일은 나 하나 뿐이어야 한다는 의미인가요? ㅋ

그런데 이 작품을 기점으로 후기 명작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

공쟝쟝 2023-01-23 14:05   좋아요 3 | URL
저는 아직은 자기 혐오를 완벽하게 극복하지 못했답니다? ㅋㅋㅋㅋㅋㅋ
아무튼 덕분에 재밌는 소설 읽었어요. 다음의 도끼옹으로 넘어갈 수 있을 듯!!

은오 2023-01-23 17: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쟝지니아에 이어 쟝끼인가요ㅋㅋㅋㅋ

공쟝쟝 2023-01-23 17:44   좋아요 2 | URL
그 전에 쟝푸코도 쟝틀러도 있고 쟝나아렌트도 있고 쟝르아르… (-,,-) 에지간한 천재는 다 다져다가 나와 닮은 공감포인트 … (은오님..) 이런 나라도 받아줄래요..?

은오 2023-01-23 17:46   좋아요 1 | URL
......아니 그사이에 끼어있는 쟝틀러는 뭐죠? 쟝틀러는 못받아주겠는데욬ㅋㅋㅋㅋㅋ

공쟝쟝 2023-01-23 17:48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 어렵게 쓰고 싶어하는 버틀러의 마음만은 이해한다고ㅋㅋㅋㅋㅋㅋ

은오 2023-01-23 17:48   좋아요 2 | URL
아니 미친 저 히틀러인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3-01-23 17:50   좋아요 1 | URL
히틀러가 좋아한 니체에게서도 나를 발견해요… 괜찮아 토닥토닥 ㅋㅋㅋ

은오 2023-01-23 17:55   좋아요 1 | URL
아 생각할수록 어이없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버틀러보다 히틀러를 먼저 떠올린 나......알겠습니다 쟝체는 ㅇㅋ❤️

공쟝쟝 2023-01-23 18:00   좋아요 1 | URL
아아아아모르파튀!!! 그리고 나랑 잠자냥 둘다 공자 나왔음 ㅋㅋㅋ 공쟈냥 공쟝쟝 ㅋㅋㅋㅋ 우리는 공자다 ㅋㅋㅋ 네?

은오 2023-01-23 18:07   좋아요 1 | URL
공자 결과에 포함되는 테스트 딱 하나 있는거같은데 그거 이제 안들어가지네여ㅜㅜ

공쟝쟝 2023-01-23 18:10   좋아요 1 | URL
맞아요 그 무슨 철학자 태스트였음 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3-01-23 18:06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여러분 저 이정도는 아니죠? 라고 물어봤는데 다들 의문스러운 좋아요만 누르고 아무 대답도 없구나… 그냥 나 지하생활자 수준인 걸로 생각하고 계속 쓸게요… 어쩔꺼여… 대신 당신들께는 건너뛰고 읽을 권리를 드립니다!ㅋㅋㅋㅋㅋㅋ( 이 소설 좀 많이 건너 뛰고 읽고 싶더라곸ㅋㅋㅋㅋ) 나라는 사람 관대하기도 하지 ☺️

독서괭 2023-01-23 20:18   좋아요 2 | URL
지하생활자를 읽지 않아서 답할 수가 없었어유 ㅠㅠ

공쟝쟝 2023-01-23 20:26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착한 고양이!!! ㅋㅋㅋㅋ 죄와벌 프리퀄 느낌입니다!!

scott 2023-01-23 18: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장쟝님 이제 도끼옹 전집 완독 시동을 =3=3=3(유툽에서 봤음 멋진 장정 세트)

공쟝쟝 2023-01-23 18:05   좋아요 1 | URL
도끼옹 은 역쉬 200년 전이지만 그래도 유잼…! ㅋㅋㅋ

2023-01-23 18: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1-23 18: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1-23 18: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1-23 18: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읽는나무 2023-01-23 23: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을 안 읽었으니 답할 수 없고~ㅋㅋㅋ

공쟝쟝 2023-01-23 23:42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 💕

잠자냥 2023-01-23 23: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쟝지니아끼>>>>>도끼>버지니아울프. 무슨 순서인지는 안 갈켜줌 :P

공쟝쟝 2023-01-23 23:58   좋아요 2 | URL
그건 당신의 나를 향한 애정 🙄

잠자냥 2023-01-24 00:06   좋아요 1 | URL
건너뛰고 읽는 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3-01-24 00:24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 읽긴 읽는 다능 것 (오예~🙇🏻‍♀️)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너뛰는 인간이 아닌 것에 감지덕지 ㅋㅋㅋ (현실잘암)

북프리쿠키 2023-01-24 00: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리 머리속의 잡념들도 요설로 훌륭하게 다 옮길 능력이 있다면 도끼옹 수준을 뛰어넘겠죵 ㅎㅎ. 다음으로 가뿐하게 가시길!

공쟝쟝 2023-01-24 00:12   좋아요 2 | URL
제가 미쳤다고 도끼옹을 뛰어넘…. 아니 그저 합리화와 자기풍자가 좀 나같았다는 것일 뿐입니다ㅋㅋㅋㅋㅋㅋ 나를 감히 가져다 비빈거 ㅋㅋㅋ 잘못했습니다 ㅋㅋㅋ

2023-01-24 10: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1-24 10: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좋은 소설을 읽고 난 뒤에는…

이를 테면 이런 문장은 섹시하다. 놀라지 마시라. <독서의 기술>이다.



“(94) 사용되는 단어의 의미가 모호하다면, 말하는 이와 듣는 이, 혹은 쓰는 이와 읽는 이가 공유하는 것은 단순한 단어에 불과한 것이지 의미를 공유하고 있다고는 할 수 없다. 완전한 커뮤니케이션을 성립시키려면 양자가 같은 단어를 ‘같은 의미로’ 사용하지 않으면 안된다. 쓰는 이가 단어로 나타내고 있는 의미를 읽는 이가 바르게 이해하여야만 비로소 쓰는 이와 읽는 이는 하나의 사상을 공유한다. *두 개의 정신이 사상(思想)을 통하여 만나는 기적(奇蹟)이 일어난다.*”


내 생각에 정말로 그것은 기적이다. 두 개의 정신이 사상을 통해 만나기 위해서 *같은 의미*를 사용하며 소통하기 위해서 어떤 개념들은 가지치고 잘라내져야 한다. 어쩌면 정말로는 복잡한 개념을 다룰 수 있는 지식인들 사이에서만 생겨나는 경험일지도 모르겠다. 책 앞에서 무너진다. 나는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도 마음으로 마음으로 이해해보려는 노력을 조금씩 하기는 한다. 그리고 가끔 책에서 내가 이해받고 있는 것 같다는 착각에 빠진다.


그리고 이런 문장이 있다. <김대식의 인간 vs기계>다.




“(103) 나와는 다르게 보는 것이 분명 하지만 각자의 머릿속에서 보이는 색과 가장 가까운 언어는 ‘빨강’입니다. 그래서 빨갛죠? 라고 물으면 ‘네, 빨갛습니다’ 라고 응답하죠. 이 과정에서 우리는 서로 이해하고 소통했다는 착시를 얻게 되는 겁니다. 여기에서의 *핵심은 언어의 해상도가 인식의 해상도보다 훨씬 더 낮음에 있습니다.* 인식의 해상도는 우주의 해상도 보다 훨씬 더 낮겠지요. 이렇다 보니 수학적인 문제가 생기 게 됩니다. 매니 투 원 맵핑 Many to one mapping이란 것이 있습니 다. 예를 들어, 생각과 언어를 봤을 때 상당히 다양한 생각들 이 동일한 단어로 맵핑mpping될 수가 없겠죠. 왜냐하면 생각의 숫자가 언어의 숫자보다 훨씬 더 많으니까요. 일대일 매칭matching이 안 되는 거죠. 따라서 단어만 보고 역으로 ‘어떤 생각을 했었는가?’ 라는 재구현 역시 불가능합니다. 핵심은 우리가 말, 단어만 통해서는 상대방의 생각을 절 대로 파악할 수가 없다는 겁니다. 그건 수학적으로도 너무나 당연한 사실입니다.”


언어의 해상도가 인식의 해상도보다 낮다는 것은 더 높은 인식의 해상도를 가진 사람은 단순한 언어의 조합에서 더 깊은 인식에 가닿기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책 <독서의 기술>은 언어로 읽어낸 것을 다시 자신의 언어로 설명할 수 있어야 진짜로 이해한 것이라며, 언어-언어의 해상도를 일치시키길 요구한다.) 그러나 언어화되지 않은 인식의 문제는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비트겐슈타인의 <논리 철학 논고> 7. 말할 수 없는 것에 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 


어쨌든 현재의 인공지능은 언어의 한계(논리적/기호적 규칙)를 넘어서 인간 뇌의 시각 겉질의 계층적 구조가 학습하는 방법을 본뜬 방식으로 빅데이터들을 딥러닝하고 있다고 한다. 적어도 시각에 한해서는 7의 침묵을 넘어서게 된다는. 조만간 우리의 뇌가 아이클라우드처럼 동기화 되는 날도 올까? (나는 오지 않는다고 올 수도 없다고 생각하지만 서양 남 과학자들은 된다고 생각하고 계속 연구 할 거 같다. 그 전에 인류가 끝장 날것 같긴 한데…) 그렇다면 언어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두 개의 정신이 사상으로 만날 수 있는 건가? 현 시점의 내가 만나고 싶은 정신은 두 명의 대머리 철학자 그리고 피아니스트(웃음).


이런 세상에서 인공지능보다 불완전한 언어로 감히 글을 쓰고 책을 읽겠다고 하고 있는 나는 뭔가. 그래도… 읽는다. 나는 이런 게 섹시하니까. 

게다가 읽으면서 도달하고 싶은 세계가 생겼다. 그건 꼭 언어의 세계는 아니다. 음... 천재의 세계?ㅋㅋ <시모어 번스타인의 말>이다.



“(232) 유일한 방법은 진정한 목적에 몰입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베토벤, 슈베르트, 쇼팽의 *천재성에 움츠러든다면, 부끄럽지 않게 그들을 만날 수 있도록 자신의 영혼을 성장시키고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나는 이 작품이 좋아. 그러니 남은 내 삶을 다 바쳐서라도 완전히 터득하고 말겠어.” 그 순간부터 그 작품은 당신의 것이 됩니다. 그리고 당신이 자발적으로 누군가를 사랑했다가 환상에서 깨어나면 그와의 관계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진지해집니다. 몰입이나 인내가 없다면 중요한 어떤 것도 결코 이룰 수 없습니다. 이런 세 단계를 거쳤으면 이제 깨우침을 얻어 마지막 단계인 ‘통합’에 들어서게 됩니다. 이 단계에서는 당신이 사랑의 첫 순간에 느끼고 꿈꾸고 직관적으로 이해했던 모든 것이 실현됩니다. 하지만 차이가 있어요. 지식과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것이죠. 메타 지식으로 무장한 당신은 이제 자신의 것으로 소화한 아름다움으로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할 준비가 되었습니다. 연주에 나설 준비가 되었습니다.”

“(236) 나는 위대한 음악가가 아닙니다. *대단히 진지한 음악가일 뿐이에요.* 누가 위대한 음악가인지 우리는 이미 알고 있어요. 나는 그들과 경쟁이 되지 않습니다. 내가 그들만큼 뛰어나지 않다고 떳떳하게 말할 수도 있어요. 나는 내가 가진 재능으로 할 수 있는 한 최대로 발전하고 싶을 뿐입니다.”


음악의 언어는 내가 전혀 모르는 영역이다. 난 음악을 잘 듣지 않는다. 음악이 주는 아름다움을 잘 감각하지 못한다. 몇년 전 이 책의 여백에 나는 이렇게 적어 놓았더란다. *내가 읽을 수 있는 능력으로 최대한 읽고 싶을 뿐. 나는 ‘대단히 진지한 독서가’가 되고 싶다.* 그랬다 그랬나보다. 이토록 오만한 나는 감히 넘보지 못할 천재들 이름을 냉장고에 써 붙여놨다. 천재성에 움츠러들지 않을테다. (내가 좀 눈이 높다.)

그들이 만들어낸 글씨를 읽다가 아름다움을 느낀다. 그건 사상과 태도인데. 내가 다룰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가성비인 도구 언어(한글)를 통해서 나의 망가진 몸과 약해진 삶을 잘 다루고 싶어졌다. 시모어 선생님이 알려주셨다. 자신이 가진 것으로 최선을 다하라고. 연습하라고. 자신을 구하라고. 그 때 부터였나. 읽고 쓰면서 더 깊게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서 나 자신의 얄팍한 인식을 조금 더 깊게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건.


다시 돌아와서 <독서의 기술>이다.


“(11) 이것은 ‘책을 읽는 사람’을 위해 쓴 책이다. ... 즉, ‘읽음’으로써 지식을 얻고 이해를 깊이 하여, 훌륭한 독서가가 되고 싶은 사람을 위해서 씌어진 책이다. (14) 필자의 의도를 아주 조금밖에 이해하지 못하는 독자가 있는가 하면, 완전히 이해하는 독자도 있다. 어느 정도로 잘 받아낼 수 있는가? 그것은 독자의 적극성과 숙련도에 의해서 결정될 것이다. (15) 자기의 이해를 초월하는 책을 읽을 때야말로, 읽는 이는 일체 외부로부터의 도움에 의지하지 말고 씌어진 글자만을 실마리로 하여 그 책과 맞붙지 않으면 안 된다. 읽는 이가 적극적으로 책에 작용하여 ‘얕은 이해에서 보다 깊은 이해로’ 읽는 이 자신을 끌어올려가는 것이다.”


국어 사전에 따르면 ‘이해(X)’에는 세 가지 뜻이 있다. 


1. 사리를 분별하여 해석함 (X1) 2. 깨달아 앎, 또는 잘 알아서 받아들임(X2) 3. 남의 사정을 잘 헤아려 너그러이 받아들임(X3)


언젠가 나는 더 이상은 인간을 이해하고 싶지 않아서 책을 읽는다는 종류의 글을 썼었다. X3은 나의 특기였다. 세상에는 이해할 필요가 없는 종류의 인간이 있다는 것을 좀 뒤늦게 알았다. 대체 왜 그들을 이해하려고 했는 지 그 때의 나를 X2 하지 못하겠다. 그러니까, 나를 조금 더 좋아하기 위해서는 인간에 대한 X1이 필요했던 것 이다.


더는 이해할 필요가 없는 종류의 인간들을 갈라보기 위해서 인간을 이해하고 싶어졌고, 그러기 위해 책을 읽다 보니 책에서 또 훌륭한 인간들을 만난다. 물론 완벽하지 않은, 흠결이 많은, 존재들이지만. 그들은 지금의 나보다는 오래 살았다. 고통을 포함한 삶을 끌어안은 내가 가닿지 못한 어떤 이해의 영역에 가있는 사람들. 나는 세상이, 사람이, 너무 미웠던 시간들이 좀 지나간 걸까. 이해하고 싶지 않은 인간을 비워낸 자리에 어떤 종류의 인간이라면 더 깊게 이해해보마 생각하고 있다니. 미련하기도 하지.


묻는다. 나는 어떤 인식의 해상도를 가진 인간이 되고 싶은지. 

나는 이제야 좀 알 것도 같다. 독서는 나만의 내밀한 경험이다. 

그것은 언어로 된 읽기가 시작이겠지만, 언어가 다는 아니다. 


<번역의 말들>에는 이런 글이 있다.



“(19) <개선문> 주인공인 독일인 망명자 라비크는 사랑하는 이탈리아인 단역배우 조앙의 임종을 지키며 그녀와 마지막 대화를 나눈다. 그곳은 파리. 두 사람에게는 모두 타지였고 그전까지 둘은 프랑스어로 소통했다. 그런데 지금은 지상에서 그들이 함께하는 마지막 순간이었다. 당연히 두 사람은 사랑의 감정이 담뿍 담긴 고백을 서로에게 마지막으로 선사했다. 하지만 알아듣지는 못했다. 남자는 독일어로, 여자는 이탈리아 어로 말했기 때문이다. 진실한 표현은 모국어로만 가능하니까.”


감정은 말이 아니다. 그러나 자주 말을 통해서 전해진다. 곁에 있으면 알아듣지 못하는 말도, 말이 아닌 말도 전해진다. 타인의 경험과 이야기를 음악과 영화와 글씨로는 읽어내면서, 곁의 몸에서 일어나는 감정 반응을 지켜보거나 받아내는 것을 곤혹스러워하는 사람들이 있다. 곁의 슬픔을 견디기 어려워하는. 나는 그들이 민감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이해하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쓰는 글을 읽는 것을 좋아한다. 오랫동안 나는 이해는 머리로 하는 것이라고 알고 있었다. 상처에 반응하는 내 몸을 지워버리고 싶었다. 몸을 잊고 싶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내 머리보다는 내 몸이 훨씬 소중해. 나는 ‘몸의 말’ 혹은 ‘삶을 살아낸 몸’에 관심이 많다. 언어(논리구조)를 추구하면서도 끊임없이 언어의 물성과 몸과 말의 연결됨을 궁구한다.


고통이야 말로 정치적이다. 고통이야말로 보편적이지 않으며 해석된 감정이다. 권력에 고문 받은 지식인 청년 남성의 몸에 대한 이입/ 진짜로 남파된 간첩의 몸에 벌어진 고문에 대한 이입/ 젊은 여성의 육체를 노예화하고 강간을 공유하는 데 돈을 낸 수십만 명의 시선을 문제 삼는 동세대의 젊은 여성들의 이입/ 어떤 몸들은 어떤 고통에만 민감하다. 어떤 고통은 정치적으로 해결되어야 하고, 어떤 고통은 해결할 수 없으므로 무력하라한다. 


그것은 고통에 위계가 있다기보다는 고통에 언어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일 수도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어쨌든 우리는 다른 몸을 산다. 그것은 소통의 불가능성이 아니라 각기 다른 몸에서 나오는 각기 다른 언어들에 자리를 내어주는 가능성으로 말해져야 한다. 


그러니까. 말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언어없는 고통들에 언어가 입혀져 말해진다면. 듣는 이들의 몸이 감응할 것이다. 언어의 해상도 혹은 고통에 대한 해석의 해상도. 그것들을 결국 언어로 높여야 하는 몫들.에 대해서 생각 중이다.   


고통의 곁에 있고 싶어했었던 나의 몸은 말이 남긴 어떤 상처들과 미안함으로 이루어져있다. 나는 책을 읽으며 몸에 삶에 맞는 말을 찾아보고 있는 중이고. 읽는 나는 그런데 쓰는 나는 요즘 좀 고민스럽다. 나는 어디까지 말할 수 있을까. 제대로 잘 말하고 있는 건가. 난 어디까지 오해되지 않은 채 이해될 수 있을까. 감히 인식의 채 10%도 안된다는 문장으로. 글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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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01-19 08: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리가 그래서 동물성애를 같은 의미로 이해해서 옛다를 발족한 게 아니겠습니까!

공쟝쟝 2023-01-19 08:45   좋아요 4 | URL
이거 답변이예요. 잠자냥의 쟝지니아 울프 비평에 대한ㅋㅋㅋ

공쟝쟝 2023-01-19 08:46   좋아요 1 | URL
이번에도 읽다 건너 뛰었어요?? (궁금..)

공쟝쟝 2023-01-19 08:55   좋아요 1 | URL
아 너무 심각하게 느끼지마세여 ㅋㅋㅋㅋ 저는 맨날 미래의 나를 위해 쓴다 ㅋㅋㅋ 나만 알아보면 된다 ㅋㅋㅋ 이런 느낌이 강했는데, 글로 소통해야하는 영역도 있다는 걸 조금 진지하고 무겁게 생각하게 되는 요즘… 누구라도 다 건너뛰고 읽을 거라 생각했는 데 ㅋㅋㅋㅋ 더 소통 가능하게 잘썼으면 좋겠다라고 자냥님이 말해주신 거 같아서! 고민을 했음요 ㅋㅋㅋㅋ 나는 뭘 쓰고 싶나? 누구를 설득해야하나…

잠자냥 2023-01-19 08:56   좋아요 1 | URL
알고 있었음 ㅋㅋㅋ 나 잘 알아듣지? 어머 글이 정돈되었네! 하면서 건너뛰며 읽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3-01-19 08:57   좋아요 2 | URL
그럼 어차피 건너뛰고 읽을거 그냥 나만 알아보게 쓰겠습니다🙄 투덜대지마 ㅋㅋㅋㅋ

라파엘 2023-01-19 09: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글도 그렇고 생각도 그렇고, 진정한 성장캐는 쟝님인 것 같아요!! 고통에 주저앉지 않고 성장하는 멋진 사람~!!! 😃

공쟝쟝 2023-01-19 09:17   좋아요 2 | URL
댓글 개그 일취월장 하시는 분에 비하면 뭐..🙄

라파엘 2023-01-19 09:23   좋아요 1 | URL
그게 다 쟝님 덕분입니다 😉

공쟝쟝 2023-01-19 09:26   좋아요 2 | URL
하.. ai에게 유머를 딥러닝시키는 기술을 가진 나!! 세상은 나를 건너뛰고 읽지만 나는 세상읽기를 멈추지 않는다!!! (성장캐 부여받고 기분 좋아짐)

2023-01-19 10: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1-19 10: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1-19 10: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1-19 10: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1-19 11: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1-19 11: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23-01-19 13: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난 소통의 불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는 사람이에요. 그건 애시당초 불가능한 일이라고 여겨요. 다만 닿으려는 노력이 얼마나 진지한가, 진실한가...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 시대의 진정한 성장캐, 쟝쟝님 응원합니다. 예전부터 팬이었고, 앞으로도 그럴거에요.

공쟝쟝 2023-01-19 15:17   좋아요 2 | URL
아 나 팬안만드는데… 🥹 나 친구만드는 사람인데 🥹 일단 응원은 싹싹 긁어 먹을게요! 우리 앎비앎 계속해요!
소통… 난 단발님의 그 서울스러움이 신기해요! 어쩌다 그리되신 건지 ㅋ 글로 만나고 싶습니다!

단발머리 2023-01-19 15:41   좋아요 2 | URL
BTS가 부릅니다. DNA!

책읽는나무 2023-01-19 14: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사람들마다 다양한 성격을 다양한 글쓰기로 풀어내는데, 그마다의 그 사람의 매력으로 읽게 되는 것 같아요.
책을 읽고 그것을 몸으로 습득하여 고민하는 모습이 글에서 느껴집니다. 잠깐 글을 읽다가 눈물이 핑~ 돌았네요??? 왜 그렇지??ㅋㅋ
이해력이 짧아 쟝님의 글을 간혹 오해하며 읽게 될 수도 있겠지만, 계속 읽을 각오가 되어 있으니 글 쓰는 것을 고민하지 말고, 책의 문구를 고민하며? 계속 쓰세요^^

공쟝쟝 2023-01-19 15:20   좋아요 2 | URL
그건 나무님이 몸으로 이해하는 아름다운 인식의 해상도를 가지신 분이라서 그렇습니다. 제 글의 오해는 필연입니다. 고작 10퍼센트도 되지않는 언어에 오해를 첨가한 그 방식이 인공지능이 따라할 수 없는 그것일테니! 다만 그 정치를.. 자신의 정치을 해야한다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 몸을 통과한 내 이야기. 계속 쓰라고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독서괭 2023-01-19 15: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북플로는 읽을 수가 없어 꼭 피씨로 접속하게 만드는 공쟝쟝글.. 일 좀 하고, 천천히 읽고 다시 올게요?

공쟝쟝 2023-01-19 15:59   좋아요 3 | URL
잠자냥!! 같은 고양이인데 건너뛰며 읽지 않는 고양이도 있다!!! 😫 (뒤끝 있는 편)

잠자냥 2023-01-19 16:09   좋아요 2 | URL
괭님 저러고 다시 안 들어오는 거 몰랐구나....... 순진한 쟝지니아....

공쟝쟝 2023-01-19 16:12   좋아요 2 | URL
쟝지니아는 웁니다 ㅠㅠㅠ

독서괭 2023-01-19 17:49   좋아요 3 | URL
뭐야 잠자냥님 나를 음해하다니 ㅋㅋㅋㅋ
다시 왔다구요. 진지하게 읽었다고요. ˝대단히 진지한 독서가˝가 되고싶은 공쟝쟝님의 글 섹시하다고요.
해상도라는 표현이 의미심장하네요. 저도 단발님이랑 좀 비슷한 것 같습니다. 애시당초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별로 낙담하거나 실망하지도 않는 듯..
쟝쟝님의 섹시한 글 또 읽을 거예요. 난 건너뛰지 않는다고요 ㅋㅋ 근데 그러다보니 시간 없어서 아예 못 읽을 때도 있다는 게 함정..

공쟝쟝 2023-01-19 21:35   좋아요 2 | URL
저는 불가능성보다 가능성에 초점을 많이 맞추고 살았나봐요! 그래서 언제나 인생이 엉망…🙄
바쁜 일상에 섹쉬한 제 글 읽기를 추가해주시다닠ㅋㅋㅋㅋ 캄샤합니다!‘ 다른의미의 섹쟝쟝 이네욬?ㅋㅋㅋㅋ

은오 2023-01-19 16: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문장에도 섹시함을 느끼는 쟝쟝님... 섹스탐구자 타이틀 자격이 있습니다

잠자냥 2023-01-19 16:09   좋아요 3 | URL
몇 년 째 못해서 그래요. 못해서.

은오 2023-01-19 16:12   좋아요 2 | URL
ㅜㅜ...그래도 남자 말고 문장과의 섹스(?) 나쁘지 않을지도?

공쟝쟝 2023-01-19 16:12   좋아요 3 | URL
문쟝성애자….

공쟝쟝 2023-01-19 16:14   좋아요 2 | URL
그 문장에서 희미하게 느껴지는 근육의 체취를 동기화한다 (얼쑤?)

2023-01-20 14: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1-20 17: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07 15: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07 19: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23-02-07 21: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문제의 <성聖스러운 동물성애자> 리뷰.
하, 그렇게까지 할 필욘 없잖아요.
대화와 섹스
성스러운 동물성애자 - 종도 편견도 넘어선 사랑
하마노 지히로 지음, 최재혁 옮김, 정희진 해제, 강상중 추천 / 연립서가 / 2022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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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내용과 동물성애에 대한 해제는 

은오님과 https://blog.aladin.co.kr/751596223/14264235

잠자냥님의 https://blog.aladin.co.kr/socker/14265515

훌륭한 리뷰를 읽어보시고...

이 독후감은 정말 읽고 난 뒤의 나의 독후감 


0. 


홉스가 땅콩을 떼던 날 나는 마음이 아파서 울먹울먹했다. 정작 목 보호대(?)를 낀 그는 암시랑토 안 해 보였지만. 나의 표정이 너무 심각해 보였는지 수의사가 말했다. “괜찮아요. 고양이는 인간처럼 통각이 발달하지 않아서… 보호자님이 생각하시는 것처럼 아프지는 않을 겁니다.” 


인생과 묘생은 다르지. 인간의 통증과 고양이의 통증도 다르다. 땅콩을 뗀 것이 아플까 봐 마음이 아픈 것은 아니었다. 나와 살기 위해 네가 감당해야 하는 것에 너의 의사를 물어볼 수 없다는 게 마음이 아팠고, 생각보다 너무 빨리 어른이 된 것처럼 생각보다 빨리 내 곁을 떠날 수도 있다는 사실이 확 끼쳐왔기 때문일 거다. 네가 말을 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아니다. 네가 말을 하지 않아서 좋기도 하다. 


어쨌든 난 언어가 없지만 홉스와 의사 소통을 한다. 정말 말 그대로 소통인데… (이렇게 말하면 좀 이상하지만 ㅋㅋㅋㅋ) 홉스도 제법 자기표현을 잘하는 냥이라고 난 생각한다. (밥, 물, 간식, 놀아주기, 턱 긁어주기, 명확함ㅋㅋㅋㅋ) 물론 그가 표현한다고 다 응해주진 않는다. 대체로 그도 나를 귀찮아하고, 나도 그를 귀찮아한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는 내가 밥 먹을 때 꼭 화장실을 간다. 예끼. 버릇없는 고양이. 겨울엔 둘 다 전기장판 러버고 그냥 같이 누워서 귤 까먹으면서 책을 읽는다. 


일설에 의하면 고양이는 순간을 산다고 한다. 그런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아무튼 혼자 살고 혼자 일하고 일상의 대부분을 집에서 혼자 보내는 나는 홉스가 없는 삶을 지금은 좀 상상하기 어려운 것 같다. 현시점에서 내가 가장 아끼는 존재는 홉스가 맞다. 인간-비인간-사물 통틀어서 그렇다. 이런 나는 동물성애자인가? 아 그전에 *성애*에 대한 물음표가 생기는 데. 이건 그냥 물음표로 남겨두고. 난 사람들이 이 책 많이 읽었음 좋겠다.



1.


- 나는 ‘사랑’을 잘 모르겠다. (21)

- 나는 ‘섹스’를 잘 모르겠다. (21)


- 하지만 사랑과 섹스를 비웃고 경시하는 태도로는 결코 상처가 회복되지 않는 점은 명백했다. 마음 깊은 곳에서는 사랑과 섹스가 무엇인지 이해하고 싶다는, 아주 강렬한 욕구가 생겨났다. 나 자신을 끊임없이 괴롭히는 문제에 나만의 관점을 가지고 싶었다. (25)


- 한 사람에게 누군가가 특별한 까닭은 공유한 시간을 통해 형성된 그 사람만의 독특한 퍼스낼러티에 매료되어서다. 퍼스낼러티는 계속 변화하면서 동시에 생성되기 때문에, 그 사람과 더 긴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어 진다. 그리고 그 사람과 함께하는 동안 새롭게 형성되는 자기 자신의 퍼스낼러티에도 끌린다. 

퍼스낼러티는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느끼는 방법이 달라지기도 한다. 연인 사이가 아니라면 알 수 없는 퍼스낼러티, 가족끼리만 이해하는 퍼스낼러티처럼 말이다. *이렇듯 관계성에 의해 형성되는 퍼스낼러티는 인격이나 개성, 성격과는 다른 개념이다.*(74)


- 패시브 파트가 섹스에서 얻는 최대의 기쁨은 지배자의 입장에서 내려온다는 기쁨이다. …  그들은 페니스의 폭력성에서 해방되었다는 사실로 인해 자기 자신도 전혀 폭력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는 셈이 된다. 

하지만 성폭력의 본질이 페니스 자체에 있을 리는 없다. 지극히 단순하고 맹목적으로 페니스에서 폭력성을 찾아낸 후 섹스에서 폭력의 가능성을 제거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남성, 엄밀히는 페니스를 ‘악’으로 만드는 식으로는 해결책을 찾기는커녕 강자와 약자, 가해자와 피해자의 이항 대립을 손쉽게, 끊임없이 만들어 낼 뿐이다. 성폭력의 본질은 다른 지점에 있으며, 성별이나 성기의 형상과는 근본적으로 관계가 없다.(159) 


- 여전히 ‘그런’ 나인 것이다. (168)

- 말보다도 앞서는, 스스로도 어떻게 할 수 없는 육체가 있다. (169)

- 그러면 어느덧 정신과 육체는 분리된 역할을 기대한다. 정신은 이 상황을 설명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서만 작용하며, 뇌는 이것저것 이유를 찾는다. 육체는 그 정신을 유폐하는 감방으로 변해 자유를 빼앗으며 도망치는 일 자체를 허락하지 않는다. 정신은 신체를, 신체는 정신을 산 제물로 삼는다. (170)


- 그리고 그 ‘말에 의한 합의’는 그 남자의 폭력적 성행위를 정당화해 버린다. 그렇게 섹스에 있어 거짓 대등성이 출현한다. 

말에 의한 합의가 있었다면 성폭력이 아니라는 논리가 도대체 어떻게 가능할까? *언어를 사용하는 우리는 언어를 중시할수록 덫에 빠진다.* 언어는 신체로부터도, 정신으로부터도 떨어진 곳에 있다. 편리한 도구지만, 자신의 모든 순간을 표현할 수는 없다. *언어가 짜낸 거친 그물코에서 너무나도 많은 것이 빠져나온다. 언어에 익숙해진 나는 언어를 닫아버린 워크숍에 참가하면서, 스스로가 얼마나 둔하고 표현력을 결여한 인간인지 뼈저리게 느꼈다*. (170)


- 실은 성폭력 또한 섹스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일방적인 사정욕에 따른 행위로서 섹스가 존재하지만, 욕망의 근원에는 ‘상대를 지배하고 싶다.’는 바람이 있을 뿐이다. 폭력 속의 섹스는 목적이 아니라 지배하기 위한 방법일 뿐이다. 지배야 말로 성폭력의 본질이다. (245)


-그건 강인하다는 의미예요. 인생에는 공포와 슬픔이 존재한다는 사실, 그리고 그것들은 왔다가도 언젠가는 사라진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다면, 더 이상 그런 두려움에 휘둘리지 않고도 살 수 있지 않겠어요? (251)


-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섹스가 변명과 이유를 필요로 한다. 그리고 사랑은 떳떳하지 못한 섹스를 강력하게 덮어버린다. … 사랑은 항상 꿈처럼 사람들을 덮쳐온다. 사랑에 실체가 있고, 그 실체에 의해 언제나 성립하는 진실이 존재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렇게 생각하는 나에게 주파일은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것 같았다. 

그럼 당신은 사랑 없이 누군가와 대등하게 존재했던 적이 있었어? (256)


은 내가 다른 색의 형광펜을 칠했던 문장들이다. 

가장 좋았던 문장은 260페이지인데… 그건 독자의 즐거움을 위해 패스.


2.


당연히 나는 수간에도 동물성애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그런데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 책은 내 앎을 비워내게 하는 앎을 선사했다. 내가 향하고 있는 어떤 앎에 가닿는 일이 결국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 일이라는 것도.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난 이 책을 몸에서 자꾸 미끄러지는 ‘언어’에 관한 책으로 읽었다. 인간의 언어가 담아내지 못하는 소통에 대한 희구로 읽었다. 비인간 동물에 대한 우정을 느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꼭 권하고 싶은 텍스트다. 물론 언어는 인간에게 훌륭한 도구다. 그러나 언어는 인간이 지닌 굴레고 소통과 사랑을 방해하는 저주일지도 모르겠다. 언어/몸, 생각/감정, 물질/관념 이항대립이 아니다. 나뉘어져 있지 않다. 관계 속에서 존재한다… 수준으로 갈음하는 것은 너무 쉽고 편한 방식같다. 관계… 어떤 관계? 나는 이걸 잘 설명하고 싶다. 하지만 설명에는 실패할 것이다. 다만 누군가는 읽겠지. 읽고 더 훌륭한 통찰에 가 닿을지도 모르겠다. 아아, 어제의 독서를 기점으로 나는 제법 확신하게 되었다. 그가 읽어낼 수 있는 만큼이 그 사람이다. (당연히 이것은 질의 문제지 양의 문제가 아니다.) 


나는 글을 읽고 쓰는 것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언제나 ‘진짜’는 행간과 여백에 있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진짜’는 쓰지 못한다. ‘진짜’는 쓸 수도 없다. 그런 의미에서 모든 글은 픽션이다. 나는 내가 쓰는 것보다 쓰지 않는 것이 훨씬 더 나를 많이 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쓴다. ‘진짜’에 다가가기 위해 노력했다는 흔적을 언어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남겨두는 방법을 터득하지 못했다. 누군가는 노래를 하고 춤을 추며 연주를 하고 그림을 그리고 공부를 하고 스포츠를 연마하며 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또 누군가는 섹스를 하기도 할 것이다. 우리는 그것들에 감동을 받는 데, 그 까닭은 그런 형태의 ‘앎’에 다가가기 위해 자아(편의상 자아라고 표현하자)를 조절하는 훈련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 맥락에서 장인 혹은 공쟝쟝인을 떠올리는 당신, 그렇다. 당신은 문맥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나는 대화를 좋아한다. 대화는 언어가 아닌 비언어적 신호로 이루어져 있다. 좋은 대화는 말을 잘하는 사람보다는 몸을 잘 쓰는 사람과 이루어진다. 나는 20대 내내를 좋은 대화를 하기 위한 몸을 연마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뭐, 우리가 만날 수 없으니 진위여부는 알려줄 수 없으며 모든 글은 픽션이다. 암튼 내가 그렇다면 그런거다ㅋㅋㅋ 그런 의미에서 어떤 종류의 사람과의 대화는 나를 무척 실망시키는 데, 그건 대체로 언어 혹은 머리(로 통칭되는 어떤 관념? 추상화? 서사화?)를 잘 사용하는 종류의 인간인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들은 생각을 잘 벼리느라 대화에 맞는 몸을 훈련하는 방법을 잊은 것 같은 데… 그렇게 살아도 살아졌다는 걸 감사하게 여기기를. 


여하튼 이 책에 따르면 나는 패시브 파트에 더 익숙한 대화 상대이기도 한 것 같다. 요즘엔 액티브 파트로 넘어가는 수련 중인데… 그러려면 글을 좀 더 써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지적이고 유머러스한 친구들과의 애정 어린 대화에 끼고 싶기 때문이다. (그건 단발머리님의 <연애에 빠진 로맨스>리뷰 https://blog.aladin.co.kr/798187174/14268537 참조 ) 


3.


A와 헤어지는 게 싫고 그러나 또 좋아서 우산을 쓰고 꼭 껴안았다. 오늘의 대화는 성공. 오늘의 식사 메뉴도 나름의 성공. 내가 삶에서 조율하고 실패하는 것들을 이야기하자 그는 나에게 “그게 왜 사랑이 아니냐고, 쟝님은 사랑을 잘하는 사람이다”라고 말해주었다. 나는 노력한다. 언제나 노력하고. 가끔은 노력하지 않는 것을 노력한다. 나에게는 성애보다 우정이. 섹스보다는 대화가. 경계를 조율하며 더 깊은 이해에 가닿는 관계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 고독이 필요하다. 잠이 필요하고. 복수가 필요하지. 내 몸에 기입된 지배의 언어들을 털어내는 복수. 


큰 페니스를 추앙하는 이성애 중심 사회는 사랑의 목표이자 결승점이 섹스인 것처럼 포장한다. 사람들은 그것을 원하고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원하므로 거기로 돈이 흘러간다. 이미지화된 섹스, 섹스화된 이미지. 자, 중요한 건 *누가 만든 이미지*냐는 거다. 고작 페니스를 달고 나온 기득권으로 신체의 성적이슈가 *발기-사정*이 전부인 자들이 만든 문화 속의 이미지는 *(정희진 해제278 페이지에 따르면) 월경(이것은 28일 주기로 반복되며 이것을 하기 위해서 여성의 몸에서는 아주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그것은 다양한 질 모양만큼 다양한 증상들로 이루어져 있다. 아, 피곤해...)-피임-출산-임신중단-유산-육아-완경* 등 생애 전 과정이 재생산 및 성적 이슈로 점철된 복잡한 여성의 몸(이것이 현실이다, 이미지화된 여성의 몸이 아니라 이게 현.실. 여성의 몸이라고...)을 지들 좋을 대로 대상화 한다. 그런 시선이 문제다. 그런 시선이 폭력이다. 남성문화가 만들어낸 이미지가 현실이 아니라고 말하는 페미는 정신병인가? 아. 이게 현실인데요. 아. 이게 현실입니다. 똑똑. 이미지가 현실이 아니고요.   


나의 안티 섹스 어쩌고(아, 근뎈ㅋㅋㅋ아니라고욬ㅋㅋㅋ!!!)는 얼마나 많은 섹스가 사랑을 파괴하는지에 대한 반동이자 조롱의 언어다. 나는 나의 언어가 점잖은 사람들에게는 점잖아서, 섹스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섹스를 싫어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섹스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은 섹스에 환장한 사람인 것 같아서, 섹스섹스섹스섹스섹스!!!!! 부담스럽고 불편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뭐 이런 모두가 뒤섞여 사는 포스트모더니즘 한국 사회에서 당신의 불편함이 어떤 종류와 질감의 것이든. 섹스섹스섹스섹스섹스!!!!!! 슬프게도 우리 모두는 이성애 삽입 섹스의 결과물이므로... 그건 나를 좀 답답하게 하는 데... 왜 답답한지는 차츰 써나가 보도록 하겠다. 


난 섹스와 재생산을 분리해서 재생산 자체를 공동으로 하는 미래에 대한 SF소설을 읽은 적이 있다.(<시간의 경계에 선 여자> 마지 피어시 소설이고 절판됨) 생물종 다양성을 위해 인간의 개체수를 조절하는 ㅋㅋㅋㅋ 미래에서의 젠더와 섹스(생물학적 성 말고 행위!! 그 섹스 맞다!)는 매우 신박하여 나는 좀 놀라기도 했는 데... 이 <성스러운 동물성애자> 책에서 받은 느낌이 그 소설을 읽었을 때 받은 느낌과 비슷했다. 응?네?응?네?응? 그리고 난 뒤에 아.... 아!


어쨌든 나에겐 타자들의 섹스를 좋아하고, 싫어하고, 비웃고, 떠들 권리가 아예 없다는 걸 책을 통해 확실히 알긴 했다. 내가 *안티*삼는 것은 성애나 섹스가 아니다. 폭력이다. 통제욕이며 지배욕, 대상화다. 그리고 그건 이렇게 추상화되고 응축된 개념이 아니라 현실에서 경험으로 드러난다. 나는 신경써서 살지 않으면 언제나 그들에게 당하거나 그들이 되버릴 수도 있다는 걸 좀 알게 되었다. 이런 미디어 환경에서 그런 사람은 더욱 많아질 예정이다. 그리고 많은 확률로 남자들이 좀 더 많다.


성매매가 우정의 확인이며, 포르노가 사회화의 도구, 여성의 성은 위로 아니면 트로피인 한국 남성 일반의 강간 문화에서 나 같은 이성애자 여성이 할 수 있는 선택 중에 하나로 *안티 섹스*도 생겼다는 건 암튼 좀 재밌다.(신자유주의의 성과닼ㅋㅋ) 안 해요. 안 합니다. 왜 목숨을 걸고 섹스를 해야 합니까? 섹스 아니어도 좋은 거 천지 삐까린데... 섹스가 하고 싶으면 본인은 *일반적인 한국 남성*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세요. 왜 이렇게 징징대요. 너네 문화 안 바꾼 건 너네잖아. 아무튼, 여자에겐 거부할 권한이 없다고 생각하는 남자들에게 *안티 섹스*를 외치는 여자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불편해서 박멸시켜버리고 싶은 어떤 것일 거라는 건 즐겁다. 니들은 신자유주의 경쟁에 도태되어 열등감에 미쳐 돌아가시는 데, 여자 주제에 열등감이 없다니 너무 신기하지? 그런데 어쩔래. 나는 정말 열등감이 없지롱~ 섹스로 위로 안받아도 되고요~  한달에 한번 생리하는 것도 바빠서 남의 사정에는 관심이 없답니다~~ 나는~안티~섹스여. 하지만 사랑은 포기하지 않지. 나는 사랑을 아는 여자. 후훗. 사랑과 우정 정의의 이름으로 안.티.섹.스!


4. 

그러니까... 세상은 복잡하지만, 우리는 때때로 정치적인 결단을 해야 한다. 

선택지가 yes or no밖에 없는 세상에서 같은 정치적인 결단을 한다고 같은 밀도의 그것은 아니라는 것. 

그래서 너는 섹스야, 안티섹스야? 난 안티섹스다.

그래서 너는 페미야, 아니야? 난 페미다.

그래서 넌 빨갱이야 아니야? 난 빨갱이다

그래서 넌 윤석열이야 이재명이야? 웩 나는 이재명이다.

그래서 너는 동물성애자야? 그렇다면 난 으윽 동물성애자다.


하. 이런 세상에서 저따위 정치적인 결단을 하고 있어버리니 돈없는 내가 이런 세상에서 살기 힘들지요. 😩 돈이 있으면서 저런거를 말하면 졸라 뽀대날텐데~ 나는 돈을 돈을 많이 벌고 싶어요오오오~ 


어쨌든 나는 이런 두 가지 질문 밖에 못하는 (혹은 못하게 만드는) 오로지 선택지를 두 가지로만 제시(제시해도 된다고 생각하는)하는 세상이 절라 좃 같다고 생각한다. 하다 못해 아이스크림도 써리원인데... 좀 살기 팍팍하긴 해도 다양한 질문을 좀 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역시 다양한 질문에 관대해져야지. 여기까지 이 위험한(?) 책을 읽은 나의 최종 감상문입니다.  


아아,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기 전에 걱정했던 가방 끈. 

일론 머스크, 주커버그, 베이조스를 이길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은 나같은 성실한 노동계급이 아니라 목숨 줄을 줄여서 가방끈 늘린 사람들이겠구나....하는 확신이 좀 생김. 나는 돈을 벌테니, 연구자들은 주린 배를 붙잡고 전복적인(?) 질문과 연구를 열심히 하세요. 

대신 난 열심히 읽을거랍니다~ .....  그럼 주말 잘 보내시구요, 여러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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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15 19: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1-15 19: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1-15 19: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1-15 19: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Falstaff 2023-01-15 2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쟝쟝님.
˝성매매가 우정의 확인이며, 포르노가 사회화의 도구, 여성의 성은 위로 아니면 트로피인 한국 남성 일반의 강간 문화˝
이 대목에 관해서는 ˝한국 남자 일반˝에 대하여 적어도 유감 정도는 표해야 하겠습니다. 제가 아는 제 주위의 많은 남자 새끼들은 그렇지 않더랍니다. 아시다시피 전 꼰대 그룹의 일원이며 제 주위의 남자새끼들도 마찬가집니다. 그냥 알고만 계셔도 고맙겠습니다. 대부분의 남자 새끼들은 하루 종일 남근만 세우고 다니지 않습니다. 물론 발정이 나면 눈에 뵈는 게 없긴 합니다만.

글 써서 팔아먹는 작가들이 얘기하는 건 다시 생각해보시는 것이 어떻겠나 싶네요. 걔네들은 돈 버는 게 제일 큰 목적이거든요. 아닌 거 같지요? ㅎㅎㅎ
제가 바라는 건, 그냥 여자, 남자 서로 좋아하면서 살면 좋겠다는 겁니다.
몇 년 전에 바로 이 이야기 했다가 졸지에 ˝개저씨˝란 호칭을 얻어 걸렸는데 말입죠. 이번에도 똑같은 말을 얻어 들을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ㅎㅎㅎㅎ

공쟝쟝 2023-01-15 21:33   좋아요 0 | URL
저런!!! 슬프네요. 골드문트님은 아니다에 한표! 입니다!!! 제가 인정해드릴게요~^^ 오해 당해서 힘드시죠?
제 글에서 이미지화된 섹스, 섹스화된 이미지! 를 한번 더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모든 남자들은 포르노를 본다는 것. 안보셨다면 축하합니다! 그대는 아저씨들의 희망!

공쟝쟝 2023-01-15 21:47   좋아요 0 | URL
후 그리고 저는 엔번방 30만명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습니다….. 포르노 문화는 이런 미디어 환경에서 규범입니다. 모든 애들이 게임을 합니다. 게임 속 여자들의 모습은…
마지막으로 글써서 팔아먹는 작가들이 얘기하는 건??? 이말이 무슨말인지 모르겠어요!!! 추가 설명 부탁합니다!!

Falstaff 2023-01-15 21:59   좋아요 0 | URL
저도 엔번 방이 뭔지, 어떻게 운영하는 건지 모릅니다. 남자 새끼들이 한 거란 건 인정합니다. 그러나 그것과 관계해서 한 방에 똥바가지 같이 뒤집어 쓰기는 싫습니다. 저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답니다.
아, 작가 말씀하시는 거군요. 확대 과장해서 말빨 늘이는 사람들을 일컬었던 것인데, 이 책을 쓴 사람을 두고 한 말은 아니었습니다. ㅎㅎㅎ 진짜 아니었습니다. 비슷한 저작이 많아서 그냥 불쑥 나왔던 거 같습니다. 이해 바랍니다. ^^

공쟝쟝 2023-01-15 22:32   좋아요 3 | URL
네! 골드문트님 ‘몰라도 되는’ 거잖아요. 저는 왜 알고 싶었겠나요? ㅋㅋㅋ 지켜야하니까요. 살아남아야 하니까요. 가장 사적인 섹스가 가장 공적인 매체에 올리가서 수만명이 볼 수 밖에 없는 미디어 시대에 살아가니까요. 어떻게 해결해야해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같이 똥바가지 뒤집어 쓰란 말이 아닙니다. 좀 억울하신 마음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이건 좀 맥락이 있는데요, 전 20대 내내 여자들은 운전하면 김여사 커피마시면 김치년이 되고 거기에 대항하는 말을 찾지 못하고 내가 김여사가 될까봐 김치년이 될까봐 자기를 검열했어요. 남의 섹스까진 모르겠지만 제 섹스는 포르노에 영향를 안받았다고는 말을 못하겠네요.
나는 아니다. 좋아요, 좋습니다. 우린 아니다! 좋아요 인정할게요. 그런데 골드문트님은 *일반적인 한국 남성*은 아니십니다. 제가 읽어온 바로는 그래요!!
골드문트님 같은 남성들이 대.다.수 였음 참 좋았을 텐데요. 왜… 일부 한남들은 화장실에서 카메라를 촬영할까요? (그런 경험을 한번 하면 화장실을갈 수 없습니다. 저는 일반적인 여성인데 몇 번 겪었습니다.) 저는 근본을 묻게 되었어요. 왜… 왜….?!? 그리고 공부를 하고 글을 쓰게 되어버렸습니다ㅠㅠㅠ 돈을 더 벌어야 하는데요 ㅠㅠㅠㅠㅠ

은오 2023-01-15 22:37   좋아요 2 | URL
나도 남자로 태어나서 그게 뭔지 몰라도 됐으면 좋았겠네

공쟝쟝 2023-01-15 22:56   좋아요 2 | URL
문학에 해박하고 반골기질을 지닌 친애하는 골드문트님, 저는 골드문트님 좋아합니다!! 하지만 여자 남자 서로 좋아만 하며 살기에는 세상이 많이 변해버린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살기 위해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떠나 보내야 하는 건 좀 슬픕니다. 많이 슬퍼요… 사랑은 무엇일까요? 여자는? 남자는? 변한 세상에서도 무언가 방법이 있겠지요. 돈 안되는 걸 계속해(읽고 써)보겠습니다!

2023-01-15 21: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1-15 22: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잠자냥 2023-01-15 22: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동물 성애? 우에엑 토 나와 하고 밀어버리면 그만이지만,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누군가의 삶을 바꿀 수도 있는 책이라고 믿어요. 저는 이 책을 쟝님도 그러한 거 같은데 어떤 대상을 어떻게 사랑해야 제대로 사랑하는 것인가, 거기에 관한 책이라고 읽었어요. 사랑에는 대부분 섹스가 동반하고 거기에는 어떤 형태로든 폭력이 존재하고…. 제대로 사랑할 줄 아는 인간들이 많아진다면 섹스가 폭력이 되는 일은 없으리라 믿습니다.

공쟝쟝 2023-01-15 22:29   좋아요 2 | URL
네 잠자냥님… 저는 이 글을 사랑의 윤리학 폴더에 넣었습니다.(ㅋㅋㅋㅋㅋ) 저는 사랑을 모르겠어요. 저는 섹스를 모르겠습니다. 저는 사랑도 섹스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좀 인정하게 되었고요, 없다고 후려치지는 않고 추구해보마 싶어졌습니다. 제대로 사랑하기 위해 내가 버려야 하는 것 포기해야하는 것이 있다면 그렇게 하자고 다짐합니다. 그게 섹스일수도 있고요… 암튼 쉽게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잠자냥 2023-01-15 22:36   좋아요 1 | URL
자냥은 사랑 장인임 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3-01-15 22:37   좋아요 1 | URL
어쩐지 글을 너무 잘쓰더라… 역시 여자는 똑똑해야 사랑도 잘해….💕

은오 2023-01-15 23: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쟝님의 독후감 기다렸습니다! 이 책 읽기를 잘한 것 같아요 저도. 이틀 지나니까 더 그렇습니다. 근데 이제 머릿속에서 조금 떠나줬으면 좋겠는데 자꾸 생각나버림...

공쟝쟝 2023-01-15 23:13   좋아요 2 | URL
네 저는 동물성애자가 아닌 것 같아요… 그런일(?)이 생길까봐 말과 개를 앞으로 반려종으로 들일 수 없어져버렸으니까요…. 난 냥성애자인걸루 ㅠㅠㅠ

잠자냥 2023-01-15 23:20   좋아요 2 | URL
큰 개 산책시키는 사람들 보면 자꾸 이상한 생각들지 않던가요….;;; ㅋㅋㅋㅋㅋ

공쟝쟝 2023-01-15 23:21   좋아요 2 | URL
우린 망했어… 과계몽당했어….

은오 2023-01-15 23:22   좋아요 3 | URL
아진짜ㅋㅋㅋㅋㅋ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만그만!!!!! 진짜 망했어...

은오 2023-01-15 23:24   좋아요 0 | URL
오늘부터 집앞 공원산책 금지다 난

공쟝쟝 2023-01-15 23:25   좋아요 0 | URL
인간 종 중심의 성애에서 눈을 돌리면 내 장속의 유산균도 사랑할 수 있게 됩니다. 우리는 공생하는 존재. 외롭지 않아. 혼자 있어도… 난…

잠자냥 2023-01-15 23:26   좋아요 0 | URL
서울에 말이 없어서 다행이지 원..;; 한동안 제주도 여행 금지.

공쟝쟝 2023-01-15 23:27   좋아요 1 | URL
은 오 님 대체 내게 뭘 읽힌 겁니꽈? ㅋㅋㅋㅋㅋㅋㅋ 하…..
 
성스러운 동물성애자 - 종도 편견도 넘어선 사랑
하마노 지히로 지음, 최재혁 옮김, 정희진 해제, 강상중 추천 / 연립서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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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성애는 수간이 아니다. 사랑, 존중, 관계의 평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읽으면서 끄덕일 수 밖에 없을 책. 폭력이 성애화 되어있는 사회에서는 동물과의 섹스보다 인간과의 섹스가 더 어렵다. 내 결론은 우정이 짱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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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3-01-14 21: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정이 있다면 섹스 따위 없어도 괜찮다. 언어가 있는 인간으로 태어난 것이 무척 짜증스럽다. 어쨌든 책의 끝 부분에 가서는 펑펑 울었다. ….

은오 2023-01-14 21: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여기 설득당한 사람 한명 더 추가욬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3-01-14 21:08   좋아요 1 | URL
라면사리 추가요…. ㅜㅜ 우정이 짱이야…. 은오님 오래오래 내 우정하자..

은오 2023-01-14 21:11   좋아요 1 | URL
좋아요 ㅋㅋㅋ >< 아, 마지막에 그 키홀더 저도 찡하더라고요... 결론 공감합니다.

공쟝쟝 2023-01-14 21: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근데 내 백자평만 보면 나는 완전 동물성애자 되버렸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여러분 제가 수간을 옹호하는 건 아니고요, 동물성애를 옹호하는 것도 아닙니다. ㅋㅋㅋㅋㅋ 앍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망햇다… 망햇어… 내 백자평… 와… 백자평의 폐해다 이건… 하지만 긴 글을 쓰긴 귀찮고.. 여러분 그런거 아닙니다…ㅋㅋㅋㅋ

잠자냥 2023-01-14 22:3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 이렇게 우리는 제타를 이해하는 (이해) 옛다 모임을 만들고….

은오 2023-01-14 22:37   좋아요 2 | URL
제타 회원들이 좋아하겠다...

공쟝쟝 2023-01-14 22:39   좋아요 3 | URL
이 말장난 참 좋네요 ㅋㅋㅋ 옛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반려묘 집사로서… 좀 이해되는 부분 많았어요…. 뭐랄까… 하…. 아니 그러니까 섹스까지는 너무 갔긴 했는데… 앍ㅋㅋㅋㅋㅋ (쉬밬ㅋㅋㅋㅋ) 암튼… 왜 왜 긴글을 읽어야 하는 지에 대해서도 이렇게 … 왜 왜 긴 글을 쓸 수 있어야 하는 지에 대해서도 이렇게 깨닫네요.

공쟝쟝 2023-01-14 22: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여러분 놀라지 마세요, 이 책은 수간이 아닌 남성성기 중심의 섹스와 강간문화에 대한 비판서로도..읽을 수 있으며.. 전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저주 받은 언어능력 대한 회의를… 뜨아… 좋은 책이엿어 ㅜㅜ

책읽는나무 2023-01-14 22: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알겠어요. 알겠어!!!
공쟝님 마음 전해받았어요ㅋㅋㅋ
근데 책 마지막은 눈물 버튼이에요?
아.....

공쟝쟝 2023-01-14 23:11   좋아요 3 | URL
앎비앎 책이었습니다 ㅋㅋㅋㅋ 네… 전… 언어가 필요 없는 지배하지 않는 존중이 담긴 찐 사랑을 본 것 같습니다. (몇가지 사례는 뜨악하긴 했는데여….) 그리고… 그건 제가 원하는 거죠…

그레이스 2023-01-15 01: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조금 놀라서 들어왔습니다.
공쟝쟝님 댓글이 더 많은 이유를 알것 같군요^^

공쟝쟝 2023-01-15 19:25   좋아요 1 | URL
핫 ㅋㅋㅋㅋ 놀라지마용 ㅋㅋㅋ 해치지 않아요 ㅋㅋㅋ

새파랑 2023-01-15 17: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의 내용이 좀 쇼킹하긴 하던데

공쟝쟝님의 결론처럼 우정이 짱! 맞습니다~!!

공쟝쟝 2023-01-15 19:25   좋아요 2 | URL
짱짱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