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 <성聖스러운 동물성애자> 리뷰.
하, 그렇게까지 할 필욘 없잖아요.
대화와 섹스
성스러운 동물성애자 - 종도 편견도 넘어선 사랑
하마노 지히로 지음, 최재혁 옮김, 정희진 해제, 강상중 추천 / 연립서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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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내용과 동물성애에 대한 해제는 

은오님과 https://blog.aladin.co.kr/751596223/14264235

잠자냥님의 https://blog.aladin.co.kr/socker/14265515

훌륭한 리뷰를 읽어보시고...

이 독후감은 정말 읽고 난 뒤의 나의 독후감 


0. 


홉스가 땅콩을 떼던 날 나는 마음이 아파서 울먹울먹했다. 정작 목 보호대(?)를 낀 그는 암시랑토 안 해 보였지만. 나의 표정이 너무 심각해 보였는지 수의사가 말했다. “괜찮아요. 고양이는 인간처럼 통각이 발달하지 않아서… 보호자님이 생각하시는 것처럼 아프지는 않을 겁니다.” 


인생과 묘생은 다르지. 인간의 통증과 고양이의 통증도 다르다. 땅콩을 뗀 것이 아플까 봐 마음이 아픈 것은 아니었다. 나와 살기 위해 네가 감당해야 하는 것에 너의 의사를 물어볼 수 없다는 게 마음이 아팠고, 생각보다 너무 빨리 어른이 된 것처럼 생각보다 빨리 내 곁을 떠날 수도 있다는 사실이 확 끼쳐왔기 때문일 거다. 네가 말을 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아니다. 네가 말을 하지 않아서 좋기도 하다. 


어쨌든 난 언어가 없지만 홉스와 의사 소통을 한다. 정말 말 그대로 소통인데… (이렇게 말하면 좀 이상하지만 ㅋㅋㅋㅋ) 홉스도 제법 자기표현을 잘하는 냥이라고 난 생각한다. (밥, 물, 간식, 놀아주기, 턱 긁어주기, 명확함ㅋㅋㅋㅋ) 물론 그가 표현한다고 다 응해주진 않는다. 대체로 그도 나를 귀찮아하고, 나도 그를 귀찮아한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는 내가 밥 먹을 때 꼭 화장실을 간다. 예끼. 버릇없는 고양이. 겨울엔 둘 다 전기장판 러버고 그냥 같이 누워서 귤 까먹으면서 책을 읽는다. 


일설에 의하면 고양이는 순간을 산다고 한다. 그런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아무튼 혼자 살고 혼자 일하고 일상의 대부분을 집에서 혼자 보내는 나는 홉스가 없는 삶을 지금은 좀 상상하기 어려운 것 같다. 현시점에서 내가 가장 아끼는 존재는 홉스가 맞다. 인간-비인간-사물 통틀어서 그렇다. 이런 나는 동물성애자인가? 아 그전에 *성애*에 대한 물음표가 생기는 데. 이건 그냥 물음표로 남겨두고. 난 사람들이 이 책 많이 읽었음 좋겠다.



1.


- 나는 ‘사랑’을 잘 모르겠다. (21)

- 나는 ‘섹스’를 잘 모르겠다. (21)


- 하지만 사랑과 섹스를 비웃고 경시하는 태도로는 결코 상처가 회복되지 않는 점은 명백했다. 마음 깊은 곳에서는 사랑과 섹스가 무엇인지 이해하고 싶다는, 아주 강렬한 욕구가 생겨났다. 나 자신을 끊임없이 괴롭히는 문제에 나만의 관점을 가지고 싶었다. (25)


- 한 사람에게 누군가가 특별한 까닭은 공유한 시간을 통해 형성된 그 사람만의 독특한 퍼스낼러티에 매료되어서다. 퍼스낼러티는 계속 변화하면서 동시에 생성되기 때문에, 그 사람과 더 긴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어 진다. 그리고 그 사람과 함께하는 동안 새롭게 형성되는 자기 자신의 퍼스낼러티에도 끌린다. 

퍼스낼러티는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느끼는 방법이 달라지기도 한다. 연인 사이가 아니라면 알 수 없는 퍼스낼러티, 가족끼리만 이해하는 퍼스낼러티처럼 말이다. *이렇듯 관계성에 의해 형성되는 퍼스낼러티는 인격이나 개성, 성격과는 다른 개념이다.*(74)


- 패시브 파트가 섹스에서 얻는 최대의 기쁨은 지배자의 입장에서 내려온다는 기쁨이다. …  그들은 페니스의 폭력성에서 해방되었다는 사실로 인해 자기 자신도 전혀 폭력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는 셈이 된다. 

하지만 성폭력의 본질이 페니스 자체에 있을 리는 없다. 지극히 단순하고 맹목적으로 페니스에서 폭력성을 찾아낸 후 섹스에서 폭력의 가능성을 제거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남성, 엄밀히는 페니스를 ‘악’으로 만드는 식으로는 해결책을 찾기는커녕 강자와 약자, 가해자와 피해자의 이항 대립을 손쉽게, 끊임없이 만들어 낼 뿐이다. 성폭력의 본질은 다른 지점에 있으며, 성별이나 성기의 형상과는 근본적으로 관계가 없다.(159) 


- 여전히 ‘그런’ 나인 것이다. (168)

- 말보다도 앞서는, 스스로도 어떻게 할 수 없는 육체가 있다. (169)

- 그러면 어느덧 정신과 육체는 분리된 역할을 기대한다. 정신은 이 상황을 설명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서만 작용하며, 뇌는 이것저것 이유를 찾는다. 육체는 그 정신을 유폐하는 감방으로 변해 자유를 빼앗으며 도망치는 일 자체를 허락하지 않는다. 정신은 신체를, 신체는 정신을 산 제물로 삼는다. (170)


- 그리고 그 ‘말에 의한 합의’는 그 남자의 폭력적 성행위를 정당화해 버린다. 그렇게 섹스에 있어 거짓 대등성이 출현한다. 

말에 의한 합의가 있었다면 성폭력이 아니라는 논리가 도대체 어떻게 가능할까? *언어를 사용하는 우리는 언어를 중시할수록 덫에 빠진다.* 언어는 신체로부터도, 정신으로부터도 떨어진 곳에 있다. 편리한 도구지만, 자신의 모든 순간을 표현할 수는 없다. *언어가 짜낸 거친 그물코에서 너무나도 많은 것이 빠져나온다. 언어에 익숙해진 나는 언어를 닫아버린 워크숍에 참가하면서, 스스로가 얼마나 둔하고 표현력을 결여한 인간인지 뼈저리게 느꼈다*. (170)


- 실은 성폭력 또한 섹스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일방적인 사정욕에 따른 행위로서 섹스가 존재하지만, 욕망의 근원에는 ‘상대를 지배하고 싶다.’는 바람이 있을 뿐이다. 폭력 속의 섹스는 목적이 아니라 지배하기 위한 방법일 뿐이다. 지배야 말로 성폭력의 본질이다. (245)


-그건 강인하다는 의미예요. 인생에는 공포와 슬픔이 존재한다는 사실, 그리고 그것들은 왔다가도 언젠가는 사라진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다면, 더 이상 그런 두려움에 휘둘리지 않고도 살 수 있지 않겠어요? (251)


-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섹스가 변명과 이유를 필요로 한다. 그리고 사랑은 떳떳하지 못한 섹스를 강력하게 덮어버린다. … 사랑은 항상 꿈처럼 사람들을 덮쳐온다. 사랑에 실체가 있고, 그 실체에 의해 언제나 성립하는 진실이 존재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렇게 생각하는 나에게 주파일은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것 같았다. 

그럼 당신은 사랑 없이 누군가와 대등하게 존재했던 적이 있었어? (256)


은 내가 다른 색의 형광펜을 칠했던 문장들이다. 

가장 좋았던 문장은 260페이지인데… 그건 독자의 즐거움을 위해 패스.


2.


당연히 나는 수간에도 동물성애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그런데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 책은 내 앎을 비워내게 하는 앎을 선사했다. 내가 향하고 있는 어떤 앎에 가닿는 일이 결국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 일이라는 것도.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난 이 책을 몸에서 자꾸 미끄러지는 ‘언어’에 관한 책으로 읽었다. 인간의 언어가 담아내지 못하는 소통에 대한 희구로 읽었다. 비인간 동물에 대한 우정을 느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꼭 권하고 싶은 텍스트다. 물론 언어는 인간에게 훌륭한 도구다. 그러나 언어는 인간이 지닌 굴레고 소통과 사랑을 방해하는 저주일지도 모르겠다. 언어/몸, 생각/감정, 물질/관념 이항대립이 아니다. 나뉘어져 있지 않다. 관계 속에서 존재한다… 수준으로 갈음하는 것은 너무 쉽고 편한 방식같다. 관계… 어떤 관계? 나는 이걸 잘 설명하고 싶다. 하지만 설명에는 실패할 것이다. 다만 누군가는 읽겠지. 읽고 더 훌륭한 통찰에 가 닿을지도 모르겠다. 아아, 어제의 독서를 기점으로 나는 제법 확신하게 되었다. 그가 읽어낼 수 있는 만큼이 그 사람이다. (당연히 이것은 질의 문제지 양의 문제가 아니다.) 


나는 글을 읽고 쓰는 것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언제나 ‘진짜’는 행간과 여백에 있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진짜’는 쓰지 못한다. ‘진짜’는 쓸 수도 없다. 그런 의미에서 모든 글은 픽션이다. 나는 내가 쓰는 것보다 쓰지 않는 것이 훨씬 더 나를 많이 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쓴다. ‘진짜’에 다가가기 위해 노력했다는 흔적을 언어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남겨두는 방법을 터득하지 못했다. 누군가는 노래를 하고 춤을 추며 연주를 하고 그림을 그리고 공부를 하고 스포츠를 연마하며 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또 누군가는 섹스를 하기도 할 것이다. 우리는 그것들에 감동을 받는 데, 그 까닭은 그런 형태의 ‘앎’에 다가가기 위해 자아(편의상 자아라고 표현하자)를 조절하는 훈련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 맥락에서 장인 혹은 공쟝쟝인을 떠올리는 당신, 그렇다. 당신은 문맥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나는 대화를 좋아한다. 대화는 언어가 아닌 비언어적 신호로 이루어져 있다. 좋은 대화는 말을 잘하는 사람보다는 몸을 잘 쓰는 사람과 이루어진다. 나는 20대 내내를 좋은 대화를 하기 위한 몸을 연마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뭐, 우리가 만날 수 없으니 진위여부는 알려줄 수 없으며 모든 글은 픽션이다. 암튼 내가 그렇다면 그런거다ㅋㅋㅋ 그런 의미에서 어떤 종류의 사람과의 대화는 나를 무척 실망시키는 데, 그건 대체로 언어 혹은 머리(로 통칭되는 어떤 관념? 추상화? 서사화?)를 잘 사용하는 종류의 인간인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들은 생각을 잘 벼리느라 대화에 맞는 몸을 훈련하는 방법을 잊은 것 같은 데… 그렇게 살아도 살아졌다는 걸 감사하게 여기기를. 


여하튼 이 책에 따르면 나는 패시브 파트에 더 익숙한 대화 상대이기도 한 것 같다. 요즘엔 액티브 파트로 넘어가는 수련 중인데… 그러려면 글을 좀 더 써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지적이고 유머러스한 친구들과의 애정 어린 대화에 끼고 싶기 때문이다. (그건 단발머리님의 <연애에 빠진 로맨스>리뷰 https://blog.aladin.co.kr/798187174/14268537 참조 ) 


3.


A와 헤어지는 게 싫고 그러나 또 좋아서 우산을 쓰고 꼭 껴안았다. 오늘의 대화는 성공. 오늘의 식사 메뉴도 나름의 성공. 내가 삶에서 조율하고 실패하는 것들을 이야기하자 그는 나에게 “그게 왜 사랑이 아니냐고, 쟝님은 사랑을 잘하는 사람이다”라고 말해주었다. 나는 노력한다. 언제나 노력하고. 가끔은 노력하지 않는 것을 노력한다. 나에게는 성애보다 우정이. 섹스보다는 대화가. 경계를 조율하며 더 깊은 이해에 가닿는 관계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 고독이 필요하다. 잠이 필요하고. 복수가 필요하지. 내 몸에 기입된 지배의 언어들을 털어내는 복수. 


큰 페니스를 추앙하는 이성애 중심 사회는 사랑의 목표이자 결승점이 섹스인 것처럼 포장한다. 사람들은 그것을 원하고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원하므로 거기로 돈이 흘러간다. 이미지화된 섹스, 섹스화된 이미지. 자, 중요한 건 *누가 만든 이미지*냐는 거다. 고작 페니스를 달고 나온 기득권으로 신체의 성적이슈가 *발기-사정*이 전부인 자들이 만든 문화 속의 이미지는 *(정희진 해제278 페이지에 따르면) 월경(이것은 28일 주기로 반복되며 이것을 하기 위해서 여성의 몸에서는 아주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그것은 다양한 질 모양만큼 다양한 증상들로 이루어져 있다. 아, 피곤해...)-피임-출산-임신중단-유산-육아-완경* 등 생애 전 과정이 재생산 및 성적 이슈로 점철된 복잡한 여성의 몸(이것이 현실이다, 이미지화된 여성의 몸이 아니라 이게 현.실. 여성의 몸이라고...)을 지들 좋을 대로 대상화 한다. 그런 시선이 문제다. 그런 시선이 폭력이다. 남성문화가 만들어낸 이미지가 현실이 아니라고 말하는 페미는 정신병인가? 아. 이게 현실인데요. 아. 이게 현실입니다. 똑똑. 이미지가 현실이 아니고요.   


나의 안티 섹스 어쩌고(아, 근뎈ㅋㅋㅋ아니라고욬ㅋㅋㅋ!!!)는 얼마나 많은 섹스가 사랑을 파괴하는지에 대한 반동이자 조롱의 언어다. 나는 나의 언어가 점잖은 사람들에게는 점잖아서, 섹스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섹스를 싫어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섹스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은 섹스에 환장한 사람인 것 같아서, 섹스섹스섹스섹스섹스!!!!! 부담스럽고 불편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뭐 이런 모두가 뒤섞여 사는 포스트모더니즘 한국 사회에서 당신의 불편함이 어떤 종류와 질감의 것이든. 섹스섹스섹스섹스섹스!!!!!! 슬프게도 우리 모두는 이성애 삽입 섹스의 결과물이므로... 그건 나를 좀 답답하게 하는 데... 왜 답답한지는 차츰 써나가 보도록 하겠다. 


난 섹스와 재생산을 분리해서 재생산 자체를 공동으로 하는 미래에 대한 SF소설을 읽은 적이 있다.(<시간의 경계에 선 여자> 마지 피어시 소설이고 절판됨) 생물종 다양성을 위해 인간의 개체수를 조절하는 ㅋㅋㅋㅋ 미래에서의 젠더와 섹스(생물학적 성 말고 행위!! 그 섹스 맞다!)는 매우 신박하여 나는 좀 놀라기도 했는 데... 이 <성스러운 동물성애자> 책에서 받은 느낌이 그 소설을 읽었을 때 받은 느낌과 비슷했다. 응?네?응?네?응? 그리고 난 뒤에 아.... 아!


어쨌든 나에겐 타자들의 섹스를 좋아하고, 싫어하고, 비웃고, 떠들 권리가 아예 없다는 걸 책을 통해 확실히 알긴 했다. 내가 *안티*삼는 것은 성애나 섹스가 아니다. 폭력이다. 통제욕이며 지배욕, 대상화다. 그리고 그건 이렇게 추상화되고 응축된 개념이 아니라 현실에서 경험으로 드러난다. 나는 신경써서 살지 않으면 언제나 그들에게 당하거나 그들이 되버릴 수도 있다는 걸 좀 알게 되었다. 이런 미디어 환경에서 그런 사람은 더욱 많아질 예정이다. 그리고 많은 확률로 남자들이 좀 더 많다.


성매매가 우정의 확인이며, 포르노가 사회화의 도구, 여성의 성은 위로 아니면 트로피인 한국 남성 일반의 강간 문화에서 나 같은 이성애자 여성이 할 수 있는 선택 중에 하나로 *안티 섹스*도 생겼다는 건 암튼 좀 재밌다.(신자유주의의 성과닼ㅋㅋ) 안 해요. 안 합니다. 왜 목숨을 걸고 섹스를 해야 합니까? 섹스 아니어도 좋은 거 천지 삐까린데... 섹스가 하고 싶으면 본인은 *일반적인 한국 남성*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세요. 왜 이렇게 징징대요. 너네 문화 안 바꾼 건 너네잖아. 아무튼, 여자에겐 거부할 권한이 없다고 생각하는 남자들에게 *안티 섹스*를 외치는 여자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불편해서 박멸시켜버리고 싶은 어떤 것일 거라는 건 즐겁다. 니들은 신자유주의 경쟁에 도태되어 열등감에 미쳐 돌아가시는 데, 여자 주제에 열등감이 없다니 너무 신기하지? 그런데 어쩔래. 나는 정말 열등감이 없지롱~ 섹스로 위로 안받아도 되고요~  한달에 한번 생리하는 것도 바빠서 남의 사정에는 관심이 없답니다~~ 나는~안티~섹스여. 하지만 사랑은 포기하지 않지. 나는 사랑을 아는 여자. 후훗. 사랑과 우정 정의의 이름으로 안.티.섹.스!


4. 

그러니까... 세상은 복잡하지만, 우리는 때때로 정치적인 결단을 해야 한다. 

선택지가 yes or no밖에 없는 세상에서 같은 정치적인 결단을 한다고 같은 밀도의 그것은 아니라는 것. 

그래서 너는 섹스야, 안티섹스야? 난 안티섹스다.

그래서 너는 페미야, 아니야? 난 페미다.

그래서 넌 빨갱이야 아니야? 난 빨갱이다

그래서 넌 윤석열이야 이재명이야? 웩 나는 이재명이다.

그래서 너는 동물성애자야? 그렇다면 난 으윽 동물성애자다.


하. 이런 세상에서 저따위 정치적인 결단을 하고 있어버리니 돈없는 내가 이런 세상에서 살기 힘들지요. 😩 돈이 있으면서 저런거를 말하면 졸라 뽀대날텐데~ 나는 돈을 돈을 많이 벌고 싶어요오오오~ 


어쨌든 나는 이런 두 가지 질문 밖에 못하는 (혹은 못하게 만드는) 오로지 선택지를 두 가지로만 제시(제시해도 된다고 생각하는)하는 세상이 절라 좃 같다고 생각한다. 하다 못해 아이스크림도 써리원인데... 좀 살기 팍팍하긴 해도 다양한 질문을 좀 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역시 다양한 질문에 관대해져야지. 여기까지 이 위험한(?) 책을 읽은 나의 최종 감상문입니다.  


아아,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기 전에 걱정했던 가방 끈. 

일론 머스크, 주커버그, 베이조스를 이길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은 나같은 성실한 노동계급이 아니라 목숨 줄을 줄여서 가방끈 늘린 사람들이겠구나....하는 확신이 좀 생김. 나는 돈을 벌테니, 연구자들은 주린 배를 붙잡고 전복적인(?) 질문과 연구를 열심히 하세요. 

대신 난 열심히 읽을거랍니다~ .....  그럼 주말 잘 보내시구요, 여러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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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15 19: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1-15 19: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1-15 19: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1-15 19: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Falstaff 2023-01-15 2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쟝쟝님.
˝성매매가 우정의 확인이며, 포르노가 사회화의 도구, 여성의 성은 위로 아니면 트로피인 한국 남성 일반의 강간 문화˝
이 대목에 관해서는 ˝한국 남자 일반˝에 대하여 적어도 유감 정도는 표해야 하겠습니다. 제가 아는 제 주위의 많은 남자 새끼들은 그렇지 않더랍니다. 아시다시피 전 꼰대 그룹의 일원이며 제 주위의 남자새끼들도 마찬가집니다. 그냥 알고만 계셔도 고맙겠습니다. 대부분의 남자 새끼들은 하루 종일 남근만 세우고 다니지 않습니다. 물론 발정이 나면 눈에 뵈는 게 없긴 합니다만.

글 써서 팔아먹는 작가들이 얘기하는 건 다시 생각해보시는 것이 어떻겠나 싶네요. 걔네들은 돈 버는 게 제일 큰 목적이거든요. 아닌 거 같지요? ㅎㅎㅎ
제가 바라는 건, 그냥 여자, 남자 서로 좋아하면서 살면 좋겠다는 겁니다.
몇 년 전에 바로 이 이야기 했다가 졸지에 ˝개저씨˝란 호칭을 얻어 걸렸는데 말입죠. 이번에도 똑같은 말을 얻어 들을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ㅎㅎㅎㅎ

공쟝쟝 2023-01-15 21:33   좋아요 0 | URL
저런!!! 슬프네요. 골드문트님은 아니다에 한표! 입니다!!! 제가 인정해드릴게요~^^ 오해 당해서 힘드시죠?
제 글에서 이미지화된 섹스, 섹스화된 이미지! 를 한번 더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모든 남자들은 포르노를 본다는 것. 안보셨다면 축하합니다! 그대는 아저씨들의 희망!

공쟝쟝 2023-01-15 21:47   좋아요 0 | URL
후 그리고 저는 엔번방 30만명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습니다….. 포르노 문화는 이런 미디어 환경에서 규범입니다. 모든 애들이 게임을 합니다. 게임 속 여자들의 모습은…
마지막으로 글써서 팔아먹는 작가들이 얘기하는 건??? 이말이 무슨말인지 모르겠어요!!! 추가 설명 부탁합니다!!

Falstaff 2023-01-15 21:59   좋아요 0 | URL
저도 엔번 방이 뭔지, 어떻게 운영하는 건지 모릅니다. 남자 새끼들이 한 거란 건 인정합니다. 그러나 그것과 관계해서 한 방에 똥바가지 같이 뒤집어 쓰기는 싫습니다. 저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답니다.
아, 작가 말씀하시는 거군요. 확대 과장해서 말빨 늘이는 사람들을 일컬었던 것인데, 이 책을 쓴 사람을 두고 한 말은 아니었습니다. ㅎㅎㅎ 진짜 아니었습니다. 비슷한 저작이 많아서 그냥 불쑥 나왔던 거 같습니다. 이해 바랍니다. ^^

공쟝쟝 2023-01-15 22:32   좋아요 3 | URL
네! 골드문트님 ‘몰라도 되는’ 거잖아요. 저는 왜 알고 싶었겠나요? ㅋㅋㅋ 지켜야하니까요. 살아남아야 하니까요. 가장 사적인 섹스가 가장 공적인 매체에 올리가서 수만명이 볼 수 밖에 없는 미디어 시대에 살아가니까요. 어떻게 해결해야해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같이 똥바가지 뒤집어 쓰란 말이 아닙니다. 좀 억울하신 마음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이건 좀 맥락이 있는데요, 전 20대 내내 여자들은 운전하면 김여사 커피마시면 김치년이 되고 거기에 대항하는 말을 찾지 못하고 내가 김여사가 될까봐 김치년이 될까봐 자기를 검열했어요. 남의 섹스까진 모르겠지만 제 섹스는 포르노에 영향를 안받았다고는 말을 못하겠네요.
나는 아니다. 좋아요, 좋습니다. 우린 아니다! 좋아요 인정할게요. 그런데 골드문트님은 *일반적인 한국 남성*은 아니십니다. 제가 읽어온 바로는 그래요!!
골드문트님 같은 남성들이 대.다.수 였음 참 좋았을 텐데요. 왜… 일부 한남들은 화장실에서 카메라를 촬영할까요? (그런 경험을 한번 하면 화장실을갈 수 없습니다. 저는 일반적인 여성인데 몇 번 겪었습니다.) 저는 근본을 묻게 되었어요. 왜… 왜….?!? 그리고 공부를 하고 글을 쓰게 되어버렸습니다ㅠㅠㅠ 돈을 더 벌어야 하는데요 ㅠㅠㅠㅠㅠ

은오 2023-01-15 22:37   좋아요 2 | URL
나도 남자로 태어나서 그게 뭔지 몰라도 됐으면 좋았겠네

공쟝쟝 2023-01-15 22:56   좋아요 2 | URL
문학에 해박하고 반골기질을 지닌 친애하는 골드문트님, 저는 골드문트님 좋아합니다!! 하지만 여자 남자 서로 좋아만 하며 살기에는 세상이 많이 변해버린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살기 위해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떠나 보내야 하는 건 좀 슬픕니다. 많이 슬퍼요… 사랑은 무엇일까요? 여자는? 남자는? 변한 세상에서도 무언가 방법이 있겠지요. 돈 안되는 걸 계속해(읽고 써)보겠습니다!

2023-01-15 21: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1-15 22: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잠자냥 2023-01-15 22: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동물 성애? 우에엑 토 나와 하고 밀어버리면 그만이지만,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누군가의 삶을 바꿀 수도 있는 책이라고 믿어요. 저는 이 책을 쟝님도 그러한 거 같은데 어떤 대상을 어떻게 사랑해야 제대로 사랑하는 것인가, 거기에 관한 책이라고 읽었어요. 사랑에는 대부분 섹스가 동반하고 거기에는 어떤 형태로든 폭력이 존재하고…. 제대로 사랑할 줄 아는 인간들이 많아진다면 섹스가 폭력이 되는 일은 없으리라 믿습니다.

공쟝쟝 2023-01-15 22:29   좋아요 2 | URL
네 잠자냥님… 저는 이 글을 사랑의 윤리학 폴더에 넣었습니다.(ㅋㅋㅋㅋㅋ) 저는 사랑을 모르겠어요. 저는 섹스를 모르겠습니다. 저는 사랑도 섹스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좀 인정하게 되었고요, 없다고 후려치지는 않고 추구해보마 싶어졌습니다. 제대로 사랑하기 위해 내가 버려야 하는 것 포기해야하는 것이 있다면 그렇게 하자고 다짐합니다. 그게 섹스일수도 있고요… 암튼 쉽게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잠자냥 2023-01-15 22:36   좋아요 1 | URL
자냥은 사랑 장인임 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3-01-15 22:37   좋아요 1 | URL
어쩐지 글을 너무 잘쓰더라… 역시 여자는 똑똑해야 사랑도 잘해….💕

은오 2023-01-15 23: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쟝님의 독후감 기다렸습니다! 이 책 읽기를 잘한 것 같아요 저도. 이틀 지나니까 더 그렇습니다. 근데 이제 머릿속에서 조금 떠나줬으면 좋겠는데 자꾸 생각나버림...

공쟝쟝 2023-01-15 23:13   좋아요 2 | URL
네 저는 동물성애자가 아닌 것 같아요… 그런일(?)이 생길까봐 말과 개를 앞으로 반려종으로 들일 수 없어져버렸으니까요…. 난 냥성애자인걸루 ㅠㅠㅠ

잠자냥 2023-01-15 23:20   좋아요 2 | URL
큰 개 산책시키는 사람들 보면 자꾸 이상한 생각들지 않던가요….;;; ㅋㅋㅋㅋㅋ

공쟝쟝 2023-01-15 23:21   좋아요 2 | URL
우린 망했어… 과계몽당했어….

은오 2023-01-15 23:22   좋아요 3 | URL
아진짜ㅋㅋㅋㅋㅋ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만그만!!!!! 진짜 망했어...

은오 2023-01-15 23:24   좋아요 0 | URL
오늘부터 집앞 공원산책 금지다 난

공쟝쟝 2023-01-15 23:25   좋아요 0 | URL
인간 종 중심의 성애에서 눈을 돌리면 내 장속의 유산균도 사랑할 수 있게 됩니다. 우리는 공생하는 존재. 외롭지 않아. 혼자 있어도… 난…

잠자냥 2023-01-15 23:26   좋아요 0 | URL
서울에 말이 없어서 다행이지 원..;; 한동안 제주도 여행 금지.

공쟝쟝 2023-01-15 23:27   좋아요 1 | URL
은 오 님 대체 내게 뭘 읽힌 겁니꽈? ㅋㅋㅋㅋㅋㅋㅋ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