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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방 쏜살 문고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미애 옮김, 이민경 추천 / 민음사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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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의 방

그에겐 ‘자기만의 방‘이 있다. 땅콩을 떼긴 했지만 (ㅜㅜ) 어쨌든 수컷이고, 이름이 있긴 하지만 묘권침해의 우려가 있으므로, 편의상 ‘H군‘이라고 부르겠다.

H군에게는 자신의 방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것은 철제 바스켓으로 구성된 수납함. 집사자매들이 원룸 살때 부터 사용한 유구한 전통을 가진 자주 입는 옷들을 쌓아두는 가구(?)이다. 매우 실용적이긴 하나 미관상 좋지는 않은... 철제 바스켓은 4단이었고, H는 아깽이 시절부터 세번째 칸에 들어가 있기를 즐겨했다. 물론(!) 거기에 쌓인 옷들을 다 배아래 깔고 말이다..

˝H야, 거기가 좋아?˝ 도통 안에서 나오지를 않아, 셋째 칸의 옷을 비우고 방석과 천 등을 깔아주었다. H는 무럭무럭 자랐다. 그가 뿜어내는 검은 털들도 무성해졌다. 나머지 칸들이 털에 영향을 받기 시작했기 때문에 더 이상 바스켓에는 옷을 둘 수 없게 되었다. 우리는 3층을 제외한 나머지 칸에 책을 쌓아두고 잡동사니들을 수납하기 시작했다. 혹시 몰라 귀여운 쿠션 하우스와 들어갈 수 있는 캣타워 등을 사줬지만, H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
아름답지 않은 철제 수납함.. 이사하면서 조금은 더 단정한 방을 위해 두고 올까도 싶었지만, 하루 종일 누워있던 H군의 모습이 눈에 밟혔다. 결국 가져왔지.

이번엔 책상 옆에 두고 (컴퓨터 하다가 마음이 내키면 바로 손을 뻗어 H를 쓰다듬을 수 있다. 방금도 쓰다듬었지롱~🤤) 쿠션을 깔아드렸다. 여전히 그는 3층만을 사용한다. 내가 있건 없건, 잘때건 놀때건, 거기서 지내는 편이고, 보통은 드러누워있으며, 때때로 네칸 전체를 흔들며 그루밍을 하신다. (H, 이젠 거기가 좁아보이는 데...) 지금도 자신만의 방에서 턱을 괴고 눈만 꿈뻑꿈뻑 사색 모드인데, 어떤 작품을 구상하고 계신지는 모르겠으나, 니가 거기를 좋아하는 건 알겠따😸!!
*
그래도 나는 종종 상상하곤 해.
좁은 방안에서도 가장 어두운 수납칸에서 웅크리고 있는 네가 아닌, 오후의 햇살을 받으며 잔디밭에 누워있는 너. 넓은 들판을 달리는 너, 나비를 잡으려 버둥거리는 너, 민들레 홀씨로 장난 치는 너를.




2. 나의 방

어릴 때는 대가족의 틈바구니에서, 내 책상도 없이 자랐다. 대학에 입학해서도 기숙사에서 지냈고, 고시원 생활을 1년 반 정도 했는데 그땐 관계중독이었다.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같이 술마셔 줄 사람들을 찾아다녔지. 좁아터진 고시원을 더는 견디지 못하겠다 느꼈을 때 쯤 대학생이 된 동생과 함께 자취를 했다.

그 후로도 오랫동안 자매님들과 함께 살았다. 원룸에서 투룸에서 쓰리룸으로.. 하지만 ‘나만의 방’이 생기진 않았다. 그러고 보면 내가 진짜로 ‘자기만의 방’을 가진 것은 석달이 조금 안된 셈이다.
*
약 3년에 걸쳐 인맥의 90%정도를 다이어트했다. (나는 관계에서 내가 먼저 거리를 둔다는 가능성을 생각조차 해 본 적이 없는 거절공포증이 심한 인간이었다.) 한번 정리하기 시작하니 정리들이 절실해졌다. 올해 들어 다니던 일도 그만두고, 오랜 연인과도 헤어지고, 마지막으로는 자매들과 살던 집에서도 독립한 상태다.

여기까지 적고나니 히키코모리 같아 보이지만, 인생에서 단 한번도 제대로 혼자였던 적이 없었으므로 지금이 너무 소중하다. 난생 처음 혼자 사는 기분은... 외로울 줄 알았는 데, 왜 이렇게 가뿐한 느낌이 들지? 허허...

겨우 월세 낼 만큼만 돈을 벌고, 재취업을 위한 교육을 받고, 일주일에 두번씩 요가도 가고, 날이 좋을 때는 산책도 한다. 집에 들어와 청소하고, 고양이 밥주고 똥치우고 털 빗어준뒤, 나를 위한 한끼를 열심히 차려내서 먹고 설거지하면 밤이 오고, 그러면 책 읽다가 잔다. 으어~ 하루가 너무 빠르다.
*
언젠가 이동진 작가가 팟캐스트에서 책을 본인처럼 많이 읽으려면 사람을 안만나면 된다고 했었다. 일을 때려치울 때는 분명히 실컷 책이나 보겠다고 별렀는데, 책만 보기엔 난 잠이 너무 많고(수면시간 만큼은 풍부히.. 확실히 피부가 좋아졌다), 분명히 인맥 다이어트를 했는데도 친구가 많..다.

거르고 걸렀는데도- 중고딩친구, 대학친구, 직장친구, 동네친구, 여타의 친구 친구 등등을 일주일에 한번씩만 만나도 일년이 금방 가네?🤔 이놈의 결혼식은 왜 이렇게 많은거며, 현대문명의 수혜로 인스타 친구와 서재 친구들에게도 좋아요 꼭꼭 눌러줘야 하는 바쁜인생..... ㅋㅋㅋ




3. 자기만의 방

그래도 예전에 비하면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기도 했고, 아무도 방해할 수 없는 진짜 ‘나만의 방’이 생기기도 해서 기념이다!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을 읽기 시작했다.

년 500파운드와 자기만의 방. (현시가 연봉 4500으로 추정.. 넘나 아득하고요😰 이제 겨우 제 방이 생기긴 했는 데 본질은 건물주의 방이겠지요?.)
이미 백 여년 전 그것을 가져 본 여성의 글은 매우 진-했다.

*

“사색의 낚싯대”를 길게 늘어뜨리고 “사물이 그 자체로” 보일 때 까지 조심스럽게 기다리며 자신의 마음에 집중한 흔적이 역력한 책. 그래서 나도 집중해서 아주 천천히 몇번이고 되짚어가며 읽었고, 많은 문장에 두번 세번 밑줄을 그었다.

오래 전에 이 책에 도전했던 적이 있었다. 그 때는 너무 의식의 흐름같고, 글이 종횡무진 정신없다고 느꼈던 것 같다. 몇 페이지 못가서 읽지 못하고 덮었고, 고전은 역시 어렵나보다 단념했던 기억.

내가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책이 나를 읽기도 한다고 했던가. 페미니즘과 관련된 책들을 조금씩 읽어나가고 있고, 여성으로서의 나를 돌아보고 있으며, 읽고 쓰는 습관이 조금씩 들어가고, 이제서야 ‘겨우’ 혼자있을 수 있게 된(객관적 조건으로도, 정신적 상태로도) ‘2019년 5월의 나’를 책이 읽었다라고 하면 이것은 비약일까.

허풍을 조금 더 보태 ‘운명처럼’ 읽었다. 버지니아울프가 마치 백년 후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라도 되는 것 처럼 느꼈다. 그녀가 조근조근 말해주었다.

*

#자기만의방 ,
어떻게든 너만의 공간과 시간을 만들어 내라고.
쉽게 감정이입하고 더 쉽게 의존해버리곤 하는 너는 그들의 영향력에서 때때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누구도 침범 못하게 방문을 잠그고, 깊이 충분히 스스로에 대해 사색하라고. “서두를 필요”도 없고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되려고 할 필요”도 없다고. (28)
다만 “쓰고 싶은 것을 쓰는 것, 그것만이 중요한 일”이라고. (155)
그러기 위해서

#500파운드 ,
스스로를 먹이고 입히는 경제생활에서 절대 물러나지 말라고. 다른 어떤 조언과 도움보다 현실에서 물적 조건을 마련하는 것이 먼저라고.

“매달릴 팔이 없으므로 홀로 나아가야”하는 네가
언젠가 “스스로 생각하는 것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용기와 자유”가 습성이 될때 까지
“준비해야한다”고.
진짜를, 리얼리티를 쓸 수 있는, 그런 ‘그녀’들이 세상에 출현해야 한다고. (165)

*

‘무언가를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여유와 용기를 갖출 때 까지.
충분히 벌고, 충분히 혼자 있으며, 충분히 읽고, 충분히 사색하고, 충분히 쓰는 것.
그렇게 살고 싶어졌다.
그러나 그것은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
또 그런 여성을 우리 사회는 환대할 준비가 되었는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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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9-05-28 10: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음달 저희 독서 모임 책이라 그런지
더 반갑네요.

솔출판사에서 요즘 버지니아 울프 전집
을 새로 내고 있던데... 아마 그 전에
나오진 않겠지요. 아쉽네요.

자신만의 공간과 시간, 쉽지 않은 명제네요.

쟝쟝 2019-05-28 16:49   좋아요 1 | URL
이 책을 읽다니 고거참 좋은 독서모임이로군요. 좋은 이야기 많이 나누시길..!
자기만의 공간과 시간을 기껏 마련하고도 스마트 폰을 떠나지 못하는 현대인들을 위하여🥂🥂

블랙겟타 2019-05-28 16: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냥이를 키우고 계셨군요 ㅎㅎ
쟝쟝님의 애정이 느껴집니다.
(ღゝ◡╹)ノ♡

저 같은 경우도 다행히 친구는 많지는 않지만(응?) 책만 보기엔 잠을 너무 좋아하구요... 그러는와중에 ‘성의 변증법’은 오구 있구요.. 방 안의 책은 쌓여만 가구요..이 글에서 소개해주신 ‘자기만의 방’ 장바구니에 넣어놨구요...
(*´⌓`*)..

쟝쟝 2019-05-28 16:51   좋아요 2 | URL
으키키! 저 그거 알아요! 영원히 되풀이 되는 읽어야 하는데.. 읽고 싶은데.. 읽고 있는데.. 다른 책 읽고 싶어지는 독서연옥 ㅋㅋㅋ

독서괭 2019-05-28 18: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냥이들은 참 희한한 장소를 좋아하죠^^; 저 수납장 계속 끼고 사셔야겠네요 ㅎㅎ H군 넘 잘생겼습니다😍

쟝쟝 2019-05-28 19:48   좋아요 0 | URL
집사에겐 고양님 칭찬보다 행복한 건 없죠!! 잘생겼다는 말에 배시시 웃고 있답니다 ^_^

붕붕툐툐 2019-06-13 08: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쟝쟝님 집사님이시네용!! H군 넘 멋져요~(묘권을 지키기 위해 이름은 공개하지 않지만, 얼굴은 당당히 공개하겠다!! 잘생겼으니까!!ㅋㅋ)
쟝쟝님의 독립(?)을 축하드려요~ 책 좋아하는 사람 중에 친구 많은 사람 없다고 생각했는데, 쟝쟝님 말씀 들으니 그것도 편견인가봐요~~

쟝쟝 2019-06-13 0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구는 책을 안읽던 시절에 사귀어 두었어요 ㅋㅋㅋㅋ ㅋㅋㅋ 😝
 
캘리번과 마녀 - 여성, 신체 그리고 시초축적 아우또노미아총서 31
실비아 페데리치 지음, 황성원.김민철 옮김 / 갈무리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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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본주의는 노동에 위계/차별을 만들며 발전한다는 것. 
     

최근에 읽은 기본소득 책에서 (가사노동에 대한 임금지불운동으로) 알게 된 ‘달라코스타’의 이름을 여기서 만나다니! 반가웠다. “임금 노동자의 착취는 여성의 가정 내 무임노동이라는 기둥위에 세워졌다”는 너무나 단순하여 읽자마자 진리(!)처럼도 느껴지는 이야기가 자본주의가 생겨나고도 아주 오랜 뒤인 1970년대까지 이론화되지 못했다는 건.. 참, 어이가 없다. 그때까지 남자 지식인들은 엄마 뱃속에서 태어나 엄마가 차려준 밥먹고 엄마가 빨아준 옷 입고 학교가면서 아빠가 벌어온 돈으로‘만’ 공부한다고 생각했나보다. 
     
“(13)맑스의 분석은 노동의 위계와 차별의 여러 층위를 만들어 내는 것이, 생산수단의 파괴만큼이나 자본주의의 구성 및 영속에 중요하고, 실제로 계급관계 규제에서 생산수단의 파괴가 효력을 발휘할 수 있는 유일한 조건임을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인류의 대부분이 생산수단으로부터 이미 분리되어버린 현대사회에서는 노동안에서의 위계와 차별(cf. 정규직-비정규직/성별 임금격차 등)을 만들어내는 것이 노동자에게서 생산수단을 앗아가는 것 보다 더 중요해보인다. 달라코스타와 페데리치 등 70년대 여성운동가들은 맑스가 간과한 부분들을 지적한다. 자본주의는 노동에 위계를 설정하며 발전해 왔다는 것, 그 시작은 노동 안에서의 성별분업화(임금노동에서의 여성배제/ 여성의 재생산 노동의 평가절하 등)였다는 것. 
     
<캘리번과 마녀>는 자본주의가 등장하면서 여성의 재생산노동(흔히, 집안일이라고 하는 가사노동, 출산·육아·돌봄 등 일상생활의 노동)이 어떻게 ‘보이지 조차 않는 노동’으로 ‘자연화’되어버렸는지를 16~17세기의 ‘마녀사냥’을 분석하며 밝히고 있다. 
     
너무 큰 ‘힘’은 그것이 압도적이기에 오히려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난 요즘 ‘자연스럽다’라는 말을 들을 때 마다 뒤돌아보게 된다. 무언가가 ‘스스로 그러한 것처럼 당연히’ 즉 자연스럽게 느껴진다면, 그렇게 되기까지의 이면에 어떤 압도적 힘(폭력, 노력 등등)이 작용했는지도 생각해 보게 된 달까.
     
     
#2. 마녀사냥의 숨은 목적은 여성(&여성노동)의 지위 하락이었다는 것.
     
전(前)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주의로의 이행과정 –시초축적(생산수단을 파괴하여 노동자계급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맑스는 남성 임노동자와 상품 발달 과정의 관점에서‘만’ 검토했다. 그의 반쪽짜리 시초축적은 페데리치의 시각을 추가했을 때 더 온전해진다. 

“(17) 페데리치는 프롤레타리아트가 탄생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성적 계약과 새로운 가부장적 시대를 개시하면서 여성에 대하여 전쟁을 벌이는 것이 필요했음을 보여준다. 이로써 임금의 가부장제가 시작되었다. 마녀박해와 신체의 규율과 관련된 역사에 뿌리를 둔 페데리치의 주장은 여성의 종속이 어째서 토지 인클로저와 ‘신세계’의 정복 및 식민화, 노예무역만큼이나 세계 프롤레타리아트의 형성에 중요했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생산수단으로 부터 쫓겨난 프롤레타리아는 자신의 유일한 생산수단으로 ‘노동력’ 만을 갖는다. 그러나 ‘프롤레타리아 여성’의 노동력은 ‘노동력’의 범주에 조차 들지 못했다. 모든 것을 화폐와 상품으로 치환해내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녀들의 노동은 ‘상품’을 만들어내는 노동이 아니라 ‘노동력’을 재생산하는 노동이었다. 있는 노동이 '없는 노동'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서는 3세기에 걸친 여성비하(마녀사냥)가 필요했다.
     
“(157) 프롤레타리아트 여성은 인클로저 때문에 남성 노동자가 상실한 토지의 대체물이자 가장 기초적인 재생산수단이 되었으며, 또 누구나 뜻대로 전유하고 이용할 수 있는 공유재가 되었다. ... 일단 여성의 활동이 비노동으로 정의되자 여성의 노동은 마치 공기처럼 누구나 마음껏 쓸 수 있는 천연자원으로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여성으로서는 역사적인 패배였다.”
     
유럽의 (남성)농민들은 토지로부터 쫓겨나 프롤레타리아트가 되었다. 그 시기 여성들은 토지뿐만 아니라 공장과 조합장(임금노동)에서도 쫓겨났다. 법적권리도 침식당했다. 여성의 섹슈얼리티는 억압되었다. 임신과 출산을 조절할 권리를 박탈당했다. -> 노동하는 여자를 드센 여자라는 프레임이 씌워졌다. 아내의 소득은 법적으로 남편에게 귀속되었다. 섹슈얼리티를 아는 여성은 창녀가 되었다. 피임방법을 알고 낙태를 하는 여성들은 마녀가 되었다. 


일련의 과정들을 통해 여성은 결국 그 자신들의 신체로부터 쫓겨난다.
“인클로저가 농민들로부터 공유지를 박탈한 것처럼 마녀사냥은 여성들로부터 신체를 박탈했다”

“(168) 유럽에서는 인구위기에 대응하여 여성이 재생산에 종속되었던 반면, 식민지 건설로 원주민 인구의 95%가 사라진 아메리카에서는 노예무역이 나타나서 유럽의 지배계급에게 어마어마한 노동력을 제공했다.... 진정한 부는 노예무역을 통해 축적된 노동이었으니 이 덕에 유럽에서는 불가능했던 생산방식이 아메리카에서는 가능했던 것이다. 
(191) 이처럼 여성과 시초축적의 역사를 개괄했을 때 우리는 새로운 가부장적 질서의 구축, 즉 여성을 남성 노동인구의 하인으로 만든 것이 자본주의 발전의 중요한 양상임을 확인할 수 있다. ... 
국제적 분업과 마찬가지로 성적분업은 무엇보다도 권력관계였다. 즉 그것은 노동인구 내부의 분할임과 동시에 자본축적을 어마어마하게 촉진시켰다.... 자본주의가 가져온 노동생산성의 괄목할만한 증가를 오로지 직무 전문화의 공으로만 돌리는 경향을 생각해 볼 때, 위 관점은 충분히 강조할 필요가 있다. 사실 자본가계급이 농업 노동과 산업노동 간의 분화와, 아담 스미스가 옷핀 제조업의 예를 들어가며 찬미했던 산업노동 내부의 분화로부터 얻은 이익은, 여성의 노동을 평가절하하고 사회적 지위를 격하시킴으로써 얻은 이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이상의 논증에서 드러나는 바, 남녀간의 권력차이와 (자연적 열등함이라는 핑계하에 이루어진) 여성의 부불노동의 은폐덕택에 자본주의는 “보수가 지급되지 않는 노동시간”을 확대할 수 있었고, 여성 노동을 축적하는 방편으로서 남성의 임금을 이용할 수 있었다. ... 시초축적은 무엇보다도 차이, 불공평, 계서제, 분할의 축적이었으며, 그것은 노동자들을 서로 소외시키고 그들 자신으로부터도 소외시켜왔다. ....”
     
     
#3. 마녀는 빈곤한 계급의 과부나 독신 여성이었다는 것. (나, 그때 태어났으면 마녀될 뻔?ㅋ)
     
보통 마녀라 함은 ‘공주의 새엄마’라는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에 화형당한 마녀들의 대부분이 빈곤층 독신여성이었다는 것도 적잖은 충격이었다. 읽으면서 당시의 ‘마녀사냥’ 모습이 궁금해 넷플릭스를 뒤졌고 ‘악마의 신부’라는 핀란드 영화를 찾아냈다. 

영화는 ‘마녀사냥’이 시작되던 중세의 유럽의 한 어촌 마을이 배경이다. 책에서 “‘마녀박해’에 대한 조직적인 반대의 움직임은 바스크의 지방의 어부들의 저항이 유일하다”라는 구절을 읽은 후 였기에 혹시나 이 영화가 그 실화를 다루고 있나 기대했지만 그건 아니었다. 오히려 마녀사냥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졌는지를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축에 속했다. (책읽고 보기 딱 좋은 영화다. 추천. 청불이라 자극적으로 잔인할까봐 걱정했는데, 다행이 그런 장면은 없었다.)

영화를 통해 그 시절 ‘마녀’의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었다. 이를테면 맨처음 추방당하는 ‘마녀’ 발보리는 허브와 약초지식에 능통한 마을의 치료사이자 산파이다. 강간으로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처녀의 유산을 돕고 그녀를 거두어 함께 살기도 한다. 

“(270) 마녀사냥은 출산통제를 범죄화하고 여성의 신체, 특히 자궁을 인구증가와 노동력의 생산 및 축적을 위해 봉사하도록 했던 시도라고 볼 수 있는 여지는 분명 부분적으로나마 존재한다.. [일단] 이것은 가정이다. 분명한 것은 인구 감소에 집착하는 정치계급이 마녀사냥을 촉발했고, 인구 규모가 국부를 좌우한다는 확신이 이를 부채질했다는 점이다. ... 많은 마녀들이 여성의 재생산과 관련된 지식과 통제력을 보유하고 있던 “현명한 여인들”이거나 산파들이었다는 점 또한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가장 먼저 박해당한 여성들은 밀려난 여성들이었다. 혼자인 여성들이 삶을 꾸릴 수 있는 자원이란 결국 같은 여성들과의 연대-여성들을 돌보는 것-였을 터, 그들이 가진 임신과 출산, 여성의 신체에 대한 지식은 인구를 통제해야하는 지배계급에게 위협이 되었고, 현실에서 그녀들이 공유하는 ‘비밀(주로 그남들의 강간)’은 마을 남성 기득권들의 죄의식을 건드렸을 게다. 가난한 독신 여성들부터 제거하며 마녀박해는 시작되었고, 두세기 동안 수십만명의 여성들이 화형당했다. 

그럼 그렇게 여성들이 죽어나가는 동안 남자들은 뭘하고 있었을까? 책에는 없는 데, 영화에는 나온다. 남자들은....... 아.무.것.도. 안했다. 사랑하는 여인의 진실에 관심이 없는 남성인물들은 그녀들의 부탁들에 귀기울이지 않았다. 꼭 영화가 아니라도 ‘온전히 내 것’ 일 수 있을 때만 사랑의 능력이 발동되는 남자들을 보는 것은 너무 익숙한 일이다. 반면 ‘내 것이 아니어도 사랑’할 수 있는 여성들의 능력은 영화곳곳에서 발견된다. 그들이 아무것도 안하는 동안 그녀들은 부지런히 돌보고, 또 저항한다.

“(249) 마녀사냥이 일어난 역사적 맥락과 피소자들의 젠더와 계급, 박해의 영향 등을 살폈을 때 우리는 유럽의 마녀사냥이, 자본주의적 관계의 확산을 저지하려는 여성들의 저항에 대한, 그리고 섹슈얼리티와 재생산에 대한 통제력과 치유능력을 통해 여성들이 획득한 권력을 공격한 것이라고 결론지어야만 한다.”

‘저항’하는 여성들에 대한 보복. 마녀사냥으로 여성들의 모든 저항을 진압하고 나서야 비로소 자본주의는 정착될 수 있었다. 
     

#4. 중세 유럽에서 매우 광범위하고 급진적인 ‘반봉건 투쟁’과 ‘공동체주의적 사회운동’들이 있었다는 사실. 
덧붙여 중세 장원에서 여성의 노동력은 평가절하되지 않았다는 것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동의 중심에 숱한 여성들이 있었다는 사실도. 
     
“(253) 마녀사냥과, 그보다 앞선 이단에 대한 박해 사이에는 연속성이 존재한다.”
     
‘암흑기’라고만 알고 있는 중세에 ‘이단운동’으로대표되는 반봉건투쟁이 끊임없이 전개되었으며 이 운동 안에서의 여성은 주도적인 활동을 펼치고 때로는 남성보다 더 높은 지위를 가졌다는 건 정말 몰랐던 부분이다. 마녀박해는 반봉건운동의 기억을 가진 여성들의 저항을 분쇄하려는 시도이기도 했다. 수십만의 여성들이 고문당하고 처형당했다는 것은 그토록 많은 여성들이 격렬하게 저항했다는 반증일지도 모른다.     
     
페데리치는 이렇게 쓴다. 
     
“(p.45) ‘자본주의 이행기’의 여성과 재생산의 역사는 소농, 장인, 날품팔이와 같은 중세유럽의 프롤레타리아트가 온갖 방식으로 봉건권력에 맞선던 투쟁들에서부터 시작해야한다. 봉건제의 위기에서 여성이 수행한 역할이 무엇인지, 또 어째서 자본주의를 발전시키기 위해 3세기에 걸친 마녀사냥을 통해 여성의 권력을 파괴해야만 했는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투쟁들을 그 다양한 요구, 사회ㆍ정치적 열망, 적대적인 관행과 함께 불러내야만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자본주의가 구질서의 태내에서 발육하고 있던 경제세력들을 전면에 등장시킨 ‘진화’의 산물이 아니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수세기에 걸친 사회적 갈등은 봉건영주, 도시 귀족, 주교와 교황의 권력을 흔들고 진정으로 ‘온 세계에 큰 충격을 한방’줬다. 자본주의는 이것에 대한 지배계급의 대응이었다. 자본주의는 반봉건투쟁에서 등장한 가능성을 파괴해 버린 반혁명이었다. ... 이것은 강조해둘 필요가 있다. 자본주의가 봉건제로부터 ‘진화’해 나왔으며 한 차원 더 높은 사회생활의 형태를 상징한다는 믿음이 아직도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를 ‘진화의 산물’로 보는 관점은 알게 모르게 “정복, 노예화, 약탈, 살인 즉 폭력”의 역사를 긍정적으로 느끼게 한다. 인류의 지금과 지난 시기의 살육을 합리화하게 한다. 맑스 조차 자본주의 발달과정의 폭력성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을 필연으로 보았다. 이후에 그의 반대자들과 그의 후계자들 역시 자본주의 유지vs저지에 관심을 돌렸을지언정 ‘폭력’자체는 당연한 것으로 여겼다.
 
이 책의 초반에서 언급된 중세의 사회적 투쟁들을 읽으면서 ‘애시당초 불가능했던 것은 자본주의였다’는 의심이 확신으로 바뀌었다. 불가능한 것을 억지써서 가능하게 만들려했기 때문에 자본주의는 무리하게 폭력을 써야했고 지금도 쓰는 중 이구나 생각해볼 수 있었다. 
     
역사에 ‘만약’을 대입하는 것이 무망하다는 것은 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는 ‘만약’을 여러번 떠올렸다. 근대화라는 이름으로 자행된 어마무시한 자연파괴 · 인클로저 · 식민지 경영 · 세계대전 · 사회주의 혁명 · 마녀사냥(여성에 대한 구조적 멸시) 등등 이 없는 역사, 즉 자본주의가 아예 나타나지 조차 않은 역사. 그것은 어떤 모습일까. 그런 지구에서 나고 자란 인류는 어떤 표정을 하고 있을까. 
‘만약’ 중세의 반봉건투쟁이 성공했다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아주아주 많이 다른 모습이지 않았을까. 미세먼지도 없고, 인종차별도 없고, 여성혐오도 없고, 아우슈비츠-제노사이드에 대한 기억도 없고, 핵무기도 없는 대신 지금보다는 조금 더 가난할지도 모르는 세계. 가져본 적 없는 역사에 대한 향수가 생겼다. 어차피 여기서도 가난한데 좀 더 가난해지더라도 폭력이 적은 세계, 아픈 기억이 적은 세상이면 좋겠다. ㅎㅎㅎ
     

***
     
마무리 총평 :    
전투력 갑!! 부르주아는 물론이고 봉건영주, 교회, 남성, 국가까지 신나게 패시는 페데리치 언니는 비겁한 남성 노동계급을 때리는 것도 주저하지 않으시며 맑스와 푸코의 뚝배기까지 깨버리신다. 시초축적에 대한 새로운 분석은 페데리치가 여성이었기 때문에 해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읽으면서 내가 가장 기염을 토했던 부분은 “새로운 공유재산이자 상실한 토지의 대체물로서의 여성”이라는 소제목 이었는 데 비유 너무 적확해서 정말인지 부들부들. 
     
오랜만에 내 머리위에 얹어진 것이 우동사리가 아니라 '두뇌'라는 걸 깨달은 두뇌풀가동 책읽기였다. 어디서 주워 읽은 대로 “자본주의의 멸망을 생각하는 것이 인류의 멸망을 생각하는 것보다 어려운” 이 시대에 자본주의 출생의 비밀을 ‘여성의 역사’와 함께 읽게 된 것은 너무 귀한 독서경험이었다. 

내용이 어렵기도 했지만, 읽으면서 너무 많은 생각들이 들기도 했고, 이리저리 찾아보면서 다시 검토할 개념들도 많아서 혼났다. 어찌저찌 읽었고 나름 치밀하게 읽어냈다. 여성주의 책읽기 모임이 아니었다면 존재하는지도 몰랐을 책이라 더 소중하다. ㅠㅠㅠ

모처럼 마이리뷰에 별 다섯 개를 박아 넣으며 저에게 새로운 시야를 열어주신 실비아 페데리치의 다음 책 <혁명의영점>을 읽으러 갑니다~ 함께 읽어주시고 읽기를 제안해주신 알라디너분들게 고마움과 (늦게 읽어) 죄송한 마음을 전하며..!!

마지막은 고양이 사진투척 #고양이는역시마녀와어울리죠



덧, 혼자사는 가난한 독신여성에 드세고 반항적이고 여성주의자이며 아이를 좋아하지 않고 고양이까지 키우는 나는 아마 16세기에 태어났으면 제일 먼저 화형 당했을 것같다..ㅜㅜ 흑..


임금노동과 ‘자유로운’ 노동자의 출현을 자본주의와 동일시하는 맑스주의적 시각은 재생산의 영역을 은폐하고 자연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는 것이 문제였다.- P22

그러므로 시초축적은 착취할 수 있는 노동자와 자본의 단순한 축적과 집중이 아니었다. 그것은 또한 노동계급 내부에서의 차이와 분할의 축적이기도 했으니, “인종”과 나이 외에도 성별에 따라 세워진 계서제가 계급지배와 근대 프롤레타리아트를 형성하는 근간이 되었다. - P103

빠진 것이 있다. 바로 상층계급의 남편이 부인과 자식에게 휘두르는 권력의 원천이 재산이었던 반면, 노동계급의 경우에 그것은 여성의 임금으로부터의 배제였다는 인식이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선대제 하에 있는 가내수공업 노동자들이다. 이 일에 종사하는 남성들은 결혼과 가정꾸리기를 피하기는커녕 그것에 의존했다. 결혼하면 자신의 노동에 부인의 ˝도움˝을 얻을 수 있는데다, 집안일도 해결되고, 성욕되 해결되고, 자식도 생기는데, 자식들은 아주 이른 나이부터 베틀을 돌리거나 잡일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구감소기에도 가내수공업노동자는 그 수가 곱절로 늘어났던 것으로 보인다. .... 놀라운 것은, 부인이 남편과 나란히 서서 시장에 내다 팔 물건을 똑같이 만들어도, 그에 대한 보수는 남편이 독차지 했다는 것이다. - P159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최초의 기계는 증기엔진이나 시계가 아니라 바로 인간의 신체였던 것이다. - P218

두세기도 안되는 기간동안 수십만명의 여성들이 화형이나 교수형, 혹은 고문을 당했다는 점에서 [맑스주의자들이]대량살상에 의혹을 품지 않은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지점이다. 또한 마녀사냥이 신세계의 식민화 및 원주민 말살, 잉글랜드의 인클로저, 노예무역의 출현, 부랑자와 거지들에 대한 ˝피의 법률˝제정과 동시에 일어났고, 봉건제가 종식된 후 자본주의가 ˝이륙˝하기 전 무주공산과도 같던 시절에 절정을 이루었다는 점은 유의미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 시기 유럽 농민들은 최고의 권력을 누렸지만 곧 완벽한 역사적 패배를 경험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이와 관련된 시초축적의 양상들은 그야말로 비밀에 부쳐져있다. - P239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계몽주의적 관점이 제시하는 것처럼 마녀사냥은 죽어가던 봉건세계의 마지막 불꽃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미신에 사로잡힌˝ 중세는 그 어떤 마녀도 박해하지 않았다. ˝마녀의 사술˝개념이 처음 나타난 것도 중세말엽이었고, ˝암흑기˝에는 대규모 재판과 박해 같은 것이 전혀 없었다. - P240

마치 인클로저가 농민들로부터 공유지를 박탈한 것처럼 마녀사냥은 여성들로부터 신체를 박탈했다. 따라서 신체는 노동의 생산을 위한 기계로 전락하지 않게 막아 주던 모든 예방장치에서 “해방되었다”- P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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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9-04-30 05: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쟝쟝님 화형당하지 않게 제가 들고 일어나 시위했을 겁니다! 빠샤!!

쟝쟝 2019-05-01 21:25   좋아요 0 | URL
아이좋아라 ❤️

쟝쟝 2019-05-01 21:25   좋아요 0 | URL
전투력 만렙!!

단발머리 2019-04-30 08: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본주의의 확산 과정에서 여성이 희생양이 되었고, 자본주의의가 공고해진 뒤에는 가장 큰 피해자가 되었죠.
쟝쟝님 글 읽으면서 다시 한 번 정리해 봅니다.

책을 읽는 여자는 위험하고^^
게다가 여성의 억압을 논리정연하게 규명하는 이런 책을 읽는 여성이라면 16세기에는 당연히 마녀감이었겠죠
우리, 전부 다네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쟝쟝 2019-05-01 21:28   좋아요 0 | URL
앗 그렇다면!! 알라딘서재에 나타난 읽는 마녀들~ 저 그거 할래요!! ㅋㅋ 멋져요 멋져요 ㅠㅡㅠ

설해목 2019-04-30 09: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리뷰 읽다보니 저도 이 책 느므 궁금해집니다!
특히 #3번 읽으며 문득 떠오른 건 오늘 아침 지하철에서 본 ‘이제부터 서울은 청신호입니다‘란 선전문구네요.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싸게 임대주택을 준다는 건데..... 청년기도 지났고 혼자사는 게다가 집 구하기는 요원한 저같은 나이의 솔로 여자는 나라에서도 시에서도 별 관심을 두지 않는 사각지대인 것만 같아 아침부터 기분이 씁쓸하더군요.
골드미스가 아닌 올드미스는 마치 투명인간, 잉여인간 취급받는 기분이랄까...ㅎㅎㅎ;;;;;;;
아침부터 꿀꿀한 기분을 리뷰 읽다 여기다 푸네요. --;;
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저도 이 책 읽어봐야겠어요! ^^

쟝쟝 2019-05-01 21:35   좋아요 1 | URL
저도 청신호 광고 볼 때마다 뭔가 집없어서 결혼 못하는 건 사실이지만 결혼해야 집 준다는 발상이 묘하게 걸리적거리더라구요. 70년대 복지사각지대의 비혼여성들로부터 페미니즘 기본소득 운동이 시작되었대요~ 우리가 세상을 바꿀겁니다 ^^ 올드미스 화이팅!!

블랙겟타 2019-05-01 21: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같이 읽는 알라디너분들의 같은 책에 대한 글을 보고 있자면 다들 너무 글을 잘쓰시는 것에 대한 감탄과 함께..
나도 잘 쓰고 싶다는 안타까움도... ㅜㅜ
정리를 너무 잘 해주셨네요. 쟝쟝님.

맞아요. 생각해 보니 자연스럽다는 말이 처음부터 자연스런 것이 아니었을텐데요...
위계에 대한 어떤 권력이 작동되면서 만들어졌던 것이 시간이 흘러 후세대에 와서는 그냥 그렇게 되어버린 것 같다고 인식된 채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저도 드네요. ㅠㅠ
읽느라 수고하셨습니당 (˶′◡‵˶)

쟝쟝 2019-05-01 21:38   좋아요 2 | URL
늦게 읽게 되니 저도 다른분들 글 읽으며 아 나도 잘써야 하는데 ㅠㅠ 하며 페이퍼 쓰다가 이번엔 못쓸뻔했어요 ㅋㅋㅋ
저도 수고했습니다! ㅋㅋ 계속 수고 해볼게요 ~ 우리 잘 읽고 있는 것 같아용 케케

블랙겟타 2019-05-01 21:48   좋아요 1 | URL
ꉂꉂ ( ˆᴗˆ )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 - 남성, 여성 그리고 강간의 역사
수전 브라운밀러 지음, 박소영 옮김 / 오월의봄 / 2018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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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한달간. 그리고 3월 절반을 끌어오던 책을 오늘 드디어 끝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분들을 보냈다.(이제는 안타깝지도 않다) 먼저는 수용소군도의 솔제니친, 그 다음에는 프란츠 파농... 그리고 우리의 프로이트와 롤링스톤즈, 맥시코의 혁명가 판초비야까지... 그러고 보니 이런 띵언을 만난 적이 있다. 여혐에는 좌우없다.”


한 때는 좋아하고 존경했던 것들이 여성의 시각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느낄 때, 씁쓸하기도 하고 어디부터 정리해야 하나 답답했는데. 수전 브러운 밀러의 책에 간단한 힌트가 있었다.

 

“(324) 그럼에도 다시 강조하건대 나는 압세커에게 많은 빚을 졌다. 그는 강간이 정치적 범죄라는 사실을 내게 처음으로 말해준 사람이었다. 또한 나에게 변증법적 논리라는 도구를 사용하는 법도 가르쳐주었다. 그러니 내가 그의 주장을 그가 의도한 것보다 더 멀리 밀고 나간다고 해도 그는 결코 놀라지 않을 것이다.”

 

변증법적으로. 혹은 그들을 발판삼아 더 멀리 나아가기. 얼마전에 읽었던 변영주의 강연집도 생각난다. 사람은 성과만큼의 쓰레기와 숙제를 남긴다.” 익숙한 존경과 이별하고, 이제는 그들의 언어를 발판삼아 낯설지만 더 나은 세계로 나아가야한다. 


*

 

원시시대부터 현대까지 강간의 역사를 다루고 있는 이 두꺼운 책을 누구라도 시간 내어 읽었으면 한다. ‘강간자체에 대한 신화 강간범에 대한 신화, 강간 이데올로기, 강간문화가 얼마나 만연하고, 역사적이며 세계적인지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유명 연예인의 몰카범죄가 폭로되었는데, 그 몰카 내용을 궁금해하며 피해자를 추측하고 있는 2차가해의 나라에 살고 있으므로 뭐 세계까지 둘러볼 필요는 없을지라도.

 

여성팬들의 굿즈장사로 주머니를 채우는 남자연예인들이 (고마운 줄도 모르고) 여혐을 하고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은 별로 충격적이지는 않지만 많이 괘씸하다. 그 와중에 #승리유어낟얼론 따위의 해시태그를 보는 것은 꽤 참담하지만, 내가 더 분노했던 포인트는 지난 날 정준영을 받아주고 환대하던 방송계안의 든든한 남성연대였다


그래, 그랬지.

 

남자들은 여자들을 사랑하지 않는다남자가 미치도록 사랑하는 것은 자기 자신 뿐이다. 남자들은 언제나 그들 안에서의 인정과 서열에 더욱 목마르다. 그 안에서 여성은 쟁취의 대상이거나 그들의 낮은 자존감의 보상해줘야 하는 존재로서만 기능한다. 장담컨대 정준영치들에게 여자(혹은 몰카 동영상)’란 유희왕 카드를 모으듯 수집하는 것, 그리고 그 수집 목록으로 봐봐, 나 이정도야!” 게임 아이템처럼 자랑하고 선물하기도 하는 그들끼리의 힘자랑 혹은 인정투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을 것이다.

 

“(290)(청소년 집단 강간 사건 심리연구 사례)... 이는 이들이 강간 경험에서 얻은 성적 관계와 성적 느낌이 대부분 소녀와의 관계가 아니라 소년끼리의 관계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입증해준다.”


“(296-7) 내가 14가의 지하철 승강장에 서서 동전을 빼내려고 껌 자판기를 요령 좋게 때리고 있는, 점점 더 과감하게 때리는 한 무리의 청소년들을 거의 홀린 듯 지켜보고 있었을 때, 내 머리에 떠오른 생각은 저 자판기가 내 몸 일수도 있다는 것 뿐이었다남성연대는 여성 멸시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나며, 불신에 의해 강화된다. ... 남성연대는 사회적 유대의 본보기 처럼 기능하며 보통은 집단 폭력과 강간이라는 과장된 형태로 본보기를 제공한다.”

 

*

 

그래서 우리가 이 사례로 다시금 환기해야 하는 것은 연예인 몇몇에 대한 단죄와 매장(도 해야한다)이 아니라 이미 미세 먼지처럼 일상이 되어 모두의 숨을 못쉬게 만들고 있는 사회 안의 강간문화다. 책에 따르면 “(271)미국의 전형적인 강제강간범은 여자에게 폭력을 행사하기로 작정한 공격적이고 적대적인 젊은이로서 범죄자의 61퍼센트가 25세 이하, 다수가 16~24세 구간에 집중되어 있다.

 

즉. “(612)강간은 비이성적이고 충동적이며 통제할 수 없는 욕정에 의한 범죄가 결코 아니다. 정복자가 되고 싶은 남성이 여성에게 두려움을 주고 협박하려는 의도로 계획한 비하 및 점령 행위, 즉 의도적으로 여성을 적대하는 폭력 행위이다. 이것이 바로 강간의 실체이다. 이 사실을 인정한다면, 우리 문화 속에 그런 폭력적인 태도를 장려하고 선전선동하는 요소가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한다. 문화에 내재한 그런 요소들은 남성들, 특히 잠재적인 강간 예비군을 형성하며 쉽게 외부의 영향을 받는 남성 청소년들이 폭력 행위를 저지르도록 심리적으로 부추기고 그들에게 이데올로기를 제공하면서도, 그런 행위가 도덕적으로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려주기는커녕 처벌받을 수 있는 범죄라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하게 만든다.”

 

남녀공학 중학교를 나온 나는 1학기 초에는 함께 깡통을 차면서 놀던 천진한 남자 동급생들이 어느 순간부터 여남을 따지고, 자기들끼리 킥킥거리며 무언가를 돌려보고, 반여학생들 순위를 매기기 까지하던 2학기후반의 묘한 균열의 시간들이 기억난다.

 

'진짜 남자'가 되기 위해 먼저 나서서 여자를 멸시해야하고 급기야는 강간을 하고 그것을 영상으로 찍어 공유하는 그놈들의 문화. 단죄해야하지 않겠는가? 이제는 없애야 하지 않겠는가?

 

*

 

“(633) 반격하라. 우리가 스스로의 힘으로 불균형을 바로잡고, 우리 자신과 남성들을 강간 이데올로기로부터 벗어나게 하고자 한다면, 우리 모두가 여러 층위에서 함께해야만 하는 일은 바로 맞서 싸우는 것이다.

그저 한 개인의 수준에서 강간을 피할 방도를 찾거나, 강간이 더빈번히 일어나지 않도록 통제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강간은 근절할 수 있다. 하지만 강간 근절은 장기간에 걸쳐 다수가 협력해야만 가능하며, 여성만큼이나 남성의 이해와 선한 의지가 필요하다.

나는 이 책을 통해 강간에 역사를 부여하고자 했다. 이제 우리가 함게 강간의 미래를 단호히 부인할 차례이다.”

 

*


저자의 경험, 저자가 만났던 사람들, 그리고 사건들.

읽으면서 책 자체가 투쟁의 산물이라는 생각이 들어 몇번 뭉클했다.

두께와 내용모두 다소 힘든 독서경험이었지만 읽고나니 그 만큼 뿌듯하다. 

아마 함께 읽지 않았더라면, 어려웠을 것이다. 

이렇게, 좀 늦긴했지만 완독! 함께 읽어준 알라딘 마을 책 벗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이 책을 쓰는동안 가장 자주 받은 질문은 짧고 노골적이며 불쾌한 것이었다. ˝강간당한 적 있어요?˝
나도 짧게 받아친다. ˝없습니다.˝- P4

가장 초기의 남성연대는 무리지어 사냥감을 찾아다니던 남자들이 한 여자를 윤간하는 형태였을 것이다. 이렇게 남성연대가 이루어진 이래로 강간은 남성의 특권일 뿐 아니라, 남성이 여성에게 힘을 과시하는 기본무기이자 여성에게 두려움을 일으키며 남성의 의지를 관철하는 주요 동인이 되었다. 여성이 온 몸으로 저항하고 싸우는데도 그 몸에 강제로 삽입하는 일은 여성의 존재를 지배했다고 선언하는 수단, 즉 힘의 우위와 남자다움의 승리를 증명하는 궁극의 수단이 되었다.
남성이 자신의 성기를 두려움을 일으키는 무기로 쓸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일은 불의 사용과 돌도끼의 발명과 함께 선사시대에 이루어진 가장 중요한 발견으로 꼽아야만 한다. 강간은 선사시대부터 지금까지 결정적인 기능을 수행해왔다. 모든 남성이 모든 여성을 공포에 사로잡힌 상태에 묶어두려고 의식적으로 협박하는 과정이 바로 강간이다.- P25

인디언전쟁 기간의 강간은 대개 그때 그때 되는대로 이루어지는 보복성 행위로서, 남성이 남성에게 복수하기 위해 여성의 몸이라는 편리한 수단을 이용한 현상이었던 반면, 노예제 가부장들이 가부장적 제도‘라고 부른 시스템에서 강간은 제도의 불가분한 일부로기능했다. 백인 남자들은 인디언에게서 땅을 빼앗고 싶어 했고, 흑인에게서 강제노동을 뽑아내려 했다. 이렇게 목적이 달랐기 때문에 백인 남성이 흑인 여성과 맺는 관계나 흑인 여성을 이용하는 방식도 인디언전쟁 때와는 달랐다. 노예제에서 강간은 폭력을 발휘하는 수단에 그치지 않는다. 노예제에서 강간은 제도화된 범죄로서 백인 남성이 경제적, 심리적 이득을 얻기 위해 한 종족을 예속 시키는 데 핵심이 된다...... 그녀는 노동자이자 재생산자로서 이중 착취를 강요당했다. - P236

인기 있는 영화배우나 운동선수, 록가수, 집단 내에서 존경받는 남성처럼 가해자가 일종의 문화적 우상인 경우, 이들이 지닌 우상의 후광은 물리적 폭력을 덜 써도 된다는 심리적 유리함을 제공한다.... 강도나 사기 사건에서 피해자가 분위기에 휩쓸렸거나 바보 같다고 해서 가해자의 죄가 가벼워지는 경우는 없지만, 강간 사건에서는 사정이 달라지는 것이다.- P395

강간 신화의 핵심 명제
˝모든 여성은 강간당하기를 원한다˝
˝자신의 의지에 반해 강간당하는 여성은 있을 수 없다˝
˝그녀가 원했다˝
˝어차피 강간당할 상황이면 긴장을 풀고 즐기는 편이 낫다˝
이 모두는 지독하기 짝이 없는 남성의 강간 신화이자,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지배하는 왜곡된 격언이다. 이 장에서 앞으로 전개할 논의에서도 이 신화가 핵심이 된다. 대부분의 남자들이 이 신화를 믿을뿐 아니라, 남성권력의 성패가 얼마나 많은 여성에게 이 신화를 납득시키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한 여성이 자신의 패배에 기꺼이 동참하도록 만들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이미 전투의 반은 이긴 것이기 때문이다.- P484

장담하건대 여성을 재산으로 간주하는 개념이 사라지면서 처녀성의 중요도가 줄고,‘처녀성 파괴의 고통‘이 구시대적으로 보이게 된 것처럼, 생리통부터 출산 시의 극심한 진통까지 여성들만 겪는 산부인과적 고통 역시 언젠가는 구시대의 것이 될 것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런 고통을 여성의 의무로서 겸허히 받아들여야 할 것이 아니라 현대적 노력을 통해 경감·통제·완화되어야 하는 고통이며, 앞으로 그렇게 될 것이다. - P4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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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9-03-15 00: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생 많았어요, 쟝쟝님.

여혐애 좌우없다는 말에 씁쓸해지네요. 정말 그러니까요.

쟝쟝 2019-03-15 01:03   좋아요 0 | URL
책 속 통계를 보니 위 아래도 없는 것 같아요😂

단발머리 2019-03-15 06: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년끼리의 관계. 그게 핵심인 것 같아요. 전 이 책을 읽을 때는 인용해주신 290쪽이 가깝게 와닿지 않았는데...
허어... 근간의 사태에서 확인되네요. 소녀보다 소년이죠. 여친보다 친구. 주고 받고 같이 웃고 떠드는 친구 ㅠㅠ

수고많으셨어요, 쟝쟝님.
아침부터 잘 읽고 갑니다^^

쟝쟝 2019-03-15 10:42   좋아요 0 | URL
저도 친구 좋아하지만, 친구들에게 잘보이려고 누군가를 멸시하지는 않죠.. 슬퍼요 ㅠㅠ

블랙겟타 2019-03-15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혐이라는게 최근에 불거진 단어가 아닌 역사적으로 오래되어 왔다는 것을 저는 예전에는 부끄럽게도 느끼지 못했어요.

최근 몇년 간 페미니즘 관련 서적을 여러 권 읽으면서 ‘어? 언제는 세상이 혹은 남자들이 여혐을 안했던 적이 있던가?’라고 생각이 들고 있어요. 정치적 성향, 인종을 뛰어넘는 암묵적인 연대가 되어있다는 것을요.

지금 읽고 있는 <가부장제의 창조>에도 말하고 있지만 언제는 역사적으로 여자를 동등한 존재로 대했던 적이 있던가요? 페미니즘 책을 읽으면서 슬프게도 이런 생각이 맞다는 것을 점점 느끼고 있네요.

쟝쟝님, 책 읽느라 수고많으셨어요!
글 잘 읽었어요. :))

쟝쟝 2019-03-15 15:31   좋아요 1 | URL
저두 강남역 사건이 없었더라면 페미니즘? 그거 프로불편러들 아니야? 했을 1인으로서 부끄럽 또 부끄러울 뿐입니다. 저 잘읽었죠? 히히!!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왤케 칭찬 좋지???)

블랙겟타 2019-03-15 15:42   좋아요 1 | URL
공교롭게도 저도 그 사건을 계기로 세상을 다시보는 계기가 되었어요...

네! 잘 읽으셨어요!!
저의 칭찬(?)이 힘이 된다면 언제든지 해드릴 수 있죠. ㅎㅎㅎㅎ
 


그림 그리고 싶어서
늦은 (나 자신의 ㅋ) 생일 선물로 만년필을 질러보았다. ✍🏻

그런데 너무 바빠서 그림은 커녕 책도 못보다가 오늘은 잠시 짬내서 
7장에 돌입하기 전에 개시 기념 필사라는 걸 해본다. 
나는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 6장의 마지막 문단을 박제해 두고 싶었다.

“(p.320)
경찰 사건 기록부 상의 강간범들은 이 사회의 모든 남성에게 충성하는 미르미돈으로 기능한다. 이들 역시 실체를 뚜렷이 볼 수 없게 만드는 신화 뒤에 숨어 익명성을 띠며, 그 덕에 효과적인 테러 수행자로 기능한다. 실제로 테러를 저질러 손을 더럽히는 자는 이 강간범들이지만, 이들이 단세포 짐승이 되어 가져다주는 지속적인 혜택은 이들보다 계급과 지위가 우월한 자들 앞으로 축적된다.

강간범이 없는 세상은 여성이 남성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세상일 것이다. 역으로 ‘일부’ 남성이 강간을 하는 것만으로 모든 여성은 항상 협박당하는 상태에 몰리게 되며, 남성의 저 생물학적 도구가 언제라도 해로운 무기로 변할 수 있으니 경외심을 품어야 한다는 생각을 영원히 뇌리에 각인하게 된다. 그간 경찰사건 기록부상의 강간범이라는 미르미돈이 남성 지배라는 대의를 위한 임무를 어찌나 훌륭히 수행해왔는지 그 덕에 그들이 한 행동의 진짜 의미가 무엇인지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할 정도였다. 강간을 저지른 남성은 사회에서 일탈한 자이거나 ‘순수를 더럽히는 자‘가 아니라사실상 남성의 전위 돌격대로 복무해왔으며, 이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싸움에 투입된 테러리스트 게릴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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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9-02-18 22: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글씨체가 장쟝님스러바요 굿뜨👍

쟝쟝 2019-02-18 22:55   좋아요 1 | URL
이바닥의 손글씨 장인님께 댓글을 받다니 영광 🌈🌈

카알벨루치 2019-02-18 23:08   좋아요 1 | URL
장쟝님 뭔 그런 과찬의 말씀을~ㅜㅜㅋㅋ 글씨체가 이뿌요 뿌잉뿌잉^^

설해목 2019-02-19 10: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쟝쟝님 글씨체 정말 멋스러운데요. 타고난 악필가로서 쟝쟝님과 카알벨루치님의 글씨체는 정말 부럽부럽입니다. ^^
그나저나 생일선물인 만년필로 첫 개시한 글이 아주 강?!하군요! ㅎㅎ 인상적입니다!
 

“(113-4)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의 <수용소 군도>(1973~1978)의 한 대목에서 이 러시아 작가가 겪은 이데올로기적 혼란을 엿볼 수 있다. 그는 전방에서 스탈린을 비판하는 편지를썼다는 이유로 지위를 빼앗기고 감방에 갇힌 후 ‘부드러운 검은 헬멧을 쓰는 전차병으로서 진솔하고 다정한 군인’인 세 명의 감방 동료를 만나는데, 그 세 명이 목욕탕에 침입해 두 명의 독일 여성 농민을 강간하려다가 기소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솔제니친은 아무 거리낌 없이 그 독일 여성들이 ‘천박한 계집들’이라고 단정한다. 엄격하고 타협 없는 공산주의 윤리의 판관인 솔제니친이 보기에 세 명의 동료는 잘못된 판결로 보복당한 것이었는데, 그 여자들 중 한 명이 ‘방첩 부대 대장의 소유였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솔제니친은 전시 강간의 의미나 문제점, 실제로 효과가 있는 강간 억제 및 처벌 시스템은 무엇인지 깊이 생각하기는 커녕, 강간은 애초에 범죄가 아니며 그저 술에 취하는 것을 과하게 즐기는 성향 때문에에 일어나는 일이라고 솔직하게 생각을 털어놓는다. 그의 유일한 관심사는 비열한 경찰국가의 참상을 폭로하는 것뿐이었고, 그것이 그의 한계였다. 그리하여 그는 이런 궤변을 늘어놓는다.
‘그렇다! 독일 영토에서 전쟁을 벌인 3주간 우리 모두는 여자가 독일인일 경우 강간하거나 쏴버려도 된다는 것을 매우 잘 알고 있었다. 이는 전공을 세우는 일이나 다름없었다..... (중략)

—> 뭐가 문제인지 전혀 모르는, 감이 1도 없는 솔제니친.......
이쯤 되면 그가 옹호하고자 했던 어떤 보편적 인류애(?)적 가치는 ‘남성’에만 국한 된 것은 아닌가 의심 할 수 밖에 없다. 아, 그가 위선자라는 뜻은 아니다. 그저 아주 오랜기간 ‘보편’이 ‘남성’이었을 뿐. 

“(116) 로슨의 이런 비판은 강간에 대한 구좌파의 사고방식을 보여주는 아주 좋은 예이다. 적이 강간을 하면 그 적이 얼마나 짐승 같은 자들인지 보여주는 증거가 되지만, 우리 편을 강간하면 그 사실을 화제로 꺼내는 행위가 정치적 협잡이 된다.

—-> 뜬금 없을지 모르겠지만 이 대목에서 안희정이 생각났다. (일단은 그의 2심 판결에 대해 박수먼저 짝짝짝👏👏) 이어서 김지은씨의 미투와 그를 대하던 세상 일각의 반응들도. 엉망진창 댓글들을 보아하니 여전히 유력한 대선 후보였던 안희정이 ‘작은 일로 큰 일을 그르치게 되었다’고 생각하며 입맛 써하는 빻은 인간들이 천지 삐까리인듯 하지만.

수전 브러운밀러가 각주에 꼬아서 단 댓글 처럼 “(114)자신의 정치적 고뇌를 너무 중요하게 여긴 나머지 여성의 권리에 대해서는 극단적일 만큼 둔감한 모습을 보인 사람”들 너무 많은 듯 하고 특별히 내가 지긋지긋하게 염증을 느끼는 부류들도 그런 자들이다.

정권교체 너무 중요하다며 용기내서 열심히 싸운다는 ‘대의’에 도취하여 “작은 것” 작게 취급하는 치들. 인기 얻으려고 거기 꼭 여혐멘트 넣고 당당하며, 좋아요 얻은 뒤에 자의식 빵빵 차가지고, 그래도 자기는 ‘존경받을 만한, 사랑스러운’ 아재인줄 착각(!)하는. 앜ㅋㅋㅋ 쓰면서도 싫어서 소름 돋았어.

여기까진 싫긴하지만 그런갑다 하고 봐줄 수는 있다. 소름이 아니라 토나오는 치들이 아직 남았다. 입 가벼운 진보 아재에서 좀 더 나간 류 - 이를테면 안희정. 이미 그 자신이 ‘대의’가 되어있는 중증 왕자병. 자기가 너무 잘나고 소중해서 “나는 어떤 여자와도 잘 수 있다”  그 자신은 넘나 머싯는 사람이기에 이여자도 당연히 원하고 있다고 착각.. 권력과 힘도 가지고 있으므로 가까운 동료 지인들을 성적으로 (혹은 정신적, 물질적으로)착취하면서도 .. 그게 착취인 줄도 모른다.. 

정말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안희정이 너무너무너머머머머무 싫은 데, 솔까 꼭 정치권 아니라도 그런 왕자병 인격들 어디든 넘쳐나고, 그게 ‘남자다움’과 ‘자신감’,’리더십’등등으로 포장되어 꽤나 인정 받는 것 같아서 더 싫다.. 진짜. 하아....

*

이 책의 3부 “전쟁과 강간”은 전시강간을 다루고 있는 데, 저자가 어떤 부분을 답답하게 여기면서 쓰고 있는 지 눈에 빤하다. 나도 함께 고구마 먹을 것 같다. 독일(나치)군대의 전시 강간이 아니라 연합군 및 소련군의 강간을 다루는 부분에서는 적지 않게 진영논리로 뭇매 맞으셨겠지. 

‘지금 연합군이 나치 군대와 똑같다는 겁니까?
근데여.. 아니 지금 이야기가 그 이야기가 아니잖아여..
그런데 굳이 뭐 본질 적으로 대답하자면... 네 같아여.. 근데 질문이 잘못됐어여...
정말 뭐시 중요한 지를 모르는 포인트의 질문들.
(요 질문이랑 묘하게 겹치네.. 모든 남자가 잠재적 가해자란 말입니꽥??)

“(112)물론 모든 러시아 군인이 강간범은 아니었으며, 붉은 군대의 잔혹 행위에 대한 독일 측 증언록을 보면 여성에게 친절을 베푼 사례도 없지 않다. 그러나 소련군이 저지른 일의 책임을 에렌부르크의 선동 탓으로 돌리거나, 스탈린이 ‘남자는 원래 그래’라는 식의 태도를 취한 탓으로 돌리거나, 심지어는 어떤 민족적 특성 탓으로 돌려봤자 부질없는 짓이다. 전쟁 시기든 평화 시기든 남자들은 명령이나 허가, 특별한 전통 문화 없이도 언제나 강간을 저질러 왔다.”

—>개별 병사들의 일탈로 간주하는 것도.
아. 구태의연해. 그리고 반박도. 너무 남탓...
그건 남자 답지 못한거 아니냐고ㅋㅋㅋ 남자면 남자답게 인정하라고!!! ㅋㅋㅋ 그냥 나치나 연합군이나 붉은군대나 다 빻았다곸ㅋㅋㅋㅋㅋ 전시나 평시나 강간만큼 공고한 남성연대와 남성문화가 없다고..!!. 흐읍.. 😭😭

시인할리 없으니 페미언니들이 샅샅이 밝혀주시겠지..
그저 저는 열심히 읽어 은혜받고 속지 않겠나이다.

마지막 좀 긴 문단 이지만 중요한 부분 같아 옮겨둠.

*
“(61) 승리를 거둔 군대의 시점에서 강간은 순전히 승리의 기쁨에 도취해 저지르는 행위가 된다. 국가 단위의 테러와 정복이 보여주는 커다란 패턴의 일부로 강간을 인식하는 일은 사후에만 가능하다. ‘사후에야’ 이런 인식이 가능한 이유는 강간하려는 충동이 복잡한 정치적동기 부여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언제나처럼 여성의 신체온전성을 무시하는 데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시 강간은 충동이 생겨 어쩌다 저지른 일에 그치지 않고 군사적 효과도 불러일으킨다. 피해를 입은 쪽에게는 협박을 당해 사기가 떨어지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다.
가해한 쪽의 국가가 강간을 시인하는 일은 거의 없다. (미군 예외) 전시 강간기록은 전쟁의 포연이 가신 후 적이 저지른 일을 취합해 분석하고 정치선전용으로 가공하면서 남게 된다. 정복당한 나라의 남자들은 ‘우리의 여자가 강간 당한 일을 궁극의 수치이자 치명타로 여기기 마련이다. 패배한 국가의 국민은 강간을 적이 그들을 의도적으로 파괴하기 위해 이용하는 수단으로 간주한다. 남자들은 ‘내 여자가 강간당한 일을 사실상 자기가 겪는 패배의 고통으로 전유해온 유구한 전통을 가지고 있다. 이런 자기중심적 관점은 어느 정도 실용적인 쓸모가있다. 딸과 아내처럼 자기가 아끼며 함께 지내는 여성들이 강간당할경우 진심으로 염려하는 마음과는 별개로, 남성에게 지배자가 벌인 강간이란 정복당한 처지에서 겪게 되는 성性불능을 설득력 있게 설명해줄 증거가 된다. 여성을 소유하는 것이 남성으로서 성공을 보증하는 징표였듯, 여성을 보호하는 일 역시 오랫동안 남성으로서 자부심을 보증하는 징표였다. 그런데 점령군이 벌인 강간은 패배한 쪽 남성의 힘과 소유권에 대한 환상을 모조리 파괴한다. 강간을 통해 여성의몸은 상징적인 전쟁터가 되며, 승리자가 개선식을 벌이는 광장이 된다. 여성의 몸에 가하는 행위가 남자들끼리 주고받는 메시지가 되는데, 한쪽에게는 승리의 산 증거이고 다른 쪽에게는 패배와 상실의 산증거인 것이다.”

—> 아니, (심한욕) 내 여자가 당한 강간이 ‘패배’의 고통이라니... 아니요 저기요... 이건 니가 당한 ‘패배’가 아니라... 여성이 당한 강간이라니까요... 강/간/이/요... (읽다가 대 환장해서 잠시 덮었었다🤯🤯..)

전시 강간의 메커니즘. 그리고 ‘전시 강간’을 ‘전시’하는 이들의 뇌구조.. 물론 ‘니 여자’도 아니지만.. 
어디 강간도 안당해 본 ‘패배자 따위’가 고통을 느껴...진짜 코웃음이 쳐져서 답답해 미침.

쓰면서 점점 더 열받고 있으므로 딴길로 새면서 마무리 짓자면

그러니까!!
스카이캐슬 뒤에서 세편!!!
노콘준상 털깎고 정신 차리고 참회하고 끝나면 다야?
남자가 각성하고 남자가 구원해주거나 참회하면— 그럼 다 용서해야해!!!?!!
확 아갈머릴... 
(스카이 캐슬의 결말은 정말......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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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겟타 2019-02-04 00: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열차게 읽고 계시는 중이군요!
분노하면서 읽고 계시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ㅜㅜ
솔제니친이나 구좌파 그리고 한국에서도 볼 수 있는 진보진영의 남자들은 왜 유독 여성 이슈에서 만큼은 오히려 백래시를 하거나 주변부의 문제로 치부해버리는가. 그들 역시 헤게모니적 남성성을 아직도 버리지 못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나중에 이어질 챕터도.. 빡(?)칠 내용도 많으실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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