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울스 책이 우리 집에 두 권이나 있는데! 옛날 부터 있는 그 검정색 표지의 두꺼운 소설책 부터 왠지 손이 안 갔다. 작가 토울스도 옛날 사람인줄 알고 있었는데 아직 살아계심;;;
억지로 라도, 누가 떠밀어준다면 다들 좋다고 하는 그 소설을 나도 읽게 되지 않겠나 싶어서 이번 신간 (이라지만 토울스의 초기작이라고 한다) 이벤트에 응모 프리뷰 책을 받았다. 프리뷰니까, 단편 수록 한 편만 담긴 작은 소책자가 왔다. (온전한 책 안 와서 실망한 거 안 비밀)
그리고 마감일까지 또 미루면서 다른 책들을 읽었다. 그리고 마감일인 오늘, 비오는데 굳이 카페에 가서 선물 받은 기프티콘으로 커피를 마시면서 읽었다. 그리고 .... 아, 너무 좋잖아. 이런 감성, 이런 날카로움, 이런 신랄함. 은근 뺨이나 등짝 맞는 기분까지 들지만 짜릿하게 내 안의 마조히즘까지 건드리는 이 소설.
월스트리트에서 금융 전문가로 일하는 30대 남자 토마스, 화자인 부인과 아이도 둘 뒀고 이제 베이비시터에게 아이를 맡기고 문화생활을, 인생의 성공 단계를 하나씩 클리어 해나가는 중이다. 카네기 홀에서 후원금을 내고 지정 좌석을 갖게된 그는 옆 자리의 노인이 영 신경 쓰인다. 그가 시민의식을 발휘해서 나서는데!
실은 그는 주인공이라기엔 부인과 독자의 시선 아래에 하나씩 그 행동이, 위선이라기엔 너무나 말갛게 들여다보이는 스놉스러움이 밉살스럽다가 안쓰러울 지경이다. 자신의 성공적 인생에 필수적인 주변인의 인정과 박수를 집착적으로 강요하는, 가련한 이 남자. 화자인 부인의 시선과 그 마음을 헤아려 본다. 부처님 손바닥 이야기도 떠오르고 바락바락 잘났다고 고개 쳐들고 다니는 선거철의 정치인들도 떠오르고, 다 괜찮다 해주는 Mr. Fine도 이렇게 저렇게 생각한다. 무엇보다 관객이 경험한 그 연주는 어떤 것일까, 그 빛나는 순간들. 어쩌면 그것이 진짜 인생.
그러니까 그냥 좋았어요. 네, 제가 졌어요.
나머지 단편들이랑, 집에 있는 두 권을 읽을 때가 된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