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교회에서 청년 강좌를 듣고 있다
강사는 물론 우리 목사님

스무살부터 마흔살까지
다양한 청자의 눈높이를 모두 만족시킬 수 없었을
목사님이 고민이 역력하게 묻어나는 시간

첫주는 창원에 다녀오느라 참여하지 못해 주제를 모르겠고
지난 주의 주제는 세속화, 이번주의 주제는 규범과 상황, 뭐 대략 이런 것들

일찍 끝나야 한다!는 분명한 목표하에
나는 별 말을 않는 나를 (시작하면 집착하니까)
목사님께서는 자꾸만 도발하려 노력하신다


규범과 상황에 대해,
정도를 벗어나지 않는 양시론의 입장을 취하며 발제한 목사님의 글을 함께 읽고
각자의 생각을 말하는 시간
대충 웃음으로 떼우려는데 돌아가면서 말하는 분위기다 으흑

너는 규범이냐 상황이냐, 뭐 이런 거였기에
나도 정도를 벗어나지 않는 양시론 수준으로 답을 하고 있었다

저 자신은 규범에 의해 움직이려 노력하고
타인을 바라볼 땐 상황을 이해하려 노력합니다

그러자 목사님은 또 상황을 극단으로 몰고 가신다
자신에게만 엄격하고 타인에게 관대한 건 방관이 아니냐 -_-
이러저러한 경우는 어떻게 하겠느냐

도발의 의지가 강하게 보였으나 넘어가지 않고
요리조리 피하고 있는데 자꾸만 몰고가시길래
결국 나는 이렇게 답했다


목사님은 결론을 이렇게 몰고 가시고, 저만 극단으로 몰고 가시면 안되죠 -_-



노래

어떤 상황에서든 극단을 경계하는 나는
오늘 W의 노래를 듣다가
경계, 라는 곡의 가사 한자락에 마음을 주고 말았다

때론 끌어안고 때론 구별하며
나의 진심과 나의 균형을
노래할 수 있는 자유



영화

어제 고른 두편의 영화 역시
매우 흡족했다

무용
은하해방전선

둘다, 이 신자유주의 사회에 하고싶은 말은 비슷한데
무용은 온힘을 다해, 하지만 매우 부드럽고 노련하게 이야기한다면
은하해방 전선은 곁다리로, 하지만 매우 직설적으로 이야기한달까

은하해방전선 중 인상깊었던 대사

혹시 집안에 정신에 문제있는 사람 있나요?
(잠시 고민하다가) 사촌 중에 조선일보 기자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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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지 2008-06-24 0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은하해방전선 센스있군요 ㅎㅎㅎ

웽스북스 2008-06-24 23:09   좋아요 0 | URL
ㅋㅋㅋ 귀여워요 아쥬 그냥 (근데 알고보면 나보다 나이 많고? ㅎㅎ)

시비돌이 2008-06-24 0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화화핫, 사촌 중에 조선일보 기자가 있습니다. 예전에 조선일보에서 영화 말아톤 후원했었잖아요. 그때 딱 생각난게 그 대사예요. '우리 신문은 장애가 있어요' 그러니까 너무 괴롭히면 안된다는. ㅋㅋ.

웽스북스 2008-06-24 23:10   좋아요 0 | URL
역시 시비돌이님
그 순간에도 말장난을 놓치지 않는 자세

그게 시비돌이님을 매력적으로 만드는거에요 ㅋㅋ

마늘빵 2008-06-24 0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마지막 대사가 너무 맘에 든다.

웽스북스 2008-06-24 23:13   좋아요 0 | URL
많은 분들이 열광하시는 대사 ㅋㅋ

치니 2008-06-24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은하해방전선, 재미있었지만 뭔가 모자랐어요.
무용은 왠지 그렇지 않을 거 같은 믿음이 가는데...이러고 있다가 놓쳐버리는건 아닌지.

웽스북스 2008-06-24 23:14   좋아요 0 | URL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아요
풋풋하다,는 말로 대신해도 될 것 같기도 하고요

무용은 아래 니나양 덧글 보니 이번주까지라네요

마노아 2008-06-24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줄이 압권이었어요!

웽스북스 2008-06-24 23:14   좋아요 0 | URL
ㅎㅎㅎ 마노아님도 ㅋ

무스탕 2008-06-24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줄.. 정말 고민 되겠어요. ㅋㅋ

웽스북스 2008-06-24 23:14   좋아요 0 | URL
무스탕님까지, 조선일보 반성좀 해야겠다 ㅋㅋ

Arch 2008-06-24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양님, 저도 그 대사 정말 웃겼는데. 은하해방전선과 윤성호란 감독님은 재재발견이었습니다. 유쾌하게 봤던 기억이 나구요. 웬디양님이 말하신 '자유' 저도 그 노래 구절에 맘이 살랑이는데요. 목사님과 어떤관계이실까? 이런 궁금증도 추가로.

웽스북스 2008-06-24 23:16   좋아요 0 | URL
우리 교회는 디게 작아요 - 목사님도 저도 가끔 서로를 맘에 안들어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기본적으로 어느정도는 신뢰하는 편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물론 전 언제든 발등찍는 도끼가 되고 싶은 스믈스믈한 욕망같은 게 있지만요 ㅎㅎㅎ 심정적 반항아랄까 ㅋㅋㅋ

다락방 2008-06-24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목사님은 결론을 이렇게 몰고 가시고, 저만 극단으로 몰고 가시면 안되죠 -_-


위의 문장이 저를 강하게 압박하네요. 제가 가장 싫어하는게 결론을 내놓은 질문이예요. 어떻게든 그 결론을 유도하기 위해 끊임없이 질문하는거죠. 저는 그 대답을 피해가고. --

웽스북스 2008-06-24 23:18   좋아요 0 | URL
ㅎㅎㅎ 게다가 본인은 정작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시면서
저는 곤란한 상황으로 몰아넣는게 정말 좀 얄미워서 그랬어요
(목사님이 얄밉다니 ㅋㅋ)

웃으면서 넘어갈 수 있을만한 관계고, 무슨 말인지 아실 분이라서 그런 거에요 ㅎㅎ 물론 옆에서는 쟤가 미쳤나보다 한 애들도 있었다지만 ㅋㅋ

Mephistopheles 2008-06-24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괜찮습니다. 왠디양님은 극단으로 치우쳐도 왠지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ㅋㅋ

웽스북스 2008-06-24 23:19   좋아요 0 | URL
그날은 왠~디~ 극단으로 치우치고싶지 않던걸요

향편 2008-06-24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음.. 목사님의 마음을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오늘은 목사님과 동일시.ㅋㅋ

웽스북스 2008-06-24 23:19   좋아요 0 | URL
맞아, 향편님도 저런걸 즐기시죠 흥
말려들지 말아야하는데 막 또 귀 얇고 ㅋㅋㅋ

도발쟁이에요 아쥬 그냥 ㅋㅋ

권오상 2008-06-24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담양에서 뵈었던 권오상이라는 청년입니다. 그날 함께할수 있어서 더욱더 즐거운 여행이 되었던 같네요! 당장 서재를 만들지는 못하지만 자주들어와서 인사도 드리고, 좋은글들 읽고 갈게요. 모두들 글을 너무 잘쓰시네요(많이 부럽네요)^^

순오기 2008-06-24 22:48   좋아요 0 | URL
ㅎㅎ 권오상씨가 우리 서재 다 방문하나 봐요.
알라딘 신규 총각 확실히 건졌나봐요, 우리가...ㅋㅋ

웽스북스 2008-06-24 23:21   좋아요 0 | URL
알라딘 신규총각, 가입은 안했잖아요 그래도

권오상님 여행은 잘 마치셨는지, 약속대로 정말 들어오셨네요 ^_^ 왠만하면 가입도 하시죠? (슬쩍 압박)

니나 2008-06-24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용 다행히 이번주까지 한다~ 꼭 봐야짓!

웽스북스 2008-06-24 23:21   좋아요 0 | URL
ㅎㅎ 과연 우리 니나는 무용을 챙겨볼 수 있을 것인가

네꼬 2008-06-25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대사 진짜 작렬이네! (웬디양님 나 너무너무 바빴어요. 화장실도 못 가고 일했어요. 이제야..ㅠㅠ) 그나저나, 좋았어요? : )

웽스북스 2008-06-26 01:13   좋아요 0 | URL
네꼬님 네꼬님 ^_^ (와락 달려가야지)
 



나보다 4개월이나 먼저 입사했으나 대학교 4학년때부터 일을 했던 관계로 나보다 2살이 어린
E대리가 퇴사 소식을 전했다
7월 2주까지만 근무를 하고는 안나오겠다고
E대리는 올 초에 미술학원에 다니기 시작하더니 
결국은 디자인 경영 대학원에 진학하는 방향으로 진로를 결정했단다

어제는 E대리와 잠깐 얘기를 할 시간이 있었고,
그녀는 자신의 이후 진로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사실은 다른 회사에 가서 000를 할 생각도 있었거든요
(000는 지금 하고 있는 업무를 살린 다른 업무)
그래서 사람들도 만나고, 좀 알아보고 있었어요- 보니까 재밌겠더라고요-
손에 이상적인 하고 싶은 일과 현실을 고려한 일
두가지 카드를 모두 쥐고 있었는데

어느 날 길을 걷다가, 전광판에 나오는 미술 조형물들을 보는데
갑자기 심장이 쿵쾅쿵쾅 뛰더라고요
어떤 남자를 만나도 이만큼 뛰었던 적은 없어요

그래서, 아, 나는 이걸 하고 싶은 거구나, 라고 생각했어요



E대리의 퇴사 소식이 알려진 후 많은 사람들과 커피를 마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는데
대리급들 (내 또래) 은 갈 곳도 명확히 정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퇴사할 수 있느냐
라고 이야기했다고 하며
과장급들은 대부분 부럽다, 라고 이야기를 했단다

뭐가 부러운데요? 용기가? 젊음이?
젊음이요


돌아오는 길에 나도 막연히 그녀가 조금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 내가 부러워했던 건 그녀의 용기도 아니었고
두살이 어린 그녀의 나이도 아니었다

나는 쿵쾅쿵쾅 뛰고 있는 그녀의 심장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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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de 2008-06-21 2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남자를 만나도 이렇게 뛰었던 적은 없어요"라니 너무 멋지잖아요! >.<
아 저도 그렇게 쿵쾅쿵쾅 뛰는 일을 만나고 싶어요!


웽스북스 2008-06-24 00:52   좋아요 0 | URL
제이드님은 뭘 하든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잘 할 거에요! 흐흣

야클 2008-06-21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자주 심장이 쿵쾅쿵쾅거리면 심장이 약한거지요. 그런 일은 일생에 몇번이면 족하지 않을까요?
아직 웬디양은 그런 대상이 안나타나서 그런것일 뿐일겁니다. 곧 만나게 되길. 그게 일이든 사람이든 취미든... ^^

웽스북스 2008-06-24 00:53   좋아요 0 | URL
아 사실 저
자이로드롭만 보면 심장이 쿵쾅쿵쾅거려요

제 운명은 자이로드롭일까요? 하하

Mephistopheles 2008-06-21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같은 세상엔 말입니다.
어떤 식겁하고 겁나거나 감동하는 일이 있어도
일정한 박동수를 유지하는 강심장이 필요한 시기라고
하더군요..^^

웽스북스 2008-06-24 00:53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2MB 앞에서도 태연할 수 있는 유연한 심장이 필요할텐데

너무 쉽게 흥분해서 문제

2008-06-22 02: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6-24 00: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08-06-22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녀의 뛰고있는 심장이 부러워요. 요즘 너무 무뎌졌단 생각듭니다. 별 감흥이 없네요. E대리 화이팅!

웽스북스 2008-06-24 00:54   좋아요 0 | URL
세실님, 그래도 좋아하는 일 하시잖아요
부러워 부러워

비로그인 2008-06-23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굉장히 하고 싶은 일이 있었어요. 그 일을 하면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기분이었을 것 같아서 얼마나 노력했는지 몰라요. 제가 제 체력의 한계를 가장 느끼지 않았던 때가 있다면, 그리고 가장 마음 졸이며 기뻐했다가 불행했다가 했던 때를 생각해 보면, 그 때였음이 분명해요. 그건 지금도 변함이 없어요. 하지만 제 경우에는 연달아 실패를 했고, 몇 년을 쏟아부었지만 허사가 되었습니다. 아마 다시 실전에 투입된다면 현직보다 더 현직같은 성과를 보였을지도 몰라요. 몇 년의 노력 끝에 전 그 세계에 대해 속속들이 알게 되었으니까요.
지금이 불행한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그 때 그 심장의 쿵쾅거림이 이젠 아슬하게 느껴집니다. 프루스트가 괜히 가지 않은 길을 운운하는 것이 아닐 거에요.

웽스북스 2008-06-24 00:58   좋아요 0 | URL
주드님, 그 일이 뭐였을까, 매우 궁금해지지만
일단은 그냥 궁금해 할래요 마구 상상하면서요

프루스트의 가지 않은 길은 평생 따라다니지 않을까 싶어요
그게 꼭 인생의 어떤 중대사가 아니더라도
작고 작은 일에도, 삶은 아쉬움이 남게 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하지만 쥬드님의 지금이 불행하지 않은 건
그 때 아쉬움을 남기지 않게 마음졸이며, 모든 것을 쏟아부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래서 부럽기도 하고요 ^_^

역시, 아기 바다는 정말 멋진 엄마를 만난 거에요

2008-06-23 20: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6-23 21: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6-24 11: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웽스북스 2008-06-24 23:26   좋아요 0 | URL
접수완료!

이매지 2008-06-25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확실히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뭔지 안다는 건 중요한 것 같아요.
그걸 밀고 나갈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하지만요^^
쿵쾅쿵쾅 뛰는 심장. 정말 부럽네요. :)
 
나는 날 몰라


1

회사에서 일을 하다 보면 꽤 화가 나는 요청들이 많은데
얼마 전 모팀과의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좀 화가 나 강경하게 대응하다가
부장님께 불려들어가 -_- 부드럽게
그러나 오래 조언과 격려의 시간을 가졌다 -_-
(혼이 난 건 아니지만 결국은 혼이 났다는 얘기다 ;;)

그런데 어제, 그 팀에서의 추가요청
보자마자 갑자기 또 스팀이 올라오고 ;;
그러나 꾸욱 눌러 참고 .... ;;;;


답장을 안보냈다

속 좋게 네네 알겠습니다, 라는 답장은 못보내는 거지
그래도 일은 해야하니 그냥 조용히 그 일을 처리하고 있는데
결국 전화가 왔다

오늘 중으로 해줄 수 있어요? / 네에, 해야지요 (우와 성격 킹왕짱)

그리고 나는 그 일을 매우 빠르게 처리해서 보냈다
생각같아서는 또 메일에 한소리 하고 싶었으나
(이런 경우에는 미리 말씀을 주셔야 함이 가할 줄 아뢰옵니다, 뭐 이런 말?)


꾸욱 참고

그냥 조용히 메일 맨 마지막에
의례적으로 하는 인사인

'감사합니다' 라는 말을 쓰지 않았다



2

아무리 업무 처리 이상하게 하는 사람을 지난 3년간 많이 봐왔다지만
T사의 K씨는 정말 최고다

세상에나, 돈을 입금해달라고, 돈 받겠다고, 빚쟁이처럼 떼쓰는게 아니라
돈 입금해 주겠다고, 계산서좀 달라고 이렇게 빚쟁이처럼 전화해보긴 처음이다
담당자좀 바꿔달라며 호소까지 했으나, -_- 여전히 그사람과 일하고 있다
나중에는 어디 두고보자, 하며 지켜봤는데
여전히 계산서를 못받았고, 참다참다 나는 지난주에 다시 전화를 했다

K에게 요청할 건이 있어 요청 메일을 주기로 했는데 진행이 좀 더뎌져서
어제 그 건으로 전화를 했더니 대뜸 하는 말이

"아, 네네, 그 건은 확인했고요, 오늘 중으로 진행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_-

"저, 메일 아직 안보냈는데, 늦어진다고 전화한건데...."
"아, 네, 아, 그러니까, 제가 어제 메일을 확인했는데, 블라블라블라"


님좀 짱인듯


3

요즘 매우 재밌는 나비효과를 경험하고 있다
내가 지지하고 응원하고 있는 어떤 일이 어떤 단체에 영향을 미쳐
결국 나에게 돌아와 나의 업무 진행을 더디게 만들고 있는 주 요소가 되고 있다 -_-

그렇다고 해서 생각을 철회하거나 입장이 바뀔 나는 아니지만
이런 경험에 조금 묘한 기분이 들긴 한다 흐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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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8-06-20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전국을 누비는 웬디양님을 보면 커리어 우먼 보단 캐리어 우먼 같아 보입니다.
(캐리어 우먼 : 캐리어 가방 질질 끌며 세상을 여행하는...)

웽스북스 2008-06-20 13:16   좋아요 0 | URL
오오옷 역시 메피님의 센스
커리어와는 거리가 매우 먼 캐리어우먼 의 로망을 가져야겠어요 ㅎ

다락방 2008-06-20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양님 보고싶다 ㅠㅠ

웽스북스 2008-06-21 13:02   좋아요 0 | URL
왜 울어요 보면 되죠 ^_^

turnleft 2008-06-21 0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심한 복수.. ㅋㅋ

저랑 비슷하시군요.. -_-;;

웽스북스 2008-06-21 13:02   좋아요 0 | URL
흐흐 역시 턴레프트님도 ㅋㅋㅋ

무스탕 2008-06-21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종종 심증만 가고 물증이 안남는 소심한 복수를 즐겨요..

웽스북스 2008-06-21 13:02   좋아요 0 | URL
무스탕님 소심한 복수 제 1원칙을 알고 계시는군요 ㅋㅋ

승주나무 2008-06-21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만 알고 있는 나만의 복수..
혹시 저한테도 몇 개 하셨었나요? ㅋㅋ

웽스북스 2008-06-21 17:29   좋아요 0 | URL
ㅎㅎㅎ 심증이 가는 게 있으신가보네요 승주나무님 ^^
 



고백하건대

나는 내가 다혈질인 줄 몰랐다. 더더더더더욱 솔직히 솔직히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내가 좀 온화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줄 알았다. C에게 늘 네가 보는 너의 성격은 너의 자의식이 만들어낸 거지 그건 결코 니가 아니야, 라고 놀림조로 이야기를 하곤 했던 내가, 스스로의 성격 중, 굉장히 쉽게 간파할 수 있는 부분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살아왔다니. 참 심각하다. 그런데 문제는 나만 몰랐다는 사실이다. 주변 사람들은 다 알고있었다는 것 -_- 최근에 와서 진상 병특 M을 대하는 과정에서 화가 나면 몸이 부르르르 떨리는 스스로를 여러 번 발견하고는 나 혹시 다혈질이 아닐까, 하고 자가진단을 내려본 후 주변에 물어보니 사람들은 이미 다 알고 있었다는 것.

H씨에게 물었다. 내가 다혈질이라는 걸 알고 있었어요? H씨는 웃으며 네, 가끔 욱! 하시는 면이 있죠- R대리님에게도 물었다. 내가 다혈질이라는 거 알고 있었어요? 네. 그리고 오늘 팀장님과 이야기하던 중에, 팀장님, 아무래도 제가 다혈질이라는 걸 저만 몰랐나봐요. 라고 이야기하자 팀장님 왈, 그래, 넌 내가 아무리 너 성격이 강한 편이라고 얘기해줘도 아니라고,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거라고 얘기했잖아. 아, 그랬었지. 나는 정말이지, 팀장님이 나를 잘못 보고 계신 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스스로 굉장히 말도 잘듣고, 별로 주장이 강하지도 않고, 상대방 의견을 수긍도 잘하는 사람이라 여겨왔던 거다. 그런데, 아니었다. 생각해보니 맞다고 생각하는 일에는 주장도 잘 안굽히고, 그럼에도 주장이 굽혀지게 될 경우에는 다혈질의 본성이 드러나는 것이지. 증상은 부릉부릉 떨리는 몸. -_- 커지고 빨라지는 목소리 ;;; 그래서 팀장님은 새로 실장님이 오실 때마다 우리 애들 중 만만한 애들은 한명도 없다고, 보통 애들이 아니라고 여러 번 주의를 주셨단다. 그럴 때마다, 왜요 팀장님, 저는 별로 안그렇잖아요, 라고 말하면 팀장님은 어이없다는 눈빛으로 날 쳐다보고 계셨었는데 -_- 그런데 난 내가 꽤 말도 잘듣고, 묵묵하게 조용히 일하는 직원이라는 자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아무리 심리학책 들여다보고, 자아를 분석 내지는 파악해보겠다며 이것저것 보면 뭐하나, 결국은 기본적인 스스로의 기질조차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는걸.

과거를 떠올려보면, 스스로 다혈질임을 자각할 기회는 많았다. 불합리하게 들어오는 일들에 찌릿 하고 올라오는 신경, 속상하거나 화나는 일 앞에 억울한 눈물까지 흘려가며 흥분하던 일들, J가 오늘 흥분했을 때의 나를 묘사해줬는데 동작은 커지고 고개는 획획 돌리고, 살짝 굳은 표정에 자꾸만 쓰게 되는 날카로운 의문형들, 그런데 스스로 이 점을 인식하지 못했던 건, 아마도 내가 모질지 못한 탓일 것 같다. 그렇게 흥분하다가도 돌아서면 네가 안쓰럽다. 그렇게 눈물을 흘리며, 다시는 보지 않겠다, 라고 악을 악을 쓰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흥분한 이유는 기억나지 않고 함께한 좋은 추억이 더 먼저 떠올라 다시 한번쯤 보고 싶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그러고보니 다혈질이고 모진 친구인 H의 분명한 맺고 끊음이 부럽기도 했던 것 같다. 물론 H는 나에게 늘 배신감을 느꼈단다. 같이 거품물고 흥분해놓고는 그렇게 화를 냈던 이유를 다 까먹는다고. 그래서 다시 그 친구가 보고싶다며 절 지낸다고, 참 편리한 뇌구조를 가져서 좋겠다고. 음, 이거 어째 좀 비아냥인 것 같으다, H! 흥흥! (이래놓고 까먹고 H와 헤헤거린다는 거다)

아,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나처럼 순한 다혈질이 어딨냔 말이지. 응? 대답좀 해봐요 (아직도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자의식의 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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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커리어(와는거리가매)우먼 웬디
    from 지극히 개인적인 2008-06-20 13:00 
    1 회사에서 일을 하다 보면 꽤 화가 나는 요청들이 많은데 얼마 전 모팀과의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좀 화가 나 강경하게 대응하다가 부장님께 불려들어가 -_- 부드럽게 그러나 오래 조언과 격려의 시간을 가졌다 -_- (혼이 난 건 아니지만 결국은 혼이 났다는 얘기다 ;;) 그런데 어제, 그 팀에서의 추가요청 보자마자 갑자기 또 스팀이 올라오고 ;; 그러나 꾸욱 눌러 참고 .... ;;;; 답장을 안보냈다 그
 
 
도넛공주 2008-06-20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알고 있었는데요(냉정).www.selfsearch.co.kr 에 가보셔요.

웽스북스 2008-06-20 09:37   좋아요 0 | URL
오오 저 사이트도 재밌네요
냉정한 도넛님, 제가 어딜 봐서 다혈질이에요
(이제는 또 막 뻔뻔하게 이러고있음 ㅋㅋ)

Mephistopheles 2008-06-20 0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왜 전 부풀어 오른 복어가 생각이 나버릴까요??
그 이유를 정말정말 모르겠사와요.

웽스북스 2008-06-20 09:37   좋아요 0 | URL
어머어머 저도저도 정말정말 모르겠사와요
라고 하면서 입술을 부풀려 쭉 내밀고 있는중 ㅋㅋㅋ

Mephistopheles 2008-06-20 09:49   좋아요 0 | URL
다행입니다..부들부들까지 안가서요...=3=3=3=3=3=3

웽스북스 2008-06-20 12:11   좋아요 0 | URL
으하하 저 다혈질 아닌가봐요
또 이런다 ㅎㅎ

푸하 2008-06-20 0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전혀 몰랐는걸요.ㅎ~

웽스북스 2008-06-20 09:36   좋아요 0 | URL
ㅎㅎㅎ 푸하님은 절 화나게 한 적이 없어서 그런가봐요

치니 2008-06-20 0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혈질이라는게, 잠깐 욱 하고 빨리 흥분한 뒤 곧 잊는 기질이라고 생각한다면야 웬디양님을 보는 주변인들의 반응이 맞겠지만요...
제가 본 히포크라테스가 정의한 네가지 기질(다혈질 이외에 세가지 기질이 더 있더군요)의 특성을 종합해서 생각하면, 다혈질 기질이 가장 많은 분은 아닐 거 같아요. :)

★ 다혈질

1) 장점 : 다혈질보다 더 인생을 즐기는 사람은 없다. 자기주위 사물에 대해서 어린애 같은 호기심을 항상 품고 있으며, 환경으로 인한 감정이 예민하여 불쾌했던 일도 환경이 바뀌면서 곧 잊어 버리는 경우가 많다. 생기가 없거나 발랄하지 못할 때가 극히 드물며 웬만한 환경에선 항상 휘파람을 불거나 노래를 부르며 행복하게 지내는 사람이다. 권태라는 단어는 그에게서 먼 단어이고 권태를 느끼기 전에 그는 이미 재미있는 일로 돌아서곤 한다.

그는 지나간 일을 쉽게 잊어버려 과거에 골치 아프고 복잡했던 문제들을 머리속에 남겨두는 법이 없다. 또한 미래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으므로 다가올 곤경에 대해서도 실망하거나 두려워하질 않는다. 그저 현재에 따라 살기 때문에 낙관적인 사람이 되기 쉽다. 사소한 일에도 희열을 느낀다. 그는 쉽게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그의 풍부한 정열은 때로 다른 사람까지도 그의 일에 함께 참여하게 하곤 한다. 그는 서로의 슬픔과 기쁨을 나누면서 여러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것을 좋아하고, 새로운 친구 사귀기를 또한 좋아한다.

그는 사람을 좋아한다. 부드러움과 동정심이 많은 것은 다혈질의 훌륭한 재산중의 한가지이다.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 에게 다혈질보다 더 순수하게 대해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는 문자 그대로 다른 사람의 좋고 나쁜 기분을 함께 나눈다. 특히 의사인 경우 그는 훌륭한 태도로 환자를 다룰 수 있을 것이다. 다혈질 사람의 엄숙한 태도는 가끔 타인들로부터 오해를 받을 때가 있다. 다혈질의 감정이 너무 급속도로 변환하기 때문이다. 다혈질은 누구보다도 더 당신을 사랑하고 용서할 수 있다. 세상은 이러한 쾌활하고 반응이 빠른 사람들로 인해 재미있게 된다.

2)약점 : 다혈질의 끝없는 활동은 사실 자세히 보면 휴식없는 움직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때로는 비실제적이고 무질서할 때가 있다. 그의 감정은 쉽게 그를 흥분시켜서 일의 전체를 심각히 분석해 보기도 전에 그릇된 방향으로 이미 일을 진전시키는 경우가 많다. 이런 침착치 못한 성격 때문에 좋은 학생이 되지 못할 때도 있다. 그의 불안정한 활동상태가 일생동안 계속될 때 그는 아무 열매도 맺지 못하고 자기의 잠재능력을 다 발휘하지 못하는 사람이 된다.

다혈질은 항상 박력있고 동적인 성격에 따라 행동한다. 이런 태도가 때론 그의 약점을 보지 못하게 하기도 한다. 그에게 있어 가장 크고 근본적인 문제는 의지가 약한 점과 세련된 면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는 일은 곧잘 시작하면서 끝마무리를 제대로 못 맺는 위인이다. 자신의 시간, 문제, 능력, 그외의 여러가지 책임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는 일은 그의 일이 아니다.

자기능력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잘 모르기 때문에 자신이 몇몇 사람의 앞잡이로 훌륭히 일을 하고 있지만 그 그룹의 일을 조직적으로 한다는 것은 어렵다. 고의적인 것은 아니지만 그는 자기의 약속과 결실과 책임들을 쉽게 잊는다. 그에게서는 정확한 시간 약속 이행을 기대할 수가 없다. 그의 약한 의지가 가장 위험한 결과로 나타날 때는 그의 도덕관이 주위의 환경과 동료들에 의해 변할 때이다. 한마디로 말해 그는 결실하는 사람이 아니고 충성스러운 사람도 아니다.

쾌활한 성격과 대인관계로 인해 동료들 가운데 일찍 사회적으로 훌륭한 지위에 앉게 되는데 여기서도 역시 그의 타고난 개인주의적 태도를 볼 수 있다. 대화에 있어서도 자기자신 뿐만 아니라 자기가 관심을 가지는 일들에 대해 혼자 떠들게 되고, 남들도 모두다 그일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으려니 하는 생각이 극단으로 흐르다가 주위 사람들의 비난을 받기 일쑤다. 다혈질은 감정적 불안정성 때문에 쉽게 용기를 얻는 반면에 자신의 약점을 몹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그는 성격이 온화해도 화를 버럭내는 경우가 있고 한번 폭발한 후에는 그것에 대해 잊어버린다. 곧 사과도 잘한다. 남에게 쉽게 상처를 입히고는 자신은 건재할 수 있는 사람이다.

다혈질은 똑같은 일에 대해서 여러번 후회하고 고백하는 버릇이 있다고 보겠다. 다혈질처럼 육욕의 유혹을 많이 받는 사람도 없다. 그는 정서적으로 매우 감수성이 예민하기 때문에 다른 타입의 사람보다 쉽게 유혹을 받는다. 그리고 의지가 약하기 때문에 이 유혹에 더 많은 생각을 쏟는 사람이다.



치니 2008-06-20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고로 저는 '점액질'이 가장 높게 나왔는데요,
단점 : 점액질의 가장 큰 단점은 "게으름"이다.
이거 보고 무릎을 탁 쳤드랬죠. ㅋㅋ

웽스북스 2008-06-20 09:36   좋아요 0 | URL
아 역시 치니님! 다혈질 부분에서 맞는 부분도 어느 정도 있지만, 지금 확인하고 해보니 저도 점액질과 우울질이 높게 나왔어요 점액 > 우울 > 다혈 > 담즙... 그리고 점액질 성격이 저한테 더 맞는 것 같아요- 우훗 저도 한게으름 하는데 말이죠 ㅎㅎ 암튼 고마워요 치니님~~ ^_^ 그니까 전 20포인트의 점액질로 살다가 극도로 화가 나면 5포인트의 다혈질이 발현하는 건가봐요 ㅎㅎㅎ

Arch 2008-06-20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양님, 전 아직 몰랐어요.(다정다감) 나도, 냉정하게 말하고프다.^^

웽스북스 2008-06-20 12:11   좋아요 0 | URL
시니에님, 그걸 벌써 간파했으면 큰일이게요 ㅎㅎ

순오기 2008-06-20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웬디양님, 처음 올라온 페이퍼들을 보며 내가 닮은데가 많다고 했던거 기억하나요?
나도 한 다혈질 한다지요~ ^^ 하지만, 그것도 나이 들면 차츰 떨어져요~~ㅋㅋ 나는, 다혈질을 열정이란 말로 바꿔 생각하는 자기 합리화로 살아요.
ㅎㅎㅎ~ 그래서 웬디양이 처음부터 좋았는지 몰라요!
부르르 떨지 말고, 타고난 성격을 잘 다독거려 장점으로 만들어 우리 이대로 살자고요!^^

순오기 2008-06-20 11:23   좋아요 0 | URL
아~ 참, 광주에서 돌아가며 보냈던 문자를 며칠 전에서 봤어요.ㅎㅎ 답을 하기엔 너무 지났더군요. ㅋㅋㅋ

뽀송이 2008-06-20 12:03   좋아요 0 | URL
저도 다혈질을 '열정'이라고 우기는 사람중에 하나랍니다.^^;;

웽스북스 2008-06-20 12:13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닮은 데가 있다고 하셨던 것 기억나요- 그걸 첫눈에 간파하시다니, 역시 내가 나를 몰라도 남들은 다 파악하고 있고 그런 거에요, 으흑 무서버라~ 근데 순오기님도 핸드폰이랑 안친하신가봐요 ^^

뽀송이님도 그러니까, 다혈질이시라는 거죠 흐흣!

순오기 2008-06-23 01:13   좋아요 0 | URL
핸드폰이랑 친해요. 안 읽은 문자는 계속 깜박거리던데 들어온게 많아서 어떠건지 몰랐어요. 200개 꽉 차서 지우면서 보니까 있더라고요.^^

뽀송이 2008-06-20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님~ 뭐 그래도 이거 하나는 맘 편하잖아요.
안 좋은일도 금방 잊어버린다 거... 요거 살다보면 꽤 좋은 거예요.^^;;

웽스북스 2008-06-20 12:13   좋아요 0 | URL
아 근데 제가 또 뒤끝 하나는 백만년인데 말이죠
아무리 봐도 모순덩어리야 덩어리 덩어리 ;;;; ㅋㅋ
 



퇴근길, 090으로 시작되는 전화가 온다. 광고전화인 것 같아 받지 않으려다가 혹시나 하며 받았다. 군대에 있는 M의 수신자부담 전화였다. 전화가 끊길새라, 엘레베이터 문이 열린 틈을 타 얼른 내렸다. 그리고 컴컴한 계단을 내려가며 M과 통화를 했다.

요즘같은 때 군대에 있는 너도 참 답답하고 힘들겠다,고 말했다. 예전에 M이 내 방명록에, 자기와 비슷한 나이의 젊은 친구들이 우경화돼있는 모습을 보면 참 답답하다고 얘기했던 게 생각이 나서였다. 그리고 오늘은 전경으로 가 있는 동기들의 이야기를 했다. (어제 시사인을 보니 전경들의 인권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던데, 분노할 수 있는 권리, 자신의 목소리로 이야기할 권리, 옳다 믿는대로 행동할 권리, 모든 권리들을 박탈당한 그들의 인권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한다. 더 화나는 건 현장에는 전경을 보내놓고 자신은 승진 시험을 준비한다는 현직 경찰들의 모습이다. 암튼 이건 곁가지이고) M은 이런 시기에, 이런 곳에 있는 게 안타깝긴 하지만, 그만큼 여러 부분들에 대해 고려해보고 생각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현재 군대에는, 휴가에 나가더라도 절대 촛불집회에는 참여하지 말라는 명령이 떨어진 상태라고 들었다. 물론 나는 7월에 휴가를 나온다면 군인 불복종을 몰래 해볼 것을 권유할 생각이지만. 군인이기 이전에 국민이니까.

너가 아마 군대에 가지 않았으면 우리는 한 두어번쯤은 같이 촛불을 들지 않았겠니. 라고 얘기했고, M역시 동의했다. 교회 사람들과 함께 촛불집회에 참여했다는 나들목교회의 니나와 성공회교회의 E언니를 보며 나는 정말 부러웠던거지. 그러면서 M이 있었다면 예배 마치고 한두번쯤은 같이 나갔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 안타까웠다. 밤새 메신저로 이런저런 생각을 나누며 균형을 잡아가던 대화상대 하나가 사라지니 이리 아쉽구나. 요즘의 우리는 정말 할 말이 많았을텐데. 함께 안타까워하며, 분노할 현실이 이렇게도 많은데.

돌아와 M에게 책을 보냈다. 군대에 가기 전에 매월 보내기로 했던 뮤지컬지와 배송료를 아끼기 위해 늘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책 한권. 그리고 쫀쫀하게 400자로 제한돼 있는 100원짜리 알라딘 선물 메시지에 (알라딘은 메시지 글자수를 늘려달라! - 귀찮아서 편지는 못쓰는 1인) 짧은 바람을 담았다. 사람들이 나를 통해 한국 교회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그런 프레임이 되고 싶다고. 물론 지금의 내가 아닌, 미래의 나를 통해. (어후, 지금의 나는 절대 안되지)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좀 더 다듬어져야하고, 내가 좀 더 올바르게 서야겠다고. 평생 노력해도 되기 어려울 확률 매우 농후한, 그리고 자칫 보면 매우 교만하고 위험해보일 수 있는 이런 바람이 요즘 자꾸만 생각과 마음에 스민다. 이런 바람을 가지고 올바르게 서고, 그 마음으로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이, 요사이, 점점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는 한국 교회의 총체적 위기에 대한 유일한 대안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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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8-06-18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님의 인간관계를 보면 부럽단 생각을 곧잘 해요. 좋은 지인들을 두루 둘 수 있다는 것은 웬디님이 그들에게도 좋은 사람이 되어주기 때문일 테죠. 좋은 사람 웬디님을 알고 있는 나는 그래서 복된 사람이에요. ^^

웽스북스 2008-06-18 00:20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 사실 합해보면 몇명 안돼요, 알고보면 니나가 K가 되기도 하고 M군이 H군이되기도하고 썼던 사람 얘기 또쓰고 또쓰고 그러는 거에요- ㅎㅎㅎ 그치만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좋은 사람들인 건 맞아요. 그래서 저도 참 기쁘고 좋아요- 그리고 지금 마노아님에게도 슥삭슥삭 마수를 뻗치는 중이에요 흐흣

Jade 2008-06-18 12:59   좋아요 0 | URL
웬디양님 저는 K도 될수있고 J도 될 수 있는데 저에게도 마수를 좀 뻗쳐주세요 ㅋㅋㅋ

웽스북스 2008-06-19 23:45   좋아요 0 | URL
제이드님에게는 이미 뻗쳐진 마수가 너무 많아요 ㅎㅎ

라주미힌 2008-06-18 0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님 인기가 좋죠...
주위가 산만한 평화주의자라고나 할까 ㅎㅎㅎ
평화를 여기저기 흘리고 다니는... :-)
지갑도 잘 놓고 다니고...

웽스북스 2008-06-18 01:30   좋아요 0 | URL
라주미힌님 수완이 좋죠
티안나면서도 은근 배후세력이라고나 할까나?
평화주의자를 잘 이용하시는 ㅋㅋㅋㅋ

Arch 2008-06-18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양님은 댓글에서 더 빛을 발하세요. 전 웬디양님 덕분에 교회에 다니는 분들이 초큼 달라보여요.

웽스북스 2008-06-18 12:45   좋아요 0 | URL
어후 시니에님 이렇게 말하니까 댓글 달기 부담스럽잖아요
빛을 발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나
반짝반짝~~~ 하고 덧글을 달 수도 없고 (아 초유치 ㅋㅋㅋㅋ)
시니에님은 글 자체가 반짝반짝 빛나던데요 뭘~

블리 2008-06-18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웬디양의 이 글을 보니, 요즘 듣고 있는 여름성경학교 파이디온 강습회 주제가 생각나네...그 분의 마음을 갖고 함께 울고 함께 기뻐하며, 백성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지도자, 느헤미야, 일은 나누고 힘은 모으는 진정한 공동체, 그 가운데 축복의 통로로 서가는 '나는 하나님의 리더'... 아이들에게 그리 가르치려면, 세상에 외치려면 먼저 나와 우리가 그런 모습이여야겠지? 근무 중이라 두서 없지만 무슨 말인지 웬디는 알리라 믿어~^^
웬디양의 이 글에 그은 밑줄. '사람들이 나를 통해 한국 교회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그런 프레임이 되고 싶다고.' (동감~)

웽스북스 2008-06-18 12:45   좋아요 0 | URL
네 그래서 지금의 내가 아닌 미래의 나, 라고 바라는 거겠지요
지금의 내가 프레임이 된다면
어후, 안돼요 안돼 ㅋㅋㅋ

니나 2008-06-19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 니나킴~ㅋㅋ 나는 좋은 교회를 다닐뿐, 내가 좋은 사람이 되려면 한 천오백년은 걸릴 것 같다;;

웽스북스 2008-06-19 23:46   좋아요 0 | URL
당신은 기준이 너무 높구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