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다 4개월이나 먼저 입사했으나 대학교 4학년때부터 일을 했던 관계로 나보다 2살이 어린
E대리가 퇴사 소식을 전했다
7월 2주까지만 근무를 하고는 안나오겠다고
E대리는 올 초에 미술학원에 다니기 시작하더니 
결국은 디자인 경영 대학원에 진학하는 방향으로 진로를 결정했단다

어제는 E대리와 잠깐 얘기를 할 시간이 있었고,
그녀는 자신의 이후 진로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사실은 다른 회사에 가서 000를 할 생각도 있었거든요
(000는 지금 하고 있는 업무를 살린 다른 업무)
그래서 사람들도 만나고, 좀 알아보고 있었어요- 보니까 재밌겠더라고요-
손에 이상적인 하고 싶은 일과 현실을 고려한 일
두가지 카드를 모두 쥐고 있었는데

어느 날 길을 걷다가, 전광판에 나오는 미술 조형물들을 보는데
갑자기 심장이 쿵쾅쿵쾅 뛰더라고요
어떤 남자를 만나도 이만큼 뛰었던 적은 없어요

그래서, 아, 나는 이걸 하고 싶은 거구나, 라고 생각했어요



E대리의 퇴사 소식이 알려진 후 많은 사람들과 커피를 마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는데
대리급들 (내 또래) 은 갈 곳도 명확히 정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퇴사할 수 있느냐
라고 이야기했다고 하며
과장급들은 대부분 부럽다, 라고 이야기를 했단다

뭐가 부러운데요? 용기가? 젊음이?
젊음이요


돌아오는 길에 나도 막연히 그녀가 조금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 내가 부러워했던 건 그녀의 용기도 아니었고
두살이 어린 그녀의 나이도 아니었다

나는 쿵쾅쿵쾅 뛰고 있는 그녀의 심장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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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de 2008-06-21 2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남자를 만나도 이렇게 뛰었던 적은 없어요"라니 너무 멋지잖아요! >.<
아 저도 그렇게 쿵쾅쿵쾅 뛰는 일을 만나고 싶어요!


웽스북스 2008-06-24 00:52   좋아요 0 | URL
제이드님은 뭘 하든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잘 할 거에요! 흐흣

야클 2008-06-21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자주 심장이 쿵쾅쿵쾅거리면 심장이 약한거지요. 그런 일은 일생에 몇번이면 족하지 않을까요?
아직 웬디양은 그런 대상이 안나타나서 그런것일 뿐일겁니다. 곧 만나게 되길. 그게 일이든 사람이든 취미든... ^^

웽스북스 2008-06-24 00:53   좋아요 0 | URL
아 사실 저
자이로드롭만 보면 심장이 쿵쾅쿵쾅거려요

제 운명은 자이로드롭일까요? 하하

Mephistopheles 2008-06-21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같은 세상엔 말입니다.
어떤 식겁하고 겁나거나 감동하는 일이 있어도
일정한 박동수를 유지하는 강심장이 필요한 시기라고
하더군요..^^

웽스북스 2008-06-24 00:53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2MB 앞에서도 태연할 수 있는 유연한 심장이 필요할텐데

너무 쉽게 흥분해서 문제

2008-06-22 02: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6-24 00: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08-06-22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녀의 뛰고있는 심장이 부러워요. 요즘 너무 무뎌졌단 생각듭니다. 별 감흥이 없네요. E대리 화이팅!

웽스북스 2008-06-24 00:54   좋아요 0 | URL
세실님, 그래도 좋아하는 일 하시잖아요
부러워 부러워

비로그인 2008-06-23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굉장히 하고 싶은 일이 있었어요. 그 일을 하면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기분이었을 것 같아서 얼마나 노력했는지 몰라요. 제가 제 체력의 한계를 가장 느끼지 않았던 때가 있다면, 그리고 가장 마음 졸이며 기뻐했다가 불행했다가 했던 때를 생각해 보면, 그 때였음이 분명해요. 그건 지금도 변함이 없어요. 하지만 제 경우에는 연달아 실패를 했고, 몇 년을 쏟아부었지만 허사가 되었습니다. 아마 다시 실전에 투입된다면 현직보다 더 현직같은 성과를 보였을지도 몰라요. 몇 년의 노력 끝에 전 그 세계에 대해 속속들이 알게 되었으니까요.
지금이 불행한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그 때 그 심장의 쿵쾅거림이 이젠 아슬하게 느껴집니다. 프루스트가 괜히 가지 않은 길을 운운하는 것이 아닐 거에요.

웽스북스 2008-06-24 00:58   좋아요 0 | URL
주드님, 그 일이 뭐였을까, 매우 궁금해지지만
일단은 그냥 궁금해 할래요 마구 상상하면서요

프루스트의 가지 않은 길은 평생 따라다니지 않을까 싶어요
그게 꼭 인생의 어떤 중대사가 아니더라도
작고 작은 일에도, 삶은 아쉬움이 남게 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하지만 쥬드님의 지금이 불행하지 않은 건
그 때 아쉬움을 남기지 않게 마음졸이며, 모든 것을 쏟아부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래서 부럽기도 하고요 ^_^

역시, 아기 바다는 정말 멋진 엄마를 만난 거에요

2008-06-23 20: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6-23 21: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6-24 11: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웽스북스 2008-06-24 23:26   좋아요 0 | URL
접수완료!

이매지 2008-06-25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확실히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뭔지 안다는 건 중요한 것 같아요.
그걸 밀고 나갈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하지만요^^
쿵쾅쿵쾅 뛰는 심장. 정말 부럽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