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모임에서 사람들과 얘기하면서 그랬다. 가끔, '하나님께서 나를 너무 사랑하시니 난 정말 뭐든 다 잘될 거고, 정말 잘 살 거야' 라는 생각을 하며 사는 사람들이 부러울 때도 있다고. 이건 어떤 비아냥거림은 분명 아니다. 어느 정도 진심이 섞여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또 진심은 아닌 거다. 돌아갈 의지는 0%이지만, 그래도, 진심이 아니지는 않은 거다.

이런 느낌에 빗대어 설명해도 될런지는 모르겠는데, 미쓰홍당무를 보면서 느낀 감정도 비슷하다. 그러니까, 미쓰 홍당무를 보고,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저 여자가 도대체 왜 저러는지 하나도 모르겠다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는 또, 나도 그럴 수 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든다는 얘기. 컴플렉스로 똘똘 뭉쳐진, 그래서 스스로 자기가 막 부끄러운, 타인의 상황은 완벽하게 객관화하지만, 자기자신은 전혀 객관화하지 못하는, 아니 그 객관화를 두려워하는, 가지지 못하는 건 갖고 싶지 않았던 척하고, 원하는 것을 위해 표면적으로는 집요하게 행동하면서도 자신이 진짜로 원하는 것은 들여다 볼 용기가 없는 저런 여자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삶이라니. 얼마나 아름답고 샤방한가. ㅎㅎㅎ 그들과 함께 저여자는 도무지 뭥미를 외치고픈 맘 굴뚝같지만 이 여자가 너무 이해되는 내 삶이 심지어 좀 슬프기까지 하다. 이 때의 그 굴뚝같은 맘 역시, 진심이 섞여 있긴 하지만 꼭 진심이라 하기는 어려운 진심이긴 하다.

그러면서도, 이 영화는, 웃기다. 이건 100% 진심이다. ㅎㅎ 이경미 감독 유머를 아는 감독인가봐. 라고 또 혼자 감탄하며 맘놓고 정신줄놓고 대놓고 마구 웃어주었다. 마음은 내가 웃는게 웃는게 아니야, 하고 싶어도, 아, 그래도 정말 진심으로 웃긴데, 어쩌라고. ㅎㅎ 마이너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마이너한 방식으로 쓰면서도, 지루하지 않게 풀어갈 수 있다는 건 대단한 능력이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다. 박찬욱의 영화 중에는 사이보그지만 괜찮아,와 가장 비슷한 느낌인데, 사이보그지만 괜찮아보다는 좀 더 대중적으로 사랑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나만의 생각인가) 영화 중간에 등장하는 백석의 시 <남신의주유동박시봉방>은 예상치 못했던 반가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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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엄마 2008-10-21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사이보그 류라면, 전 도전해볼테야요! 남들은 중간에 막 뛰쳐나갔던 그영화 -_-;;;

웽스북스 2008-10-22 02:17   좋아요 0 | URL
ㅎㅎㅎ 꼭 그 류라고 말하긴 좀 어렵고, 암튼 군데군데에서 그 영화가 생각나게 될 거야. ㅎㅎㅎ

메르헨 2008-10-21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신을 객관화하지 못함...마구마구 제 속을 찌를거 같습니다.^^
미쓰 홍당무 보고 싶어지네요.
사이보그지만 괜찮아는 볼 생각도 못했는데...^^

웽스북스 2008-10-22 02:18   좋아요 0 | URL
미쓰홍당무 꼭 한번 보세요. 추천이에요. ^_^

지현 2008-10-22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나는 효진이가 연기한다면, 설사 그 역할이 두루미,라도 다 이해할 수 있어. ㅋㅋ

웽스북스 2008-10-22 12:53   좋아요 0 | URL
어이쿠 두루미 우리 지현쌤께 제대로 찍히셨쎄요
 



그러니까, 내가 이래서 닥본사를 안한다.
집착이 너무 심해 아가씨.
그래도 내 나이가 이제 스물 아홉인데,
자료 찾아 다니면서 멋져멋져 외치기도 너무 부끄럽고
오매불망 드라마 하는 날 기다려가며
다음 회 맘졸여가면서 기다리기 싫어서,
종영된 드라마만 보는데,

베/바도 꼭 꼭 참고 있었는데, 주위에서 아무리 질러도
종영 이후에 보리라, 종영 이후에 보리라, 하면서.....


사실 11회까지나 했으니,
마음 졸이며 기다리지 않아도 될 것 같았는데,
어후, 하룻밤만에 이렇게 다 봐버릴 줄이야.


11시-8시 : 시청
8-12시반 : 씻고 교회
12시반-3시 : 나머지 시청

그리고 지금까지. 정신 못차리고 있음. 온갖 사진과 기사 보면서 흐뭇해하는 중.
잠은 한시간도 못잤다. 어흑.

이제 1시간쯤 자고 나가봐야 하는데, 할 수 있겠지.
아, 빠지면 안되는 모임인데.. 갈 수 있을 거야.




수트간지



연기간지
(세상에 이런 표정들이 사랑스러워보일 줄은 몰랐다)





뭐니뭐니해도 백미는 지휘간지,
이건 따라올 수가 없다, 그 어느 누구도, 명민좌 내부의 그 어떤 간지도.






당분간 약간의 진상짓이 예상되옵니다.
제목에 명확히 식별할 수 있도록 해놓을게요.

싫으신 분은, 안오시면 됩니다.
(볼드 부분은 꼭꼭 강마에 말투로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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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8-10-19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상 홈페이지의 그분이 지휘 폼이 카라얀보다 멋지다고 하잖아요^^ㅎㅎㅎ
10회 합창 교향곡 부분은 소름이 끼쳤어요.
제가 이래서 홍자매 작가를 사랑한다니까요. 태릉선수촌 때부터 알아봤다구요!
명민좌, 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연기자에요. 올해는 연기 대상 꼭 타시기를!
그나저나 저 수트 간지 어쩜 좋아요. (>_<)

웽스북스 2008-10-20 01:29   좋아요 0 | URL
저.... 울었어요... 흑...!
연기대상 안탈 수가 없어요.
저 요즘 드라마 잘 안봐서 연기대상 몇년간 안챙겨봤는데,
올해는 꼭꼭 보려고요. 아 2시간밖에 못잤는데 너무 좋아요. 흑흑.

이번주에는 닥본사를 못할 것 같아 슬퍼요.
담날 점심시간에 봐야지 ㅜㅜ

paviana 2008-10-19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강마에 말투로 저도 한번 읽어보고 갑니다.
안볼수가 없지요? ㅎㅎ

웽스북스 2008-10-20 01:29   좋아요 0 | URL
완전요.
파비아나님 닥본사 하신다고 할 때 알아봤어요. ㅋㅋㅋ

하루(春) 2008-10-19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 저도 미국에 온 이후로 미국에 오기 전 보던 드라마 끝내기 위해 본 '온 에어(는 유튜브로 봤는데)' 이후 처음으로 친구한테 9편 받아다가 7편 끝냈어요. 오늘 기사 보니까 18부까지 한다던데 종영할 때까지 어떻게 기다리죠? 종영해야 친구가 어둠의 경로로 받은 거 줄 텐데... ^^; 개인적으로 클래식을 좀 좋아해서 보기로 마음먹은 건데 역시 음악이 좋더라구요. 다음엔 '모차르트 바이러스' 만들어 줬으면 좋겠어요.

웽스북스 2008-10-20 01:31   좋아요 0 | URL
하루님도 화끈하게 보는 스타일인가보아요. ㅎㅎㅎ
그럼 다 끝날 때까지 계속 못받는 거에요? 으흑

ㅋㅋ 브람스 바이러스는 어때요?

다락방 2008-10-19 1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드라마 딱 한번 봤었는데 김명민 보고 완전 짱 좋드라구욧! 아 다들 이래서 명민,명민 하는구나, 했달까요. 그런데 왜 저는 드라마 중독이 안되는지..거참.....한 회분 봤을 때 재밌다고 생각했는데..거 참....

웽스북스 2008-10-20 01:32   좋아요 0 | URL
아 이래서 명민 명민, 정말 이해되요. 김명민은 정말 명민한 연기자에요. 으흑. 그런데 드라마 중독이 안되시다니, 것두 신기하네요. 전 정말 집착이 하늘을 찌른답니다. 이래서 시작을 못해. 크흑.

다락방 2008-10-20 08:35   좋아요 0 | URL
서재 지붕이 ㅋㅋ

무스탕 2008-10-20 10:01   좋아요 0 | URL
서재 지붕이 ㅋㅋ

웽스북스 2008-10-20 12:09   좋아요 0 | URL
서재 들어올 때마다 행복해요. ㅜㅜ

지현 2008-10-20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어디서 볼 수 있는게야, 나도 이제 슬슬 발을 담궈야 하나 고민중.
남편이 지휘자인 사람이 지휘를 잘한다고 하니, 믿어봐야겠고나, 싶어서. ㅋ

웽스북스 2008-10-20 12:13   좋아요 0 | URL
아, 저는 클럽박스에서 다운받고 있어요. ㅎㅎ
박스 주소는, 블로그에 알려드릴게요

지휘 최고에요
(실은 어떤 지휘가 잘하는 지휘인지 잘 모르긴 하지만, 강마에가 기준이 되고있음 ㅋㅋㅋ)

지현 2008-10-20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근데, 근데, 근데!!!
이지아가 싫어, 바이올린 싱크도 너무 안맞는 이지아가 싫다고... (철푸덕~)

웽스북스 2008-10-20 12:13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보다보면 볼만한데...ㅎㅎ

순오기 2008-10-20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인지 중간쯤 두어번 봤는데 명민 빼고 나오는 사람들 연기가 별로~ 장근석이는 또 왜그래? 집착할까봐 아예 드라마를 안보는 아줌마 여기 있어요.ㅎㅎㅎ

웽스북스 2008-10-20 12:14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거기 나오는 다른 모든 배우들은 다 강마에를 빛나게 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하고 있음. ㅋㅋ

네꼬 2008-10-21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위 수트 간지 진짜 좋으네. 그리고 나도 합창 씬에서 (그만 나도 모르게) 살짝 눈물이.. 근데 루미 양 연기 너무 못하더라요. ㅠㅠ

웽스북스 2008-10-21 00:46   좋아요 0 | URL
흑. 정말 최고죠. 최고죠.
오늘 하루죙일 또 정신 못차리고 남들 지겹도록 추천하고 다녔어요 ㅋㅋ

치유 2008-10-21 0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집은 아들 녀석이 푹 빠져버리는 바람에 저도 첫회부터 인터넷으로 다 봤어요..
이제 12회부턴 아들녀석이랑 함께 볼거랍니다..^^&

웽스북스 2008-10-23 00:22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저 오늘 12회 못봤어요 으흑 으흑 ㅜㅜ
좋은 아드님을 두셨군요 배꽃님

혹시 이대나온 여자? ㅋㅋㅋ

노이에자이트 2008-10-21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루미가 나온다길래 동물보호 이야기인줄 알았어요.근데 음악 이야기!!!

네꼬 2008-10-22 19:02   좋아요 0 | URL
아하하하. 재밌어요! (죄송합니다 초면에..)

웽스북스 2008-10-23 00:23   좋아요 0 | URL
저 아는 분은,
베토벤 바이러스라길래, 단체로 귀를 먹는 신종 베토벤 바이러스냐고 그러셨다며 ㅋㅋㅋ

곰탱이 2008-10-21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마음. 난 이해합니다.(강마에 말투 ㅋ)

웽스북스 2008-10-23 00:23   좋아요 0 | URL
꺅~!!!!
 





아, 밤을 새버렸다.
이런, 긴머리 잘어울리는 남자배우는
장동건밖에 없다고 했던 거 취소다

>> 접힌 부분 펼치기 >>

 예전에 봤던 T사감의 기름진 시선도 뒤늦게 이해돼주시고

>> 접힌 부분 펼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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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8-10-19 1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생에 은하계를 구하신 축복받은 그분이 와방 부럽습니다!
뒤늦게 강마에의 세계에 풍덩했군요!
http://jsksoft.tistory.com/
요기서 음악 들어보세요. 카라얀보다 멋진 지휘 폼도 감상 가능합니다^^ㅎㅎㅎ

무스탕 2008-10-19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저도 대세에 동참해야 할까요?
아직 강마에를 한 번도 안봤는데 여기저기서 들리는 소문이 좋더라구요.
궁금하기도 하고 드라마에 빠지면 시간이 더 없는데.. 싶어서 의도적으로 멀리 하는 맘이 흔들리기도 해요 ^^

웽스북스 2008-10-19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마노아님, 너무 감사드리고요....
무스탕님... 시간내서 꼭 보세요. (눈이하트로변했어요)

바람돌이 2008-10-19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뭐랬어요. 재밌댔죠? ㅎㅎ
축구에 죽고 사는 우리집 옆지기가 세상 태어나서 처음으로 축구때문에 짜증내더라구요.
축구때문에 이번주 베토벤 바이러스 한회 쉬었잖아요. ㅎㅎ

웽스북스 2008-10-20 01:33   좋아요 0 | URL
완전 완전,
심지어 거기서 끝났으니 얼마나 짜증이 났을까.
내가 만약 닥본사하는 중이었담,
항의했을 거에요 정말...ㅜㅜ
 


10월 들어 몇 편의 영화를 봤다. 그에 대한 간단한 기록.

1. 신이 찾은 아이들

기독교 영화제 개막작이었다는데, 나는 개막식에서 본 건 아니구, 개천절날, 몇몇 사람들과 함께 봤다. 원작 책이 있다는데, 영화가 끝나고야 알았다. 내전이 끊이지 않는 수단의 청년들이 미국 지원 시스템을 통해 미국으로 오게 되고, 그 곳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그린 영화. 미국이 꿈의 나라다, 라는 말을 들으면 팽! 하고 웃는 나이지만, 그들에게 미국이 꿈의 땅이었음을 부정할 정도로 매정하지는 않다. 적어도 그들은 정말로 그 땅을 토대로 꿈을 꾸었으니까. 그들은 미국에게, 또 사람들에게 동정의 대상이었고 (그렇다고 제대로 된 동정을 받은 것도 아니었지만) 촌스러움의 상징이었고, 몰려다니면 무섭다,는 이유로 이웃들에게 신고를 당하는 대상이었으나, 그런 가운데서도 차곡 차곡 하나씩 하나씩, 생각하던 것을 놓지 않고, 자신을 믿고 있는 사람들을 잊지 않고 한걸음씩 나가는 모습이 꽤 인상적이었다. 그렇지만, 결국 그런 것들이 멍에가 되어 그들이 날개를 활짝 펼치지 못하는 모습들을 볼 때면, 참 속도 상하고... 답답도 하고... 남자주인공인 존불 멋지다. 이날, 본의 아니게(?) 희생과 봉사정신을 보여주게 된 나는 <여자 존불>이라는 호칭을 얻었다. 하하. ★★★★☆

2. 고고70

머리를 기른 조승우의 모습을 보기가 어려워 조금은 괴로운 마음으로 봤던 영화. 아무리 봐도 안멋져보여서, 나중에는 내가 조승우를 왜 좋아했더라, 이런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 조승우보다는 신민아의 필모그래피에 도움이 될 영화다. 영화관을 나올 때 엔딩 크래딧과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나도 모르게 신민아가 했던 동작을 따라하고 있다. 신나게 들썩들썩 하면서 봤던 영화. 역시 중독성엔 장사 없다구. 그게 고고의 매력. 억압된 시대일수록 자유를 갈망할 수 밖에 없지. 비상식이 상식이던 세상에서, 상식적인 즐거움을 누리게 위해 당시의 상식에 비추어 비상식이었던 그 무언가를 계속해서 지향할 수 밖에 없던 이들의 이야기. ★★★☆

3. 비몽

오다기리죠 무대인사 때문에 개봉 전에 가서 봤다. 오다기리죠가 나가자 관객의 1/5 정도는 영화도 보지 않고 나가더라. (덜덜 돈많은 사람들...인..가봐...) 끝나고 나오자마자 몇몇 관객들은 이렇게 말하더라. '또라이 아냐?' ㅎㅎ 뭐 암튼 이 영화 수익의 대부분은 이날 강남에서 강북까지 수회간 있었던, 오다기리가 아니었으면 김기덕 영화같은 건 돈내고 보지 않을 언니들까지 끌어들였던 오다기리죠와 이나영 무대인사에서 창출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마르고 얼굴작은 이세상사람같지 않은 둘이 함께 서 있으니 - ㅈ씨는 초소두라는 표현을 - 그 세상이 이세상이고, 내가 다른 세상 사람 같드라) 행복은 끊임없이 누군가의 희생과 포기를 담보로 하는 거구나. 불가항력적으로 양보될 수 없는 욕망이라는 게 부딪치면 깊은 생채기가 되고, 또 그게 참 아프구나. 남자가 사랑하는 이를 꿈에서 찾아가면, 여자는 현실에서 무의식 중에 그 꿈을 실행한다. 문제는 무의식에만 존재하던 것이 수면 바깥 현실의 세계로 나왔을 때, 현실을 무질서하게 만들고, 이로 인해 다잡았던 것들은 흔들릴 수 밖에 없으며, 결국 혼돈에 빠지게 된다는 것. 영화관에 있던 사람은 모두 마음속으로 제발 부디 2교대를 해주세요, 라고 한두번쯤은 외쳤겠지만, 쉬운 길을 가실리 없잖아. 그런 바람같은 건 싹 무시해주시고, 결국은 오다기리를 조각도로 스스로의 머리에 피를 내는 사람으로 만들어버린 잔인한 김감독님. 다행히 곳곳에 웃음을 자아내는 몇몇 장면들이 어색하지 않게 영화에 녹아든다. (웃음을 의도한 건 아니었겠지만) 뒷부분만 아니면 미스테리스릴러로맨틱코미디 장르로 다시 만들어도 될듯. ㅎㅎ. 일본어와 한국어로 대화하는 건 어색함의 극치였으나, 나중에는 인식조차 어려울 정도로 영화의 자연스런 일부가 된다. 잠들지 않으려 짓는 괴로운 표정들은 처음엔 우스꽝스러웠으나, 결국은 희화를 넘어선 절절한 괴로움으로 받아들여지게 된다. 물론 진짜 하고 싶었던 얘기는 이나영 옷 겁나 예쁘고, 나비 목걸이도 예쁘고 (집에와서 이나영 목걸이, 이나영 스타일, 뭐 이런거 쳐봤다는 거) 오다기리를 둘러싼 모든 풍경은 간지가 좔좔 흐른다,라는 거. 침대위 이불 색깔까지도 근사하다. 예상치 못했던 미적 즐거움이라니. 김기덕은 아무래도 스타일리스트. ㅎㅎ ★★★★

4. 모던보이

조승우에 이어 박해일까지. 한 때 좋아하던 남자배우들이 왜 옛시대 역할을 맡아서는 다들 머리 모양을 이상하게 하고 나와 식어가는 마음에 확인사살을 해주시는 건지. 역시 머리빨은 여자만 중요한 게 아닌가보다. 장발이 어울리는 사람은 장동건 외에는 없다오, 그런데 장동건도 짧은 머리가 더 멋있다오. 부디 감우성만은 우리시대의 연기를 계속해 주시길. 으흑. (왕의 남자는 잘 넘어가서 참 다행이야) 1930년대 경성 최고의 미남이자 낭만의 화신이라 우겨대는 이해명의 말 뒤에 나는 계속 한마디밖에 덧붙일 수 없었다. 아, 이토록 찌질할 수가! 당신은 찌질함의 화신이구나. 싫다고 도망간 여자 끝까지 찾아다니고, 그것 때문에 고문까지 받고 나와서는 하는 말이, 테러박이 정말로 부럽다, 라니. 그러고 다시 들어왔다고 마냥 행복해하고, 촐랑촐랑 춤도 추고, 덜덜 떨면서 폭탄조끼까지 입다니. 지금 생각하니 귀여워서 막 웃음이 나려고 그러네. ㅎㅎㅎ (화면으로 보면 정말 찌질한데 쓰고나니 왜이리 귀엽누 ㅎㅎ) 그렇다. 난 찌질남에게 일말의 매력도 느끼지 못하지만, 외면하지도 못하나보다. 크크섬에서도... 심형탁 같은 스타일이 분명 좋지만 자꾸만 윤대리 쪽으로 마음이 쓰이는 걸 보면. (드라마 보면서 왠 -_-) 그래, 허세보단 찌질이 낫지. 어쩜 모던보이라는 제목은 조선시대 남자들의 이런 허세, 가오를 벗어버린 현대적 찌질한 남자를 가리키는 중의적 의미는 아니었을까. ㅎㅎ (김혜수는 당시로서는 매우 매력적이던 여성의 역할을 맡았으나, 전혀 매력적이지 않았다, 쿵! 내 눈엔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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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rnleft 2008-10-15 0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평이라기보단 남자배우평..;;

웽스북스 2008-10-15 09:15   좋아요 0 | URL
그러고보니 남자배우 언급 안한게 없구나.
버럭 그래도 여자배우들도 다 언급했는데 ㅋㅋ (그야말로 언급수준?)

친구와 어제 찌질함에 대해 얘기하다보니, ㅎㅎ
네, 제 평은 늘 이런 식이라고요 ㅎㅎㅎ

마늘빵 2008-10-15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새 영화 본게 없다요. 너무 바쁘다요. -_ㅠ

웽스북스 2008-10-15 09:16   좋아요 0 | URL
아 드디어 그 시기가 왔군요,
아프님이 영화를 못보다니, 토닥..

무스탕 2008-10-15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고70은 겨우겨우 봤는데 모던보이는 못보고 보내버릴 가능성이 커요 ㅠ.ㅠ
전 박해일보다 김혜수가 보고싶어서 모던보이가 보고싶은데 웬디양님에겐 그렇게 보이셨단 말씀?

웽스북스 2008-10-15 09:17   좋아요 0 | URL
네 박해일은 머리가 에러였다면,
김혜수는 머리도 머리지만 눈썹이 계속 거슬리더라고요...;;

다재다능하기가 아리영 수준인데, 별 매력이 안느껴져서
저도 좀 의외였어요, 뭐 저만 그런 걸수도 있고. ㅎㅎ

라주미힌 2008-10-15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혼이라서 그런가 ;;;;;

웽스북스 2008-10-15 09:18   좋아요 0 | URL
아아... 어제 너무 졸면서 써서...
오다기리 죠 연기가 매우매우매우매우 훌륭했다는 얘기 쓰는 걸 깜빡했네.

ㅎㅎㅎㅎㅎㅎㅎㅎ

Alicia 2008-10-15 10:04   좋아요 0 | URL
라주님은 웬디님한테 만혼아니냐고 물을 자격 없지 않아요? =333
으흣! ^^

웽스북스 2008-10-16 01:21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제가 그렇게 따져줬어요 ㅎㅎㅎ
제가 라주님께 그소리 들을 군번은 아닌 것 같은데요 ㅎㅎ

Alicia 2008-10-15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비몽봤어요. 중간에 나가는 사람들 있었어요. 말하려고 하는게 직설적이고 다소 유치한 부분이 있지만 괜찮았던 것 같아요. 너무 어두울까봐 보기전에 긴장했는데-_- 보고난 후의 마음이 더 편해요, 그러나 역시 잔영은 좀 오래 가는것같아요.ㅠ

웽스북스 2008-10-15 09:55   좋아요 0 | URL
직설적이라는 말 저도 썼다가 지웠는데... 극장에 개봉한게 입문자용이라잖아요 ㅋㅋㅋㅋㅋㅋ (이런 세심한 것도 아닌 뭥미한 것도 아닌 분류)

지현 2008-10-15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다재다능하기가 아리영 수준이라고. 하하하하하.
당신의 유머도 이제 정상을 향해 달려가는군요!

웽스북스 2008-10-16 01:22   좋아요 0 | URL
어랏랏 정말요? ㅎㅎㅎ
이것도 이제 시대가 좀더 흐르면 젊은 사람들은 못알아들을거에요 그죠

순오기 2008-10-15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본 건 하나도 없에요~ 오늘까지 봐야하는 영화표가 두 장 있는데 시간을 못내요. 오늘 밤 기차로 서울역 가야돼서 남매와 아빠만 '모던보이' 보러가기로 했어요.10월 일정이 엄청 빡빡한 순오기, 영화볼 짬이 없네요~ 그래도 좋아요, 내일은 정지용문학관 가거든요~~~ ^^

웽스북스 2008-10-16 01:23   좋아요 0 | URL
어이쿠나. 아깝다. 아까워.
그래도, 역시 순오기님이네요. 부지런 바지런

2008-10-15 10: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0-16 01: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니나 2008-10-15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아리영'부분에서 급절했다고 하하하하하
박해일은 연애의 목적에서도 그리 찌질하더니 혼내줘야겠어~~
드라마의 찌질남에게도 마음이 쓰이는 당신은 본의아니게 <여자 존불>??? ㅋㅋㅋ

글고,괜히 하정우 봤다고 들이댔다가 우리 오다기리를 봤다는 너의 답문자에 나 완전 좌절했었잖애... ㅠㅠ 초조두 우리 오다기리님... 약간대두 우리 하정우님... ㅋㅋㅋㅋㅋㅋㅋ

웽스북스 2008-10-16 01:48   좋아요 0 | URL
으하하하 안그래도 나오면서 연애의 목적 얘기했다. 나 정말 여자존불? ㅎㅎㅎ 하정우 그래도 보고싶어. 우리 오다기리는 얼굴 넘 작아서 잘 안보여. ㅎㅎㅎ 초소두 초조두

다락방 2008-10-15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는 10월에 뭐 봤냐면요
[카모메 식당], [자유로운 세계], [이글 아이]
이렇게 세 편 밖에 못봤네요. 후훗.

웽스북스 2008-10-16 01:48   좋아요 0 | URL
카모메식당 리뷰 안그래도 봤었어요. ㅎㅎ
전 시나몬롤 먹고싶어요. ㅎㅎ

지현 2008-10-15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지나가던 과객입니다만, 하정우님은 정말 비교적 대두이시더군요.
지난번 윤계상군과 함께 나란히 있는 사진보고 완전 깜놀이었음.

웽스북스 2008-10-16 01:49   좋아요 0 | URL
아 정말요?
의외로 대두군요 ㅋㅋㅋ

사과나무 2008-10-15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고70은 예고편을 하도 많이 봐서... 보기도 전에 물린 듯한 느낌?

게다가 밴드리더가 청춘들을 향해 우리가 누구?! 하고 외치는 장면에서
자꾸 닥. 터. 피이~ 쒸 하고 외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는...-_-

웽스북스 2008-10-16 01:49   좋아요 0 | URL
정말요? 예고를 그렇게 많이했어요?
우리가 누구? 닥터피쉬
내가 누구게? 이정수요~~

ㅋㅋㅋ

Alicia 2008-10-16 0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님 이 밤에 장염에 열나고 배앓이 하다가 왜 삼겹살과 소주가 먹고싶어지는 것일까요?
웬디님 니나님 다락님과 삼겹살에 소주먹고 싶어요. 흐흐^^

다락방 2008-10-16 08:33   좋아요 0 | URL
하하
우리 미녀군단 함 결성해서 삼겹살에 소주 잔뜩 먹고 그래야겠네요. 막 술꼬장도 부리고. 한번 뭉쳐보까요? ㅎㅎ

Alicia 2008-10-16 09:25   좋아요 0 | URL

뭉쳐볼까요? 안그래도 니나님이랑 그얘기했었는데
저도 그날만을 기다리고 있어요.으흣^-`)r


니나 2008-10-16 10:42   좋아요 0 | URL
제 술꼬장이 험하기로 유명한데... 괜찮으시겠어요? 으흐흐흐
그래서 안취하고 챙겨주는 웬디양같은분이 꼭 계셔야 한답니다~
그러나 담날되면 암것도 기억못하는 니나때문에 웬디양님은 완전 orz라죠 ㅋㅋㅋ

웽스북스 2008-10-17 00:18   좋아요 0 | URL
ㅅㄱㅅ에 ㅅㅈ
ㅁㅈ에 ㅊㅋ
ㅇㅇ에 ㅊㅈ
ㄷㄷㅈ에 ㄷㅌㄹㅁ
ㅎㅇ는 ㅂㅆㅈㅇ

아 이거 너무 ㅅㄷㅅㅇ

다락방 2008-10-17 08:43   좋아요 0 | URL
세번째 줄에서 완전 막혔었는데 드뎌드뎌 풀었어요. ㅎㅎ
와인에 치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웽스북스 2008-10-18 11:44   좋아요 0 | URL
흐흐흣 역시 다락방님.
니나는 ㄷㅌㄹㅁ을 못알아보더라고요. ㅋㅋ

프레이야 2008-10-16 0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고70, 제게도 신민아의 발견이었어요.
비몽은 어제 봤는데 김감독다운 그 가학적 장면 때문에 ㅜㅜ
색감이 뛰어난 장면이 기억나요.
박해일은 찌질남으로 나온 게 많은데 모던보이에서도 그게 귀여워요.
웬디양님 오랜만에요^^

웽스북스 2008-10-17 00:19   좋아요 0 | URL
ㅎㅎ 그래도 전 그런 박해일의 모습을 볼 때마다
어쩐지 좀 가슴이 아파요. ㅎㅎ

혜경님, 정말 오랜만이네요. 여전히 고우시죠? ^-^

Jade 2008-10-16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비몽이랑 모던보이 봤어요 비몽은...자해장면에선 내내 눈을 감고 있었답니다. 으으

날이 많이 추워졌어요. 웬디양님 잘 지내고 계시죠? 감기 조심 하시고 ^^

웽스북스 2008-10-17 00:20   좋아요 0 | URL
제이드님이야말로, 추위 많이 탔었죠. 감기조심. ^-^
하지만, 나 또 제이드님 겨울 패션 사랑하잖아요. ㅎㅎㅎ (그 털베레모~)

자해장면 정말...으으으....
제이드님은 비몽 어땠어요?

노이에자이트 2008-10-16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다기리 조 좋아하는 사람이 많군요.박치기에서 봤는데, 음...얼굴이 정말 작죠.하정우 머리 크다는 사람이 정말 많군요.그런데 체격도 크니까 봐주기로 해요.

웽스북스 2008-10-17 00:25   좋아요 0 | URL
정말 많더라고요. 시사회장 가서 다시 느꼈어요.
중앙극장 앞에 그렇게 사람이 많은 건 처음 봤지요. ㅎㅎㅎ

그리고 하정우 얼굴이 아무리 크다한들,
일반인 아래 뫼이로다 아니겠어요. ㅎㅎㅎ

다락방 2008-10-19 19:17   좋아요 0 | URL
하정우 얼굴이 아무리 크다한들,
'크기만 한' 사람에 비하면 완전 땡큐 아니겠어요? ㅎㅎㅎ

웽스북스 2008-10-20 12:09   좋아요 0 | URL
헤헤헷 그런 것이죠. 작기만 한 사람보다도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곰탱이 2008-10-21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기덕은 아무래도 ! 스따일리스뜨죠. 그닥 대중적이진 않지만 ^^

웽스북스 2008-10-23 00:24   좋아요 0 | URL
네, 아무래도 ㅎㅎ
 



   
 

사람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신을 사랑할 수는 없고, 단지 신을 신으로서 사랑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만약 당신의 목표가 신을 사랑함으로써 당신의 배우자와 재결합하는 것이라면, 당신은 진정한 신앙심을 보여 준 것이 아니다.

테드 창 <당신 인생의 이야기> - 지옥은 신의 부재 中

 
   

지옥은 신의 부재,를 읽으며, 욥에 대한 언급은 없음에도 나는 계속 욥기를 떠올렸다. 그러다 저 부분을 읽을 때, 류선생님께서 수업에서 강조하셨던 욥기의 주제가 그대로 표현돼 있는 걸 보고 놀랐다. 아, 역시, 이 사람, 욥기를 제대로 보고 있는 사람이구나. 그런데, 끝부분 작가 노트에 정확하게 적혀 있었다.

   
  어떤 사람에게는 위로가 되는 말도 다른 사람에게는 터무니 없는 헛소리로 받아들여진다는 현상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에 가깝다. 구약성서의 <욥기>가 좋은 예이다.
내가 욥기에서 불만족스럽게 느꼈던 것들 중 하나는 마지막에 가서 신이 욥에게 복을 내린다는 점이다. 새로 태어난 아이들이 예전 아이들을 잃었다는 사실에 대한 보상이 되는가 하는 의문은 일단 제쳐 놓기로 하자. 신은 왜 욥에게 다시 예전의 복은 되찾게 해 준 것일까? 왜 해피엔딩으로 끝나야 한단 말인가? <욥기>의 가장 기보적인 메시지 중 하나는 선이 언제나 반드시 보상받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착한 사람들에게도 나쁜 일이 일어나는 것이다. 욥은 마침내 이 교훈을 받아들임으로써 미덕을 실행해 보이고, 그 결과 축복을 받았다. 이 부분은 본래의 메시지를 약화시키는 것은 아닐까?
내가 보기에 <욥기>는 자신의 신념을 끝까지 완수할 만한 용기를 결여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만약 이 이야기의 저자가 선은 언제나 보상받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에 정말로 공감하고 있었다면, 결말에 가서도 욥은 모든 것을 박탈당한 상태로 남아 있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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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W와 H를 만났고, 오늘 저녁, 다시 W를 만났다. 어제는 회식이어서 2시 30분이 넘어 끝났는데, H와 W가 강남에 있다는 얘길 듣고 1차와 2차 사이 잠깐 달려간 것이었다. W는 2년만에 만났는데, 2년 전 우연히 만났을 때 계속 준비중이던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고, 7급을 보려고 발령을 연장해놓은 상태라는 말을 전했고, 우리는 진심으로 축하해줬다. 그리고는 계속 연락 두절. 그런데 W의 얘기를 들으니, 그 때 우리들 앞에서 너무 창피해서 거짓말을 했었고, 거짓말을 한 게 너무 창피해서 그동안 연락도 피해왔었다고 한다. 마음이 짠해졌지만, 웃으면서 뭐 어떻느냐고 대꾸했다. 그거 준비중인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떨어지는 사람이 더 많은 거 아는데 뭐가 창피해. 응? 이제 연락좀 하고 살자 친구야.

짧았던 만남이 아쉬워 오늘 다시 만난 W는 늘 치열하고 신실한 H와 어제 만났던 이야기를 하며, 자기도 교회를 다녀봐야겠다고 의지할 데가 필요한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H는 하나님이 자신에게 어떤 축복을 주셨는지 W에게 구구절절 이야기를 했고, 성당에 다니던 W는 교회에 다녀야 하나를 진지하게 고민했다고 한다. 나는 선뜻 그러라고 이야기하지 못한다, H의 악의없는 말들에 대해 W가 했을 생각들을 떠올리며 또 속상해진다. 조심스레,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데...라고 이야기를 하니, 자신처럼 바닥을 치게 되면 지푸라기라도 붙잡고 싶은 마음이 된다고 이야기한다. 동생 친구 중에 한 명도 교회 다니고 자신이 얼마나 많은 축복을 받았는지 입에 거품이 물도록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그 축복이란, 월급이 500만원이라는 것이었다)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그래서 아무 말 하지 못했지만, W는 나와 성격이 비슷한 친구이기에, 그렇게 찾아가는 교회가 그녀에게 위로를 주지 못할 거라는 생각을 조심스레 해본다. 하지만 난 역시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조심스레 예전에 모 선생님께 들었던 한마디를 덧붙이자면, 욥기의 마지막은 후세에 의해 첨언된 것이라는 유력한 설이 있단다. 역시, 욥기와 가장 어울리지 않는 부분이긴 한 거다. 그 부분이 지금 이 곳에서는, 핵심이 되고 있는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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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12 17: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0-13 00: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에링 2008-10-12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제가 제일 좋아하는 SF소설인 당신 인생의 이야기군요.
이 책을 다 읽고 내 주의에 책에 내용에 대해 같이 이야기할 사람이 없어서 참 아쉬웠어요.

웽스북스 2008-10-13 00:52   좋아요 0 | URL
아, 에링님 정말요?
저는 같이 소설 읽기 모임 하는 사람들이랑 읽어서
이번주에 사람들과 얘기하게 될 것 같아요
기대하고 있음 ^-^/

2008-10-16 00: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0-16 00:5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