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기 <글쓰기> 동아리 첫 시간이었다.
마침 비가 보슬보슬 내려 시를 한번 써보는 게 좋겠다 싶었다.
나 학교 다닐 때는 글쓰기 대회, 시화 그리기 대회가 종종 있었는데
요즘 그런 대회가 사라지는 추세다.
하여 동아리에서만이라도 한번 이런 경험을 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여 계획을 세워봤다.
먼저 그림책 <돼지 이야기>를 읽어줬다.
2010년 우리나라에서 실제 있었던 구제역 살처분 사건을 토대로 만들어진 그림책이다.
아이들은 이 사건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실화라는 말에 귀를 쫑긋, 눈을 반짝이며 잘 들었다.
이야기를 다 읽어준 후,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시로 한번 써 보라고 하였다.
아이들은 의외로 시를 어떻게 쓰는지 모르고 있었다.
1학기 때 시에 대해 배웠는데
습작을 해 보지 않으니 금세 까먹은 게다.
시는 연과 행으로 이뤄져 있고,
운율 즉 노래하듯이 써야 한다.
주저리주저리 설명하기보다
함축적으로 표현해야 한다.
비유와 반복을 사용하면 좋다.
이렇게 짚어주고
시 몇 편을 읽어줬더니 아까보다 훨씬 감을 잡은 듯하다.
돼지가 어떻게 처참하게 사는지 보여주는 동영상도 짧게 보여줬다.
시간이 되면 다음에는 끝까지 보면 좋을 듯하다.
생각할 거리가 참 많다.
공영 방송에서 제작된 <동물은 말한다>를 수업용으로 편집한 동영상인데
고학년 이상은 보면서 동물 복지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다.
한 명 씩 나와서 자작시를 발표해봤다.
그 중2표 (모두 10명이라 최다득표다)를 받은 아이의 시를 옮겨 적어본다.
겨우 2시간이었지만
돼지의 가여운 인생을 생각해 보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던 것 같아 흐뭇하다.
권리 없는 꼭두각시
2010년 불길한 기운
2010년 겨울 구제역이라는 병
모든 생물체의 권리를 없애고
다른 곳의 권리도 없애는 사악한 병
1000만 돼지의 권리도 없앤다.
비좁은 곳에서 고통 받는 돼지
하나의 생물이 아닌 돈으로 취급받는 돼지
눈 내리는 길 저승길
저승길에서 만난 친구
닭, 소, 양
서로 흩어져 노는 줄만 아는
행복이란 것을 느끼는 돼지
돼지보다 못한
2010년 인간들의 포크레인에 치어
떨어지는 돼지
이승의 빛이 아닌
저승의 어둠을 보며
행복한 꿈을 꾸는 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