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아름다운 아이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2-3교시에 미술을 하였다.

부채 만들기를 하다보니 쓰레기가 많이 나왔다.

쓰레기통이 그득찬 것을 나도 봤다.

우리 반은 임원이 폐휴지와 쓰레기통을 비운다.

누구나 하기 싫어하는 일을 임원이 나서서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쓰레기통을 보며 나중에 임원한테 비우도록 해야지 마음 먹고 있었다.

 

5교시 실과실로 아이들을 데려다 주고 쓰레기통을 보니

웬 걸?

깨끗이 비어진 것이다.

임원한테는 미술 준비물 반납하는 것만 시켰는데...

임원이 쓰레기통까지 비었나?

아님 누가?

우렁 각시가 또 있나?

 

하교할 때, 전체한테 물어봤다.

" 근데 쓰레기통 혹시 누가 비었어요?" 묻자

임원이 아닌 아주 가녀린 여자 아이 김@@ 이 손을 든다.

" 와! @@가 비었구나! 선생님은 임원이 비었나 생각했지요.

어쩜 그런 깊은 생각을 할 수가 있어?"

" 쓰레기가 넘쳐 나길래 갖다 버렸어요" 한다.

" 우아~~어른도 실천하기 힘든 일인데...

얼굴도 이쁘고 마음도 이쁘고...

선생님 너무 감동 받았어요. "

머리를 쓰담쓰담 했다.

체구도 작은 아이가 저 혼자 쓰레기통을 들고 갖다 버리는 장면이 떠올랐다.

저학년 같으면 선생님한테 칭찬 받고 싶어서 더러 그런 선행을 하기도 하지만

고학년은 철저히 자기 일 아니면 안 하는데

이 아이는 어찌 그런 기특한 마음가짐과 실천력을 가졌을까?

 

지난 1학기를 되돌아보면, 이 아이는 정말 100% 도덕적인 아이이다.

교실에선 그랬다. (물론 100% 도덕적인 사람은 없지만 그 정도로 바르다는 이야기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규칙을 준수하는 아이이다.

학교도 제일 먼저 오고

책도 깊이 있게 읽고

발표도 우리 반에서 최고로 잘하고

숙제는 말할 것도 없이 성실 그 자체로 해 오고

게다가 도움반 친구한테도 스스럼 없이 먼저 다가가 말 걸어주고

자발적으로 짝이 되겠다고 나선 아이이기도 하다.

 

내가 6학년이라면 이 아이 정도의 도덕성을 갖고 있었을까?

아니었을 거다.

놀기 바빠서(어릴 때 놀기 대장이었다. )

주변 인물이나 주변 환경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을 텐데....

물론 선생님이 시키면 "  네 " 하고 했겠지만서도

스스로 할만큼 마음이 깊지 않았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울 때는 바로 이런 때가 아닐까 싶다.


누가 보지 않더라도

아무런 보상이 없더라도

옳고 바른 길을 선택할 수 있는 용기와 정의감, 도덕성을 표현할 때 말이다.


내 자녀가

우리 반 아이들이

우리 나라 아이들이 

그런 도덕적인 아이로 자라나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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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24 09: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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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24 10: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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