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목소리가 들리나요 평화그림책 5
다시마 세이조 글.그림, 황진희 옮김 / 사계절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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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은 흔히들 호국보훈의 달이라고 하여 학교에는 커다랗게 현수막을 걸어놓곤 한다. 그런데 이 말의 의미를 아는 아이가 얼마나 있을까? 6월 6일 현충일이 이미 지났지만 우리에겐 끝나지 않은 아픔인 6.25 한국전쟁이 있다. 아이들에게 현충일은 단순히 쉬는 날로 기억될 수도 있고, 6.25일은 무슨 날인지도 모르고 지나칠 수도 있다. 아이들이 모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지도 모른다. 요즘 아이들이 얼마나 바쁜데. 아이들에게 역사적 사건을 설명할 책무가 어른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그 날들이 공휴일로 또는 아무 날도 아닌 채로 무의미하게 보내는 것은 처절하게 죽어간 수많은 넋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그림책을 보고나서 첫 느낌은 섬뜩했다. <염소 시즈카>에서 보여주던 그림 스타일과는 전혀 다르게 아주 강렬하고 단순하게 표현한 다시마 세이조의 그림은 전쟁의 참상을 더 잘 드러내 주고 있다. 나라의 부름을 받고 전쟁터로 나간 " 나 "는 자신과 똑같은 사람을 향해 총을 겨누지만 적으로부터 날아온 포탄에 맞아 온몸이 갈기갈기 찢겨진다. 잠시 후 암전 같은 어둠이 지나간다.   " 나 "의 팔다리는 없어졌지만 어디든 갈 수 있는 넋이 되어 떠돌기 시작한다. 그리고 자신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사람들을 향해 외친다. 넋이 되어버린 " 나 "가 우리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5교시, 아이들에게 이 책을 읽어줬다. 아이들은 병사가 죽은 것을 알고 흐느껴우는 엄마를 그린 장면을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뽑았다. 다 읽어 주고 나서 이 병사가 너희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라고 질문을 던졌다. 어떤 아이가 우스개 소리를 늘어놓긴 하였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다시마 세이조가 그린 약간은 섬뜩한 그림 덕분에 전쟁의 참상을 느낀 듯하다. 그래서 " 전쟁을 하지 말라는 말이요" 라는 답을 내놓는다.  처음에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 전쟁터에 나갔지만 전쟁을 하다보면 누구를 위한 전쟁인지 모르게 되고 결국은 수많은 넋이 하늘로 올라가게 만드는 게 바로 전쟁이란 생각이 든다.

 

어떤 때는  시시콜콜한 나의 설명보다 강렬한 그림책 한 권이 아이들의 뇌리 속에 오래 남아 평화로운 세상을 더 갈구하게 만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본다. 지금도 지구 어느 곳에서는 누구를 위한 전쟁인지도 모른 채 똑같은 사람을 향해 총부리를 겨누고 , 포탄을 날리고, 미사일을 쏘아대는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 핵무기로 전세계를 위협하기도 한다. 지금 우리 나라가 평화롭다고 해서  이런 무시무시한 전쟁이 나에게 안 일어난다는 보장은 없다. 지금 우리 나라만 해도 그렇다. 엄밀히 말해 북한과 휴전 상태이고 긴장된 남북관계로 인하여 이번 상반기는 굉장히 분위기가 안 좋았다. <은밀하게 위대하게>같은 남북한 관련 영화들이 끊임없이 만들어지는 것도 한반도의 긴장 상태를 여실히 보여주는 예라고 생각된다.

 

반대로 남북이 평화협정을 맺고 더 나아가 지구 전체가 평화가 유지된다면 얼마나 많은 자원과 재원, 무엇보다 소중한 생명이 보호될 수 있을까? 지구에 하나 남은 분단국가인 우리 나라는 언제나 전쟁의 위협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평화가 보장되어 현재 들어가는 어마어마한 국방비를 다른 쪽 예산으로 돌린다면  지금 산재한 많은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을까 싶다. 사계절에서 나온 평화그림책 시리즈는 그림책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보여주는 좋은 시리즈라고 생각한다. 그림책으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싶지만서도 한, 중, 일 세 나라의 작가들이 나라의 경계를 넘어서 "평화"라는 공동된 주제로 작업한 이 그림책을 보면서 아이들은 평화로운 세상이 왜 필요한지 느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이 시리즈가 계속 나오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강아지똥>의 그림작가 정승각 님도 이 시리즈에 참여한다고 들었는데 언제 나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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