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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 이불 - 성장 이야기 ㅣ 꿈터 지식지혜 시리즈 18
최나나 글, 대성 그림 / 꿈터 / 2013년 5월
평점 :
아들은 항상 손에 뭔가 길쭉한 물건을 가지고 다니려고 한다.
유치원 때부터 그랬던 것 같다.
못 가지고 가게 하면 입이 앞으로 쭈욱 나와서 뾰로통해지곤 한다.
밤에 잠을 잘 때도 하얀 베개가 있어야 잠을 잔다.
그 베걔는 다른 식구는 물론이고 가장 사랑하는 나에게도 전혀 안 빌려 준다.
가끔 아들에게
" 이제 아기가 아니니 놔두고 다니자"고 말을 해도 소용이 없다.
그 물건들이 있어야 마음의 안정을 찾고 평안해지니
억지로 떼어 놓으려고 하지 말라고 선배들이 조언을 해 주셨다.
우리 아들이 두 물건에 집작하는 이유가
아기일 때 엄마와 떨어져 지낸 경험이 무의식 속에 자리잡고 있어서 그런 게 아닌가 추측한다.
딸과는 달리
아들은 영아기 때 시댁에서 1년 반 정도 자랐었다.
그게 특정 물건을 집착하는 걸로 발현되는 게 아닐까 싶다.
전에는 내 팔꿈치를 꼭 만지작거려야 잠이 들곤 했었는데 그 습관은 졸업을 했다.
울 아들의 이런 행동을 보면서
법륜 스님의 말씀에 또 공감하게 된다.
아이가 어릴 때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특히 3세 이전까지는 엄마가 무조건 아이를 키워야 한다는 말씀 말이다.
아들이 막대기, 베개에 집착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내가 좀 편하자고
어릴 때 시댁에서 자라게 해서인 것 같아 아들에게는 늘 마음 한 구석 미안함이 있다.
딸은 휴직까지는 못 했어도 친정이 가까워서 밤에는 내가 끼고 잤는데
아들은 일 년 반 동안 엄마와 떨어져 지낸 것이 무의식 속에 크게 자리잡고 있는 듯하다.
엄마와 떨어져 지낸 기억이 아이의 정서적 안정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내가 맡았던 아이 중에서도
엄마가 직장을 나갔던 그 시기- 봄꽃 필 때-가 되면
해다마 심한 분리불안 증세를 보여
아이며, 엄마, 담임이 애를 먹곤 했었다.
중학년이 되어서야 나아졌다고 들었다.
갓난 아기 적 일이 그렇게 무의식에 남아
엄마가 자신을 떼놓고 직장에 나갔던 그 시기만 되면
분리불안 증세를 나타내는 걸 보고
그 아이를 맡았던 담임들은 새삼 인간의 무의식에 대해 놀랐던 적이 있다.
이 책은 아기 때부터 줄곧 사용하던 나비 이불에 집착하는 예림이가 우여곡절 끝에 마음이 훌쩍 자라는 것을 그리고 있다.
조카 중의 한 명도 예림이처럼 아기 때 쓰던 목욕 수건을 늘 갖고 다닌 아이가 있다.
지금은 어엿한 대학생이 되었다.
초6때까지 외할머니 집에 다니러 올 때면 가방 속에 그 너덜너덜한 수건을 챙겨와서
외할머니와 내가
나중에 시집 갈 때도 가져 가라고 우스개말을 했었다.
그러더니 어느 순간 그 목욕 수건을 가지고 다니지 않았던 것처럼
울 아들도, 예림이도 시간이 지나면
점차 손에서 그 소중한 물건들을 떠나 보낼 거라고 믿는다.
굳이 부모가 닦달하지 않고 느긋하게 기다려주면 말이다.
아들에게 이 그림책을 읽어줬는데
아들도 자신과 같은 예림이의 모습을 보면서 많은 위안을 얻은 듯하다.
자신은 두 가지 물건이 있는데
요즘은 막대기를 잘 안 갖고 다닌다고 나에게 말해 줬다.
막대기를 갖고 다니지 말라고 협박하기보다
막대기를 안 갖고 나올 때 왕창 칭찬을 해 주곤 한다.
" 와! 우리 아들 멋지다" 라고 말이다.
예림이가 너덜너덜한 나비 이불을 졸업하고
크고 포근한 새 나비 이불을 덮고 아름다운 꿈을 꾸듯이
다른 아이들도 언젠가는 훌쩍 마음이 크게 자라 그 물건들로부터 졸업할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건 부모가 아이의 심리 상태를 잘 이해하고
기다려 주는 게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