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라니 텃밭 사계절 그림책
김병하 글.그림 / 사계절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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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나 포함, 우리 나라 사람들을 보면서 정말 유행에 민감하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언젠가부터 등산복을 멋지게 차려 입지 않고는 등산을 하기가 쑥스러울 만큼 등산복이 대유행이다.

유명 아이돌이나 연예인들이 등산복 광고에 나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등산복만큼은 아니더라도 현재 우리 나라 사람들에게 유행처럼 번지는 것 중의 하나가 텃밭 가꾸기가 아닐까 싶다.

우리 아파트 단지에도 조그만 텃밭이 마련되어 있는데

연말에 텃밭을 가꿀 가정은 신청을 한다.

나도 신청해 볼까 생각했으나 잘 가꿀 자신이 없어서 포기했다.

신청한 가정들은 공개 추첨을 하여 일 년 동안 단지 앞 텃밭을 가꾸게 된다.

북한산 둘레길을 가다 보면 텃밭이 보이는데 이름표를 보면 가족에서부터 어린이집, 유치원 이름까지 보인다.

텃밭의 유행은

아마 내 가족이 먹을 채소거리는 내가 직접 농약을 뿌리지 않고 정성스레 가꾸자는 마음에서 출발하지 않았을까 싶다.

아주 오래 전에는 이런 푸성귀들을 자급자족하는 게 당연하였는데

시대가 변하면서 수퍼나 시장에서 사먹다가 이제 다시

안전한 먹거리를 찾아서 텃밭 가꾸기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시댁도

웬만한 푸성귀들은 옥상에 마련한 텃밭에서 자급자족을 하신다.

 

이 책의 주인공 화가 김씨 아저씨도 시골에 작업실을 구하여 내려온 김에 작은 텃밭에다

이런 저런 모종들을 잔뜩 심어 놓고, 물 주고 잡초 뽑으며 정성껏 기른다.

그런데 아뿔사!

다음 날 텃밭에 와 보니 누군가가 텃밭에 있던 먹거리들을 죄다 먹어치운 것이다.

도대체 누굴까!

이 때부터 그 누군가와 김 화가 아저씨의 전쟁이 시작된다.

허수아비를 세워 놓아도 다음 날 와보면 다 먹어치워 놓고,

울타리를 만들어 놔도 울타리를 건너 다 먹어치워 놓고,

급기야 아저씨는 텃밭에서 뜬눈으로 불침번을 새고 자신이 가꾼 채소를 죄다 먹어치우는 누군가의 정체를 알게 된다.

바로 고라니

고라니가 그 누군가였다.

 

텃밭의 채소를 먹어치우는 녀석이 고라니란 걸 알게 된 아저씨는 그 다음 어떤 작전을 펼쳤을까?

덫을 놨을까?

아님 더 높은 울타리를 쳤을까?

김 화가 아저씨가 선택한 방법에서 " 함께 살기"의 넉넉함을 배운다.

 

첫머리에 우리 나라 사람들이 너무 유행에 민감하단 이야기를 했다.

펜션이 한참 유행하더니 요즘엔 캠핑장이 또 유행이다.

10년 동안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하다 얼마 전 귀국한 동서 내외가

서울에 와서 처음 든 느낌이

모든 사람들의 스타일이 다 똑같아서 놀랐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 뉴욕도 그렇지 않아?" 물었더니

" 뉴욕은 이 정도는 아니예요. 그런데 서울은 정말 가방, 헤어 스타일, 옷이 모두 똑같아서 진짜 놀랐어요" 한다.

나라 밖에서 오랫동안 살다 온 사람들은 한 번에 느껴지는가 보다.

 

모든 유행이 다 나쁜 것은 아니라고 본다.

김 화가 아저씨의 텃밭 가꾸기나 동물과 " 함께 살기 " 등은 온 국민에게 유행해도 좋을 듯 하다.

진짜로 유행해야 할 것들이 유행했으면 좋겠다.

책 읽기, 배려하기, 자연과 함께 살기, 내 집 앞 쓸기, 투표하기, 기부하기 등등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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