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5월 18일 보림 창작 그림책
서진선 글.그림 / 보림 / 201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늘, 5월 17일은 석가탄신일이고, <강아지똥>의 작가 권정생님의 추모일이기도 하다.
내일, 5월 18일은 광주민주화운동기념일이다.
2년 전에 <아빠의 봄날>이란 그림책이 나와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어린이들에게 그림책을 통하여 자연스럽게 5.18에 대해 알려줄 수 있어서 말이다.
가슴 아픈 역사 중의 하나인 이 날을 아이들에게 자세히 설명해 주기도 그렇고,
그냥 넘어가기도 참 찝찝하곤 했었다.

그런데 이 책이 내가 할 역할을 대신 해 주는 것 같아 나름 무거운 짐을 조금 던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번에 보림에서 5.18을 다룬 그림책 하나가 또 나왔다.

그림이나 내용이 <아빠의 봄날>보다 어린이들에게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반갑기 그지 없다.

앞으로도 우리의 아픈 역사를 다루는 그림책들이 많이 나와주길 간절히 바란다.

 

5월 18일이 어떤 날인지 그냥 지나치지 말고, 아이들에게 알려주는 것부터가 역사 인식의 시작이 아닐까 싶다.

겉표지를 넘기면 엄청 많은 총이 보인다.

안표지에 이렇게 많은 총이 그려진 것은 처음이다.

총을 보니 조금 섬뜩하다.

장난감 총도 보이고, 진짜 총도 보인다.

 

이 이야기는 작가 친구의 경험을 모티브로 하여 만들어졌다고 한다.

벌써 33년 전의 이야기가 되어 버렸지만

아직도 그 때 광주에 있었던 사람들 즉

자신의 가족들이, 이웃들이, 시민들이 무참히 죽어가는 것을 목격한 사람들의 한은 현재 진행형일 거라고 생각한다.

 

나와 함께 이 책을 읽은 초2 아들이 묻는다.

" 왜 군인이 시민을 죽여?" 라고 말이다.

책 속의 "나"도 똑같은 질문을 아빠에게 던진다.

아마 이 책을 읽는 초등학생들은 다 우리 아들이나 주인공처럼 물어볼 것이다

" 왜 같은 편끼리 싸워?" 라고 말이다.

" 그러게나 말이다. 적군도 아닌 무고한 시민들을 왜 같은 나라의 군인들이 총으로 쏴서 죽였을까?"

 

 

이 그림책은 5월 18일로 시작해서 5월 28일 일기로 끝난다.

1980년, 초등학교 1학년인 "나 "가 10일간 써내려간 일기이다.

주인공 "나"의 일기를 엿보도록 하자.

 

오늘은 5월 18일,

장난감 총을 갖고 싶어 하던 나에게 고등학생 누나는 나무 젓가락으로 멋진 장난감 총을 만들어 준다.

(아까 봤던 안표지의 수많은 총들 중에 누나가 만들어 준 총이 보인다. 잘 찾아 보시길.....)

 

학교 밖으로 탱크가 지나간다.

친구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수업 시간에 열중한다. 장난치는 꼬마가 바로 나다.

전쟁이 일어난 것일까? 선생님만이 창밖을 내다보며 걱정스런 표정을 짓는다.

 

누나가 만들어 준 장난감 총으로 아이들과 함께 총 놀이를 하고 있는데

진짜 총을 가진 군인들이 우리 마을에 왔다.

진짜 총을 보자 진짜 총이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진짜 군인과 진짜 총을 봐서 마냥 신기해 하고 즐거워 하는 아이들과는 달리

신부님, 수녀님, 누나의 표정은 수심이 가득해 보인다.

군인들이 왜 마을까지 온 것일까?

진짜 전쟁이 난 걸까?

 

아빠와 엄마는 모든 창문을 두꺼운 이불로 가리기 시작하였다.

무슨 재밌는 놀이를 하려고 하는 거지?

그게 아니라

총알이 박힐지도 모르니 이불을 덮어놓는 거란다.

왜 총알이 박혀?

옆집 할머니는 인민군이 나타나 총을 마구 쏘고 있다고 하셨으나

아빠는 군인들이 시민을 향해 총을 쏘고 있다고 한다.

그 날 밤

누나와 난 엄마의 울음 소리를 들으며 꼭 껴안고 잤다.

 

다음 날 아침, 누나가 보이지 않는다.

엄마와 아빠는 누나를 찾아 다니느라 정신이 없다.

누나는 어디에 갔을까?

누나의 정갈한 교복을 보자 누나가 더 보고 싶다.

어젯밤 누나가 꼭 해야 할 일이 있어 나가야 한다는 그 말이 생각난다.

꼭 해야 할 일은 무엇이었을까?

 

누나처럼 뭔가 할 일이 있어 집을 나간 무리들은

이렇게 차디찬 주검이 되어 가족에게 돌아왔다.

혹시 저 속에 누나도 있는 걸까?

 

1980년 오월, 광주에 나타난 무장한 군인들,

그리고 갑자기 주검이 되어버린 학생들과 시민들,수많은 실종자들.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이 그림책을 본 어린이들은 당연히 궁금해서 어른에게 물어볼 것이다.

그 날의 진실을 알려 줄 의무가 어른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이 그림책이 진실을 말해 주는 시발점이 되었으면 한다.

 

간밤에 끌어 안고 잤던 누나가 하루아침에 사라져 행방이 묘연해진 "나"의 이야기를 통해

아직도 그 날의 슬픔은 계속 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죽은 자들의 한과 남겨진 자들의 슬픔을 조금이라도 위로해 줄 수 있는 길은

누나가 하고자 했던 일이 무엇이었으며

수많은 시민들이 왜 그렇게 죽어갔는지

바로 알고

그들이 만들고자 하였던 "민주사회"를 우리 힘으로 온전하게 일궈내는 것이 아닐까 싶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순오기 2013-05-20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월 18일 체험부스에서 아이들과 어머니들이 이 책을 읽었어요.
재능나눔 체험부스 이야기는 페이퍼로 쓸 거에요.^^

수퍼남매맘 2013-05-20 15:20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많이 읽혀서 제대로 알아야 할 우리의 역사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