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머물다 간 들판에 봄봄 아름다운 그림책 38
이동진 글.그림 / 봄봄출판사 / 201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요나 팝송을 즐겨 부르고 좋아하던 내가

동요도 이렇게 근사할 수 있구나! 깨닫게 해 준 동요가 있다.

" 바람이 머물다 간 들판에 모락모락 피어나는 저녁 연기~~"

바로 <노을>이라는 동요다.

이 동요를 처음 듣던 순간,

'와! 진짜 낭만적이다' 라고 생각했다.

그 후로 작은 언니와 함께 이 노래 가사를 연습장에 받아 적어 외어 부르곤 하였다.

이 동요가 1984년에 나왔다고 하니 그 땐 난 이미 동요를 즐겨 부를 나이는 아니었는데(언니는 이미 고등학생이었다)

얼마나 이 동요가 마음에 와 닿았으면 언니와 함께 날마다 불렀을까!

그림책이 어린이의 전유물이 아니듯이

동요 또한 세대를 아울러서 함께 부르고 즐겨 들을 수 있는 노래임을 이 동요가 입증해 주는 게 아닐까!

근래에는  노을과 같은 국민 동요가 드물어서- 아니 어쩌면 내가 관심이 없어서인지 모르겠지만서도-

입가에서 중얼거려지는 동요가 없다는 게 좀 씁쓸하다.

아이들의 입에서도 동요보다는 가요가 더 많이 흘러나온다는 현실도 안타깝고 말이다.

이번에 이 동요를 모티프로 해서 그림책이 나왔다고 해서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모른다.

이 노래를 처음 듣던 그 감흥을 다시 느낄 수 있을까 기대가 되었다.

그림책은 노래의 느낌과 어울리게 수채화로 표현되어 있다.

노래 가사를 쓴 이동진 작가가 노래의 배경이 되었음직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어머니 심부름으로 "아버지 저녁 드시러 오세요"라는 말을 전하러 떠난 세 남매가

아름다운 노을을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이다.

이 노래의 배경이 된 평택의 노을이 그렇게 아름다웠다니.....

작가와 세 아이가 마주한

" 하늘에 숯불을 쏟아부은 듯 빠알간 노을"을 나도 한번 보고 싶다.

이런 멋진 자연 경관을 보게 되면 저절로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지 않을까!

 

 

 

그림책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한 장면은 장독대와 감나무, 여러 가지 들꽃이 그려진 바로 이 장면이다.

지금은 한창 여름으로 가는 길목이지만(오후에 큰 우박이 내리긴 하였지만서도 오전 내내 더웠다.)

울긋불긋 곱게 옷을 갈아입은 나뭇잎이며 수줍은 들국화의 모습을 보니 벌써 가을이 그립다.

이 장면이 내 눈을 오래 사로잡았다.

나이가 들수록 가을이 좋아지는데

가을의 한 자락을 아름답게 표현해 준 이 장면이 참 좋다.

아마 가을 한복판에서 이 장면을 마주하였더라면 더 감흥이 깊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이 그림책을 보면서 특히 눈을 사로잡은 것 중의 하나가 남보라색을 많이 사용하였다는 점이다.

 

아이를 업은 포대기 색깔

거북이 등 같은 산의 색깔

커다란 느티나무의 등줄기 색깔까지 모두 남보라색을 사용한 것이 특이했다.

나무 줄기하면 당연히 밤색 또는 갈색이 연상되는데 남보라색을 사용하니 어쩐지 신비롭다고 할까! 

무더워지는 여름 길목에서 가을을 만나는 기분도 나름 좋았다.

 

30여 년을 단숨에 거슬러 올라가

그 때 언니와 함께 매일 부르던 이 노래를 다시 한번 불러보니

어느덧 수퍼남매가 따라 부른다.

30여 년이 지났지만 누구나 들으면 따라부르고 싶어지는 그런 노래임에 틀림 없다.

 

이 노래를 시작으로 창작 동요제가 큰 인기를 끌면서

훌륭한 동요들이 많이 나왔고  몇년 동안 창작 동요제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나도 일부러 창작 동요제 수상곡 테이프를 구매하여

일일이 따라 부르곤 하였는데 지금은 창작동요제를 하는지 안하는지도 모른다.

아마 관심이 없어서이기도 하겠지만

이 노을이라는 동요만큼 우리의 심금을 울려주는 그런 동요가 나오지 않는 탓도 있다 싶다.

이 그림책을 기점으로 하여 다시 동요 전성 시대가 도래하였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우리 아이들의 입에서 아름다운 동요가 울려 퍼졌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