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교시 집중 독서를 15분 한 다음, 아래 책을 읽어줬다.

글씨 없는 그림책이다.

그림만으로 아주  명료하게 왜 전쟁이 일어나는지 깨닫게 해주는 멋진 책이다.

 

왜?

왜? 전쟁이 일어나는 걸까?

평화가 좋은 줄 알면서도 왜 전쟁이 일어나는 걸까?

 

개구리 한 마리가 들판 커다란 바위에 앉아 향긋한 꽃향기를 맡으며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다.

뒷표지를 돌려 보면 앞표지와는 다르게 폐허가 되어버린 들판이 나온다.

무슨 일이 일어난걸까!

맞다. 이 평화롭던 들판에 전쟁이 일어난 것이다.

왜 전쟁이 일어난 것일까?

한가로이 꽃향기를 맡고 있던 개구리 옆으로 들쥐 한 마리가 우산으로 땅을 뚫고 나온다.

들쥐는 개구리에게 다가오더니 꽃을 갈취한다.

들쥐는 개구리가 앉아 있던 바위를 차지하고, 심지어 개구리에게 벌을 준다.

갑작스럽게 침략을 당한 개구리는 엄마, 아빠를 불러와서 못된 들쥐를 혼내주고 들판에서 내쫓는다.

하지만 들쥐는 물러서지 않는다.

점덤 더 강한 무기들을 만들어 서로를 공격하는 개구리와 들쥐들.

 

꽃 한 송이 때문에 이 평화롭던 들판에 전쟁이 일어나고

아름답던 들판은 쑥대밭이 되어버린다.

개구리와 들쥐 무리들은 부상당하거나 목숨을 잃는다.

 

글씨 없는 이 그림책을 읽어주자

서로 이 책을 골라가겠다고 교실에 말없는 전쟁이 일어난다.

 

집에서도

교실에서도

회사에서도

나라에서도

세계에서도

수많은 다툼과 전쟁들이 일어나곤 한다.

심지어 내 속에서는 소리 없는 전쟁들이 수없이 일어난다.

 

전 거창고등학교 전성은 교장은 학교 교육은 평화 교육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요즘 더 공감이 되는 말이다.

어제만 해도 5학년 독서부 마지막 수업을 하는데

두 아이가 교실에 오자마자 주먹질, 발길질을 하며 싸운다.

바로 코 앞에 내가 있어도 멈추려 들지 않는다.

매번 올 때마다 빈정거림과 욕설이 오고가던 두 아이는 어제는 날이 더워서인지 오자마자 한바탕 싸워댄 것이다.

지난 번 동아리 시간에도 계속 빈정대고 서로에게 폭언을 해서

난상 토론을 시켜 봤다.

하지만  전혀 의견이 좁혀지지 않고 서로 인신공격만 했다.

둘을 보고 있노라면 평행선 같다.

그림책의 개구리와 들쥐 같다.

만약 두 아이가 내 반 아이들이라면 난 이 아이들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까!

서로 친구는 되지 못하더라도

인신 공격, 폭언, 폭력 등이 오가지 않도록 지도할 수 있을까!

자신이 없다.

두 아이 말을 들어보니

그냥 싫단다. 이유가 없다.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나와 다른 것이지 틀린 것이 아님을 암만 말해도 소용이 없다.

책 읽는 아이들이 그러면 안 된다고 말해도 서로 남탓만 한다.

저학년에서는 친구 관계가 이렇게 틀어지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고학년은 장난이 아니다.

노골적으로 상대방에 대한 적개심을 드러내는데 정말 무섭다.

교실에 자신을 무지 괴롭히고 싫어하는 아이가 있다손치면

정말 학교 오기 싫을 듯하다.

아이들도 이처럼 언제 터질지 모르는 전쟁 속에서 살고 있다.

성적, 교우 관계, 외모, 경쟁, 폭력 기타 등등 무엇이 도화선이 되어 전쟁을 촉발할지 아무도 모른다.

타인에 대한 이해, 즉 사랑을 천명으로 알고 그게 교육의 목표가 되어야 하는데

독서부 두 아이를 보면서 우린 그런 면에서 실패한 교육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내가 할 수 있었던 일은 두 아이를 멀찌감치 떨어뜨려 놓는 것뿐이었다.

무력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책을 읽는 아이들조차도

배려, 이해는 그냥 글자일 뿐이지 내 삶에 일부가 아닌 것이다.

 

그림책으로 돌아가서 가정을 해 본다.

개구리가 들쥐에게 꽃을 양보하였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들쥐가 공손한 태도로 개구리에게 꽃을 달라고 사정하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래도 전쟁이 일어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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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14 09: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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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14 18:4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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