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딱딱한 복숭아는 들어갈 때가 되었다고, 아쉬울 여유도 없이 분주한 나 대신 아쉬워하던 사람이 그래도- 라는 말과 함께 복숭아를 보내왔다. 이 여섯 알의 복숭아에서 올해를 끝마친다면 한 알에 두 달을, 한입에 열흘은 베어 무는 셈이겠다. 복숭아는 목을 넘어가면서 그윽해지는 과일. 크게 베어 물어 지나치게 꼼꼼히 씹지 않고 삼키면 여름의 어떤 짓궂은 장난도 다 용서할 수 있는 맛이 난다.

 

좋은 일들은 대체로 겨울에 있었다. 여름은 그저 여름이기만 해도 힘든데 어찌 된 일인지 슬프고 괴로운 일의 시작이나 끝 중 최소한 하나는 여름에 온다. 여름이 길어지면 내 슬픔과 괴로움도 길어질 테고, 나는 추운 나라 서늘한 벌판을 생각하는 일이 잦다. 밤과 친해진다.

 

그저 이 여름이 지나가기를 바라며 버티는 것은 그래도 이 여름이 복숭아가 있는 여름, 복숭아를 보내주는 마음이 있는 여름이기 때문에.

 

성남이다.

 

 

 

--- 읽은 ---



263. 슬픔이여 안녕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 김남주 옮김 / arte(아르테) / 2019

 

- 일독(안녕이 하이인지 바이인지도 모르던 시절)

- 재독(210803)


아름다우면서 에두르지 않는 문장.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옮겨 적은 것 같은 마음. 천재의 펜은 이렇게 작동하는 것이로구나.

 

어느 날 저녁 안의 목소리가 그런 우리 둘을 떼어놓았다. 시릴은 내게 몸을 맞대고 길게 누워 있었다. 석양 무렵의 그림자와 불그스름한 빛살 한가운데서 우리는 거의 옷을 벗고 있었다. 그런 모습이 안을 착각하도록 했던 것 같다. 그녀가 단호하게 내 이름을 불렀다.

  시릴은 당연히 부끄러워하며 튕기듯 몸을 일으켰다. 이어 내가 그보다 천천히 일어나며 안을 바라보았다. 안은 시릴에게 고개를 돌리고는 마치 그제야 그의 존재를 감지했다는 듯 나직하게 말했다.

  "그쪽과는 더 이상 마주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그녀가 말했다.

  시릴은 대답하지 않고 내게 몸을 기울이더니 어깨에 입을 맞추고 자리를 떴다. 그 행동은 나를 놀라게 했고, 마치 약속의 의미라도 담고 있는 듯 감동시켰다. 안은 무슨 다른 것을 생각하는 듯 심각하고 냉담하게 나를 똑바로 응시했다. 그 시선이 나를 짜증나게 했다. 혹시 그녀가 다르게 생각했었다고 해도 시릴에게 그렇게 말한 것은 잘못이었다. 나는 순수하게 예의 차원에서 민망해하는 태도를 취하며 안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기계적인 동작으로 내 목에서 솔잎 하나를 떼어낸 다음 나를 찬찬히 살펴보았다. 안의 아름다운 얼굴에 특유의 경멸 어린 표정이 떠올랐다. 안을 유난히 아름다워 보이게 하면서 내게는 약간 공포감을 불러일으키는, 마뜩잖고 싫증 난다는 듯한 얼굴이었다.

  "이런 종류의 심심풀이 놀이가 대부분 병원에서 끝난다는 걸 알아야 해." 그녀가 말했다.

  그녀는 선 채로 이야기하면서 내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나는 지독히 불편했다. 안은 움직이지 않고 똑바로 서서 이야기하는 그런 사람들 중 하나였다. 나는 이야기를 하려면 안락의자, 붙잡을 만한 물건, 담배 한 개비, 다리 흔들기, 다리가 흔들리는 걸 바라보기 같은 것이 필요했다.

  "이 일을 과장해서 생각할 필요 없어요. 난 시릴과 그저 입맞춤을 했을 뿐이라고요. 그런 일로 병원에 갈 일이 생기지는 않잖아요." 내가 웃으면서 말했다.

  "부탁인데 그 청년을 더 이상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어. 이 말에 토 달지 마. 넌 열일곱 살이고, 난 현재의 네 상태에 대해 어느 정도 책임이 있어. 네가 네 삶을 망치게 두고 볼 순 없어. 게다가 네겐 해야 할 공부가 있잖아. 공부만 해도   오후 시간이 모자랄 거야." 내 말을 믿지 않는 기색으로 안이 말했다.

  그녀는 등을 돌리더니 침착한 결음으로 별장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나는 망연자실한 채 그 자리에서 못 박힌 듯 움직일 수 없었다. 안의 말은 진심이었다. 내 논리, 내 부인에 그녀는 경멸보다 더 지독한 형태의 무관심으로 대응했다. 마치 내 존재가 없는 것처럼, 그녀가 줄곧 알아왔던 나 세실이 아니라 진압해야 할 그 무엇에 지나지 않는 것처럼, 그녀가 그런 식으로 처벌해 마땅한 대상인 것처럼.

_ 프랑수아즈 사강, 슬픔이여 안녕

 

이라는 캐릭터는 처음부터 시종일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녀는 자기가 가치 있다고 여기는 것들의 영역 밖에도 누군가에게는 삶의 토대가 될 만한 가치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조금도 인정하지 않는다. 게다가 자기가 옳기 때문에 타인을 옳은 방향으로 끌고 갈 자격이 있고 심지어 그럴 의무가 있다고 스스로 철석같이 믿는 타입. 세실은 이제 하루에 몇 시간씩 골방에 갇혀 베르그송을 공부해야 하고, 시릴과 만나려면 안의 눈을 피해야만 한다. 안에게 세실의 말과 생각은 그저 교정 혹은 무시의 대상일 뿐이고(“난 천박한 말은 싫어. 재치 있는 농담이라도 말이야.”, “요즘 유행하는 생각이구나. 하지만 그건 가치가 없어.”) 안의 그런 태도는 예민한 세실의 마음에 상처로 자꾸만 축적된다. 하지만 안은 그런 걸 모른다. 알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내가 옳으니까. 내가 옳은 사람은 늘 그런다.

 

그러면서 자기 상처에는 또 지나치게 예민한 안은 결혼할 사람(세실의 아버지)이 다른 여자와 키스하는 장면을 목격한 후 바로 집을 뛰쳐나가 차를 절벽 아래로 몰아 자살한다. 그 사건은 모두에게 커다란 충격과 슬픔이었지만, 읽는 syo는 그저 통쾌할 뿐이었다. 그녀는 항상 세실을 어리고 모자란 아이 취급하며 훈육하려 했지만, 상처를 견디는 마음에 관해서라면 그녀야말로 어린아이에 불과했다. 세실은, 그리고 그녀의 아버지는, 그들 마음속 슬픔 창고에 안의 죽음을 저장한 후, 계속 살아갈 것이다. 지금껏 그랬던 것처럼.

 

 

 


264. 짧은 시간 동안

정호승 지음 / 창비 / 2004

- 일독(1804xx)

- 재독(210804)   


  바지락칼국수 국물 위로 떠오른

  조갯살을 날렵하게 집어먹는다고 해서

  내가 붉은어깨도요새가 될 수 있겠는가

  바지락 조개껍질에 아직 남아 있는

  갯벌의 잔모래를 씹어먹었다고 해서

  잔모래에 아직 남아 있는

  파도소리에 고요히 귀기울였다고 해서

  내가 가슴붉은도요새의 가슴이 될 수 있겠는가

  내가 먼저 썰물이 되지 않고서는

  내가 먼저 새들이 자유롭게 발자국을 찍어대는

  맛있는 갯벌이 되지 않고서는

  어떻게 머루처럼 까만 민물도요새의

  눈동자에 걸린 수평선이 될 수 있겠는가

  이제 돌아가실 날만 남은

  틀니뿐인 늙은 아버지와

  자장면보다 맛있는 바지락칼국수를 먹으며

  식탁 위에 젓가락으로 수북이

  조개껍질을 쌓아놓았다고 해서

  어떻게 내가 거룩한 패총이 될 수 있겠는가

_ 정호승, <바지락칼국수를 먹으며> 전문

 

활자로는 보이지만 음성으로는 들리지 않는 종이 위의 시도 좋지만, 누군가의 입으로부터 채록하여 활자에 매어둔 듯한 시도 좋다. 이 시인 말고는 누구도 이렇게 말하지 않을 것 같은 시들도 눈부시지만, 누구라도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은 고르고 부드러운 말들로 길을 잡아나가는 시들도 찬란하다.

 

 

 


265. 삶의 마지막까지, 눈이 부시게

리디아 더그데일 지음 / 김한슬기 옮김 / 현대지성 / 2021

 

심폐소생술 거부 동의서에 내 이름을 적어 넣은 날, 고르지 않은 엄마의 숨소리를 들으며 새벽까지 앉아 잘 사는 것과 잘 죽는 것의 모호한 구획과 포함관계에 대해 생각했다. 우리는 죽음을 삶에 반대되는 어두컴컴하고 무서운 수렁으로 생각하면서도, 죽음으로 가는 과정을 삶의 한 부분으로, 대단원으로 향하는 피할 수 없는 전개로 여기기도 한다. 그렇게 잘 죽는 것이 잘 사는 것의 끝단이라면, 죽음이 삶의 마지막 단추라면, 죽음을 생각하면 좋을 시간이 비단 아침뿐일까.

 

혼자 죽지 말기를. 죽음의 순간에 공동체가 나의 죽음에 뭔가를, 내 죽음이 공동체에 또 뭔가를 더하는 풍성한 삶은 늘 죽음을 잊지 않고 준비하는 현명한 마음에서 시작된다.

 

어느 날 아침, 바그다드의 상인이 하인을 시장으로 보냈다. 하인은 심부름을 간 지 얼마 안 돼 집으로 돌아왔다. 겁을 먹어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하인은 상인에게 이야기했다. "장을 보다가 어떤 여자가 등을 떠밀기에 뒤돌아봤더니 죽음이 지척에 있었습니다. 죽음이 저를 위협했어요. 주인님, 제발 말을 빌려주세요. 죽음을 피해 도망가야겠습니다. 사마라까지 말을 타고 가서 죽음이 저를 찾지 못하도록 숨어야겠어요."

  사연을 들은 상인은 하인에게 말을 빌려줬다. 하인은 지체하지 않고 사마라로 떠났다. 그날 오후, 상인이 직접 시장에 갔다가 사람들 속에 서 있는 죽음을 목격했다. 상인은 죽음에게 그날 아침 하인을 위협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죽음이 대답했다. "위협한 게 아니었소. 놀랐을 뿐이죠. 오늘 밤 사마라에서 만나기로 한 사람을 바그다드에서 봤으니 얼마나 놀랐겠소?“

  바그다드 상인 이야기는 누구도 죽음을 피해갈 수 없다는 교훈을 준다. 우리는 죽음을 피할 수도, 재촉할 수도 없으니 언젠가 마주하게 될 사마라의 밤을 준비해야 한다. 죽음 또한 삶의 일부다.

_ 리디아 더그데일, 삶의 마지막까지, 눈이 부시게

 

 

 


266. 나의 사랑, 매기

김금희 지음 / 현대문학 / 2018


- 일독(1902xx)

- 재독(210804) 

 

인간은 매사에 서투르다. 관계를 다루는 일에는 더욱 그렇다. 특히 사랑을 운전하는 일이라면 인간은 악셀이 왼쪽인지 브레이크가 왼쪽인지 헷갈리니까 눈 감고 한번 생각해 보려 드는 위태천만한 운전자 비슷한 주제에 운인지 뭔지 잘도 안 죽고 사랑하는구나 싶을 때가 잦다. 깜빡이를 켜요. 와이퍼 말고 깜빡이를 켜라고요……. 마음속에 사랑이 흥성하는 도시보다 폐허를 더 많이 지어놓고 사는 것이 다 그런 이유에서겠지. 여기는 폐허입니다, 끝났어요. 한때는 빛나던 이 도시에 살던 수많은 감각과 감정 들은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여기서는 이제 안 돼요. 저 흔적들은 깨끗하게 치울 수가 없든 거거든요. 그러니까 다음 사랑을 하려거든 다른 넓고 푸른 땅을 찾아보세요. 여기는 이제 못 써요. 잘 해야 박물관입니다.

 

우리가 망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일, 그리고 이미 그 궤도를 돌리기에는 틀렸다는 것을 깨닫는 일 사이의 시차는 멀수록 좋은 걸까? 그 반대일까? 어떤 사랑은 그 시차가 광대하여 결별 후에도 한 세월이 지나고 나서야, , 그때 우리는 무슨 수를 써도 안 되는 거였구나, 하고 깨닫는 경우도 있다. 그런 사랑이 정말로 끝나는 시점은 어디라고 봐야 좋을까? 그것은 중요하다. 지나간 사랑을 폐허로 정의하고 울타리를 둘러치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그다음 사랑의 도시를 그 폐허 위에 건설하다 종종 망하곤 하기 때문이다. 시점. 시점.

 

그러니까 망하고 있음과,

 

그렇게 매기가 나오기를 기다리면서, 작은 창으로 들어오는 서늘한 바람과, 폐점한 뒤에도 어딘가에 배어 있다가 밤공기를 타고 이 방으로 들어서는 닭기름 냄새를 느끼고 있자면 매기가 정말 어디론가 사라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건 아니었다. 욕실에서 샤워 소리가 들리니까. 그 불규칙한 물소리를 듣고 있으면 그때 그 순댓국집에서 아줌마가 노래한 없어지고와 사라지고의 차이를 알 수 있을 것도 같았는데 사라진다는 것은 부재하는 대상의 강력한 능동이 감지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매기는 지금 내 곁에서 사라지려고 하는 것 같았다. 저 욕실의 자락자락한 물소리가 여전히 매기를, 좀 전에 끝난 우리의 섹스를, 사랑해, 라는 말과 시간을 간신히 환기하고 있는데도.

_ 김금희, 나의 사랑, 매기

 

 

그리고 망했음에 대하여,

 

스토어가 폐점할 때가 되어서야 나는 그 안을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우연히 매기와 마주치는 일은 없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고 망설이다가 이내 길을 건넜다. 안으로 들어가니 이미 많은 물건들은 팔린 뒤였다. 그리고 여행을 온 내가 살 수 있는 것은 그 가게에 별로 없었다. 나는 제주에서만 난다는 천혜향을 몇 개 집고 먹을지 알 수 없지만 단단한 감자를 몇 알 샀다. 그리고 계산을 하려는데 잘 있던 아줌마가 잠깐 일을 본다며 자리를 떠났고 졸지에 사무실에서 나온 그, 이미 지역신문에서 마르고 닳도록 내가 들여다봐서 아주 친근하게 얼굴을 새겨버린 매기의 남편이 내가 산 물품들을 계산했다. 18000원입니다, 담아드릴까요? 나는 배낭을 메고 있었지만 넣어달라고 했고 그가 비닐봉지를 뜯어 그것을 넣고 내게 건넬 때 어쩔 수 없이 손가락들이 스쳤다. 나는 그것을 주고받았을 때의 느낌을 아마 긴 시간이 흘러도, 어쩌면 매기와 관련한 기억들 중에서 가장 무거운 무게로 가져가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어디에도 미뤄지지가 않는 것이었다. 매기에게도 정권에게도 이 세상이나 어느 사랑에게도. 아무리 동산 수풀은 사라지고 장미꽃은 피어 만발하더라도, 모두 옛날의 노래를 함께 부르고 시간이 지나 나의 사랑, 매기가 백발이 다 된 이후라도.

_ 같은 책

 

 

 


267. 필요가 피로가 되지 않게

안나미 아쓰시 지음 / 전경아 옮김 / 필름(Feelm) / 2021

 

제목이 다 했다라는 지나치게 편리한 말은 쓰지 말자고 다짐했는데 이렇게 무너지다니. 내용은 여기저기 존재하고 문장은 글자의 나열에서 그리 멀리 달아나지 않는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자존심 강한 사람을 무시하는 것은 초합금으로 만든 로봇에 물총으로 맞서는 것이나 다름없다. 반면에 스스로 자존심이 강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을 무시하는 것은 방호복을 입지 않은 사람에게 로켓포를 마구 쏘아대는 것과 같다.

  뭔가 불손한 대우를 받거나 매정한 소리를 듣고도 여유롭게 받아넘기지 못하면 그 사람은 진짜 자존심 강한 사람이 아니라는 말이다. 얄팍한 자존심은 버려야 십중팔구 몸도 마음도 가볍게 살아갈 수 있다.

_ 안나미 아쓰시, 필요가 피로가 되지 않게

 

 

 

--- 읽는 ---


애매한 재능 / 수미

알폰스 무하, 새로운 스타일의 탄생 / 장우진

글쓰기의 쓸모 / 손현

철학적 시 읽기의 괴로움 / 강신주

어려웠던 경제가 이렇게 쉬울 줄이야 / 가미키 헤이스케

소설의 정치사 / 낸시 암스트롱

문해력 공부 / 김종원

수학의 모험 / 이진경

마르크스를 읽자 / 미카엘 뢰비 외

지지 않기 위해 쓴다 / 바버라 에런라이크

사조영웅전 3 / 김용

파이썬으로 시작하는 데이터 분석 / 강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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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소녀 2021-08-05 13: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떻게 재독을 이렇게 여러 권이나. 재독까지 하셨다니 다 읽어보고 싶네요.^^

syo 2021-08-05 22:58   좋아요 0 | URL
ㅎㅎㅎ syo의 재독은 읽어봄직함의 기준이 되지 않습니다.
전혀 남들에게 추천할 만하지 않은 책도 3독씩 하고 그렇습니다.

그러나 오늘 페이퍼에 재독한 책들은 떳떳하게 권할 만한 책들이네요^-^

수이 2021-08-05 14:0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복숭아 이야기인데 왜 이렇게 슬퍼 ㅠㅠ

syo 2021-08-05 22:58   좋아요 0 | URL
복숭아 사 주는 다정한 사람 있어서 맛있게 잘 먹고 있다는 이야긴데 왜 슬퍼 ㅠㅠ

독서괭 2021-08-05 15:0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김금희 소설에 관해 적으신 글이 참 좋아요. 이제껏 syo님이 사랑에 대해 쓴 글들을 모으면 책 한권 나올 것 같은데요.

syo 2021-08-05 22:59   좋아요 1 | URL
금희누나 소설이 참 좋은 관계로 읽고 나서 아무렇게나 중얼거려도 썩 괜찮나 봅니다! 추천 추천.

새파랑 2021-08-05 16: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엄청난 읽는 책들 언제나 놀라워요~!! 좋은 일들이 많았던 겨울이 오길 바랍니다~!!
(전 사계절 다 좋았던 적이 없는거 같다는😑)

syo 2021-08-05 23:00   좋아요 1 | URL
읽다가 집어 던지는 책이 과반입니다.
읽기 시작한 책은 꼭 읽어내고 책마다 리뷰를 쓰는 님들에 비하면 저건 대단할 거 하나 없습니다.
그냥 읽는다고 써놨을 뿐인걸요. ㅎㅎㅎ

반유행열반인 2021-08-05 17: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올해는 오랜만에 딱복이 먹을 만하게 단 여름입니다. ㅎㅎㅎ벌써 세 박스를 사 먹는데 마지막 시킨 건 작고 덜 달아서 고구마야 하고 먹네요 ㅎㅎㅎㅎ

syo 2021-08-05 23:01   좋아요 1 | URL
제가 받은 딱복 여섯 알도 벌써 다 해치웠습니다.
일요일에 다시 대구 내려가서 뒷정리 하는 스케쥴만 아니었어도 끝물딱복을 주문하는 건데.....

얄라알라 2021-08-05 18: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시집을 잘 읽지 못하지만 평소 북플 친구분들 서재에 올라오는 시 읽다보니, 탄성이 절로 나옵니다. 바지락 칼국수를 먹으며, 시인의 생각에 후와~~감탄하고 갑니다. syo님 시 옮겨 소개해주셔서 고맙습니다!

syo 2021-08-05 23:01   좋아요 0 | URL
북사랑님의 시집 읽기를 응원합니다 ㅎㅎㅎㅎ ^-^

공쟝쟝 2021-08-06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딱복 들어가고 아오리 철이로다. 내 사랑 청사과!! 더위 조심하시구요 쇼님 ^..^

syo 2021-08-08 12:20   좋아요 0 | URL
청사과 철과 함께 찾아온 쟝쟝님의 고된 시간. 노동 조심하시구요 쟝님 ^-^

페크pek0501 2021-08-06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슬픔이여 안녕을 읽은 1인입니당~~~
그런데 오래전에 읽어서 그 책이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는...

syo 2021-08-08 12:21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 그럴 때 해결책이 있지요.
책을 새로 사시면 있던 책이 귀신같이 나타납니다.

독서괭 2021-09-10 16: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syo님 2관왕이다~~ 2관왕~~^^

syo 2021-09-10 21:28   좋아요 0 | URL
예, 그렇습니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신나는 2관왕 ㅎㅎㅎㅎ

고마워요 괭님 ㅎㅎ

그레이스 2021-09-10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yo님 축하드려요 ~♡

syo 2021-09-10 21:29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ㅎㅎㅎ
최근 이런 거 축하하는 따뜻한 알라딘이 되었네요 허허.

서니데이 2021-09-10 18: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syo 2021-09-10 21:29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서니데이님^-^

이하라 2021-09-10 19: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syo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syo 2021-09-10 21:29   좋아요 1 | URL
이하라님, 늘 감사합니다 ㅎㅎㅎㅎ

초란공 2021-09-10 21: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syo님, 늘~ 축하드립니다~^^ ㅋ

syo 2021-09-10 21:51   좋아요 3 | URL
ㅎㅎㅎㅎㅎ ‘늘‘ 이라니 부끄럽네요.
늘 감사드립니다. 이 늘은 진짜예요! ㅎㅎ

초딩 2021-09-11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yo님 이달의 페이퍼 당선 축하드립니다~ ^^
즐거운 하루 되세요~

황후화 2021-09-11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요님 이달의 페이퍼 당선 축하드려요
 

  

--- 읽은 ---



256. 사조영웅전 2

김용 지음 / 이지청 그림 / 김용소설번역연구회 옮김 / 김영사 / 2020

 

사조영웅전의 큰 줄기 가운데 하나가 전설의 무공비급 <구음진경>을 둘러싼 인간 군상들의 치열한 욕망이다. 물론 그런 무공이 결국 주인공의 손에 들어오는 것은 무협의 국룰.

 

오늘은 그 <구음진경>의 일부를 훔쳐내 불완전한 무공을 익혔다가 남편(주인공 곽정이 엉겁결에 비수를 찔러 죽였다!)과 함께 사악한 존재의 대명사로 강호에 악명을 떨치고 있는 어느 여인의 슬픈 사연을 한번 들어보자.

 

난 원래 아무것도 모르는 천진난만한 소녀였지. 부모님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자랐어. 그땐 이름이 매약화梅若華였어. 불행히도 부모님이 연이어 세상을 떠나신 후 나쁜 사람들에게 많은 고초를 당했는데…… 사부이신 황약사께서 나를 구해 도화도로 데려가 무공을 가르치고, 이름도 매초풍으로 바꿔주셨어. 사부님의 제자들은 모두 풍자 돌림이었거든. 진현풍이라는 사형이 있었는데, 눈썹도 진하고 눈도 컸지. 붉고 잘 익은 복숭아를 따주기도 하고, 무공도 가르쳐주면서 나를 극진히 대했어. 때론 내가 열심히 하지 않는다고 심하게 야단치기도 했지만 모두 나를 위해서라는 걸 난 알고 있었어. 사형이 제2대 제자였고, 난 제3대 제자였지. 우린 함께 무술 연습을 하며 자랐는데, 그러면서 은연중에 사형의 마음속엔 내가 있었고, 내 마음속에도 사형이 자리 잡았지. 그러던 어느 봄날 저녁, 복사꽃이 만발하게 핀 날 복숭아나무 밑에서 사형이 갑자기 나를 꼭 껴안았어.”

_ 김용, 사조영웅전 2

 

아오, 풋풋해라! 꼭 껴안고 거기서 땡 했으면 아무 문제도 없었을 텐데, 그게 될 턱이 있나. 자연의 이치에 따라 그다음 진도를 빼버린 바람에 그들은 이제 사부한테 걸리면 팔다리 잘릴 판이다. 사부라는 황약사는 동사서독할 때 바로 그 동사東邪인데, 보시다시피 동사의 저 사악하다할 때도 쓴다. 젊고 아름다운 부인을 잃은 후 한층 더 개차반이 된 동사가 행복한 부부의 꼴을 연출하는 매초풍과 진현풍을 보며 허허 그래 이렇게 된 마당에 너희라도 만발하게 핀 복숭아나무 밑에서 성실하게 물고 빨고 막 행복하렴, 하며 그들의 사랑을 응원해 줄 리가 없다는 사실을 나도 알겠는데 그들이 몰랐을 리가. 그래서 그들은 은밀히 도화도를 나오기로 결심하고 그때 <구음진경> 하권을 훔쳐 도주. 그런데 상권 없이 하권만 가지고 나왔더니 기초도 내공도 다질 길이 없었던 거라, 결국 사람의 백골을 가지고 연공하는 사악한 방법에 빠지게 된 것이다.

 

그렇게 진현풍과 매초풍은 흑풍쌍살이라는 무시무시한 악명을 얻고 강호를 떠돌면서 사람을 죽여가며 불완전한 무공을 익히다가 곽정과 그의 일곱 사부를 맞닥뜨린 것. 이미 원수지간이었던 그들은 목숨을 건 한판 승부를 벌이고, 그 아비규환의 와중에 진현풍에게 사로잡힌 어린 곽정이 비수로 찔러 그를 죽여버린 것이다. 결국 매초풍은 죽어가는 남편을 안고 도망치는데…….

 

눈앞이 갑자기 캄캄해지면서 전혀 앞을 볼 수가 없었지. 남편이 말했어. ‘난 이미 틀렸소. <구음진경>은 가슴에…….’ 이것이 남편의 마지막 말이었어. []

  난 빗속을 뚫고 미친 듯이 달렸어. 처음엔 남편의 몸에 아직 온기가 남아 있었는데 점점 싸늘하게 식어가더군. 나도 점점 추워졌어.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지. ‘당신 정말 죽은 거예요? 그렇게 무공을 익혀놓고 이렇게 허무하게 죽는 거예요? 누가 당신을 죽였죠?’ 난 그렇게 울부짖으면서 남편의 배에 박힌 비수를 뽑았어. 피가 뿜어져 나왔지. 나도 남편을 따라 죽기로 결심했어. 내가 옆에 없으면 남편이 저승에서 얼마나 허전하겠어? 난 칼끝을 혀 밑에 갖다 대었어. 혀 밑이 내 급소, 즉 연문이거든. 그때 문득 칼에 새겨진 글씨가 만져졌어. 자세히 더듬어 보니 양강이라고 새겨져 있더군. , 양강이라는 자가 죽였다고 확신했지. 이 원수를 어찌 갚지 않을 수 있겠어? 죽더라도 우선 양강이라는 자를 죽이고 나서 죽어야지. 그래서 남편의 품속을 더듬어 <구음진경>을 찾았지. 그런데 온몸을 뒤져도 책은 없었어. 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다시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어. 그런데 그의 가슴을 더듬을 때 문득 피부가 좀 이상하다는 걸 느꼈지.”

  회상이 이에 미치자, 목에서 고통 어린 웃음소리가 새어나왔다. 마치 비가 퍼붓던 그날, 황량한 그 숲속으로 되돌아가 있는 듯했다. 그녀는 다시 입을 열었다.

  “자세히 만져보니 가슴 피부에 깨알 같읕 글씨와 그림이 새겨져 있었어. 그렇게 걱정하더니 결국 책 내용을 바늘로 가슴에 새겨놓고 책을 없앴던 거야. 사부님같이 대단한 분도 책을 빼앗겼잖아? 가슴에 새겨두면 그가 살아 있는 한 책도 그의 것이 되는 셈이지. 난 칼로 남편의 가슴 부분의 가죽을 벗겨냈어. ‘잘 보관할게요. 이것이 있는 한 난 당신과 함께 있는 거예요.’ 그런 생각을 하고 나니 이제 슬프지 않았어. 그런데 갑자기 누가 하하, 웃더군. 웃음소리가 너무 음산하고 공포스러웠어. 알고 보니 내가 웃고 있더군. 난 손으로 땅을 파고 남편을 거기 묻었어. 남편이 내게 구음백골조를 가르쳐줬는데 결국 그걸로 남편을 장사 치른 셈이지.

_ 같은 책

 

이 모든 게 황약사 그 도른자가 제자들의 섹스를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인 것이다! 내 와이프 죽은 이후 도화도에 더이상 섹스는 없다? 아아, 청춘 남녀들이 응? 복숭아 꽃 막 떨어지는 아름다운 섬에서 응? 땀 흘려 무공을 익히다 보면 눈도 맞고 막 그러는 게 섭리 아니냐고 이 양반아. 거스를 걸 거슬러야지……. 그렇게 섹스에 엄하게 굴었지만 정작 자기 딸 황용은 이제 곽정하고 섹스해서 딸 낳고, 그 딸은 또 후속작 신조협려 주인공 양과하고 섹스를 못 한다고 양과의 팔을 칼로 잘라버릴 것이다……. 못하게 하지 맙시다. 그것은좋은 것이다あれはいいものだ

 

 

 


257. 얼어 죽어도 아메리카노

이솜 지음 / 필름(Feelm) / 2020

 

쪼꼬파이 먹으려고 교회 갔다가 엉겁결에 취미 붙여서 주말마다 일독을 거듭, 결국 전역 전까지 최소 20번은 읽은 syo의 최애 <전도서>에 이르기를, “이미 있던 것이 후에 다시 있겠고 이미 한 일을 후에 다시 할지라 해 아래에는 새 것이 없나니하시었다(전도서 19). 수없이 곱씹어 봤지만 여전히 그 말은 뭐랄까, 좌절과 위안의 샴쌍둥이 같은 느낌이다. 내가 쓸 모든 글들이(심지어 읽을 것들도) 이미 와 있으리라는 준엄한 경고. 어차피 뭘 써봐야 반복일 뿐인 마당에 글 같은 거 써서 뭣하냐고 따지는 냉소쟁이 장남과, 어차피 이미 한 일을 다시 하는 처지이기는 나같은 설치류나 도 선생님 톨 선생님 같은 공룡이나 똑같은 셈이니 신경쓰지 말고 계속 써내면 된다는 둔한 막내 놈이 멱살 잡고 싸우는 꼴을 두손 묶고 지켜봐야 하는 아버지의 복잡한 심경이 되어 전도서를 읽는 동안, 전투복 입은 까까머리 아이들은 설교 공격을 귓등으로 빗겨 흘리며 격하게 졸고 있고……. 정말이지 헛되고 헛되고 헛된 주말 풍경이 아닐 수 없다.

 

내가 쓰고 있는 글이 전부 이미 세상에, 심지어 나무 많이 있다는 것을 같은 장르의 책 몇 권만 읽어봐도 알 수 있는 상황에서 굳이 한 권을 더 세상에 내놓는 기분에 대해 짐작하다 보면, 결국은 전도서 생각에 도달한다. 그리고 답은 없다. 내 선에서는 그냥, 읽을 때는 조금 더 너그럽게 넘어가고(허허, 좋은 말씀이면 되었지) 쓸 때는 최대한 가혹하게 쪼아보는(단어! 어순! 조사! 문장! 문장! 문장, 임마!) .

 

우리는 때때로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 쉽게 말하곤 한다. 그것이 상대방에게 상처가 되는지도 모르고. 가깝고 소중한 사람일수록 배려와 다정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_ 이솜, 얼어죽어도 아메리카노

 

 

 


258. 인생 사용법

존 러벅 지음 / 권혁 옮김 / 돋을새김 / 2018

 

좋지만 무난한 격언 말씀에 그친다. 이 책보다는, 그렇지, <전도서>를 추천해본다. 그 책은 정말이지 굉장한 <인생 사용법>이다.

 

평생 아무런 슬픔도 겪지 않고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빛이 있다면 반드시 그림자도 있는 법이니까. 장미에 가시가 있다는 것을 불평하기보다 오히려 가시가 꽃을 보호해준다는 것을 감사해야 한다. 영원한 생명은 없으니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슬픔도 피할 수 없다.

  그뿐만이 아니다. 우리라는 존재는 너무나도 복잡다단하고, 이 세상은 여전히 너무나도 어리숙하다. 우리는 아직도 우리 존재에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물질과 힘의 본질과 특성이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니 우리는 여전히 더 많은 슬픔과 고통을 예견하고 있어야만 한다.

_ 존 러벅, 인생 사용법

 

마지막 문장은 좀 괜찮은 것 같다. “그러니 우리는 여전히 더 많은 슬픔과 고통을 예견하고 있어야만 한다.”

 

 

 


259. 스키마와라시

온다 리쿠 지음 / 강영혜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1

 

말재간 없고 무뚝뚝한 남자가 조용한 블로그에 쓰는 글 같은 문체라서 그 속을 헤엄쳐 지나가기가 수월치 않았다. 일본 에세이에서 자주 보는 바로 그 말투…….

 

어쩌라고- 하는 감각이 없지 않다. 인물들의 마음을 이해하기 어려웠고 왜 일이 이렇게 되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사실 사는 게 다 이해하기 어렵고 알 수 없는 것들이긴 한데…… 생각해 보면 온다 리쿠는 아주 예에에전부터 syo하고는 안 맞았다.

 

혹시나 흥미를 유발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한 대목 옮겨본다. 스키마와라시가 대체 뭥? 싶으신 분들에게 설명도 좀 하고. 꼭 흥미를 유발하거나 설명을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나서 이러는 것은 아니다.

 

그럼 스키마와라시는 어디에 깃들어?”

  나는 그렇게 물었다.

  스키마와라시. 한자라면 틈 극자를 써서 극간동자隙間童子일까.

  갑자기 기묘한 이미지가 떠올랐다.

  벽장 아랫단에 나란히 놓아둔 종이상자 옆 좁은 공간에 누군가가(물론 아이다) 무릎을 끌어안고 앉아 있다.

  호리호리 가늘고 긴 팔다리가 보이지만 얼굴은 그림자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글쎄다. 굳이 말하자면 사람의 기억일까.”

  형은 생각하며 대답했다.

  예상한 대답과 달라서 나는 당황했다.

  “기억에 깃들다니, 어떻게?”

  “지금 이야기처럼.”

  형은 수수께끼 같은 미소를 지으며 나를 보았다.

  “사람과 사람의 기억 사이에 깃드는 거야.”

  형이 검지를 머리에 가져다 댔다.

  “사람들이 서로 자신의 기억을 맞춰가는 동안에 그 녀석은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지. 무언가를 떠올리려 하면 정말은 없었던 그 녀석이 서서히 존재했던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거야. ‘혹시 그런 녀석 없었어?’, ‘있었지?’, ‘맞아, 있었어. 그런 녀석.’ 이런 식으로. 화제가 되면 될수록, 사람이 늘면 늘수록 그 녀석의 존재는 더욱 확실해지지.”

  분명 그 녀석은 있었다.

  “모두가 사실이라고 공유하면 그 녀석은 존재했던 것이 돼.”

_ 온다 리쿠, 스키마와라시

 

 


260. 달러구트 꿈 백화점

이미예 지음 / 팩토리나인 / 2020

 

만화, 웹툰, 웹 소설 같은 것에 잠시만 피폭되어도 우리는 바로 알 수 있다. 참신한 상상력, 독특한 구성 능력을 지닌 사람이 세상에 참 많구나. 나는 소설이라고는 웹 소설만 읽는 사람들의 마음도 이해할 수 있다. 그걸 몇 개 읽고 나면, 어지간한 이야기는 다 밍밍해지고, 어지간한 상상력은 다 불충분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해리 포터>의 그 느슨한 설정들! ‘꿈을 파는 백화점이라는 상상력이 참신하게 느껴지신다면 당신은 아직도 행복할 기회가 있습니다. 부디 너무 이른 시기에 만화, 웹툰, 웹소설을 만나지 마시기를.

 

그런 걸 떠나서, 문장 자체의 미숙함도 있다. 예를 들어 이런 대목.

 

내가 몇 마디 했더니 글쎄, 자기들만 날아다니는 꿈은 만들 수 있으니 물건 끊기고 싶지 않으면 참견하지 말라더군요.

_ 이미예, 달러구트 꿈 백화점

 

자기들만 날아다니는 꿈은 만들 수 있으니라는 문장의 어디가 문제인지를 배우는 것은 아마 중학교 때쯤이 아닐지. 저 문장이 등장인물의 발화이며, 그 말을 하는 인물이 지금 살짝 흥분 상태라 어순에 신경을 쓰지 못하는 것이 오히려 더 개연성 있다는 주장을 할 수도 있겠으나, 그러면 좀 더 티를 내야 한다. 저 인물은 지금 한 따옴표 안에 열 문장에 달하는 말을 하고 있는데, 나머지 문장들은 전부 구어를 모사하는 소설적 구어체의 일반 공식에 최대한 부합하고 있다. 작가가 의도한 말실수가 아니라는 것.

 

2권은 읽지 않아야겠다.

 

 

 


261. 세상에서 가장 쉬운 회계학

구보 유키야 지음 / 안혜은 옮김 / 2015


- 일독(1804xx)

- 재독(210802)




 


262. 만화 경제학 강의

조립식, 조윤형 지음 / 길벗 / 2018

 

 

 

--- 읽는 ---

슬픔이여 안녕 / 프랑수아즈 사강

사조영웅전 3 / 김용

삶의 마지막까지, 눈이 부시게 / 리디아 더그데일

필요가 피로가 되지 않게 / 안나미 아쓰시

미국의 민주주의를 읽다 / 양자오

글쓰기의 쓸모 / 손현

어린 왕자 / 생텍쥐페리

인생 수업 / 법륜

에티카, 자유와 긍정의 철학 / 이수영

벽이 만든 세계사 / 함규진

죽은 백인 남자들이 다 그런 건 아니겠지 / 도나 저커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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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1-08-03 09: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벌써 262권…저는 올해 내내 읽어도 그 반절 읽을까 말까 한데…

syo 2021-08-03 10:04   좋아요 3 | URL
불의의 타격을 받아 조금 지체되었지만 탄력을 얻어 치고나가는 중입니다..... 500권 될 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어렵겠네요.....

독서괭 2021-08-03 10: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것은 좋은 것이다.. ㅋㅋㅋ 그걸 막은 게 이런 비극의 시초가 되다니. 정말 안 막아야겠네요.
반년동안 250여권을 읽는 게 가능한 일이라고는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syo님의 올해 실적이 기대됩니다!

syo 2021-08-05 10:59   좋아요 0 | URL
400권으로 하향조정했습니다......😥

이하라 2021-08-03 11: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못해서 팔을 자른 거라고 생각해보지 못했었는데 그리 생각하니 욕구 불만이란 게 살벌한 거였네요. 인용하신 문장만으로도 김영사의 김용소설 번역이 몰입감있고 유려하다는 게 느껴지네요. 김영사의 새로운 번역본으로 다시 한번 읽고 싶어지게 만드는 포스트입니다.^^

syo 2021-08-05 11:01   좋아요 0 | URL
물론 100퍼 못 해서 자른 거라고 보기는 어렵겠습니다만 ㅎㅎㅎ

저는 해적판이나 다른 번역판을 읽은 적이 없어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꽤 괜찮게 읽히는 것 같습니다.

붕붕툐툐 2021-08-03 12: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20번 넘게라닛! syo님의 전도서 사랑이 엿보이네용~ 그리고 해석도 탁월해용! 자기에겐 엄격하고 남에겐 너그러운 거 넘 어렵죠?(전 둘다에 매우 너그러운 타입~ㅋ)

syo 2021-08-05 11:01   좋아요 0 | URL
전도서 너무 유려합니다. 사랑할 수밖에 없어요.
헛되고 헛되고 헛 헛 헛-

바람돌이 2021-08-03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조영웅전 사랑담은 무협지인가 했더니 엽기무협인가요? 남편의 가슴가죽을 벗기고 이것이 있는 한 나는 당신과 함께 있는거라니.... ㅎㅎ 우리 풍씨가 원한 것은 무림비급일까요? 남편의 가슴쪽 피부였을까요? ^^

syo 2021-08-05 11:03   좋아요 0 | URL
못지 않게 기이한 이야기들이 꽤 나옵니다.
특히 사랑에 얽힌 것들이라면.....
연애 이야기에 환장하는 syo가 김용 선생님의 작품들을 사랑하는 이유가 또 그렇습니다.😍

공쟝쟝 2021-08-03 1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나게 여름에는 안된다 사회적 거리두기 라서 안된다 그게 그렇게 쉬운게 아니다 안된다 댓글달고 왔는 데... 알라딘 내의 황약사가 나였구나... 아니... 아니.. 내가 사부라니... 내가..내..가 사부라니..!!...(내가 ㄱㅈ라니 버전으로)

syo 2021-08-05 11:05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회적으로는 거리두기 하고 사랑적으로는 거둬두기 하겠다!

단발머리 2021-08-03 22: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도 전도서 좋아해요.

내 아들아 또 이것들로부터 경계를 받으라 많은 책들을 짓는 것은 끝이 없고 많이 공부하는 것은 몸을 피곤하게 하느니라. (전 12:12)

공부 많이하면 피곤합니다ㅋㅋㅋㅋ 물론 많이 안 해도 피곤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이 2021-08-04 13:56   좋아요 0 | URL
그럼 어떻게 해야해요.... 공부 해요? 공부 그냥 관둬요?

syo 2021-08-05 11:07   좋아요 0 | URL
지혜가 많으면 번뇌도 많으니 지식을 더하는 자는 근심을 더하느니라!

수이 2021-08-05 13:11   좋아요 0 | URL
쇼님이 놀래요 ㅋㅋㅋㅋㅋ
 

  

Rehabilitation

 

 

 

그냥 숨만 쉰다. 그것도 일이다. 가만히 사는 것도 가만히 있으면 절로 되는 것이 아니어서, 한번 궤도를 세게 이탈하고 나면 다시 무심無心과 상심常心을 찾기 위해 재활이 필요하다. 하루에 몇 통씩 전화를 받는다. 어제는 엄마 옷들을 수거함에 내놓는다고 잠깐 핸드폰 없이 나간 사이에 누나가 나한테 전화 2, 동생에게 전화 1번을 했던 모양.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울리는 전화를 동생이 받았더니 대뜸 왜 전화를 안 받냐고 소리를 높이는 누나. 둘 다 안 받아서 무슨 일이 있는 줄 알았다고.

 

걱정하는 마음은 잘 알겠는데, 저 사람들은 정말 우리를, 특히 나를, , 아니 하나도 모르는구나 싶었다.

 

syo에게 슬픔은 무작정 부딪혀가며 이겨내는 것도 아니고, 슬픔 바깥의 다른 것에 몰두하며 이겨내는 것도 아니다. 슬픔에 잠긴 사람은 슬픔 속에 길을 낸다. 그 슬픔을 감당할 수 있는 슬픔, 가치 있는 슬픔으로 만들기 위해 자기만의 방법으로 길을 내어 그 안에서 슬픔을 걷는다. 식어가는 엄마의 몸을 만지며 실컷 울다가, 너무 예쁘게 나와서 도리어 서글픈 영정을 바라보다가, 엄마의 가루를 폭넓은 붓으로 쓸어모아 유골함에 담는 장면을 지켜보다가, syo는 생각했다. 나는 이 장면을, 이 장면을 보고 있는 마음을, 이 장면을 보고 있는 마음을 둘러싼 풍경을, 이 장면을 보고 있는 마음을 둘러싼 풍경이 멈추어 있는 이 순간을, 언젠가 쓰게 될 거라고. 그 지면이 종이일 수도, 픽셀일 수도, 혹은 내면일 수도 있지만 언젠가 반드시 이 순간은 쓰일 거라고. 그것은 그렇게 하겠다는 다짐이 아니라 그렇게 될 거라는 깨달음이었다. 그리고 나는 이미 그 순간을 문장으로 번역하고 있었다. 모든 번역은 읽기 위해 이루어지듯, 번역된 슬픔은 견뎌지는 것. 그것은 슬픔의 팔다리를 자르거나 입을 틀어막거나 아름다움을 위해 슬픔을 남용하는 일이 아니라, 슬픔에 길을 내어 언제고 그 길을 걸어낼 수 있게 만드는 일이라고 나는 믿는다. 자신을 쓰는 사람이라고 믿는 이가 슬픔 속에 사는 방법은 이렇다.

 

내가 번역한 나의 슬픔은 나를 죽이지 않는다.

 

때로 그것에 울고 격침될 수 있겠으나, 한번 난 길이 반복해 걸음으로써 더 분명한 길이 되듯이, 슬픔은 슬픔의 자리에서 제 몫을 하고 나는 조금 더 선명한 사람이 되어 살 것이다.

 

 

 

--- 읽은 ---



251. 도시를 걷는 문장들

강병융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

 

슬로바키아의 수도는 브라티슬라바. 슬로베니아라면 이런저런 책을 통해 파편적으로 귀에 익힐 기회가 있는 류블랴나(수도다)라는 도시 하나 정도 알고 있어도 많이 안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인데, ‘프투이라는 도시도 있다고 한다. 크로아티아에는 폴리트비체라는 곳이 있고, 루마니아에는 클루지나포카라는 데가 있다. 좀 더 지명도 있는 나라 이탈리아에는 트리에스테’, ‘우디네라는 이름의 도시가 있었다. 이름조차 처음 들어본 곳들. 지구는 참 넓고도 꼼꼼하구나.

 

책읽쟁이로서 도시마다 한 권의 책을 배치한다는 컨셉에 끌리지 않을 도리가 없다. 나라면 이 도시의 가슴팍에 무슨 책을 달아줄까. 내가 가본 도시들(모두 조선의 도시들)을 주욱 떠올리며, , 하나의 도시에 한 권의 책도 붙일 수 없다면 나는 책도 도시도 제대로 읽고 걷지 않은 것이 아닌가, 싶어졌다.

 

그냥 인생은 그대로 인생이다.

  지독하게 자연스러워 지독해서 운명이라고 말해버리고 나면 오히려 괜찮아지는 그런 운명의 인생. 소설의 결과가 과하게 슬프거나 극단적으로 처절해도, 읽는 이의 삶이 그보다 더 슬프거나 처절해서 공감은 되어도 나의 감정은 변하지 않는 상황을 깨달으며 폴란드 맥주를 한 잔 들이켰다.

  그 맛이 썼다. 마치 발치카 9번처럼.

  여전히 내 주변의 관광객들은 자신들의 언어로 행복하다고 주문을 외우고 있었고, 아주 보기 좋게 광장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형형색색의 건물들도 그래야 한다고 강요하는 것 같았다.

  우리 삶의 차이는 어쩌면,

  딱 맥주 맛의 차이 정도일지도 모른다.

  돌아오는 길에 다시 발치카 No.9을 펼쳤다. 첫 페이지에서 이런 문장을 만났다.

  들판에는 언제나 바람이 불었다.

  맞다.

  우리 삶의 들판에도 언제나 바람이 불었다.

  지금도 불고 있고, 앞으로도 불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맥주도 인생도 그냥 즐기면 되는 것이다.

  그 언제나 부는 바람 앞에서.

_ 강병융, 도시를 걷는 문장들

 

 

 


252. 윤태영의 좋은 문장론

윤태영 지/ 위즈덤하우스 / 2019

 

좋은 문장에 대해 말하는 책을 계속 읽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뭔가 많이 뽑아낼 필요도 없다. 한 권에서 딱 한두 가지, 내 머릿속에 들어 있는 좋은 문장의 공식들을 흔들어 미묘하게 변화시킬 수 있는 한두 가지의 지침만 얻으면 된다. 선생님께는 선생님의, syo에게는 syo의 좋은 문장이 각각 있겠으나, 그것은 불변하는 것도 아니고 한 번 변했다고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지 못할 것도 아니다. 그 변화의 궤도를 칭할 때, 발전이라는 선형적 이름을 붙이기도 어색하고 나선을 그리며 앞으로 나아간다고 말하는 것도 꼭 들어맞지는 않는다. 그냥 춤을 추는 것이다. 춤을 추는 끊임없이 움직이지만 어느 순간 어딘가에 반드시 있다. 그 순간 바로 거기서 최대한 아름답고 싶은 마음을 욕심이라 부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 순간과 앞뒤 순간들의 연속을, 바로 여기와 아까 거기와 다음의 저기 사이의 연결을, 그러니까 움직임 전체를 아름답게 하고 싶은 마음은 욕구에 가깝다. 나는 더 나아지고 싶지만, 스스로 나아갔다고 생각한 걸음을 타인이 퇴보라고 판단하는 위험으로부터 완벽히 달아날 수 없음을 안다. 누가 뭐래도 그저 내가 보기에 좋은 문장을 쓰고 싶은 게 아니다. 누가 뭐래도 그저 내가 보기에 좋은 문장을 생각하며 추는 춤의 궤적을 유지하고 싶은 것이다. 쓰는 일을 삶에 뭉친 사람에게, 완벽한 문장에 도달한다는 것은 마치 완벽한 삶이라는 게 있기라도 하다는 말처럼 허망하고 달콤한 환상이다. 신기루다.

 

퇴고할 때는 자신의 글이 상상력의 요소를 적절하게 갖추고 있는지 점검해봐야 한다. 글을 읽다 보면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세상을 접하게 되는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영감을 얻게 되는지, 독자의 입장에서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콘텐츠도 물론 중요하다. 그런데 뜻밖의 낱말이나 멋들어진 표현 하나가 독자에게 신선한 느낌으로 다가서며 새로운 세상으로 안내하는 실마리가 되기도 한다.

_ 윤태영, 윤태영의 좋은 문장론

 

 

 


253. 사조영웅전 1

김용 지음 / 이지청 그림 / 김용소설번역연구회 옮김 / 김영사 / 2020

 

무협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주인공 곽정의 탄생. 이 둔하고 얼타기 바쁜 영웅이 이제 남은 7권의 책에서 종횡무진하며 독자의 가슴을 답답하게 만들 것이다. 내가 얘만 보면 진짜 숨이 막힌다. 신필 김용 선생님이 배출한 스무 명 남짓한 주인공들 가운데 가장 정석에다 인간승리의 표번인데도 어쩐지 인기는 없는 희한한 히어로.

 

심지어 소질머리도 없다. 웬만한 무협 주인공들은 어느 정도 재능은 있는 법인데.

 

너도 배웠느냐?”

  곽정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저 멍청하게 서서 고개를 좌우로 흔들 뿐이었다. 칠괴는 타뢰가 무척 똑똑한 반면, 곽정은 아둔한 것 같아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한소영은 장탄식을 하며 눈시울을 붉혓다. 전금발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이럴 게 아니라 저들 모자를 강남으로 데려가 구 도장에게 맡깁시다. 내기는 우리가 진 것 같아요.”

  주총도 한 마디 했다.

  “쟨 자지리 너무 형편없어. 무공을 배울 만한 재목이 아니야.”

  한보구도 한숨을 내쉬었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했는데 내가 보기엔 싹이 노란 것 같아.”

  칠괴는 강남 말로 한마디씩 푸념을 늘어놓았다. 한소영은 아이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이제 그만 돌아가거라.”

  타뢰는 곽정의 손을잡고 희희낙락 집으로 돌아갔다.

  강남칠괴는 6년 동안 갖은 고생을 감수하며 겨우 곽정을 찾아내 뛸 듯이 기뻤는데, 그의 자질이 형편없다는 사실에 다시 좌절감을 맛봤다.

_ 김용, 사조영웅전 1

 

, 저렇게 모두에게 좌절감을 준 미련퉁이 곽정이 어떻게 최강자 동사서독남제북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고수가 되는지 지켜보자. 남은 7권을 읽으며…….

 

 

 


254. 논어에 반하다

김석 지음 / 북오션 / 2018

 

그 유명한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입니다. 그런데 원문이 동어 반복의 간단한 문장인데다 공자의 정치적 성향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그 해석이 달라집니다.

  첫째는 이를 존재 명제로 해석하는 것입니다. 글자 그대로 임금은 임금이고, 신하는 신하이고, 아비는 아비고, 자식은 자식이다로 읽는 것인데, 이는 위계적 신분질서 그 자체를 강조하고 이를 공고히 하는 것이 정치라는 뜻이 됩니다.

  둘째는 앞의 일반적 해석처럼 당위 명제로 읽는 것입니다. ‘임금은 임금답게, 신하는 신하답게, 각자 맡은 바 직분을 다하(도록 하)는 것이 (좋은) 정치라는 것입니다.

  셋째는 조건 명제로 보는 것입니다. ‘임금이 임금다워야 신하가 신하다워지고, 아비가 아비다워야 자식이 자식다워진다는 것입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고, 지배층이 모범을 보여야 좋은 정치가 이루어진다는 솔선수범의 논리,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강조하는 해석입니다.

  넷째는 명령 명제로 이해하는 것입니다. ‘비록 임금이 임금답지 못해도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고, 아비가 아비답지 못해도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는 것으로 맹목적으로 충효를 강요하는 그야말로 봉건적인 논리입니다.

  이처럼 논어의 문장은 매우 압축적이어서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그 뜻이 크게 달라지고 보수적으로도 진보적으로도 해서될 수 있습니다. 당연히 그 말을 한 공자의 얼굴도 완전히 달라지는 것이지요.

_ 김석, 논어에 반하다

 

정말 이렇다. 논어는 하나일진대 검색하면 무한한 논어 책이 나오는 이유는, 그만큼 논어를 읽는 방법이 다양해서이다. 똑같은 책이 하나 없다. 한문이 원래 좀 그런 듯. 그래서 동양철학 개론서 읽기는 서양철학 개론서 읽기와 양상이 조금 다르고, 이것저것 읽어도 나쁘지 않다. 게중 마음에 드는 해석을 하는 책이 나타나면 몇 번 읽어도 좋겠다.

 

 

 

 


255. 만화로 보는 3분 철학 : 서양 고대 철학편

김재훈, 서정욱 지음 / 카시오페아 / 2021

 

요즘은 만화로 본다는 식의 책들도 꽤 읽을만해진 것 같다. 아니면 내 수준이 지속적으로 퇴락중이든가.

 

어쨌든 애들한테는 이런저런 좋은 책이 많아진 세상이다. 라떼는 철학 같은 거 보려면 원전번역 말고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건 그냥 읽지 말라는 뜻이다. 추천도서목록 같은 거 기웃거리는 사람들은 초심자라는 뜻인데, 그 초심자들에게 바로 원전 읽으라며 목록 뽑아주는 사람들은 진짜 양심도 없다. 댁네들도 내가 밑도 끝도 없이 푸리에 트랜스폼 들이밀면 그게 뭔가 입문서 개론서부터 찾을 것이다. 그거 되게 어려운 것도 아닌데도.

 

세상 만물의 근원을 탐구하는 자연철학에서 출발해 세상에 있는 것들의 진실과 존재 이유를 따져묻기도 하고, 자기 주장을 관철시키려 지식과 논리를 방편 삼는가 하면, 올바른 지성으로 인간세계의 총체적인 학문을 구축하고자 했던 고대 철학은 삶을 대하는 바른 생각과 태도를 모색한 윤리학으로 이어지며 대단원의 막을 내립니다. 주어진 삶과 세계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진리를 향해 나아가는 고귀한 사유와 실천의 여정이 다음 세대에도 계속 이어질 것을 기대하며 말이죠!

_ 김재훈, 서정욱, 만화로 보는 3분 철학 : 서양 고대 철학편

 

 

 

 

--- 읽는 ---

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 / 이솜

슬픔이여 안녕 / 프랑수아즈 사강

스키마와라시 / 온다 리쿠

인생 사용법 / 존 러벅

만화 경제학 강의 / 조립식, 조윤형

이렇게 책으로 살고 있습니다 / 이나이즈미 렌

달러구트 꿈 백화점 / 이미예

철학적 시 읽기의 괴로움 / 강신주

어떻게 이상 국가를 만들까? / 주경철

나는 장자다 / 왕멍

세상에서 가장 쉬운 회계/ 구보 유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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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7-30 14:1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프던 어머님께서....
어머님의 명복을 빕니다. 이를 때 제가 종교가 있었으면 좀 더 간절하게 어머님의 명복을 빌어줄 수 있겠다싶은데 안타깝워요. 부디 이제 아프시지 않고 좋은 곳에서 평안하시길 기원합니다. 하나마나한 말이지만 쇼님 말씀대로 슬플 땐 그 슬픔을 온전히 느끼는것이 또 슬픔을 이겨나가는거라고 생각해요.

syo 2021-08-03 08:43   좋아요 1 | URL
바람돌이님 감사합니다.
저는 이제 많이 괜찮습니다. 평소에는 거의 아무렇지 않게 일상 생활을 할 수 있는 정도예요. 이제 불의의 습격만 조심하면 되겠습니다.....^-^

2021-07-30 16: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8-03 08: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독서괭 2021-07-30 17:12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슬픔을 번역한다는 말.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정말 다행입니다. syo님에게 글이 있어서.
근데 달러구트를 읽고 계세요..?

syo 2021-08-03 08:44   좋아요 1 | URL
달러구트! 하도 난리길래 읽었는데! 허허허허......

그레이스 2021-07-30 19: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방법을 알고 계시는것 같아서...!
바르트의 애도일기를 떠올리게 되는 글이네요.
보내드린 후에도 이별은 계속되는것 같아요
위로를 전합니다.

syo 2021-08-03 08:45   좋아요 2 | URL
말씀 듣고 보니까 생각나서 책장을 보니 <애도 일기>가 꽂혀 있네요.
처음 저거 읽었을 때는 별 생각 없었는데, 이제는 좀 다를 수도 있겠어요.

그레이스님, 감사합니다^-^

붕붕툐툐 2021-07-30 22: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슬픈데.. 슬프면서 멋있으면 반칙입니다~

syo 2021-08-03 08:45   좋아요 1 | URL
😎 훗.......

2021-08-01 01: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8-03 08: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저녁에 마저 먹자

 

 

 

새벽 내내 엄마는 잠 못 들고 뒤척인다. 뒤척이면 아프다. 아프다. 아프다. 그러면 나는 부스스 일어나 감은 눈으로 엄마 다리를 주무른다. 얼음을 갖다 대면 통증은 조금 더 빨리 가라앉는다. 통증이 썰물처럼 밀려가면 엄마는 갯벌처럼 답답하다. 나는 그저 다독일밖에. 답답해. 답답해 미치겠어. 아니야엄만 안 미칠 거야. 사람 미치는 게 그렇게 되는 게 아니더라고. 엄마는 다시 뒤척인다. 뒤척이면 아프다. 아프다, 아파. 이 다리를 어떻게 했으면 좋겠다. 다리를 주무르며 내가 말한다. 식칼 가져와서 확 잘라버릴까? 엄마가 웃는다. 헤헤


그런 새벽이 꿈처럼 지나가면 한낮에도 우리는 좀처럼 깨지 않는 꿈속에 나란히 누운 사람들 같다. 우리는 지쳤다. 몽롱하다. 한여름이다. 나는 덥고, 엄마는 추웠다가 더웠다가 한다.

 

과일 트럭이 지나가는 듯했다. 자두 한 소쿠리 삼천 원, 사과가 오천 원. 자두 먹고 싶다. 천장을 올려다보며 엄마가 말했다. 엄마, 어차피 못 먹잖아. 다 토하잖아. 천장을 올려다보며 내가 대답했다. 자두 한 소쿠리 삼천 원, 사과가 오천 원. 자두 먹고 싶어. 토하면 엄마가 힘들잖아. 그래도 괜찮겠어? 나는 꼼짝도 하기 싫었다. 그래서 내 귀찮음에다가 엄마 걱정이라는 가면을 씌우고 이게 다 당신 탓이라는 시그널을 던졌다. 하지만 엄마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자두를 사서, 끓는 물에 삶아서, 껍질 벗기고, 갈아서, 빨대로 마시면, 먹을 수 있을 것 같애.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나는 밤새 당신의 다리를 주무르고 투정을 받아내느라 이렇게 뻗어있는데 아무리 환자라지만 당신은 어떻게 이렇게 자기 생각만 할까. 어차피 먹지도 못할 자두를. 그러는 동안 트럭은 점점 멀어지는 듯했다. 어느덧 자두까지는 들리는데 사과가 들리지 않는 거리. , 자두 먹고 싶어. 엄마는 앵무새다. 나는 이를 악물고 벌떡 일어나 지갑을 챙기고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는 현관을 박차고 나갔다. 골목을 돌아 나가는 트럭을 붙잡고 자두 한 봉지를 샀다. 자두는 노랗게 덜 익었고 크기도 고르지 않아 맛이 없어 보였다. 침도 고이지 않았다


가스레인지를 켜고, 물을 끓이고, 자두 다섯 개를 돌돌 삶아내고, 도마 위에서 껍질을 벗기고, 칼로 과육만 저며내어 믹서기에 갈았다. 갈아 놓으니 색이 예쁜 한 컵 분량의 걸쭉한 자두 주스가 만들어졌다. 엄마는 누운 채로 내가 이 자두 주스를 만드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었다. 천장만 보던 사람의 눈동자가 내 움직임을 따라 이리저리 굴러다녔다.

 

숟가락으로 떠서 천천히 입에 넣어주고 한 술 넘길 때마다 심호흡 두 번과 얕은 호흡 두 번을 시켰더니 토하지도 않고 반 컵을 잘 마셨다. 토할 것처럼 기침을 시작하면 가슴을 쓸어주며, 아니야, 아니야, 그냥 기침이야, 토할 필요 없어, 아니야, 했다. 남은 반 컵은 이따가 저녁에 마저 먹자. 엄마는 아쉬운 표정으로 입맛을 다시며 다시 몸을 뉘었다. 그리고는 기분이 좋은지 어릴 적 방학마다 놀러 갔다던 김천 큰아버지 댁을 이야기했다. 맑은 물이며, 빽빽이 헤엄치는 고기며, 물레방아며, 대구에서 김천까지 두 살 어린 동생과 단둘이 찾아갔던 열 살 그 시절의 기억 같은 것들을 줄줄이 읊으며, 다 나으면 다시 꼭 가봐야지, 했다. 나으면. 개구리랑 메뚜기 같은 것도 막 잡아먹고 그랬나? 나는 괜히 말을 돌렸다. ‘나으면으로부터 야비하게 도망쳤다. 못 들은 척했다


그리고 두 시간 뒤였다.

 

별다른 기별도 없이 갑작스레 엄마의 호흡이 거칠어지고 말이 어눌해졌다. 급히 재 본 혈압은 220이었다. 나는 119에 전화를 했고, 동생은 엄마를 달랬다. 엄마, 지금 너무 위험한 것 같으니까 일단 구급차 불러서 병원에 갔다 오자. 엄마는 숨도 제대로 못 쉬는 입으로 말을 뱉었다. -- 아니야, 갔다가 괜찮아지면 바로 다시 집에 올 거야. 병원에 입원하는 거 아니야. 이제는 눈도 제대로 못 뜨면서 엄마는 간신히 말소리를 만들어냈다. ----

 

그게 우리가 들은 엄마의 마지막 말이었다.

 

구급차에서, 그리고 응급실 침대 위에서, 산소호흡기에 의지해 거칠게 헐떡이던 엄마는 그렇게 두 시간 남짓 숨을 쉬다가 세상을 떠났다. 우리 남매는 그 자리에서 두 시간을 더 울고 식어가는 엄마를 만지며 이런저런 말을 건네다가 돌아왔다. 밤이 늦어서 분향소는 다음 날부터 모시기로 하고 엄마는 안치실로, 우리는 집으로, 헤어졌다.

 

집에 돌아와 냉장고를 열었는데, 노랗고 걸쭉한 자두 주스가 반 컵, 남아 있었다. 만약 그때 자두를 사러 나가지 않았더라면(그 마음은 정말 순간적인 변덕에 가까웠다) 아마도 나는,

 

어제 삼우三虞를 마쳤다. 다음에 엄마를 보러 갈 때는 원색의 꽃 몇 송이 사야겠다. 엄마의 손이 닿으면 쉽게 시드는 화분이 없었다.

 

 

 

--- 읽은 ---


 

247. 응답하는 사회학

정수복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5

 

정수복 선생님의 책을 몇 권 읽었는데, 그것들은 파리 생활에 대한 책이거나 책에 대한 책이었다. 그래서 syo에게 선생님은 에세이스트였다. 공저인 지그문트 바우만을 읽는 시간속 좌담 꼭지에서 존재감을 한껏 드러내시는 것을 보고서야 선생님이 사실 사회학자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선생님에 대해 뭔가를 더 알게 되었는데, 이상하게 선생님은 더 흐릿해졌다. 사회학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누군가가 사실은 사회학자였다는 정보는 왜 그 사람을 덜 선명하게 만드는가.

 

선생님 역시 유사한 고민을 하셨던 것이다. 대중에게 사회학이라는 게 대체 무엇이며 또 무엇일 수 있으며 또 그 무엇이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으며 또 무엇을 해야 하는지. 주류 학계 바깥을 떠돌던 선생님의 인생은 저 질문에 대해 자신의 몸과 삶으로 하는 대답 그 자체였던 듯. 그리고 이 책은 그 대답의 요약본에 가깝다.

 

구성은 이렇다.

 

1: 사회 구성원과 괴리된 강단 사회학의 대안으로 예술로서의 사회학을 제안

2: 그런 대안을 만들어내기까지 사회학자로서 살아온 스스로의 삶에 대한 사회학적 자기분석

3: 이미 새로운 사회학의 가능성을 스스로 열어내고 있는 세 명의 사회학자에 대한 분석

 

다소 길지만, 일독 여부를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면서 예술로서의 사회학이 어떤 개념인지 제시하는 대목을 인용한다.

 

나는 오래전부터 삶이 앎의 근거가 되는 사회학, 학문의 숙성과 인간적 성숙이 함께 가는 사회학, 개성이 드러나는 자기만의 사회학, 감동을 주며 마음을 위로하는 사회학, 내가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사회학, 타인의 삶을 깊이 이해하는 사회학, 삶의 고통과 환희, 좌절과 역경에 귀 기울이는 사회학, 그렇게 함으로써 자유와 평등, 진리와 정의가 살아 있게 만드는 사회학을 하고 싶었다. 그런 사회학을 '과학으로서의 사회학'과 대비시켜 '예술로서의 사회학'이라고 부르고 싶다. 예술로서의 사회학은 구체적으로 어떤 사회학을 말하는가? 예술로서의 사회학은 우선 문학, 예술과 대화하는 사회학이다. 소설이나 시, 그림이나 조각작품, 사진이나 영화처럼 보통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 삶과 세상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하고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꿈꾸게 하는 사회학이다. 사회학은 산다는 것은 무엇이고 그런 삶이 이루어지는 사회는 어떻게 짜여 있으며 지금보다 더 나은 삶,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의미 있는 삶이 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가를 질문하고 모색하는 학문이다. 그렇다면 사회학은 문학 · 예술과 대화하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문학과 예술은 현실을 반영하면서 동시에 현실을 벗어나려는 노력이다. 사회학은 현실을 설명하고 예측하고 통제하는 일에 만족하지 않고 현실을 비판하고 현실을 넘어서고 현실을 변화시킬 수 있는 사회학이 되어야 한다.

_ 정수복, 응답하는 사회학

 

 

 


248. 안녕, 나의 작은 테이블이여

김이듬 지음 / 열림원 / 2020

 

옮겨적어 놓겠다고 따 놓은 대목이 50군데 정도 되었으니, 시가 언제나 그래왔듯이, 선생님의 산문 역시 좋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겠다. 하지만 다 읽고 덮어 놓은지 스무 날이 지난 지금, 이 책에 대해 무슨 말을 하기로 했었는지 곰곰 생각하는 중이지만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스무 명이 스무 편의 시를 낭독했다. 태어나서 처음 시를 쓴 사람도 있었고 이미 유명한 시인들도 있었다. 평등하게 섞여 자신의 시를 읽었다. 마치 어린아이들의 학예회처럼 설렜다. 그 작품들이, 떨리던 목소리들이 정물화처럼 내 가슴에 놓여 있다. 심정 아프게 하는 시가 많았다. 일상의 괴로움을 안고 시를 지으며 달랬으려니. 모든 사람의 혈관에는 시어가 흐르고 있다. 모든 사람의 손바닥에는 시인이라는 징표가 새겨져 있다. 손금을 찬찬히 보면 ''라고 적혀 있다.

_ 김이듬, 안녕, 나의 작은 테이블이여

 

 



249. 모르면 호구되는 경제 상식

이현우 지음 / 한즈미디어 / 2019

 

250. 재무제표 처음공부

대럴 멀리스, 주디스 올로프 지음 / 백승우 옮김 / 신현식 감수 / 이레미디어 / 2018

 

 

 

--- 읽는 ---

윤태영의 좋은 문장론 / 윤태영

도시를 걷는 문장들 / 강병융

프로이트 : 20세기의 해몽가 / 피에르바뱅

사조영웅전 1 / 김용

삶의 마지막까지, 눈이 부시게 / 리디어 더그데일

왜 읽을 수 없는가 / 지비원

논어에 반하다 / 김석

나의 사랑, 매기 / 김금희

만화로 보는 3분 철학 : 서양 고대 철학 편 / 김재훈, 서정욱

Chaeg 2021. 6 / (월간지)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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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28 15: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7-30 14: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Cinema Paradiso 2021-07-28 19: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틀 전에 냉장고에 있던 마지막 자두를 먹었는데.. 먹먹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syo 2021-07-30 14:03   좋아요 0 | URL
저도 이제 앞으로 만날 모든 자두에다 기억을 칠해 놨네요.
시네마님 감사합니다^-^

stella.K 2021-07-28 19: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한동안 안 보여서 좋은 일 있으신가 무소식이 희소식이겠지
했는데 그새 어머니를 보내드렸군요.
어머니께서 돌아가신 건 슬픈 일이지만 아드님이 갈아 준 자두 주스
마시고 돌아가셨으니 여한은 없으셨을 것 같네요.
그리고 언제나 간단 리뷰를 이렇게 올리고 계신 걸 보면
스요님은 앞으로도 흔들림없이 잘 사실 거라 믿습니다.
어머니는 지금 평안히 안식하고 계실 거예요.
지금 어머님이 바라는 것이 있다면 당신이 없어도 꿋꿋하게 잘 시는
스요님의 모습일 겁니다. 힘내십쇼.
저도 어머님의 명복을 빕니다.

syo 2021-07-30 14:04   좋아요 1 | URL
저는 늘 그렇듯, 주변에 계신 많은 분들의 위로와 걱정에 힘입어 씩씩하게 잘 살고 있습니다.
엄마는 엄마 있는 데서, 저는 제가 있는 데서 열심히 행복해야지요.

스텔라님 감사합니다^-^

거북이독서 2021-07-28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고통 없는 곳에서 자녀분들 내려다 보시며 편히 계실거에요
마음 잘 추스르시고, 어머님의 명복을 빕니다

syo 2021-07-30 14:04   좋아요 0 | URL
거북이독서 님 감사합니다.
힘 내겠습니다^-^

단편선 2021-07-29 01: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저는 참 무심한 사람이라, 그 탓에 syo님의 블로그에 찾아와 자주 글을 읽으면서도 댓글 한 번 남길줄을 몰랐네요. 매사 무심한 탓에 울지 않은지도 오래되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울컥해버렸네요. 감히 무슨 마음인지 짐작하진 않으려 합니다. 다만 응원한다고, 조금이라도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싶어서 있는지도 몰랐던 알라딘 비밀번호까지 찾아서 로그인해버렸습니다. 저 혼자 syo님의 글을 읽다 내적 친밀감을 쌓아버렸거든요. 그래서 어떻게든 꼭 위로를 전하고 싶은데 서투른 마음과 말주변 때문에 쉽지 않네요. 언제나 응원하고 있습니다. 슬픔은 슬픔대로 사랑은 사랑대로 잘 간직하시고 또 syo님만의 방식대로 힘내실거라고 믿겠습니다. 아 참, 늘 말씀드리고 싶었는데 글 항상 잘 읽고 있습니다.

syo 2021-07-30 14:06   좋아요 0 | URL
번거롭게 로그인까지 하시게 만들었네요, 너무 감사합니다.
말씀해주신 게 딱 제 마음입니다. 슬픔은 슬픔대로 사랑은 사랑대로, syo는 syo의 방식대로.
제 맘을 들여다보신 것처럼 격려해주셔서 신기했어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나비종 2021-07-29 01: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연히 아침에 읽고 점심에 또 읽고 저녁에도 읽고. 자기 전에 누워있는 지금도 읽습니다. ‘읽은‘이후에 쓰신 글이 빠른 배경처럼 휙 지나갑니다.
제가 쓸 수 있는 가장 따뜻한 문장을 쓰고 싶은데 몇 번을 읽어도 떠오르지 않습니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다시 읽어봅니다. 읽을 때마다 눈이 시리고 목구멍이 아파오고 가슴속이 따끔거립니다.
그래도 무슨 말이든 해드리고 싶은데 일렁이는 말들이 꺼내어지지 않네요...그래서....이렇다구요..

syo 2021-07-30 14:07   좋아요 1 | URL
슬픔을 전염시키려는 의도가 없어서 죄송스럽기도 하면서,
또 감사하기도 합니다.
따뜻한 말을 고르기 위해 애쓰셨다는 그 말씀이 가장 따뜻한 문장입니다.
고맙습니다^-^

2021-07-29 14: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7-30 14: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psyche 2021-07-29 14: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어머님께서 이제는 고통없는 곳에서 평화를 누리고 계실거에요.
작년에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던 때가 생각나서 마음이 더 아프네요. syo 님 힘내세요.

syo 2021-07-30 14:09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너무 많은 격려와 염려를 받아서, 하루가 다르게 마음이 회복되고 있는 느낌입니다.

독서괭 2021-07-30 17: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syo님 지난 글 읽고 나서 안 보이시기에 안 그래도 걱정하고 있었는데, 제가 휴가내고 육아하느라 서재를 잘 둘러보지 못하는 사이 이 글이 올라온 걸 이제야 알았네요.. 늦었지만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실은 <아주 편안한 죽음>을 읽으며 syo님 생각을 했어요. 앞으로 이 책과 어머님의 자두 이야기가 연결되어 떠오를 것 같아요. 이를 악물고 자두 사러 일어났던 그 마음이 이해가 되는데, 그렇게 하셨던 게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어머님께서도 아들이 정성스레 갈아준 자두주스를 드실 수 있으셔서 얼마나 마음이 기쁘셨을지…
저는 아직 부모님이 살아계신데, 언젠가 닥쳐올 그 순간에 syo님의 글을 떠올릴 것 같습니다. 소식 알려주셔서 고맙고, 힘들어도 건강 잘 챙기시길 빌어요.

syo 2021-08-03 08:41   좋아요 1 | URL
독서괭님 감사합니다.

저는 하루하루 기하급수적으로 괜찮아지고 있습니다. 어느 날 문득 습격하듯 덤벼드는 슬픔이 있겠지만 그것은 그때 문제고 일단 지금은 좋습니다. 많은 서친분들의 격려 덕분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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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diotherapy

 

 

 

이제 남은 것이 없다는 말이었다. 그 말이 비로소 우리를 남을 사람으로 만들었다. 남은 시간에 대해 물었다. 그저 평범한 대답이었다.

 

나는 무엇을 했느냐 하면, 빨래를 했다. 우유를 개수대에 붓고, 음식물 쓰레기 봉투를 내놓고, 빌려 놓은 책을 모조리 반납했다. 현금을 조금 찾아두었다. 기차표를 예매했다 취소했다. 휠체어와 호스피스에 대해 알아보았고 몇 개의 수기를 읽었다. 최대한 웅크린 채로 보고 싶다 보고 싶다, 목적어가 생략된 문장을 몇 번 내뱉어 보아도 잠은 잘 오지 않았다. 그리고 공부를 하고, 책을 읽었다.

 

엄마는 아직 모른다. 곧 알게 될 것이다. 통증이 알려줄 것이다.

 

 

 

--- 읽은 ---



242. 사색하기 좋은 도시에서

안정희 지음 / 중앙books / 2015

 

한 바닥의 감상, 한 장의 사진, 간혹 한 구절의 소설 인용. 그렇게 두세 가지 구성요소를 세트로 하여 80군데의 여행지에 대해 서술한 책. '사색'하기 '좋은' '도시'에서 깨달은 것들이 대한 이야기일 것 같지만 정작 '사색''도시'도 부족하여 '좋은'에 도달하기에도 조금 부족한 책 같다. 참 여기저기 다녀 좋겠구나 싶으면서도 이 정도가 엑기스라면 그렇게 다닐 것까지? 하는 생각도 든다.

 

여행이란 모든 익숙한 것들에서 떨어져 나와 낯선 상황 속으로 들어가는 일입니다. 그 과정에서 내가 당연하게 여겨왔던 것이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기도 하고요. 도시에 사는 사람에겐 번지가 중요하지만, 세상엔 그런 것과는 관계없이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는 걸 알게 되는 것처럼 말이죠. 어쩌면 제 글에는 번지 없이 길 위를 떠도는 사람들의 향기가 배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신도 이 향기를 따라 길을 떠날 수 있길 바랍니다. 길 위에 서면 새로운 풍경이 보이고 새로운 길이 열리니까요.

_ 안정희, 사색하기 쉬운 도시에서

 

, 어느 여행책에나 다 있는, 그래서 이 책에도 있을 수밖에 없었던 모양인, 이제는 전국민의 일반상식인 여행의 효용이 또.

 

 

 


243. 여성, 타자의 은유

김애령 지음 / 그린비 / 2012

 

얼마 안 되는 부피지만, 얼마 안 되는 책은 아니다. 발췌를 위해 찍어놓은 사진을 보면, 거의 책 한 권을 통째로 옮겨적게 생겼다. 선생님의 다음 책은 은유의 도서관이다. 다음 책을 읽고 다시 돌아온다면,

 

주체가 자기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기 위해서는, 주체는 우선 언어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하나의 언어를 자기 것으로 만들어, ''를 말할 수 있는 것에서부터, 이야기하는 주체의 가능성은 열린다. 주체의 파편화된 시간 경험을 그러모으고, 자기를 이야기로 구성하는 능력을 통해, 주체는 자기 정체성을 확고히 할 수 있다. 그렇게 주체는 변화와 다름의 계기들에도 불구하고, 자기가 된다.

  그러나 오뒷세우스의 이야기 안에서, 오뒷세우스가 모험 중에 만난 수많은 타자들은 언어도 이야기도 갖지 못했다. 단지 주체가 된 오뒷세우스의 이야기를 통해, 오뒷세우스가 전하는 대로 표상된 타자로서만 우리에게 기억될 뿐이다. 그들은 그들 자신의 이야기를 갖지 못한다. 그렇다면 타자의 모습은 오직 주체가 전하는 대로만 남겨져야 하는가? 타자의 참된 이야기, 대신 이야기된 것이 아닌 타자로부터의 이야기는 어디에 떠돌고 있는가?

_ 김애령, 여성, 타자의 은유

 

 

 


244. Do it! 파이썬 생활 프로그래밍

김창현 지음 / 이지스퍼블리싱 / 2020

 

쉽긴 한데, 결국 다른 책들을 볼 수밖에 없다.

 

 

 


245. 평등을 넘어 공정으로

박지향 지음 / 김영사 / 2021

 

정치적 관점이야 개인의 것이므로 나와 차이가 있다고 해서 딱히 말을 엮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서술 방식에 대해서는 좀 다르다. 이 책은 자체적으로 그다지 공정해 보이지 않는다.

 

평등을 까고 싶으셨던 거라. '기회의 평등'을 당신이 주장하는 '공정'이라는 가치에 부여한 다음 남은 평등은 '결과의 평등'이라며 매도한다. 평등을 주장하는 사람은 완전히 하나하나 모든 걸 다 똑같이 만들자고 말한다고. 그렇게 평등의 개념을 자의적으로 왜소하게 만든 다음 사망 선고를 내리면서 평등은 자유와 양립할 수 없지만 공정은 그게 된다고 주장한다. 이건 뭐랄까, 한 명의 온전한 인간에게 갑자기 넌 니가 아니라 너의 왼발이라고 주장한 다음, 이 술집은 인간들에게 술을 파는 곳이지 왼발에게 술을 파는 곳이 아니므로 지금 당장 그 술잔을 내려놓고 가게 바깥으로 꺼지라고 하는 느낌이다.

 

그러고는 '공정'이라는 것을 페어플레이에 비유하시는데 거기서부터는 아, 이 책을 좋게 읽기는 틀렸구나 싶었다. 공정한 사회라는 것은 스포츠에 비유하자면 선수 개개인의 페어플레이만큼이나 (혹은 그 이상으로) 심판의 공정한 경기 운영에 달린 것이다. 페어플레이라는 건 선수들이 하는 것이고. 그러니까 결국 선생님의 공정은 니들이 이런저런 부정과 반칙 저지르지 말고 하라는 것. 그 말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공정과 정정당당 사이의 미묘하지만 의미 있는 차이를 스리슬쩍 뭉개면서 책임을 개인에게 전적으로 떠넘기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자유주의는 기본적으로 권력 자체를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권력은 무조건 억제해야 한다는 것을 대원칙으로 삼는다. 반면 민주주의는 권력이 많고 적은가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이 다수에게 있는지 소수에게 있는지에 집중한다. 즉 자유주의는 어떤 권력이든 강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 권력을 제한하려는 것이고, 민주주의는 권력을 다수가 지니고 있다면 그 권력의 속성이 무엇인지는 상관하지 않는다. 또 다른 차이점은 자유와 평등에 대한 시각이다. 자유주의는 개인의 자유를 최고의 가치라 주장하지만 민주주의에서는 평등을 최고의 가치로 간주한다. 이를테면 자유주의는 어떤 인위적인 장애도 없는 상황에서 열심히 노력해 최고의 성취를 이룰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호소력을 발휘하는 이념이다. 한편 민주주의는 과도한 경쟁을 좋아하지 않고 많은 사람과 좋은 이웃이 되고 싶은 사람들이 선호할 만한 이념이다.

_ 박지향, 평등을 넘어 공정으로

 

이런 대목에 도달하면 후려치기와 이분법적 사고가 동시에 버무려진 책을 읽는 게 얼마나 지난한 일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당연히 공정/정정당당하지 않은 서술이다. 대놓고 그렇다고는 하지 않지만, 문장의 구도로서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를 대립 개념처럼 배치, 주장한다. 그리고 저 극단성. 선생님 당신께서 몸 담고 있는 자유주의에 대해서는 권력을 제한한다는, 그러니까 조정의 여지가 있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민주주의는 다수가 권력을 지니고 있으면 권력의 속성이 무엇이든 상관하지 않는다라는 이상한 말씀을 하신다. syo 역시 결과적으로 봤을 때 틀렸다고 해도 될 만한 다수의 결정이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지는 않지만, 무엇이든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니까 다수를 이루는 개개인들이 무언가를 지지할 때는 그 속성이 무엇인지 따져본 다음 이해득실과 도덕정의관념을 저울질 혹은 버무려가며 선택한다는 사실을 조용히 삭제하고, 그냥 커다란 덩어리로서의 다수의 결정에 대해 나이브하게 서술하신 것.

 

사실 이런 후려치기는 자유주의의 속성에 대한 서술에도 있다. 자유주의는 어떤권력이든 강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 권력을 제한한다고 말씀하셨는데, 자유주의자들이 과연 자신의 권력도 제한하려 할까? 그들이 그렇게 알아서 착착 자기 권력을 제한할 줄 알았다면, 국가가 독점금지법 같은 걸 들고 나와서 그들의 권력을 제한할 일도 없었겠지. 그쪽에서도 인간의 욕망은 무한하다면서요. 누군가 나와 자기 권력을 제한하려 시도하는 순간 그 시도야말로 권력이라고 말하며 제한하려 들기는 하겠지만, 자기 권력이란 뭐 아무리 모으고 모아도 무한히 부족해서 우주의 끝날까지도 영원히 부족한 상태겠지요.

 

 



246. 처음부터 물리가 이렇게 쉬웠다면

사마키 다케오 지음 / 신희원 옮김 / 강남화 감수 / 한국경제신문 / 2021

 

중학교 수준. 여기도 고양이가 등장한다. 쉬운 수학/과학책에는 고양이. 이거슨 일본국의 풍조인가?

 

 

 

--- 읽는 ---

안녕, 나의 작은 테이블이여 / 김이듬

젠더 트러블 / 주디스 버틀러

나의 첫 머신러닝/딥러닝 / 허민석

이 짧은 시간 동안 / 정호승

응답하는 사회학 / 정수복

미국의 민주주의를 읽다 / 양자오

사조영웅전 1 / 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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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07 12: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7-07 13: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반유행열반인 2021-07-07 13:3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누군지 주어는 생략하고) 역사 다루신 저 교수님, 저희 어머니가 돌보던 아기 사는 집 가사도우미님이 저분 집에도 다니셨는데 엄청 넓은 집 핸디형 충전 청소기만 건네고(그러니까 물걸레질 무릎꿇고 치라고) 여하간에 노동자에게 가혹한 분으로 들었답니다….더 할말은 줄임 ㅋㅋㅋㅋ

syo 2021-07-07 13:42   좋아요 4 | URL
굉장히 정합적입니다...... 끄덕하게 되어버리는군요.

독서괭 2021-07-07 13:4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우와 속시원하게 까주시네요. 이런 리뷰 넘 좋습니다.
syo님, 감히 위로를 건네도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래도 위로를 건넵니다...

syo 2021-07-07 13:56   좋아요 3 | URL
감사합니다.
되어가는 정황이 어쩌면.... 싶었던게 오래인지라 세상 무너지는 충격은 아니었지만.....

난티나무 2021-07-07 14:15   좋아요 3 | URL
저도요…syo님

페넬로페 2021-07-07 14:0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내내 어머니의 소식이 궁금했어요
누군가가 저한테 그러더군요
힘내라는 말도 너무 힘든 사람에겐 힘든 말이라고요.
다시 곰곰 생각했어요
그럼 어떤 말을 해야할까?
그래도 전 그냥 힘내라고 하고 싶어요
힘 낼 수 있는 사람이 힘을 내야만 하니까요~~
또 힘들어도 힘을 내면 어느 순간에 신기하게도 힘이 나더라고요^^

syo 2021-07-07 17:39   좋아요 1 | URL
저는 아직까지는 괜찮습니다, 허허허허.
조금씩 마음을 단단하게 먹어야겠지요.
힘 내라는 말씀 감사합니다. 힘 내야죠 ㅎㅎ

붕붕툐툐 2021-07-07 14:5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한 번은 누구나 다 경험해야할텐데.. 그럼에도 언제나 이런 상황은 놀랍고 두렵네요. 더 많이 함께하시길 매 순간이 찬란하시길..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을 위로랍시고 전합니다.

syo 2021-07-07 17:40   좋아요 1 | URL
후회거리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모든 일을 해나가야겠다 싶어요.
툐툐님 감사합니다^-^

수이 2021-07-07 15: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힘내 라고 하면 뻔한 소리인데 뻔한 소리밖에 할 게 없네. 힘내 친구야

syo 2021-07-07 17:41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아직까지는 괜찮으니, 꾸준히 괜찮을 수 있게 엄마가 천천히 안 아프게 지냈으면 좋겠네요.

scott 2021-07-07 16:1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쇼님 힘내세요
저도 오늘 부모님 모시고 병원 다녀왔지만
희망과 긍정의 힘으로!
이말 꼭 남기고 싶었습니다.

syo 2021-07-07 17:42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ㅎㅎ
사실 뭐 어떻게 해야 할지 아직 아무것도 모르겠는 상태긴 한데.... 정신 바짝 차려야겠지요.

2021-07-18 02:1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