膝瑟

 

 

 

무릎이 아름다워 좋았던 사람을 떠올렸다.

 

나는 무릎을 무너진 흔적이 축적되는 부위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람의 무릎을 볼 기회가 생기면 꽤 유심히 보았고, 보다 보면 무릎의 주인이 더 좋아지기도 하고 그 반대 마음이 생기기도 했다. 무릎을 보기도 전에 사랑에 빠진 적이 없진 않지만 그럴 때도 들불처럼 끓는 사랑의 손길이 제일 먼저 닿는 곳은 항상 무릎이곤 했다. 무릎의 역사는 깊고 아득하여서 그저 보는 것만으로 전부를 캐어 올릴 수는 없다. 무릎을 만지고, 무릎에 입 맞추고, 무릎을 어루만지는 나를 바라보는 그 눈동자를 샅샅이 들여다보고.

 

무릎의 역사를 발굴하는 일은 그 사람의 무너진 경험을 사랑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때로 그 사람과의 사랑이 무너지는 경험이기도 하다. 아름답고 튼튼하던 그 사람의 무릎이 굳고 단단해지는 동안 세상 앞에 무릎 꿇지 않겠다고 우기던 고집스런 사람의 마음은 실은 천만번 꿇어 무릎이 닳은 마음이었고, 우리는 서로가 무너지는 이유임을 끈질기게 외면하면서 서로의 방향으로 끝없이 무너졌다. 그러던 어느 밤, 마침내 그 사람은 내어주는 제 무릎이 부끄러워 돌아누웠고, 어루만지는 것 외엔 할 줄 아는 게 없던 손길이 부끄러워 나 역시 돌아누우면서 우리의 무너짐은 완결되었다. 서로가 서로의 무릎으로 스며들어 지난한 흔적이 되었다. 가끔 무릎을 만지며 환등상처럼 경험하는 무너짐의 흔적. 그 흔한 무너짐의 흔하디흔한 흔적.

 

가끔 무릎이 아프면 이제는 다른 생각을 한다. 아름다운 무릎보다는 아픈 무릎을 만졌으면. 흔적을 가지고 끈질기게 달려온 사람에게 무릎을 만져주는 정도의 사람이 되면 좋겠다.

 

 

 

 

--- 읽은 ---

 


253. 찌질한 인간 김경희

김경희 지음 / 빌리버튼 / 2017

 

무미건조하다는 말은 너무 익숙해서 한 가지 뜻만 품고 있는 것 같지만, 실은 무미와 건조의 합이다. 실제로 잘 들여다보면 세상에는 유미건조한 것도 있고, 무미촉촉한 것도 있다. 이 책은 후자다. 건조하진 않지만 특별한 맛이 없다. 담백하다고 표현해도 괜찮겠지만 밍밍한 맛이라고 말하는 것에도 거리낌이 생기지 않는다. 백수며 퇴사며 다시 백수며, 역시 긴 세월 찌질함을 체화하고 있는 syo, 다니던 회사를 관둔 스물아홉 젊은 청년의 고뇌를 모를 리 없다. 알고 봐도,

 

  누구에게나 찌질한 순간은 있습니다.

  찌질함의 기준이야 저마다 다르겠지만,

  100% 완벽한 사람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으니,

  부디 당신의 찌질함에 작아지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러니 우리 어깨를 쫙 펴고당당하게 살아요.

김경희찌질한 인간 김경희

 

 

 


254. 경애의 마음

김금희 지음 / 창비 / 2018

 

사랑을 하고 했던 사람이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보다 많을 수밖에 없는 게 이치라면 우리는 끝없이 사랑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 이야기가 사랑을 밀어올리도록. 반대로 사랑을 하는 사람보다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이 훨씬 많다면, 우리는 실패와 실패와 실패를 지나 다음 실패가 오기 전까지 지치지 않고 사랑해야 한다. 이번에는 사랑이 사랑 이야기를 밀어 올릴 수 있도록. 왜냐하면, 어떤 사랑 이야기는 진짜 사랑보다 아름답고 더 사랑스럽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이이니까 사랑에 대해 말하고 싶을 때만 이메일을 써야 한다고 생각했어요그래서 그런 얘기를 할 수 있을 때를 기다렸습니다요즘 저는 사랑의 대상이 아니라 그걸 했던 나 자신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합니다그 시간의 의미가 타인에 의해서 판결되는 것이야말로 나 자신에게 가혹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언니 님은 요즘 어렵게 지내고 계실 것이 분명하고 이메일이 버젓이 돌아다니는 저도 좋은 기분은 아닙니다만우리가 함께 이야기하는 일만은 폐기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금희경애의 마음

 

 

 


255. 당신은 첫눈입니까

이규리 지음 / 문학동네 / 2020

 

무너지고 부서지는 것이 색을 가진다면, 그것은 눈과 같은 색일 것이다. 하얀색. 우리 눈이 잡아챌 수 있는 모든 빛이 들어 있는, 하얗다 하얗다 입에 올리다 보면 어쩐지 글썽이게 되는, 안도 바깥도 없고 왼쪽도 오른쪽도 없으며 오로지 떨어지고 떨어져 내리는 방향으로 흐르는, 말하려다 만 것 같은데 모든 것을 말한 것도 같은. 

 

  우리단단함에 대해 적을 것이 아니라

  하염없이 무너지도록

 

  힘쓸 일이 없도록

  아침엔 토마토를 구워요

 

  당신을 당신 바깥으로 놓아보아요

이규리정말 부드럽다는 건」 부분

 

 

 

 

--- 읽는 ---

경계인의 시선 / 김민섭

나의 하루는 430분에 시작된다 / 김유진

맹자를 읽다 / 양자오

인간 루쉰 / 린시엔즈

에티카, 자유와 긍정의 철학 / 이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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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21 21: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28 09: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행복한책읽기 2020-12-21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규리 저 시로부터 무릎까지? 아님 그 반대? 암튼 무너짐을 이렇게 엮으시다니. 멋져요~~~^^

syo 2020-12-28 09:36   좋아요 1 | URL
제가 댓글이 늦는동안, 행복한책읽기님은 매일매일 시 읽기를 이어나가셨겠고, 최소 7개의 시를 더 읽으셨겠네요!
좋은 연말 보내세요. 3일 남았네요 ㅎㄷㄷ...

행복한책읽기 2020-12-28 10:13   좋아요 0 | URL
댓글 달아주신 덕에 님의 글을 다시 읽고 든 생각은, 저야 독자에 머문다면 님은 이미 시인이시네요.^^

2020-12-21 21: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28 09: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Angela 2020-12-22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릎과 감정을 이렇게 표현하시다니. 가던길 멈추게 하는 아름다운 글이네요^^

syo 2020-12-28 09:38   좋아요 1 | URL
안젤라님, 좋은 연말 보내시고, 내년에도 가끔 오셔서 멈췄다 가세요^-^

수이 2020-12-22 15: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규리를 읽지 않으려고 이리 노력을 했건만 여기에서 또 무너져버리고...

syo 2020-12-28 09:38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 원래 시집 많이 많이 읽으시잖아요.
제 탓 하지 마시고, 얼른 진입하시기를 ^-^

scott 2020-12-25 2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요님,
메리 메리 크리스마스 이브V
열공하시는 방에 트리 한그루 놓고 갑니다 ㅋㅋㅋ


┼..:..:..:..:..:..:..:..:..:..:..:..:..:..:..:..:..:..┼
│*** Merry ☆ Christmas!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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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 I         ☆
│ *** Merry ..:+ +:.. Christmas! ** ★
┼``:``:``:``:``:``:``:``:``:``:``:``:``:``:``:``:``:``┼
건강하고 행복한 메리 메리 크리스마스 ^.~

혹시 외롭거나 심심하실때 쓰담아주라고 루돌프 한마리도 요기 놓고 가여 ㅋㅋㅋ

¥¥ ★☆★☆
^∩∩^ *Merry*
(●) Christmas
-o--¢-☆★☆★-


syo 2020-12-28 09:40   좋아요 1 | URL
제 짧은 알라딘 일생동안, 댓글 앞에 놓고 뭐라고 대답해야 하나 이렇게 고민해본 적이 없었네요 ㅋㅋㅋㅋㅋㅋ
거대하다......

크리스마스 어떻게 보내셨는지 모르겠지만, 분명히 잘 보내셨을거라고 가정하고, 연말연시도 그렇게 보내시기를 기원합니다.
 

 

밤마실

 

 

 

syo는 밤에 글을 쓰는 것이 특별하게 두렵진 않다. 밤에 쓰면 별이니 달이니 별 같은 사랑이니 달 같은 영원이니 하는 간지러운 단어를 남발하기 쉽지만, 뭐왜뭐


글쓰기 책에는 밤에 쓴 글을 해 뜨고 읽었더니 오글오글 손발이 점으로 무한히 수렴하더라는 식의 경험담, 저자인 나도 겪어봤지만 독자인 너도 글깨나 깨작대봤다면 남 일은 아닐 거야- 하는 식의 경험담이 종종 등장한다. 감정 과잉의 글을 경계하라는 취지다. 밤에는 쓰는 게 아니라 싸는 것이다! 겁나 부끄러움만이 남을 뿐이다


그러나 낮에 쓴 글, 이성의 견고한 토대 위에서 절제의 붓질로 태어난 글이라면 부끄럽지 않을 거라는 생각은 오만이다. 시간이 지나고 다시 읽어보면, 과거의 글들은 대체로 부끄럽다. 이성이고 삼성이고 간에 그냥 오그라든다. 몇 년 지나고 다시 읽었는데 그때 쓴 글이 여전히 완벽해 보인다면, , 당신은 망하고 있거나 망하기 위해 추진력을 모으는 중입니다. 물론, , 내가 이런 걸 썼다니, 그것도 서른이 되기도 전에! 이런 생각이 들게 하는 글이 아주 가끔 튀어나오긴 하겠지만, 그래도 추세라는 게 있는 법이다. 그 잘난 글을 중심으로 며칠 사이의 글을 함께 읽어본다면 그럼 그렇지 싶게 마련. 그러니까 결국, 글 쓰는 이의 운명이란 퇴보와 부끄러움의 Y자형 갈림길을 반복적으로 맞닥뜨리는 꼴이 아닌가 싶다


syo의 경우 밤에 썼든 낮에 썼든 옛날에 쓴 글은 전반적으로 쪽팔려서, 오늘도 밤에 글을 쓰지만 그게 특별히두렵진 않은 것. 이러다 가끔 하나 얻어걸리면, 3년쯤 뒤에 다시 읽고 혼자 감탄하면서 이런 대사나 치는 것이다. 그때 난 천재였지. 하지만 그땐 그걸 몰랐고 지금은 명확히 알겠어. 난 더는 천재가 아니라는 걸.

 

사람들은 너무 낮에만 글을 쓴다. 혹은 밤에 쓴 글은 부끄러워 세상에 내놓지 않는다. 그렇지만 밤에 쓴 글을 어느 다른 밤에 읽고 있는 어느 다른 사람이 있어 낮보다도 환한 위안을 얻는 일도 있을 것이다. 영하 10도다. 밤이 길다.

 

근데 생각해보니까 다들 나처럼 새벽 1시까지 깨작댈 수 있는 팔자 좋은 백수는 아니구나. , 출퇴근 멸종했으면. 세상에, 얼마나 됐다고 백수 공무원 적 생각 못 하고. 죄송합니다. 경솔했네요. 이래서 밤에는 글을 안 쓰는 것이었군요…….

 

 

 

--- 읽은 ---

 


251. 다정한 매일매일

백수린 지음 / 작가정신 / 2020

 

syo는 세 가지 유형의 사람을 가장 사랑한다. 무해한 사람, 다정한 사람, 그리고 귀여운 사람. 이 세 가지 미덕은 서로 완전히 격리되거나 하나가 다른 둘을 배제하는 사이는 아니어서, 다정한 사람이 무해하고, 귀여운 사람이 다정하고, 무해한 사람이 귀엽기도 하다. 이 세상에는 심지어 무해하고 다정하고 귀여운 사람조차 존재해주신다. 세상 평화로움과 아름다움은 다 그런 사람들이 암암리에 만들고 있는 것이다. 날숨에 내쉬는 이산화탄소조차 은총인 사람들. , 물론 애기 멍뭉이처럼 생명체가 지나치게 귀여워 버리면 내 심장에 유해하기도 하지만……♡


어, 엄마 그 밑에서 뭐해?

 

하지만 무해한 사람도, 다정하고 귀여운 사람도, 매일매일 한결같이 그러기는 불가능하다고 봐야지. 다정한 매일매일이란, 그런 불가능성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다정한 하루를 꾸려나가겠다는 무해하고 너무 귀여운 다짐이다. 좋아, 씩씩하게 무해하고 뚜벅뚜벅 다정하자. 그럼 완벽하지. 내가 또 귀여운 거 그건 아주 타고났으니까……♡

 

그나저나 2020은 백수린이구나. 여름의 빌라에서 다정한 매일매일을. 

 

사람들은 쉽게 타인의 인생을 실패나 성공으로 요약하고 싶어 한다하지만 좋은 문학 작품은 언제나어떤 인생에 대해서도 실패나 성공으로 함부로 판단할 수 없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알려준다세상은 불확실한 일들로 가득하지만 단 하나 분명한 것은당신과 나는 반드시 실패와 실수를 거듭하고 고독과 외로움 앞에 수없이 굴복하는 삶을 살 것이라는 사실이다하지만 괜찮다그렇더라도당신이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 채 생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기만 한다면우리가 서로에게 요청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그뿐이다.

백수린다정한 매일매일

 

 

 


252. 성호사설을 읽다

설흔 지음 / 유유 / 2020

 

한국사 외울 때, 저놈의 실학자 패밀리들은 아주 신물 나는 존재였다. 분명히 큰 틀에서 다들 비슷비슷한 이야기를 했으니 한 카테고리에 묶였을 텐데, 그 안에서도 차이점을 부각시켜 누군 중농이고 누군 중상이고 이렇게 구분하는 건 약간 중상모략 같았다. 그리고 그 실학이라는 게 뒷날 보니 선구적이었던 거지, 그 많은 실학자들 가운데 지기 시대에 자기 사상을 접목시켜 경세하고 치용한 사람도, 이용하고 후생한 사람도 거의 없다. 물론 그게 그들 탓은 아니지만, 어쨌든 그들이 그들의 시대에다 해 놓은 건 딱히 없는 것. 그러니까 오늘날 실학의 입장이라는 건 뭐랄까, 주판 시대에 태어나버려서 널리 이용되지 못하고 사장된 286 컴퓨터가 스마트폰 시대에 재조명된 것 같은 모양새가 아닌가. 신박할 땐 묻혔다가 다 낡아 쓸 수도 없을 때야 발견된 지식. 우리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이렇게 똑똑한 얼리어답터에 트렌드세터였다는 증거로 밖에는 기능하지 않는 일종의 화석 같은. 잘 모르겠다. 17세기 할아버지가 만든 20세기 초반까지는 먹혔을 생각을 21세기에 읽는 게 그 할아버지 잘났다는 거 깨닫는 것 말고 무슨 의미가 있는지. 오늘을 사는 syo의 눈에는 공자나 이익이나 도낀개낀 아름다운 대목은 아름답고 훌륭한 대목은 훌륭하며, 낡은 대목은 오십보백보로 낡았다. 아니면, 오늘날에도 되새길 만한 어떤 의미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설흔 선생님 정도의 도력을 갖춰야 하는 것일까

 

하늘과 땅 사이에서 함께 자라나면서 편벽되거나 완전의 차이만이 있을 뿐인데 사람이 어찌 더 물류를 멀리하여 잊어버려야 되겠는가잊지 않는다면 반드시 그 이름을 다 알아야 할 것이니 한 가족이 아무리 많더라도 다 어루만져 사랑하려면 반드시 먼저 그 이름을 알아야 하는 것과 같다라는 구절참 아름답지 않습니까?

설흔성호사설을 읽다

 

 

 

 

--- 읽는 ---

상상력과 가스통 바슐라르 / 홍명희

Chaeg 2020. 12 / ()(월간지) 편집부

법의 이유 / 홍성수

AI 최강의 수업 / 김진형

경애의 마음 / 김금희

당신은 첫눈입니까 / 이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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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0-12-16 07: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밤에 쓰니까 막 쪼끄만 하트를 여기저기 붙이고... 그런 사람이 있어서 세상이 덜 삭막한 거겠죠? ㅎㅎ밤에 읽고 쓰는 대신 쿨쿨 잔 사람은 힘차게 출근이나 해야지 ㅎㅎㅎ

syo 2020-12-17 08:37   좋아요 1 | URL
큰 하트가 적은 세상보다 쪼끄만 하트가 여기저기 있는 세상이 덜 삭막하겠죠?
오늘도 즐거운 출근(역설)되시길(반어아님)^-^

cyrus 2020-12-16 0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밤에 책 읽거나 글 쓰는 일이 오히려 집중이 잘 돼서 좋아요. 요즘은 건강을 생각해서 밤에 일찍 자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자마자 글을 써요. 눈 뜨기 시작해서 아침 식사하기 전의 시간이 그리 길지 않지만, 그래도 제겐 소중해요. 자투리 시간에 글을 조금씩 써놓으면 편해요. ^^

syo 2020-12-17 08:38   좋아요 0 | URL
일찍 자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쪽이 건강에 유리한가요? 저는 아무리 하려고 해도 잘 안되더라구요.....
심지어 아침 식사도 안 하니, 우리는 참 사는 모양이 달라요, 그쵸 ㅎㅎㅎㅎ
자투리 시간이 자꾸 나서 사이러스님이 좋은 글 많이많이 써주셨으면 좋겠어요.

cyrus 2020-12-17 09:14   좋아요 0 | URL
저는 본인이 편한 시간대에 글을 쓰는 습관을 유지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아침에 글쓰기가 힘든 대신에 저녁에 글 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정말 당연한 말이지만, 바쁘시고 귀찮더라도 아침 식사는 꼭 하셔야 돼요. ^^

psyche 2020-12-16 08: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사진을 보니 매가 강아지를 채 가다가 무거워서 옆옆집인가에 떨어뜨렸다는 이야기 들은 게 생각나네요. 매가 채 간다니 무섭긴 한데 강아지가 뚱뚱해서 무거워 떨어뜨렸다니 웃기기도 하고.... 역시 뚱뚱한게 좋은 겁니다!

단발머리 2020-12-16 09:21   좋아요 1 | URL
이 댓글을 제가 좋아합니다*^^

scott 2020-12-16 20:29   좋아요 0 | URL
이 댓글 저도 좋아합니다 ^0^

syo 2020-12-17 08:38   좋아요 0 | URL
이 댓글 저라고 안 좋아할 재간이 없네요^-^

레삭매냐 2020-12-16 09: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진이 그것 참.

syo 2020-12-17 08:39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 안전하게 구출됩니다. 얼마 못가 떨어뜨리고 주인공이 받아내거든요.

scott 2020-12-16 10: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요님 밤사랑, 밤을 노래 한다-김연수 ㅋㅋㅋ
소요님, 멍뭉이 내려놔요 ^ㅎ^

syo 2020-12-17 08:39   좋아요 1 | URL
저는 멍뭉이를 잡았다 하면 내려놓을 줄 모르는 집요한 짐승입니다 *ㅂ*

stella.K 2020-12-16 1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사진 무슨 영화에 나온 모양인데, 그것 참...

syo 2020-12-17 08:40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저러고 가다가 떨어뜨리는 걸 주인공이 받고, 독수리는 주인공 폰을 대신 채갑니다....
 

 

One full revolution

 

 


첫 페이지에 벌써 밖은 첫눈이었다. 나리는 것과 나리는 것 사이에서 겨울이 희게 익는 풍경. 겨울의 시작과 한 해의 시작을 맞대어 놓는 이들은 횡단보도를 건너다 아득히 입을 맞춘다. 마음의 어는점 녹는점은 알 수가 없어서 여름에 얼었다 겨울에 녹기도 하는데 그 이치도 아득하다. 눈을 눈으로 완성하는 것은 다름아닌 눈 맞는 이의 마음. 창밖에 하얗게 자맥질치는 저 눈은 완성된 눈일까 완성하는 눈일까. 눈이 어떤 완성이라면 그것은 눈 맞는 이의 마음에 첫눈일까 끝눈일까. 겨울은 멀리 가도 지구가 태양을 도는 거리만큼 가지는 못하고 자꾸만 자꾸만 돌아오겠는데, 눈과 함께 돌아오겠는데, 창밖에도 나리고 창 안에도 나리는, 당신은 첫눈입니까. 

 

  오래 참아서 뼈가 다 부서진 말

  누군가 어렵게 꺼낸다

  끝까지 간 것의 모습은 희고 또 희다

  종내 글썽이는 마음아 너는,

이규리, <당신은 첫눈입니까부분

 

 

 

 

--- 읽은 ---


 

246. 언젠가 설명이 필요한 밤

안녕하신가영 지음 / 빌리버튼 / 2017

 

노래연습장에 정말 노래 연습하러 다니는 사람처럼, 50번 가면 50번 부르는 노래들이 있었다. 우리의 노래방행은 오늘과 그저께가 비슷하거나 달라도 한두 곡이 다른 차이와 반복이었다. 그렇게 50번을 불러도 나는 노래 가사를 모른다. 50번을 부르다 보니 나도 모르게 외워졌는데도 그 노래가 어떤 가사인지 몰라서, 흥얼거리다가 내 입에서 나오는 가사를 내가 듣고 와, 이 노래 가사 쩌는데! 하고 놀라는 일이 잦다. 이러니 한두 번 듣고 지나치는 수많은 노래들 속 가사야 오죽할까.

 

가창력에서 중요한 건 가창이지 이 아니라는 컨셉으로 하는 노래들은 유독 가사가 아름답고 먹먹한데, 가사를 못 듣는 인간은 그런 노래를 충분히 듣지 못하고 서른을 먹었고 곧 마흔 먹게 생겼다. 나이가 드니 이제야 가사가 좀 들린다. 플레이리스트에 안녕하신가영의 곡 몇 개가 안착했다. 노래로 기억할 것이다.

 

당시에는 그 사람에게 바보 같은 얼굴이라며 웃어 넘겼지만어느 날 내가 그 사람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을 때 비로소 알게 된다나를 참 많이 좋아해줬구나.

  사랑이 가끔 이어달리기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그래도 계속 달려야 하는 거겠지.

안녕하신가영언젠가 설명이 필요한 밤

 

 

 


247. 혼자 있기 좋은 방

우지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

 

그림에 대해 절대적으로 과문하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많이 아는 애매하고도 어쩐지 구슬픈 입장의 syo. 이 책의 정체가 그림 에세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속에 든 그림 중 4~6할은 아는 녀석들일 거라고(대체로 그랬으므로) 생각했는데 웬걸, 생전 처음 듣는 이름의 작가가 그린 생전 처음 보는 그림이 잔뜩잔뜩 들어 있어서 놀랐고 신났다. 그리고 다시 다 까먹었다. 으하하하, 이 맛에 책 읽지.

 

꼭지마다 정해진 주제의 에세이와 그에 어울리는 그림들, 그 그림과 그걸 그린 작가들에 대한 이야기가 버무려져 있는데, 어떤 대목은 너무 좋았고 어떤 대목은 밍숭맹숭했다. 지금 내 감정과 그 꼭지 주제의 싱크로율이 어느 정도냐에 따라 감흥의 정도가 달라진 것 같다. 하고보니 당연한 이야기군.

 

에세이 내용과 그림이 얼마나 착 달라붙는지에 대한 평가는 독자마다 다를 수 있겠다.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썩 좋은 책 같았고, 그림 에세이라는 유형의 글쓰기에 도전해보고 싶은 욕심도 생겼다. 그리고 그 욕심조차 다시 다 까먹을 것이다. 으하하하, 이 맛에…….

  

슬픔을 받아들이는 방식에 따라 한 인간의 삶이 결정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세상에는 혼자마음의 방에 머물 때에만 해결될 수 있는 일이 있다구겨진 마음을 펴고슬픔을 처리하고억압으로부터 벗어나는 일내 삶의 가치를 재고하고의미를 묻고또 내면을 견고하게 구축하는 일.

  혼자를 택한다는 건 슬픔을 외면하지 않고 마주하겠다는 용기이다하나의 독립된 인간으로서 내 인생을 책임지겠다는 각오이며스스로를 이해하고 용서하고 사랑하며 살아가겠다는 선언이다혹여 주변인들을 챙기느라 자기 자신을 외롭게 한 것은 아닌지세상의 눈치를 살피느라 정작 나를 불편하게 만든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우리에게는 자신의 내면을 탐색하고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그 과정이 분명하고 뚜렷하지 않을지라도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줄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니 두려워하지 말고 불안해하지 말고 혼자 있어볼 것삶의 진실은 거기 있으니 말이다모든 사람과 잘 지내는 것보다 나와 잘 지내는 게 중요하다.

우지현혼자 있기 좋은 방

 

 



248. 엄마의 뜰

김살로메 지음 / 문학의문학 / 2020

 

나는 아름다운 문장을 믿는다. 아름다움이란 별처럼 많고 별자리처럼 각자의 이야기가 있으니 나는 많고 각자인 것들을 믿는 셈이다. 김살로메 작가는 주제가 글의 본질이라 하지만 그것들에 수없이 속아 넘어가 본 나는 차라리 아름다움을 믿는다. 사람의 삶이라는 게 많이 다를 것 같으면서도 어슷비슷해서, 우리는 큰 틀에서 다들 비슷하게 살며 비슷하게 울고 웃다가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해서 톨스토이처럼 말해 보자면, 사연과 경험은 서로 닮았지만 문장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아름답다. 내가 이 책을 읽고, 나도 나도 했다면 그것은 우리가 닮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나와 닮은 수많은 책 가운데서 이 책이 내게 특별한 울림을 안겼다면 그것은 이 책의 문장이 자기만의 이유로 아름다웠기 때문이겠지.

 

꽃 진 그 시간을 최상의 것으로 추억하기 위해 저마다 길을 냅니다구구절절 말을 잇긴 했지만실상 떨어진 꽃잎은 해석이 필요치 않습니다이해되기 전에 전달되는 그 무엇이기 때문입니다실존의 상처로 단련된 꽃 무덤은 그 자체가 사유의 통로가 됩니다필연으로 떨어져 꽃길을 내고깊이 내려가 진물을 이루는 모든 것은 생의 이면입니다견고한 잉태와 단단한 도약을 위한 전초전입니다절절하게 떨어져 본 꽃잎일수록 절실하게 꽃 피우는 자양분이 됩니다꽃 진 자리는 그렇게 자신을 비추는 거울입니다추락 없는 꽃잎이 어디 있으면 짓무름 없는 성장이 가당키나 할까요.

김살로메엄마의 뜰

 

 

 


249. 사랑의 기술

에리히 프롬 지음 / 문예출판사 / 2006

 

왕년에는 이 책 참 좋아했는데 이젠 이걸로 사랑의 기술을 배웠다가는 큰일나겠다.

 

문제 1. 잘 나가다가 핵심에만 도착하면 갑작스레 뜬구름을 잡는다. 사랑을 제외한 다른 이야기들은 콘크리트로 반석을 만들듯이 단단하게 마련해놓고는, 정작 사랑에 대한 이야기는 흐물거려서 결국 콘크리트 위에 쏟아놓은 달걀 같다.

 

문제 2. 이분법적 사고방식에 찌들어서 도무지 헤어나오지를 못한다.

 

문제 3. ‘모성애에 대해 말할라치면 반드시 그 문장 앞에 오오오,’랄지, ‘거룩하도다,’ 를 붙여줘야 할 것만 같은 어투가 된다.

 

문제 4. 이런 대목을 보면,

 

아마도 프로이트의 극단적인 가부장주의 때문에 그는 성욕을 본질적으로 남성적이라고 가정하게 되었고 따라서 독특한 여성의 성욕을 무시하게 되었다.

  그는 <성의 이론에 대한 세 가지 공헌>에서 이 사상을 전개하면서 리비도(libido)는 남성 안에 있는 리비도든 여성 안에 있는 리비도든 관계없이 원칙적으로 '남성적 성격'을 가졌다고 말하기도 한다어린 소년 또한 거세된 '남성적 성격'을 가졌다고 말한다또한 소년은 거세된 남성으로서 여성을 경험하고여성 자신은 남성 성기의 상실에 대해 여러 가지 보상을 구하고 있다는 프로이트의 이론에서도 똑같은 사상이 합리적 형태로 표현되어 있다그러나 여성은 거세된 남성이 아니며 여자의 성욕은 '남성적 성질'을 가진 것이 아니라 여성 특유의 것이다.

  양성 간의 성적 매력은 부분적으로 긴장을 제거하려는 욕구에 그 동기가 있다중요한 것은 이성의 극과 합일하려는 욕구이다사실상 색정적 매력은 결코 성적 매력에 의해서만 표현되지는 않는다. '성적 기능'과 마찬가지로 '성격'에도 남자다움과 여자다움이 있다남성적 성격은 침투지도활동훈련모험이라는 성질을 가진 것으로 정의된다여성적 성격은 생산적인 수용성보호현실주의인내력어머니다움으로 정의된다. (각 개인에게는 두 성격이 혼합되어 있으나 '남성또는 '여성'의 성과 관련된 것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을 뿐임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

에리히 프롬사랑의 기술』 56-57

 

마치 노예제를 주장한 사람은 노예는 거세된 인간이라고 생각했다. 주인들에게만 인간성이 있고 노예는 인간이 아니라고 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틀렸다. 그는 인종의 차이를 무시한 것이다. 노예는 인간성이 거세된 것이 아니며, 단지 노예성은 어떤 인종이 지닌 특수한 성격일 뿐이다.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는 그 두 성격이 혼합되어 있는 것이다.’ 라는 말을 듣고 있는 것 같다. 표범의 흉폭함을 고발하는 늑대를 보는 기분이다.

 

이 책은 이제 버려도 될 것 같다. 바로 아래에 등장하는 이런 대목을 보면 프롬 역시 그렇게 생각하는 듯하다.

 

실제로 그의 시대에는 프로이트의 이론은 도전적이고 혁명적인 성격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1900년대에 타당한 것이라도 50년 이상이 지난 후에까지 타당한 것일 수는 없다성적인 관습이 매우 변했기 때문에 프로이트의 이론은 서양의 중류 계급에는 이미 충격적인 것이 아니며전통적인 분석가가 오늘날도 프로이트의 성 이론을 옹호하는 것을 용감하게 급진적인 일로 생각한다면이것은 돈키호테적 급진주의에 지나지 않는다.

같은 책, 57-58

 

그러니까 이건 자기실현적 예언 뭐 그런 건가.

 

 

 


250. 성의 역사 1 : 지식의 의지

미셸 푸코 지음 / 이규현 옮김 / 2010

 

아직 12월은 많이 남았고, 내가 무섭게 마음만 먹는다면.

 

내가 제기하려고 하는 물음은 '왜 우리가 억압받는가'가 아니라, '왜 우리가 우리의 가까운 과거와 현재 그리고 우리 자신에 대해 그토록 커다란 열정과 강렬한 원한을 품고서 스스로 억압받고 있다고 말하는가'이다어떤 나선형 경로를 통해 우리는 성을 명확한 말로 표명하고 성의 가장 적나라한 실체를 드러내려 애쓰고 성의 힘과 영향을 적극적으로 확언하면서도성이 부정된다고 단언하고 우리가 성을 감춘다는 것을 보란 듯이 지적하고 우리가 성을 침묵으로 몰아간다고 말하기에 이르렀을까?

미셸 푸코성의 역사1 : 지식의 의지

 

 

 

 

--- 읽는 ---

성호사설을 읽다 / 설흔

물리의 정석: 고전 역학 편 / 레너드 서스킨드, 조지 라보프스키

당신은 첫눈입니까 / 이규리

다정한 매일매일 / 백수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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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0-12-13 22: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여름에 얼었다 겨울에 녹은 그 마음은 참 좋네요 ㅎㅎㅎ언제 이렇게 많이 읽으신담...

syo 2020-12-13 23:12   좋아요 1 | URL
별로 못 읽어요.... 시무룩.

하나 2020-12-13 22: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늘 이규리 시인 계타는 날이네요. 시도 장범준 노래처럼 첫눈연금되면 얼마나 좋아

syo 2020-12-13 23:13   좋아요 3 | URL
그러게요.
오늘 여기저기서 언급된 거 보니까, 같은 시인데도 조금씩 다른 대목이 인용되더라구요. 신기하게도.

단발머리 2020-12-13 22: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규리 시집이 집에 있다는게 너무 뿌듯하고, 우지현 책이 집에 없다는 게 분하다..... 분하군.

syo 2020-12-13 23:14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때마침 눈 와서, 이규리 읽기에 좋았다.

공쟝쟝 2020-12-14 0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리히프롬....ㅋㅋㅋㅋㅋ 자기실현적 예언ㅋㅋㅋ ㅋㅋㅋ 아 ㅋㅋㅋ 하지만 저책은 표지가 정말 짱 이쁘단 말이지!!

syo 2020-12-14 11:18   좋아요 0 | URL
그러고보니 표지는 이쁘네.... 제가 읽은 책은 실은 저 판이 아니어서, 팔기로 ㅋㅋㅋㅋㅋ

행복한책읽기 2020-12-14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겨울이 희게 익는 풍경. 캬. 또 한편의 시네요^^

syo 2020-12-14 11:20   좋아요 0 | URL
책읽기님이 매일 시를 읽으시다보니 눈이 아름다워져서 그렇게 보이시는 것 아닐까요 ㅎㅎㅎ
 

 

 

spring, forsythia and the baby baby bear

 

 

 

1

 

한껏 멍청하게 지내느라 눈치 못 채고 있다가 깜짝 놀랐다. 2020년이 이제 스무 밤 남짓 남았다.

 

최근 날이 추워지면서 등이 자꾸 가려운 게 이슈였다. 그딴 게 핵심 토픽이라니? 그 옛날, 서른을 눈앞에 둔 1211일의 syo는 무슨 생각을 했었던가. 서른이었다. 온통 서른이었다. 서른셋을 앞에 놓고는 무엇으로 겨울밤을 활활 태웠는가. 삼땡이었다. 모든 게 삼땡이었다. 그때는 그래도 한 살 한 살 늙어간다는 게, 앞자리가 바뀐다든가, 초반이 중반이 된다든가 하는 것들이 연말 이슈였다. 크게 봤을 때 올해는 전반적으로 망했군. 그래도 크게 봤을 때 전반적으로 망해서 다행이지, 전반적으로 봤을 때 크게 망한 거였으면 어쩔 뻔했어. 수고했어, 수고했구나, 나여. 내년에는 또 어떻게 망할지 미리 잘 생각해놓고, 망해도 부드럽고 계획적으로 망하자. 뭐 이런 깜찍한 다짐 유사품들도 있었다. 그런데 오늘의 syo는 날갯죽지와 죽지 사이의 손 닿지 않는 부위에 어떻게 하면 바디로션을 바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뇌에 사로잡혀, 한 해 반성이나 내년을 위한 계획 수립 같은 소소하고 수수한 일들에 관심을 가질 틈이 없는, 그런 인간이 되고 만 것이다…….

 

 

 

2

 

오늘 또 하나 배웠는데, syo는 장작 타는 소리를 오래 들으면 자는 동물이었다. 지금 유튜브 공부 채널을 점령한 최신 츄-렌드가 바로 장작 타는 소리 ASMR이라서 그걸 들으며 공부를 했던 것인데, 한 며칠 아 봄날 개나리 아기곰도 아니고 왜 이렇게 졸아대나, 이상하다 이상하다, 했더니 그게 다 장작 의 범행으로 밝혀진 것. 이쯤 되니까, 장작 소리 틀어놓고 라이브 방송으로 공부하는 저 사람들이 마치 괴물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안 존다고? 타탁 탁 타닥 하는데 안 졸아? 타다닥 탁 탁 타다다타닥 탁 타다…… , 입으로 장작 소리 내며 쓰다가 졸 뻔했다. 혹시 이거, 자기들은 도저히 잠들 수 없는 트렌디한 지니차트 TOP 200 이런 거 듣고 있으면서 구독자들한테는 장작 소리 들려줘서 재우는 수작 아냐, 이거? , 이렇게까지 한다고, 이 장작범들아.

 

그렇게까지야 하겠냐. 그냥 syo가 문제인 듯. 내가 봄날 개나리 아기곰이다…….

 

 

 

 

--- 읽은 ---



241. 보통의 언어들

김이나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

 

나한테 처음으로 김이나라는 방송인의 존재를 알려줬던 친구가 누구였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말 잘하는 예쁜 누나라고 설명해준 거 보면 사내놈이었는데, “말잘 + 예쁜 + 누나 = 사랑해요방정식은 내가 아는 모든 놈들에게 A+ B + C = 180수준의 진릿값을 가진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라서, 당최 누가 저 말을 했던 건지 모르겠다. ……설마, 난가?

 

나였다면 아마 준-덕질 급의 정보검색 정도는 했을 텐데, 별로 아는 게 없는 걸 보니 나는 아닌 듯. 이렇게까지 글을 잘 쓰는 사람일 줄은 몰랐거든. 생각해보니까 몰랐던 게 더 이상하군. 글로만 밥 벌어도 노후가 든든한 정말 극소수의 사람 중 하나일 텐데. 어쨌든 아마 나였다면 말 잘하고 예쁘지만 글은 더 잘하고 더 예쁜 누나라고 했을 것도 같다.

 

다종다양한 글쟁이들 가운데서도 작사의 길을 오래 걸은 사람이 획득하는 선명한 강점이 있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이런 식이라면,


나는 가끔 세상의 모든 형용사들이 가진 기가 막힌 표현력에 감탄하게 되는데, 이는 주로 발음에서 온다. '-'하고 말할 때 ㄴ받침을 부드럽게 도움닫기 삼아 '' 하고 내뱉는 발음은 무언가에 빛이 닿아서 튕겨 나오는 모습 그 자체인 것 같고, 찬란하다는 말의 실제 발음인 '-'''의 받침 ㄹ과 ''의 자음 ㄹ이 파도 능선처럼 이어지는 기분이 들어 앞서 비유했던 것처럼 햇살이 닿은 물결의 느낌인 것이다. 게다가 '-' 하면서 시작되는 첫 음절은 퍼져나가는 빛이 혀에서 구현되는 착각이 들지 않는가.


, 들어요. 든다구요. 진짜로!

 

내가 오래오래 지내고 싶은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바로 저 말이었던 것 같다실망시키는 데 두려움이 없기를 바란다는더 솔직히 말하자면나는 높은 확률로 당신을 실망시킬 테지만 우리 평균점을 찾아가보지 않겠냐는 말.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만인에게 사랑받을 수는 없다하지만 역으로 말하면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인 소수와의 관계는 견고한 것이다한 번도 실망시키지 않고서는나는 누군가와 진실로 가까울 자신이 없다우리마음껏 실망하자그리고 자유롭게 도란거리자.

 

김이나보통의 언어들 

 

  


242. 도시로 보는 유럽사

백승종 지음 / 사우 / 2020

 

죽기 전에 유럽을 갈 수 있을까. 그거 한 번 가는 거 별것 아닌 것 같아보여도 진짜로 별것 아니었다면 내가 이 나이 먹도록 살면서 한 번은 가봤겠지. syo는 아직 여권도 없는 오랑캐다……. 매번 책으로 이렇게 먼 타국의 도시를 만날 때마다, 분노가 치민다. 특히 사진 별로 없는 에세이가 마음을 끄는데, 사진 많은 에세이는 겁나 뽐내는 것 같아서 어떻게든 트집을 잡아버리겠다는 자세로 읽게 되고, 사진 아예 없는 에세이는 선생님 이렇게까지 하셔야 합니까 싶고 그렇거든. 그런데 이 책은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까지 왠지 평온한 태도로 일관할 수 있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게 뭘 뜻하는 건지 모르겠다. 좋았던 거야, 아니었던 거야?

 

과거의 슬픈 흔적을 깨끗이 지우는 일을 나무랄 수도 없으나꼭 잘한 일이라고만 보기도 어렵다상처도 남겨두면더러는 약이 되는 법이다싹 쓸어낸다고 뭐가 근본적으로 달라지는가역사란 아픔을 끌어안고 제 길을 가는 사람에게만 축복이 된다.

백승종도시로 보는 유럽사

 

 

 


243. 최선은 그런 것이에요

이규리 지음 / 문학동네 / 2014

 

2회독인데, 읽기 시작하던 날 알라딘에 이규리 선생님 성함을 때려 넣었는데 이 다음 시집이 없었다. 이 책이 2014년 출판이니 이제 7년이 다 되어가건만 왜 최선을 다해주지 않으신 거예요, 선생님- 하는 마음으로 눈물을 닦으며 돌아섰는데, 지금 이 글을 쓰며 검색했다가 10일자 출간된 선생님의 새 시집 <당신은 첫눈입니까>를 발견했다. , 바로 알아버렸다. 그러니까 이거 사라고 알라딘에서 나한테 적립금 2만원을 쾌척한 것이었음을. , 모아놨다가 민사소송법 다음 판 나오면 보태서 사려고 했지만, 지금 이 마당에 민사가 문제겠냐 소송이 대수겠냐.

 

 

  잘려나간 꼬리는 얼마간 움직이면서

  몸통이 달아날 수 있도록

  포식자의 시선을 유인한다 하네요

 

  최선은 그런 것이에요

 

  외롭다는 말도 아무때나 쓰면 안 되겠어요

이규리특별한 일」 부분

 

 

 


244. 너무 재밌어서 잠 못 드는 지구의 과학

신규진 지음 / 생각의길 / 2018

 

이 시리즈를 몇 권 읽으며 매번 했던 말(“잘 잤다”)이 식상할 때가 되었기에 더는 이 겁 없는 제목을 단 책들을 읽지 않겠다 다짐했건만, 어찌 된 일인지 운명처럼 이 책을 만나버렸다! 라고 쓰면 이 책이 정말 재밌어서 잠 못 들기라도 했다고 오해하시겠지. 그 정도는 아니었고, 때마침 잠 못 드는 밤에 읽었는데 읽다가 잠이 드는 일은 없었다- 수준입니다. 그래도 꽤 재미있게 쓰려고 노력했고, 쉬우면서 알이 꽉 찼다. 거물급 지식이 들어있는 책은 아니지만 이 분야 꼬꼬마들에게 권할 만하다.

 

3월 21잠에서 깨어보니 황당하게도 당신은 사방이 온통 회벽인 방에 갇혀 있었다방에는 고양이가 드나들 만한 작은 창이 하나 뚫려 있는데 햇빛이 잘 드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남향 창이다문 밖에는 검은 터번을 두른 사람들이 AK소총을 메고 보초를 서고 있다몰래 탈출하는 건 꿈도 못 꾼다그들은 무전기를 이용하여 어딘가와 교신하며 협상을 하고 있었다아마도 당신은 포로가 된 모양이다어찌 하면 좋을까?

신규진너무 재밌어서 잠 못 드는 지구의 과학

 

 

 


245. 질문하는 법

윌리엄 고드윈 지음 / 박민정 옮김 / 유유 / 2020

 

최초의 아나키스트윌리엄 고드윈은 한때 젊은 syo의 아버지였다. , 아부지. 말씀의 힘으로 나를 다시 태어나게 하셨도다. syo 고드윈으로 개명을 해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하던 순간이 있었다. 그러니까 프랑켄슈타인를 쓴 메리 셸리는 syo의 누나가 될 뻔했고, 여성의 권리 옹호의 저자 메리 울스턴크래프트가 우리 엄마가 될 뻔한 것. 그러나 그 당시에는 메리들을 전혀 몰랐고. 그야말로 철없는 무정부주의자 시절이었다. 무정부주의적 글을 써서 syo의 심금을 울렸지만 사실은 사방팔방 온갖 글을 다 쓰고 다니던 지식인 고드윈은, 역시 교육 쪽으로도 나팔 꽤나 불었던 모양이다. 아동 문학출판사도 차리고 어린이 책도 많이 썼다고. 최초의 아나키스트는 사실 18세기 영국판 김소영 선생님 포지션이었던 것인가.

 

책은 인간에게 가장 훌륭한 모든 것을 모아 둔 보물창고다문학은 모든 방면에서 인간과 동물계 사이의 거대한 경계선을 형성한다독서를 좋아하는 사람은 자신의 손이 닿는 범위 안에 모든 것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그저 원하기만 하면 된다그러면 올바른 판단에 필요한 모든 종류의 지혜와 행동할 힘을 스스로 얻게 될 것이다.

윌리엄 고드윈질문하는 법

 

 

 

 

--- 읽는 ---

사랑의 기술 / 에리히 프롬

혼자 있기 좋은 방 / 우지현

그림으로 이해하는 현대사상 / 발리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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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11 06: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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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13 22: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20-12-11 0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라고요? 이규리 신간이라고요? 저는 갑니다, 사러, 시집을...

syo 2020-12-13 22:22   좋아요 0 | URL
- 라고 댓글을 다신 다락방님께서 그 시집을 다 읽었을 법한 때에 와서야 대댓글을 달았네요....

단발머리 2020-12-11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봄날 개나리 아기곰님! 팬입니다! 2020년의 아쉬운 날들 아기곰님 글 읽으며 달래고있어요. 감사합니다!

syo 2020-12-13 22:23   좋아요 0 | URL
요새 몸매가 점점 곰처럼 되어가고 있는데 이게 다 겨울이랑 코로나 탓이네요!
건강 조심하세요. 하루 1,000명 나온다....

2020-12-11 10: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13 22: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14 09: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14 11: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라로 2020-12-11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의 기술 예전에 읽지 않았어요?? 그냥 인용만 하셨나?? 책을 넘 많이 읽으시니 이 책이 가책 같고 그 책이 이 책 같고,, 늙은이 헷갈려요!!🤣🤣🤣

syo 2020-12-13 22:26   좋아요 1 | URL
사랑의 기술 10년쯤 전에 읽었어요. 사랑 잘 하려고.
어른들 말씀에 그런 게 있잖아요. 사람이 기술을 배워야 한다고.....

행복한책읽기 2020-12-11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syp님의 독서량은 범접 불가네요.^^ 이규리 신작 소개 감사요.^^

syo 2020-12-13 22:27   좋아요 0 | URL
으하하하하하 1일 1권도 안되는데 뭐가 범접불가겠어요.
손만 슬쩍 내밀어보세요, 바로 syo 싸다구에 닿습니다^-^

Angela 2020-12-12 0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yo님의 어휘력이란...

syo 2020-12-13 22:28   좋아요 0 | URL
봄날 개나리 아기곰?? ㅎㅎㅎ 그것들을 한 그림 속에 넣고 상상하면 되게 귀엽죠.

유부만두 2020-12-12 0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등 간지러울 땐 목욕탕 이야기가 좋은데요. 책으로 등을 긁으시면 안되고요. ^^;;;;

syo 2020-12-13 22:28   좋아요 0 | URL
<아무튼, 목욕탕> 말씀이신가요? ㅎㅎㅎㅎ 그렇잖아도 슬슬 읽어볼까 하던 참이었는데!

scott 2020-12-14 15:15   좋아요 1 | URL
유황탕 추천, 추천ㅎㅎㅎㅎ

scott 2020-12-14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요님에 날개 죽지 그중간을 긁을수 있는 효자손 弌
(っ‘-‘)╮=͟͟͞͞.
곁에 두고 가요 ㅋㅋ

syo 2020-12-16 01:20   좋아요 0 | URL
오오, 되게 시원해보이네요!
던지신 거 맞죠? 잡아챘어요, 후후.
ㅋㅋㅋㅋㅋㅋ 저런 귀여운 얼굴 구사하시는 분이 알라딘에 블랙겟타님 말고 또 있었군요!

독서괭 2020-12-14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웃음포인트가 많은 글이예요. 봄날개나리아기곰 상상되어 너무 귀엽네요ㅎㅎ 전 예전에 독서실만 가면 그렇게 졸아댔는데ㅋ 컴컴하고 조용하니 자라는 거 아닌가.. 장작 타는 소리도 만만치 않을 것 같아요.

syo 2020-12-16 01:21   좋아요 0 | URL
장작은 아예 멸종시켰습니다.
저런 소리 말고, 진짜 불멍때리고 싶긴 해요. 모닥불 앞에서 담요 뒤집어 쓰고 손에는 코코아 들고 눈 내리는 거 보면서.....
 

 

푸코는 읽기 싫다

 

 

 

1

 

잘난 척을 좀 줄여야 할 텐데 걱정이다. 아는 건 쓰고 모르는 건 삼키면 되는데 애매하게 아는 애가 애매하다. 아는지 모르는지조차 애매한 애는 더하다.

 

 


스스로를 가끔 천재가 아닐까라고 의심해볼 때가 있다. 그 이유는 단 한 가지인데, 천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_ 안녕하신가영, 언젠가 설명이 필요한 밤 


우리 머리는 교향곡을 작곡하고 도시를 계획하고 상대성이론을 생각해내지만, 가게에서 포테이토칩 하나를 살 때도 무슨 종류를 살지 족히 5분은 고민해야 겨우 결정할 수 있다.

_ 톰 필립스, 인간의 흑역사




2

 

좀 오래 버텼다 싶으면 제일 먼저 봉기하는 것은 항상 눈이다. 판례를 읽는데 슬슬 플로우가 꼬이고 자꾸만 읽었던 줄을 다시 읽기 시작하면 나는 바로 방에 들어가서 타이머 30분 맞춰놓고 잔다. 30분도 못 채우고 서둘러 깨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 그러고 나면 꼬였던 뇌는 대충 풀리는데 뻑뻑한 눈은 그렇지가 못하다. 선봉장이 끝판대장질까지 하는 것이다. 천하에 고집스런 구슬 같으니. 약을 먹든지 채소를 먹든지 하여간 얘한테 뭔가를 해줘서 좀 달래야 할 것 같다. 그런 나이가 되었구나. 어허허허.

 

 

 

3

 

새벽 한 시에도 불 켜진 집이 많은 동네다. 주인 끌고 산책하는 멍뭉이도 있고, 족발을 싣고 달리는 라이더도 있고, 옥상에서 뒷짐 지고 음악 듣는 수면바지 차림의 중년 백수도 있다. 면도는 이틀에 한 번꼴로 하는 모양이다.

 

단무지처럼 생긴 달이 크게 밝아도 별이 다 보인다. 멀리 산등성이에서 주기적으로 반짝대는 저 붉은 점 세 개는 우리 집 정수리 위를 스치고 지나가는 그 비행기들이랑 관련 있겠지. 추워서 오래는 못 버티고 계단을 다다다 내려가는 중년 백수의 뻐근한 눈은 밤공기 그거 약간 발라줬다고 차도가 있다.

 


 

4

 

요즘 유튜브 덕을 톡톡히 본다. study with me(스윗미라고 하던데)라고 때려 넣으면, 어쩐지 힙해 보이는 시계와 귀여운 가습기를 구비한 파스텔톤의 우아한 방에서 공무원 준비하는 아가씨가 한국사 공부를 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클래식 음악을 배경으로 깔아주는 추세는 물러가고 요즘은 장작 타는 소리가 트렌드인 듯. 스윗미 채널은 요즘 유행하는 먹방이랄지 몰카랄지 일상 엿보기랄지 하는 콘텐츠가 관음적 욕망을 건드리는 것과 정반대의 메커니즘으로 작동한다. 그러니까, 공부하다 딴짓하고 싶을 때 눈앞에서 불이라도 붙일 기세로 노트에 볼펜을 비벼대고 있는 사람을 발견하면 급속 자아성찰 모드에 돌입하게 되고, 무의식중에 마우스로 향하던 손가락이 부끄러이 유턴하여 다시 볼펜을 잡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옆에 뜬 채팅창에다가 인간인지 로봇인지 모를 누군가가 공부 관련 명언 1~50을 자꾸만 올려주는데, 겁나 식상한데 식상해서 더 상처다. 청년은 늙기 쉽고……. 허윽.

 

그런 과정이 몇 차례 반복되면 이내 내가 쟤를 보고 있는 게 아니라 쟤가 날 보고 있다는 인식이 형성되는데, 마침내 그 인식의 내면화까지 성공한다면 이제 푸코의 규율 권력 메커니즘이 작동하면서 나는 자발적으로 나의 간수가 되고 동시에 기쁜 마음으로 나의 죄수도 될 수가 있는 것이다. 무시무시하게 스윗하다 스윗미.

 

syo가 간수로 즐겨 채택하는 사람은 동그란 모범생 안경을 써도 어쩐지 귀염상에 쉬는 시간마다 푸시업도 착착 해내는 당찬 여성 유튜버보다, 오전 9시 방송 시작할 때는 깔끔하던 코와 입 주변이 23시 방송 종료 직전에는 시꺼매지는 semi-아저씨(그래도 syo보다 어린) 유튜버다! 왜 모자를 쓰냐고 누가 물었나 본데 대답은 탈모를 가리기 위해서라고……. 이보시게 젊은이…….

 

 

 

5

 

7만원짜리 민법책이 출발했다는 소식이다.


두둥

 

 

 

--- 읽은 ---


 

237. 나는 수학으로 세상을 읽는다

롭 이스터웨이 지음 / 고유경 옮김 / 반니 / 2020

 

송파 강동 일대를 주름잡던 과외 선생으로 활동하던 시절, 아이들에게 syo가 가장 많이 했던 대사는 , 이거 수학 아니야. 산수지.”였다. 신랄하고 괴랄한 말이 아닐 수 없다. 표면적으로는 이것도 못 푸냐는 뜻이지만 말을 굳이 저렇게 해 버리면 아이도 기분 상하고, 산수 취급받은 수학도 기분 나쁘고, 산수는 내가 뭐 어때서! 하며 빡치는 것. 어쨌든 저 말에 깔린 전제는 수학 >>>> 산수인 것인데, 과연 어디서부터 수학이고 어디서부터 산수일까? 산수와 수학의 국경선은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이 책이 실은 산수 나라 국민이라는 건 명확히 알겠다.

 

근데 세상을 읽는 방법이 여기도 있고 저기도 있구만 이노무 세상 왜 나한텐 하나도 읽히지를 않는 걸까?

 

단지 퀴즈 쇼와 같은 텔레비전 오락 프로그램 때문만은 아니다우리는 계산기나 인공지능 장치가 없어도 어림 계산을 할 줄 알아야 한다.

  왜 그럴까?

  그 주체가 사람이든 컴퓨터든우리 앞에 등장하는 모든 정보에 도전할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모든 계산과 결정을 컴퓨터에 맡기면 우리는 기술의 노예가 되고 말 것이다.

롭 이스터웨이나는 수학으로 세상을 읽는다

 

 


 

238. 뉴욕스케치

장자크 상페 지음 / 정장진 옮김 / 열린책들 / 2018

 

서울 생활이 뉴욕 생활보다 덜 척박한 것은 아니더라. 슬프다. 이렇게 말해놓고 나니까 꼭 뉴욕에 살아본 것 같네. 큰 도시는 무조건 좋아하는 syo지만, 뉴욕살이 재미없겠다.

 

심프슨의 아파트에서 바라보는 야경은 너무나 멋지더군. <이 집이 내 집이라면 나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이 반짝거리는 황홀한 야경만 바라보면서 살 것 같군.> 마이클이 내 말을 받았네. <바로 그게 내 문제야.>

장자크 상페뉴욕스케치

 

 

 


239. 휴식의 철학

애니 페이슨 콜 지음 / 김지은 옮김 / 책읽는귀족 / 2018

 

아무것도 안 하려면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거창하게 가르쳐 주는 책이다.

 

약간 이런 느낌이다. 자연의 섭리! 자연의 섭리대로만 하면 돼! 자연의 섭리가 뭐냐 하면, 그대로만 하면 되는 바로 그것이 자연의 섭리야! 좋은 말이고 옳은 말인데, 뜻밖에 실용적인 부분도 없지 않은데, 말투가 사짜 같아서 문제다.

 

그렇다면 그 원인은 무엇일까바로 완벽한 자연의 섭리에 불응하면서 병이 생겼다그러니 이 섭리를 꾸준히 성실하게 따르면 다시 건강한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

  자연은 더없이 친절하다그러므로 우리는 가야 할 길을 1할만 가면나머지 9할은 자연이 돕는다항상 자연은 어디 끼어들 틈이 없을까노심초사하면서 우리를 지켜본다그러다가 아주 살짝이라도 우리가 자연을 향해 몸을 돌리면 곧바로 우리 손을 덥석 잡는다그런데 우리는 자연의 단순한 법칙을 받아들여서 묵묵히 그 완벽한 길을 걸어가지 않는다인위적인 수단을 써서 보다 빨리 자연스러운 상태로 돌아가려고 무리수를 둔다그러다가 도리어 자연으로부터 더 멀어지고 있는 셈이다.

애니 패이슨 콜휴식의 철학

 

 


 

240. 동네의사와 기본소득

정상훈 지음 / 루아크 / 2020

 

개인으로서, 아버지로서, 남편으로서, 지역 주민으로서, 동네 의사로서 실제로 만나고 접한 다양한 사람들과 그들이 겪는 어려움을 먼저 밑그림으로 그려놓은 다음, 기본소득이 그 해답이 될 수 있다는 견해로 전체 그림을 완성한다. 이런 구성은 실체감 있어서 좋다. 장판에서 푸코 읽기가 푸코 (개론서로서도 나쁘지 않았지만) 훌륭한 책인 이유는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현실을 가져오는 게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현실에 개념을 비비기 때문이었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처음 깨닫게 된 이후 기회가 될 때마다 언급하고자 다짐한 거라서 한 마디 덧붙이자면, 출판사 <루아크>는 진짜 내 맘에 쏙 드는 책들을 많이 만든다.

 

이 책은 기본소득을 이론적으로 설명하려고 쓴 책이 아니다그것은 내 역할이 아니며본격적인 이론서는 국내에 꽤 여러 권 나와 있다그런데도 책을 내기로 마음먹은 것은 나름의 욕심 때문이었다아직 기본소득은 사람들의 운동이라기보다는 이론가나 정치인의 주장에 머물고 있다제도나 정책 하나 바뀐다고 좋은 세상이 올 리는 없다기본소득도 마찬가지다정책은 도입되고 실행되는 과정에서 쉼 없이 타협과 왜곡을 겪는다사람들의 운동이 없다면 제도는 본모습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뒷걸음질 치는 것이 보통이다나는 이 책에서 기본소득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주변 사람들 그리고 진료실에서 만난 사람들의 삶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 보여주려 한다사람들의 이야기만큼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정상훈동네의사와 기본소득

 

 

 

--- 읽는 ---

언젠가 설명이 필요한 밤 / 안녕하신가영

도시로 보는 유럽사 / 백승종

질문하는 법 / 윌리엄 고드윈

유행의 시대 / 지그문트 바우만

몸의 일기 / 다니엘 페나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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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풍오장원 2020-12-08 15: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김준호 민법강의면.. 힘든 공부 하고 계셨네요. 합격을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syo 2020-12-08 18:04   좋아요 0 | URL
도착했는데, 밀도가 어마어마하네요 으하하하...

stella.K 2020-12-08 1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민법 강의가 7만원대라닛! 살 떨리네요. ㄷㄷㄷ

syo 2020-12-08 18:04   좋아요 0 | URL
제가 사본 한 권짜리 책 중에서는 제일 비싼 것 같아요 ㅎ

다락방 2020-12-08 15: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안녕하신가영 이 내가 아는 그 안녕하신가영 이군요! 언젠가 설명이 필요한 밤... 오늘 퇴근할 때 그 노래 들어야겠다. 언젠가 설명이 필요한 밤~
난 이 노래 좋아해요.

우리는 남보다도
못한 사이가 되기 위해서
어느 날 불 같은 사랑을 했고
잊을 수 없어 매일 울었고
우리는 또다시 한번
더 남이 되지 않기 위해서
적당한 사랑을 해야 해서 슬펐고


적당한 사랑이 아니라도 슬퍼...(흑흑 울며 뒤돌아 뛰쳐나간다)


이 방에 오신 분들께 들려드립니다.

https://youtu.be/GG6VP77uv1w

syo 2020-12-08 18:05   좋아요 0 | URL
매번 무슨 준비된 사람마냥 슬퍼요 ㅋㅋㅋㅋㅋㅋ
무서워서 가수 이름, 노래 제목 입에 올리지를 못하겠네!
흑흑 울며 뒤돌아 뛰쳐나갈까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이 2020-12-08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루아크 어감 좋다 루아크 루아크

syo 2020-12-08 18:06   좋아요 0 | URL
루아크 루아크 루앜 루앜 뢐 뢐

2020-12-08 16: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08 18: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몰리 2020-12-08 16: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눈편한 에센셜. 효과 있습니다!
스포츠 리서치에서 나오는 블루베리 60정짜리, 이것도 효과 있어요.
이 둘을 같이 먹으면서 노안 도래를 막고 있는 1인.

다락방 2020-12-08 16:20   좋아요 1 | URL
이미 노안이 와버린 사람에게도 효과 있나요? ㅜㅜ

몰리 2020-12-08 17:07   좋아요 0 | URL
효과 있다 쪽!
저도 이미 온 (안경 맞추려고 심각히 고민하던) 시점에서 먹기 시작했는데
거의 바로 효과 보기 시작. 둘 다 강추! 눈편한 에센셜만으로도 눈은 편해지는데
그래도 스포츠 리서치 블루베리도 강추! 블루베리는 족저근막염 등 하여튼 갱년기...; 증상완화에
탁월합니다.

다락방 2020-12-08 17:09   좋아요 0 | URL
갱년기요? (메모메모..)

syo 2020-12-08 18:07   좋아요 0 | URL
신뢰의 내돈산 몰리 약국!
3통에 4만원이네요. 장바구니에 담았다.

다락방 2020-12-08 18:36   좋아요 0 | URL
뭐라? 나 왜 한 통에 19,900 원 주고 샀어? 😱

몰리 2020-12-08 18:43   좋아요 0 | URL
눈편한 에센셜은
syo님이 산 거 같은 딜 (2+1 등등), 지마켓 같은 데서 (쿠팡엔 없는 듯)
찾으면서 지마켓 스마일 ㅎㅎㅎ 회원이면 쿠폰도 쓰고, 글고 또 가끔
핫딜로 뜨기도 해요 그럴 때 좋은 가격으로 왕창. 저는 이젠 막 9개월 어치씩도 삽니다.
없으면 안되게 되었어요.

스포츠 리서치 블루베리도
불면증부터 하여튼 갱년기...; 갱년기에 격화할 수 있는 증상들 완화에 효과가 있어서
쟁여두는데, 이건 쿠팡에서 로켓직구 6만원당 1만원, 10만원당 2만원 할인 등등의
쿠폰이 자주 나와요 (2달에 한 번은 나오는 듯?). 그 때들 사셔야 합니다.

그때 블루베리만 사는 게 혹시 꺼려진다면
삼부콜 엘더베리 오리지널 포뮬러. 이게 또 명약입니다. ;
이걸 꼭 드셔보셔야 해요. 면역력 강화!
플레인 요거트에 섞어서 드시면 감기, 모르고 산다니깐요.

다락방 2020-12-08 19:09   좋아요 0 | URL
몰리님 지금 네 명이 한꺼번에 세병씩 구매했다는 소식 알려드려요..

syo 2020-12-08 19:12   좋아요 0 | URL
몰리님 눈편한에센셜 회사에 전화하셔서 커미션 받으세요. 증빙자료는 저희가 쏴드릴 수 있습니다....

몰리 2020-12-08 20:01   좋아요 0 | URL
야아 이런 게 입소문!
근데 이거 먹으면서
어찌 이런 신통방통한 약을 개발했지? 누가 했습니까 감사합니다. ㅋㅋㅋㅋㅋ

삼부콜 오리지널 포뮬러도 안드셔보셨으면 언제 꼭 드셔보셔야만 합니다.
특히 겨울엔 필수!

라로 2020-12-08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비 님의 증상을 들어보니까 (무슨 점쟁이 같은 소리 하고 있지만) 일단 점안액을 사용해 보셈. 수시로 뻑뻑할 때마다 사용해 봐요. 그래서 괜찮아지면 500원.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암튼, 화이팅!!!💋💋💋💋💋

syo 2020-12-08 18:08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 감사합니다. 점안액 하나 들여놔야겠어요.
500원은 적립!

2020-12-08 17: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08 17: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08 18: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blanca 2020-12-08 1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민법강의라니 시험 보시는 거예요? 왠지 대번 붙을 것 같은 예감이 드네요.

syo 2020-12-11 02:51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감사합니다^-^
근데 좋은 예감은 왜 틀리는 법이 없나- 이런 말은 왜 없는 걸까요.....

바람돌이 2020-12-08 2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톰 필립스가 포테이토칩을 고르는데 5분이 걸리는 이유는 포테이토칩 종류가 너무 많기 때문에 당연한것입니다. 예전 유럽에서 카르푸에 갔는데 매장 끝에서 끝까지 포테이토칲밖에 없었다죠. 종류 다르게 해서.... 전 10분 넘게 걸렸음다. 한국에서는 고민하지 않습니다. 포테이토는 포카칩 어니언. ^^ 아 반대는 받지 않아요. 무조건 포카칩 어니언!!

syo 2020-12-11 02:52   좋아요 1 | URL
반대를 받지 않으시다니.....
저는 감자로 만들어진 모든 종류의 식품을 사랑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감자로 만들어진 어떤 종류의 식품에도 반대할 생각이 없습니다 ㅎㅎㅎㅎ

페넬로페 2020-12-08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yo님 방에서 죄송하게도
뜬금없이 눈편한 에센셜~~
눈에 담아갑니다**
아니 기억 잘 못하니
메모해갑니다요~~

syo 2020-12-11 02:53   좋아요 0 | URL
눈편한 에센셜 지금 주문전화 폭주하고 있는데요.
조금 있으면 저희가 마련한 분량 전부 소진 될 것 같으니까,
방송 보시는 고객님들, 지금 바로, 주문전화 주세요!
사은품 <가벼워지는 하루 일맥차> 10pc 함께 나갑니다!

scott 2020-12-09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로니아 가루 내던져버리고, 메모 메모 ,,,,몰리님한테 영업당했으 ㅋㅋㅋ
내일부터 눈편한 에센셜 ㅋㅋ

syo 2020-12-11 02:54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ㅎ 저는 벌써 두 알 먹었습니다.
하루 두 알 눈편한 에센셜.
보고 읽고 맛보고 즐기고, 보고 읽고 맛보고 즐기고....

독서괭 2020-12-10 11: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 다시 공부 시작하신 거예요? 요즘 북플을 많이 못 했더니 syo님 근황 파악에 늦었어..(왠지 슬픔)
건강, 체력관리가 일번입니다. 화이팅~^^

syo 2020-12-11 02:55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독서괭님 가족 새 멤버는 쑥쑥 자라고 있나요?
왜 하필 시대가 이 따위야.....

화이팅 감사합니다^_^

서니데이 2020-12-10 2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yo님, 올해의 서재의 달인과 북플마니아 축하드립니다.
따뜻하고 좋은 연말 보내시고,
항상 행복과 행운 가득하시기를 기원합니다.

syo 2020-12-11 02:56   좋아요 2 | URL
서니데이님께 이 인사를 받은 게 벌써 1년전이라니,
시간 미쳤네요.
덕분에 다사다난한 세상에서 무사무난하게 한 해 난 것 같습니다.
서니데이님도 행복하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