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는 한 칸, 개래 봤자 기껏 두 칸

 

 

 

1

 

성남에 올라오지 않던 요 한 달 동안, 은 주식투자로 34만 원을 벌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몇 번이나 반복해서 하는 말이라는 게, “돈이 돈을 버는 세상이다”. 34 벌고 저 지경이니 3,400이라도 벌었다 치면 무슨 말이 나올지 모를 위험한 입이라 하겠다. 하루 지나고 나니까 감흥이 가라앉아서 이렇게 선선하게 쓰지만, 사실 34만 원, 그것은 그야말로 진한 감동이었다. “아 자본주의 만세! 롱 리브 더 캐피탈리즘!” 의 돈돈버세 드립 직후 나온 syo의 이 외침은 우리 두 사람의 크기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있다. 우리가 또 이렇게나 작고도 잘다. 아주 그냥 꼬미꼬미 쪼꼬미들이다.

 

 

 

2

 

어제저녁 은 뜬금없이 아, 입이 심심하네- 라며 실내용 아재룩을 벗고(그렇게는 도저히 나갈 수 없다) 청바지를 주워 입더니 편의점에 가서 캔맥주와 과자 몇 봉을 집어왔다. 에이씨, 뭐 맥주 교차 되는 게 없노! 이러면서 신경질적으로 내려놓는 봉투에는 750ml짜리 버드와이저 세 캔이 들어 있다. 버드와이저, 킹 오브 비얼스- 라고 적혀있다. 당당하군.

 

이 버드와이저의 반만큼이라도 당당했으면 싶을 때가 있다. 애가 저렇게 쪼꼼해진 것이 근 20년 동안 이어진 syo의 정신지배공작 탓은 아닐까 생각할 때면 아찔하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11:13 AM)에도, 삼은 안방에서 한겨울용 기모 이불을 둘둘 감고 드러누워 핸드폰으로 웹툰을 보고 있다(오늘 휴가다). syo가 방에 들어가서 잠깐 내려다보았더니, 민망한 표정으로 눈을 두어 번 깜빡거리고서는 아! 추워! 추워서 도저히 일어날 수가 없네! 라고 외친다. 그 외침을 듣기 전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듯이, 그 외침을 듣고 나서도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방을 빠져나와 조용히 방문을 닫아 주었다. 딱하도다, 이여, 난 하나도 궁금하지 않았어. 네가 왜 이 시간까지 이불 속에 누워있는지, 언제까지 드러누워 있을 건지, 심지어 날 보는 올려다보는 표정 속에 들어 있는 너의 마음까지, 무엇 하나 궁금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나는 다 알거든.

 

은 그냥 그런 이고, 그런 으로서 그냥 그렇게 살아왔을 뿐인데, 같이 사는 잔소리꾼 syo는 또 원래 그냥 잔소리꾼인 녀석이어서, 지금껏 매번 야, 일어나라, 너의 게으름은 이제 용감한 수준에 도달했다, 아무리 휴일이라지만 하루에 장장 11시간을 누워있다니 대체 지금 너의 인생한테 무슨 짓을 하는 것인가, 어차피 넌 지금 자는 것도 아니고 그냥 드러누워 있을 뿐이잖아, 니 인생 누수되는 소리가 시끄러워서 독서가 안 될 지경이니까 제발 날 위해서라도 일어나라- 등등의 잔소리를 줄창 해왔고, 심지어 창의적인 잔소리를 만들어내는 데 묘한 재미까지 느끼는 지경이었다. 그러다 보니 이제 내 입이 벌어지기도 전에 변명을 선투척하는 것. 그리고 syo의 잔소리가 레벨업하는 동안 그의 회피스킬 역시 놀랍도록 향상되었다. 변명 선투척은 기본기일 뿐이고 이외에도 절묘한 화제 전환 시도, 이 공간에 없는 더 한심한 인간을 미끼로 던지기, 자아비판 멘트를 날려서 나도 내가 한심하니까 너랑 나랑 같은 편인식 심어주기, “그러게 나는 대체 왜 그럴까하는 식의 유체이탈 인법 통나무 분신술 등등, 기술들 현란하기가 아주 오월 꽃 같다. 상호 간 영향을 미치며 발전하는 때리고 막는 기술의 양상을 보고 있자면, 우리 집은 그냥 공진화 실험실 같다.

 

 

 

3

 

은 추위에 약해서, 오늘 아침만 해도 빵빵하게 틀어놓은 보일러 덕에 실내 온도가 22도인데도 춥니 마니 하며 드러누워 있었다. 추위에 약한 말라깽이 소인배 이미지로 놀림 받을 줄 알아도 추운 건 추운 거라, , 너무 춥네! 젠장, 왜 이리 춥지! 아 못 살겠네! 더 호들갑을 떤다. syo 역시 마찬가지다. 치킨을 시켜도 syo가 더 많이 먹고, 마주 앉아 먹었으니 먹은 시간도 같은데, 이상하게 내 배가 금방 꺼지는 것이다. 식욕에 약한 돼지꿀꿀이 이미지로 놀림 받을 줄 알아도 먹고 싶은 건 먹고 싶은 거라, , 이상하네, 뭘 처먹어도 배가 고프니, 오늘날 이 시점에 내가 인간이냐 똥 만드는 기계냐, , 못 살겠네! 하며 호들갑을 떤다.

 

결국 우리는 한 놈은 달러고 한 놈은 유로라서 달라 보이지만 막상 그걸로 살 수 있는 건 너나 나나 똑같이 연필 한 자루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서로 잘 아는 것이다. 그리고 이게, 우리가 서로에게 상처내고 상처나지 않는 이유다. 이러쿵저러쿵해도 까보면 비슷한 인간이라는 걸 인정하고 있다는 것. 그 사실을 알고 서로에게 흉터가 되지 않는 놀림er/놀림ee가 되기까지 이십 년이다.

 

 

  ―더 투명한 쪽이 광어입니다.

  ―?

  ―둘 중에 살점이 더 투명한 쪽이 광어다생각하면 구별하기 쉬울 거예요더 쫄깃한 쪽이 우럭.

  ―그럼 오늘부터 저를 우럭이라고 부르세요쫄깃하게.

  술 취한 나는 인간도 아니다방금 무슨 말을 내뱉은 거야정말 돌았군하는 생각을 하는 와중에 남자가 또 진지한 얼굴로 대답했다.

  ―아니요광어라고 부르겠습니다속이 다 보이거든요.

박상영우럭 한점우주의 맛

 


 

4

 

저놈이 아침에 저렇게 누워서 빈둥거린 이유 중에는 어젯밤 혼자서 맥주 2,250mL를 조졌다는 것도 있겠지. 그리하여 저 가련한 생명체의 해장을 위해 오늘 아점은 syo가 나섰다. 대파, 청양고추, 다진 마늘, 칵테일새우, 그리고 무엇보다 syo의 손맛이 잔뜩 들어간 해장용 필살 꼴랑 진짬뽕!

 

겁나 허겁지겁 면을 조지고 밥까지 말아서 국물 한 방울 남김없이 다 흡입하는 . 네가 먹는 것만 봐도 배가 부른데 내가 먹은 것도 있어서 배가 터지겠다. 지금은 그렇다. 그렇지만, , 이상하네, 또 벌써 배가 고프네- 같은 말이 내 입에서 나오기 전에, 이 빨리 오송으로 꺼졌으면 좋겠다.




역병이 퍼지면우리는 이미 감염되어 몸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사람들 가까이 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네그의 입김에 의해 위험을 자초할 수 있기 때문이네그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친구를 고를 때에도 성격에 유의하여 되도록 덜 타락한 친구들을 골라야 하네병은 건강한 것을 병든 것과 섞는 데서 시작된다네현인을 추종하고 현인만 사귀라는 뜻은 아니라네우리가 여러 세기 동안 찾고 있는 사람을 어디서 쉽게 찾을 수 있겠는가가장 덜 나쁜 사람을 가장 좋은 사람이라고 부르게나.

세네카인생이 왜 짧은가


 

 

5

 

아 맞다, 푸코.

 


푸코를 읽기로 한 사람들이 푸코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그나마 나오는 말은 대부분 , 푸코를 읽어야 하는데로 의기투합하는 분위기다. 그 기분을 너무도 잘 알겠다. 이 사안에 대해 syo가 하고 싶은 말은 이렇다.

 

, 푸코를 읽어야 하는데.


 

요리법을 모르는 사람은 요리책에 의지하기 마련입니다그러나 먼저 식욕이 있어야 요리책을 펼치는 법이지요우리는 그 식욕곧 관심을 알아차리고 길러 내고 갈고닦아야 합니다관심은 밖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안에서 생겨나는 것입니다여러분은 무언가(좋은 와인의 맛이든 특정한 음악의 소리든 어떤 책이든)에 관심을 기울일 때 그 관심을 이식해야 할 뿐 아니라 말 그대로 마음속에 담아 두고 계속 추구해야 합니다이를테면 특정한 와인의 다른 종류특정한 작곡가의 다른 음악같은 저자의 다른 책 혹은 동일하거나 비슷한 주제를 다룬 또 다른 책을 찾아보는 식으로 노력해야 하지요그런 노력은 온갖 역경을 무릅쓰고서라도 할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존 루카치역사학 공부의 기초


 

 

6

 


1983년에 있었던 한 인터뷰에서푸코는 하나의 특정한 이론적 입장을 견지하지 않는 것이 자기 작업의 가치를 손상시킬 수 있다는 지적을 받자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글쎄요몇 년 전에는 이렇게 생각하시더니 이번에는 전혀 다르게 이야기하시네요.'라고 사람들이 말하면 저의 대답은 이렇습니다. '글쎄요그럼 당신은 제가 지난 몇 년간 열심히 연구해서 변함없이 똑같은 주장만 되풀이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사라 밀스현재의 역사가 미셸 푸코

 

푸코는 이 용어 자체를 거세게 부정했겠지만, 개론서를 읽어보면 학자들은 푸코의 사상적 발전 단계3단계 혹은 4단계로 보는 듯하다. 이런 모양새다.

 

(0. 하이데거 철학 등등) -> 1. 고고학적 단계 -> 2. 계보학적 단계 -> 3. 윤리학적 단계

 

푸코의 사상을 생각해보면 하이데거는 좀 뜬금포다 싶지만 그랬다고 한다.

 


푸코는 직접 원전을 읽기 위해 독일어 공부를 시작했다하이데거 강의는 그에게 매우 중요한 것이었다그는 말년에 자신의 철학수업기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나는 헤겔을 읽기 시작했고 이어서 맑스를 읽었으며, 1951년 혹은 1952년에 하이데거를 읽었다그리고 1952년인가 1953년인가 니체도 읽었다하이데거를 읽을 때 해놓은 막대한 양의 메모를 나는 아직도 전부 보관하고 있다그것들은 헤겔이나 맑스를 읽으며 작성한 노트와는 또 다른 중요성을 갖는다나의 모든 철학적 형성은 하이데거의 독서에서 결정되었다그러나 니체가 그것을 압도했다는 것은 인정한다니체에 대한 나의 지식은 하이데거의 그것보다 훨씬 우수하다그러나 여하튼 그 두 경향의 철학은 나의 기본적인 철학 체험이다아마 내가 하이데거를 읽지 않았다면 니체도 읽지 않았을 것이다.“

디디에 에리봉미셸 푸코, 1926~1984


성의 역사 1-4권 읽기에 도전하는 입장에서 재미있는 사실은, 2단계에서 3단계로의 변화가 성의 역사 1권과 2권 사이에서 일어난다는 점이다. 아니, 제가 읽어보니 그렇더라는 건 아니구요. 그렇다고 하더라구요. 심지어 4권은 푸코 출간이잖아.

 

실제로 개론서 현재의 역사가 미셸 푸코의 저자 사라 밀스는성의 역사1 : 지식의 의지가 푸코의 저작 중 제일 읽기 수월한 책이라고 하는데, 2권에 대해서는 말을 아낀다. 우리나 사라 밀스나, 푸코에 대해서 말을 아끼는 사람의 마음은 똑같을 것이다. ‘, (내가/내가 쓴 개론서의 독자들이) 푸코를 읽어야 하는데.’

 

그나저나 4권 제목은 몹시 끌리는 데가 있다. 동명의 로맨스 소설이 있다. 출판사 이름이 'S로맨스'인데, S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Q. 다음 보기 중, 므흣 소설의 대가 크리스티나 로런의 소설이 아닌 것을 고르시오.

1. 낯선 살 냄새

2. 참을 수 있겠니

3. 단단한 남자

4. 육체의 고백

5. 처음 느낀 그대로

 

A.


 


--- 읽은 --- 

  


206. 생각하는 여자는 괴물과 함께 잠을 잔다

김은주 지음 / 봄알람 / 2017

 

어쩌면 이렇게 한 권으로 모으면 모인다는 것 자체가 문제일지도. 모아도 모아도 한 권에는 도저히 모을 수 없어서 1,000 페이지짜리 양장 세 권이 필요할 만큼 더, 더 많이.

 

 


207. 21세기 사상의 최전선

김환석 외 지음 / 이정호 외 그림 / 이감문해력연구소 기획 / 이성과감성 / 2020

 

타파하고자 하는 적이 명료하다. 인간과 비인간을 나누는 이분법. 인간이라는 범주는 낡고 오래되어 어느 정도 선명한데, ‘비인간쪽에 들어 있는 것들을 학자들이 하나씩 나누어 맡은 느낌이라 재밌다. 로봇에, 매체에, 사이보그에, 심지어 과학실험도구까지 부당하게 이분된 비인간들의 목록이 새롭다. 간단하고 쉽게 읽을 수 있어서 흥미를 유발하는 데 좋고, 아는 척 떠들고 다니기에도 좋을 만큼, 딱 그만큼 얕기도 하다.

 

 

 

 

--- 읽는 ---

Chaeg 2020. 11 / ()(월간지)편집부

돈지랄의 기쁨과 슬픔 / 신예희

인생학교 섹스 / 알랭 드 보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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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11-09 13: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푸코를 읽기로 한 사람들이 푸코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반성해야 돼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데 요즘 왜케 크리스티나 로런 얘기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알라딘에 크리스티나 로런 읽은 사람 나밖에 없지 않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로런 세 권 읽고 한 권은 이북으로 샀는데 아직 다 못읽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쇼님 오늘 페이퍼 읽고 나는 그런 생각을 합니다.
쇼님은 광어같은 사람...........

syo 2020-11-09 13:35   좋아요 0 | URL
광어 맛있어요. 나 광어초밥 되게 좋아해서 회전초밥집에 등판하면 그날 그장소의 다른 손님들은 광어 구경을 못한다고 한다.....

푸코 어쩔 거야 우리...

다락방 2020-11-09 13:37   좋아요 0 | URL
푸코 어쩌냐 진짜... 돌아버리겠다 ㅋㅋㅋㅋㅋ 다들 사긴 산것 같은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저 광어회 잘 먹어요. 회 별로 안좋아하는데 잘먹는다. 친구들하고 같이 광어회 먹다가 친구들이 ˝너 회 안좋아한다면서 왜 두 점씩 먹어?˝ 이러고 따져가지고 매우 난처했어요. 광어회 먹고싶네? 간장와사비 찍어가지고..

syo 2020-11-09 13:38   좋아요 0 | URL
광어구나.
소모임 또 생기겠네. ‘가락시장 언더더씨‘

다락방 2020-11-09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맞다. 다음에 만날 때 로런 빌려줄까요? 사서 읽기는 좀 거시기할테니까... ㅋㅋㅋㅋㅋ

syo 2020-11-09 13:39   좋아요 0 | URL
아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네버요 ㅋㅋㅋㅋ
그리고 밀리의 서재에 다 있따 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0-11-09 13:40   좋아요 0 | URL
쇼님... 설마.............. 샤이 크리스티나 로런..뭐 그런거야???????????????

syo 2020-11-09 13:42   좋아요 0 | URL
그게 뭐라고 샤이씩이나ㅋㅋㅋㅋㅋㅋ
트럼프에 비하면 샤이할 일도 아니지 않아요? ㅋㅋㅋ

나는 당당히, 말할 수 있다.
기왕 읽을라치면 저것보다 수위 더 높은 거 읽을 거라고.

하나 2020-11-09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 박상영 다른 소설집 읽구 있는데 왜 아무도 나한테 대도시의 사랑법이 더 재밌다고 말해주지 않았지요? 광어.. 우럭.. 메모..

syo 2020-11-10 14:16   좋아요 1 | URL
다 재밌지 않아요? ㅋㅋㅋㅋㅋ 나만 그런가 ㅎㅎㅎ 상영이 좋아...

얄라알라 2020-11-09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어 가며, 같이 취한 듯 해장하는 듯 하다가, 6번 ‘푸코‘를 읽기로 한 사람들. 여기서 뜨...끔.....!

syo 2020-11-10 14:17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어제 하루 알라딘에서 뜨끔병을 호소한 사람들이 syo포함, 꽤 있었다는 소문입니다.

단발머리 2020-11-09 15: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두 분 오래오래 행복하세요! 맥주랑 책이랑 진짬뽕도요!

syo 2020-11-10 14:17   좋아요 0 | URL
책은 저 혼자, 맥주는 삼 혼자, 진짬뽕은 함께....

반유행열반인 2020-11-09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누가 도고 누가 개요. 삼은 세 칸이니 걸쯤 해줘요.

syo 2020-11-10 14:18   좋아요 1 | URL
빽도를 삼이라 부릅니다. 삼도개걸윷모

scott 2020-11-09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요님은 로또를 사시면 됩니다. 악어꿈ㅎㅎ 맥주 책 진짬봉 국물까지 추르릅 살찌는 소리가 ㅎㅎㅎ

syo 2020-11-10 14:18   좋아요 0 | URL
그 꿈은 유통기한이 지나서...... 아깝게 되었죠? ㅎㅎ

라로 2020-11-10 0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추위 너무 잘 타는데...

syo 2020-11-10 14:19   좋아요 0 | URL
저는 추위에는 강한 편인데 더위에는 대환장하는 스타일입니다. 땀 나는 내 육신 싫어....
 

 

칠 킬로 산길을 걸어서 갈 수 있다는 말은 그럴듯하게 들렸다

 

 

 

우리 집 뒷산에서 산길로 7km를 걸으면 남한산성 남문에 도착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건 네이버 지도의 의견이었고, syo의 견해는 달랐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야. 칠 킬로의 산길이라니, 미치지 않고서야. 그랬다. 어제까지는.

 

어제, 아니구나, 그러니까 오늘 새벽 010분 라이더 선생님이 따끈따끈한 치킨을 들고 우리 집 현관 앞에 강림하신 그 시점에 이미 사태는 돌이킬 수 없는 국면이었다. 어제 점심나절, 된장+뚝불+카레라이스라는 신박한 조합으로 거인의 아점을 먹었더니 칼로리의 요정이 등판하여 양심을 호드라패는 거라, 그렇다면 저녁이라도 간단하게 먹어야지 싶어서 고구마를 구웠는데 굽다 보니 8덩이, 먹다 보니 7덩이. 텁텁하다고 우유도 한 사발. 그렇게까지 못됐게 쳐묵었으면 밤에는 입 닫고 잘 일인데, 하필 오랜만에 집에 온 三 녀석의 "불금은 불타는 가금류"라는 택도 없는 프로파간다에 휘말려들었던 것이다. 정작 가금류가 도착한 건 토요일이고. 금요일에 시킨 닭은 토요일에 먹어도 맛있고. 맛있는 거 먹는 배는 쉽게 불러주지 않고. 어어 하는 사이에 닭은 온데간데 없고…….

 

눈 떠보니 배가 고프지 않았다. 주인과 다르게 양심은 있는 위장. 그래서 아점은 시리얼로 간단히 처리하려 했는데, 열한 시가 되어도 열두 시가 되어도 심지어 한 시가 되어도 배가 전혀 고프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안 먹었지. 그런데 한 시 반이 되자 이놈의 위장이 안면을 싹 바꾸고 극렬 시위를 해오는 것이다. 아수라백작한테 위장이식수술 받은 줄. 결국 리바운드에 얻어맞아 늦은 점심 카레 한 솥을 조지고 만 것이다. 가뜩이나 요즘 배가 뽈록 나와서 섹시해야 할 순간(+_+??)마저 대책 없이 귀여워버릴까 봐(--????) 걱정인데…….

 

아침에 잠에서 깨면 매트리스에서 벗어나기 전에 절하는 자세에서 가슴과 배를 허벅지에 붙이고 손을 앞으로 쭈욱 펴는(요가에서 말하는 발라사나Balasana) 모양으로 몸을 잠시 풀었다가(저걸 본격적으로 하는 건 아닙니다. 그냥 일어나기 싫어서 잠깐 저러고 있는 거죠. 심지어 저 자세로 스마트폰도 한다. 음 바이든이……) 스프링처럼 팅- 하며 일어서는 식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하는 법 : 다리털 아저씨의 고된 아침  

 

 

그런데 오늘 아침에 배 때문에 가슴이 허벅지에 잘 안 닿는 느낌이라든가, 억지로 가슴을 붙이려고 상체를 허벅지에 꽉 접착시키니 배가 허벅지 양옆으로 좀 흐르는 것 같은 느낌이라든가 그런 끔찍한 느낌을 느꼈다. , 꿈이지? 꿈이라고 해줘 누군가. 지금 나와 같은 자세로 나와 비슷한 기분을 느꼈던 사람을 하나 알고 있다. 인조. 자세가 이러다 보니, 삼전도에서 역시 요런 자세로 삼궤구고두례를 하던 인조의 모습이 떠올랐고, 인조 하니까 남한산성이 떠오른 것이다. 그래. 가자, 칠 킬로. 그까짓 칠 킬로, 씩씩하게 나아가자


그리고 돌아올 땐 버스 타자.


한줄 요약 : 돼지처럼 처먹더니 남한산성 갔다왔네 


 

 

남한산성을 마주하니 오랑캐의 피가 끓는다!

 


저은하, 저기 저 낙하하는 것이 혹시 말로만 듣던, 드래곤볼이란 물건이 아니옵니까?

 

 

--- 읽은 ---

 


204. 현재의 역사가 미셸 푸코

사라 밀스 지음 / 임경규 옮김 / 앨피 / 2008

 

고백하자면, 알라딘의 빨간 얼굴, 마르크스 개론서를 설파하고 다니는 대표 빨강이 syo의 정체는 사실 푸코주의자였다. 그간 감쪽같았지. 좋은 스파이 활동이었어. 마르크스를 읽고 바뀐 것이 우리 집 뒷산만 하다면, 푸코는 남한산성이지. 남한산성, 앞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갈 때는 씩씩하게, 돌아올 땐 버스로 편하게. 이 책은 추천할만한 푸코 버스 중 하나로, 현재 읽고 있는 <미셸 푸코와 현대성>에 비하면 전체적으로 서술의 난이도가 고르고, 푸코를 비판할 만한 대목에서는 빠뜨리지 않고 비판도 해낸다. 얇은 책을 참 알뜰하게 쓰고 있다.

 

 

 


205. 고전잡담

장희창 지음 / 양철북 / 2019

 

진실로 잡담이다. 그러니까 잡스럽다는 말씀이 아니오라, 장희창 선생님이랑 편의점 플라스틱 탁자에 앉아 고전을 주제로 잡담하는 느낌이 든다. 글투 자체를 잡담식으로 쓰셔서 좀 놀랬다. 99년에 민음사에서 양철북을 번역하셨으니 연배가 적지 않으실 텐데. 생각해보면, ‘잡담이라는 제목을 단 책의 서술이 잡담체라는 사실이 그리 놀랄 일도 아닌데 그리 놀랐다. 뭐 어떻게 돌아가는 판인지 모르겠다.

 

 

 

 

--- 읽는 ---

생각하는 여자는 괴물과 함께 잠을 잔다 / 김은주

21세기 사상의 최전선 / 김환석 외 21

미셸 푸코와 현대성 / 오생근

강성태 영문법 필수편 / 강성태

Chaeg 2020. 11 / ()(월간지)편집부

최선은 그런 것이에요 / 이규리

 

 

 

--- 갖춘 ---

감시와 처벌 / 미셸 푸코

지식의 의지에 관한 강의 / 미셸 푸코

정신의학의 권력 / 미셸 푸코

마르크스의 생명정치학 / 자크 비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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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0-11-07 19: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꺅 일곱 개 모아서 소원 이루어주세요.

syo 2020-11-08 11:03   좋아요 1 | URL
20대 중반에, 당시 사귀던 여친과 통화중에 밝힌 제 드래곤볼 소원이 일부일처제 폐지, 다부다처제 도입- 이었습니다. 일찌감치 미친놈이었네요. 이거 나중에 페이퍼로 써야겠다 ^-^

반유행열반인 2020-11-07 19: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남한산성 일곱 번 가시라구요 ㅋㅋㅋㅋㅋㅋ칠전도

syo 2020-11-08 11:04   좋아요 1 | URL
남한산성 남문 성루에 올라 지는 해를 바라보며 제일 먼저 했던 말이 이겁니다.
˝아, 이제 다신 안 와.˝

반유행열반인 2020-11-08 11:12   좋아요 0 | URL
저는 아직 한 번도 안 가 봤어요. 영화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으로 본 게 다야...

syo 2020-11-08 11:18   좋아요 1 | URL
저도 그 영화 속에서 처음 봤지요. 홍
상수 영화 속 풍경이 늘 겁나 매력 없이 뻣뻣하잖아요. 그래서 가봐야지 생각 안하고 있었는데....

하나 2020-11-07 2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현재의 역사가 미셸 푸코> 좋았어요. 거기서 푸코는 언제나 자신의 삶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를 해왔다는 대목이 아직도 기억나네요.

syo 2020-11-08 11:08   좋아요 1 | URL
대목을 기억할 수 있는 건 유익한 능력이네요..... 부럽다.
저는 기억력이 후져서, 개론서를 여러 권 연속으로 읽어서 회독수를 늘리는 전략만이 답이더라구요....

하나 2020-11-08 11:41   좋아요 0 | URL
저도 막 네 번씩 읽어요... 이제 그 수밖에 없다......한 번만 읽어도 막 글도 쓰고 기억에도 강렬하게 남는 건 끝난 듯해요(열반인님 아직도 되는 거 같아! 부럽다~)

syo 2020-11-09 13:20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ㅎ 될놈될이라는 말이 떠오르네요. 부럽다 반님 2222

카알벨루치 2020-11-07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양심은 있는 위장...이런 말은 어디서 채굴했습니까 ^^ㅎㅎ

syo 2020-11-08 11:08   좋아요 0 | URL
위장에서 꺼냈나봐요 ㅋㅋㅋㅋㅋㅋ

수이 2020-11-07 21: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강성태 영문법 필수편_ 궁금합니다!

syo 2020-11-08 11:08   좋아요 0 | URL
꼼꼼히 읽고 말씀드릴게요 ㅋㅋㅋㅋ

다락방 2020-11-09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규리 시집 좋아요. 최선은 그런 것이에요. 저 시집에 <많은 물> 있지요? 좋아. 애정하는 시집입니다. 애정하는 시에요. 많은 물.

syo 2020-11-09 13:20   좋아요 0 | URL
자주 인용하는 구절이 있는 시지요? 저도 두 번째 읽는 중인데, 딱 보고 생각했어요 ㅎ
 

 

옥상햇빛

 

 

 

1

 

꼬박꼬박 출퇴근 다니던 때보다 한 주에 두어 번 대문 밖 구경하면 허허 출타가 잦구나 싶은 요즘에 하늘 올려다볼 일이 더 많다. 한 번 쓰고 나니 두 번 쓰기는 겁날 만큼 식상한 문장이지만, 저런 문장이 가져다주는 어떤 정동까지 식상한 것은 아니다. 일상이 바빠지면 하늘 자체를 잊어버리고 살거나, 아니면 무심코 올려다본 하늘이 오래 잊고 살아온 무언가를 떠오르게 하거나 한다. 아무것도 쫓아오지 않을 때(혹은 잠시쯤 그렇게 착각해도 될만한 여유가 있을 때)에야 비로소 하늘이 하늘로 보인다.

 

하루에 한 번, 볕이 제일 따뜻할 때 옥상에 올라 하늘을 올려다보며 노래 열 곡쯤 듣는다.


  "잘 들어봐새소리가 들리지 않아저쪽 어딘가에서."

  나는 재진이 가리키는 방향을 바라봤다나무들이 나란히 서 있었다나는 귀를 기울였다잠시 후내 귀에도 새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이제 들리네."

  "난 새소리를 아주 잘 들어아주 어렸을 때는 새들이 많은 시골에서 자랐나 봐새소리를 듣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져."

  재진의 말을 듣고 보니 살아오면서 내가 새소리를 들어보려고 귀를 기울인 건 많아야 서너 번뿐인 것 같았다스무 해 동안서너 번뿐이라니그때 나는 처음으로 깨달았다우리가 언제나 새소리를 들을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걸새소리를 들으려면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걸.

김연수스무 살

 

 

 

2

 

딱 하나 아는 가을방학의 노래 가사에 이별하고 난 후의 일상을 그린 이런 대목이 있다. “음악을 듣고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사람들도 만나고사랑 하나 끝내고 난 뒤에 하는 일들치고는 일상적이기 그지없다. 사랑하는 중에도, 지난 사랑을 그리워하는 중에도, 혹은 사랑을 하면서도 어쩐지 지난 사랑이 그립다 싶은 날에도 역시, 음악을 듣고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렇게 살지 않나, 사람이라는 게. 이렇게 보면 이별이라는 게 뭐 그리 큰 변화를 수반하는 사건은 아닌 것처럼도 보이고.

 

크고 작은 모든 불행은 글쓰기의 씨앗이고, syo 역시 연애가 안 좋을 때나 이별한 후에 감정에 절어 눅진눅진한 글들을 잔뜩 써댔다. 써댔다와 싸댔다 사이의 오묘한 포지션. 꺼내서 널어 말려야 하는 마음이 있다면 그걸 글자로 집어 빨랫줄에 너는 일에는 아주 속전속결이었다. 그러니까 저 가사가 더 싱겁고 성에 안 찰밖에. syo가 가사를 쓴다면 이런 식이지 않을까. 너가 떠나고 나는 쓰고 쓰고 또 쓰고, 할 말도 쓰고 못할 말도 쓰고, 네가 봐도 쓰고 네가 안 봐도 쓰고, 쓰고 쓰고 또 쓰다 보니 심지어 지금 이 노래 가사까지 쓰고 앉았잖니, 훠우워어 베이베 라랄랄라……. , 가사에 묻어나는 이 곡진함 좀 보소. 눈물 젖은 라랄랄라는 또 어떻고…….

 

가장 최근의 이별 후에 특별히 글이 늘지 않았다. 당시에 코로나로부터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지켜내기 위한 방법을 고안하느라 아등바등 하루의 대부분을 보냈고, 또 나머지 시간은 이놈의 구청을 때려칠까 말까를 고민하는데 소진하다 보니, 글이고 나발이고 시간 자체가 태부족이기도 했지만, 그보다 어쩐지 이별 감수성 자체가 예전같지 않았다. 그건 그 직전의 10년짜리 연애가 깨졌을 때도 느꼈던 변화였다. 확실하다. 나는 낡아가고 있다. 절차대로.

 


땅바닥이 옴폭옴폭 파인 곳마다 물이 말라붙어서 소금 결정이 되어 있었다어떤 결정은 장미 융단 같았고어떤 결정은 볏짚더미 같았고어떤 결정은 눈송이가 쌓인 것 같았고모두 소금 진흙으로 만들어져 있었는데내가 연갈색 장미등를 조금 가져가려고 한 덩이를 작게 떼어냈더니가 갑자기 장미들이 덜 아름다워 보였다세상의 어떤 것은 영영 잃어버린 상태일 때만 우리가 가질 수 있고또 어떤 것은 멀리 있는 한 우리가 영영 잃지 않는다.

리베카 솔닛길 잃기 안내서

 

  너에게 아주 오래된 거울 하나를 쥐여줄까 당하그 거울 속으로 들어가 석삼년 녹슬면서 기다릴 거라고 말할까 당하내처 달릴까 당하,

  물까치들이 울음소리를 찍어 바르던 풀숲 가에서 따라 울던 바람

 

  우리는 서로를 통과할 수 없는 바깥이라는 걸 그때는 알지 못하였다

 

  쉽게 내릴 수 없어서

  아무것도 몰라도 다 아는 것 같아서

 

  한가운데가 아니고 내가 너의 변두리쯤이어서 들어가지 못해서 좋았던 당하

안도현, <당하부분

 

 

 

3

 

이별 후는 아니고, 사랑이 있긴 있는데 사랑같지 않은지 영 허한 일상을 언급하는 노래로, 위의 것보다 훨씬 더 유명한 곡이 하나 있다. 그 노래는 이렇게 시작한다. “운도옹을 하아고오.”

 

탈락. ‘운동나오는 순간 그 즉시 남의 노래.

 

 

 

--- 읽은 ---


203. ‘장판에서 푸코 읽기

박정수 지음 / 오월의봄 / 2020

 

철학이 내 인생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느껴본 적이 없다. 그것은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쩌면 잘 정리해 머릿속에 차곡차곡 넣어놓은 철핚 개념은 그 자체로는 옷장 속에서 영영 꺼내지 않는 옷처럼 무의미한 지식인 것은 아닐까? 어떤 문제와 맞닥뜨렸을 때 철학을 꺼내와 그 문제에다 비비는 것, 그 접점에서 조흔색처럼 생겨나는 개념틀과, 좌표와 방향성을 갖춘 움직이는 개념들이 유일하게 진짜 의미 있는 철학이라면? 이 책은 철학의 에 관해 선명하게 알려준다. 푸코는 거들 뿐이다. 그래서 좋았다. 그렇지만 독자가 겨냥하는 것이 장애라는 사회적 개념이 아니라 푸코의 철학 개념 그 자체라면, 다른 입문서를 권합니다.

 

 

 

--- 읽는 ---

현재의 역사가 미셸 푸코 / 사라 밀스

/ 나쓰메 소세키

진실에 복무하다 / 권태선

쓰기의 감각 / 앤 라모트

고전잡담 / 장희창

판타스틱 과학클럽 / 최지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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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0-11-05 20: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철핚 하니까 뭔가 끄하핚 하고 애쓰며 읽는 듯한 느낌인데 단칼에 응 내가 읽었는데 철핚 개념 볼라면 딴 거 봐 하고 쿨하게 짤라주시니 좋네요. 잃은 게 클수록 더 절절한 뭔가가 나오고 별 거 아닐 수록 시답잖고 안 써지는 게 아닐까 지레짐작해봅니다. 저는 뭘 좀 잃고 난 뒤에야 오래 쉰 쓰기를 다시 시작할 수 있던 한 해였습니다.

syo 2020-11-05 20:19   좋아요 2 | URL
한 해가 어느덧 다 끝나가고 있군요. 여기나 거기나, 이런저런 일이 많았던 2020이었나 보네요.

어떨 땐 도리어 너무 큰 걸 잃고나면 그 순간은 아무렇지도 않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직후에 바로 몰아치면 감당할 수 없는 크기의 상실감이기 때문에 몸이 알아서 일단 미뤄놓고 차차 곶감처럼 빼먹는달까요. 아무렇지도 않다가 시간이 지난 어느 훗날 영화보다 갑자기 꺼이꺼이 울어제끼는 그런 일이 벌어지기도 하고....

반유행열반인 2020-11-05 20:33   좋아요 1 | URL
남은 한 해도 다가올 해들도 울 일 적고 웃을 일 많으시길 언제나 빕니다. 나도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뭔가 신돈 짤 같은 거 붙여야 할 것 같은 ㅋㅋㅋㅋ)

2020-11-05 21: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1-07 19: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공쟝쟝 2020-11-07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역싀 .. 장판 저도 챕터 1다 읽고 이건 좋은 책이지만 원하는 방향은 아니라고 생각해서 다른 푸코 입문서 찾고 있었는 데 다음 글에 올려 두셔서 그거 부터 보려고요. 근데 장판 추천한 거 쇼님임 😑

syo 2020-11-08 11:20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 다시 말하지만, 쉽긴 장판이 쉽다! 그리고 장판은 좋은 책이에요!
 

 

바람이 부네

 

 

 

1

 

간지러운 게 문제였다. 한랭건조해지는 날씨를 피부도 따라가는가. 한랭하고 건조한 피부나 그 덕에 쓸쓸하고 애처로운 마음 같은 건 참아낼 수 있지만, 간지러운 건 인간의 의지로 참을 수 있는 게 아니잖아. 그래서 벅벅 긁다 보니 내 몸에 나도 모르는 흉터가 자꾸 생긴다.

 

더러워서 간지러운 게 아니라구요. 오전 오후 하루 2회 머리 감고 샤워하는 청아한 syo. , 그게 문제인가?

 

팔을 촥 꺾어서 등을 위아래로 쓸어보면 등판에 일정 간격의 선들이 가로로 좍좍 그어져 있는 것이 선명하게 만져진다. 모내기 마친 벼처럼 나란하다. 만석꾼 되겠군.

 

이런 형태의 등짝선을 두고 야한 뻘소리를주로 목욕탕에서주고받던 시절이 생각났다. 그 농담이란, 누구야, 어젯밤엔 또 누굴 얼마나 못살게 굴어줬길래 이렇게 응? 누가 이랬어? 뭐 이런 시답잖은 것들을 말하는 건데, 그러나 어른의 삶이 어언 16년이나 지속되는 동안, 지금껏 누구도 내 등짝에 그래 주지 않았어……. 아무래도 내가 동기부여에 실패했나 보지. 꾸준히도 실패해왔나 보지. 그런 이유로 오늘도 내 등짝선은 내가 스스로 만든다.

 

손톱을 바투 깎아 보았다.

 

 

 

2

 



화학적으로 완벽한 아침은 대략 다음과 같다내가 아직 비몽사몽일 때첫 번째 햇살이 나의 눈꺼풀을 통과하여 망막에 닿는다망막은 시신경을 통해 뇌와 연결되며뇌의 솔방울샘이 이제 수면 호르몬 멜라토닌의 생산을 중단한다. [나의 멜라토닌 수치가 서서히 낮아지는 동안적당량의 코르티솔이 분비된다그러면 나는 자연스럽게 잠에서 깬다.

마이 티 응우옌 킴세상은 온통 화학이야

 

자연스럽게 잠에서 깬다는 것은 무엇입니까?

 

잠을 자는 방은 창문이 거대해서 좋은 와중에 불편하다. 애초에는 마냥 좋았었는데, 어느 날 누워 있다가 건넛집 2층 창문 안쪽에서 손걸레를 들고 왔다갔다 하던 할아버지와 눈이 마주치면서 그럴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보일 테면 보이고 볼 테면 보라지, 하는 마음으로 마치 창문 따위 없거나 아니면 창문 너머에 타인의 세상이 없는 것처럼 굴며 살았다. 커튼은 칠 생각도 하지 않았다. 이건 남자라서 누릴 수 있는 자동적 특권의 일종이겠지.

 

그런 태도가 그리 오래가진 못했다. 봄인지 이른 여름인지 애매했던 어느 날, 집에 찾아와 에어프라이어로 치킨을 해주겠다는 여자친구의 말을 듣고 번뜩, , 창문을 가려야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치킨을 해 먹자는 그녀의 말 뒤에 다른 뭔가가 숨겨져 있는지는 그 시점에서 내가 확신할 문제가 아니었지만, 나로서는 치킨만 해 먹고 냠냠냠 맛있다 하고 끝낼 생각이 없다는 것을 늘상 확신할 수 있었으므로. 그리고 집주인인지 청소업잔지 헷갈릴 만큼 부단히 청소하는 옆집 할아버지께 섹스하는 엉덩이를 보여드릴 수는 없었으므로. 그게 내 엉덩이든 다른 엉덩이든 간에.

 

우리 동네는 재활용 쓰레기를 내놓는데 특별한 방식이 없다. 저녁나절 해서 자기 집 앞에 놓으면 되는데, 이건 구청이나 수거업체에서 정한 룰은 아니다. 그저 남의 집 앞에 내놨다가는 사회 발전에 따라가지 못하는 인간의 한심한 도덕성에 관한 그 집 주인의 찌렁찌렁한 10분 스피치가 온 골목에 울려 퍼질 것을 경험적으로 잘 알고 있는 동네 사람들 간의 암묵적 규칙에 가깝다. 딴소리. 하여튼, 특별한 방식이 없다 보니 그냥 집 앞에 늘어놓는 사람도 있지만 대체로 커다란 비닐 봉투에 담아서 배출하는 추세였다. 그래서 우리 집도 검은색 대봉투를 인터넷으로 100매씩 사서 쓰레기를 처리하고 있는데, 그게 가림막으로 맞춤했다. 한 네 장 정도를 이어서 스카치테이프로 창문에 발랐더니 정말로 바깥 세상이 없어졌다. 마음먹고 바르면 쓰봉으로 암막도 만들 수 있는 신기한 세상. 그럭저럭 영상은 막았는데, 소리는 입술로 막기로 할까…….

 

그 봄에 그렇게 붙여놓고 귀찮아서 오래도록 떼지 않았다. 또 올 텐데 귀찮게 뭐하러, 하며 시꺼먼 김칫국을 마셨던 건데, 알고 보니 이 봉다리가 그간 아침 햇볕을 차단하면서 내 멜라토닌의 자연적 감소를 방해해왔던 듯. 어쩐지 아침마다 일어나기가 그렇게 싫더라니, 이게 다 과학적 근거가 있었던 것이다. 그럼 그렇지. 아무래도 21세기는 과학이다. 게을러도 과학적으로 게을러야 되는 시대다.

 

 

 

3

 

쓰고 보니 두 꼭지가 비슷한 느낌이다. 등 긁기를 빙자해서 뭔가를 호소하고 있고, 멜라토닌을 입에 담으면서 뭔가를 원하고 있는 눈치다. 집구석 생활도 큰 문제 없이 그럭저럭 평안하다는 증거겠고, 삼십 대 뒷길이 코앞에 다가왔는데도 건강할 대목에선 건강하다는 의미로구나 한다. 가을은 과연 사랑과 양생의 계절인가요. 아니면 syo가 그냥 이렇게 생겨먹은 syo인가요.

 


 

몸이 아프면 슬쩍 달라붙어 당신 손을 잡고 그 어깨에 기대 밥 한술 받아먹고 싶다 사랑한다고 사랑받고 싶다고 말을 못해 무슨 병에라도 옮아서는 곧 떨어져 버릴 듯이 매달려 있고 싶다

이향, <사과전문 


아무래도 좋아하는 것에는 손이 저절로 가는 법이지어쩔 수 없어돼지는 손을 내미는 대신 코를 내밀지돼지는 말이네꽁꽁 묶어 움직이지 못하게 해두고 코앞에 맛있는 음식을 놓아두면 몸을 움직일 수 없으니까 코끝이 점점 늘어난다고 하더군맛있는 음식에 닿을 때까지 늘어나는 거지정말 집념만큼 무서운 것도 없다니까.”

나쓰메 소세키산시로


한 인간은 다른 인간에게 무엇일 수 있는가?

  그러니까한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무엇'일 수 있을 때왜 그것은 우리에게 희망이 될 수 있는가?

  이것이야말로 한 편의 소설이 던질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질문이다.

김다은혼밥생활자의 책장


욕망은 멀리 쏘다니게 할 것이 아니라 가까이서 돌아다니게 해야 할 것이네욕망을 완전히 가둘 수는 없으니까이룰 수 없거나 이루기 어려운 것들은 내버려두고 가까이 있거나 이루어질 성싶은 것들을 따라다니되모든 것은 똑같이 하찮고 겉보기만 다를 뿐 속으로는 똑같이 허무하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할 것이네.

_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인생이 왜 짧은가


 

 

--- 읽은 ---

 


202. 언젠가, 아마도

김연수 지음 / 컬처그라피 / 2018

 

소설가도 정말 놀랄 정도로 엄청 돌아다니는 직업이로구나 싶다. 좋은 작가가 되려면 엄청 돌아다녀야 하는 것인가를 생각하면 괜히 서늘해지기도 하고, 작품을 빙자해서 여기저기 잘도 놀러다니는구만, 하는 질투심도 고개를 쳐든다.

 

이 나라 바깥을 나가본 적이 없다. 그래서 책을 읽다가 주인공(혹은 작가 자신)이 외국 어느 있어 보이는 나라의 이름만 들어도 있어 보이는 거리 이름을 줄줄 나열하며 돌아다니는 장면을 보면 괜히 화딱지가 나기도 한다. 이러고 말 거면 구글맵으로 보고 써라, 그냥, 괜히 작품 빙자해서 관광하지 말고. 실제로 그렇게 썼을 수도 있다. 그게 아니라면 직접 그 거리들을 둘러보면서 내면에 획득한 무언가를 다른 장면이나 서술 방식에 실어서 은근히 전달하고 있는데, 독자인 내가 열등감에 찌든 빙충이라 인식하지 못하고 툴툴거리는 중일 수도 있고. 그렇지만, 그런 부단한 떠돌아다님을 통해 나온 책이 이정도 된다면, 읽는 입장에서는 열등감이고 나발이고 그냥 땡큐땡큐만 연발할 뿐이다. 언젠가, 내가 이 사람의 일곱 배를 떠돌아 다닐 수 있는 날이 온다고 해도, 아마도, 내가 하는 이야기가 이 사람의 칠분의 일만큼도 즐겁고 아름답기는 어려울 것 같다.

 

 

 

 

--- 읽는 ---

장판에서 푸코 읽기 / 박정수

/ 나쓰메 소세키

스무 살 / 김연수

에티카, 자유와 긍정의 철학 / 이수영



--- 갖춘 ---

진실에 복무하다 / 권태선

리듬분석 / 앙리 르페브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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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11-03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순…순결한 등짝…

syo 2020-11-03 10:34   좋아요 0 | URL
뭐야 ㅋㅋㅋㅋㅋㅋㅋㅋ 뜬금포

다락방 2020-11-03 10:37   좋아요 0 | URL
1 만 읽고 쓴 댓글임을 고백합니다 ㅋㅋㅋ
1만 읽고 이거 쓴 다음에 다시 올라가서 2부터 읽었다.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어요. 왜냐하면 여기는 내가 그런말을 할 공간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예의바름) 이만총총.

syo 2020-11-03 10:41   좋아요 0 | URL
ㅋㅋㅋ예의마저 갖춰 버린 티아바타 천재님이시여.


잠자냥 2020-11-03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그 검은 비닐 햇빛 투과하면 밖에서 다 보이는 그런 거 아니에요? (-.- )a

syo 2020-11-03 10:38   좋아요 0 | URL
으하하하, 저도 신경쓰여서 몇 번 올려다보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일단 빛 자체가 투과가 거의 안 돼...

비연 2020-11-03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나라 바깥을 나가본 적이 없다.. 에 더 화들짝...

syo 2020-11-04 09:34   좋아요 0 | URL
그럴 수도 있지.... 고개를 숙여 아래를 보시면 생각보다 많은 불쌍이들이 있답니다 -_ㅠ

비연 2020-11-04 16:20   좋아요 0 | URL
헉. 그냥 놀랐을 뿐.. 불쌍한 건 아니죠^^;;;; 여행은 몸으로 다녀야만 여행이 아니란 걸 알고 있기에..
쇼님은 마음으로 안 가는 곳 없는 여행가잖아요. 오히려 부러움~

수이 2020-11-03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실에 복무하다 읽고 리뷰 대회 참가하시는 건가요? 쇼님이 1등 먹을 거 같다!!

syo 2020-11-04 09:34   좋아요 0 | URL
설레발은 안돼요. LG도 그러다가 야구 망했어.....

수이 2020-11-04 20:04   좋아요 0 | URL
음......... 그럼 제주도는 🤫 할래요

라로 2020-11-03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게 문제네! 너무 자주 씻지 마세요. (이젠 이런 글만 보임.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그리고 다른 나라에 가실 계획이 있다면 엘에이 먼저 생각해봐요. 여기 날씨는 토비 님께 별로 도움이 안 되겠지만, 볼 곳도 나름 있고, 나도 있고, 일단은 유명하잖아요오~~~.ㅋ

syo 2020-11-04 09:35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엘에이 = 여기, ‘나도 있고‘ 이런 부분이 주옥같군요 ㅎ
아, 하루 두 번 안 씻을 생각을 하니 슬프다....

라로 2020-11-05 01:37   좋아요 0 | URL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우리 이쁜 토비 님~~~!! 사실은 그게 다에요. 나도 있고,,, 우리집에 와요. 큰아들방에서 지내고, 나랑 놀고, 맛있는 거 사줄게.ㅎㅎㅎㅎㅎ (막 꼬시는 분위기로 전환!ㅋㅋ)

syo 2020-11-05 19:23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과연 syo의 첫 해외여행지는 어디가 될 것인가!

반유행열반인 2020-11-03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킨은 아무렴 옳다.

syo 2020-11-04 09:36   좋아요 1 | URL
혼자서 먹어도 맛있고 둘이 셋이 먹어도 겁나 맛있는 치킨은 아무렴 옳다.

2020-11-03 13: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1-04 09: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1-04 09: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추풍오장원 2020-11-03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세키 전집 정주행중이신가요 ㅎㅎ 하루 샤워 두번하면 피부가 더 건조해진대요..

syo 2020-11-04 09:37   좋아요 1 | URL
전집 정주행까지는 아니고, 전기 3부작만 읽고 말아야지 했는데 또 후기 3부작이 땡기네요..

바람돌이 2020-11-04 00: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가 처음 댓글을 남기나요? 쇼님 글을 항상 아주 즐겁게 읽고 있습니다. ^^ 늘 감사한 마음으로 소개해주는 책으로 보관함도 빵빵하게 채우고요. ㅎㅎ 오늘은 저 1번 글을 보다가 도저히 참을수가 없어서요. - 음 제가 약간 오지라퍼입니다.
쇼님의 증상과 똑같은 증상을 거지고 있는 남편과 살고 있는데요. 쇼님의 증상은 약한 아토피일 가능성이 많구요. 기본적으로 피부가 건조해서 생기는 증상입니다. 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 심해지실겁니다. 손톱 바투 깍아봤자 소용없고요. 제일 쉬운 증상완화방법은 지금 바로 슈퍼에 가셔서 싸구려라도 바디로션 하나 사셔서 샤워후에 열심히 발라 주세요. 물론 성분 좋은 비싼걸 사면 더 좋으나 굳이 그러지 않고 바르기만 해도 훨씬 나아집니다. 바디로션 얼마 안합니다. 그리고 샤워는 하루 한번 정도로 줄이는 것이 좋으나 꼭 하루 2번씩 샤워를 해야 한다면 1번은 비누를 안쓰는것으로 하심이 가려움 예방에 좋을겁니다. 이상 소원들어주는 오지라퍼 바람돌이였습니다. 아 글구 친구 신청해도 받아주세요. 아 싫으시면 어쩔 수 없구요. ㅠㅠ

syo 2020-11-04 09:39   좋아요 0 | URL
길고 유익한 댓글 감사합니다.
바디로션 사놨는데, 귀찮아서 안 바르고 먼지 적립용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늘 귀찮고 게으른게 문제네요.
그렇지만 오늘부터는 모래요정님 말씀대로 꾸준히 발라보겠습니다 ㅎㅎㅎ 감사합니당^-^

바람돌이 2020-11-04 20:36   좋아요 0 | URL
음 모래바람편에 근면과 성실을 보내야 하는거였군요. 곧 보내겠습니다. 까삐까삐룸.....

라로 2020-11-05 01:39   좋아요 0 | URL
바람돌이 님이 모래 요정으로 친구도 아니었는데 급등급 업 된 거에요? 그럼 나는? 가디언 에인젤? (벌컥벌컥 - 김칫국 마시는 소리;;;)

syo 2020-11-05 19:25   좋아요 0 | URL
모래요정은 바람돌이님의 타고난 정체성인지라ㅎㅎㅎㅎㅎ
어린이의 친구!

가디언 에인젤 폼나는데요? ㅎㅎㅎㅎ 그거 시켜드릴게요ㅎ

바람돌이 2020-11-04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하나더요 어껀 제품을 쓸까 고민된다면 세타필 바디로션 추천합니다. 가격 저렴하고요. 1kg용량에 2만원대입니다. 혼자 쓰면 6개월도 가능합니다. 남자분이시니 무향에 저자극이라 가격대비 품질 좋습니다. ㅎㅎ

syo 2020-11-04 09:39   좋아요 1 | URL
심지어 사놓고 먼지쌓는 바디로션이 세타필이었습니다....

모운 2020-11-04 09: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비타민B를 좀 더 챙겨 먹고 다이알 비누를 사서 쓰게. 환절기 때마다 같은 증상으로 고통 받았는데 많이 좋아졌다.

syo 2020-11-04 20:17   좋아요 0 | URL
저렇게 써놔서 그렇지, 내쪽은 ‘고통‘이라는 단어를 쓸 정도는 아니고,
그냥 등 긁다 나도 모르게 가는 흉터 몇 개 만든 수준이지.

비타민은 꾸준히 먹고 있고.

모운 2020-11-04 09: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말해도 안 들을 거 같아... 바이트 또 낭비했다 또 탄소 배출을... 지구여 미안하네

syo 2020-11-04 20:18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요거 재밌는데?

2020-11-04 20: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1-04 20: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scott 2020-11-04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쇼요님 증상은 외로움때문 ㅋㅋㅋ
커피,차 줄이시고 수분 섭취량을 늘려보세요.
간지러울때는 손톱이 아닌 효자손! ^ㅎ^

syo 2020-11-05 19:26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요즘 scott님, 기승전syo가을남자 ㅎㅎ
바디로션 바르기 시작하니까 거의 안 간지러워요 ㅎㅎ

NamGiKim 2020-11-18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영희 선생 관련 신간이 나왔군요. 읽을 책이 또 늘었습니다.

syo 2020-11-21 11:14   좋아요 1 | URL
읽을 책은 지금 이 순간에도, 뿅뿅뿅 늘어나고 있겠지요? 이놈의 삶은 너무 짧네요....

NamGiKim 2020-11-21 22:03   좋아요 0 | URL
계속 폭증하고 있는 중.ㅋㅋㅋㅋㅋㅋ

syo 2020-11-23 02:32   좋아요 0 | URL
다 읽으시고 부디 건승하시길....
 

 

매너 있는 버뮤다

 

 

 

1

 

41313331. 성남시청이 진지한 진동 2회를 수반하며 매일 전송하는 문자메시지에 의하면, 지난 25일부터 오늘까지 내가 사는 지역에 발생한 신규 확진자 수는 4, 1, 3……, 1명이다. 개근이로군.

 

 

 

2

 

읽고 있는 책에 이런 대목이 있다.



서울이 그런 영화에나 나오는 미래 도시처럼 바뀌었다는 사실을 안 건 지난가을이었다해가 저문 뒤의 저녁 때 부암동 고갯길을 밟으며 인왕산 쪽으로 넘어가는데 멀리 남산타워의 모습이 보였다. '또 가을이구나!'라는 감회가 가슴 한 편으로 솟구치는가 싶었는데 동행하던 사람이 "지금은 대기질이 보통이에요"라고 말하는 거다.

  "남산서울타워 기둥을 보면 알 수 있어요빨간색이면 나쁨초록색이면 보통파란색이면 좋음."

  그러고 보니 남산서울타워 기둥의 색깔은 초록색이었다그러니까 서울에서는 "또 가을이구나."라고 외치기 전에 남산서울타워 기둥의 색깔부터 확인해야 한다는 뜻이었다그러니 서울은 얼마나 미래에 가까이 가 있단 말인가!

  시끄러운 시국에 사시사철 대기질을 걱정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하다물려받은 재산은커녕 부모 형제를 부양해야만 하는 처지에 가족력이 있는 병에 걸린 신세와 같다고나 할까이제 와 누구를 원망하겠는가 싶겠지만바로 그 이유로 모든 사람을 원망하고 싶다터 잡고 사는 땅의 꼴이 이렇다 보니 더욱 여행을 꿈꾸게 된다.

가장 그리운 곳은 일본의 나가사키맑았다그리고 미국의 샌프란시스코파랬다말레이시아의 코타키나발루말해서 뭐하겠는가노르웨이 베르겐미세먼지와 황사의 보호막 없이 있는 그대로의 햇볕을 마주하며 이대로 실명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중국 베이징만 아니라면 어디를 가든 지금 여기보다는 숨쉴 만하다내가 1981년으로 돌아간다면 이렇게 쓰겠다. 21세기가 되면 해외여행을 자주 다닐 것입니다숨 쉴 곳을 찾아서.

김연수언젠가아마도


 아오, 재미져.

 

 

 

3

 

작년 이맘때쯤엔 하루에 한 번 이상 강제적으로 미세먼지라는 단어를 듣고 살았다. 언제나 그렇듯 시간은 아광속으로 흘렀고 눈 깜빡 했다 싶더니 또 한 해 슥삭인데, 미세먼지라는 말만큼은 어쩐지 더이상 들을 수가 없게 되었다. 된장독에 구더기 걱정하게 생겼냐고, 지금 건물주가 임차료를 더블로 불렀는데. 미세먼지 심한 날이면 꼭 전화를 걸어와 마스크 마스크 신나는 노래를 부르던 작년의 엄마가 생각난다. 좋은 노래였지만 나는 따라부르지 않았지. 얼굴에 땀도 차고 달리면 숨도 차고 안경에 습기도 차는 그따위 물건에 돈을 지불하느니 차라리 미세한 먼지들에게 폐포 임대차 계약을 맺어주겠다! 그랬는데, 지금은 집 앞 슈퍼에 음쓰봉투를 사러 갈 때조차도 마스크를 착용한다. 코 부분을 최대한 꾹꾹 눌러준다. 예쁘게 하고 다니려고 마스크 스트랩조차 샀다. 살려고. 안 아프고 살아 보겠다고.

 

 

 

4

 

조금 더 읽어나가면 이런 대목도 있다.

 

세상이란 어디까지 나빠질 수 있을까하지만 그건 별로 궁금하지 않다내가 궁금한 건 인간이란 어디까지 긍정적일 수 있느냐는 점이다그건 아마도 지옥도 정겨워질 때까지가 아닐까.

같은 책

 

, 언젠가 정겨워지고야 마는 것인가, 아마도.

 

 

 

5

 

11, 12월에는 성의 역사 세 권을 읽는다. 4권까지 나왔는데 왜 3권까지 읽기로 정했는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보시면, 중쇄에다 개정에다 이런저런 우여곡절을 겪은 결과, 꼴랑 세 권인데도 표지 디자인에 통일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모양새입니다

 

감히 상상컨대, 최초에는 세 권 다 3권처럼 촌스러운 형광 대일밴드 안에 부제를 집어넣은 디자인으로 뽑아냈는데(syo가 가지고 있는 세 권), 아무리 그래도 대일밴드는 아니다 싶었던 혁명 세력이 떨치고 일어났고, 투쟁 끝에 밴드 마니아를 축출, 개정된 1권은 부제를 간략한 밑줄 위에 올려놓았다. 썩 괜찮은 선택이었다. 그러나 그 이후로 다시 8, 왕정복고가 이루어지며 밴드 마니아가 돌아왔다. 그러나 한 번 권력을 잃고 월드컵이 두 번 열릴 동안 쓸개를 핥아야 했던 그는 같은 실수를 반복할 생각이 없었다. 그리하여 개정된 2권에서는 과감하게 대일밴드를 떼 버리고 젊은 감성에 부합하며 복식 매너의 상징성까지 갖춘 최신 니플 밴드스타일을 도입한 것이다. 올여름 당신의 얇은 흰색 반팔 티셔츠를 자유롭게 만들어줄 최고의 선택! ‘쾌락의 활용에서 ’, ‘이 이루는 락활용 삼각지대의 정중앙에 주요 부분이 오도록 부착하세요. 버뮤다 삼각지대에 들어선 비행기처럼, 겉에서 볼 때 뿅 하고 완벽하게 사라질 겁니다…….

 

 

 

6

 

개론서도 한 권 읽기로 했는데, 지금 syo가 보유하고 있는 푸코 관련 개론서 등등은 요런 구성이다.



아무리 봐도 장판이 제일 쉬워 보여서, 일단 거기서 시작. 차곡차곡 읽어서 이 기회에 푸코 패스도 개척해 볼까.

 

 


7


아,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드립도 못 치고 무심한 가운데 10월의 마지막 날을 떠나보냈다. 그거 정말 1년에 딱 한 번만 가능한 완전 효자콘텐츤데….

 



+

 

제목을 저따위로 붙여도 되는지에 대한 고민은 물론 있었다.

 

 

 

 

--- 읽은 ---

 


201. 고요는 도망가지 말아라

장석남 지음 / 문학동네 / 2012

 

시집 읽고 이런 걸 옮기는 건 처음이지만, 작가소개 전문을 인용해보겠다.

 

장석남 1965년 인천에서 났다. 198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시집 몇 권, 산문집 두어 권 냈다.

 

이 짧은 소개를 통해 이 시집의 전체적인 느낌을 설명해본다.

  1. 일곱 권이나 되는 시집을 몇 권이라고 뭉갰다.

  2. 시집이나 산문집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았다.

  3. “두어 권냈다고 쓰는 대신, “두어 권 냈다고 썼다.

이상.

 

개인적으로는 조금 더 젋은 시절의, 요동이 남아 있던 장석남이 좋았던 것 같다. 오늘날은 도통하신 느낌이라, 어쩐지 다른 중학교로 진학한 초등학교 시절 단짝을 고등학교에서 다시 만났는데 걔는 이과 가고 나는 문과 간 그런 기분이랄지.

 

 

 

--- 읽는 ---

언젠가, 아마도 / 김연수

장판에서 푸코 읽기 / 박정수

과학을 기다리는 시간 / 강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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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2020-11-01 15: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저도 장석남 고요는 도망가지 말아라 읽고 똑같은 감정 느꼈어요 ㅋㅋㅋㅋ 근데 인간 철들면 예술 분야 다 그런 거 아닌가 싶고요. 저도 서른여섯살 운운하면서 살구를 따던 장석남이 훨씬 좋아요!

syo 2020-11-01 15:35   좋아요 2 | URL
하긴, 철안든자가 철든자가 되는 동안 새로운 철안든자들이 나타나니까, 철안든자가 꾸준히 철든자가 되어 주어야 세상이 철안든자로 점철되는 일을 방지할 수 있겠네요. 허허허.

그나저나 서른여섯살, 좋은 나이죠!

반유행열반인 2020-11-01 15: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오는 날인데 비 이야기가 안 나왔다! 비 바다 나무 하늘 구름 이런 거 안 나오고 확진자로 시작해서 마스크 스트랩(예쁜 거) 찍고 푸코 또 푸코 십일월 첫날 시월말 드립치고...버뮤다네요. ㅋㅋㅋㅋㅋ

syo 2020-11-01 21:03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ㅎㅎ 그렇게 되었습니다.
비바다나무하늘구름 여전히 많이 좋아하지만 어쩐지 오늘은 그것들 생각이 전혀 안 나더라구요 ㅎ

북다이제스터 2020-11-01 1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이러스 때문에 다들 차 몰고 다녀 출퇴근 시간 훨씬 더 막힌 지난 6개월 동안 미세먼지 없고 더 깨끗한 공기를 보면 자동차가 미세먼지 원인이 아닌 건 분명합니다. ^^

syo 2020-11-01 21:07   좋아요 0 | URL
그렇습니까? 저는 그냥 큰 파도가 작은 파도를 덮은 거라 생각했는데, 그런 것만은 또 아니었나 보네요....

초란공 2020-11-01 21: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981년은 제게 ‘어린 아이만 같아라’하던 나날이었는데, syo님이 1981년에 이렇게 깊은 생각을 하셨던 나이(?) 라는 생각에 숨을 죽이면서 읽었네요. 그런데 김연수 작가의 글이었네요^^ 휴~ 김연수 작가의 꽃미남 얼굴이 떠오르면서도 syo님을 앞으로 어르신이라고 불러야 하는줄 알았습니다~ 역시 화면이 큰 전화기로 바꾸어야하나 하는 고민도 생기구요~

syo 2020-11-01 21:10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ㅎ 1981년이라면 저희 부모님조차 서로의 존재를 모르고 있던 시절이네요.
큰 오해를 낳을 뻔 했습니다.

말씀을 듣고 생각해 보니까, 김연수 선생님도 이제 꽤 연배가 되셨구나- 하는 생각이 다 드네요.
아, 언제까지나 젊은 연수횽인 줄만 알았지.....

단발머리 2020-11-01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전 효자콘텐츠 드립 너무 들어보고 싶어요. 하루 지났지만, 어떻게 안 될까요? ㅎㅎㅎㅎㅎㅎ

syo 2020-11-01 21:11   좋아요 0 | URL
364일만 기다리시면 될 것 같아요 ㅎㅎㅎㅎㅎ

추풍오장원 2020-11-01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조주의 책은 사서 아직 펼쳐보지도 못했네요. 인간사랑 책은 이상하게 너무 딱딱해 보입니다. 행시생 시절 정치학 책에 데여서 그런건지... 나쁜책 같지는 않은데..

syo 2020-11-01 21:14   좋아요 1 | URL
저도 저걸 지나가듯 훑은 기억만 있어서 정확히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좋은 책이라는 인상을 받았었습니다.
일단 두께만 봐도 한 덩치 하는 게, 비슷한 영역을 다룬 <푸코, 바르트, 레비스트로스, 라캉 쉽게 읽기>에 비해 압도적이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