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가수 이적이 추천해서 읽었어요. 이적이 몇 년 전에 [김영하의 팟캐스트]에서 레이먼드 카버의 <뚱보>를 읽어줬는데요. 너무 좋았거든요. 저는 그 소설의 마지막 문장을 좋아해서 외우고 다녔는데요. "팔 월이다. 내 인생은 달라질 것이다. 난 그것을 느낀다." 이적이 연기하는 톤으로 소설 전체를 읽어주니까 그 소설이 더 좋아졌던 경험이 있어서요. 그 다음부터 어디선가 이적이 이 책 좋던데, 하는 걸 보면 따라 삽니다.



  "언어에 대한 책들만 모아도 책장 하나를 채울 만큼 살짝 덕후적인 면을 보이는 나인데, 최근 가장 가볍고 유쾌하게 읽은 그 분야의 책."  - 이적



  사실 일 얘기하는 거 같아서 언어에 대한 책은 별론데요. 가볍고 유쾌하다 그래서 사봤고요. 서문부터 취향저격 당했어요. 저 약간 한 가지 주제에 너무 열광해가지고 주변 사람 질리게 하는 사람들 좋아하거든요. 제가 그런 사람이라는 말은 아니에요. 가만 있어보자. 레고에 대한 얘기 그만하려고 클ㅇㅇ 커뮤니티 했던 거는? 책에 대한 얘기 그만하려고 알ㅇㅇ 서재 했던 거는? 여기서는 제가 평범한 사람 같이 느껴져서 참 좋아요. 여러분들에 비하면 저는 책 별로 안 좋아하는 편. ㅋㅋㅋ


  당연히 마크 포사이스도 그런 사람이고요. 그래서 이 책은 이런 문장으로 시작합니다. "가끔 제게 단어의 어원을 묻는 실수를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 실수를 두 번 하는 사람은 못 봤지만요." 어떤 친구가 비스켓의 어원이 뭔지 가볍게 물어봤다가, 마크 포사이스에게 "끝이 없는 끝이 없는 끝이 없는" 단어의 기원을 듣게 되는데요. 주변 사람들의 귀에서 피가 나도록 단어에 대한 TMI를 끊임 없이 늘어놓게 되는 증상을 해결해보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해요. 듣기 싫으면 책은 잠시 덮어두면 되니까요.


  물론 책으로 도망쳐서도 단어의 어원에 대한 수다는 절대 끝이 없고요. 그래서 이 책은 "좋아, 책이란 말이지, 책... 그러자 갑자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기 시작했습니다."라는 말로 시작해서 "하지만 '뜻밖의 횡재'를 뜻하는 'a turn-up for the books'라는 책에 관한 표현은...(17쪽에서 계속)"라는 맨 마지막 문장으로 끝나는데요. 


  책의 어원으로 시작해서, 다시 책의 어원으로 돌아가는 구성으로 되어있어요. 이래서 마크 포사이스가 걸어다니는 어원 사전이구나, 싶기도 하고 중반부를 넘어갈 즈음에는 슬슬 그의 친구들이 불쌍해지기 시작했는데요. 괜히 질리면 중간에 덮어뒀다가 다시 읽으라는 말을 한 게 아니구나 싶기도 했어요. 


  그러나 그럼에도 어쨌든 이 책에는 단어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가득가득 넘쳐납니다. 신기했거나, 궁금했었는데 이번에 알게된 것만 옮겨볼게요. 단어에 대한 재밌는 정보가 정말 귀에 피가 날 정도로 많으니까 여러분도 여러분만의 단어의 기원을 잘 찾아보세요.  


  <실낙원>의 존 밀턴이 아니었으면 "space travel 우주여행"도 없었습니다. 물론 space라는 단어는 밀턴이 태어나기 수백 년 전부터 있었지만, 별들 사이의 광활한 공간을 가리키는 데 그 단어를 쓴 건 밀턴이 처음이었거든요. 사탄이 타락한 천사들을 위로하면서 비록 자기들은 천국에서 쫓겨나지만 좋은 일이 있을 거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Space may produce new worlds 

 우주가 새 세상을 낳을 수도 있으니


  그 덕분에 우리는 "outer space 우주 공간, space station 우주 정거장, space ship 우주선" 같은 말을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 <2001: A Space Odyssey>와 그 제목을 패러디한 데이비드 보위의 노래 <Space Oddity>도 나오게 되었습니다. 41쪽



  "space 공간"이라는 말을 "우주"라는 뜻으로 처음 쓴 사람이 <<실낙원>>을 쓴 소설가 존 밀턴이라는 걸 이번에 처음 알게 됐어요. 생각해보니까 되게 시적인데,  "별들 사이의 광활한 '공간'"을 우주라고 부를 생각을 했다는 게 너무 멋진 아이디어 같아요. 이 에피소드가 제일 신기했던 단어의 기원이었어요. 


  평소에 궁금했던 것도 하나 해결 했어요. 제 동생이 요즘 기타를 배우는데, 며칠 전에 연습을 하다가 저한테 그러는 거예요. "언니 근데 도레미파솔라시도가 영어야, 뭐야?"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더라고요. 책을 읽고나니까 모르는게 당연한 거였어요. 도레미파솔라시도만 생각하면 "도는 하얀 도라지, 레는 둥근 레코드..."가 먼저 생각나는 건 우리가 <사운드 오브 뮤직>의 마리아한테 속아서래요.



  세레자 요한이 죽고 그로부터 몇 백년이 흐른 후, 파울루스 디아코누스라는 이탈리아 사람이 세레자 요한에게 올리는 기도문을 썼습니다.


  Ut queant laxis        

     resonare fibris

  Mira gestorum

     famuli tuorum,

  Solve polluti

      labii reatum,  

  Sancte Iohannes.


  당신의 종들이 목청껏 / 당신이 행한 경이를 노래할 수 있도록 / 입술의 죄를 씻어주소서 / 성 요한이여.


  그로부터 400년이 지난 14세기에 누군가가 이 시에 소박하게 곡을 붙였습니다. 그런데 멜로디가 점점 상승하는 곡이어서 매 행의 첫 음이 한 음씩 계속 높아졌습니다. 그러다가 마지막 행에서 다시 음이 낮아지면서 곡이 끝났습니다. 


 이 점에 착안하여 귀도 다레초라는 사람이 일곱 개의 계이름을 만들었습니다. 일곱 번째 음은 마지막 행 Sancte Iohannes의 머리글자를 따서 Si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Ut('우트')는 소리가 짧게 끊어져서 길게 늘여 부르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보니 Do로 바뀌어 버립니다.


  그러다가 Sol도 S로 시작하고 Si도 S로 시작하니 더 확실히 구분되게 하고자 영어권 한정으로 Si가 Ti로. 바뀌었습니다. Sol도 이왕이면 모음으로 끝나게 통일하려고  So가 되었습니다.


  Do Re Mi Fa So La Ti                       111-113쪽



  이 책에는 이런 유쾌한 에피소드도 있습니다. 마크 포사이스식의 유머는 약간 이런 식이고요.



  정신분석가에게 순수한 꿈을 꿨다고 고백하는 건 할머니에게 야한꿈을 꿨다고 고백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프로이트는 노발대발했습니다. 아니 어떤 미친놈이 야하지 않은 꿈을 다 꾸느냐고 했습니다. 프로이트는 융이 머리가 돈 게 틀임없다, 야한 꿈을 꾸고도 내숭을 떨고 있다고 여겼습니다.


  융은 맹세코 섹스와 관계없는 꿈이었다, 자기 꿈은 할아버지 할머니가 지하실에 갇혀 있는 꿈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는 프로이트의 범성욕주의를 거부하고 뛰쳐나가서 융 학파를 창설했습니다.


  융은 자기 나름의 정신분석 이론을 제창했고, 이제 이런저런 이름을 마음대로 지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프로이트도 생각하지 못한 "complex 콤플렉스"라는 말을 만들고, "introvert 내향적인"과 "extrovert 외향적인"이라는 말도 만들었습니다. 거기까지 하고 나자 융은 성공에 만족하며 쉬면서 지하에 계신 할아버지 할머니 생각에 젖었습니다. 92쪽



  이 책 마지막 부분에서 아돌프 히틀러를 "오두막에 사는 고귀한 늑대"라고 놀리거든요. 거기까지 읽다가 깜박 잠들었어요. 그랬더니 꿈에 히틀러가 나왔는데 왜인지 박명수가 히틀러 역할을 하고 있었고요. 저는 왜 이렇게 사람이 단순할까요. 자기 전에 본 내용이 그대로 꿈에 나오고요. "아니 어느 미친놈이 야하지 않은 꿈을 다 꾸냐, 머리가 돈 게 틀림없다." 근데 그 미친놈이 저라니, 억울합니다. 여기까지 하고 저도 쉬면서 지하에 계신 히틀러분과 잘 살고 계시다가 뜬금없이 제 꿈에 소환당하신 박명수님 생각에 젖어야겠습니다. 


  오늘도 책에 관한 투 머치 인포메이션 들어주셔서 감사드려요. 가만 있어 보자, "좋아, 책이란 말이지, 책... 그러자 갑자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기 시작했습니다." 15쪽 



퀸틸리아누스는 단어를 고른 다음에는 그것을 직물로 짜내어(in textu iunganter) 섬세하고 매끄러운 짜임새(textum tenue atque raus)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했습니다. 여기서 ‘직물‘ 또는 ‘짜임새‘를 뜻하는 라틴어 ‘textus‘가 ‘text 글, texture 짜임새, textile 직물‘의 기원이 되었습니다.

현대 영어에서도 이런 식의 비유는 낯설지 않습니다. ‘이야기를 짜낸다(weave a story)‘라고 하고, 이야기를 재미있게 꾸민다는 뜻으로 ‘이야기를 수놓는다(embroider a story)‘라고 하고 ‘이야기의 가닥(thread of a story)‘이라고 하지요. 퀸틸리아누스가 썼던 비유가 계속 애용되는 셈입니다. 글은 그렇게 양털로 직물 짜듯 짜서, 양피지에 썼습니다. 74-7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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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0-12-04 19: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두막에 사는 고독한 늑대는 저 전에 본 소설 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 에서 비슷한 표현 나왔어요. 원래 별명인 듯요ㅋㅋ 이적 중학생 때 까지 미친 듯이 좋아했는데(그래서 심지어 저 사람 후배가 되고 뮤지션이 되겠어! 하는 야심 품고 열공했는데 ㅋㅋ) 막상 대학가서 우리 학교 수요예술무대에 이적 와서 삑사리 내고 다시 갈게요- 하는 거 보고 손절했어요. 남의 실수에 관대하지 못한 나... 그런 이적이 언어 덕후인 건 첨 알았네요 ㅎㅎㅎ 하나 님도 만만찮은 언어 활자 매니아이시지 않습니까!!!(나는 아닌 척...)

하나 2020-12-04 19:50   좋아요 2 | URL
히틀러 이름 뜻이래염. 왤케 쉽게 손절해여. ㅠㅠ 너무 좋아하셔서 실망도 크셨나. (내가! 얼마나! 당신만 보고 여기까지 왔는데!!) 그날 컨디션이 안 좋았을 수도 있잖아여. 저는 일 얘기하는 기분이라 언어학 책 별로 안 좋아하는데요 .랑그 파롤 촘스키 지긋지긋 ㅋㅋㅋ

이적도 책 좋아하는 거 같아요. 예전에 소설도 쓰고 그랬던 거 같은데. 저는 그를 적당히 좋아합니다. 전에 루시드 폴이 노마 히데키의 <한글의 탄생> 추천해줘서 재밌게 읽었는데 그 친구들이 다 언어 덕후인가. 국어교육 전공자로서 진짜 너무 매우 일 얘기하는 기분이었지만 작가의 문자 사랑이 너무 열렬해서 기억이 납니다. 열반인님은 한참 타오르는 활자 매니아시고, 저는 어떻게든 불씨를 살려보고자 노력할 뿐이죠. ㅠㅠ 그래도 12월에 주문한 책 다 읽었다! 이제 책 살 수 있어욧! ㅋㅋㅋ 주말 잘 보내세요. 뭐 읽으시는지 구경해야지~

반유행열반인 2020-12-04 20:02   좋아요 2 | URL
와 주문하면 그걸 그 달에 소화하시는 구나...존경합니다 ㅋㅋㅋ 일 관련이라 시른데...하면서 다 보고 있어 ㅋㅋㅋㅋ 저는 타오른다기에는 성냥불 같은 쪼꼬미...지금 이 꼬마불이 절정일 거고 사그라들겠쥬 서서히... 이 책 저 책 늘어놔서 정작 완독하는 게 넘 없네유 ㅎㅎㅎㅎ

scott 2020-12-04 20:14   좋아요 2 | URL
두분♥ 대화 꿀잼ㅋㅋ

하나 2020-12-04 20:50   좋아요 2 | URL
오해하지 마시죠. 저도 태어나서 처음이니까 ㅋㅋㅋㅋㅋ 저 읽을 책 엄청 쌓여 있는데 스누피 다이어리 받고 싶어서 책 산 거라서 책임감 있는 어른의 모습을 저에게 증명한 것 뿐이에여...ㅋㅋㅋㅋ 진짜 힘들었다. 저 하나 실망시키지 않기도 왤케 어렵죠! 회사 다니시면서 읽으시는 건 거의 사이즈가 하늘이 내린 천불이라고 봐야 돼요. 저는 저녁으로 맛있는 곱창을 먹고 왔어여. 열반인님은 뭐 드셨나여? 지금은 계절이 또 바뀔 때라 그럴 거예요. 저는 이제 좀 몸이 추위에 적응한 듯해요. 조금씩 나아지겠죠~

하나 2020-12-04 20:53   좋아요 1 | URL
이제 뭐 ㅋㅋㅋㅋ 다 같이 하는 대화죠 뭐 다음 책은 뭐예여 ㅋㅋㅋ scott님 또 길을 터죠요! 저녁은 맛있게 드셨나여?

반유행열반인 2020-12-04 21:05   좋아요 1 | URL
저녁 크림파스타에 버섯이랑 새우랑 왕창 넣고 먹었습니다 ㅋㅋ천불 같은 건 아니고 그냥 아편 같은 거죠 아편...그 편이 책 편자 인가...아닌가 그런 한자 없나...곱창이라니 얼큰한 저녁 되셨겠숩니다. 처음 맞아? ㅋㅋㅋㅋ막 이웃들 서재 돌아다녀보면 오조오억 명의 팬 되어서 막 스멘 뭔멘 하고 다니는 거 아니에요?(의심의 아이콘 ㅋㅋㅋ)

하나 2020-12-04 21:14   좋아요 1 | URL
너밖에 없어여 ㅋㅋㅋㅋㅋ 너무 매달려서 약간 조절하고 있는 Jinjungsung만 알아주시고요. 🧡 크림파스타 맛있겠네요. 멘보샤 크림파스타 메모.. 이번 주에 해먹어야지~ 저희 동네에 진짜 어릴 때 먹던 얇고 하찮은 재질의 야채곱창집을 발견했는데 곱창이 명물인 관악 시민에게 자랑할 일은 아닌 듯 하고요. ㅋㅋ 그런 질문 저 책 저자한테 하면 우리 귀에서 피나도록 듣다 창문으로 탈출해야 됩니다 ㅋㅋㅋ

scott 2020-12-04 21:29   좋아요 2 | URL
댓글창 날아갔어 어우.ㅜ엉
알라딘 북플 사이트가 출렁출렁 ㅎㅎ
열반인님 북플에서 히틀러 음식을 먹는 여자들 책 보고 한참을 뚫어져라 ㅋㅋㅋ
열반이님이 얼마전에 쓰셨던 레드 잠옷입은 잘생긴 의사 얼굴이 샤샤샄 지나갔는데 ㅎㅎㅎ
이적에 관해 하고 싶은 이야기는 한트럭 ㅋ


scott 2020-12-04 21:31   좋아요 2 | URL
하나님, 스누피 다이어리 받았다면 전 응24에서 phoo다이어리 신청 했으 ㅋㅋㅋ
푸 사랑~*

이적 취미가 속옷 팬티 사이즈 색깔별로 모아 서랍장에 넣고 옷걸이에 걸어 놓고 다리미질하는 거래요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0-12-04 21:33   좋아요 2 | URL
저는 오늘 스누피 머그컵이랑 요스타케 신스케 가방이랑 동전 지갑이랑 받음...알라딘 살찌는 소리 무럭무럭 내 통장 빵꾸나는 소리 뽕뽕

scott 2020-12-04 21:33   좋아요 1 | URL
열반인님 크림파스타 ! 메모
전 요즘 두부면으로 탄수화물 덩어리 대체!
낼 ㅋ 두부면 크림파스타+ 브라질 산토스 코피 ^ㅎ^

반유행열반인 2020-12-04 21:34   좋아요 1 | URL
건강한 식단으로 즐거운 주말 보내셔요!!!

하나 2020-12-04 21:39   좋아요 1 | URL
이적이 라디오 할 적에 와이프 될 분을 “우리 그이”라고 부르는 게 좋았어요 ㅋㅋㅋ 근데 말만 그런 거 아니고 진짜 조신하네요 ㅋㅋ 저 다림질 진짜 못해서 스팀 다리미로 다리는 척만 하는데 부럽네요. 푸 다이어리도 귀여울 거 같아요! 두부면 크림파스타 맛있게 만들어 드셔요!

scott 2020-12-04 21:43   좋아요 2 | URL
하나님, 곱창 먹지 마요
제친구 위전문의 인데 대부분 자신한테 오는 환자들이 곱창집 주인(진짜로)
곱창에 고소한 맛이 위벽에 달라붙으면 영원히 사라지지 않고 발암덩어리 세포랑 만나서 증식한데요

하나 2020-12-04 21:44   좋아요 1 | URL
오 요스타케 신스케 가방 귀여웠어요 ㅋㅋㅋ 스누피 머그컵도 부럽다. 열반인님도 scott님도 좋은 주말 보내시다 또 말씀 나눠요! 곱창은 진짜 가끔만 먹을게요 흙

scott 2020-12-04 21:44   좋아요 2 | URL
열반이님 신스케 가방 설마 메고 다니실라고 ㅋㅋㅋ
전 에코백 수집 취미라 박물관 미술관 셔틀하며 모아여
빨고 나면 후즐근해져서 더러워진것 같으면 스타일러에 넣고 돌려 ㅎㅎㅎ

반유행열반인 2020-12-04 21:47   좋아요 1 | URL
아 전자책 뷰어용 아이패드미니가 쏙 들어가는 크기라 매고 다닐까 진지하게 고민했는데 ㅋㅋㅋscott 님 반응 보니 안 되는 일인가 보다 ㅋㅋㅋ

하나 2020-12-04 21:50   좋아요 1 | URL
열반인님이 암시롱도 않은 척 매시면 됩니다 ㅋㅋㅋ 열반인님도 작고 소중하니까...

반유행열반인 2020-12-04 21:55   좋아요 1 | URL
사실 이미 삐삐 가방 매고 다녀서 온갖 으르신들이 그게 뭔 가방이여 하고 백번 물어봐요 ㅋㅋㅋ

하나 2020-12-04 22:00   좋아요 2 | URL
그럼 “쌉가능” ㅋㅋㅋㅋㅋ 크로스 에코백 무지는 많이 매더라고요 그림 있는 쪽으로 매시다가 가오가 필요하실 때 뒷면으로.... ㅋㅋㅋ

scott 2020-12-04 21: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모두 모두 건강 조심 또 조심 하세요.
저는 하마터면 확진자랑 미팅 할뻔 했는데 다행히 그날 안만나서 무사 ㅜ.ㅜ
다들 인근 병원에서 검사 (기다리고 받는데 총4시간 )지쳐버렸다고 ㅜ.ㅜ
주말 모두 무사 행복 건강 하셔야해요 ^*^

하나 2020-12-04 21:58   좋아요 2 | URL
아이고 진짜 조심해야겠네요. 저는 아직까지 주변에서 비슷한 경험은 없는데, 요즘 확산세가 걱정스럽기는 해요. 주말 모두 무사하게, 건강 조심하시고 답답한 와중이지만 즐거움을 찾으실 수 있는 시간 되시길 바래여 ^^

막시무스 2020-12-04 22:15   좋아요 3 | URL
천만 다행이십니다! 다들 건강하고 편하신 주말되십시요!ㅎ

scott 2020-12-04 22:30   좋아요 2 | URL
하나님, 막시무스님, 열반이님 모두들 건강 건강 해복한 주말 ^♥^

하나 2020-12-04 22:31   좋아요 2 | URL
이와중에 열반이님 왤케 귀엽죠 ㅋㅋㅋㅋ 모두 마스크 잘 챙겨쓰시고, 건강하게 주말 보내시다 또 뵈어요 ^^
 
















  이슬아의 글쓰기에 대한 글을 읽었어요. 아주 솔직하지만, 아주 담백한 글이었고요. 저라면 이런 말은 못 쓸 거 같은데, 싶은 내용을 쓸 때도 '내가 이런 말을 하면 너는 싫어하겠지' 이런 자의식조차 없었어요. 저는 그런 내용을 써야 할 때 괜히 농담을 하거나 일부러 더 나쁘게 쓰게 됩니다. '거봐, 니가 싫어할 줄 알았지. 근데 뭐 나도 그렇게 진지한 건 아니야.' 이렇게 바로 취소라도 하는 것처럼요. 스물아홉 살이 된 이슬아 보다 서른일곱.999 살을 지나고 있는 김하나는 어떤 부분이 끝내 자라지 못하고 있구나, 들여다 보게 되는 글이었고요. 이건 단순한 글쓰기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문제에 가까워서, 글쓰기가 잔인한게 삶에 대한 태도가 가장 여실하게 드러나는 장르여서, 다시 태어나야 하나...싶어서 다시 태어나고 싶은 마음을 그냥 쓰기로 했어요.


  이슬아의 글쓰기 선생 어딘에 대한 내용을 읽을 때는, 저의 글쓰기 선생 김 선생님을 생각하기도 했어요. 열일곱 살일 때였고요. 저는 막 전학을 갔었고, 제가 전학을 간 그 동네는 아주 작은 동네여서 저를 뺀 모두가 서로 아는 사이였고, 운이 조금 좋지 않았다고 생각하며 혼자 책을 읽으면서 쉬는 시간을 견디고 있었어요. 어느 날 국어 시간에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써보라길래, 저는 제가 당시 유희열이 진행하던 새벽의 라디오를 얼마나 좋아하는지에 대해 썼고요. 다음 날 선생님이 교실에 와서 "니가 김하나니?" 라고 물었고, 그날부터 우리는 이상한 2인조가 되었어요.


  그날부터 선생님은 글쓰기 대회에 관한 공문이란 공문은 모조리 저한테 가져왔어요. "이거 써." 그게 끝이었어요. 공문에는 주제와 분량에만 형광펜으로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었고요. 저는 그냥 썼고요. 하루에 원고지 열 장인 날도 있었고, 스무 장인 날도 있었고, 심한 날은 대회가 세 개인 날도 있었는데 그런 날은 그냥 수업시간에도 썼어요. 어느 날 와서는 "너 시는 쓰지 마." 이러길래 그 다음부터 시는 안 썼어요. ㅋㅋㅋ 좀 뜬금 없긴 했지만, 그때는 아직 친구가 없을 때였기 때문에 시간을 견딜 수 있어서 좋았어요.


  어떤 주말에는 선생님 차를 타고 멀리 백일장에 가기도 했어요. 거기서 선생님 학교 후배를 만났는데요. "얜 될 건데, (나이 드신) 심사위원이 보는 눈이 있으려나 모르겠네." 이런 식이었어요. 얜 될 건데, 이렇게 대책 없이 믿어주는 사람이 있어서 신경숙과 하루키를 읽으며 견디던 시간에 간디도 박지원도 공자도 맹자도 장자도 통일도 세계평화도 수질보호도 다 들여보내줬고요. 저는 그것들에 대한 글을 쓰면서 열일곱 살을 통과했습니다.


  그 해에 상을 스물여덟개인가를 탔는데, 그동안 썼던 분량에 비하면 썩 좋은 성적은 아니었어요. 덕분에 상 같은 거 보다는 쓰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걸 배울 수 있었어요. 그런 건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다가 결과는 아주 뒤늦게 도착했기 때문이고요. 선생님이 던져주는 다음 차례의 글을 쓰고 있으면 내가 언제 그런 걸 썼었나, 싶은 데서 소식이 오기도 하고 안 오기도 했던 거죠. 재능에 무심한 채로 계속 쓰기. 저는 그걸 그 선생님이랑 그 시간을 통과하면서 배운 것 같아요. 지금은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상장 몇 장 보다는, 그 시간을 통과하면서 열여섯 살의 저와 열여덟 살의 제가 너무나도 다른 사람이 되었다는 게 훨씬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요즘은 그 선생님의 마음을 이해하고 있어요. 어떤 사람을 보면 "이 사람은 잘 될 건데, 사람들이 보는 눈이 있으려나 모르겠네." 이런 말을 하고 싶어지는 사람들이 있어요. 이슬아가 빌린 평론가 신형철의 말을 다시 빌려서 "내가 읽고 싶은 글은 ㅇㅇㅇ가 다음에 쓰는 글이다." 혹은 "내가 듣고 싶은 노래는 ㅇㅇㅇ이 다음에 부를 노래다." 이렇게 말해 버리고 싶은 사람들이 있어요. 제가 배운 사랑은, 제가 배운 응원은 이런 무조건적인 믿음이 전부라서요.


  "남에 대한 감탄과 나에 대한 절망은 끝없이 계속될 것이다. 그 반복 없이는 결코 나아지지 않는다는 걸 아니까 기꺼이 괴로워하며 계속한다. 재능에 더 무심한 채로 글을 쓸 수 있게 될 때까지." 26쪽

  

  플님이 밑줄 그어두신 걸 보고 저도 이 책을 따라 샀어요. 플님, 혹시 ㅇㅇㅇ은 아니시죠? 라고 제가 실례가 되는 질문을 했는데도, 플님은 제가 써온 글들을 잘 읽고 있다고 말씀해주셨고, 뒤늦게 팬클럽되신 거 축하드린다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ㅋㅋㅋ 다 읽고 계셨구나... 다시 한 번 생각하지만, 저 혼자 집에서 쓰고 있는 이런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걸 더 생각해야겠어요.


  자, 그럼 다시 <부지런한 사랑> 입니다. 이슬아 선생님의 글쓰기 수업에서 학생들이 썼던 글 중에서 좋았던 부분을 좀 옮겨 볼게요.


  "내 글쓰기 선생님 성함은 이슬아야. 책이 빨리 완성되면 좋겠어. 너는 꼭 내 글을 간직해줘." 

  - 아홉 살 김세윤, 44쪽


  "고모는 얼마 전에 이사를 했다. 처음에 살던 집은 컸고 지금 집은 작다. 뛰어다닐 수 있는 큰 집으로 고모가 다시 이사했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러지는 않을 것 같다." 

  - 열한 살 김채윤, 42쪽


  "가끔 엄마에게 혼나고 혼자 있을 때면 이런 노래를 부른다. '어차피 화해할 인생~ 엄마는 나를 좋아하니까 밤이 되면 괜찮아지겠지~' 하며 내 자신을 위로한다." 

  - 열세 살 양휘모, 66쪽


  "나는 집에 오는 길에도 일기장을 양손에 펼쳐들고 보면서 걸었다. 어른의 글씨로 적힌 그 문장들을 몇 번이나 다시 읽었다. 누가 내 일기를 그렇게 열심히 봐준 게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음성이 아닌 텍스트로 말을 걸어준 선생님도 처음이었다." 

  - 스물아홉 살 이슬아가 열 살을 회상하며, 194쪽


  그리고 어떤 학생의 일기를 읽다가 저는 너무 웃어버리고 말았는데요. 학생들의 글에 뭔가가 있을 거라곤 예상했지만(저도 학생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쳐봤으니까), 웃길 거라고는 전혀 기대하지 않아서 그랬던 거 같아요. 


  "난 우아할 순 없나보다. 무수리도 나쁘진 않은 듯? 이러고 걍 시끄럽게 살았다." 


  (반면, 친한 친구 세아는 머리도 길고 엄청엄청엄청 우아하고 지켜주고 싶을 만큼 가녀리다고 생각했었는데, 어느 날 머리를 문희준처럼 자르더니) 


  "한달 살기를 하며 세아가 음흉하고 알건다알고 뵨태고 안씻고 토시오 같고 윗옷을 자면서, 올리면 안될곳까지 올리는 무의식 노출증이 있고, 시끄럽다는 걸 알게되자 우아함은 떠올리기 힘들게 되었다. ㅋㅋㅋ 지금은 세아나 나나 무수리같은 면모를 가진 것 같다. 만약에 세아가 머리를 기르고 다닌다면 다시 우아해질지도 모르겠지만.". 

  - 열세 살 양휘모, 88쪽 


  앞에 인용한 "어차피 화해할 인생~" 에서도 이 친구 범상치 않구나 생각했는데, 웃기기까지 하네요. ㅋㅋㅋ 거기다가 마지막 한 문장을 덧붙이는 방식이 거의 무라카미 하루키네요. 이슬아가 얼마나 좋은 글쓰기 선생님이냐면요. 저처럼 너 무라카미 하루키네? 이러지 않고요. 글쓰기에는 재능은 중요하지 않으니까, 오히려 방해가 될 수도 있으니까, 재능이 넘친다는 말도 함부로 하지 않고요. "넌 최대한의 네가 될 거야." 이런 말을 해주더라고요. 


  글쓰기에 대한 생각이 드러난 글들도 좋은데요. "접속사 없는 사랑"에서는 어떤 노래에서 "지옥을 경험하게 하는 사람" 이라는 가사 뒤에 "그리고 살아가도록 날 도와주지"라는 가사가 역접하는 접속사 하나 없이 바로 이어지는 까닭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사랑은 천국과 지옥을 예기치 못하게 넘나드는 경험이기 때문이다. 나를 살아가게도 하고 헷갈리게도 하며, 날 가지고 노는 동시에 내가 이겨내도록 도와준다. 


  동시에 성립되지 않을 것 같은 두 가지는 사실은 아주 가까이에 있다. 심지어 충돌하지도 않는다. 나는 그것이 사랑의 복합성이라고 느낀다. 이 동시다발적인 복잡함에 대해 말하는 게 문학일지도 모르겠다.


  좋은 예술들은 모두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는 듯하다. 그 사람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고. 그 사랑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고. 278쪽


  쓸데없는 접속사가 붙어있지는 않은지, 저도 한 번 더 훑어 읽어봐야겠어요. 이슬아 선생님의 글쓰기에 대한 <부지런한 사랑>, 플님 덕분에 저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글쓰기는 게으르고 이기적인 우리를 결코 가만히 두지 않았다. 다른 이의 눈으로도 세상을 보자고, 스스로에게 갇히지 말자고 글쓰기는 설득했다. 내 속에 나만 너무도 많지 않도록. 내 속에 당신 쉴 곳도 있도록. 여러 편의 글을 쓰는 사이 우리에게는 체력이 붙었다. 부지런히 쓸 체력과 부지런히 사랑할 체력. 이 부드러운 체력이 우리들 자신뿐 아니라 세계를 수호한다고 나는 믿는다. 7쪽

"독창적인 것은 없다. 어디서든 훔쳐올 수 있어. 영감을 주거나 상상력을 자극하는 거라면 뭐든지 얼마든지 집어삼켜." 그런 뒤에 교사는 이렇게 덧붙인다. "하지만 장뤼크 고다르가 한 말은 꼭 기억해야 해. "문제는 어디서 가져오느냐가 아니라, 어디로 가져가느냐다." 1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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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03 18: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03 20: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04 07: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04 13: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syo 2020-12-03 22: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상을 수거하고 다니면서 학창시절을 보내셨군요. 저는 노트 5권 주는 교내 백일장에서 상 타고서는 내가 글쓰기 천재로구만 이러면서 나이 먹었는데..... 스케일 격차가 어마어마하네요 ㅎㅎㅎ

하나 2020-12-03 22:07   좋아요 1 | URL
승률이 낮은 편,이 포인트입니다. ㅋㅋㅋ 한 방에 써서 한 방에 노트 5권 받았으면 저도 쇼 어린이처럼 내가 천재인가 보다, 하고 재기발랄한 독서일기 쓰는 어른으로 잘 컸을텐데.. 스케일 격차가 어마어마하고요. 소싯적의 동네 치킨 맛 감별사로서 쇼님의 치킨사랑 잘 지켜보고 있고요. 저도 오늘 에어프라이어 생겨서 남부럽지 않다는 진짜 자랑 해봅니당 ㅋㅋㅋ

han22598 2020-12-04 04: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하나님도 그 선생님도 잊지 못할 시간을 보내셨네요 ㅎㅎ 음하하 부럽다!

하나 2020-12-04 04:29   좋아요 1 | URL
책 읽다 보면 가끔 기대하지 않았던 친구를 만나게 되는 거 같아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 선생님도 막 발령 받은 곳이 아주 작은 동네라 심심했던게 아닐까 싶어요. ㅋㅋ 음하하 우리도 여기서 잊지 못할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잖아요 :-) 하필 팬더믹이어서... 강제 독서... ㅋㅋㅋ 오늘도 책과 함께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scott 2020-12-04 13: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훌륭한 학생, 하나님을 알아보신 선생님 진정한스승이시네요 왠지 박서준,새로이 모습이 떠올^ㅎ^

하나 2020-12-04 14:01   좋아요 1 | URL
박서준이 잘생겼으니까 줄거리는 아는데요. 저에게는 아주 치명적인 단점이 있어요. 야망이 없어요. ㅋㅋㅋ 누가 넌 돼, 이러면서 살살 꼬시거나, 갑자기 그 일이 너무 좋아졌거나 이러면 막 팍팍 몸을 움직일 수 있겠지만 경제적 성공, 저 위를 향하여... 이런 게 도무지 안 되네요. 지 좋은 거만 하는 인간이에요. 어쨌든 최소한 저는 행복할 확률이 높은 편 ㅋㅋㅋ ^ㅎ^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

scott 2020-12-04 22:23   좋아요 1 | URL
이슬아도 썼는뎅ㅋ
하나님 써요 써요!!
자신에 글 구독하면 500원 천원에 가격매겨놓고 팔았다고 하는뎅

얼마전 어디 카페에서 카메라 조명 설치 해놓고 책 마구 쌓아놓고 부쩍거렸거든요
00사인회라도 하나~부다 생각했는데
인터뷰용 촬영이였어요.
요즘 가장 가장 핫!!하다는 00랑 작가

엄청달라졌어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물론 촬영 때문에 전문가 손길이 터치 되었겠지만
처음부터 야망 갖고(글쓰는 것) 쓰는 분들은 없는것 같아요
이길만이 쓰는것 만이 살아가는 이유,,,

유명한 작가들 제임스 설터, 폴오스터 등등 다른길을 가다가 결국엔 책상 앞 종이한장 연필 한자루를 쥐는것이 자신에 운명이라고 했으니,,,

하나 2020-12-04 22:29   좋아요 1 | URL
아 글쓰기의 새로이가 되라는 말씀이셨구나 ㅋㅋㅋㅋㅋㅋㅋ 하긴 갑자기 저한테 장사의 신이 되라고 하시지는 않겠죠? 응원 감사합니다. 이슬아는 정말 용기있는 사람인 거 같아요. 없는 길을 만들면서 나아가잖아요.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는데 스물아홉 살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성숙한 사람이었어요.

저도 설터처럼 빵 굽다가 폴오스터처럼 마지막 남은 양파 파이 태워먹고 배고파서 울다가 쓰는 건가요? 헤헤 꾸준히 읽고 써볼게요. ^^ 저도 폴 오스터 빵 굽는 타자기 좋아합니다 ㅋㅋㅋ

2020-12-04 16: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04 17: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디로 나가는 겁니까?"



  김수영의 <양계변명>에 나오는 유명한 말인데요. 어느 날 집에 도둑이 들었는데, 도둑이랑 집주인인 김수영이랑 딱 마주친 거예요. 잡힌 거죠. 그랬더니 그 도둑이 도망갈 생각은 안 하고 이런 말을 했대요. "어디로 나가는 겁니까?" 도망은 쳐야겠는데 출구를 모르겠어서 집주인에게 길을 묻고 앉아있는 그 어처구니 없는 도둑의 말이, 생계를 위해 양계를 시작했지만 닭을 키우는 것도 만만치 않다는 걸 배워가던 시인의 마음에 포개져서 한 편의 글이 되고, 갈 곳을 모르던 저 같은 청년들의 마음에도 포개진 거죠. 저도 이십대 때 여기저기 엄청 써먹었어요. "어디로 나가는 겁니까?"


  사는 답답하다, 출구가 없다. 이런 말을 이렇게 하는 문학이 있으면, 어떤 문학은 이런 식으로 말을 합니다. 이런 답답한 세계가 싫으면, 저쪽 세계로 도망치면 된다고. 그게 "매끄러운 세계"라고. 한나 렌의 <매끄러운 세계와 그 적들> 입니다.



  팔다리를 다치든, 시각이나 청각, 혹여 가족을 잃게 되어도, 우리는 사는 세계를 슬쩍 바꾸면 그만이다. 괴로워할 이유가 전혀 없다. 언제든 돌아올 있고 돌아오지 않아도 상관없다. 하지만 승각장애가 있다면 모든 '도망'이 불가능해진다.  26쪽


  매끄러운 세계의 사람들은 다들 행복합니다. 이 세계에서 조금만 슬픈 일이 벌어지면 사는 세계를 슬쩍 바꾸면 되니까요. 그래서 세계와 세계를 건너갈 수 있는 "승각 능력"을 잃어버린 인간은, 차마 입에도 올리기 어려울 만큼 큰 어려움을 가진 것처럼 묘사됩니다. 그래서 어제와 똑같이 살갑게 말을 거는 친구에게 "뭐, 분명 그런 시절이 있었을지도 모르지.","내 인생엔 이제 옆길도 샛길도 없어."라는 말을 차갑게 던지게 되는 거죠. 그래서 '나'는 승각능력을 잃어버리고 한 세계에 고정되어 버린 친구 마코토를 이해해보기 위해 노력합니다.


 

  큰 사고로 다리의 기능을 잃고 말았을 , 사고를 당하지 않은 현실이나 기적적으로 회복한 현실 혹은 치료 방법이 발견된 현실을 알지 못한다면, 선택권이라곤 없이 오직 한곳에 머물러야 한다면, 머물 수밖에 없다면, 마음이 어떨까? 26



  친구를 치료할 기술을 옮겨보려고 하지만 그것도 잘 안 되고요. 기술격차가 너무 커서 그쪽에 있을 때는 이해가 되지만 이쪽으로 오면 이해가 안 된답니다. '나'는 친구를 고쳐줄 수도 없고, 끝내 이해할 수도 없습니다. 어디로도 가지 못하는 나를 두고 상대가 다른 쪽으로 가버릴까봐, 늘 다른 사람의 눈빛이 신경쓰인다는 마코토의 말을 간신히 이해하려고 노력해볼 뿐이죠. 그게 너무 외로워서 또 다른 승각장애를 가진 사람과 매끄러운 세계의 멸망을 도모하려는 친구를 어떻게 말릴 수 있을까요?



  "이 매끄러운 세계의 인간은 모두 절대적인 이상향에서 살고 있어요. 고통이나 슬픔을 느껴도 그것들이 없을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고, 실제로도 언제든 그 가능성을 실현시킬 수 있죠. 사랑 받지 못하면 사랑받는 현실로 가면 됩니다. 영원한 생명을 원하면 그것을 이룬 현실로 옮겨가면 되고요. 그들에게 있어, 하나의 가능성으로 살아가야 하는 우리는 저차원 생물이고 이해할 수 없는 존재이자 공포의 대상이에요. 무엇보다 이 세계의 적들이에요." 43쪽



  뭘 잃게 될지 너무너무 잘 알지만, 그럼에도 네가 있는 이 세계에 남는 거. 네가 세상에 뿌려 버리려던 승각능력을 잃어버리게 만드는 약물에 내 몸만 담가서 너를 혼자가 되지 않게 해주는 거. 이제 우리 둘 다 어디로도 도망칠 수 없게 되겠지만, 후회할 게 뻔하지만, 기꺼이 우주최강 바보가 되는 거. 



  "아무래도 이렇게 안 하면, 이것저것 아른아른 보여서 견딜 수 없을 테니까."

  "후회할 거야."

  "알아. 여러 번 그러겠지. 그래도." 

  마코토를 앞에 두고 강한 척할 필요는 없다. 자연스럽게 솔직한 대답이 흘러나왔다.

  "후회할 거라는 것까지 포함해서 이쪽을 선택했어."

  마코토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퉁명스럽게 고개를 홱 돌리더니, 내 팔을 잡은 채로 철썩철썩 물결을 일으키며 나를 끌고 갔다. 

  " 우주최강 바보야." 60



  SF소설은 이상해요. 과학기술 얘기를 잔뜩 하는데 그 과학기술 때문에 인간이 혼자 남겨지는 얘기를 하고요. 그 인간을 혼자 두기 싫은 마음 같은 주제가 계속 반복돼요. 정세랑 작가의 "옆 나라에 천재가 산다."는 추천사를 띠지에 크게 써놔서 약간 싫었는데, 다 읽고 나서 아무 말도 못하다가 한숨 자고 일어나서 저도 중얼거렸어요. 천재네.. 왜냐면요. 작가가 그토록 끔찍해하는 고정된 세계, 어디로도 갈 수 없는 세계, 고통이 있으면 도망도 못치고 그대로 감당해야 하는 세계, 그게 여기고요. 그럴 때마다 다른 세계로 건너가버릴 수 있는 능력을 잃어버린 사람이 바로 우리니까요. 우리가 마코토고, '나'니까 어떻게든 단 한 번뿐인 내일을 견뎌야겠죠. 단 한 번뿐인 내일은, 분명 오늘보다 훨씬, 추울 거예요. 어떤 문학은 "어디로 나가는 겁니까?"를 이렇게 말하기도 합디다. 




우리 두 사람은 운동장 쪽으로 걸어간다. 조명은 이미 꺼져 있었지만, 조금도 불안하지 않았다. 차가워진 몸을, 더위로 나른해진듯한 밤바람이 훑고 지난다.
단 한 번뿐인 내일은, 분명 오늘보다 훨씬, 더울 것이다. 6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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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말해두고 싶은데, 나는 야구를 좋아한다." 125쪽



  이렇게 시작하는 소설을 읽으면 하루키 처돌이는 어? 아니지? 이러기 시작하는데요. 이게 에세이야, 소설이야 싶을 때에 우리는 알게 됩니다. <야쿠르트 스왈로스 시집> 은 하루키의 자전적인 소설인 거 같아요. 무라카미 하루키가 주인공이네요. 6년 전에 낸 소설 <<여자 없는 남자들>>을 읽고 저는 이대로도 괜찮다고 생각했거든요. 하루키는 하루키답게 할 일이 있다고요. 근데 이번 소설 난리나요. 하루키가 하루키를 잘하면 이렇게 되네요.  


  안 그래도 저 요즘에 "모두가 디히텐(쓰기)"이라는 말 엄청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근데 무라카미 하루키가 그 경계를 그냥 뛰어넘어버리네요. 그래 에세이도 없고 소설도 없지. 모두가 글쓰기지. 이론상으론 알겠는데 어떻게 하는 건지 궁금했을 때, 차마 잡을 생각도 못했던 싸인볼처럼 <야쿠르트 스왈로스 시집>이 제 무릎 위로 툭, 하고 떨어졌고요. 하루키 에세이 좋아하시는 분들은 꼭 읽으시고요. 개좋네요. 아직 다 못 읽었는데 너무 좋아서, 여기 말하고 가서 마저 읽을게요.


  에세이에서 오조오억번 얘기했던 야구장이랑 신인문학상 탄 얘기가 이렇게 소설이 되네요. 이 소설 읽고 뭘 생각했냐면, 생각해보니까 하루키는 "좋아한다"로 글을 쓰는 사람이구나. 여기서도 그래요. 야구, 자이언츠 말고 산케이 아톰스, 라거 말고 흑맥주, 슈만의 사육제, 김릿이 아니라 보드카 김릿, 폴 스미스의 다크블루 슈트 등등. 그런 사람은 평생을 좀 가볍다는 소리를 듣고 사는구나. 어느 한 부분이 끝내 나이 들지 않은 채로, 서른일곱 살을 한 마흔번쯤 사는 기분으로 살아도 괜찮구나, 그래도 어떤 부분은 분명히 깊어지는구나 생각했어요. 


  <시나가와 원숭이의 고백>도 재미있게 읽었는데요. 저번 소설집부터 카프카 오마주가 한 편씩 들어가 있어요. 이번에는 <학술원에의 보고> 다시쓰기고요. 카프카가 보면 좀 억울할 걸? 꼭 오래 살아야지. 그래서 글쓰기 스타일이 정점에 다다랐을 때 카프카 뒤집어보고 이어써보고 그래야지. 이 소설은 카프카와 하루키가 아주 오랜 텀을 두고 주고 받는 대화 같고요. 거기서 원숭이가 사람이 됐잖아요. 근데 그래도 진짜 사람은 아니니까 어쩔 수 없이 다른 원숭이랑 짝을 지어야 되는데, 암컷 원숭이 보고 "미혹"의 눈빛이라고 막 경멸하고 그러잖아요. 사람의 말을 배웠는데 여전히 내 몸은 원숭이일 때, 그 대안을 하루키가 이어서 씁니다. 염력 이런 것도 막 갖다 써요.



  "그리고 그 여자의 이름이 적힌 물건과 염력을 써서 상대의 이름을 훔친다."

  "그렇지요. 그것에 적힌 이름을 오랫동안 응시하면서, 정신을 오로지 한 점에 집중하고, 사랑하는 이의 이름을 의식 속으로 고스란히 거둬들입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정신적 육체적 소모도 크지만, 일심불란하게 어떻게든 해냅니다. 그렇게 그녀의 일부는 저의 일부가 됩니다. 그리하여 저의 갈 곳 없는 연정은 나름대로 무사히 충족되는 셈이지요." 201쪽

  

  궁극의 연애와 궁극의 고독 - 나는 그뒤로 브루크너의 교향곡을 들을 때마다 시나가와 원숭이의 '인생'에 대해 생각에 잠기곤 한다. 작은 온천 마을의 허름한 료칸 다락방에서, 얇은 이불을 뒤집어쓰고 잠든 늙은 원숭이의 모습을 생각한다. 나란히 벽에 기대어 맥주를 마시면서 그와 함께 먹었던 감씨과자와 진미채를 생각한다. 214쪽



  12월이 됐고요. 저는 "11월이었다."로 시작하는 글을 쓰려다 못 쓰고 하루키에 대한 팬심만 남기고 갑니다. 요며칠 추워지니까 잠이 늘고 기운이 없더라고요. 이럴 때 보면 사람도 동물 맞는 거 같아요. 그러니 건강 잘 챙기시고요. 환기 좀 시키려고 창문을 다 열어놓고 이불 속에 숨어서 조금만 읽어야지, 하고 읽다가 너무 신났네요. 뭐야 유난 떨어서 읽어봤더니 별로잖아 하실 분도 있으실 테니까 "먼저 말해두고 싶은데," 저는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합니다.  


 *


  간소한 제본, 일련번호를 기입한 오백 부에 일일이 사인펜으로 또박또박 서명했다. 무라카미 하루키, 무라카미 하루키, 무라카미 하루키..... 하지만 예상대로 거의 아무도 상대해주지 않았다. 그런 것을 돈 내고 산다면 어지간히 별난 인간이다. 실제로 팔린 것은 삼백 부쯤 될까. 나머지는 친구들과 지인들에게 기념품 삼아 나누어주었다. 그것이 지금은 희귀한 컬렉터스 아이템이 되어, 놀랄 만큼 비싸게 거래되고 있다. 세상일 알 수 없다. 내 수중에는 두 부밖에 남아 있지 않다. 더 많이 남겨뒀으면 부자가 됐을 텐데. 135쪽, <야쿠르트 스왈로스 시집> 




십 년 동안, 나는 실로 방대한, 거의 첫문학적 횟수의 ‘지는 경기‘를 지켜봐왔다. 그렇다, 인생은 이기는 때보다 지는 때가 더 많다. 그리고 인생의 진정한 지혜는 ‘어떻게 상대를 이기는가‘가 아니라 오히려 ‘어떻게 잘 지는가‘ 하는 데서 나온다. 131쪽

어차피 나처럼 작은 어린애가 사인볼을 잡아낼 리 없다. 그러나 다음 순간, 문득 내려다보니 무릎 위에 볼이 놓여 있지 않은가. 우연히 내 무릎 위로 와서 떨어진 것이다. 마치 하늘의 계시라도 되듯이 툭, 하고.

"야, 잘됐다." 아버지가 내게 말했다. 반쯤 어이없는 듯, 반쯤 감탄한 듯. 그러고 보니 내가 서른 살에 소설가로 데뷔했을 때도 아버지는 거의 똑같은 말을 했다. 반쯤 어이없는 듯, 반쯤 감탄한 듯. 137쪽

나도 소설을 쓰면서 그 소년과 똑같은 기분을 맛볼 때가 종종 있다. 그래서 세상 사람들 하나하나에게 사과하고 싶어진다. "죄송합니다. 저기, 이거 흑맥주인데요"라고. 1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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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0-12-01 19: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하루키옹은 어디선가 했던 얘기 사골국처럼 우려내도 맛깔나가게 써요.
단어 문장속 표현들 속에 색과 소리를 입혀 놓은것 같아서 독자들이 진구 구장을 떠올리게 만들고 오징어 뜯으며 흑맥주를 마시고 싶게 만들고 보드카 김렛 홀짝이고 싶게 만드는 장인중에 장인 ㅎㅎ

하나님, 우리 하루키옹글 아껴읽어요. 야금야금 ^*^

하나 2020-12-01 19:53   좋아요 1 | URL
하루키도 영상처럼 이미지 불러오는 거 장인인 거 같아요. 허새로미라는 작가가 영어 문화권의 특징인 거 같다고 그랬는데 요즘 많이 생각나요. 도넛 반죽 가운데에 손가락을 넣어 구멍을 슈우우웅 내라는 식으로요. 저는 너무 묘사 많으면 읽기 힘들어하는 전형적인 한국어문화권 독잔데, 하루키가 딱 적절하게 잘하는 거 같아요. ^^ 저도 아까 읽다가 맥주 한 캔 딸까말까 고민했는데 일이 있어서 어렵게 참았고요. 저녁 먹으면서 한 캔 해야겠어요. 읽으면 맥주 마시고 싶게 만드는 문장 우주 1위는 하루키가 확실합니다. ㅋㅋㅋ 오늘 scott님 포스트 보구 앞부분 마저 읽었는데 되게 좋았어요. 선행학습한 느낌 ㅋㅋ 하루키랑 스트라우트랑 덕분에 풍성하게 읽었습니다! 🙊🙈

반유행열반인 2020-12-02 09: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하루키를 거의 읽은 바 없어서 왜 이렇게 인기가 좋을까 궁금해요. 그래서 하나님 글 올라왔다 우아!!! 하다가도 할 말 잃음.... 하루키 몰라....ㅋㅋㅋㅋ친구에게 신간 볼 거냐? 묻기도 했는데 ㅋㅋㅋ 혹시 무지렁이 저에게 이 소설이다! 싶은 대표작 하나 꼽으라면 권해주실 만한 게 있나요?ㅎㅎㅎ

하나 2020-12-02 12:07   좋아요 3 | URL
˝바람의 방향도 때가 되면 바뀔 거야.˝ 같은 문장을 좋아하는데요. 저는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랑 <1973년의 핀볼>이 같이 실린 판본으로 읽었는데 요즘은 쪼개놓은 것 같네요. 이십대 초반에 읽으면 가끔 저런 문장들이 툭툭 있어서 청춘 시절은 원래 누구나 다 힘들구나 이런 위로를 받는 게 있었어요.

단편집은 <빵가게 재습격>을 제일 좋아합니다. 빵가게 재습격은 신혼부부가 결혼한지 얼마 안되어서 두 사람이 어느 날 밤에 둘이 집에 먹을 건 없고 미칠듯한 허기가 밀려와서 새벽에 맥도날드를 터는 얘긴데요(심지어 빵가게 습격이 처음이 아님ㅋㅋ) 채워지지 않는 허기 같은 걸 되게 잘 표현한 거 같아요.

저는 스푸트니크의 연인(윤상 악몽 들으면서 읽어야됨 ㅋㅋㅋ), 해변의 카프카 같은 소설도 다 좋아하는데 하루키는 일종의 통과의례 같은 거여서 추천하기가 조심스럽네요. 열반인님 지금 보시면 이 새끼 모야... 뭘 또 사정해.. 이러실 수도 있어요. ㅋㅋㅋㅋㅋㅋ (하루키 놀리는 밈인데 이번 책 첫 소설부터 나와서 이제 본인도 즐기는구나 생각함 ㅋㅋㅋㅋㅋㅋ)

저는 고등학생 때 <상실의 시대> 읽었다가 이상한 어른이 되었고요. 어릴 때 우연히 접했다가 세뇌되어서 음 역시 그래도 하루키가 좋아, 이러는 건데 잘 성장한 어른이 읽으면 어떨지 궁금하긴 하네요. 그럼 오늘도 내일도 고생하십쇼!!

반유행열반인 2020-12-02 16:33   좋아요 3 | URL
아 뭐야 너무 정성스러운 댓글에 황송해서 절하고 진짜 이 중 한 권은 꼭 봐야겠다 다짐을 ㅋㅋㅋ저는 노르웨이 숲 읽고도 아 뭐야 순한 맛, 아 뭐야 미도리 존나 시러(그런 상큼이들은 내가 못 이겨) 무라카미 류가 더 야하니 그리로 방향 전환! 했네요. 그러니 사정사정사정해도 그러려니 할 것 같은 느낌적 느낌 ㅋㅋㅋㅋ 하나님 하루키랑 같은 하(?)씨라 많이도 읽으셨잖아 난 통과할 수 있을까 못할 거 같다...아무튼 하루키 같은 거라도 먼저 읽을까 ㅋㅋㅋ하고 있습니다. 다시 한 번 성심성의껏 답변 달아주셔서 넘나 감사드리고 참고하겠습니다. 저는 오늘 차로 43분 걸리는 출장지에 가서 (대중교통이 헬) 돌아올 때는 걸어서 43분만에 귀가했습니다 ㅋㅋㅋ내일 새벽 여섯시반에 걸어나가기로 다짐했습니다. (걸어가면 3킬로 차타면 5킬로 넘게 도는 이상한 루트...저 사는 동네가 산골이라 좀 그래요....)
건강하고 즐거운 하루 보내시길!!!!

하나 2020-12-02 18:57   좋아요 2 | URL
제가 하루키랑 같은 하씨였군요. ㅋㅋㅋㅋㅋㅋ 그렇지만 저는 무라카미 하루키랑 같은 무씨인 무라카미 류도 읽었습니다. 같은 무씨니까 류만 읽어도 되는 거 아닐까요? 하루키는 안 야해서 놀림 받는 거고요. 생각해보니까 미도리가 어리광 부리고 싶어하는 대사를 하루키가 쓰고있는 게 생각나서 엄청 웃기네요. 자기야, 난 스트로베리 케이크 같은 건 싫어한단 말이야! ㅋㅋㅋ 저는 류의 반항심이 좋았어요. 되게 세상에 화가 많이 나있을 때 읽어가지고 <69>에서 그런 거는 졸업하고 결혼도 하고 애도 낳고 나서 말해 - 라는 선생에게 ˝뭘 말하라는 말이야.˝에서 엄청 공감을 했던 게 기억나네요. <오 분 후의 세계>도 좋아해요. 아...내일도 고생이 많으시네요. 엄청 긴 하루가 되실텐데 아침부터 고생이시니 오늘 푹 주무세요! 잘 다녀오세요!

2020-12-02 19: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02 19: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02 19: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02 19: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02 21: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02 21: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scott 2020-12-02 19: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하나님에 하루키 팬 간증 인증 !

하나 2020-12-02 19:38   좋아요 2 | URL
scott님 공식인가요 ㅋㅋㅋㅋㅋ 기쁘네요. 저도 댓글 달면서 왜 하루키 얘기하는데 인생이 휘리릭 지나가.. 오반데.. 생각했고요 ㅋㅋㅋ 하루키에게 세뇌되어온 나날들입니다. 저 이제 기사단장 죽이기 읽을 거예요
 

















1.


그 여름이 끝나갈 무렵

뭉툭한 가지들에서 새잎이 돋아났어.

철이 아니었지, 그래,

하지만 나무들은 멈출 수 없었지. 그들은

전신주처럼 보였지만

신경 쓰지 않았어. 그리고 잎이 난 다음엔 

꽃이 폈어. 어떤 것들에겐 

철이 아닌 때가 없지.

나도 그렇게 되기를 꿈꾸고 있어.


- 메리 올리버, "허리케인" 중에서, 47쪽


"It was the wrong season, yes, / but they couldn't stop."

"For some things / there are no wrong seasons."

메리 올리버의 시집에는 이런 문장들이 있어서, "새 벽 세 시에 잠" 못들고 있고.



2.


많은 해답들을 가진 사람은

정보의 장에서

종종 발견되고

그곳에서 자비롭게도

자신의 심오한 발견들을 나누지.


한편 질문들만 갖고 있는 사람은,

스스로를 달래기 위해, 음악을 만들지.


- 메리 올리버, "많은 해답들을 가진 사람", 127쪽 


이런 시를 읽을 때는, "그리고 밥 딜런도"를 생각했어요. - 얼마나 더 걸어야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3.


그때 굴뚝새가 쥐똥나무에서 노래하기 시작했어.

굴뚝새는 열정에 흠뻑 젖어 있었고,

그 이유는 나도 몰라. 그렇지만 안 될 것도 없지.

난 당신이 무엇을 믿건 무엇을 믿지 않건

당신을 설득할 생각은 없어. 그건 당신 일이니까.

하지만 난 굴뚝새의 노래를 들으며 생각했지,

          이게 기도가 아니면 무엇일 수 있을까?

그래서 펜을 들고, 잠자코 그 노래를 들었지.


- 메리 올리버, "마침 거기 서 있다가" 중에서, 21쪽


요즘 많이 하는 생각이에요. "이게 기도가 아니면 무엇일 수 있을까?" 이 시집도 마찬가지고요.





"어서 곱게 갈려 더 활기찬 / 무언가의 일부로 돌아가고 싶은 돌의 조급한 / 갈망을 누가 헤아릴 수 있을까?"
69쪽, "이끼, 산들, 강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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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20-12-01 07: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편의 질문들 과 같은 비문 울림이 있네요 :-)
갈 수록 시가 읽기 함들지만
상쾌한 아침을 주네요
좋은 하루 되세요~

하나 2020-12-01 11:29   좋아요 1 | URL
그러네요. 초딩님 말씀처럼 메리 올리버의 시도 질문들이네요 :) 저도 갈수록 그런데, 오랜만에 버겁지 않게 읽었어요. 계속 상쾌한 하루 되시길 바랄게요!

scott 2020-12-01 19: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메리 올리버가 노벨문학상을 타길 바랬지만,,,[아! 궁극적으로 삶의 의미를 알아낼 수 있는 존재가 있을까? 그런데 왜 그걸 알아내려고 그 많은 시간을 쓰는 건지. 당신은 야단법석을 떨고, 우린 살지]

하나 2020-12-01 21:13   좋아요 1 | URL
그 시도 좋았어요. 메리 올리버 시집 어렵지 않은 말로 쓰여졌는데, 생각해보게 만드는 질문을 던져주는 시들인 거 같아요. 평안한 저녁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