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근황



  알라딘 놈들이 이렇게 귀여운 걸 만들어 가지고... 바쁜 와중에 잠시 돌아왔습니다. ㅋㅋㅋㅋㅋ 죽었나, 싶을 때 좀비처럼 돌아오는 살아있는 저의 밤입니다. 알라딘이 이번 달 굿즈로 주는 에어팟 프로 케이스가 두 개다? 이거는 책을 열 권 넘게 샀다는 뜻이거든요. 제가 또 굿즈 받으려고 책 산 건가? (사실 맞음) 너 그렇게 무책임한 어른인가? 이런 거 되게 싫어하잖아요. 


  그래서 시간을 쪼개서 읽어 봤고요. 할 일 많을 때 딴짓하면 되게 재밌는 거 아시죠? 요즘 책이 재미 없다? 이러면 시험을 하나 준비하세요... 제가 해봤는데 시험 준비할 때 읽는 책이 최고다... 지금은 시험을 준비하는 건 아니지만 암튼 뭔가 이것저것 분주한 와중에 쪼개 읽는 맛... 이게 바로 참된 독서의 즐거움이다. 이 말입니다. 



2. 처음의 마음















  요즘 뭔가 쓰고 있는데, 헤메는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답을 들려줄 거 같은 책을 골랐고요. 저는 서양 철학/ 서양 문학을 연구하는 일본 학자들에게 이상한 기대 같은 게 있어요. 그들에게는 높은 확률로 이상한 열의가 있거든요. 어떤 사상이나 작품이 좋아서 어쩔 줄 몰라하는 느낌. 그런 이상한 열렬함이 전염되는 기분이 좋아서, 이번에도 모르는 학자의 문학 개론서를 겁도 없이 골라 봤고요. 


  "독자에게 이토록 강렬한 흥미나 관심을 느끼게 할 수 있는 까닭은 작가가 해당 제재에 대해 본인 스스로 강한 흥미나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제재에 대해 강렬한 흥미나 관심을 느끼지 않고 일정한 거리를 두고 멀리서 평온히 관조할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묘사는 가능할 수 있을지언정 다른 사람을 꿈틀거리게 만드는 문학은 될 수 없을 것이다." 


- 구와바라 다케오, <문학이란 무엇인가>, 26쪽


  그럴 줄 알았는데, 역시 문학사니 뭐니 틀에 박힌 얘기 안하고요. 쓰는 사람이 재밌어야 읽는 사람의 마음도 움직일 수 있다, 이런 대답을 들려줬어요. 일본 서양 문학 연구자들에 대한 저의 이상한 선입견은 더욱 강화되었고요. 이 책은 <안나 카레리나>를 예로 들어서 설명하고 있으니까, 안나 카레리나 처돌이분들 꼭 읽으시고요. 안나 카레리나를 한 번쯤 읽고 싶었는데 손 대기 힘드셨던 분들도 읽으시면 좋을 거 같아요. 


  그리고 필독 소설로 고른 50권 목록도 좋아요. 이 목록에 자극 받아서 다음 책은 노발리스의 <푸른 꽃>을 읽기로 했습니다. 다른 사람이 되고 싶어서 미칠 것 같았던 2013년쯤에 사사키 아타루의 <이 치열한 무력을> 대신에 이 책을 만났으면 여기 나오는 50권 다 읽어버리겠다! 막 이랬을 거 같을 정도의 책이고요. 그래도 얼기설기 마음 내키는 대로(좋게 말하면 '감응'이 이끄는 대로) 읽다보니 얼추 보긴 했네요. 또 다른 부담을 드릴까봐서 목록을 따로 올리지는 않겠습니다.



3. 당신의 강렬한 흥미와 관심은 무엇인가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바닷마을 다이어리>를 봤어요. 봉준호 감독은 막내를 맡은 배우가 이 영화의 존재 이유라고 말했더라고요. 물론 그녀의 빛나는 소녀 시절이 담긴 장면들을 저도 되게 기분 좋게 봤는데요. 저는 첫째 언니 역을 맡은 아야세 하루카가 이 영화의 존재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는 <호타루의 빛>에 이은 아야세 하루카 나무 마루 2부작이기 때문인데요. 이쯤되면 마루성애자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녀가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한결 같고요. 강렬한 흥미와 관심을 관철시키는 게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바닷마을 다이어리>에서 낡고 오래된 집의 나무 마루를 지키는 첫째 언니 역으로 아야세 하루카를 캐스팅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안목에도 감탄했고요. 근데 호타루의 빛이라는 드라마가 11부 내내 어느 낡은 가옥의 나무 마루에 대한, 그 마루가 주는 편안함에 대한 고백이니까 당연한 거 아닐까요? 일본에서 누가 나무 마루에 대한 사랑을 호타루보다 더 잘 표현할 수 있겠어요?  



  사방 1미터 이내에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다 있는, 그런 마루에 대한 환상. 낡고 늘어난 츄리닝(트레이닝복 안됨) 바람으로 맥주를 홀짝거려도 누가 뭐라 그럴 사람 하나 없는 그런 곳에 대한 그리움. (물론 같이 사는 애가 가끔 잔소리는 조금 함) 저는 이 드라마 진짜 좋아했어요. 호타루도 진짜 좋아했고요. 


  이런 낡은 마루가 하나쯤 있는 사람의 마음은 좀 여유로워지고 그러기 마련이거든요. 그래서 뭐 너 하나쯤 못 키우겠냐. 너 우리집 와서 살래? 이런 말을 툭툭 하는 사람이 되고요. 저도 저렇게 낡은 마루 같은 집에 살았던 적이 있고요. 저도 제 친구 따라 들어간 건데 그렇게 한 명씩 툭툭 입양해가지고, 나중에는 우리과 사람들 다 거기 살았었고요. 저의 취미는 입양이었네요. ㅋㅋㅋㅋㅋㅋ 그때 어떤 친구가 나중에 우리 얘기를 꼭 써달라고 했었는데, 아직 충분히 소화가 되었는지는 모르겠어요. 그래도 언젠가는 우리가 거기서 얼마나 편했는지, 그리고 그 공간에 더 머무를 수 없게 되었을 때 얼마나 슬펐는지 한 번쯤 꼭 써보고 싶긴 하네요.


  다른 방향에서 보면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대안가족 2부작이라서, 그에게는 뭐가 없길래 '그래, 너 하나쯤 우리가 못 키우겠니', 이런 이야기가 자꾸 마음에 들어오는 걸까 생각해봤습니다. <호밀밭의 파수꾼>의 홀든이 아이들이 절벽에 떨어지지 않도록 붙들어주는 파수꾼이 되고 싶었던 것처럼, 사람은 자기한테 없는 걸 간절히 원한다는 게 저의 킹리적 갓심... 
















  *


  원래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읽은 거 자랑하러 왔는데, 오랜만에 와가지고 다른 얘기가 길어졌네요. 이 책 얘기는 다음에 다시 할게요. 그래도 이 부분은 말해야 돼. 책으로 엮이기 전에 칼럼으로 봤을 때부터 반했었어.

















  그런 사람들이 좋았다. 남들이 보기엔 저게 대체 뭘까 싶은 것에 즐겁게 몰두하는 사람들. 남에게 해를 끼치거나 정치적 싸움을 만들어내지도 않을, 대단한 명예나 부가 따라오는 것도 아니요, 텔레비전이나 휴대전화처럼 보편적인 삶의 방식을 바꿔놓을 영향력을 지닌 것도 아닌 그런 일에 열정을 바치는 사람들. 신호가 도달하는 데만 수백 년 걸릴 곳에 하염없이 전파를 흘려보내며 온 우주에 과연 '우리뿐인가'를 깊이 생각하는 무해한 사람들. 나는 그런 사람들을 동경한다. 그리고 그들이 동경하는 하늘을, 자연을, 우주를 함께 동경한다.


-  심채경,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13쪽


  저도 그런 사람들이 좋았어요. 남들이 보기엔 저게 대체 뭘까 싶은 것에 즐겁게 몰두하는 사람들. 대단한 명예나 부가 따라오는 것도 아닌 일에 강렬한 흥미와 관심을 놓지 않는 사람들. 그 얘기만 하면 눈이 반짝반짝거리는 그런 사람들이요. 그러니까, 저도 어떻게든 그 흥미와 관심을 놓치지 않아 볼게요. 여러분도 그런 시간들을 보내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딘가에 있을 우리의 나무 마루를 향해서 끊임없이 전파를 흘려보내며 신호를 주고 받을 수 있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신호가 도달하는 데만 수백년이 걸릴 지 몰라도, 끝내 닿지 않을 지 몰라도, 그래도요. 


  그래서 모두가 잠든 새벽에, 저도 조용히 알라딘의 우주에 신호를 보내 봅니다. 

  모두 안녕히 주무시고 있길! 



덧) <문학이란 무엇인가> 세계 근대소설 50선 목록 올려드려요. 

유부만두님이 원하시니깐! 내가 필요할 땐 나를 불러줘.. 무조건, 무조건 달려갈게요! 스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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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1-03-07 03:4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하나님도 굿즈때문에 책 많이 사셨겠네요. 시험때는 뉴스도 재미있고 만화책은 시리즈 다 읽고 싶었던 생각나네요. 마루는 없지만 주말엔 만화책 읽어야겠어요.
하나님 편안한 밤 되세요.^^

하나 2021-03-07 03:50   좋아요 6 | URL
그쵸그쵸 시험 때는 그것이 알고 싶다도 재밌죠. ㅋㅋㅋ 마루는 마음 속에 있는 거 아닐까요? 매일 날씨랑 세상 돌아가는 얘기 전해주시는 서니데이님이 알라딘에서 마루 역할 하시는 거죠. ^^ 저는 굿즈 한참 모으다가 약간 살림 늘리기 싫어가지고 참고 있었는데, 유령이 넘 귀여워서 알라딘놈의 굿즈에 졌지요... 모 ㅋㅋㅋ 저도 요즘 만화책 보고 싶어요... 서니데이님도 편안한 밤 되시고요!

2021-03-07 07: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3-07 12: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3-07 07: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3-07 12: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반유행열반인 2021-03-07 07:3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시험 준비하면서 다른 책 죽어라 읽는 사람 하나 더 보네요 ㅋㅋㅋ저는 시험 준비할 때는 책읽는 즐거움을 아직 몰라가지고 심즈랑 김성모 만화만 줄창 팼잖아요...(젊은 날은 젊음을 모르고...)
쓰고 계신 뭔가가 참 궁금하고 곧 볼 날을 기대합니다 ㅎㅎ안나카레니나는 꼭 읽고 싶은데 앞장 시도만 하다가 엉뚱하게도 채털리부인 읽고 있는 요즘입니다. (노서아랑 이기리스랑 너무 먼 거 아니니...)
나무 마루 있는 집에 다정한 이들과 살던 젊은이 시절에 관한 글도 언젠간 읽을 수 있겠죠? ㅋㅋㅋ좋은 하루 보내세요-

하나 2021-03-07 12:14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 저 약간 ˝객관적~ 이성적~˝이어서 감수성 없는 편인데, 시험 준비하면 너무 싫어서 감수성 넘치잖아요. 한국문학사에서 처용가 해제 읽다 울어버려 ㅋㅋㅋㅋㅋㅋㅋ 모든 문학은 빼앗긴 것에 대한 노래라고 그랬나,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노래라 그랬나... 그러니까 뭐 책 한 줄 한 줄이 난리나지. 그렇게 쪼개는 맛으로 읽었던 게 신형철님의 평론집이었고요 (시험 볼 때 그렇게 다른 책이 재밌으니 공부가 잘 될 리가... 222 네요.. ㅋㅋㅋㅋㅋ) 저 학교 다닐 때 현대 소설 수업이 별로였는데요.. 채털리 부인 영화 보여줄 때가 제일 좋았어요. 그때부터 나 새끼 마음만은 정열 가득했다... 안나 카레리나는 주제는 같지만 매우 잘 쓴 소설이고요. 톨스토이도 뭔가 알아요. 열반인님처럼 세상에 대한 이해가 있음... (내 언어에는 세계가 빠져 있다... ㅠ 그래도 없는 채로 써 볼게요) 열반인님도 오늘은 아프지 않고, 좋은 일 가득가득한 하루 되시길!

2021-03-07 12: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3-07 12: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막시무스 2021-03-07 08: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영화에 나오는 저런 분위기의 마루에서 저런 복장으로 약간의 햇살 받으며 즐겁게 낮잠때리고 싶네요!ㅎ

열공 응원합니다! 즐건 휴일되십시요!ㅎ

하나 2021-03-07 12:17   좋아요 1 | URL
낮잠 때리다가 책 읽다가 또 한숨 더 잤다가 맥주 한 잔 탁 마셨다가 그럼 되게 좋을 거 같죠? ㅋㅋㅋㅋㅋ 소화제 탐방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다음 편도 기다립니다. 즐거운 휴일 보내세요!

미미 2021-03-07 08: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마루에 누워있는 사진 너무 좋네요. 일단 햇살도 따뜻해서 보기만해도 제대로 휴식하는 느낌들어요. 어릴때 생각도 나구요.ㅋㅋㅋㅋ

하나 2021-03-07 12:25   좋아요 3 | URL
그쵸... 저도 오래 전부터 휴식의 끝판왕이라고 생각해 왔어요. ㅋㅋㅋㅋㅋ 인생 별 거 있나요. 오늘의 미미님도 책 읽으시면서 어딘가의 마루에서 평안을 찾으실 수 있기를 바랄게요. 저 저런 마루에 살아본 적도 없는데 이상하게 그리워요. 미미님의 어릴 때 마루 이야기도 언젠가 들려주세요!

유부만두 2021-03-07 09:3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자가 꼽은 근대소설 50선이 궁금하네요.

하나 2021-03-07 12:29   좋아요 3 | URL
제가 필요할 땐 저를 불러주세요. 무조건 달려갈게요... (스완한테 배움)(만두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읽으시니까 저도 재도전해야 할 거 같아서 초조함)

유부만두 2021-03-07 17:36   좋아요 1 | URL
친절하신 하나님, 감사합니다. 저의 열쩡으로 저 쉰 권을 찬찬히 찾아보겠습니다.

scott 2021-03-07 10:4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아! 첫 시작은 짠돌이 알라딘의 굿즈로 시작해서


마루 바닥에 붙어있는 걸 좋아하는 매미형 人間 (나의 모습임ㅋㅋ)
마무리는 별사랑으로~*

하나님 마루가 없다면 돗자리, 대나무 돗자리를 깔아주면 됩니다..
짠돌이 알라딘은 양탄자 서비스에 돈쓰지 말고

플친님들에 멋진 페이퍼 인덱스 할수 있는 기능을 만들어롸!!

하나님 3월은 아직 마루 사랑하기에는 허리에 무리를 주는 날씨이니
오늘은 특별히 제작한 요기에 서
독서를 ~*
∩――――∩
|| ∧ ヘ  ||
||(* ´ ー`)
|ノ^⌒⌒づ` ̄\
( ノGOOD
DAY~  ⌒ ヽ \
\  || ̄ ̄ ̄ ̄ ̄||
  \,ノ||―――――||

하나 2021-03-07 12:51   좋아요 4 | URL
아... 알라딘 댓글도 날려버려... 그치만 덕분에 이웃분들이 모여 계시니까 심한 말은 참는다. 다시 써봅니다. ㅠㅠ 저도 올여름엔 바나나 러그나 대나무 돗자리 꼭 장만할 거예요! 작년에는 너무 미니멀리스트 되고 싶어해가지고 동생한테 충고당함(미니멀리스트는 있는 걸 버리고 새 걸 사는 게 아니다...) ㅋㅋㅋㅋㅋ 침대에서 책 읽는 귀여운 피카츄도 감사해요. 오늘도 어디서든 책과 함께 평안하시길 바랄게요!

유부만두 2021-03-07 17: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만약 하나님의 닉네임이 일본어라면 꽃(하나)인가요? 궁금하네요.

2021-03-11 00: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mini74 2021-03-07 22: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바닷마을 다이어리 ㅎㅎ 호타루. 저도 정말 좋아해요. *^^* 가끔은 주객전도. 사은품때문에 주섬주섬 책을 담기도 하지요 ㅎㅎ

하나 2021-03-07 23:15   좋아요 1 | URL
두 작품 다 보고나면 마음 속이 시원해지는 느낌이 들어요 ^^ 마마마와는 다른 매력! ㅋㅋㅋ 그러니까요. 덕분에 좋은 책 발견했으니까 해피엔딩!(인 걸로 해주세요 ㅋㅋㅋ)

AgalmA 2021-03-14 17: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일본 서양 철학 연구가들에게 호감이 가더라고요ㅎ 본문에서 언급하신 사사키 아타루도 그렇고, <자크 데리다를 읽는 시간>을 쓴 나카마사 마사키도 좋았고, <존재론적, 우편적> 쓴 아즈마 히로키, <레비나스와 사랑의 현상학> 쓴 우치다 타츠루 글도 좋았거든요ㅎ

아무래도 마루보다 한 뼘 떨어진 별장 같은 평상을 더 좋아하는데요. 나무 냄새 킁킁하며 산들바람 맞고 볕 쬐는 산림욕 분위기가 가장 매력이라고 해야겠죠^^

굿즈는ㅋㅋ 잘 하셨어요ㅠㅋㅠ! 눙물이....

하나 2021-03-14 16:39   좋아요 2 | URL
아앗.. 아갈마님이다! 반려식물들과 함께 슬금슬금 다가오는 봄 잘 맞이하고 계신가요? 아보카도는 이제 꽤 컸을 거 같아요. 저는 겨울에 싹난 고구마들을 컵에 키워봤는데 걔들이 아주 무럭무럭 자랐어요. 그거 보고 제 동생이 언니 엄마 딸 맞네.. 라고 놀려서 아, 드디어 식물 덕질의 시기가 저에게도 왔구나, 하고 있어요. 조금 따듯해지니까 화분들이 기운 차리는 거 같아서 좋네요. ^^

근데 진짜 일본 서양 철학 연구가들 뭘까요. 그 이상한 열정맨들이 저도 언제나 궁금합니다. (나카마사 마사키, 아즈마 히로키 메모합니당!)

저도 산림욕 좋아해요! 저희 본가 근처에 산림욕장이 있는데, 여름에 거기서 나무들이랑 며칠 지내다 오면 여름을 견딜 기운도 나고 그러는 거 같아요!

굿즈는... 알라딘 복귀 반년 넘으니까 어느새 다시... ㅋㅋㅋㅋㅋㅋ 저 원래 락앤락 봉다리에 만년필 덜렁덜렁 들구 다녀서 필통 사주고 싶어하는 사람 오조오억명 만드는 타입인데..

han22598 2021-04-14 12: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하나님..언제 돌아오시나요? 오매불망..불멍중🥺

초딩 2021-04-14 13: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하나님 언제 오세요 ㅜㅜ
 

















1.


아무도 아닌 자야.


......


내 너를 동료들 중에서


제일 나중에 잡아먹으마.


이게 바로 네게 주는 선물이다.


<오디세이아>


- 김중혁, <내일은 초인간>, 7



2.


  어제는 "아무도 아닌 자야.", 이렇게 시작하는 김중혁의 소설을 다시 읽었는데요. 다 읽고 나니까 <오뒷세이아>도 읽고 싶어져서 저 대목이 나오는 "퀴클롭스 이야기"만 다시 읽었어요. 오뒷세우스는 원래 되게 자신만만한 사람이에요. 누가 묻기도 전에 "나는 라에르테스의 아들 오뒷세우스올시다! 나는 온갖 지략으로 사람들에게 존경받았고 내 명성은 이미 하늘에 닿았소." 이렇게 자기 이름과 내력을 줄줄 읊는 사람이거든요. 


  하지만 오뒷세우스의 이름과 내력이 통하는 건 어디까지나 "회의장과 법규"가 있는 세계에서의 일이고요. 퀴클롭스들의 나라에는 "회의장과 법규"가 없으므로, 제우스의 손님인 나그네에게 선물을 내어달라는 오뒷세우스의 청을 퀴클롭스가 들어줄 리가 없고요. 그는 오뒷세우스 동료 둘을 장난감처럼 집어서 우적우적 먹어버리는 것으로 화답합니다.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나서야 오뒷세우스는 자기 이름과 내력을 내려놓습니다. 잘난 척을 좀 하긴 하지만, 지략이 뛰어난 사내이긴 했던 거죠.

 

  퀴클롭스가 너는 누구냐, 라고 물었을 때 오뒷세우스가 나는 아무도 아닌 자다, 라고 대답한 일은 의미심장한데요. 퀴클롭스에게 술을 대접해서 그가 취해 잠든 사이에 불에 달궈놓은 몽둥이로 눈을 찌르고 오뒷세우스 무리들이 도망칠 때, 퀴클롭스가 아무리 소리를 지르면서 자기 동료들에게 하소연을 해도 이렇게 밖에 안 되기 때문입니다. "아무도 아닌 자"가 나를 이렇게 만들었다. 힘이 아니라 꾀로 나를 죽이려는 자는 "아무도 아닌 자"다.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그의 동료들은 쟤가 뭐라는 거지, 하고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을 거고요. 


  오뒷세우스는 배로 도망쳐서 퀴클롭스 무리와 멀어지자마자 다시 잘난 척을 시작하는데요. "그대를 눈멀게 한 것은 이타케의 집에서 사는 / 라에르테스의 아들 도시의 파괴자 오뒷세우스라고 말하시오!"라고 퀴클롭스의 속을 뒤집어 놓습니다. 그러자 퀴클롭스는 일찍이 오뒷세우스라는 사내의 손에 시력을 잃을 거라는 예언이 있었다면서, 자기는 그래서 늘 큰 용맹으로 무장한, 키가 크고 준수한 사내가 오기를 기다렸다고 말해요. 그런데 지금 자기를 눈 멀게 한 자는 한 왜소하고 쓸모없고 허약한 자였다고요. 


3.


  그러니까 김중혁이 지략이 뛰어난 소설가라는 건 이런 지점입니다. 오뒷세우스의 이야기를 빌려서 "아무도 아닌 자야"라고 소설을 시작한다는 건 이런 뜻인 거죠. <내일은 초인간>은 "유니크크한 초능력자들" 얘기야. 근데 용맹으로 무장한, 덩치가 어마어마하게 큰 히어로들의 얘기가 아니야. 오히려 아무도 히어로라고 예상하지 못했을, 왜소하고 쓸모없고 허약한 자들의 재능에 관한 얘기지. "아무것도 아닌 자"들의 초능력. 무능력의 능력. 이 이야기 속의 히어로들이 자기 능력을 발견하는 과정은 좀 슬플 정도로 처절한데요. 동생 둘을 건사하느라고 생활이 자기를 하도 쫓아와서 거기서 도망치려다 우주에서 최고로 도망 잘 치는 사람이 되는, 뭐 그런 식이에요. 


  "너, 어벤져스였어? 크크크크크크크, 진짜 웃긴다. 너는 뭘 맡았는데? 넌 캡틴 아메리카야?"

  "나는 낫싱을 맡았지. 아무것도 아닌 사람. 사실 우린 전부 아무것도 아닌 사람을 맡고 있어. 초능력자들인데 무능력자들이고, 무능력자인데 초능력이 있어. 세상에는 자신들이 정말 중요한 사람인 줄 아는 무존재들이 많지만, 우린 그렇지 않아서, 우린 우리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잘 알아. 그래서 특별해졌어. 서로가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면서도 특별하게 생각해. 우린 어쩌면 조금씩 다 아픈 사람들이고, 아파서 서로를 이해해주는 사람들이고, 어딘가 모자란 사람들이야. 모자란 걸 아니까 채워주고 싶어서 함께 있어. 동물원에서 도태되는 그 아이들도 아마 그런 존재들일 거야." 


- 김중혁, <내일은 초인간 - 유니크크한 초능력자들>, 220쪽


4.


  김중혁 작가 덕분에 <오뒷세이아>에 대해 다시 생각해봤어요. 그 길고 긴 여행은 오뒷세우스가 이름과 내력을 잃고 "아무도 아닌 자"가 되었다가, 다시 자신의 이름과 내력을 되찾는 여정이었던 것 같고요. 그 사이에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고, 다만 어떻게든 살아남아 후일을 도모하면서 자기가 머무는 세계가 법 없는 곳에서 법 있는 곳으로 바뀌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고요. 내가 조만간 닿게 될 세계가 나를 환대해 줄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는 마음. 저는 이제서야 오뒷세우스가 마지막으로 도착한 곳에서 악사가 연주하는 노래가 된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왜 그렇게 울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고요. 


  다른 작가가 쓴 다른 이야기를 읽고 난 뒤에, 오래 전에 읽은 오뒷세우스의 이야기가 이해되기도 하는구나. 그래서 작가는 쓰는 사람이기 이전에 읽는 사람이구나, 뭐 그런 생각을 했어요. 그러니까, 오뒷세이아랑 내일은 초인간의 변신은 총 2단계에 걸친 변신인 거예요. 1단계 : 아무도 아닌 자 되기, 2단계 : 다시 나 자신이 되기. 


  오늘의 변신 연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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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1-02-17 07:1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변신연구가 하나님 ㅋㅋ오딧세이아 진짜 재밌긴 해요. 아무래도 나 대신 나보다 더 잘난 놈이 고통 받는 거 읽는 맛인 듯 ㅋㅋㅋ그런데 또 아예 죽어버리지 않고 극뽁하고 살아돌아오니 그거도 그거대로 재미나고 ㅋㅋㅋ페넬로페가 맘 변했으면 막 아가멤논 꼴이었을 건데 봐라, 숭고한 정절을, 하고 읽는 사람들 계도(?)시키는 것도 같고 ㅋㅋㅋ이름 잃고 찾는 이야기 보면 센과 치히로의 행방 불명도 생각나네요 ㅎㅎㅎ그런데 김중혁은 왜 이렇게 읽을 생각이 안 드는지...그놈의 망작 글쓰기 에세이가 원수 ㅋㅋ
여러 생각 잔뜩 떠오르게 하는 하나님 글 잘 읽었어요 ㅋㅋㅋㅋ

하나 2021-02-17 12:21   좋아요 3 | URL
역시 열반인님도 한방이 있으셔. ˝아무래도 나 대신 나보다 더 잘난 놈이 고통 받는 거 읽는 맛, 그런데 또 아예 죽어버리지 않고 극뽁하고 살아돌아오니 그거도 그거대로 재미나고˝

이번에 퀴클롭스 부분 봤는데 저 양반 말을 넘 함부로 하드만요... 옛날에 무한도전에서 말 한마디 잘못해서 말하는 대로 끌려다니던 거 생각나고.. 아니 기지를 발휘해서 퀴클롭스 속여넘겼으면 ˝아무도 아닌 자˝인 채로 집에 갈 것이지, 굳이 나 사실은 오뒷세우스지롱~ 해가지고... 니는 집에 못 간다... 집에 가도 졸라 개고생하다 죽을 지경 돼서 겨우 간다... 이런 저주를 받더라고요. ㅋㅋㅋ 잘 썼어... 일종의 성격적 결함을 표현했던 것도 같고 ㅋㅋ

페넬로페 입장에서는 남편이 전쟁 갔다가 20년째 안 돌아오고 구혼자들은 난리고... 그래서 그녀의 시점에서 쓴 책도 많다고 하더라고요.

저 센과 치히로 좋아하는데, 덕분에 쿨 타임 돌아왔네요... 다시 봐야지!

ㅋㅋㅋㅋㅋㅋ 김중혁 작가는 한국문단 최고의 긍정맨이라서요. 선 긋기부터 시작해, 그럼 뭐라도 시작된다. 이런 말만 해서 그래요... 근데 그 분이 십 년 전에 어느 강연에서 해준 말이 이 소설 읽다가 생각나더라고요. ˝마흔 넘으면 계급장 다 떼고 실력만으로 승부할 때가 온다...˝ 나름 일관성이 있는 긍정맨이었어...

반유행열반인 2021-02-17 14:25   좋아요 2 | URL
저도 편견을 걷어내고 김중혁 작가를 다시 영접해 보아야겠네요...잠시만...시간이 더 필요해 ㅋㅋㅋ 오디세우스 진짜 개깝치고 개고생 반복하면서도 깝치길 멈추지 않아서... 조금은 내 스타일... 신아 지옥 보낼라면 보내라 난 교회 안 나간다 이제 하는 어릴 때 내 마음이랑 비슷해서 ㅋㅋㅋㅋㅋㅋ(저는 안 나가지만 저 대신 열심히들 나가셔서 세계평화 코로나 타파 지구온난화 극복을 빌어주세요... ㅋㅋㅋ무임승차ㅋㅋㅋ)

하나 2021-02-17 14:36   좋아요 2 | URL
기분이 아주 좋으신 날 소설쪽을 읽으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ㅋㅋㅋㅋ 저는 당신의 그림자는 월요일, 나는 농담이다 좋았어요. 저는 상태 안 좋을 때는 그래.. 니는 그렇겠지.. 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런 기분이다가 조금 상태 나아지면 그래도 희망을 말하는 건 김중혁뿌니야... 재밌게 살고 싶어 나도... 소설 쓰면 재밌게 살 수 있댔어. 이런 심정을 오가고요.

저도 오뒷세우스 개깝치고 개고생 반복하면서도... 배타고 도망가면서도 깐죽거려야 직성이 풀리는 저 마음 너무 남일이 아니라서.. 흙흙 이렇게 살면 방황 20년 확정이구나.. 했던 사람... 지옥 보낼람 보내라.. 지만 주님 일단 코로나 좀 어떻게 해주세요. 무임승차 22

미미 2021-02-17 07: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김중혁씨 영화 이야기 할때도 듣다보면 깜짝깜짝 놀라요.게다가 다시 읽으셨다니 저 소설 찜해두었었는데 더궁금하네요! 오딧세이아도~^^♡

하나 2021-02-17 12:24   좋아요 2 | URL
그쵸! 저도요. 약간 사람이 가벼워보이는데 그러다가도 핵심을 짚는 게 있어요. 저는 작년 여름에 저 소설 첨에 나왔을 때 읽었는데, 저 소설에 소리가 너무 잘 들려서 고민인 히어로가 나오거든요. 그 자의 입을 빌려서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있는 헤드폰은 기본이 최소 두 개˝라는 걸 김중혁 작가가 가르쳐줬는데요. 그동안 책에서 배운 그 어떤 지혜보다도 제 삶에 큰 도움이 되었어요 ㅋㅋㅋ ^^

scott 2021-02-17 10: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김중혁 팟캐 팬인데 ㅋㅋ가식적이지 않고 솔직해서 좋음 ㅋㅋㅋ 하나님에 다음편 변신 연구도 궁금함 ^ㅎ^

하나 2021-02-17 12:29   좋아요 1 | URL
정말 좋은 뜻으로도 나쁜 뜻으로도 애 같죠. ㅋㅋㅋ 계속 한결 같고요. 김연수 작가가 분석한 바로는 아주 먼 조상 때부터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유전자가 있었을 것만 같은 그런 사람이래요. 저 요즘 스터디 카페에 앉아서 변신에 대해 다섯 시간쯤 생각하다 집에 와서는 그 생각 끝에 떠오른 책들을 읽고 있는데요. ㅋㅋㅋ 궁금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생각해보면 변신 아닌 게 없더라고요. (^.^)/ 질릴 때까지 읽겠습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보내세영~
 


  내일은 음력 설이네요. 저는 원래 음력 설부터 새해로 치거든요. 겨울에 맥을 못 추는 타입이니까 너무 추울 때는 대충 살고 음력 새해부터 열심히 살자, 이런 이상한 논리로 버텨온... 38년. 아아아아아 좋았던 날도 이제 끝이네요. 전기요 안녕. 후리스 안녕. 이불 안녕. 저는 연휴가 끝나면 스터디 카페에 다닐 건데요. 이게 다 사연이 있어요. 이게 다 알라딘 때문이야... 


  제가 연초에 본가에 갔다가 엄마랑 싸우기 직전에 긴급하게 도망쳤다는 얘기를 페이퍼로 썼는데요. 알라딘놈들이 눈치도 없이 그걸 메일로 뿌려버린 것이 아니겠어요? 그래서 제 친구가 오랜만에 전화해서... (하고 싶었던 말 : 너 38살 됐는데 아직도 엄마랑 싸우는구나?) 하고 싶은 말을 교-양으로 꾹 참으면서 하나 요즘 책 열심히 읽더라? 근데 우리 부장님 시로 등단하셨어... 그 왜 되게 싫은 사람 있자나... 내가 싫어하는 사람은 다 잘 되는 거 같아서 새해부터는 너를 싫어하기로 했어...


  친구도 몇 없는데 ㅠㅠ 저의 시급한 성공을 위해 제가 완전 소중 H한테 미움을 받아야겠어요? 안 그래도 같이 잘 놀던 그녀가 급발진해서 소개팅남과 3개월 안에 날짜를 잡더니 2년도 지나지 않아 4인 가족이 되고 있는 이 시점에 알라딘이 엄마랑 싸운 거 소문내가지구 제가 토즈라도 안 다니면 안 될 거 같은 심정이 되었고요... 흙흙


  자 봐봐 알라딘 이런 얘기를 뿌려. 알았지? 

  (주제 : 음력 새해부터 개과천선해서 조금은 어른스럽고 착해진 나)


  사실 저희 엄마는 좀 에미넴인데요. 니가 흑인이든 뭐든 니가 나한테 친절하면 나는 너한테 친절해, 고요. 뭐 백수라고 봐주는 법이 없어요. 너의 처지에 따른 심리와 요즘 느끼는 기분 따위는 중요치 않고 너는 나한테 언제나 항상 늘 친절해야 돼, 거든요. ㅋㅋㅋㅋㅋ 그래서 저는 엄마네 집 가면 내가 공주고 우리집에 오면 엄마가 공주다 협정을 맺었고요. 그래서 이번엔 엄마가 저희집에 오시기로 해가지구 어제 망원시장에 가서 엄마가 좋아하는 거 오조오억개 사구 떡국 끓일 준비를 사악 해놓고 엄마를 기다리고 있어요. 저랑 동생까지 3인 팟인데, 거리두기는 5인 미만이니까 한 명 자리 남았어. 놀러와요. 전통 보드게임부터 요즘 보드게임까지 오조오천개 할 거니까 올 때 잔돈 바꿔오기. (바람직해보이고 싶었으나 새해부터 노름 준비 중인 나)


  그래도 여기는 서점이니까, 



책 얘기 1. 사람을 먹은 이야기 - 모로호시 다이지로     
















  지금부터 하는 얘기는 나와 나 아닌 것, 나와 대상이 뒤바뀌는 얘기예요. 함부로 어떤 일을 하고 싶어하면 큰일나는 세계의 이야기입니다. 살아간다는 것은 뭔가를 죽여서 그것을 먹고 생명을 유지하는 일이라는 말도 생각나구요. 나와 나 아닌 것의 자리를 바꾸어 봤을 때 이렇게 무시무시하게 느껴지는 걸 보면 어떤 생명체가 살아가기 위한 행위들은 다른 대상에게는 폭력적인 일이 될 수 있구나, 뭐 이런 여러 생각이 드는 만화였어요.


  어떤 사람이 스테이크를 먹으러 레스토랑에 갔어요. 옆자리에서 스테이크를 먹으려던 손님이 눈 깜짝할 사이에 스테이크에게 먹히는 걸 봤어요. 결국 도망쳤죠. 도망치다가 옷가게에서 여우 목도리를 고르는 부인을 봤어요. 그랬더니 가게를 나온 건 부인을 목에 두른 여우 목도리였고요. 갑자기 어떤 사람이 동그랗게 말려 길거리에 내던져져요. 종이를 동그랗게 말아 창밖으로 던지려고 했다가 그렇게 됐대요. 


  일이 그 지경에 이르자 그는 도망치기 시작해요. 뭔가 어떤 행동이 하고 싶어지면 "나"와 "대상"이 바뀌니까 무서워서 버스도 탈 수 없고요. 내가 도로를 달리고 있는지 도로가 나를 달리고 있는지도 알 수 없게 돼요. 더욱 놀라운 건 공중 화장실에서 휴지가 손을 닦으며 나오는 걸 본 거고요. 휴지와 뒤바뀌었을 그 누군가의 운명을 생각하자 끔찍해져요. 혼란은 정점에 달했고 이제 더 이상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생각했을 때, 이 마을을 버리고 어디론가 멀리 갈 마음을 먹은.. 그 순간, 나를 버리고 어디론가 멀리 가버린 건 오히려 마을 쪽이었다는 걸 알게 돼요.




  그러니까 제가 떡국을 먹으려고 하면 떡국이 저를 먹는 거죠? 이런 무시무시한 일이 여러분한테도 일어날 수 있으니까 조심하시고요. 나 대신 나이가 떡국을 먹으려고 했으면 좋겠다. 그러면 떡국이 나 대신 나이를 먹어 줄텐데...    



책 얘기 2. 내일의 연인들 - 정영수





  지금부터 하려는 얘기는 나와 나 아닌 것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내가 아닌 사람, 타인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고요. 저는 정영수에게서 "판단정지"의 미학을 발견했어요. 소설 장르는 이상하게도 화자의 성숙이 중요한 장르예요. 뭔가 꼬여있거나 헝클어진 채로 소설을 쓰면 그게 고스란히 티가 나고요. 뭔가 소화가 되어 있으면 또 그게 티가 나요. 그래서 젊어서 할 수 있는 장르가 아닌가 보다, 생각한 적도 있는데요. 저는 정영수에게서 어떤 희망을 봤어요. 모르는 걸 아주 신중하게 모른다고 말하는 거예요. 


  지금은 나도 잘 모르지만 함부로 판단하지 않겠다는 자세. 그저 타인의 이야기를 신중하게 듣고, 타인의 이야기에서 나에게 일어날 일의 징후를 잠시 엿보는 것. 이게 이 소설집 앞쪽에 실린 <우리들>, <내일의 연인들>, <더 인간적인 말> 세 편에 담겨있는 공통된 화자의 자세고요. 신형철 평론가가 이 3부작을 우치다 다쓰루의 레비나스 철학으로 해설한 건 "타인"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 자세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다시는 말할 수 없는 사랑이란 말은 뭘까?" <우리들>, 37쪽

  "그런데 그 사람들은 어쩌다 헤어졌을까?" <내일의 연인들>, 72쪽

  "우리가 이모를 말릴 수 있을까?" <더 인간적인 말>, 91쪽


  세 편의 소설은 모두 한 가지 질문으로 끝나는데요. 소설의 끝에 왔는데도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않았으니까 끝내 질문이 남은 거고요. 이렇게 끝까지 판단을 유보하는 것. 혼외의 사랑을 기록하고 싶다는, 거부할 수 없는 사랑이었지만 헤어지지 않을 수도 없었다는, 예순한 해 쯤 열심히 살았으니 이제 내 맘 대로 스위스로 날아가서 생을 마감하겠다는, 타인에 대해 그 어떤 폭력적인 요약도 섣부른 판단도 하지 않는 것. 그 타인의 "어쩔 수 없음"에 대해, 뭐라고 해야할 지 모르겠으면 그냥 모르겠다고 쓰는 것. 


  "나도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는 몰라. 정훈이에게 느낀 고마움이나 애정과는 별개로 그냥 그 사람을 사랑하게 된 거야. 그건 거부할 수 있는 종류의 감정이 아니었어. 살다보면 결코 거부할 수 없는 것들이 찾아오곤 하니까. 내가 가진 모든 것들이 그 사람을 선택하는 방향으로만 움직이고 있었는데, 내가 달리 어쩔 수 있었겠어." <내일의 연인들>, 69쪽

    

  정영수의 작품에서 돋보이는 신중함의 미학은 거듭된 고쳐쓰기로 가능해진 것 같은데요. (반유행열반인님의 리뷰에 의하면 작품상을 받은 이후에도 소설집에 실리면서 고친 부분이 보이고, 고친 이후에 훨씬 좋아졌다고 합니다.) 작품집 뒤편에 실린 소설들은 아직 충분히 고치지 못했거나, 화자와 대상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서 특유의 "판단을 유보하는 자세"의 미덕이 충분히 발휘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정영수 소설가는 아직 소화가 덜 되어보이는 "나"와 너무 가까운 이야기를 할 때보다는, "타인"의 이야기를 신중하게 전할 때 작품이 탁월하게 좋아지는 것 같아요.


  *


  그러니까 제가 드리고 싶었던 말씀은 나와 나 아닌 것에 대한 얘기고요. 새해에는 저보다는 여러분의 이야기를 더 귀기울여서 듣고 싶어요. 그 이야기를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고요. 그러려면 그게 다 힘이 필요한 거니까 떡국 열심히 먹고 올게요. 여러분도 내일 꼭 끼니 잘 챙겨드시구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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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1-02-11 19: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떡국 파티 끼고 싶네...그러나 저는 이미 다른 파티 소속이라 이만....정영수 똑같은 거 읽고도 막 엄청 정리 잘 해 놓으셨네요. 상 주면 상금 받은 만큼 열심히 고치고 안 주면 대충 낸다? 싶기도 ㅋㅋㅋ 아, 어제 동생이 백만년(은 아니고 애기 두 살 때인가 오고 네 살 되서 다시 봄....)만에 멀리 이사간다고 자기 책들 챙기러 왔는데 기묘한 이야기 챙겨 갔어요. 저도 오래전에 봤던 것 같은데. 소설이 나를 쓰면 참 좋겠구나...편리하겠다 휴지가 나를 써도 뭐 나쁘지 않겠다 싶은 그믐 ㅋㅋㅋ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올해도 잘 부탁드립니다 꾸우벅-

하나 2021-02-12 01:46   좋아요 1 | URL
정영수 열반인님이 좋다 그래서 본 거죠. 신간 사다사다 살 게 없어가지고 김연수가 좋다길래 저번 달에 사놓기만 했는데, 덕분에 제철에 읽었습니다. 저도 우리들 좋았어요. 다 읽고 열반인님 리뷰 다시 읽으니 더 좋았고요.

동생분이 이사 가시기 전에 기묘한 이야기를 챙겨가셨구나. 멀리 가셔서도 쭉 잘 사셨음 좋겠다.
우리 열반인님은 내가 챙길 거니깐 걱정마시고~요! (텔레파시로 전달..)
모로호시 다이지로 그담엔 뭐 읽어야 재밌어요? 저 진귀한 이야기도 읽었는데 기묘한 이야기가 더 재밌었어요. 그리고 그쪽으로는 생각 못했는데, 나쁜 일만은 아니네요. 소설이 나를 쓸 수도 있고... 그래 새해부터는 소설이 스터디 카페 가자 ㅋㅋㅋ 그래도 휴지는 안됨 열반인님 소즁하니깐.

새해 복 넉넉하게 받으시고 저야말로 올해도 잘 부탁드립니다.
아무쪼록 다른 파티에서 평안한 시간 보내고 계시길. ^^

반유행열반인 2021-02-12 06:47   좋아요 1 | URL
모호로시 다이지로 저는 동생이 보는 거 조금씩 얻어만 본 거라 잘 몰라서 답변을 못 드리네요ㅠㅠㅋㅋ 저는 만화도 막 센 거 좋아했거든요. 김성모...라든가 사채꾼 우시지마, 검은 사기 같은 막장 인생이랑 ㅋㅋ인생 최애 만화는 기생수였다가 도로헤도로로 바뀜...막 썰고 붙이고 난리인 만화들 ㅋㅋ 스터디카페라니 진짜 심지가 굳다! 그런데 등단한 내 친구도 당선 전까지 그렇게 독서실 다니고 머리도 빡빡 깎고 수험생 모드였더라구요. 우리나라는 왜때문에 창작도 입시처럼인지 ㅋㅋㅋ 소설이 스터디 카페 잘 다녀오렴 하나님 열심히 써주렴 ㅎㅎ

하나 2021-02-12 10:08   좋아요 1 | URL
열반인님이 재밌게 보신 만화목록 감사합니다 ㅋㅋㅋ 하나씩 찾아보겠어요 😍 아 저도 정말 그러고 싶지 않았는데... 백수는 뭘 열심히 한다는 느낌적 느낌을 되게 경계해야 된다구요 ㅋㅋㅋㅋ (너무 성실한 운동 금지 - 하루치 보람 너무 쉽게 느껴버림) 동생이 이직 시즌이라 정신 차리면 둘이 자꾸 기타치고 노래 부르고 있어... 쟤는 왜 또 금방 배우냐. 일단 당분간 스터디카페로 도망갑니다! 😌 머리는 안 깎아여...

반유행열반인 2021-02-12 10:17   좋아요 1 | URL
동생이랑 기타치고 노래 부르고 너무 훈훈해서 부러움 ㅋㅋ우리 자매는 막 어려서도 물담아 얼린 물통으로 서로 머리 때리고 죽일 듯이 싸워서 지금은 자주 안 보고 데면데면 사는게 최선이거든요 ㅋㅋㅋ 막 진짜 자매는 멀리하고 사이버 자매 형제 찾고 앉았네 나새끼야.... ㅋㅋㅋ

하나 2021-02-12 10:24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 저희 자매는 9살 차이도 싸울 수 있다는 걸 보여준 대단한 자매구여... 제가 나이 많은 쪽이라 자괴감 들긴 했는데 동생이 애기때부터 논리왕이라 걔랑 싸우면서 말이 트였고요 ㅋㅋㅋㅋㅋㅋ (예) 다섯살 동생 : 내가 개새끼면 엄마도 개다. 지금 엄마 욕하는 거냐..)

ㅋㅋㅋㅋㅋ 저도 물론 거리가 필요해서 도망치는 거구요. 퇴근하고 밥 한끼 정도 먹으면서 약간의 연기가 가능할 때가 사이가 젤 좋았다.... 저도 제 동생 옆방에 두고 사이버 자매 열반인님 좋아한다고 고백하는 나날들을 보내고 있고요... ✨

반유행열반인 2021-02-12 10:31   좋아요 1 | URL
집에 11살여 4살남 둘도 서로 패면서 치열하게 싸우는데 9살 차이도 싸우는 군요 ㅋㅋㅋ싸우는 애들은 그냥 싸우게 되어 있구나 ㅋㅋㅋㅋㅋ어려서부터 당찬 둘님(하나님동생 ㅋㅋ)도 무척 궁금합니다 ㅋㅋㅋㅋㅋ

하나 2021-02-12 10:34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 열반인님네 어린이들 얘기 들을 때마다 나이 차이가 날수록 싸우는 이유는 새로 생겨남을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ㅋㅋㅋㅋㅋㅋ 제 동생 여전히 논리왕이라 저한테 입바른 말 하루에 열개씩 해서 너는 혼나야대... 철학과 대학원 가야대... 이러면서 놉니다... ㅋㅋㅋㅋ 제 동생도 열반인님 사랑함 😘 (이럴 때만 의견 일치)

scott 2021-02-11 21: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하나님 집에 가실때 들고 갈
2021년 f/w 신축년 福 주머니 요기 ㅋㅋ

\│ /
.*˝ ☆˝*. ..
( + 福 + )

맛있는 떡국 많이 드시고 가족 모두 행복한 설연휴 보내시길 바래요.

하나 2021-02-12 01:49   좋아요 2 | URL
아, 복주머니도 씨-즌이 있구나... 신상 복주머니 감사드리고요. 알라딘 마을의 수퍼 인싸 scott님도 새해 복 많이많이 받으셔가지고, 올해도 따듯한 마음 많이 나눠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행복한 연휴 보내세요!
(그나저나 그림 원천기술 몰까... 트리였다가 피카츄 닮은 소였다가 복주머니가 되네..)

잘잘라 2021-02-12 10: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ㅎㅎ 어머니 얘기 좋아요.
하나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하나 2021-02-12 10:28   좋아요 3 | URL
저도 멀리서 어머니 얘기 좋아요, 하고 싶네요. ㅋㅋㅋㅋㅋ 그럼 참 재밌는 분인데. 그 마음으로 오늘도 사랑해야지. 😎 잘잘라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 연휴 잘 보내시길 🙏

mini74 2021-02-13 01: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ㅎㅎ 혹시 민속놀이도 하시나요? 저희집은 보드게임보다 민속놀이를 주로하지요. 마지막엔 막 십원짜리와 백원짜리들이 막 허공을 가르며 누군가가 판을 뒤집고 누군가는 눈은 손보다 빠르다 등등 개드립을 치며 끝나조. 하나님의 명절 후 무사귀환을 바라며, 그리고 보드게임을 평정하사 주머니 묵직하시길 기원합니다 ㅎㅎ*^^*

하나 2021-02-13 01:38   좋아요 2 | URL
아 그 예쁜 걸로 싸우는 민속놀이요? 가족들 모였을 때 몇번 해봤는데 하다보면 막 승부욕 생기구, 저는 한번 가기 시작하면 못 먹어도 멈출 줄을 모르고, 십원짜리와 백원짜리들이 오가다 엄마 맘만 상하게 해드려가지구 올해는 다른 민속놀이를 해봤는데요.

제가 윷을 되게 못 던지더라고요... 그랬더니 동생이랑 엄마랑 되게 좋아했고요 ㅋㅋㅋㅋㅋ 아주 제 말은 판에 진출을 못하게 하더라고요. 그렇게 다 놀고 나서 엄마가 막 따신 돈에다 더 얹어서 오늘은 배부르니까 낼 니들끼리 통닭 사먹어라.... 이러시는데, 그동안 엄마가 왜 화내셨는지 한방에 이해했자나여... 저희집은 당분간 윷놀이 할 거 같아요. 제가 윷놀이 되게 못하는 재능이 있어서... 😇

미니님댁의 민속놀이도 즐거우셨겠지요? 오랜만에 오함마 가져와라.. 내가 빙다리 핫바지로 보이냐... 이런 개드립치면서 놀고 싶네요. 🌺 오늘도 행복한 연휴 보내세영~ 😎

바다그리기 2021-02-13 17: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떡국이 저 대신 제 나이를 먹어주는 건 상상 만으로도 즐겁구요,
판단정지의 미학이란 단어 정말 근사한데, 그 신중함의 미학이야말로 진짜 어른의 증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어른이 되어야겠다는 소망도 생기네요.
늘 뭔가 묵직한 깨달음을 주는 하나님의 독서감상 오늘도 참 좋아서 감사합니다.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더 잘 듣는 것도 귀한 일이지만, 그전에 하나님 자신의 마음에 더 많이 귀 기울이시고 하고싶은 일만 하면서 살 수 있는 행복한 한 해 보내셨으면 하고 바라봅니다.
겨울에 태어났지만 동면을 하면서 겨울은 스킵하고픈 마음으로 힘겹게
견디며 보내는 저는 겨울에 맥을 못추신다는 하나님과의 또 하나 공통점도 이렇게나 반갑네요^^

저한테만 건네주신 건 아니지만 다정한 새해 인사 감사합니다.
하나님도 새해 복 많이, 아주 많이
넘치게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하나 2021-02-13 17:24   좋아요 2 | URL
아앗 바다그리기님이다! 떡국한테 나이를 대신 먹이려던 저의 원대한 계획은 당연히 실패했고요.
대신 모처럼 평온한 새해 다음 날을 맞고 있습니다. 헤헤

잘 모르겠으면 판단을 정지하는게 당연할텐데 그게 잘 안 되죠. 모르면 불안하니까.
어떻게든 거칠게 포착해서 카테고리에 퐁당 넣어버려야 안심되니까 그런 건 아닐까 싶어가지구, 새해에는 불안을 잘 다스려보고 싶은데 그것도 너무 어른이 되어야 하는 일 같네요.

책이 좀 재미 없나? 아닌가? 싶어질 때 바다그리기님이 쭉쭉 읽어가시는 걸 보면
재미 타령 하지 말쟈. 걍 읽쟈. 결심하는 저입니다. ㅋㅋㅋ
그래도 언제나 너부터 생각해, 라고 말씀해주시는 바다그리기님의 응원이 저는 참 좋아요.
저도 바다그리기님께 그런 친구가 되겠어요. ˝모르겠고, 바다그리기님 위주로 가자!˝

겨울에 태어나셨으면 바다그리기님의 생일이 지나갔을 확률이 높은데...
북플에 생일자 표시해죠라 알라딘!
생일 축하했습니다. 어머님이 누구시길래 이렇게 따스운 분을 낳으셨을까?

이제 겨울도 끝이 보여요. 거의 다 스킵했으니까 조금 더 버텨보아요.
새해에는 바다그리기님께 봄날 같은 날만 가득가득 펼쳐지기를 바랄게요! ^^

바다그리기 2021-02-13 17: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늘 감동스런 댓글을 주셔서 뭉클한 게 습관이 되어버렸지만..
오늘은 엄마 얘기에 말 그대로 진짜 울음이 터져버렸네요.
제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했고 지금도 가장 사랑하는 엄마는 5년 전에 돌아가셨는데, 아직도 실감이 안나서 그냥 아주 먼 곳으로 여행중이시라고 생각하며 버티는 중이거든요.
저는 하나님이 생각 해주시는만큼 따스한 사람은 아니지만, 하나님의 말을 들으셨다면 이 세상에서 가장 착한 분이셨던 엄마께서 너무 흐뭇해하셨을 거 같아서..
슬펐지만 감사하고 따뜻한 마음에 운 거니까 혹시라도 미안해하진 않으시길요..
저보다 백만배는 따스한 마음을 지니신 하나님이 건네주신 생일 축하도 감사히 기쁘게 받을께요.
언제나 감사합니다~

하나 2021-02-13 17:48   좋아요 2 | URL
아앗 ㅠㅠ 명절 연휴에 아주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나신 어머님 기억을 제가 저도 모르게 숑, 꺼내와버렸네요. 힝... 그래도 감사함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어머님, 바다그리기님 같이 따스운 분을 낳아주셔가지고 제가 작년부터 큰 위로 받고 있네요. 막 약간 괜찮은 척하면서 글을 써도 그 속에 숨겨놓은 불안함 같은 거를 어루만져주셔가지고 제가 너무 고맙고 좀 울컥하고 그랬던 순간들이 있었답니다.

새해에는 제가 좀 더 자주 곁에 있을게요! 막 저도 저거 읽었는데 엄청 좋아하는데 이렇게 주접 떨고 싶은 마음 앞으로는 절대 참지 않겠습니당! 저야말로 언제나 감사합니다 (^.^)/

AgalmA 2021-03-14 17: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영수 소설가의 신중함의 미학 동의되는 말이예요. 그 조심스러움이 작품의 분위기와 거리를 만들어주니까요. 최은영 소설가도 꽤나 조심스러운 문체인데, 정영수 소설가의 스릴러적인 조심스러움과는 확 다르죠ㅎㅎ

어디선가 떡국~ 떡국~ 떡국새🐦가 울어주면 좋을 글이네요. 엄마들과 타협은 전쟁 같은 일.

하나 2021-03-14 16:54   좋아요 1 | URL
오 진짜요. 두 소설가 모두 신중한 태도로 소설을 쓰는데, 뭔가 분위기가 다르네요. 최은영 소설가는 따듯한 면모가 좀 더 드러나는 거 같고, 정영수쪽은 조금은 더 온도가 낮은 시선으로 판단을 유보하는 거 같아요. 저는 소설을 읽는 독자로서는 정영수 소설 화자쪽의 태도가 더 납득이 됐어요. 소설에서 보이는 최은영 소설가의 인간적인 성숙은 부럽다고 생각했지만.

ㅋㅋㅋㅋ 어차피 화해할 거란 걸 엄마도 제발 부디 생각하셨으면 좋겠어요. 어린이들의 세계 사드려야겠다...
 

  

  저는 마법소녀물을 좋아합니다. 어떤 면을 좋아하냐면, 일단 악에 맞서 싸우는 도구인 무기가 아주 귀엽고요. 그 귀여운 무기들에도 마법 소녀 각각의 서사와 개성이 담겨있어서 좋아합니다. 그리고, 평범한 소녀에서 마법 소녀로 변신하는 동안에는 절대 공격하지 않는 윤리의식을 굉장히 궁금해하고 좋아합니다. 시간의 상대성이라는 측면에서 아주 짧은 찰나의 변신을 극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라는 의견도 들어봤는데요. 저는 아름답고도 찬란한 "변신" 장면이 마법소녀물의 가장 큰 존재 이유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시간 동안만은 누구도 침범하지 않기로 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고, 그 어떤 악의 무리라고 할 지라도 변신하는 시간만큼은 공격하지 않고 기다려주는 것에 마법소녀물의 윤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말을 이렇게 진지하게 써서 죄송하고요 ㅋㅋㅋㅋㅋㅋ)


  그러니까 마법소녀물을 어떻게든 써먹고 싶어서, 레퍼런스 연구를 좀 했는데요. 한국 문학에서 마법소녀물이나 특촬물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사례 연구에 대한 페이퍼입니다.


1. 보건교사 안은영, 정세랑
















  정세랑 소설은 오래전에 <피프티 피플>을 읽은 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는데요. 사람이 어떤 선을 넘으면 다시 돌아오기 어렵다, 라는 대사라든지 뭔가 인간에 대한 사유가 보일랑 말랑하는데 50명이나 다뤄서 그런지 조금 진지해질만 하면 도망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거든요. 약간 너무 세상이 좋아하는 걸 다 때려넣은 것 같아서 조금 싫기도 했고요. 


  근데, 정세랑스러운 걸 잘하면 이게 또 되드만요. <보건교사 안은영> 재밌게 읽었고요. 읽고 나서 되게 통쾌했어요. 그래, 정세랑은 한국 문단에 꼭 있어야 된다, 다 죽을 거 같으니까 ㅋㅋㅋㅋㅋ (얘들아, 님과 집과 길 없음 언제까지 하냐. 그게 문학인 것도 같고, 심정도 이해하지만, 그거 일제시대 김소월부터 한 거다... 상상을 하자.) 그러니까 한국 문단에도 정세랑 같은 밑도 끝도 없는 밝음이 반드시 존재해야 된다, 이런 생각을 했고요. 


  세상의 더러움과 맞서 싸우느라고 오늘도 매우매우 피곤해서 보양식도 찾아다니면서 먹어야 되고, 각종 명승지도 찾아가서 좋은 기운도 받아와야 되고, 기운이 아주 맑고 좋은 한문 선생 손도 종종 잡아서 충전도 해야 되는, 우리 시대의 보건교사 안은영이 바로 정세랑이다, 이런 의견 많이 봤는데요. 제 생각에는 우리가 그 더러운 것들이랑 매일매일 싸워야 하는 보건교사 안은영이고요. 정세랑 소설이 그 기운 좋은 보양식이고, 명승지의 소원탑이고, 기운이 맑고 좋은 한문 선생이다, 이거예요. 그러니까 귀여움 말고는 별로 도움은 안 되는 무지개 장난감 칼을 슝슝 휘두르면서 세상과 맞서 싸우느라고 오늘도 힘드셨을 우리 독자분들 <보건교사 안은영>을 읽읍시다. 저는 넷플릭스 드라마도 볼 거예요. 


  그리고 정세랑도 소설에서 되게 웃기고 싶어하는 게 보이는데, 이 소설에선 되게 자제하다가 마지막에 딱 한 번 웃깁니다. 


  은영은 인표가 가상하지만 위험한 짓을 벌이기 전에 따라잡아서는, 자기도 모르게 힘을 가득 실어 무지개 칼로 인표의 뒤통수를 후려갈겼다.

  "그러니까 여자를 만나도 좀!"

  평소에 누군가의 뒤통수를 때리면 굉장히 경쾌한 소리가 나는 무지개 칼이지만, 역시 들리지 않았다. 그래도 인표는 은영이 전하고자 한 바를 용케 알아듣고 항변했다.

  "니가 안 만나 줬잖아!"  


- 정세랑, <보건교사 안은영>, 268쪽



2. 체인지킹의 후예, 이영훈
















  주인공이 서른두 살이에요. 암에 걸렸고 마흔 살인 여자를 사랑하게 되고요. 그 여자의 열세 살짜리 아들을 맡게 돼요. 요약하자면, 서른두 살 청년이 열세 살 소년의 아버지가 되는 일인데요. 저는 주인공이랑 동갑일 때 이 소설을 처음 읽었어요. 그때는 아, 전대물로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를 썼어. 장난 아니다, 이렇게만 생각했어요. 


  근데 제가 그 연상의 여인의 나이에 가까워져서 다시 읽으니까 이거 말이 안 되는 거죠. 서른 둘에? 그때도 나이만 먹었지 완전 애라고 생각하긴 했는데, 서른두 살에 열세 살짜리를 어떻게 키운다는 건지... 그게 어떤 결심인 건지, 그 불가능한 일을 도대체 왜 하려고 했던 건지, 왜 그 둘이 말도 한 마디 섞을 수 없었던 건지,가 막 이해 되는 거죠. 


  본인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을 독자가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요. 근데 이영훈 작가는 그 불가능한 일을 해내고요. 거기서 <체인지킹의 변신>이라는 조악한 특촬물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애가 미국에서 와서는 말도 안하고 밤마다 그것만 몰래몰래 보거든요. 그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서 특촬물 카페에 가입했다가 한 오타쿠 청년을 만나서 벌어지는 일들이고요. 가장 문학적으로 장르물을 활용한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문학적이라 조금 싫을 정도로요. ㅋㅋㅋㅋㅋㅋ


  "너 아버지 없지?" 이게 핵심 대사고요. 이렇게 아버지 없이 자란 서른두 살 청년 이영호와, 아버지 대신 자기를 키워준 할머니가 돌아가시자마자 집에 갇혀버린 이십대 청년 민과, 체인지킹의 변신에서 아버지의 흔적을 찾고 싶었던 열세 살 소년 샘이 같이 걸어가게 되는 얘기고요. 그 셋을 묶어주는게 변신왕 변신이라는 이상한 특촬물입니다. 그렇다고 바로 막 소년이 주인공을 아버지, 라고 불렀으면 저 같은 사람은 막 닭살 돋았을텐데 그냥 "영호"라고 부르는 게 깔끔했어요. 미국식으로다가.  


  "체인지킹에서는 묘한 소리가 나. 녹음이 잘못된 건지. 아니면 의도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대사가 나오고 난 다음에 미세하게 소리가 울려. 텅 빈 집에서 누군가 악기를 연주하는 것처럼 공기가 흔들려. 그 소리를 들으면 굉장히 편안하면서도 가슴 한구석이 허전해. 대사는 각각의 이야기마다 다 다르고, 대사가 다르면 울림도 조금씩 다르니까 그 소리를 들으려고 체인지킹을 돌려봤어. 자꾸 보다보니 알게 됐어. 체인지킹이 얼마나 슬픈 이야기인지."

  민. 아무래도 우린 체인지킹을 완전히 잘못 이해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샘이 말했다.

  "그래서 좋아하는 거야. 아버지의 음악이 나오는 쓸쓸한 이야기라서."


- 이영훈, <체인지킹의 후예>, 385-386쪽



  *


  오늘 공부 끝. 모두 안녕히, 푹, 충전이 완전히 될 때까지 주무세요!


  그 어둠 속에서 인표는 자기 눈도 예전과는 달라졌다는 걸 알아챘다. 왜냐하면 잠든 은영의 얼굴을 들여다볼 때, 약간 빛이 어려 있는 걸 깨달았던 것이다. 정말로 빛이 나는 건 아닐 텐데 잠든 은영의 손을 잡아주거나 가볍게 안아 주면 은은하게 발광했다. 인표는 그 사실을 은영에게 말하지 않았다. 그제 충전이 잘된 날, 완전히 차오른 은영의 얼굴을 바라보다 잠드는 게 좋았다. 그 빛나는 얼굴이 인표의 수면등이었다. 


- 보건교사 안은영, 27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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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1-02-09 06:3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 체인지 킹이 그런 내용입니까? 왜 다들 신분/속내를 감추는 옷과 이름을 입고 그러나요? 헷갈리게;;;
우리가 안은영이고 정세랑 (소설)이 좋은 기운이란 말쌈! 감사합니다! 그런데 드라마 조금 방향이 달라져서 저 정유미도 조금 하고 싶어요. (???)


안은영의, 아니 정세랑의 ‘덧니가 보고싶어’도 읽어주세요. 은근 하나님 거기 계시거든요.

하나 2021-02-09 12:03   좋아요 0 | URL
나 세계를 지키고 싶어...(안은영) / 나 그럼에도 아버지가 되어주고 싶어...(체인지킹) 이런 착한 마음 솔직하게 말하면 닭살 돋는 사람들이어서 그런 거 아닐까요? 돌려 말해야 돼. 야, 나 ˝변신˝한다? ㅋㅋㅋㅋㅋㅋ 변신, 그래도 두 번은 절대 말 안 할 거야...

정유미도 조금 하고 싶으시다는 만두님의 오늘의 깜찍함 좋아버려... 이경미 감독 손을 거치면서 정유미식 안은영은 ˝존나 피곤해....˝˝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주먹 꽉 쥐구 희번덕)˝ 이런 캐릭터 됐던데 더 매력터질 거 같아서 궁금해요.

덧니가 보고싶어, 지금 주문하러 갑니다! ㅋㅋㅋ 오늘도 깜찍한 하루 이미 시작하셨네요. 쭉!

반유행열반인 2021-02-09 06: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나 어제 이 페이퍼도 못 보고 일찍 푹 자고 방금 인났어요 ㅋㅋㅋ이 책 두 권 다 집에 있는데 한 권도 안 봤다 ㅋㅋㅋ(체인지킹은 엄마가 소설 배울 때 사두고 안은영은 직장에서 사줌 ㅋㅋㅋ) 난 세일러문 노래는 좋아했는데 불편하게 죄 짧은 치마 입히고 싸우는 장르는 안 좋아했어요. 마법소녀는 리나지 ㅋㅋㅋㅋ거렁뱅이 같이 망또 두르고 ㅋㅋㅋ

하나 2021-02-09 12:23   좋아요 2 | URL
월요일 밤이였으니까요. 저는 늦게 잤지만 그래도 열반인님이 완충하셨다니 기뻐요 ㅋㅋㅋ 아무리 생각해도 열반인님 어머님 <미나리>에 나오는 할머니 아닌 할머니가 될 분이시다. 우리 엄마도 쫌 그런데 열반인님 어무니는 체인지킹을 사시는구나.. ㅋㅋㅋㅋㅋ 마법소녀 리나 찾아봤는데 ˝드래곤도 피해갈 정도로 더러운 성질..˝ 맘에 들어버려... 저는 사실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 좋아해요. 마법소녀가 번아웃되면 마녀가 된다... 1편에서 주요동료 죽여버려... 꿈도 희망도 없는 마마마. 세일러문 노래는 지금 들어도 슬퍼여.. “미안해 솔직하지 못한 내가...지금 이 순간이 꿈이라면 살며시 너에게로 다가가 모든 걸 고백할텐데.”

han22598 2021-02-09 06: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사실 마법소녀물 같은거 안 좋아햇어요 ㅋ 그냥 너무 유치한 것 같아서...그런데 정세랑의 [보건교사 안은영]은 너무 재밌었어요. 크하. 나도 안은영처럼 막 액괴같은거 물리치고 싶다. 이러면서 ㅎㅎ 읽었어요. 근데 저는 그냥 재밌게 있었다가 리뷰 끝인데. 이렇게나 리뷰도 잘잘 풀어내시다니.....역시 저와는 다릅니다. 닮고싶다. ㅎ

하나 2021-02-09 12:10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그쵸 되게 귀엽게 쓴 거 같아요. 더러운 에너지를 귀여운 젤리로 표현해 가지구.. 읽고나면 막 씩씩하게 나도 그 더러운 애들 막 장난감 칼 같은 걸루 물리칠 수 있을 거 같고. ㅎㅎ 재밌는 소설인 거 같아요. 한님 덕분에 저는 어떤 주제 생각할 때마다 그래, 이걸 읽는 사람들은 이과적 상상력을 가지신 분들도 있어. 이 주제에 대해서만큼은 더 많이 생각하고 써야 돼. 이런 훈련이 되고 있는 걸요! 그러니 오늘도 멀리서 안녕한 하루 보내시고요 ^^

막시무스 2021-02-09 07: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마법소녀물의 윤리적 소명이 엄청 진지한것 같은데 아침부터 저는 빵터지고 말았네요!ㅎ 변신할 때 공격금지! 즐건 하루되십시요!ㅎ

하나 2021-02-09 12:12   좋아요 2 | URL
ㅋㅋㅋ 저는 약간 어린이일 때부터 비열했나봐요. 저 때가 기횐데, 왜 목을 따버리지 않을까.. 늘 궁금했어요. 저는 검도 시작할 때 각잡구 인사하는 것도 굉장히 좋아하는데, 싸울 때도 예를 갖춰서 싸우는 장르가 늘 궁금합니다. ㅋㅋㅋ 막시무스님 빵터지셨다니 오늘도 보람차네요.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

mini74 2021-02-09 16: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도 매번 그런 생각했어요. 왜 변신할땐 공격을 안하는거지? 상도의인가하면서요. 저는 안은영의 마술봉이 마술봉스럽지 않아서 좋았어요. 전 마도카보고 너무 놀라서 그 후론 마법소녀들의 운명에 대해 고민을 ㅎㅎㅎ 잠시 했었지요 ~

하나 2021-02-09 16:39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 상도의 너무 웃기네요. ㅋㅋㅋㅋㅋ 이거시 마법소녀의 상도다.... 그쵸 안은영 귀신 친구가 장난감 마술봉이라도 쓰라구 힌트 준 것도 귀여웠어요. 마도카 엄청난 은유 같다는 생각했어요. 사실 세계가 소녀들의 친절로 굴러가고 있다는... 근데 모두들 너무 일찍 지치게 만든다는 고민을 ㅎㅎㅎ 반갑습니당 미니님 ^^

2021-02-09 18: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2-09 18: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2-09 18: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2-09 18: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2-09 18: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2-09 18: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scott 2021-03-05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법소년물을 사랑하시는 하나님
이달의 당선작 추카~ 추카~
3월 오늘 태어난 🐸개굴군 놓고 감 ^.~

하나 2021-03-06 00:45   좋아요 1 | URL
신기하게 이 포스팅 쓰고 선물을 많이 받았어요. 여러모로 기억에 남을 거 같고요. 스콧님도 축하드려요! 🐸
 














1. 아이



<아이>는 필요에 의해 만나 부족함을 채워가는 관계로 발전하는 두 여성의 이야기다. "돈 벌어올게"라며 현관문을 나서는 영채와, 아동학과 졸업반 학생으로서 자신의 전공을 살려 아이를 돌보는 영채는 사실 닮은 구석이 많은 인물이다.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지 못한 채 자라, 자신을 돌보지 못하고 살다가, 누군가를 돌봐야 하는 상황에 처한 여성들. 영화는 이들의 자립과 동행을 세련되진 않아도 따뜻하게 그린다. "너 내가 왜 술집 다니는지 안 궁금해?" "네. 저도 질문 받는 거 안 좋아하거든요." 아영과 영채가 나누는 대화처럼, 영화는 인물을 연민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이해하려 노력한다.


  윤여정 선생님이랑 봉준호 감독 인터뷰 있대서 이거는 무조건 재밌다, 이러고 산 이번 달 씨네 21. 난데없이 낯선 영화가 궁금해졌다. 신인 김현탁 감독의 첫 장편영화라는데 꼭 챙겨봐야지.




2. 미나리



윤여정 처음엔 영어로 읽었는데, 이야기가 너무 생생해서 진짜인 거 같았어요. 몇 페이지 읽다가 시나리오를 건네준 인아한테 전화를 걸었어요. "이거 감독 본인 얘기니?" 그렇다고 하더라고. "그럼 내가 할게." 그렇게 시작된 거예요. 

봉준호 바로 결정하셨구나. 읽자마자.

윤여정 난 뭐든지 바로 결정해요.

봉준호 상당히 빨리 결정하셨지만 후회는 없으셨을 것 같아요.

윤여정 왜 후회를 안 했겠어. 빨리 결정하고 후회도 빨리 한다우. 미국 가서 고생할 땐 후회했지 뭐.(웃음)


봉준호 굉장히 유니크하고 극단적인 캐릭터를 연기하셔도 특수분장이나 특별한 설정으로 접근을 안하시잖아요. 오히려 평소 같은 모습으로 나와선 "박카스 한병 드시겠어요?" 하면 5분, 10분 안에 너무도 쉽게 그 인물의 상황을 믿게 되거든요. 그게 굉장히 마법 같은 건데. 

윤여정 과찬의 말이에요. 어떻게 하는 건지 정 알고 싶으면 한번 캐스팅해줘봐. 내가 현장에서 보여줄게. (웃음)

윤여정 근데 그건 나의 장점이자 약점일 거예요. 동료배우들 보면 설정이란 걸 꼭 하잖아요. 어렸을 때도 그런 게 싫었어. 왜 저런 걸 하지? 그냥 하지. 대본에 인물에 관한 게 다 쓰여 있으니 그 대사를 하면서 그 인물을 표현하면 될 걸 왜 뭘 붙이고 그럴까. 저건 하지 말자 그랬던 게 첫 번째인데. 그래서 뭘 하더라도 대단한 각광은 못 받았죠. 사람들은 저 여자는 연기를 성의 없이 한다고 하는 거죠. 그런데 나도 성의 없이 하는 게 아니거든. 나도 열심히 진짜 마르고 닳도록 대본 외워서 연기해요. 단지 악을 쓰고 하면서 보여주는 건 별로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언제부턴가 다큐멘터리를 많이 봤어요. 철이 든 배우가 된 다음부터. 정말 인생을 깊이 사시는 할머니들이 이야기하는 거 보면 담담해요. 다 지나간 얘기라서 남의 얘기 하듯이 해요. 


봉준호 선생님은 반세기가 지났음에도 여전히 가장 진취적이세요. '나는 진취적이야' 하면서 깃발 들고 흔드는 게 아니라 느긋하게 자연스럽게 진취적이세요. 그건 의식하거나 노력하는 게 아니라 선생님의 근본적인 캐릭터 같아요. 그런 선생님만의 아우라나 느낌이 <미나리>란 작품에서 최적의 스파크를 내지 않았나 싶어요.

<미나리>에서 선생님이 연기한 할머니는 이래야 된다는 속박에서부터 자유롭잖아요. 마운틴 듀 마시면서 프로레슬링 보고 후라이보이 곽규석 선생 보면서 낄낄거리고. 아이들이랑 냇가에 가서 놀아주고 거기에 또 미나리를 심고. 그 캐릭터의 자유로움이 선생님이 지난 50년간 보여준 자연스럽게 진취적인 느낌과 아주 자연스럽게 만나서 최상의 스파크를 일으켰다! 이런 생각이 드는데, 무슨 웅변대회 나온 것 같네요.(웃음)


  윤여정 선생님이 <미나리> 정이삭 감독한테 "널 만난 게 첫 번째 실수였고, 널 좋아하는 게 두 번째 실수라고." 하셨다는데 되게 궁금하네. 꼭 봐야지. 봉준호도 자기한테는 정이삭 감독 같은 인간에 대한 따듯한 시선 이런 거 없는 거 아나보다, 싶어서 웃겼다. 미나리 보러 가야지. 이번 달 씨네 21 재밌네요. "윤여정과 봉준호의 대화"에 꽤 많은 페이지를 할애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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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1-02-07 22: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수능 끝난 고삼처럼 읽은 영화 잡지 ㅋㅋㅋ하긴 나도 수능 끝나고 영화 죽어라 보고 시디에 다 구워놓고 그거 지고 다니다 거의 이십 년 만에 며칠 전에 다 버렸어요...그럴 거면 왜 구웠대 ㅋㅋㅋㅋ

하나 2021-02-07 22:43   좋아요 1 | URL
저에게 정지돈은 수능이다. ㅋㅋㅋㅋ 저 약간 넷플릭스 너무 심하게 봐가지고 영상 한 반년 동안 끊었었거든요. 회사도 바쁜데 밤새서 킹덤2 보다가 진짜 내 얼굴에 뭐가 나서 기절했어... 화면으로 좀비 같은 것도 옮는 건가 ㅋㅋㅋㅋㅋㅋㅋ (과로로 인한 대상포진) 아 열반인님 이번에 이사하시면서 싹 버리시는 거 하시는구나... 저도 작년에 맘 먹고 다 버렸는데 의외로 하나도 안 슬프고 막 새로 시작하는 거 같고 그랬어요.그럴 거면 왜 구웠대...ㅋㅋㅋ 지만 그럴 거여도 구워야 하는 게 린생인가봄...

유부만두 2021-02-08 09: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좋네요. 맞아요, 윤여정 배우는 힘 빼고 대사하는데 진짜 그 인물이 살아나는 거 같아요. 어느새 슥 들어와요.

미나리 영화 트레일러 보고 별별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뭐 했게요? 미나리 한 단 샀죠. 쪼금인데 어휴 사천오백원. 향이 좋아서 후횐 없어요.

하나 2021-02-08 11:26   좋아요 2 | URL
다 지나간 얘기라서 남의 얘기하듯, 담담하게 해요. 저도 그 부분 좋았구 그래서 윤여정 배우님 좋아요.

그리고 저는 만두님의 전개 방식도 너무 좋아요. 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뭐 했게요? 미나리 한 단 샀죠. 쪼금인데 어휴 사천오백원 ㅋㅋㅋㅋㅋㅋ 저도 오늘도 만두님처럼 깜찍하게 살아야지 하고 덕분에 다짐해 봅니다. 🙋‍♀️ 근데 저는 왜 갑자기 쑥갓이 먹고 싶죠? 맑은 국물 대구탕에 들어간 쑥갓 ㅋㅋㅋㅋ 미나리 -> 쑥갓 향채소 연상법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