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82
다자이 오사무 지음, 유숙자 옮김 / 민음사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뭔가를 지나치게 잘한 벌이다. 280쪽
마침내 그 자신도 의심하지 않았다. 286쪽

댓글(3)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cott 2021-09-27 22: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하나님 돌아오싐 ^ㅅ^

청아 2021-09-27 23: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에궁 오랜만이어요!!😆

scott 2021-12-25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나님 잘 지내고 계신가요?
유리병 속 편지 대신
루돌프와 산타 여기 놓고 가여!
🎄 ℳ𝒶𝓇𝓇𝓎 𝒞𝓇𝒾𝓈𝓉𝓂𝒶𝓈 🎅🏻
 ∩  ∩
 い_cノ  / ̄>O
`c/・ ・っ (ニニニ) 🎁
(〇 。) (・ᴗ・`)🎁🎁 🎁
O┳Oノ)=[ ̄てノ ̄ ̄ ̄]
◎┻し◎ ◎――――◎=3 =3=3=3=3=3=3=3=3=3=3
 


















  가벼워지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아무래도 내 글은 너무 무겁다. 하루키 데뷔작을 한장한장 뜯어서 글이 안 풀릴 때마다 한장씩 읽는다. 이렇게 보니까 힘의 안배를 굉장히 잘한 소설이다. 그리고 다시, 유희열을 읽는다. 가벼워지고 싶어서.


  많은 부분을 유희열에게 배웠다. 열일곱 살 무렵에 잠들지 않고 누군가의 라디오를 들으면 그렇게 된다. 대학에 가서는 유희열을 좋아하는 여자애를 잡아다가(!) 평생의 친구로 삼았다. 그애가 아주 오랜만에 놀러왔고, 나는 유희열의 새 책 얘기를 하고 싶었는데 그애는 자꾸만 들뢰즈 얘기를 했다. 우리 자매를 앉혀놓고 요즘 공부하는 들뢰즈의 개념들을 주욱주욱 설명하다가 "애벌레 자아" 얘기가 나왔을 때 나는 내가 아무리 예전에 들뢰즈 극성팬이었어도 이거는 선 넘었다 싶어서 아무 말 없이 방에 들어와서 잤다. 내 동생은 팔자에도 없는 들뢰즈 타령을 오절까지 듣고 다음 날 나한테 욕 카톡을 보냈다. "죽여 진짜. 니 친구는 니가 놀아줘."


  내 동생은 요즘 자꾸 나한테 니라고 부른다. 너 왜 자꾸 나한테 니라고 하냐. 이렇게 물으면 언니는 풀네임이고 니가 이름이라서 그렇게 부른단다. 내 동생은 요즘 자꾸 나한테 야라고 부르는데, 니가 이름이라며 왜 야라고 부르냐고 물어보면 또 이렇게 말한다. 생각해보니까 언니야가 풀네임인데 길어서 야라고 한다고. 


  그러다가도 벌레만 나오면 언니님 세상에서 제일 존경하는 언니님 벌레 좀 잡아주세요, 라고 한다. 나도 벌레를 무서워하지만 내 동생은 진짜 무서워하니까 벌벌 떨면서 내가 잡는데, 약간 존경이 더 필요하다고 갖은 유세를 떨면서 잡는다. 그럼 저번에 내가 요즘 쓰레기 같이 산다고 말해서 미안했어. 언니가 그렇게 살아도 큰 의미에서는 존경한다고 했던 말 취소해 좁은 의미로도 존경해. 지금 이 순간만큼은 세상에서 제일 존경해. 이렇게 존경 타령을 들으면서 힘내서 벌레를 잡는다. 


  아무리 미리 방역을 해도 여름엔 밖에서 들어오는 벌레가 가끔 있고, 내 동생이 야라고 하는 날들이 이어지는 걸 보니 벌레가 한번쯤 또 나와도 좋겠다고 가끔 생각한다. 벌레 공포증이 부모에 대한 분노라는데, 나도 이렇게 벌레가 싫은데 내 동생은 얼마나 벌레가 무서울까 생각하면 뭐 나쁘지 않은 일이다. 좀처럼 세우기 어려운 "가오"도 세울 수 있고.


  다시 유희열 얘기. 승희는 책 몇 장을 들춰보더니 유희열이 이제 너무 가볍게 느껴진다고 했다. 나도 책 처음에 받았을 땐 그랬다고 대답했다. 다 읽고 나니까 그게 유희열이라고 생각했다고도 말했다. 더 길게 쓸 이유가 없어서 그렇게 쓴 거라고. 그 책은 승희가 집에 갈 때 가져갔다. 책이 임자를 찾았다. 언젠가 들뢰즈의 개념들 사이에서 헤매다가 머리가 지끈거릴 때, 넘겨보고 싶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들뢰즈 정도의 자극이 필요할 정도면 논문이 졸라 안 풀린다는 뜻이니까 그녀의 공부에 좋은 일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나는 이제 승희가 가져다준 왕 크고 아름다운 왕가위 감독의 책을 읽어야겠다.


  막상 유희열 얘기는 못해서 다시 유희열 얘기를 한다. 나는 유희열이 잿빛 옷을 아래 위로 맞춰 입은 다음에 뜬금 없이 분홍색 스니커즈를 신은 사진이 되게 좋았다. 그것도 좋은 동네에 갈 때 힘준 거라는 게 귀여웠다. 50이 되어도 유희열은 유희열을 산다. 그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나이를 먹을 수록 느껴진다. 그러니까 이게 다 톤의 문제다. 어떤 톤으로 살아갈 것인가의 문제. 이번에도 또 배운다. 나는 여전히 유희열을 좋아하는 것 같다. 승희도 그랬으면 좋겠지만, 그건 승희 마음이니까 욕심내지 않는다. 


  오늘의 "밤을 걷는 밤" 끝.



  










댓글(27) 먼댓글(0) 좋아요(3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초딩 2021-05-29 00:5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다시 뵈니 참 반갑습니다 :-)
밤 밤 은 도돌이 되는 유희열 같군요.
그래서 또 좋은 밤 되세요~

하나 2021-05-30 00:57   좋아요 2 | URL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되돌이표처럼 다시 밤이 돌아왔네요
그래서 또 좋은 밤 되세요~

청아 2021-05-29 00:5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올만입니다! 토이~♡ 벌레 공포가 그런의미군여. 전 특정벌레만 무서운데요.ㅋㅋ 굿밤되세요!

하나 2021-05-30 00:58   좋아요 1 | URL
오랜만입니다! 저도 토이 좋아여. 동생이 벌레보면 기절해가지고(진짜로) 찾아봤어요 ㅋㅋ 저도 싫은데 억지로 강인해지는 나날입니다. 굿밤되세요!

scott 2021-05-29 01:0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하나님을 북플로 돌아오게 만든 희열 환영합니다 하나님 굿♡밤

하나 2021-05-30 00:59   좋아요 1 | URL
스콧님 오랜만입니다 기다려주시고 여러모로 응원해주심에 늘 감사드려요. 굿밤!

skysky5021 2021-05-29 01:1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재밌네.

하나 2021-05-30 00:59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 달지 마

페넬로페 2021-05-29 01:2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하나님, 반가워요~~
그리고 유희열, 좋아요^^

하나 2021-05-30 01:00   좋아요 2 | URL
페넬로페님 반가워요~~
저도 유희열 좋아하구요
재밌는 소설 많이 읽으시는 거 같아서 장바구니에 통통 담고 있어요! 고맙습니당!

반유행열반인 2021-05-29 07:1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하나니까 나야, 하고 다정하게 부르라 그래… 저는 유희열 분홍 스니커즈 얘기를 듣고 깔맞춤 했네(잇몸이랑..)했어요. 아 저 선 넘었죠… 빡치게 해서라도 돌아오려는 이 관종의 맘!ㅋㅋㅋ늘 건강하세요.

하나 2021-05-30 01:01   좋아요 1 | URL
저기 위에 재밌네, 이러는 거 보세요. 다정 1도 없는 애예요 ㅋㅋㅋ 휴전한지 얼마되지 않았읍니다...그것도 제가 늙어서 싸울 힘이 없어서 그래 니 말이 다 맞다! 니 똑똑하다! 로 넘어가는 거..

2021-05-30 01: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5-30 06: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5-30 07: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5-30 07: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coolcat329 2021-05-29 07:5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주말 아침 하나님 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동생분이 귀여우시네요. 부럽습니다.
저는 노래는 잘 모르지만 유희열 좋더라구요. ㅎ

근데 벌레공포가 부모에 대한 분노인건 첨 알았네요.
저는 바퀴벌레가 쥐보다 더 무섭고 싫어요 🤢

하나 2021-05-30 01:06   좋아요 1 | URL
쿨캣님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귀여운 맛에 델고 삽니다. ㅋㅋㅋ
저도 유희열 좋아해요.
존경 세번 발사해주시면 바퀴벌레 굉장히 머뭇거리면서 잡아드립니다. (생색 엄청냄 주의)

잘잘라 2021-05-29 10:0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유희열 좋아요. 하나님 동생 짱이예요! ㅋㅋ 유희열, 니, 야, 언니야, 벌레, 들뢰즈까지, 이 글로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크게 웃고 에너지 얻었습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하나 2021-05-30 01:07   좋아요 1 | URL
에너지 얻으셨다니 감사합니다. 저도 잘잘라님 유쾌한 글에 힘 얻을 때가 많아요. 좋은 책을 어떻게 그렇게 잘 찾으시는지. 저도 늘 감사합니다. 잘잘라님!!!

그레이스 2021-05-29 11: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헐 댓글삭제
죄송 ㅠ
유희열 좋아해요~

하나 2021-05-30 01:07   좋아요 1 | URL
북플놈들 때문이죠 모 ㅋㅋ 덕분에 댓글 두 번이나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유희열 좋아해요~ 안녕히 주무세요!

han22598 2021-05-29 13: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드뎌.. 돌아 오셨네요 ㅎㅎ 오랜만이에요 하나님 ^^ 건강하게 잘 지내셨어요?

하나 2021-05-30 01:08   좋아요 2 | URL
한님! 지난 번에 메시지 감사했습니다. 저는 본문에도 있지만 조금 무력하게 지내다가 기운을 차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날씨가 별로예요. 한님 계시는 곳 날씨는 어떨까요? 잘 지내고 계실까요?

2021-06-02 00: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mini74 2021-05-29 16: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유희열을 좋아하는 여자애를 어떻게 잡아오셨는지 궁금합니다 ㅎㅎ 하나님 반가워요. 글도 반갑고. 여전히 참 잘 쓰인 수필 한 편 읽는 기분 *^^*입니다 ~

하나 2021-05-30 01:10   좋아요 2 | URL
스무살 때 이상한 바람이 들어서 생전 관심없던 농활을 다 가서 제일 씩씩해보이는 애를 다짜고짜 업어왔습니다. ㅋㅋㅋㅋ 너 싸움 잘하는 법 알려줄까? 이러면서 머리 끄들고 단체 사진 찍었는데 그런 이상한 사진을 시작으로 18년째 잘 놀고 있어요.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좋은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