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71 | 7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본 풀잎에서 가을이 걸어나오고 있었다, 밤


1


너무 더운 여름이라 여름만 잔뜩 입에 올렸지 그리 많이 불러주지도 못했는데, 비와 바람을 앞세우고 알아서 척척 대구까지 찾아와 여름을 밀어낸 씩씩한 가을. 어린 가을의 이마를 만져주고 싶은 밤이다.

 

덜 자란 가을은 순하다. 해는 뜨겁지 않고, 가끔 뜨거워도 따갑지 않다. 나뭇잎들은 빛 먹은 녹색에서 물 먹은 녹색이 되고, 우듬지는 바람을 마시며 흔들흔들 제 몸 비울 궁리를 한다. 가을이 오면 사람들은 하늘이 자꾸 보고 싶어진다. 하늘을 보고 있으면 무엇이든 생각하고 싶어진다. 마음의 눈을 들어 나를, 너를, 우리를 톺아보고 싶어진다. 이게 다 가을이 하는 일이다. 아니, 가을이 시키는 일이다. 하늘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눈이 깊어지는 것이다.

 

책이 잔뜩 든 가방을 메고 버스 뒷자리에 앉아 덜컹거리는 마음이 나이테를 또 한줄 두르는 계절, 다정한 가을이 돌아오고 있다.

 

여름에게도 고생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올해는 유독 애썼다고, 오래 기억에 남을 거라고 도닥여주고 싶다. 수고했어. 부디 내년에는 올해처럼 무리하지 마.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너는 충분히 뜨겁고, 충분히 여름답고, 복숭아를 가져다주는 충분히 예쁜 계절이니까.

 


 

2


이틀 동안 김혼비의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 무라카미 하루키의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김연수의 언젠가, 아마도, 김영훈의 단어로 읽는 5분 한국사, 귄터 발라프의 버려진 노동, 나쓰메 소세키의 우미인초, 박선화의 남자에겐 보이지 않아, 최민석의 고민과 소설가, 가이 스탠딩의 기본소득, 함규진의 개와 늑대들의 정치학, 프랑수아 타부아요와 피에르앙리 타부아요의 꿀벌과 철학자를 읽었다. 앞의 네 권은 독서를 마쳤고, 나머지 아이들은 재미있게 읽고 있는 중이다.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를 만난 것은 올해를 기억할 만한 이유가 충분히 된다. 이런 글은 syo에게 지도와 나침반이 된다.



꾸준히 달리고, 세계를 돌아다니고, 영문학을 번역하고, 에세이를 쓰고, 자국에서 최고의 소설가로 인정받는 동시에 이 사람보다는 누구누구가 더 괜찮다, 하는 칭찬들 속에서 보다는앞자리에 자주 위치하는 소설가. 이것이 syo가 김연수와 무라카미 하루키 중 어느 한쪽을 생각할 때 다른 쪽도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이유인데. 물론 작품만 놓고 보면 한참 다른 두 사람이지만. 김연수의 가장 최근작과 하루키의 가장 오래된 작품은, 물론 장르도 다르지만, 왜 둘이 닮았다고 생각했을까 스스로 고개를 갸웃거리게 할만큼 다르고, 다르게 만족스러웠다.




 

우미인초는 아름답다. 소세키는 점점 세세하게 보고 세밀하게 그린다. 그의 눈과 붓이 가늘어질수록, 날카로운 아름다움이 피어오른다. 지나치게 고풍이고 가끔 까들거린다는 느낌도 들긴 하지만, 소세키는 지금 열심히 아름답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4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18-09-05 06: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축구 ‘읽고싶어요’ 체크 할랬는데 이미 되어있네요? ㅎㅎ (아무말)
우리집에는 아직 복숭아 있숑-

syo 2018-09-05 09:02   좋아요 1 | URL
우호여축은 그야말로 다락방님을 위한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아직이시라니.... (syo무룩)

stella.K 2018-09-05 14: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 저 1번 문장 정말 좋습니다. 요런 문장은 어디서 뽑는 겁니까?
스요님네는 문장 뽑는 기계가 있나 봅니다. 국수 뽑는 기계처럼.ㅋㅋ

저는 어제 기어코 복숭아를 먹고야 말았습니다.
앞으로 한번 정도는 더 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게 마지막일 것 같습니다.
올여름은 그야말로 살인적이라 수고했단 말 별로하고 싶지 않은데
역시 스요님은 감성이 남다르군요.^^

syo 2018-09-05 15:19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 국수 뽑는 것처럼 문장 뽑는 기계라는 표현이 더 맛깔납니다만.

어차피 가는 여름 욕하면서 뒷통수 후려쳐서 뭐하겠어요. 괜히 열받아서 내년에 더 뜨겁게 불타오르기나 하겠죠. 감성이라기보다는, 그저 옹야옹야 잘 토닥여 보내고 싶습니다 ㅎ

카알벨루치 2018-09-05 14: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을의 이마...우째 이런 표현을~에세이스트 하시라니깐 소설도 좋아요^^

syo 2018-09-05 15:20   좋아요 2 | URL
로맹 가리 읽으시는 분이 저런 잔재주에 칭찬하시면 안됩니다 ㅎㅎㅎㅎ

카알벨루치 2018-09-05 16:14   좋아요 1 | URL
로맹 가리가 뭐라고~로망 가리 읽어도 ‘가을의 이마’ 이런거 안 나옵니다 ‘다정한 가을’, ‘사람의 눈이 깊어지는’, ‘나이테 또 한 줄 두르는 계절’....etc 이게 다 시가 아니고 산문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입니까!!!!ㅋㅋㅋㅋㅋㅋ

syo 2018-09-05 16:32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
뭐지? 어떡해야 되지??
어쩔줄을 모르겠다 ㅋㅋㅋㅋㅋ

양철나무꾼 2018-09-05 17: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글, 너무 좋아서 여러번 되풀이해서 읽었습니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외우는 것보다 까먹는게 더 가까운데,
몇번만 더 읽으면 외울 자신 있습니다~ㅅ!^^

syo 2018-09-05 18:00   좋아요 1 | URL
안 됩니다.... 양철나무꾼님의 소중한 뇌세포를 이딴 데 사용하지 말아주세요....
 


우리는 서로가 되지 못한 나머지,

 

1

개는 자기가 개라는 것을, 자기와 너무도 다르게 생긴 다른 개가 저와 같은 개라는 것을, 아는 걸까? 알아서 저렇게 다정한 걸까? 아니면, 몰라서 저렇게 다정한 걸까? 내가 누군가에게, 혹은 나에게 다정하기 위해, 내가 인간이라는 것을, 나와 너무도 다른 저들도 역시 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알아야 하는 걸까, 몰라야 하는 걸까?

 

골든 리트리버 같은 큰 아이와 장모 치와와 같은 조그만 아이가 어울려 뒹구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귀여움폭탄으로 내 심장을 조진다는 점을 빼면 공통점이라고는 하나 없는 저 아이들이 같은 종족이라는 사실이 신비롭기가 그지없다. 하지만 그 신비함은 딱히 인간이라고 빗겨 나가진 않는 듯하다. 세상에는 100kg짜리 역기를 수월하게 드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한 달에 100권을 수월하게 읽는 사람도 있다. 심지어는 그 두 가지를 다 할 줄 아는 이도 놀랍지만 인간이고, 읽지도 않을 책을 사 놓고는 가끔 아령 대신 들었다 놨다 하며 아이구 무겁구나야 하는 이도 역시 같은 인간이다. 리트리버와 치와와 중에 누가 더 나은 개냐는 물음이 개물음이듯이, 어떤 유형의 인간이 더 나은 인간이라는 선언 역시 개소리겠으나, 어쨌든 인간이라는 종족의 스펙트럼은 놀랍기만 하다.

 

나는 내가 무엇이 될 수 있을지를 자주 생각하는 평범한 인간이다. 이제 와 내가 철인 3종 경기에 매년 참가하는 유형의 인간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악기를 다루거나 그림을 그려도 평범한 수준에서 그리 멀리 벗어나진 못할 것이고, 남에게 한없이 베푸는 인간만큼이나, 남을 등쳐먹는 인간이 되는 것도 어려울 것이다. 평범한 인간에게 세상은 무엇이 될 수 없는지를 가르치는 방식으로 무엇이 될 수 있는지를 추측케 한다. 그 과정은 아프거나 슬프거나 최소한 웃프다. 젖먹이 때 무한한 방향으로 뻗어있던 선택지는 시간에 침식되어 맹렬한 속도로 허물어진다. 죽어버린 가능성들의 폐허를 쓰린 마음으로 배회하다가 몇 안 남은 차선들, 차악들을 저울에 올려놓으며 종점 쪽으로 한 걸음씩 흘러가는 것. 어쩌면 이것이 평범한 인간의 정의定義가 아닐까


내가 되지 못한 무엇인가가 되어 있는 사람들을, 내가 된 무엇인가가 되지 못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면, 나는 조금 더 다정해질 수 있을까? 그들에게나, 혹은 나에게나.

 

 


2

뤼트허르 브레흐만의 리얼리스트를 위한 유토피아 플랜, 그레이슨 페리의 남자는 불편해, 하워드 진의 미국 민중사 1, 김희경의 이상한 정상가족, 정춘수의 한번은 한문 공부, 나쓰메 소세키의 우미인초, 무라카미 하루키의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를 읽었다.

 


리얼리스트를 위한 유토피아 플랜은 기본소득에 관해서 공부할 때 베이스캠프가 되기에 충분하다. 이 책의 각 챕터를 통해 기본소득을 알려면 어떤 분야에 대한 지식을 갖추어야 하는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일단 두꺼운 책을 한 권 옆에 가져다 놓았다.

 


이 두 권은 다른 것 같으면서도 비슷하고,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다르다. 교차해 읽는 맛이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은 이런 복잡한 현실을 풀어나가는 동시에정책과 문화를 통해 보통 사람들을 공통의 이해관계를 가장하는 거대한 거미줄로 사로잡으려는 정부의 시도들을 회의적으로 바라볼 것이다나는 체제의 화물칸에 빽빽하게 갇힌 희생자들이 서로에게 가한 잔인한 행위를 간과하지 않으려 애쓸 것이다희생자들을 낭만적으로 그릴 생각은 없다하지만 나는 (정확한 구절은 아니지만전에 읽은 한 문구를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가난한 이들의 외침이 항상 정의롭지는 않지만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정의가 무엇인지 결코 알지 못할 것이다."

  민중운동을 위해 승리의 기록을 날조하고 싶지는 않다그러나 역사 서술의 목적이 과거를 지배하는 실패만을 요약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역사가들은 끝없는 패배의 순환에서 공모자가 되어 버린다역사가 창조적이라면또 과거를 부정하지 않고도 가능한 미래를 예견하려면덧없이 스쳐 지나간 일일지언정 사람들이 저항하고함께 힘을 모으며때로는 승리한 잠재력을 보여준 과거의 숨겨진 일화들을 드러냄으로써 새로운 가능성들을 강조해야 마땅하다고 믿는다어쩌면 순전히 희망사항일 수도 있지만우리의 미래는 수세기에 걸친 전쟁의 견고함에서가 아니라 덧없이 지나간 공감의 순간들에서 발견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하워드 진미국 민중사 1 


이러면 이제 막 읽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쩌면 하루키의 소설 가운데 가장 많이 읽은 작품일지도 모르겠다. 가끔 하루키 전작 읽기를 시도하다가 중간에 지루해서 관두는데, 첫 작품이라 어쨌든 읽게 된다. 지금 이게 하루키 전작 읽기의 구덩이로 나를 또 한번 몰고 가는 음모의 시작점인가?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4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리즘메이커 2018-09-03 0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도 글풍선 시스템을 도입해야합니다. 이걸 공짜로 소개받다니...좋아요랑 댓글로 값을 대신 치르고 갑니다ㅠ

syo 2018-09-03 08:44   좋아요 0 | URL
전 그거면 됩니다 ㅎㅎㅎㅎ 글풍선이라니 참신하네요 ㅎ

2018-09-03 10: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9-03 11: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9-03 12: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8-09-03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달에 100권...? 그럼 거의 목차와 서문만 읽으면 가능할 것도 같은데...
근데 100kg 역기와 한달에 책 100권을 동시에...?
읽지도 않을 책을 사 놓고는 가끔 아령 대신 들었다 놨다

과연 그럴 사람이 있을까 싶다가도 스요님만의 비유법 같아
귀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역시 스요님은 탁월하군요!^^

syo 2018-09-03 15:16   좋아요 0 | URL
전 진짜 있을 것 같아요!! 있을 것 같지 않으세요?? ㅎㅎㅎㅎ

북다이제스터 2018-09-03 2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라리의 신작엔 보편적 기본 소득에 대해 누구도 말하지 않는 내용이 있습니다. 한마디로 실패할 것이라는 주장인데, 보편적 기본 소득 신봉자로서 단 일초만에 설득되었습니다. ㅠㅠ 하지만 근본적인 대안도 제시해서 안심했습니다. ㅎ

syo 2018-09-03 21:19   좋아요 1 | URL
그렇습니까? ㅎㅎㅎ 역시 북다님, 벌써 거기까지 가 계시는군요.....

2018-09-03 21: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9-03 21: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9-03 21: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chaeg 2018-09-04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목수정 님이 <월경독서>에서 하워드 진의 <미국민중사>를 읽으면서 두드려맞는 느낌으로 정말 힘들게 읽었다고 해서 도전하기 주저하고 있는 중입니다^^;

syo 2018-09-04 17:30   좋아요 0 | URL
목수정 님이 어떤 기분으로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 알 것 같습니다 ㅎㅎㅎ
근데, 의외로 되게 재미있어요. 한 번 읽어 보시길^-^
 


읽는 이들의 적은 합의 속에 기척을 감추고 있다

 

1


가시방석에 앉은 것처럼 불편하다는 표현을 앞에 놓고 마음속에 들어앉은 부도덕함을 발견했다. 깊은 생각의 관문을 에두르게 하는 강렬한 유혹.

 

실제로 가시방석에 앉은 이가 토로할 것이 불편함일까, 고통일까. 소리를 지를지도 모른다. 나는 실제로 가시방석에 앉은 적이 없다. 그렇다면 통증이 삭제된 저 문장은, 결국 실존하지 않는 불편함에 대한 가상적 표현이고, 읽는 이에게도 자동적으로 어떤 안전하고 규격화된 불편함을 떠올리게 할 것이다. 높은 확률로 그 불편함 역시 추상적인 예감이나 추측일 테고, 결국 그렇다면 저 말은 그저 불편하다는 말을 두 번 쓴 것과 다르지 않다.

 

쓴 사람도 읽는 사람도 헤아려 보지 않는다. 과연 그 불편함이 어떻게 생겼으며 얼마만한 것인가를. 익숙하기 때문에, 가시방석에 한 번도 앉아 본 적이 없는 우리에게 가시방석에 앉은 것이 어떤 감정인지 너무도 익숙하기 때문에, 우리의 눈길은 생각하지 않고 저 말을 스칠 것이다. 기만, 기망, 사고의 저지, 게으름, 공인된 개구멍.

 

클리셰가 생각을 망친다.


 

 

2


정이현의 우리가 녹는 온도, 김경욱의 거울 보는 남자, 가토 슈이치의 가토 슈이치의 독서만능, 인권연대 기획의 인간은 왜 폭력을 행사하는가?, 김연수의 언젠가, 아마도, 리링의 논어, 세 번 찢다, 강원국의 강원국의 글쓰기, 최기홍의 아파도 아프다 하지 못하면을 읽었다. 500쪽이 넘는 책 한 권을 읽는데 필요 이상으로 많은 날을 써야 하는 것이 8x80쪽 체제의 치명적인 단점이겠는데, 장편소설을 그렇게 나눠 읽을 생각을 해 봤더니 앞이 캄캄해진다. 그렇담 6x110쪽 정도로 조절을 해보면 어떨까.

 



PIN 시리즈를 세 권 째 읽고 있는데, 평균 평점 4.8쯤 되겠다. 출간 예정 목록에 이름을 올린 작가들을 보고 있자니, 저 평점이 크게 떨어질 일은 없을 것도 같다. 몇 년 만인지 모르겠는데, syo가 섬기고 섬겼던 첫 번째 소설가가 김연수가 아니라 김경욱이었다는 사실이 기억났다. 거울 보는 남자가 기억하게 했다. 정이현의 깔끔하고 시원한 단발머리 문장도, 내가 좋아했던 그때 그대로였다.



syo처럼 마음대로 읽어 제끼는 사람에게 가토 슈이치의 독서만능은 복음서에 가깝다. syo처럼 마음대로 살아 제끼는 인간이라면 인간은 왜 폭력을 행사하는가?와 같은 책을 통해 윤리관을 지속적으로 담금질할 필요가 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4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tella.K 2018-08-31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김경욱을 좋아합니다.
김연수 보다는 김중혁을 좋아하구요.
김연수는 아직도 잘 모르겠더라구요.
한국소설 웬만해서 읽을 기회가 없어 친해질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습니다.

얉은 책 보단 도톰한 책을 좋아하는데
아무래도 출판사로선 흐름을 따라갈수밖엔 없는 거겠죠.
그런 점에서 김경욱 선택을 망설이게 되는군요.
또 언젠가 소설집에 발견될지도 모르는데...

8X80이든 6X110이든 하루에 그렇게 읽는다는 건
저로선 넘사벽입니다.ㅠ

syo 2018-08-31 12:04   좋아요 1 | URL
김경욱에서 우리가 만났으나 김연수 김중혁에서 우리가 다시 갈라졌네요. 스텔라님의 말씀에서 김연수와 김중혁의 자리를 바꾸면 그게 딱 제 마음입니다 ㅎㅎ

저도 저렇게 쉽게 몇 곱하기 몇 이라고 말은 하지만 사실 엉엉 울면서 겨우겨우 읽어요. ㅎ
 


포기하는 저녁

 

1


누구도 시켜준다 하지 않았는데 저 혼자, 할까, 해 볼까, 해도 되겠는데, 곧잘 하겠는데, 아 이런 안 하면 안 되겠는데, 하며 소리 없이 설레발 치다가 포기도 조용히 저 혼자 하는 인간이 있다. 저예요.

 

그가 거쳐온 화려한 포기의 역사의 몇 장면을 돌아보자.

 

꽤 어릴 적부터 그는 수전증을 앓고 있는데 이유는 알 수가 없었으나 어쨌든 대부분의 정교한 작업을 빈틈없이 망했다. , 인류는 훌륭한 의사 한 명을 잃었군. 정말 아쉽다. 국립대 의대 병원장을 포기하며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끼쳐야만 했던 그 거대한 손실에 미안해하던 syo(16)의 수학 성적은 4등급이었다고 한다.

 

정말 충분한 여유를 가지고 기다릴 만큼 기다려 주었으나 끝까지 자라지 않는 키를, 이제는 인정할 밖에 다른 방법이 없자 syo(19)는 결국 NBA 진출을 호쾌하게 포기하였는데, 그 당시 겨우 한 손으로 드리블하며 서너 발짝 정도 뗄 수 있는 실력에 막 도달한 참이었다는데.

 

시 쓰겠노라 깝치고 다녔던 대학 초년의 syo(21~22), 웬만한 인터넷 동호회만 가 봐도 제 것보다 잘 쓴 시가 돌하르방 모공보다 많이 분포되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아깝지만 노벨 문학상을 후학들에게 양보하기로 한다. 동네 노래방에서 선곡하는 중에 옆방에서 넘어오는 노랫소리를 듣다가 집에 돌아와 슈퍼스타K 참가 지원서를 찢었다. 왕십리역이 어느 방향인지 영어로 물어오는 외국인에게 대답을 해줬는데, 시원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땡큐를 연발하던 그가 뚝섬역 방향으로 가는 것을 보면서 삼성전자 해외 지사 임원 발령을 거절하기도 했다. 물론 그때나 지금이나 삼성전자는 syo란 놈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조차 모르지만......

 

언제나 처음이 어렵지, 한 번 하고 나면 쉽다. 포기도 그렇다. 포기로 태어나 포기하며 살아온 syo. 포기하지 않은 것이라고는 포기하는 것밖에 없는 syo. 본관이 어디세요? 본관이요? 어디 손 씨시냐구요. , , 저는 기브업 손 씨입니다.

 

 


2


8월이 이제 이틀 남은 상황에서 공식적으로 선언합니다. 100100복 프로젝트를 포기했다. 100이라는 숫자는 한 달에 감당하기는 너무 거대한 숫자였다. 아깝다. 거의 다 왔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12080복 프로젝트를 할 걸. 한 달에 100개를 먹기에, 올해 복숭아 너무 실했어......

 

포기는 포기고, 김민철의 하루의 취향, 문상환의 닌하오 공자, 짜이찌엔 논어, 이준석과 손아람의 그 의견에는 동의합니다, 김혼비의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 이현우의 책에 빠져 죽지 않기, 이진오의 물리 오디세이, 인권연대 기획의 인간은 왜 폭력을 행사하는가?, 백수린 등의2018 8회 문지문학상 수상작품집을 읽었다. 오늘도 어제처럼, 저 중에 몇몇 아이는 끝마쳤고, 몇몇 아이는 아직 읽는 중이다.



 

이 네 권은 syo로 하여금, 또 아무도 시켜줄 생각도 않은 무엇인가를 포기하게 만들었다. 김민철과 김혼비는 매서운 기세로 syo가 어떤 형태로든 에세이스트가 되는 것을 포기하게 했고, 이현우의 책은 어쩌면 syo도 서평꾼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소소한 희망의 목을 쳤다. 그리고 마지막 책은 다정한 웃음을 지으며 다가오더니, 앞으로 어디 가서 아는 척 깨친 척 깝죽대지 말고 네 한 몸이나 잘 건사하며 조용히 살라고 귓속말을 하고 갔다......

 




 

3


9월에는 적게 읽고 영어 공부라는 놈을 해볼까 보다. 삼성전자는 여전히 syo를 모르고(, 오라 해도 안 간다, 요놈의 자본가들아아아아아아...........) 이제는 길거리에서 외국인을 만나도 당당하게 한국말로 가르쳐 줄 생각인데, 영어가 왜 갑자기 땡길까? 아아, 그것은 아마도, 포기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신난다. 포기킹 syo9월엔 또 뭘 포기하게 될까?


 

검색창에 '포기'라고 때렸다가 눈에 띈 애들.

읽어 보진 않았으나, 읽어보지 않아도 

내가 포기할 수 없는 것과 포기할 수 밖에 없는 것을 표지만으로도 정확하게 가르쳐 주는구나.....


댓글(17) 먼댓글(0) 좋아요(4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겨울호랑이 2018-08-29 21: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 달동안 복숭아 100개면 끼니마다 복숭아를 반드시 먹어야한다는 계산이 나오는데, 만만치 않은 도전이었네요^^:)

syo 2018-08-29 21:40   좋아요 2 | URL
우습게 봤거든요.... 하루 서너 개는 껌이지 이랬는데..... 망할 줄은 정말 몰랐어요 ㅎㅎㅎ

단발머리 2018-08-29 22: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김민철과 김혼비가 그런 나쁜 일을 했단 말이예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에세이스트 꿈나무, 아니 에세이스트 청년 syo님한테요?

syo 2018-08-29 22:26   좋아요 0 | URL
김민철 김혼비 나쁜 여자들......ㅠ

독서괭 2018-08-30 22:50   좋아요 1 | URL
정말 나쁜일 했네요!! 굴하지 마세욧 syo님!

카알벨루치 2018-08-29 22: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Syo님 에세이스트 하면 제가 살께요 ㅋㅋㅋ

syo 2018-08-29 22:48   좋아요 0 | URL
전 한 번 포기한 놈은 뒤도 돌아보지 않습니다 ㅎㅎㅎㅎㅎ

다락방 2018-08-29 22: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지금 복숭아 두 개를 끝냈습니다. 22:32 입니다.. 잠이 잘 올 것 같습니다. 복숭아 만세!!

syo 2018-08-29 22:49   좋아요 0 | URL
만세!! 복숭아 제국 만세!!

북다이제스터 2018-08-29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정 영어 공부를 위해 항상 배반하는 성문류 보다 최재봉류 책 조심스레 약간 자신있게 추천해 봅니다. ㅎㅎ

syo 2018-08-29 22:50   좋아요 1 | URL
그러고보니 예전에 북다님께서 무슨 영어책 리뷰를 하셨지요. 내용도 제목도 기억이 안나지만, 북다님은 영어 책 리뷰까지 팔이 뻗으시는구나, 하고 생각했던 건 기억납니다.

북다이제스터 2018-08-29 22:55   좋아요 1 | URL
네 전 영어에 남긴 한이많아서요. ㅎㅎ

2018-08-29 23: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8-30 09: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리즘메이커 2018-08-30 0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과사전의 왕은 나무위키라고 생각합니다...syo님의 글은 날티가 나서 정말 재미가 있거든요ㅎㅎ

syo 2018-08-30 09:47   좋아요 0 | URL
응?? 이거 칭찬 아니죠 지금?? ㅋㅋㅋㅋㅋㅋ

프리즘메이커 2018-08-30 13:16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제 인생 최고의 가치는 재미입니다. 오해마셔요 ㅋㅋㅋ
 

 

걸어야 비로소 시집은 끝난다

 

1


시 한 편 읽으면 일어나 도서관 주위를 빙빙 도는 사람이 되고 싶다. 시 한 편 들이면 꽉 차는 좁은 마음 무거워 다리를 질질 끌며 오래 도는 사람이 되고 싶다. 걸음이 큰 원을 그렸다가 작은 원을 그렸다가 시작과 시작이 다시 만나지 않는 나선을 그렸다가 하고 싶다. 우주의 중심이 없다는 말은 우주에는 중심이 없다는 뜻이지 모두가 각자 세상의 중심이라는 뜻은 아니라서, 모두의 중심을 그러모아 성대하게 소각하고 싶다. 중심과 중심이 맞부딪혀 이가 빠진 동그라미들의 윤곽선을 풀어 진동하는 끈으로 만들고 싶다. 끈은 무엇을 묶는다.



 

 모퉁이 안도현

 

 모퉁이가 없다면

 그리운 게 뭐가 있겠어

 비행기 활주로고속도로그리고 모든 막대기들과

 모퉁이 없는 남자들만 있다면

 뭐가 그립기나 하겠어

 

 모퉁이가 없다면

 계집애들의 고무줄 끊고 숨을 일도 없었겠지

 빨간 사과처럼 팔딱이는 심장을 쓸어내릴 일도 없었겠지

 하교 길에 그 계집애네 집을 힐끔거리며 바라볼 일도 없었겠지

 

 인생이 운동장처럼 막막했을 거야

 모퉁이가 없다면

 자전거 핸들을 어떻게 멋지게 꺾었겠어

 너하고 어떻게 담벼락에서 키스할 수 있었겠어

 예비군 훈련 가서 어떻게 맘대로 오줌을 내갈겼겠어

 먼 훗날내가 너를 배반해 볼 꿈을 꾸기나 하겠어

 모퉁이가 없다면 말이야

 

 골목이 아니야 그리움이 모퉁이를 만든 거야

 남자가 아니야 여자들이 모퉁이를 만든 거야

 


 

2


빗님 덕분에 한 며칠 시원했다고 나도 모르게 착각에 빠져 있었다. 여름이 끝났구나 하고. 여름한테 한두 번 당해본 것도 아니면서 아마추어 냄새 나게 이거 왜 이래. 위아래로 검은 옷 입고 걸었더니, 기름 없이 튀겨준다는 마법의 기계 속에 갇힌 오징어 튀김이라도 된 것 같았다. 확인해 봤는데, 꼴랑 32도였다. 뭘까. 38도인데도 견뎌지는 날이 있는가 하면, 32도만 돼도 햇님 눈알을 콱 찌르고 싶은 날도 있다. 날씨와 몸뚱이 중에 어느 놈이 이렇게도 일관성이 없는 건지 도대체 모르겠군.

 

그러나저러나 읽었다. 아직 비가 내리던 27일에는 그레이슨 페리의 남자는 불편해, 나쓰메 소세키의 태풍, 이기호의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 진중권의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 인상주의 편, 김혼비의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 누치오 오르디네의 쓸모없는 것들의 쓸모 있음를 읽었다. 언제 비가 왔었냐는 듯이 쨍쨍한 28일 오늘은 김민철의 하루의 취향,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쓰고 박종대가 번역한 일러스트 공산당 선언·공산주의 원리, 박차민정의 조선의 퀴어, 홍성수의 말이 칼이 될 때를 읽었다. 뤼트허르 브레흐만의 리얼리스트를 위한 유토피아 플랜과 이현우의 책에 빠져 죽지 않기는 이틀을 이어 읽었다. 언제나 그렇듯, 저 중에는 다 읽은 아이도 있고 아직 읽고 있는 아이도 있다. 하루 치 할당량 8x80쪽을 완수하려면, 오늘은 밤이 떠나기 전에 두 권의 책을 더 펼쳐야 한다.

 



남자는 불편해는 불편하지 않고 통쾌하다. 오히려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가 사람을 훨씬 더 불편하게 한다.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에 대해 다정한 서재친구 ㄷ님은 기절한다고, 역시 다정한 서재친구 j님은 100권을 사서 옥상에서 뿌리고 싶다고 평하셨다. 그 두 분을 굳게 믿고 책을 빌렸는데, 역시 믿음이란 이 사회를 지탱하는 거대한 기둥이라는 사실을 새삼 느낀다. 기절을 경험한 ㄷ님의 건강에 이상이 없기를. j님의 지갑 사정에도 이상이 없기를.

 


리얼리스트를 위한 유토피아 플랜의 경우, 오찬호의 기본소득이 세상을 바꾼다보다 8개월 뒤에 출간되었는데(번역이 그렇다는 이야기입니다), 오찬호의 책을 삼켜버렸다. 이 책을 읽으면 오찬호의 책도 읽은 것과 진배없게 되었다.

 



책에 빠져 죽지 않기가 배송되었다. 바로 띠지를 버리고(잠깐만, 띠지가 없었나, 띠지가 있는 애는 다른 애였나.....?) 침대에 몸을 던졌다. 발장구를 치면서, 우리 로쟈님이 알라딘 밖에서는 어떤 글을 쓰고 계시려나,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휘리릭 책을 펼쳤다. 그리고는 정신이 들었는데 여기가 지금 200쪽이라고 한다. 뭐지?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4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tella.K 2018-08-28 20: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렇지 않아도 아시안 게임 여자 축구가 쏙 들어갔어요. 끝났나?
책이 평점이 높네요.
울엄니는 어딘가 모르게 어색하고 굼뜨다고 그러던데
그렇지도 않나 봐요.
남자 축구는 과격하긴 하죠?ㅋ

syo 2018-08-28 20:09   좋아요 1 | URL
아..... 저는 야구파라서ㅎㅎㅎㅎㅎ
책은 되게 재미집니다. 기회 닿으시면 읽어보시길^-^

북다이제스터 2018-08-28 22: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제가 젤 좋아하는 시인 안도현...
생활이 바로 시가 되는 시인...
모르던 시인데, 역시 좋네요. ^^

syo 2018-08-28 22:09   좋아요 2 | URL
안도현은 언제나 사랑입니다만,
이 시는 지금으로부터 8년 하고도 여섯 달 전, 저와 제 여자친구 사이 인연의 물길을 완전히 돌려버릴 뻔한 애증의 시랍니다......

목나무 2018-08-29 01: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에 빠져 죽지 않기> 띠지가 있던데요. ㅎㅎ
띠지에 로쟈님의 이런 다짐이 실려있네요.(근데 로쟈님의 다짐인지 인용문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
˝책읽기가 계속되는 한, 책의 바다에서 벌이는 고투에서 살아남는 한, 나는 계속 읽고 쓸 것이다.˝
이 문구를 옮기다보니 절로 syo님이 떠올랐습니다. ㅎㅎ


syo 2018-08-29 08:39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저는 계속 읽겠지만 계속 쓰지는 않을 듯합니다. 이미 세상에 잘 쓰는 분이 이렇게 많으니 저까지 뭘 더 쓸 필요가 있을까요.

사실은 저도 이 책 읽으면서 몇몇 이웃분들의 이름이 팍팍 떠올랐습니다^-^

독서괭 2018-08-29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제 건강은 무사합니다 ㅋ syo님에게 실망을 안겨드리지 않은 것 같아 다행이네요. 그외 저도 읽고 있는 건 리얼리스트- 밖에 없군요. 다른 책들 서평도 기대합니다^^

syo 2018-08-29 13:06   좋아요 0 | URL
독서괭님은 한 번도 저를 실망시키신 적이 없지요 ㅎㅎㅎㅎ

chaeg 2018-08-29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yo님, 책에 빠져 죽지 마시옵소서^^

syo 2018-08-29 13:06   좋아요 0 | URL
으하하하 전 그 정도는 아니예요^-^

chaeg 2018-08-29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아시안게임 야구 때문에 속터져 죽을지도..

syo 2018-08-29 13:09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하 전 엘지팬이기 때문에 겨우 이 정도로는 속이 터지지 않습니다.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71 | 7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