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스탄트 가드너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감독, 랄프 파인즈 외 출연 / 대경DVD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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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야와 함께 돌아온 불면의 밤. 오랜만에 공중파 방송에서 방영하는 더빙 외화를 편안한 기분으로 봤다. 더빙 영화는 인위적인 성우 목소리가 몰입을 방해하는 느낌이들어서 별로 선호하지는 않지만 공중파에서 바로 쏴주는 영화를 거부할 이유는 없지. 게다가 한 번 보기 시작하니까 그만 보기가 힘들었다.


레이첼 와이즈를 좋아하기도 하고 참담한 내용이라도 아프리카의 이국적인 풍경에도 맘을 확 뺏겼다. 특히 아프리카의 붉은 빛이 나는 흙 색깔은 언제봐도 좋다. 자원이 많아서 오히려 더 불행한 아프리카가 배경인 이 영화는 제약회사의 음모와 그와 손잡은 정치인의 비리를 밝혀내다 희생되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다. 


잘못된 교육중 하나라 생각하는데 편식하는 아이들한테 '아프리카의 굶어죽는 아이들을 생각하라'며 가르침을 주는 엄마들이 있다. 그 중에 울엄마도 끼어있었다. 가르침보다는 죄책감을 심어주기만 했다. 아프리카에 대한 왠지 모를 죄책감이 있었는데 얼마전 다큐멘터리를 보니 왠지 모를 죄책감은 아녔다. 요 몇 새에 미친 듯이 마시는 커피, 대형 옷 브랜드가 파는 옷이 세탁되는 과정, (특히 유럽에서) 특별한 행사를 위해 사용되는 아름다운 관상용 꽃... 이 모든 것이 아프리카에 빚지고 있다. 얼마전 본 다큐멘터리에서 선진국의 '물 발자국(water footprint)' 의 크기는 어마어마 했다.


지금 두려움에 떨고 있는 '에볼라 바이러스'의 백신이 없는 까닭이 백신 구매력이 없는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퍼졌었기 때문이라는데 모든 것이 신자유주의의 생각으로 지배되는 세상이 참 무섭고 삭막하다는 생각이 든다. 연구 진행도 전쟁에서 세균전으로 사용될까 두려워서 미국 정부에서 진행하고 있는게 전부라고 하니.. 차가운 심장은 에볼라 바이스러만큼 무섭다는 생각이든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처럼 이렇게 어떻게.. 흑흑 이러다 말겠지. 나도 아주 적은 돈을 기부하는 거 말고는 사실 아프리카를 위해 하는 일은 하나도 없으니 나도 제약회사가 야속하니 뭐니 할 말이 없다.


(약간 스포 있음)


열렬한 인권운동가 테사는 정원 가꾸기가 취미인 식물같은 성격의 외교관 저스틴과 논쟁을 벌이다 사랑에 빠진다. 저스틴이 케냐에 발령이 났을 때 테사는 프로포즈를 받아내고 케냐로 같이 떠난다. 케냐에서는 국제적인 대형 제약회사가 아프리카인들을 상대로 비윤리적인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 테사는 신혼부부는 임신과 함께 행복한 나날이 펼쳐질 것을 기대하지만 테사가 무리하게 조사를 한 탓인지 부부의 처음이자 마지막 아이는 유산으로 끝나고 만다. 뼈속까지 인권 운동가인 테사는 백인 의사가 없는 열악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유산을 했어도 남의 아이에게 젖을 물리며 그 순간에도 조사를 멈추지 않는다.

테사를 곱게 볼 리 없는 정치인은 그녀의 동료와 함께 죽이고 대충 무마시키려 한다. 아내가 남겨놓은 쪽지로 단순한 죽음이 아님을 직감한 저스틴의 싸움은 시작된다. 온전히 사랑의 힘과 주위 선한 이들의 도움으로 제약회사와 정치인의 비리를 밝혀내는 저스틴. 하지만 그의 말로 또한 테사와 다르지 않다.


마지막 그의 명대사.. "당신이 원했던 거는 내가 집으로 돌아가길 바랬던 거지? 당신이 내 집이야..."


기억에 의존한 것이라 정확하지는 않지만 '당신= 내 집'이라는 것은 정확하게 들었다. [콘스탄트 가드너]를 보면서 계속 다른 영화가 생각났다. 데자뷰라 해도 좋을 만큼 겹치는 영화는 [잉글리쉬 페이션트]였다. 주연도 랄프 파인즈에다, "나는 그녀가 죽었을 때 이미 죽었소." 같은 명대사를 날린 먹먹한 영화. (희안하게 진짜 좋았던 영화는 리뷰 쓰는 게 엄두가 안 난다.)


두 대사가 다 엄청나게 여심을 자극하는 코 끝 찡-한 대사지만 맥락은 비슷하다. 주인공에게 그녀들은 사랑이 시작되고 끝난 장소였다는 것. 랄프 파인즈란 배우의 얼굴은 주관적인 느낌으로 잘생겼지만 인상이 왠지 모르게 안 좋다는 거 였는데 영화 2-3편을 보고 편견이 완전히 깨졌다. 완전 멋있어..ㅠㅠ


외모는 결벽증이 있을 것처럼 샤프하고 신경질적이게 생긴 남자가 사랑을 위해 목숨을 거는 역이 묘하게 더 매력적이게 느껴졌다. 이런 시나리오라면 연기 변신 안 해도 된다는 게 속좁은 내 의견.


그래도 참 씁쓸한 것은 관객을 엄청 속 시원하게 했던 [테이큰]같은 류의 영화에서 위안 받는다는 것. 역시 사랑하는 사람, 가족밖에 없구나.. 같은 결론에 이르게 된다.



제목 번역에 관해. [잉글리쉬 페이션트]를 그대로 옮기면 '영국인 환자'쯤 될 것이다. 별 느낌은 없지만 아주 나쁘지는 않을 거 같다. 언어에도 운치라는 게 있다면 깔끔하고 운치 있는 제목인 거 같기도 핟고. 뭐 영어권 사람들이 보기에도 저 뜻이지 않을까. 영국인에 대한 환상이 얼마나 있는지에 따라 다를 것 같다.


[콘스탄트 가드너]는 인터넷에 찾아보니 어떤 기사에 '충실한 정원사'로 번역이 되어있다. 나는 '영원한 정원사'정도로 생각했는데 충실한이 더 맞는 표현인 것도 같다. 하지만 '정원사'라는 말은 우리말임에도 좀 생소한 느낌이 든다. 가드너 보다야 낫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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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15-01-02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3년인가 4년 전에 본 영환데, 정말 수준 높은 걸작이지요. 레이첼 와이즈의 연기가 단연 돋보였던 작품이었습니다. 명작을 꼽을 때 언제나 꼽을 수밖에 없는 멋진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뽈쥐의 독서일기 2015-01-28 21:39   좋아요 0 | URL
가끔 주말의 명화에서 느끼한 성우 목소리로 더빙된 영화가 더 좋을 때도 있어요. 특히 이렇게 남자 주인공이 멋진 영화는 더 그래요^^
레이첼 와이즈.. 참 예쁜 배우죠. 얼굴도 예쁜데 연기력도 최고!
 
す-ちゃん (幻冬舍文庫 ま 10-2) (文庫)
益田 ミリ / 幻冬舍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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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짱은 30대 독신여성입니다. 카페에서 직원으로 일하며 퇴근 후 집에 돌아갈 때는 언제나 '아..지친다..'라고 생각합니다.(수짱 시리즈의 첫 장면은 퇴근 장면.) 


어느 퇴근길에 수짱은 생각합니다. 사람은 변할 수 있을까? 변할 수 있다면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을까. 고민하기 시작하는 수짱. 귀여운 테이블을 박차고 일어나 일기를 사러가는 수짱. 일기를 쓰기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자아성찰 혹은 다시 자그마한 성장통이 시작됩니다.


수짱이 일기를 쓰는 걸 보고 자극을 받아 잠시 일기를 쓰기 시작한 나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30대도 되지 않은 나이에 타성같은 게 붙고 자기연민에 빠져 있는 내가 스스로도 참 한심합니다. 그래도 변하겠다고 결심하는 의지라도 있는 게 다행이지요. 근데 문제는 내가 어떤 사람으로 변하고 싶냐,는 근본적인 질문에 대답을 할 수 없다는 데에 있습니다.


아마 다른 사람도 많이들 그런 가봐요.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라는 질문에 바로 대답하기란 무척 어렵습니다. 대신 '이런 사람만큼은 되고 싶지 않다!'라는 질문에 대답하기가 더 쉬울 겁니다.


<나만의 이런 사람은 되고 싶지 않다! List>


1. '절대'라는 말을 쓰는 사람.

2. 남의 처지에 위안 받는 사람.

3. 시간에 순응하는 사람.(=꼰대) 

4. 걸어다니는 교과서.

5. 화내지 않고 짜증내는 사람

6. 기 빨아 먹는 스폰지.

7. 내가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사람.

8. 남의 인생을 구원해줘야겠다는 교주 마인드를 가진 사람.


아직도 감은 안 잡히지만 어쨌든 피해는 입히지 않는 안 비호감인 사람이 되어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수짱의 진짜 이름은 뭐뭐뭐뭐 이지만 기억이 안 나는 관계로 넘어갑니다. 수짱의 진짜 이름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진짜 이름은 직장에서나 불릴 뿐이지요. 수짱한테는 마이짱이라는 친구가 있습니다. 마이짱은 영업직의 30대 싱글 여성입니다. 꽤 미인에 유부남과 교재중입니다. 


수짱은 마이짱이 유부남과 교재중인 것 같다는 걸 추측하면서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습니다. 사람들의 인생에 마구 참견하는 오지라퍼를 수짱은 가장 싫어합니다.


수짱은 수짱이 직원으로 일하는 카페의 나카다 매니저를 좋아합니다. 매니저가 있어서 일하러 가는 길도 조금 즐겁습니다.(요것도 어찌보면 참 부러운 일.) 하지만 알고보니 매니저는 귀여운 알바생과 비밀 연애를 하고 있었고 나중에 스리슬쩍 결혼 발표까지 합니다. 현실이란 놈은 어찌나 이렇게 시궁창인지!


수짱은 집에 돌아와서 이렇게 울부짖습니다. 그런 여자가 뭐가 좋다고! 역시 여자는 얼굴인거지! 둘이서 속여먹으면서 재밌었겠네?! (마구 울부짖을 수 있다는 것은 독신의 즐거움 중 하나임에는 분명합니다.)


수짱 시리즈의 미덕은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것을 쉬운 언어로, 솔직하게 풀어낸다는 것입니다. 누구나 한 번쯤 했을 법한 생각을요.


일본어를 조금 배운 입장에서 원어로 읽었을 때는 쉬운 느낌이었는데 막상 번역하려니.. 일본어 공부하시는 분들은 숨 돌리기 용으로 읽을만한 책인 것 같습니다. 게다가 시리즈로!




사족 1. 수짱의 등장인물에는 약간의 디테일한 것을 찾아보자면...단순한 그림이라도 미인과 평범, 안 미인의 표시는 명확합니다. 눈- 속눈썹의 여부, 코-오똑과 둥근 코, 얼굴형-달걀형과 동그란 형으로 미인과 평범한 사람으로 나누지요. 정녕 미인과 안 미인의 차이는 이다지도 간단한 것이었냐!


사족 2. 밑줄긋기에는 발번역을 첨부합니다. 개인적으로 負け犬(마케이누=직역 '싸움에 져서 꼬랑지 내리고 도망간 개'/ 진짜의미= 30대 이상, 싱글, 자녀없는 사람을 이르는 말)에 대한 번역이 참 궁금합니다. '패배자'보다는 '루저'가 더 적합하지 않나 싶은데.. 한국어 보다는 영어가 더 의미가 와닿는다는 아이러니.



 

遠慮なんかしれらんない
この会社辞めたら もう新しいとこ探すの大変な年齢だし
それに年をとったと言っても24歳のブスより34歳の美人のほうが女のランキングでは上なんだから

最低だ あたし
昔はこんなじゃなかった
人は変わってしまうの(p.23-24)

체면이고 뭐고 없어.
이 회사를 그만두면 이제 새로운 곳을 찾는 것도 힘든 나이고.
게다가 나이를 먹었어도 24살의 못생긴 애보다는 34살의 예쁜 여자가 여자 랭킹에서는 위니까.

최악이다. 나.
예전에는 이러지 않았는데
사람은 변해버리는 걸까?

決めていることがある
いくら仕事でも あたしは犬や猫にまで媚を売らない
人間として、それを正しいと思っているから(p.56)

결심한 게 있다.
아무리 일이라도 나는 개나 고양이한테까지 아부하지 않을 꺼다.
인간으로서, 그것이 맞다고 생각하니까

なにげない言葉で人は人を傷つけているんだなーって
自分が傷ついたときに改めて気づかされる

女が自分の肌荒れに気づかないわけないじゃん
アイツ、絶対モテない青春だったね(p.75)

악의없는 말에 사람은 사람에게 상처를 입힌다.. 라는 것을
내가 상처 받았을 때 새삼스레 깨닫게 된다.

여자가 자기 피부에 거칠어진 것을 모를리가 없잖아!
그 자식(상사), 젊었을 때 절대 여자한테 인기 없었을꺼야.

いい人なんかより美人のほうがお得意だと思ってしまうのが正しい考えではないの?
目に見えない「なりたい自分」なんかより今は美人になりたいと思う(p.93)

좋은 사람 같은 것보다 미인이 낫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 솔직한 게 아닐까?
눈에 보이지 않는 ‘이상향의 나’보다 지금은 미인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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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신부 - [할인행사]
마이크 존슨 감독, 조니 뎁 외 목소리 / 워너브라더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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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눈물을 흘렸던 영화가 뭐냐고 물으면 나는 머리를 살짝 기울이고 턱에 손을 갖다댄 후, 고상한 척을 하면서 "음.. [델마와 루이스]나 [시네마 천국]이오? [노킹 온 헤븐스 도어]의 결말도 멋있고.." 라고 말할 것이다. 왠지 있어보이는 영화니까.


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분명 멋진 영화고 다 눈물을 흘리기는 했지만서도. 모아놓고 보니 우정에 대한 영화에 높은 점수를 주는 듯.


내가 눈물을 가장 많이 흘린 영화는 희안하게도 팀 버튼의 [유령신부]다. 그리고 혼자서 팀버튼의 베스트 작품으로 친다.


유령신부가 마침내 결혼을 하려는 장면, 진짜 신부가 뒤에 들어와서 결혼장면을 보는 것을 유령신부가 다시 확인하며 결혼을 맹세할지 말지 고민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장면에서 나는 이미 같이 눈물을 줄줄 흘리고 있다. 바로 빅터의 독잔을 날려버리는 장면에서는 콧물도 나온다. 나로선 유령신부의 예쁜 마음에 연민을 느꼈다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끝날 때까지 질질질.


무섭고 슬픈얘기지만 팀버튼 감독의 영화답게 유쾌하고 싸-한 흥이 난다. 말랑말랑한 점토로 만들어진 매력적인 뼈다귀 캐릭터와 뮤지컬 음악만으로도 1시간 30분을 바칠 이유가 충분하다. 


명랑해서 더 슬픈 유령신부의 결혼전야의 달뜬 모습은 묘하게 디즈니의 [인어공주]를 닮았다. 사랑만 보고 돌진하는 에리얼과 유령신부는 회사를 잘못만나서(?) 전혀 다른 운명에 처한다.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속담이 미국에도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비슷한 생각은 갖고 있나보다. 결혼 못한 처녀귀신이 구천을 떠도는 이야기를 이렇게 생기있게 만들어 내는 걸 보면 말이다.


아름다운 용모와 목소리, 노래 실력 그리고 근거없는 명랑함까지 유령신부는 [인어공주]의 에리얼을 꼭 닮았다. 대신 무진장 박복한 에리얼. 사랑한 남자한테 배신+죽임 당한 박복한 영혼. 그것도 결혼전야에! 하지만 여자는 포기하지 않는다. 그녀가 원한 건 오직 사랑, 사랑이었으니.


엔딩은 아름답지만 속이 후련하지 않아 100% 마음에 들지 않는다. 결국 유령신부가 진짜로 원하는 것은 손에 넣지 못했으니. 하지만 어떻게 만들었어도 이게 최선일 것이다. 어쨌든 나쁜놈은 응징되었고 유령 신부는 자기는 해방되었다며 아름다운 나비로 날아갔으니. 


디즈니의 [인어공주]는 물거품이 되는 대신 행복한 삶을 살지만 [유령신부]는 물거품 비스므리한 것이 됐다. 어릴 때 원작 인어공주의 결말처럼 될까봐 엄청나게 마음을 졸이며 보다가 미국 영화스럽게 키스로 끝나서 한시름 팍 놨었는데, [유령신부]는 얄짤없이 물거품으로 만들다니. 배신당한 느낌이다.


내가 왜이렇게 질질 우나 생각해봤더니 어릴 때 안데르센 동화책 읽고도 이리 질질 짰었다. 해피엔딩보다 새드엔딩이 왠지 무게있게 느껴지는 것처럼 다른 대안은 없었을 거 같은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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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효리. 거꾸로 해도 이효리. 핑클 시절부터 몹시 특이한 이름이라 생각했다. 특이한 이름의 소유자는 삐뚤어질 확률이 남들보다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는데 이효리는 다행히도 예쁜 얼굴과 넘쳐흐르는 끼 덕분인지 천상 연예인인 것 같은 느낌이다.


다 가지고 태어나 아무생각없이 인생을 즐기며 사는 것 같던(핑클 시절이었음.. 절대 할 수 없는 말이다.) 이효리는 언제부터인가 유기견을 입양했고 채식주의자가 되었고 자연을 생각하더니 제주도로 내려갔다. 비공개로 진행되었지만 화제가 되었던 '작은 결혼식'마저 부럽기 그지 없다.(많은 사람들이 그녀와 같은 '작은 결혼식'을 바라고 있으나 실상 비용이 더 많이 들어서 일반인들은 다시 판에 박힌 결혼식을 한다는 슬픈 얘기.) 많은 기부활동과 선행을 이어오면서 이제는 그냥 이효리보다는 '언니'라는 호칭을 꼭 붙이게되는 몇 안되는 연예인이다.


그리고 여유로움의 상징(?)인 블로거가 된 소길댁 이효리. 방문자 수가 당연히 어마어마해서 금방 파워블로거가 될 거 같다. 무수한 방문자 수에 일조한 나는 들락거리면서 관음증을 충족 시키는 중. 헬렌 니어링의 책에서 영감을 받은 듯 한 카테고리의 이름은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이다. 그리고 나마스테와 간디의 물레까지.


아 부러워. 부럽다 부럽다 부럽다. 심지어 상순언니도 잘생겨 보이는 현상이! 강변보다는 제주에 살고 싶다. 9월에 계획되어 있는 2박 3일간의 제주도 여행으로 잠시 만족해야겠지. 나도 횰언니의 이웃사촌이 되고 싶다. 블로그 서로이웃이나 신청해봐야겠다. 쩝. 


블로그에 올려진 사진은 하나같이 색감이 좋은데 필름카메라와 디지털 카메라를 다 사용한다고 한다. 잡지에 나와있는 정보에 따르면 필카- 콘탁스 T3, 디카- 파나소닉 DMC-GX1을 사용한다고 한다. 난 그냥 우리집에 있는 비싼 데쎄랄 사용해야겠다. 할부갚느라 얼마나 힘들었는데..


이효리 덕분에 국내에는 렌틸콩까지 완판되는 사태에 이르렀다니... 나도 꼭 한번 먹어봐야징!^*^


횰 언니 블로그. http://blog.naver.com/hyori79lee 


2. 나는 과연 "머피(Muppies)"인가. 


머피족이란 Middle-age, Urban, Professional 의 철자를 따와서 만든 말로... 22~35세 사이의 세대, 높은 기업가적 야망과 자유분방한 히피정신이 뒤섞여있으며 고등교육을 받았고 사교적이며 자기의견에 당당하다. 미셸 밀러([언더 라이팅]저)에 따르면 머피는 하루 1시간은 블로깅, 30분은 온라인쇼핑, 40분은 새로운 직장, 1시간은 점심을 뭐 먹을지에 대해 고민한다고 한다.


벌써 여피(Yuppies)의 시대는 가고 머피의 시대가 왔다고 하니 일단 연령과 사는 곳에 있어서 머피족에 낄 수 있는 나는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Professional을 득得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여피와 내용물은 크게 다르진 않지만.. 다이어트 콕 대신 천연스무디를 마시고, 돈보다는 경험, 도널드 트럼프 보다는 마크 주커버그를 워너비로 삼으며 파이낸셜 타임즈보단 테드(TED)에서 영감을 얻고 경제포럼보다는 록 페스티벌에서 네트워크를 맺어야 한다니.. 머피의 세계도 노력없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3. 브라질하면 쌈바와 축구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나도 그렇다. 사실 브라질에 대해 아는 전부다. 그리고 지젤 번천.


스페인 세비야를 여행중일 때 호스텔에서 만난 브라질 남자애들 2명을 따라 근교 카디스를 구경간 적이 있다. 더듬더듬한 영어로 서로의 문화에 대해 얘기하는 게 참 재밌었다. 내가 먼저 "이제 싸이의 '강남 스타일'은 너무 질려. 한국에서 유행해서 질리게 들었는데 여기오니까 애들이 호스텔에서까지 맨날 기타치면서 그 노래 부르고... 질려.."라고 솔직하게 말했더니 걔네들은 용기(?)를 내서 자신들도 그렇다고 했다.


대화를 하려면 지나친 국수주의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걔네들도 브라질 사람들의 제노포비아에 대해 솔직히 고백했다. 걔네들도 세대간에 인식 차이가 크게 나는 것 같았다. 교양이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그 나라에 대해 좋은 얘기를 해야 했기에 빤한 '호나우두'와 '호나우딩요(우리 엄마가 걔를 참 좋아해^^)', '쌈바','지젤 번천' 얘기를 했다.


걔 중에 머리가 긴 히피같은 마태우스가 허탈하게 웃으면서 "그게 브라질에 대해 아는 것 다야?" (시비조 아님) 라고 물었다. 그리고 여전히 내가 브라질에 대해 아는 것은 그것 뿐이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개최하면서 브라질은 다른 문제로 화제가 되었다. 불안한 치안과 심각한 부의 불평등, 부패한 정부.


월드컵 시작 전부터 민중들의 월드컵 개최 반대 시위가 일어나고 경기장의 뜨거운 열기와는 반대로 밖에서는 아직도 총성이 들린다. 축구의 나라 브라질인 만큼 지절 번천을 위시한 브라질이 배출한 모델까지 주목받고 있다. 월드컵에 들인 천문학적인 비용으로 인해 브라질의 민중은 몇 년동안 더 힘들어 질테지만 스포츠의 힘과 미인계로 예상대로 그들의 힘듦은 외면받고 있다. 


"월드컵은 모든 걸 덮는다"는 펠레의 말처럼 강력한 쾌락과 흥분은 이웃의 딱한 사정에 눈을 감게되는 강력한 안막이 된다.


4. 우리나라에서 이름만 알린 연예인이라도 상위 1%라고 하던데 헐리우드에서 우리나라까지 이름을 알린 연예인은 0.0000001% 정도에 든다고 생각하면 될까? 그들의 특별한 지위만큼 그들도 나름의 고충은 있다.


제니퍼 애니스톤과 화제를 뿌리고 다니는 브란젤리나 커플. 브래드 피트가 제니퍼 애니스톤과 결혼생활 도중 안젤리나 졸리와 바람을 피워서 새 가정을 꾸렸다는 얘기는 이미 너무도 유명하다. 미국에서는 아직도 그들에 불륜에 대해서만큼은 가루되도록 까이고 있는 중이라고.


나는 우선 말하자면 남의 사생활에 대해서는 불란서 사람처럼 일절 신경을 쓰지 않는다. 일반인들도 흔하게 피는게 바람인데 매력적인 그들을 평생의 영원한 사랑으로 묶어둔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 생각한다. 대중에게는 그런 권리도 없고. 사실 아직도 분륜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는 송윤아 부부의 결혼도 당시부터 몹시 '배우스럽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던 사람이다. 송윤아가 그렇게 차갑게 생겼어도 의외로 다정한 여자였구나.. 같은.(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제니퍼 애니스톤은 당연히 몹시 상처를 받았고 그들을 피하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한다. 아직도 마음을 잘 추수리지 못한다고 하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문제는 대선의 야망을 갖고 있는 조지클루니 아찌가 이번에 결혼식을 한다. 근데 이 아찌가 절친인 브레드 피트 부부와 애니스톤을 초대해 버렸다.


애니스톤은 그들을 직면할 위기에 놓였다. 난 안젤리나 졸리를 좋아하는 편이고 개인의 불륜을 딱히 비난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애니스톤의 편을 들고 싶다.(응? 니가 뭔데?) 프렌즈 애청자로서 애니스톤의 사랑스러운 모습이 불쌍해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다행히도 애니스톤은 심리치료를 꾸준히 받고 있다고 하니 파파라찌 앞에서 쿨하게 웃어주길 바랄 뿐이다. 밤에는 집에가서 엉엉 울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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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온한 경성은 명랑하라 - 식민지 조선을 파고든 근대적 감정의 탄생
소래섭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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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생활기록부에는 항상 이런 말이 있었다. "매사에 밝고 명랑하며..." 웃는 얼굴밖에 별로 칭찬할 것이 없었던 아이에게 쓰일 수 있는 문구다. 나는 한편, 울보라는 별명이 있었던......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자유자재로 오가는 '명랑어둠소녀'였었다. 책을 보니 내가 명랑할 수 있는 이유는 자주 울어서 였구나. 나는 외롭고 슬프면 그 자리에서 엉엉 울어댔다. 


엄마 욕을 하기는 좀 그렇지만 나는 어릴 때부터 감정포장을 교육받았다. "'여자는' 항상 웃고 다녀야 돼.. 웃어야 남들한테 예쁨 받고... 웃지 않는 얼굴에는 침을 뱉을 수 있으며....어쩌고 저쩌고......." 웃는 얼굴을 만병통치약처럼 생각했던 엄마는 나를 걸핏하면 울고 웃는 애로 만들었다. (하지만 언니는 안 그랬던 걸 보니 딱히 내가 피해자라고 주장하기는 좀 그렇다.)


구직을 하고 회사를 들어오면서 깨달았다. 학교나 대외활동 경험같이 내가 얻은 것보다 타고난 것이나 잘 포장된 것이 중요하단 사실을. 물론 '어마 무지막지하게' 대단한 일이라면 조금은 사정이 달랐겠지만. 몇 달간의 백수 시간에서 온 마음 고생으로 나는 다행이도 바짝 말라있었고 엄마의 맹목적인 '미소' 교육 덕에 면접에서 효과는 있었다. 결국 여자의 능력과 자기관리란 몸매관리, 피부관리, 상냥한 태도라는 것을 의미한다는 걸 재확인하고 사회의 쓴 맛에 입을 쩝쩝 했다.


1930년대 경성. 최초의 근대화된 도시로 한 때 뻑하면 드라마와 소설의 단골 배경으로 채택되었다. 나 역시 관심이 많아 이런 저런 책을 몇 권 뒤져봤다. 30년 대 신문광고로 본 세상만사(?), 여자의 몸이 부각되기 시작한 30년대의 몸 담론... 그리고 망할 놈의 '명랑'까지.


급격한 도시화 때문인지 경성 이후로 반백년이 훌쩍 넘은 지금의 서울은 실상 무척 위태롭다. 맞벌이에 아파트만 줄곧 살았던 나는 방송에서 말하는 '한국인의 정'이라는 것의 존재를 본 적도 피부로 느껴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 그런지 황폐한 도시생활에 이미 익숙해서 곳곳에서 들리는 안 좋은 뉴스에도 그럴 법하다.. 고 넘겨버린다. 오히려 도시 평화에 힘쓰는 이들이 아직도 있음에 놀라는, 매정하고 꼰대님들께 자주 회자되는 네가지 없는 젊은이다.


그래서 30년대 경성을 살아온 분들은 어떻게 젊은 시대를 나셨나 했더니.. 요즘이랑 다를 게 하나도 없다. 오히려 더 멜랑꼴리함에 빠지고 '룸펜'이라고 하는 고학력 실업자들의 사정은 더 심했다. 인생을 요령껏 살기에 몰두하며 돈을 버는 법과 이성을 꼬시는 법을 알고 싶어한다. 돈을 버는 방법도 비슷하다. 빈대짓, 짠돌이짓, 채권을 사라느니... 한탕을 노리라느니. 이런 남자를 만나고 저런 남자는 피하라느니. 지금 보면 황당해서 웃긴 것도 있고 더 정확한 것도 있는 거 같다.


그리고 갑자기 들어친 근대화로 백화점과 카페의 등장, 그 전과 다른 서비스를 맛 보면서 요즘과 같은 진상도 탄생하게 된다.


당시에는 엘레베이터 걸, 데파트 걸, 버스 걸, 가솔린 걸 같은 단순 서비스직 여성이 생겨났고 '걸'들을 고용한 이유인 감정노동자도 이 때 탄생하게 된다. '걸'에게 요구하는 건 이거였다. "(예쁜 얼굴로) 명랑하라." 


'걸'로서 돈을 벌 수 있는 이들이 한정됐던 까닭에 여성들의 외모는 출중해서 그만큼 껄떡껄떡하는 사람도 많았나 보다. 어떤 걸은 이렇게 토로했다. "사람이 진땀이 나도록 물건을 뒤져보고 그대로 휙 돌아서며, 좀 흘기면 애교 없다고 시비하시는 손님은 깊이 반성해주셨스면 좋겠습니다." p. 157 


서비스업에 있는 사람답게 당부도 어쩜 이렇게 예쁘게 하는지.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진상들의 만행이 눈 앞에 바로 그려진다는 게 슬픈 일이다. (왜 반백년이 지난 지금도 손님들의 재수탱이 '갑질'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것인가..)


일제시대 서울의 이름 경성. 경성에 대한 책이 많이 나오고 있다. '근대'시작의 시작으로 생겨난 도쿄와 아주 비슷한 이 도시의 존재는 '현대' 서울과 차이점이 거의 없다는 게 놀라웠다. 30년대에의 '걸'들은 전국적으로 고작 10-20%의 꽤 선택받은 여성들이자 야만적인 시대의 희생양이기도 했다. '걸'에게 강요되었던 '명랑'의 감정은 조선총독부의 '감정 정치'에서 온 것이다. 감정을 꾸며내서 다른 이들에게도 좋은 기운을 전염시켜야 한다는 요지인데... 식민지 시대가 언제 끝났는데 아직도 명랑을 요구하는 것인지.


요즘의 감정노동자도 그 때 보다 덜 힘들까. 그렇지 않다. 스튜어디스, 연예인, 점원 그리고 타이피스트 걸인 나...는 입사 직후처럼 명랑하지 않다고 욕을 들어먹으니까 말이다.(사장 할아버지.. 내 친구들 사이에서 이미 엄청 유명하다.) 그리하여 이 망할 놈의 '명랑'에 혹사당하지 않기 위해 곧 회사를 떠난다. 바이 짜이찌엔.


 

* 사족 1 : 스펙 만능 주의와 이 나라에서 잘 나가려면 필요한 능력은 아직도 비슷하다. 예를 들면 1.영어를 배울 것(미국가서 3~4년 있다오라) 2.기자와 교제를 하면서 정보를 얻을 것 3. 무슨 집회든지 발기인에 들 것 4. 남 앞에서는 반드시 사회와 민족을 논하라....


* 사족 2 : 옛날부터 남여 서로 물어뜯는 건 비슷했다. '남자 무용론'에 반박하는 '여자 무용론'까지. 그러면서 속으론 이성의 애정을 얻고 싶어서 비법을 공유하고 연애를 못하는 사람들을 마구 비웃는다. 경제적으로 풍족해져서 조금 변한 것도 있지만 30년대 소위 연애 좀 해봤다는 사람들이 공유하는 비법은 제법 수긍이 갈 만한 것도 있다.


담화는 상대자의 칭찬으로 일관할 것/ 남자는 우스운 이야기를 해서 여자를 웃게 하고, 여자는 서러운 이야기를 해서 남자를 쫄쫄 울게 할 것(뒤에는 모르겠다.)/ 어느 기회를 타서든지 자기의 특수 재질을 보여줄 일/ 피아노 계약을 즉석에 맺을 일(부를 과시한다.)/ 화장품을 사줄일 


1920년대에 동아일보에 '남편을 택하는 100가지 비결이라는 기사가 실렸다는데 48개 까지로 연재가 중단 되었다. 그럼에도 공감가는 것이 있었다.


3번. 여자같이 얌전한 남자와 결혼하지 마라. 그런 남자가 아내를 곱게 다룰 것이라 믿어서는 안 된다. 그런 남자는 늘 아내를 박박 긁고 괴롭힌다.


12번. 재산이 넉넉하더라도 직업이 없는 남자와 결혼하지 마라. 남자는 한가해지면 술, 담배, 여자만을 생각한다.


13번. 여자보다 못 배운 남자가 여자 말을 잘 들을 것이라 생각하고 결혼하지 마라. 그런 남자는 지식으로 여자를 못 누르면 주먹으로 누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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