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20대 어른(법적인 의미)들과 같이 나도 커피를 좋아한다. 새내기였던 1학년 때에는 아직 아메리카노를 잘 마시지 못했지만 이제는 대놓고 각성효과를 바라고 마시는 중. 조금씩 조금씩 사모아 은근 커피 도구도 있다.


이미 국민 모카포트인(네이버 블로그 여론 기준) 비알레띠 모카포트랑 베트남에서 사온 베트남 커피 추출기, 내가 그림 그려서 만든 도자기로 된 드리퍼까지. 


갖고 있으면 커피를 맛있게 마실 수도 있지만 일단 그 자체로 디자인이 훌륭해서 갖고만 있어도 왠지 뿌듯하다. 


책에서도 말하고 있는 케맥스의 커피 기구를 어떤 잡지에서 보고 사려고도 해봤지만 고가에, 예민한 유리 소재라 포기했다. 


커피 마시는 데 뭔 지식이 필요하겠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카페가 김서방 만큼 많아진 요즘 시대에 좀 알아두면 교양있어 보일 듯도 하다. 일단 일상에는 도움이 될 듯. 올리브 티비를 즐겨보는데 발렌타인 기념으로 코코아에 대해 설명 하러 나온 쇼콜라티에(고은수 쉐프)의 귀여운 외모가 갑자기 지적으로 보이는 경험을 한 뒤 크게 든 생각이다. 


코코아도 원산지에 따라 산미도 다르고 어떤 것은 과일향이 나고.. 한 때 광풍 불었던 카카오 99% 처럼 카카오의 비율에 따라 쌉싸름한 맛이 다르다는 것. 생각해보면 나주는 배, 영덕은 대게, 안동은 소주 같이 대표적인 지역 음식도 있는데 당연히 코코아도 뭐..


기호 식품은 커피도 당연히 마찬가지다. 물론 소믈리에처럼 한 모금 딱 마시면 원산지 같은 걸 알리야 없지만 가끔 고급 원두를 사 먹을 때 향기라도 다르게 느껴지지 않은가. 


책에는 원두에 대한 설명은 안타깝게도 거의 없지만..(하긴 이걸 어찌 표현한다냐!) 로스팅 기구, 커피 도구들에 대한 설명이 많이 나오는데 생각보다 실용적인 설명이 많다. 일러스트레이터인 저자가 그림으로 설명해 줘서 알기도 쉽고. 같은 홈 커피 제조자로서 희안하게 집에서 하면 카페처럼 맛이 안 나온 이유도 알게 되었고 (이유 : 원두가 신선하지 않아서) 집에서도 로스팅을 할 수도 있겠다는 사실을 알 게 되었다. 엄마가 자주 땅콩을 볶는데.. 따지고 보면 커피도 콩이니 가능한 말이다. 


일상적인 양면 팬 등을 이용한 홈 로스팅과 주사기로 추출한 커피 제조법을 보고 있으니 헉- 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특히 주사기 제조법은 시도해볼까 싶기도 했지만... 정말 세척 방법이.... 좋지 않은 것 같다.


일러스트레이터인 저자라서 그런지 표지도 내지도 디자인이 훌륭. 띠지를 완전히 띠어내도 아기자기한 일러스트가 가득 그려져 있다. 글 읽기 싫어하는 사람도 그림만 봐도 들겁게 커피에 관한 일러스트가 빼곡하다. 내용도 기대 이상으로 충실하다. 생활 밀착형 커피 즐기는 팁이 가득. 커피 기구가 없어도 카페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이 많은 것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850년 경에 에디오피아의 어느 목동이 발견했다는 요 커피는 어쩔 때는 악마의 음료로, 어느 때는 아프리카의 검은 눈물이라고도 하고 또 어느 때는 관능적인 음료로도, 아니면 노동자의 음료로 묘사된다. 우리나라도 곧 있으면 커피 소비국 10위 권 안에 들정도로 커피를 무진장 마신다고 하는데 이런 얘기를 들으면 왠지 그 작품을 한 번도 안 읽은 발자크가 생각난다. 


그는 하루에 엄청 독한 커피를 거의 40잔씩 마시면서 스무살 연상의 기혼인 연인에게 다가가려고 노동하듯 글을 썼다. 잘 살아보려고 시작한 사업이 망하고 빚 독촉에 시달린 발자크는 하루에 16시간씩 깨어있으면서 작품을 찍어냈다. 유명한 작품을 발표하고 마침내 연인과 살 수 있게 되자 5개월 만에 심장질환으로 죽게 된다. 이유는 바로 커피. 이 정도로 마셨으면 몸에 피대신 커피가 흐를 것 같다.


뭐든 과한 건 좋지 않다. 나는 이렇게 돈에 쫓겨서 글을 썼다는 식의 이야기를 좋아하는데...(속물이라 그런가?)


요즘에 역시 도박빚에 허덕이면서 돈을 위해 글을 썼던 도프도예프스키의 책을 읽고 있는 중이라.. 발자크 책도 읽어 보리라.











* 내 친구 중에 정말 컴플레인을 조곤조곤 잘하는 친구 H양과 다니다 보면 간혹 곤란한 상황이 생긴다. 예전에 학교 앞에 나름 꽃미남 전략으로 여대생의 마음을 사로 잡는 카페가 축제 기념으로 학교 안에 들어와서 장사를 했는데 바쁘니깐 커피를 조금 뽑아 놓았다. 나는 전혀 지식이 없는 상황에 그녀는 바리스타 자격증이 있는 상황. 우리의 H양은 화를 내며 크레마(crema)가 죽지 않냐며 뭐라뭐라 따지니 꽃미남 바리스타가 깨갱- 하면서 커피를 다시 뽑아 준 이야기. 그땐 그게 뭐간디 했는데 알고보니 진짜 중요한 거 였구나. 사실 친구도 내게 "카페에서 바로 뽑아준 거 아니면 사먹을 필요가 없는거야. 그럴 바엔 200원짜리 자판기 커피를 뽑아 마셔. 신선한 거 아니면 2천원이든 2백원이든 똑같아!"  


그렇게 똑부러지는 내 친구는 앞가림을 잘해서 곧 시집간다. 잘 살아...ㅎㅎ 


* 제 3의 물결이라는 블루보틀 커피가 도쿄에는 착륙했다는 기사를 봤었는데 우리나라에는 들어올지는 미지수. 하지만 들어온다면 깔끔한 디자인에, 핸드드립의 훌륭한 맛(듣기에는)에, 성공적일 것 같다.


* 터키, 인도식 커피는 맛 본 적이 없는데.. 베트남 커피를 베트남 식당에서 맛볼 수 있듯이 얘네를 맛 보려면 터키 식당, 인도 식당에 가보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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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명이 먼지(munge)인 이 작가의 저서가 꽤 몇 권이나 된다. 우왕. 그중 [그림 그리고 싶은 날]은 예전에 신간 평가단 했을 때 받아서 아주 만족했던 책. 비전공자인 내가 보아도 아주 실력있다. 











요건 표지 디자인했던 것.. [노서아 가비]는 근현대 시대에 있었던 커피에 관한 소설이라고 한다. 고종 할부지가 그렇게 커피를 좋아했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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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할 때 별로 러블리하지 않아서인지 나는 미국산 로맨틱 코미디가 좋다. 일단 별로 생각할 필요도 없고 보고 있는 동안 괜히,아무 생각없이 행복한 느낌이 드니깐. 우리나라 영화에서 이 장르는 나에겐 로맨틱보다는 코미디에 가깝고(너무 이해가 되니까) 유럽산 로맨틱 코미디는 뭔가 해괴한 느낌이 든다. 애愛만으로는 영화가 안 만들어지니 꼭 증憎이라는 요소를 넣어야 된다는 강박같은 게 보인다.    


개인이 만든 영화로 다른 나라 사람을 판단하는 건 완전 잘못된 거지만 암튼 로맨틱 코미디 세상에서는 미국 사람들이 세상에서 젤 쿨한 것 같다.    


모든 로맨틱 코미디의 룰은 같다. 주인공 두 명이 처음에는 앙숙처럼 귀엽게 치고 받다 어느 순간에 뽈링 인 러브~ 를 하면서 같이 맞이하는 해피엔딩. 마지막 장면에서는 키스를 하는 커플을 축으로 세우고 카메라가 빙글빙글 돌면 상투적이면서도 이제 볼 걸 다 보았군 후아, 같은 느낌이 든다. 


 중학교가 끝날 무렵에 엄마가 젊었을 때 사놨던 [빨간 머리 앤] 12권을 다 읽었던 적이 있다. 일본식 비문이 좀 많은 약간 예스러운 느낌이 나는 글이었지만 어쨌든 재밌게 읽었다. 그런 어마어마한 장편 소설은 다 읽는 사람이 잘 없는데 (아직 태백산맥도 못 읽었는데..!ㅠㅠ) 이유는 초반 1,2권이 지나면 재미가 급 없어지고 독자도 뒷심이 딸려지기 때문이다. 앤과 길버트가 어릴 때부터 결혼할 때까지는 무지 재미있지만 사실.. 결혼이라는 현실 생활에서는 아무리 앤의 멋진 활약에도 말초 신경을 자극하는 게 없어져서 그런지 재미가 급 하락한다. 12권 중 2권 정도는 작가의 단편 소설이나 에피소드였는데 그 중에서 아직도 기억나는 단편 소설이 있다. 


고양이를 키우는 여자와 강아지를 키우는 남자의 러브 스토리였는데 고양이와 개 성격의 차이만큼 차이가 나는 두 주인공의 정체성도 꽤나 요란했다. 고양이를 키우는 여자(물론 전형적인 고양이 같은 성격)는 개를 키우는 남자(전형적인 개..멍멍이 같은 성격)를 완존 경멸하면서 무시하지만 어느새 자신의 개와 고양이가 어울려 노는 것과 같이 얽혀 버린다. 그리고 사랑에 빠진 그들은 평생 앙칼진 성격과 유들유들한 성격이 합쳐져서 꽁냥꽁냥 산다는 이바구. 








[그린게이블즈 빨강머리앤] 완역된 10권 세트. 저 에피소드가 뭔지 기억이 안난다.ㅠㅠ 에피소드에 앤 이웃의 러블리한 이야기가 더 많다.


살다보니 더더욱 이해가 잘 안 되는 이야기지만(일단 자기 성격 그대로 동거한다는 게 가능한 일인지) 그런 거 하나하나 따지면서 영화를 보면 재미가 없지. 


아무리 로맨틱 코메디라도 어떻게 똑같은 내용을 계속 보내겠어. 캐릭터라도 바꿔야지. [사랑할 때 버려야할 아까운 것들]의 두 주인공은 나이가 좀 많다. 그 나이에(that age) 하는 연애는 대체로 아주 절박하거나 아름답게만 그려진다. 이 영화도 그랬다면 미국산 로맨틱 코메디를 찬양했던 게 좀 무안해졌을 것이다. 고양이같이 까다롭고 날 세우는 여자와 느글느글하면서도 뭔가 끌리는 개같은(!) 남자와의 전형적인 이야기이긴 하지만 그들은 다른 로맨틱 코메디의 주인공들보다 나이가 많은 만큼 더 아집과 똥고집이 강하다.  


30세 이전의 여자만 쫓는 난봉꾼 해리(잭 니콜슨)는 주말을 보내러 애인과 함께 애인 어머니 소유의 별장으로 간다. 둘만의 시간을 보내려고 마법의 파란약(*-_-*)까지 먹고 만만의 준비를 했지만 불행히도 완벽주의자인 성공한 극작가이자 애인의 어머니인 에리카(다이앤 키튼)와 여성학자인 애인의 이모를 대면하게 된다. 나이든 여자에 익숙하지 않은 해리와 딸의 엉덩이를 보고 쓱 미소짓는 자기와 동년배인 남자를 애인이라고 데려온 엄마의 입장에서 둘의 만남이 좋았을 리는 없다. 어른이라 애써 쿨한 척을 하다 서로간의 입장차를 확실히 보인 저녁식사 후에 사건이 일어난다. 엄마! 라는 딸의 비명소리를 듣고 달려간 방에는 숨을 헐떡거리는 해리가 쓰러져 있다. 판단력이 빠른 에리카의 아리따운 대처(!)로 목숨을 구하게 된 해리. 하지만 고마움을 느끼지 못하고 자기의 유흥 생활이 위협받는 이 상황에서 벗어나기만을 바란다. 


모든 역사는 고립된 장소에서 일어나는 법. 하필 퇴원하는 날 병원 입구 앞에서 뒤로 넘어간 해리는 어쩔 수 없이 가까운 에리카의 별장으로 요양을 하게 된다. 큰 별장에서 별 일 없이 지낼 수도 있겠지만 힙합 음악을 크게 들으며 담배를 뻑뻑 피우는 해리가 여름에도 터틀넥을 입는, 자기 자신도 달달볶는 에리카와 편안히 공생할 수 있을 리 없다. 사사건건 부딪치는 그들은 한 밤에 샤워를 하러 들어가는 에리카의 나신을 보고 큰 소동을 벌이면서 더 심각해진다. 


하지만 연적인 젊은 미남 의사 줄리안(키아누 리브스)이 에리카에게 홀딱 빠지는 걸 보면서 은근 슬쩍 질투를 느낀 해리는 자신이 에리카를 좋아하고 있음을 느끼고 에리카 또한 자신이 해리와 보내는 시간이 즐겁다는 걸 깨닫는다. 밤 잠이 없는 그들은 한밤 중에 귀엽게 채팅을 하다가 파자마 파티를 하려고 주방에 내려왔는데 하필 딸이 나타나서 무드를 깨버린다. 


딸과 얽힌 막장 스토리라면 절대 이 장르가 될 수 없다. 다행히 딸은 거사를 치르기 전에 해리가 심장 발작이 일어나는 바람에 다행히 아무일도 없었기 때문에 딸은 오히려 잘 해보라며 무진장 쿨하게 엄마를 응원한다. 이제 그들을 막을 장벽은 없다. 해리는 심장 발작 극복(실은 섹스를 가능하게 하려고) 하기 위해 계단 오르기 테스트를 열심히 하면서 그들은 훌륭하게 역사를 만든다. 


에리카가 터틀넥을 찢어 달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에겐 베스트 씬. 피임대신 혈압을 걱정하는 이 커플의 결과는, 성공적. 감격에 겨워 같이 울고 급기야 잠 없는 이들이 오랜 시간 숙면까지 취한다.(바람둥이에겐 같이 숙면을 취하는 것이 엄청난 의미인갑다.) 이대로 죽어도 좋아 같은 분위기로 해피엔딩을 맞으면 참 좋겠지만 선수는 필드를 잊지 못하고 다시 바람둥이의 길로 접어든다. 치료가 끝난후 연락을 뚝 끊은 해리(욕이 한 바가지 나온다. 남자들도 말하는 전형적인 나쁜시끼!!)에 힘들어 하지만 잘 극복하고 있는 에리카. 하필 전 남편이 재혼하려는 여자와, 딸까지 만나 저녁을 먹고 있는 식당에서 해리가 젊은 여자와 둘이 오는 걸 목격하게 된 에리카는 완전히 정신이 나가고 만다. 눈물이 범벅이 되서 식당을 나간 에리카를 보고 해리가 쫓아 나가고 에리카는 모진 말을 하고 떠나버린다. 해리는 또 심장이 아파서 병원에 실려간다. 하지만 이번에는 심장 발작은 아닌 모양.


실연의 상처로 화가난 에리카는 펑펑 울면서 각본을 쓴다. 슬픔을 예술로 승화시킨 에리카의 극은 큰 성공을 거둔다. 제목은 '사랑할 만한 여자'  문제는 각본의 내용인데 이건 둘 사이에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해리를 완전 우스꽝스럽게 발가벗겨 버린다. 사랑의 실패와 후회로 망신창이가 된 해리는 에리카를 찾아 나선다. 










부츠컷이 다시 마네킹에 입혀지고 잡지의 흐름을 보니 다시 70년대 패션이 돌아오는 것 같다. 잡지에서는 70년대 영화를 모티브로 화보를 찍기도 한다. 아무래도 스타일이 확실한 우디앨런의 상징인 안경과 다이앤 키튼의 포멀하지 않은 매니쉬 패션이 돋보였던 [애니홀]도 소재가 된다. [애니홀]에서 재능있고 귀엽지만 사람을 약간 돌게 하는 가수 지망생으로 나왔던 다이앤 키튼은 나이가 30년이 지난 21세기 초반에도 여전히 사랑스럽다.(다이앤 키튼은 대부같은 정극보다도 희극에서 더 매력적이다. 웃는 상이라서 그런가.) 엉엉 소리내서 울면서 각본을 쓰는 장면에서는 풋-하고 웃음이 나온다. 

 

굳이 따지자면 Something's gotta give 는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다' 이다. 영화 장르로 보면 엄청나게 잘된 번역인 것 같다. 다만 계속 뭐가 아깝다는 거지? 라는 생각을 하게된다. 영화에서 나온 정답이라면 해리는 젊고 싱싱한 여자와의 화려한 생활과 바람둥이 명성을, 에리카에게는 자존심이겠지만 젊은 여자 관객에게는 확실한 답이 있지. 그건 바로 키아누 리브스다!! 힘을 완전 빼고 꽃미소 퐁퐁 날리는 키아누 리브스를 볼 수 있다는 것도 큰 관전 포인트 중에 하나다. 


캐릭터가 중요한 극답게 디테일이 섬세하다. 혈압계나 시계를 볼 때 안경을 찾는 커플, 한 여름에도 터틀넥을 입던 에리카가 행복한 관계를 시작하고 브이넥을 입거나 꼭 까만 돌을 줍는 강박적인 성격, 샹송을 듣는 고상한 취향이나... 아무튼 캐릭터 표현이 아주 확실하고 세세하다.  


다이앤 키튼과 잭 니콜슨의 노출 연기도 정말 빵 터진다. 자기 관리의 신이라고 부르고 싶다. 어쩜 이런 외설스런 소재를 코믹하게 소화할 수 있는지!


모든 로맨틱 코미디가 그렇듯이 교훈은 하나다. 상처받더라도 사랑하라, 많이 사랑하는 쪽이 승리한다, 같은 것들. 물론 즈그들은 해피엔딩이 보장되어 있으니까 자신있게 하는 말이겠지만은...! 그리고 여기서는 귀엽게 늙자! 같은 교훈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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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자기전에 만화책을 보고 있다. 만화도 이거 하나밖에 없기도 하지만.. 중학교 때 보고 재밌어서 일본어 공부(이 핑계로 만화든 잡지든 드럽게 많이 삼..) 겸해서 샀는데 나이 들고 보니까 진짜 재밌다. 사실 중학생 때는 조금 대사가 많아서 한국어라도 버겁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게다가 이런 고급스런 블랑제리 문화 따윈 모를 때 였으니 케잌 설명하는 부분은 쿨~하게 넘겨버렸다.


내가 드럽게 성숙했는지 내 친구들은 별로 안 좋아했다. 일단 그림의 문제도 있고. 일반적인 여중고생의 취향은 아니다. 아기자기하게 예쁜 얘기도 없다. 게다가 이 책이 재밌다고 추천할 때 당최 어디서 끓어읽어야 하는지가 애매하기도 하다. 서양골동/양과자점? 이게 맞기야 하겠지만 (아무래도 베이커리를 파는데 동양과자점은 될 수 없으니) 이렇게 발음하기 힘든 무시무시한 제목도 공유를 힘들게 하는 원인 중 하나다.


일단 요시나가 후미는 내가 젤 좋아하는 만화가. 주로 게이물이 전문이다. 그 쪽(?) 취향은 아니라서 전 작품은 안 읽어봤고 [오오쿠]와 [사랑해야 하는 딸들] 정도 까지만.. 


아무튼 재미있는 것은 요 시리즈인데 남자들로 구성된 예능 토크쇼가 재미있는 이유는 필터링이 많이 없어서인 것과 같이 대사가 찰지다. 과자점 '앤티크'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와 네 남자의 과거 이야기, 상처가 중점이 되는 나름 힐링 만화다.


먼저 앤티크의 주인인 타치바나. 엄청난 대기업 일가 중 한명으로 경영 세습 순위에는 들지 못하지만 도쿄대 출신에 외무고시도 사법고시도 합격하는 '되는 남자'이지만 매번 여자에 차여서 좌절하고 무너지면서 금방 그만두고 자기네 회사 영업직을 지냈다. 같은 회사 여자에게 프로포즈를 실패함과 동시에 평소 숙원의 사업이었던 카페를 개점. 천재 제빵사(고급표현 : 파티시에) 오노를 고용하고 예쁜 여자들을 종업원으로 고용하고 싶었지만 오노의 성정체성과 여자를 두려워 하는 마음 때문에 실패. 어릴 때의 공포스러운 경험으로 인한 트라우마로 자주 비명을 지르며 일어나기도 한다. 진짜 '엄친아'이지만 여자에게 차이면 쉽게 그만두는 유리멘탈의 소유자에 가슴 큰 여자만 좋아하는 시시한 취향을 가졌다.  


파티시에인 오노는 천재 장인, 제빵사이기도 하지만 유흥가에서는 '마성의 게이'로 통한다. 뛰어난 실력이 있지만 오노가 가는 가게는 언제나 오노를 둘러싸고 종업원 간에 싸움이 생기거나 자살소동을 벌이기도 해서 언제나 금방 짤리거나 도망쳐 나오기 일쑤다. 이 오노를 일그러진(!) 사랑으로 밀어넣은 것은 어떤 남자. 그리고 원수는 외나무, 아니 직장에서 만나는데.. 


에이지는 고아원에서 자라난 문제아였다가 권투 재능 하나로 꽃미남 선수로 꽤 이름을 날리던 중에 각막박리 때문에 선수생활을 그만두게 된다. 배운 것 없이 뭘 할까 고민하던 중 마침 서빙할 아르바이트 모집에 면접을 보게된 에이지는 오노의 케잌을 맛보고 사정을 해서 견습생으로 들어오게 된다. 주인보다 사부를 따르는 스무살의 에이지는 여자와 노는 기쁨은 잊고(이미 어릴 때 다 경험해보았으므로) 순수한 열정으로 케잌 장인의 길에 매진한다.


외모만 보면 치카케는 매트릭스 요원처럼 위압적이고 멋있지만 실제로는 거의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남자. 하지만 너무 순수하고 착해서 미워할 수 없는 착한 곰 캐릭터. 타치바나 집에 가정부를 했던 어머니를 따라 들어오게 되어 타치바나의 오른팔 같은 행세를 하지만 실제론 타치바나가 그의 뒤치닥 거리를 해주는 꼴이다. 하지만 누구보다 편안하고 믿음직한 느낌을 주는 치카케는 타치바나에게 은근한 힘이 된다. 착하고 순수한 치카케는 마성의 게이의 덫에도 걸려들지만 지나친 순수함으로 오노를 무장해제 시켜버린다. 하지만 이 남자에게도 엄청난 비밀이..(스포일러 : 자식이 있음- 이 사실보다 자식을 만든 이유가 진짜 웃김)


이런 성격을 가진 남자 네 명이 드글드글하게 나와서 4권을 빼곡히 채우지만 전작 화려한 작가답게 화면 전환이 세련됐다. 그들에게 얽혀 있는 과거의 상처와 현재가 적절히 혼합되어 캐릭터의 행동을 이해시켜준다. 그리고 화려한 케익과 에프터눈 티의 향연까지. 열심히 읽으면 무스가 어쩌고 버터의 온도가 어쩌고 딸기의 원산지가 어쩌고.. 제법 세련되어 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세일러문의 왕방울만한 눈을 갖지 않은 현실적인 그림체와 실생활에서 보는 소재로 현실성을 크게 부여하지만 이것은 만화다. 재벌가 + 외무고시, 사법고시를 대충 패스 + 손만 대면 스트레이트도 게이를 만들어버리는 마성의 게이.. 뭐 그래도 이야기 안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천재 파티시에를 고용해서 넉넉한 자본력으로 시작한 앤티크이지만 홍보를 위한 방송에서 여러 제빵점과 만나는 바람에 오노를 힘들게 하기도 하고 오노의 옛사랑이 날아와서 해적을 쳐놓자 파티시에를 뺏길 위기에 놓였던 타치바나는 자존심을 다 내려놓고 "내가 만약 너랑 자면 너는 우리 가게에 있어줄래?!" 같은 대사까지 막막 던지면서 은근 힘겨운 경영을 이어간다. (진짜 힘겹게 경영하는 자영업자는 이런 게 제일 만화같다고 여길 수도.) 


이 4명의 주인공도 주인공이지만 여자 인물들도 상당히 독특하고 생활력이 팔딱팔딱 한다. 생활력이 팔딱팔딱한 점이 이야기에 생동감을 불어넣기도 하고 현실감을 주지만 반대로 현실감이 떨어지기도 한다. 타치바나를 거쳐간 여인들의 헤어짐의 이유나 ("넌 너무 무리를 하고 있어." 혹은 "다른 애들이 뭐라 그러는 줄 알아? 같은 안경이라면 오노가 더 귀엽다고...그래도 걔랑 있으면 내가 필요한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도쿄대 출신이지만 일을 못해서 좌절하는 여자친구에게 청혼을 하자 자존심 상한 듯 걷어차거나.. 솔직히 재벌가 남자가 아름답게 청혼하면 그렇게 쉽게 거절할 수 있는 여자가 얼마나 되려나. 중학교와 성인 사이의 갭은 엄청난 건지 당시에는 이런 생각없이 순수하게 쭉쭉 읽었었는데. 쩝.


또 스치는 에피소드에서 권투선수의 아이를 가진 '물장사'하는 언니가 끝내 아이를 낳겠다고 결심하는 내용, 아이를 갖고 싶어서 치카케에게 매달리는 타치바나의 전 여친인 능력있는 작가까지... 아이를 만들고 싶었던 30대 후반의 작가가 허우대 좋은 치카케를 처음 대면했을 때의 대사가 진정 베스트다. '머리는 나쁠 것 같지만 팔팔한 정자를 갖고 있을 것 같은 남자...' 라고 생각한 그녀는 치카케에게 사정한다. "저기 당신하고 자고 싶어! 나 시간이 없어! 제에발..?!" 


가장 큰 줄기인 타치바나가 트라우마를 이겨내기 위한 과정은 이야기 끝에 조금 해소가 된다. 조금 현실과 동떨어지는 내용이지만 탄탄한 스토리와 교양으로 재미와 감동은 보장한다.




* 드라마화 되었다고 하는데 안 봤다. 앞으로도 볼 계획 없다. [허니와 클로버]를 스무살이 넘어서 읽고 눈물을 줄줄 흘려서 영화도 조금 볼까 했더니 시작하자 마자 껐다. 굳이 같은 기분을 느낄 필요는 없지.

   

* 비추천 : 게이 이야기를 절대적으로 안 좋아하는 사람. 글루텐 다이어트 중인 탄수화물 중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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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5-03-30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로도 만들어 진 걸로 기억하는데요? 어즈버~~~ㅠㅠ
저는 다시 일본어 공부 한다고 이번에 한국에 갔을 때 교보에서 하루키의 색채가 있는... 그거 사왔는데 언제 읽을 지!!ㅠㅠ

뽈쥐의 독서일기 2015-03-30 20:30   좋아요 0 | URL
영화까지 만들어 졌나요~? 인기가 대단하네요. 스토리도 탄탄하긴 하지만서두..ㅎㅎ
우와 하루키 책으로 일본어 공부하시는군요. 대형서점 가면 공부가 마구마구 하고 싶어지죠.ㅎㅎ
응원의 박수 보내드립니다. 짝짝짝.♥♡
 

예전에 잡지의 인격이라는 어떤 칼럼을 봤다. 일본 사람이 쓴 글이라 우리나라와 현실과 조금 동떨어진 점도 있었지만 잡지의 선호로 그 사람을 파악할 수 있다는 골지의 이야기였다. 혈액형론 만큼이나 황당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어느 정도 동의한다.


일단 내가 좋아하는 잡지는 [코스모폴리탄], [그라치아], [싱글즈].. 가끔은 [마리 끌레르]도 좋다. 쉐프, 레스토랑 중심 말고 가정 요리 중심인 요리 잡지랑 또 가끔은 [페이퍼]도 읽는다.


[코스모폴리탄]이야 그들이 지향하는 3F(Fun, Fearless, Female) 표어에 끌리는 것도 있고 독자 투고란이나 섹스칼럼이 활발하다는 점도 좋았다. 뭣 보다 화끈한 어조가.. 부끄부끄.. 하지만 읽는 순간엔 뭐든지 가능할 것 같은 자신감을 준다. 


[그라치아]야 저가격에 한달에 두번 나오는 점도 기대가 되고 일단 무엇보다 가볍다. 그래서 더 알찬 느낌이 든다. 여러 잡지책을 사도 [그라치아] 리뷰를 자주 쓰는 이유는 오직 하나다. 기사 사이에 틈이 적어서 좋은 기사를 덜 까먹어서다. 두 번 나오는 만큼 최근 이슈에도 더 빠르게 반응하는 것도 최대 장점. 운동, 다이어트에 관한 기사가 충실한 것도 맘에 든다. 나도 적지 않은 나이인데 왠지 연령대가 2-3살 나는 느낌은 있다. 뭐.. 곧 해결될 문제지만..ㅠㅠ


[싱글즈]는 옷보다 화장품 중심이라 뭔가 더 친근하다. 다른 것도 마찬가지기야 하겠지만 오롯이 자기가 자기를 책임져야 하는 싱글을 위해 태어난 잡지라 그런지 제태크같은 실용적인 정보도 더 많은 것 같다. 광고 사이사이에 깨알 같은 정보를 잘 찾아서 스크랩을 해 둘 때가 많다. 가끔 여행 부록도 좋다. 제주도는 도움을 좀 받았다


[마리끌레르]는 예~전에 월드리포트가 멋있는게 정말 많았는데 요즘은 좀 약해진 느낌이다. 오지? 아무튼 여권이 낮은 나라의 결혼 문화를 소개하거나 정말 특이한 직업 여자 투우사 같은... 정말 읽으면서도 약간 독립영화 비스무리한 것을 본 것 같은 느낌도 있었는데.. 요즘은 그런 한 방이 아쉽다. 뭐 다시 멋있어지겠지.


다만 아쉬운 건... 우리나라 태생의 잡지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잡지 창간이 결코 쉬운 게 아니란 건 알지만 아쉬비.. 그렇다고 쎄씨는 너무 아이돌 중심이라 읽기가 좀 그렇다. 중딩 때 자주 읽었는데. [신디 더 퍼키]가 사라진 건 몹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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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에 고른 잡지는 [하퍼스 바자]. 왜 다른 잡지 얘기만 줄줄 언급했냐면... 고백하건대... 나는 속물이다. 좋다 좋다 하는 잡지 선택은 언제나 그 달의 '부록'에 무너지고 만다. 사실 얼마전에 독립 잡지를 하나 샀는데 부록도 없으니 왠지 속상한거다. 그래서 다시 패션지 구매자로 복귀. 이제는 그냥 속물이라고 인정하련다.


이번 달 부록은 대림 미술관 전시권 1매와 [하퍼스 바자 아트]. 디자인도 깔끔한 티켓을 만지작 거리고 있으니 괜시리 뿌듯한 마음이 든다. 물론 이것 때문에 산 건 아니다. 지금 전시하고 있는 [린다 맥카트니]전의 입장료는 5,000원 정도를 형성하고 있으니 뭐 크게 이득 본 장사는 아니다. 이번 달 바자를 선택한 이유는 바로 [하퍼스 바자 아트] 때문이다. 


나는 [하퍼스 바자] [보그] [W]를 동류로 묶는다. 좋게 표현하면 하이패션, 나쁘게 말하면 허세. 좋게 표현한 하이 패션도 나랑 상관은 없는데다 외래어를 남발하는 정체모를 글 때문에, 가볍지 않은 무거운 문체 때문에 피곤할 때가 있어서 거의 안 산다. 내가 수준 낮아서 이해 못하는 패션 화보도 그닥 관심이 없는데다 아무리 유명하다고는 하지만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이른바 '패피'들의 이야기를 아무 설명도 없이 줄줄 쓰는 데도 거부감이 느껴진다. 이름도 관계도 잘 모르는 디자이너와 아트 디렉터와 편집장과 뮤즈들의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머리가 멍해진다. 히스토리를 좀 설명해 달라고!


또 말로는 여성의 아름다움을 찬양한다고 하면서 겨우 굶어 죽지 않게 먹는 깡깡마른 모델만 기용하는 이중성도 되게 얄미웠다. 


결국 하이패션과의 관계 개선은 이뤄지지 못하고 얼른 다른 칼럼으로 뜀박질 한다. 그런 날이 올런지는 모르겠지만 샤넬 백을 시원하게 살 수 있는 날이면 화해가 극적으로 이뤄질 지도.. 


그래도 가끔 이들 잡지를 살 때가 있다. 부록이 괜찮을 때다. 대체로 이들 잡지는 부록이 없고 특히 마케팅 같은 걸하는 화장품을 주는 일은 본 적이 없다. 하지만 몇 주년 기념으로 화집같은 거 줄 때는 꼭 산다. 이 때는 잡지가 부록이 아닌가 생각될 정도로 좋은 화집이 온다. 


아무튼 이번 달엔 부록을 보려고 잡지를 샀다. 그런데 은근 훌륭타. 여전히 어깨에 힘은 들어갔지만.


H&M, ZARA를 위시한 저가격에 디자인도 훌륭한 (가끔 디자이너들과 콜라보레이션도 하는!) SPA 브랜드가 일반인에게도 퍼진 영향인지, 스트리트 패션이 주목을 받게 된건지 아님 얼마전 샤넬이 '코리아'에서도 국제적인 가격 정책으로 100만원 이상을 내린 까닭인지.. 럭셔리 브랜드도 매출 때문에 은근 콧대가 낮아져서 그런지 이들 잡지도 거품이 좀 빠진 느낌이 든다. '그사세(그들이 사는 세상)'을 다루는 만큼 아직 어깨에 힘이 들어가긴 했지만.


이제 괜히 삐진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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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일 쉐프의 칼럼도 있고 <킨포크> 스타일의 탄생지인 포틀랜드에 대한 기사도 있었지만.. 젤 기억에 남는 건 '뮤즈'에 대한 기사. 럭셔리 패션 사업은 점점 이미지가 중요해지기도 하니 광고모델, 아니면 그들과 어울리는 셀러브리티도 상당히 중요한 부분일 것이다. 문고판 표지를 싸려고 잡지를 버리기 전에 항상 예쁜 광고 사진을 꼭 스크랩해두는 버릇 때문에 대충 '뮤즈'가 누군지는 알 것 같은데 국내 연예인이 아니라 친근감이 덜 들어서 그랬는지 큰 관심이 없었는데 한 때 지디가 샤넬쇼에 열심히 가는 것을 보니 생각보다 영향이 있겠다 싶다. 일본 유명모델 키코가 샤넬에서 디올로 '뮤즈'의 자리를 옮겼다고 해서 샤넬이 배신감에 치를 떤다는 기사를 보니 '뮤즈'를 너무 아름답게 생각했던 이십대 후반의 내가 넘 바보 같은 생각이 들었다.


진짜 디자인에 영감을 주는 '뮤즈'라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홍보, 광고 모델 정도였구나. 그들도 비즈니스라는 걸 망각할 정도로 마케팅을 잘 하는 이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패션이 아무래도 예술과도 관계를 뗄 수 없다보니 정말 예쁜 사람들이 디자이너에게 영감을 팍팍 주는 건 줄 알았다. 아님 영어가 짧았던 나를 비난해야하나?


기사는 홍보모델을 가장한 '뮤즈'에 대한 이야기였지만 크게 보면 파트너십, 기업에서 그리 강조하는 충성 혹은 의리에 대한 이야기다. 결론은 당장의 이익을 보고 브랜드를 옮기면 최종적으로는 배신자같은 낙인이 찍히게 될 수 있고 브랜드도 '뮤즈' 관리를 잘 해야 한다는 것. 상황이 다르겠지만 우리나라 화장품 모델이 너무 한정적이고 몇명이 브랜드를 쉬지 않고 바꾸다 보니 이제는 가끔 헷갈릴 지경이지만.. 계열사가 같아서 그런지 휴지기가 없어도 별 타격은 없지만 말이다.


그냥 타고난 외모나 재능으로만 잘 사는 것 같은 그들이 사는 세상도 사는 법칙은 별 예외는 없어 보인다. 물론 보통 사람들과 생활 수준은 엄청나지만 말이다.


화보 촬영으로는 아나운서 백지연이 나왔다. 워낙 이목구비나 몸매가 시원시원해서 그런지 옷도 잘 어울린다. 인터뷰 내용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은.. 하루에 글을 100쪽도 넘게 쓴다는 사실.. 반성해야겠다. 잘 타고난 것도 있겠지만 노력도 엄청난 것 같다. 노력이 큰 사람은 질투도 못 하겠다. 저서가 벌써 10권이라고 하는데 부럽기 그지 없다.   

















근데 아직 한 권도 안 읽어 봤다. 기회가 있으면 몇 권은 읽어보리라.


그리고 유명 모델 코코 로샤의 [STUDY of POSE]라는 책이 나왔다고 하니 관심있는 모델지망생과 아티스트는 읽어보시라. 1000가지 포즈를 취했다고 하는데 조그만 이미지만 봐도 벌써 시원시원하다. 인터뷰를 보니 그 유명하고 유명한 '강남스타일'까지 연구했다고 하니... 이제 외국인 한테 '두유노 괭남 스타일?' 그만 하세여.........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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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퍼스 바자 아트]에서는 처음 들어보는 장 필립 델 옴므의 루이비통 <트래블 북> 이미지를 볼 수 있다. 멍청하게도 (그럴리  없는) 그냥 서점에서도 파는 건가하고 블로그를 검색해 보니 권 당 면세점에서 4만원 후반대에 팔고 있다고 한다. 와우. 잡지에는 뉴욕편만 나와있는데 멋지긴 멋지다. 뭐 아무튼 이 정도로 비싼 화집을 조금 맛 볼 수 있다.


그리고 성공적으로 리노베이션에 성공한 프랑스 '피카소 박물관'에 대한 기사도 있다. 장장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엄청난 예산을 소비하고 비난을 받으며 성공적으로 재건했다는데.. 파리에 또 갈 수 있으려나. 몰랐는데 한국 전쟁에 대한 그림도 있었네. 제목은 '한국에서의 암살(Massacre en Coree)'란다. 워낙 다작을 하셔서 그런지 몰랐다. 고야 그림과 구도가 비슷. 게로니카에서 보았던 특유의 슬픈 얼굴이 이 그림의 작가가 피카소란 걸 말해준다.


꽤 유명한 작가인 것 같은.. 양혜규 작가가 리움에서 전시를 한다는 소식도 있다. 코끼리를 소재로 하지는 않았는데 전시 제목이 <코끼리를 쏘다. 코끼리를 생각하다> 여서 그런지 영감을 받은 책을 두 권 소개했다.


로맹가리의 [하늘의 뿌리]와 조지 오웰의 [코끼리를 쏘다]. 







설치미술과 추상작업을 주로 하는 작가여서 그런지 관객이나 전시하는 장소가 꽤 영향을 미친다. 전시회 장소마다 다른 전시가 될 수 밖에 없는데.. 이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쓴 작가가 바로 오르한 파묵. 제목은 [순수 박물관]. 갑자기 궁금하다. 





 




양혜균 작가의 전시는 리움에서 5.10까지 전시될 예정. 


또 예술의 전당에서 (2015.03.23(월) - 2015.06.28(일))의 일정으로 열리는 '마크 로스코' 전도 꼭 가봐야 겠다. 예전에 수업 들었을 때 꼭 보고 싶은 전시였는데 서울로 오다니. 로스코 채플까지 있을 정도로 명상적인 그림이라니.. 꼭.. 꼭.. 가야겠다. 한 때 큐레이터과 전공 수업을 열심히 쫓아다니며 공부하는 게 참 즐거웠는데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는 미술관에 통 안간다. 다시 내실을 충만하게 하는 문화 생활을 시작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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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족 : 얼마 전 멋진 커리어를 쌓고 있는 친구 덕분에 팔자에도 없는 서울 패션 위크를 갔다 왔다. 그것도 VIP 티켓까지 받고. 푸쉬버튼 쇼를 관람 + 사진 찍는 거 도와주면서 끄트머리에서 감상을 했는데 디자이너나 브랜드, 모델에 대한 찬양이 괜히 심한 건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다분히 일반인의 생각이겠지만 가끔 웃긴 스타일도 있기도 했는데 하나하나 뜯어보니 옷감이나 패턴이나 꽤 멋있었다. 게다가 창작이라는 일과 비평을 감수하고 창작물을 남에게 선보이는 건 보통 큰 스트레스가 아닐 것이다. 


생각보다 해외에서도 많이 오고 잘 알지 못하지만 넘 멋진 직업 모델을 입만 벌리고 구경하고 있는 나와는 달리 중국에서도 팬이 와서 싸인을 받고 그러는 걸 보니깐 허세부린다고 비난했던 내가 얼굴이 조금 화끈했다. 타인의 노력을 비웃은 댓가 치고는 값이 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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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27 11: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27 13: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붉은돼지 2015-03-27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르한 파묵이 양혜규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순수박물관>을 썼다는 이야기는 조금 와전된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알라딘에도 소개되어 있습니다만, 양혜규의 저서 <절대적인 것에 대한 열망이 생성하는 맬랑콜리>에 대한 출판사 제공 책소개에 이런 문구가 있습니다.

“나는 이 가장 오래되고 명망 높은 근현대 미술의 중심 베니스비엔날레에서 내가 현재 기획하고 있는 이스탄불의 미술관(순수의 미술관)에 도움이 되는 어떤 종류의 기술을 엿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예를 들어 내가 베니스 한국관에서 보았던, 아니 경험했던 양혜규의 향 설치작품 같은 것이 그것이다.- 오르한파묵 (쥐트도이체 차이퉁 2009년 7월 6일)˝

양혜규의 블라인드 작품은 2009년작이고 파묵은 2008년도에 순수박물관을 출간했습니다. 파묵의 인터뷰에 의하면 파묵은 소설 <순수박물관>을 쓰기 시작할 때부터 이스탄불 시내에 실제로 <순수박물관>이라는 박물관을 세울 생각을 이미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초면에 불쑥 죄송합니다. 제가 파묵에 조금 관심이 있어서 그냥 지나가지 못하고 댓글을 남깁니다. ^^
소설 <순수박물관>은 재미있고 특이한 소설입니다. 한번 읽어보셔도 좋을듯 합니다. ^^ ~~

뽈쥐의 독서일기 2015-03-27 13:19   좋아요 0 | URL
우왕 지식인이 나타났다!!! 이렇게 정정도 정확하게 해주시고.. 인용까지.. 몸둘 바를 모르겠사와용ㅎㅎ

아 오르한 파묵이 이 전시에 영감을 받은 게 아니라 이미 저서를 쓰고 있는 과정에서 소재가 된 것이군요. 조금 환상이 깨지긴 하지만.. 이것이 진실이군요. 그래도 넘 고맙습니다. 오르한 파묵 책도 양혜규 전시도 보러가고 싶네요. 먼저 책부터 읽어야 겠지만요.ㅎㅎ

이런 정확한 지적은 언제라도 환영입니다. 붉은돼지 님, 자주 뵈어요^^

붉은돼지 2015-03-27 13: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네~ 저도 자주 뵙고 싶어요 ㅎㅎ
뭐, 당근 지식인은 아니구요...우연히 얼마전에 <순수박물관>을 읽은 1인일 뿐입니다. ㅎㅎㅎ
친구신청했어요~^^
 

요즘 '생물'에 관한 책을 읽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암컷, 수컷에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이 희안한 책은 놀랍게도 소설책 [책에도 수컷과 암컷이 있습니다]

출판사에서 지금 에로에로한 이벤트도 하는 것 같은데... 고민해도 안 나와..ㅠㅠ

진짜 끝내주는 걸 하고 싶은 강박감ㅋㅋ

http://blog.naver.com/ehbook/220305783072

참여해보시라.


나는 주님을 좋아한다. 물론 저 '주'님은 술 주酒 자. (누가해도 인상 찌푸려질 아저씨 개그를...ㅠㅠ)

아무튼 [취하는 책]은 안내만 봐도 쐬주 냄새가 나는 것 같다. 우욱.

피바다주는 뭘까. 호기심 천국이네.





클래식이라는 책은 살 때 엄청 고민하는데.. 이런 책은 의외로 엄청 쉽게 사곤한다. 

저급한 내 수준을 탓해야지 뭐.

한 줄 서평만 봐도 웃긴다. 젤 웃긴게.. 한국 실정과 맞지 않으니 각 나라별로 메뉴얼이 나오면 좋겠다는 것..

크크.. [좀비 서바이벌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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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이미 예약판매 종료가 된 [올리브 매거진 코리아]

무려 창간호다. 우왕.

올리브 티비랑 관련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목차만 봐도 실용보다는 럭셔리 쪽에 가까운 요리잡지인 것 같다.

기회가 있다면 앞으로 한 번 볼까한다.








이왕 요리 잡지 포스팅 한 김에 내가 좋아하는 실용서도 괜히 넣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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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고 탐나는 또 하나의 시리즈. 펭귄 클래식 코리아의 이름도 사랑스러운 '마카롱 에디션'

사랑스럽다. 가격도 조금 착해졌고. 










이 중 가장 읽어 보고 싶은 건 니콜라이 고골의 [고골 단편집].


왠지 이 러시아 작가 이름을 들으면 잠이 올 것 같은 느낌이다. 고골. 고로롱.

쌍팔년도 개그는 이제 그만해야겠다. 부오나 노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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