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스탄트 가드너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감독, 랄프 파인즈 외 출연 / 대경DVD / 2007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열대야와 함께 돌아온 불면의 밤. 오랜만에 공중파 방송에서 방영하는 더빙 외화를 편안한 기분으로 봤다. 더빙 영화는 인위적인 성우 목소리가 몰입을 방해하는 느낌이들어서 별로 선호하지는 않지만 공중파에서 바로 쏴주는 영화를 거부할 이유는 없지. 게다가 한 번 보기 시작하니까 그만 보기가 힘들었다.


레이첼 와이즈를 좋아하기도 하고 참담한 내용이라도 아프리카의 이국적인 풍경에도 맘을 확 뺏겼다. 특히 아프리카의 붉은 빛이 나는 흙 색깔은 언제봐도 좋다. 자원이 많아서 오히려 더 불행한 아프리카가 배경인 이 영화는 제약회사의 음모와 그와 손잡은 정치인의 비리를 밝혀내다 희생되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다. 


잘못된 교육중 하나라 생각하는데 편식하는 아이들한테 '아프리카의 굶어죽는 아이들을 생각하라'며 가르침을 주는 엄마들이 있다. 그 중에 울엄마도 끼어있었다. 가르침보다는 죄책감을 심어주기만 했다. 아프리카에 대한 왠지 모를 죄책감이 있었는데 얼마전 다큐멘터리를 보니 왠지 모를 죄책감은 아녔다. 요 몇 새에 미친 듯이 마시는 커피, 대형 옷 브랜드가 파는 옷이 세탁되는 과정, (특히 유럽에서) 특별한 행사를 위해 사용되는 아름다운 관상용 꽃... 이 모든 것이 아프리카에 빚지고 있다. 얼마전 본 다큐멘터리에서 선진국의 '물 발자국(water footprint)' 의 크기는 어마어마 했다.


지금 두려움에 떨고 있는 '에볼라 바이러스'의 백신이 없는 까닭이 백신 구매력이 없는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퍼졌었기 때문이라는데 모든 것이 신자유주의의 생각으로 지배되는 세상이 참 무섭고 삭막하다는 생각이 든다. 연구 진행도 전쟁에서 세균전으로 사용될까 두려워서 미국 정부에서 진행하고 있는게 전부라고 하니.. 차가운 심장은 에볼라 바이스러만큼 무섭다는 생각이든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처럼 이렇게 어떻게.. 흑흑 이러다 말겠지. 나도 아주 적은 돈을 기부하는 거 말고는 사실 아프리카를 위해 하는 일은 하나도 없으니 나도 제약회사가 야속하니 뭐니 할 말이 없다.


(약간 스포 있음)


열렬한 인권운동가 테사는 정원 가꾸기가 취미인 식물같은 성격의 외교관 저스틴과 논쟁을 벌이다 사랑에 빠진다. 저스틴이 케냐에 발령이 났을 때 테사는 프로포즈를 받아내고 케냐로 같이 떠난다. 케냐에서는 국제적인 대형 제약회사가 아프리카인들을 상대로 비윤리적인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 테사는 신혼부부는 임신과 함께 행복한 나날이 펼쳐질 것을 기대하지만 테사가 무리하게 조사를 한 탓인지 부부의 처음이자 마지막 아이는 유산으로 끝나고 만다. 뼈속까지 인권 운동가인 테사는 백인 의사가 없는 열악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유산을 했어도 남의 아이에게 젖을 물리며 그 순간에도 조사를 멈추지 않는다.

테사를 곱게 볼 리 없는 정치인은 그녀의 동료와 함께 죽이고 대충 무마시키려 한다. 아내가 남겨놓은 쪽지로 단순한 죽음이 아님을 직감한 저스틴의 싸움은 시작된다. 온전히 사랑의 힘과 주위 선한 이들의 도움으로 제약회사와 정치인의 비리를 밝혀내는 저스틴. 하지만 그의 말로 또한 테사와 다르지 않다.


마지막 그의 명대사.. "당신이 원했던 거는 내가 집으로 돌아가길 바랬던 거지? 당신이 내 집이야..."


기억에 의존한 것이라 정확하지는 않지만 '당신= 내 집'이라는 것은 정확하게 들었다. [콘스탄트 가드너]를 보면서 계속 다른 영화가 생각났다. 데자뷰라 해도 좋을 만큼 겹치는 영화는 [잉글리쉬 페이션트]였다. 주연도 랄프 파인즈에다, "나는 그녀가 죽었을 때 이미 죽었소." 같은 명대사를 날린 먹먹한 영화. (희안하게 진짜 좋았던 영화는 리뷰 쓰는 게 엄두가 안 난다.)


두 대사가 다 엄청나게 여심을 자극하는 코 끝 찡-한 대사지만 맥락은 비슷하다. 주인공에게 그녀들은 사랑이 시작되고 끝난 장소였다는 것. 랄프 파인즈란 배우의 얼굴은 주관적인 느낌으로 잘생겼지만 인상이 왠지 모르게 안 좋다는 거 였는데 영화 2-3편을 보고 편견이 완전히 깨졌다. 완전 멋있어..ㅠㅠ


외모는 결벽증이 있을 것처럼 샤프하고 신경질적이게 생긴 남자가 사랑을 위해 목숨을 거는 역이 묘하게 더 매력적이게 느껴졌다. 이런 시나리오라면 연기 변신 안 해도 된다는 게 속좁은 내 의견.


그래도 참 씁쓸한 것은 관객을 엄청 속 시원하게 했던 [테이큰]같은 류의 영화에서 위안 받는다는 것. 역시 사랑하는 사람, 가족밖에 없구나.. 같은 결론에 이르게 된다.



제목 번역에 관해. [잉글리쉬 페이션트]를 그대로 옮기면 '영국인 환자'쯤 될 것이다. 별 느낌은 없지만 아주 나쁘지는 않을 거 같다. 언어에도 운치라는 게 있다면 깔끔하고 운치 있는 제목인 거 같기도 핟고. 뭐 영어권 사람들이 보기에도 저 뜻이지 않을까. 영국인에 대한 환상이 얼마나 있는지에 따라 다를 것 같다.


[콘스탄트 가드너]는 인터넷에 찾아보니 어떤 기사에 '충실한 정원사'로 번역이 되어있다. 나는 '영원한 정원사'정도로 생각했는데 충실한이 더 맞는 표현인 것도 같다. 하지만 '정원사'라는 말은 우리말임에도 좀 생소한 느낌이 든다. 가드너 보다야 낫지만. 









댓글(2)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yamoo 2015-01-02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3년인가 4년 전에 본 영환데, 정말 수준 높은 걸작이지요. 레이첼 와이즈의 연기가 단연 돋보였던 작품이었습니다. 명작을 꼽을 때 언제나 꼽을 수밖에 없는 멋진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뽈쥐의 독서일기 2015-01-28 21:39   좋아요 0 | URL
가끔 주말의 명화에서 느끼한 성우 목소리로 더빙된 영화가 더 좋을 때도 있어요. 특히 이렇게 남자 주인공이 멋진 영화는 더 그래요^^
레이첼 와이즈.. 참 예쁜 배우죠. 얼굴도 예쁜데 연기력도 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