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오랜만에 책구매 샷을 올린다. 네임드 알리디너 앞에서는 번데기 앞에서 주름 잡는 격이겠지만 내 주위 사람에 비교하면 나는 책을 꽤 읽는 편이었다.
뭐 겨우 남들 창작물을 소비하는 입장에서 종이 좀 뒤적거렸다고 자부심 따윌 갖고 있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주변에선 나를 왠지 지적인 캐릭터로 보고 무슨 시덥잖은 말만 해도, 크~ 넌 역시 책을 많이 읽는 애라서!, 같은 좋은 평을 해주곤 했다.
하지만 대학 졸업한 즈음에 미친듯이 보급되기 시작한 스마트폰이 한 사오년을 날 지배하기 시작했고 이제 긴 글 읽기는 몹시 버거운 일이 되고 말았다.
갑자기 요즘은 무슨 책 읽어?라는 질문을 들으면 부끄럽게도 머리가 멍해진다. 맞은 편에 앉은 상대방의 실망스런 표정을 대면하면 괜히 부아가 난다.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든 초연해지면 쉽지만 스스로도 넘 멍하게 산 게 아닐까해서 화도 난 거겠지.
이럴 때는 안전한 루트를 걷는 수밖에. 저저번주에 다시 커포티의 [인 콜드 블러드]를 완독했다. 확실히 처음에 읽었을 때랑은 느낌이 다르다. 더 무서웠고 더 슬펐다. 커포티는 글을 정말 잘 쓰는 작가라는데는 이견이 없지만.

그래픽 노블 사이에 커포티의 단편집을 넣은 이유는 커포티의 책을 다 소유하고 읽어보겠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요즘 도무지 긴 글을 읽기가 어려워서이기도 하다. 이제 내게 베스트 작가는 아니지만 그래도 영향을 끼치는 하루키의 추천이 있기도 하다. 커포티 책을 다 읽어보는 걸 올해의 목표로 삼겠다.

[염소의 맛]으로 유명한 바스티앙 비베스의 책도 2권 구매. 랩핑된 책을 보니 두근두근하다. 쿨하고 안전한 연애가 최선이 아닌가 싶다가도 전쟁같은 사랑에 언제나 마음이 끌린다. 제목부터 [사랑은 혈투]라니. 피를 철철 흘리는 연애이야기일까. [인 콜드 블러드]를 안봐도 알지만 포유류로 태어난 이상 피는 따끈따끈한 게 정답이다!

한국 나이로 올해 서른, 그러니까 삼십쨜을 맞이한 나. 그래서 골랐다. 앙꼬의 [삼십 살]. 숫자 표시보다 한글로 표시된 게 좋다. 예전에 유명한 시인이 잔치가 끝났다고 마침표를 꿍 찍었던 나이 서른. 원체 골골대는 약체라 그런지 앞 숫자 하나 바뀌었다고 정말 이상하게도, 작년과 조금도 달라진 게 없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이 나이를 계란 한 판에 비유하는 표현을 들을때나 내 나이를 듣고 눈이 똥그레지는 어린 것(!)들을 보고 ‘그래도 액면가는 내가 어리거든!‘ 하면서 속으로 부글거리는 속좁은 내 모습을 직면할 때 내가 나이에 더 이상 초연하지 않다는 걸 느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작가의 개인사로 작품을 판단하는 것에 반대하는 편이긴 하지만 모르면 몰라도 알고 나서는 영향을 안 받기는 힘든 일이다. 특히 작가의 인생이 특별히 기구하거나 괴벽이 있는 경우에는 머리에 한 번 박히면 읽는 동안 거기서 헤어나오기 어렵다. 의외로 작품이 밝거나 엽기적이라면 모르겠는데 대체로 이런 작가들의 작품은 묘하게 쓴 사람의 인생처럼 음울하거나 슬프게 담담한 경우가 많다.


의외로 많이 회자되는 작가라 오프라인 중고샵에 들른 김에 사온 한 권. 얇아서 운동하고 돌아오는 30분 걸리는 길에 가뿐이 들고 오기에 부담이 없었다. 엣된 얼굴에 담배를 들고 있어서 그런가(나는 왜 이딴 편견을 갖고 있는가) 한없이 자유로운 느낌이 나는 표지사진은 구글에 작가 이름을 치면 흔히 떠돌아 다니는 대표 사진인 듯 했다. 담배를 참 좋아하는 사람이었던 듯. 


요즘 미드에서 담배를 줄줄이 펴대면 완전 루져 취급을 하는 분위기던데 환갑인 우리 엄마가 고등학교 때 왔던 미국인 원어민 교사가 맞담배를 폈다는 얘기를 골백번 하는 걸 보면 예전에는 담배를 오히려 권하기도 했다는 사회 분위기를 알 것 같기도 하다. 참 여자가 담배피는 것을 못 참는 이 나라 문화를 그렇게 싫어하면서도 담배피는 여자를 왠지 자유로운 성향일 것 같다고 생각하는 나도 참 편견쟁이인가 보다.


번역은 생전에 영문번역과 에세이로도 유명했던 장영희 교수가 해서 그런지 거슬리는 문장 하나 없이 깔끔하다. 원문을 읽어본 적은 없지만. 역자 장영희도 꽤 오랜기간 암 때문에 고생하다가 결국 암으로 작고한 교수로 알려진 사람이라 더욱 절절한 번역이 가능했을지도 모르겠다. 뒤에 딸린 작가 연보에 매컬러스는 어릴 때는 피아노 신동으로 주목받았다가 류머티즘이 생기고 뇌졸중으로 서른살부터 휠체어 생활을 시작해서 결국 뇌졸중 때문에 죽었다고 하는 평생 죽음이 곁에 따라다리는 (쉽게 단정하기 미안하지만)암울한 인생을 보냈다고 한다. 잔인한 사랑의 속성과 정신적인 고립을 하는 외로운 인생을 자주 그린 작가답게 슬픈 개인사를 '인간 승리'로 극복한 삶을 살지는 못했고 작가에 입문한 사건도 지하철에서 아버지가 마련해 준 음대 등록금을 잃어버려서 였다고 한다. 게다가 흔히 볼 수 있는 불완전한 두 사람이 만난 결혼 생활은 질투, 알코올 중독, 외도, 우울증, 자살기도로 얼룩지기도 했다. 나는 '인간 승리' 스토리에 딱히 공감을 못 하는 터라 힘든 상황에 엄청난 에너지를 내면서 극복하는 사람이 대단한 거지 절망에 빠진 삶을 사는 사람이 오히려 당연하다는 느낌이 들어 글에서 힘이 느껴진다.


제목부터 슬픈 [슬픈 카페의 노래]는 슬픈 이야기다. 사랑이 떠나가고 가슴에 멍이 드는 이야기. 근데 하필 그게 일생일대의 사랑이라 다음부터는 밥도 잘 못 먹는 이야기. 90년대 노래를 자주 듣는데 실컷 잘 따라 부르다가 가끔 너무 절절한 가사에 '뭐 이리 청승맞지?'라고 생각할 때가 종종 있다. 요즘의 신나는 노래와 비교하면 로미오와 줄리엣, 모든 세상을 저주하는 중2병 환자들 아닌지 의심스러운 가사도 있다. 유행가는 현학적인 것보다 청승맞은 게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인데도 가끔은 청승모드 뚝뚝인 노래를 듣고 있으면 지겨울 때가 있다. 타인의 슬픔을 쉽게 생각하는 일은 나쁘지만 '내 사랑은 정말 최고였는데...'같은 류의 착각은 들어주기가 괴롭다. [슬픈 카페의 노래]의 내용이 그렇다는 것은 절대 아니고.


전에 살던 아파트에 좀 선하게(?) 미친 언니가 한 명 있었는데 엄마가 반상회에서 들은 소문을 듣고 보니 그 언니가 측은하게 여겨졌다. 살집이 좀 있어도 뚜렷한 이목구비에서 꾸미면 예쁘장한 얼굴이란 것도 느꼈는데 사실은 이대까지 나온 여자에 직업도 좋은 편이었는데 첫사랑에 크게 데이고 나서 정신을 확 놔버렸다고 한다. 본인이나 가족이 직접한 얘기도 아니었을테니 소문의 진위는 알 수 없지만 그런 얘기를 듣고 보니 예쁘장한 외형이 더 안쓰럽게 느껴졌다. 그러면서도 얼마나 사랑해야 그 사람을 잃으면 미치기까지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생겼다. 사실 지금도 헤어지면 정신을 잃을 정도의 사랑을 경험해보지 못해서 이해가 안 된다.


[슬픈 카페의 노래]의 '미스' 어밀리어는 약간 사시에 기골이 장대한 잘생긴 여자다. 여장부다운 외모와 같이 물건을 잘 만드는 재주도 있었고 사업수완도 좋았다. 꽤 재산을 축적한 그녀였지만 손해보는 걸 참을 수 없어하는 성격에 걸핏하면 소송을 거는 게 취미였다. 호락호락하지 않은 성격을 마을 사람 대부분은 호감으로 여기지 않았고 그 스스로 사람 다루는 걸 어려워 했지만 몇 선량한 사람들은 그녀의 불우한 가정사를 알고 이해해주었다.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자신을 '꼬마'라고 불러주던 아버지도 그리 오래 살지 못했던 거였다. 어느 날 라이먼이라는 꼽추가 미스 어밀리어의 가게에 흘러들어 왔고 모두들 미스 어밀리어가 그를 흠씬 두들겨 패서 쫓겨내리라 예상했지만 그는 바로 다음 날 카페의 주인공이 되어 있었다. 꼽추는 보기에 나이를 가늠할 수도 없었고 호감가는 외모도 아닌데다 별로 공손하거나 교양이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었다. 아이처럼 즉각적으로 깊은 관계를 맺는 재주라나. 


작은 마을에 생긴 카페는 사람들의 마음을 녹여주기 충분했고 하나의 문화 시설처럼 되었다. 꼽추는 허풍이 심하고 사람을 사정없이 캐고다니면서 싸움을 붙여놓기도 했지만 그가 등장하면 분위기가 바뀌었다. 미스 어밀리어는 여전히 딱딱하고 친해지기 어려운 사람이었어도 카페같은 것을 운영하게 된 걸 보면 그는 보통 사람 이상이었다. 꼽추는 마을에서 미스 어밀리어를 그냥 '어밀리어'라고 부르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미스 어밀리어는 그녀가 결혼했던 열흘간의 일만 아니면 그에게 모든 속내를 털어놓았다. 그렇게 행복한 나날이 계속되면 좋았는데 불행도 어느 날 갑자기 찾아왔다. 미스 어밀리어의 전 남편이 마을을 찾아온 것이다. 그를 반기지 않는 것은 그녀 뿐만이 아니라 마을 전체가 그랬다. 심지어 그의 동생과 그를 사랑으로 키워준 부인까지. 마빈 메이시는 악명높은 범죄자였고 미스 어밀리어에게 사랑에 빠지기 전까지 지독히도 나쁜 놈이었다. 그에게도 불우한 어린 시절이 있었다. 불행히도 그런 환경이 그의 인생에 나쁘게 발현된 경우였다. 그는 큰 키에 근육질 몸매, 잘생긴 외모로 참한 여자들의 인생을 망쳐 놓기도 했고 범법 행위도 서슴지 않고 저질렸다. 하지만 그는 이해할 수 없게도 미스 어밀리어를 사랑하게 되었고 그 후 2년 동안 스스로 착실한 인생을 살면서 변화했다. 그는 돈을 모으고 행실도 바르게 했다. 그리고 미스 어밀리어에게 청혼해서 결혼식을 올리게 되었다. 


하지만 그는 미스 어밀리어에게 손끝 하나 대지 못했고 절망해서 술을 마셨다. 그럴 때마다 미스 어밀리어는 그를 때렸다. 마빈 메이시는 마지막 자신의 사랑의 징표로 그의 재산을 모두 그녀의 앞으로 돌려놨는데 그게 결국은 그가 한 푼도 없이 마을을 쫓겨나게 되는 치명적인 실수가 된다. 그는 마을을 떠나서 더 범죄를 진화시키게 되어 전국에 이름을 알리기까지 한다.


그는 돌아오면서 마을에 불운을 몰고 왔다. 꼽추는 잘생긴 그에게 반해서 하루종일 쫓아다녔고 그는 꼽추를 벌레 보듯이 멸시했다. 매사에 정확한 미스 어밀리어는 잠을 못 자면서 판단력이 흐려졌고 꼽추를 쫓아내지도 않고 세 사람이 같이 생활하기도 했다. 결전의 날을 기다리면서. 결국 둘은 싸움에 붙는데 아무리해도 결판이 나지 않는 싸움은 결국 미스 어밀리어가 사랑하는 꼽추의 행동으로 인해 완전히 지게 된다. 싸움에 져서 미스 어밀리어가 뻗어 있는 사이에 두 사람은 미스 어밀리어의 재산을 털어가고 미스 어밀리어가 만들어 놓은 음식에 독을 타고, 욕을 써놓고 마을을 떠나버린다.


그 후, 미스 어밀리어는 생기를 잃었고 카페는 쇠락한다. 그녀는 꼽추를 기다리지만 그는 끝내 돌아오지 않는다. 


다른 사람과 한 번이라도 같이 살아보고 난 후에 다시 혼자가 된다는 것은 지독한 고문이다.(p. 115)








중고샵에서 책을 사다보니 가끔은 전 주인의 흔적을 만날 때가 있다. 정말 지저분하면 문제가 되는데 아래 인용문이 알폰소 꾸에또의 [고래 여인의 속삭임]에서 첫 장에 인용됐다고 하는 정보가 있었다. 


미스 어밀리어는 머리가 제멋대로 자라도록 내버려두었고 머리털은 희끗희끗해져갔다. 그녀의 얼굴은 수척해졌으며 단단했던 온몸의 근육들은 쪼그라들어 노처녀가 히스테리를 부릴 때처럼 날이 갈수록 여위어갔다. 그리고 회색 눈동자는 나날이 조금더 심하게 가운데로 모여서 마치 슬픔과 고독의 눈및을 나누기 위해 서로를 간절해 찾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p.131-132)  


갑자기 소설[밑줄 긋는 남자]가 떠올리며 가슴이 두근거리는 호사를 누려도 되겠지 싶었는데 슬프게도 여자 글씨였다. 뭐 손이 고운 남자였을 수도 있겠지만.


이참에 [고래 여인의 속삭임]을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든자리는 몰라도 난자리는 안다고 사람이 한 번 마음속에 들어갔다 나간 자리는 유난히 황량한 법이다. 그런데 상대방을 잃고나서 자신을 방치할 정도로의 아픈 사랑은 진짜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 김광석은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이라고 노래했지만, 과연.  


댓글(2)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니데이 2016-09-17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 읽지 않았던 것 같은데 어쩐지 제목이 들어본 것 같아요. 페이퍼 잘 읽었습니다. 추석연휴 즐겁게 보내세요.^^

뽈쥐의 독서일기 2016-09-17 19:16   좋아요 1 | URL
우울할 때는 읽으면 기분이 이상합니다.. 붸붸 꼬인 세 인물의 마성의 매력이 뭔지 도무지 이해가 잘 안가서요.ㅎㅎ 이번 추석에는 너무 많이 먹네요. 서니님도 남은 추석 연휴 잘 보내셔요~*^^*
 
かわいい、たのしい、おいしい、くまのプ-さんBOOK 【ボストンバッグ付き】 (バラエティ) (大型本)
寶島社 / 2016년 8월
평점 :
품절


전에 커밍아웃(?)한 일이 있듯 나는 잡지를 살 때 항상 부록을 먼저 본다고 했다. 아니 부록을 위해 잡지를 사는 것이지!

아직 `이립`(공자가 말했다나... 요즘 언니가 맹비난할 때마다 쓰는 단어)이 되기 전이지만 원체 어깨가 안 좋은 관계로 천가방을 무지 좋아한다. 홀로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다는 믿음이 강해서(걍 특이하면 사는 취향) 국내에 없는 유니크한 걸 찾아보자는 마음에 오랜만에 뒤적였던 일본 잡지.

야후니 아마존이니 두리번거리며 무민과 고민끝에 선택한 내 출퇴근용 `쿠마노 푸상`백! (아니 얘들은 `곰돌이 푸`도 푸상이라고 하냐며 웃던 울언니..)

때도 잘탈 것 같고 안에 비닐이 바스락거리긴 하지만 가벼움과 귀여운 프린터는 진짜 맘에 든다. 이번 2016년 알라딘 큰 다이어리가 너끈이 들어가는 크기긴 하지만 너무 많이 들고 다니면 손잡이가 튿어질 듯하다. 나는 출근은 버스, 퇴근은 따릉이로 하기 때문에 정말 딱이다. 완전 맘에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송구스럽지만 예전 같으면 반값행사를 기다리며 샀을만한 책이다. 두껍긴하지만 2만원이라는 가격은 정말 감당하기 힘들다. 비싼 가격은 두께 때문일까 아니면 저작권 때문일까? 두께가 두꺼우면 지갑여는데도 후해지는 면이 있긴 하지만 책가격 책정을 정말 이렇게 하실라우? 도서정가제 시행 후 확실히 불필요한 책 지출은 줄었다. 오프라인 알라딘 중고서점에 갈 때마나 한두권씩 사는 게 전부가 되고 도서관 이용률이 높아졌다. 굳이 순기능을 따지자면 확실히 고민을 해보고 산다는 것. 물론 처음에는 알라딘 굿즈의 유혹에 몇 번이나 무너졌지만 막상 받아보면 부질없다는 걸 깨닫는 중.


 앤 패디먼의 [서재 결혼시키기]의 한 에피소드에서 책을 '육체적으로 사랑하는 사람인가' 아니면 '궁정식 연인'으로 대하는가 하는 꼭지가 있었는데, 나는 아마 '육체파'(!!)에 가까울 것이다. 나도 연필로 밑줄긋기를 무지 좋아하고 모퉁이를 접는 것도 망설이지 않지만 공공도서관에서 빌려온 책과 중고책은 글쎄.... 일단 중고책은 집에 오면 향균 스프레이 샤워를 마치지만 그래도 왠만하면 침대에 올리지 않는 게 내 원칙이다.


 너무 인기많은 재미 위주의 (웬지 이런 책들을 구매하기가 망설여지는) 책은 도서관에서도 너덜너덜함을 자랑하한다. 뭐 사람들 생각은 다 비슷하겠지. 여기에는 선뜻 돈쓰기가 싫다는 생각. 그래서 나는 망설였다. 이 책, 내 방에 가져와서 읽어도 되는 거야? 


그러자 옆에 있던 언니는 조언했다. 야, 비닐장갑 끼고 읽어.


알고보니 자신은 그런 방법으로 인기 있는 책을 꽤 읽었다나 뭐라나.  


요즘은 책 소독기도 설치하고 희망도서 피드백도 훌륭하지만 그래도 공공도서관은 아무에게나 열린 공간이니 책의 순결성(?!)을 의심하게 되는 건 당연하다. 가끔 누군가가 코딱지를 묻혀 놔서 기함하기도 하고 출처가 의심스러운 털이 꽂혀 있을 때도 있으니까. 


하여, 도서관에서는 신간 도서 위주로 본다. 책 상태가 깨끗하고 재밌을 것 같으면 바로 대출해서 오는 편이다. 그렇다고 침대에는 올리지 않지만! 핑크빛 위용을 뽐내는 [작가의 책]을 집은 이유는 아마 알라딘 메인 페이지에 노출되서 친근한 면도 있었을 거고 책이 깨끗해서였을 수도 있다.


책은 두껍지만 인터뷰 집이라 편하게 읽힌다. 우리에게 유명한 작가도 있고 아닌 작가도 많다. 인터뷰를 보고 호감이 되는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다. 실제로야 어쩔지는 모르겠지만 대부분 아주 겸손하다. 그리고 본인 작품의 성향에서 연상할 수 없는 의외의 책을 추천해주기도 해서 책을 좋아하는 입장에서는 참고할 만한 책이다.


역시 창작 일이라는 것은 몹시 힘든 일이라고 느낀다. 결과물이 어떻든 결과물이라고 매듭짓는 일 자체로 참 대단한 일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모든 창작자들을 존경하고 싶다.


특히, 오디오북을 언급하는 작가도 많았는데 우리나라도 오디오북이 나오면 좋겠다. 뭐 매출이나 제작비 등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잘 안 만들어지는 것이겠지만서도.


작가별로 정리하진 못하고 그냥 나중에 보고 싶어 마구잡이로 포스팅해본다. 기준은 부끄럽지만 그냥 책 제목만 보고 재미있을 것 같아서..다. 아직 국내에 번역되지 않은 책이 많은 것 같다.


*재밌는 점은 만나보고 싶은 작가에 셰익스피어를 꼽는 작가가 많았다는 것. 또 우상이었던 인물은 [작은 아씨들]의 조 마치나 [그린게이블즈의 앤]의 앤같은... 걸 크러쉬(?)를 보여주는 주인공을 꼽는 점도 재밌었다.



--------------------------------------------------------------------------------




























--------------------------------------------------------------------------------------

<그밖에 인상에 남았던 대답>



올리버 색스는 매력적인 사례의 이력들을 엮어서 글을 아주 유려하게 쓰지만, 그가 자신의 주제를 다루는 방식에는 살짝 무대감독의 허세 같은 게 배어 있어요. "이봐요, 그게 이상하다고 생각한다면, 잠시 멈추고 이것 좀 보라고요!"하는 논조가 깔려 있다는 거죠. 그런 관음증적인 정서 없이도 의료행위의 엄격함을 지키는 것이 가능하죠.(p.302) <앤드루 솔로몬, 과대평가 된 책이 있냐는 질문에>


마크 트웨인이요. 그런데 일흔 살의 그가 아니라 마흔 살의 그를 만나 보고 싶어요. 아주 심술궂은 늙이어였거든요. 마크 트웨인한테 뭘 물어볼지는 잘 모르겠지만, 투자에 관한 조언이 아니라는 것만은 확실해요. 어렸을 때 그에게 편지를 쓴 적이 있는데 답장은 절대 안 왔죠. 얼마나 멍청한 짓을 했는지.(p.455)<존 그리셤, 저자에게 편지를 써본 적이 있냐는 질문에>


다음은 의대와 레지던트 과정을 통과하는 데 필요한 덕목들이지요. 자기통제, 인내, 끈기, 기꺼이 잠을 포기하는 것, 가학-피학 성향에 대한 애호, 믿음과 자신감의 위기를 견뎌내는 능력, 피로의 삶의 현실로 받아들이는 것, 확실히 도움이 되는 카페인 중독, 끝이 온다는 한결같은 낙관주의.  

소설가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자질도 똑같죠. (p.528)<할레드 호세이니, 의사의 경험이 작가로 일하는 데 끼친 영향은?이란 질문에>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뛰어난 책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를 읽고 나서 식품산업에 정말 화가 났었지요. 그후 몇 년이 지난 지금, 저는 어떤 책을 읽고서 깊은 인상과 감동을 받은 사람이 분개하는 일 외에는 전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온갖 좋은 주장을 그저 간직하기만 한 채로 살아간다는 사실이 무척 당황스럽고 정말 걱정이 됩니다. 진실성 없이 건성으로 읽고 마는 독자의 손에 들어간 책이 얼마나 무력한 것인지를 보여주는 무시무시한 증거 같아서 말이에요. (p.266)<알랭 드 보통, 최근에 당신을 화나게 만든 책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음의 파수꾼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최정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오늘 날이 완전 봄 날씨라 보라매 공원에서 책이나 읽을까하고 어제 구입한 사강의 [마음의 파수꾼] 과 텀블러에 따뜻한 차를 타서 편안한 복장으로 햇빛 맞을 준비를 하고 갔다.


주인공이 젊은 남자와 극적으로 조우하고 집에 데려가 먹여주고 재워주며 약간 꼬인 듯한 대화를 하고 있는데 이 놈이 나에게 왔다. 약간 힘 없지만 호소력 짙은 냐-였다.

그리고 벌렁 드러누워 몸을 이리저리 굴리며 갖은 애교를 부리길래 용기를 내서 만져봤다. 나는 고양이한테 언제나 왠지모를 미움을 받는 사람이라 발톱을 세울까 무서웠다.

그런데 이런 세상에 이런 일이!! 봄날의 기적인지 이 녀석은 내 무릎까지 앉아 잠시 꾹꾹이도 해주고 식빵도 구우면서 구릉구릉 소리까지 내며 나는 참새를 눈으로 쫓고 있었다. 가끔 흥분도 하면서. 이 작은 맹수의 마음 속 요동까지 내 허벅지에서 전해지는 경험을 처음한 나는 감격의 눈물까지 흘릴 뻔.

주변에 있던 사람들도 신기해서 개를 산책 시키던 아저씨가 얌전한 갈색 푸들과 나를 구경하기도 하고 전화하던 아저씨도 전화를 끊고 운명이라며 데리고 가라고 응원까지 마구 해줬다.

신난 나는 고양이 키우는 친구에게 사진도 보내고 이런 저런 조언을 받고 같이 흥분한 친구에게 더블 데이트(?)까지 제안했다. (친구왈, 우리 애는 고자지만... 너무 기대된다!!)

결심끝에 얘를 데리고 오려고 안았더니 갑자기 저항을 마구 하고 에코백에도 안 들어오려고 하고 내가 돌아가는 척을 해도 쌩까고...ㅠㅠ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친구의 조언을 듣고 급한대로 생수랑 소세지를 사서 먹였다. 어찌나 배가 고팠는지 계속 달라고 발광 수준으로 난리를 치고 할퀴고 하는데도 어찌나 짠한지... 그래.. 이제 내가 배불리 먹여줄께....ㅠㅠ

하지만 결론: 꽃뱀냥이로 밝혀짐.

지금도 꿈에서 깨어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나한테 부렸던 애교는 뭐 였니...?ㅠㅠ 너가 할퀸 발톱자국이 아직도 남아 있는데... 꼭 다시 만나자.ㅠㅠ

* 사강의 감각적인 문체는 언제나 설렌다. 정말 고양이 같은 소설가. 으힝 별 게 다 운명같네ㅠㅠ



댓글(4)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yrus 2016-03-04 2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양이가 사람과 많이 어울리니까 사진 각도를 잘 아네요. ^^

뽈쥐의 독서일기 2016-03-04 21:10   좋아요 0 | URL
나한테만 이렇게 해주면 참 좋았을텐데... 얘는 사람한테 애교부려서 깨끗하고 맛난 거 잘 얻어먹고 다닐 거 같더라구요..ㅎㅎ

서니데이 2016-03-07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뽈쥐님 ,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오늘도 퀴즈 준비합니다.^^

뽈쥐의 독서일기 2016-03-07 18:07   좋아요 0 | URL
네 기대하겠습니다! 오늘은 정답을!!ㅎㅎ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