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로 일본영화이지만 이런 류의 영화가 계속 나오고 있다. 호응이 좋아서 그런거겠지. 일단 매니아도 점점 많아지는 것 같고.. 그래서 이런 영화들을 '푸드 힐링 무비'라는 장르를 따로 만들어야한다고까지 말이 나오는 상황이다.
힐링+ 성장이 조합된 이들 영화들은 보면 잠시나마 가슴께가 따땃해지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게다가 보기만해도 즐거운 요리의 향연과 영상미까지, 두루두루 눈호강은 제대로 된다.
새로운 장르를 신설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마당에 산통을 깨기는 좀 그렇지만.. 진짜 이 영화들이 힐링이 되는 거 맞나요?
전설의 케잌 장인이 딸을 잃고 케잌에 손을 놨다. 못난 남자를 따라온 (못난) 오사카 출신 여자애는 무식함과 드센 모습 때문에 남자에게 버림받는다. (실은 남자애가 나쁜X지만 여자애도 못난 건 마찬가지.)
다행히 드센 성격은 근성으로 바뀌고 원래 빵집 출신 여자애는 도쿄의 세련된 코안도르의 견습생이 된다. (처음부터 가르치는 거였으면 영화가 속편이 나와야 될테니까.)
케잌 장인과 여자애는 만나게 되고, 여자애의 열정인지 기개인지에 변한 건지 어쩐건지 아무튼 빵을 다시 만들게 된다. (그렇다고 이성적인 교감도 없다. 우정이라고 보기에도 먼가 미적지근하고..)
다시 '전설'의 케잌을 맞보게 된 다수는 기뻐진다. 그가 '전설'이 된 이유도.. 그가 만든 빵을 먹으면 "행복해지기 때문"이라는 말도 안되는 대사를 마구 남발한다.
이렇게 '전설'이나 "먹으면 행복해져"같은 오글거리는 말이 뛰어난 영상미에도 영화를 갑자기 B급으로 만들어버린다.
---------------------------------------------------------------------------------------
영화 DVD는 안 나온건지.. 검색이 안 되는 관계로 책으로 등록.
<영화의 줄거리>
불쌍한 주인공 린코는 어릴 때부터 외톨이였습니다. 엄마는 물장사로 바빴고, 동네 친구들은 린코를 사생아라고 마구 놀렸거든요. 린코의 '린'자는 불륜의 '륜'라구요.(일본어 발음으론 가능) 노래까지 지어서 부르면서.
린코는 할머니와 함께 살았습니다. 할머니는 항상 린코에게 맛있는 요리를 해주었어요. 할머니의 된장 항아리는 린코에게 고향과 같았습니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린코는 말도 잃었어요.
갈 데가 없어진 린코는 결국 차가운 엄마품으로 돌아오게 되었답니다. 린코는 착하고 순박한 조력자 동네 아저씨의 도움으로 '달팽이 식당'을 엽니다. 그녀의 말없고 느린 성격과 맞아 떨어지는 이름이죠. 이런 영화에서 없어보이게 가게세 걱정을 할 리는 없죠. 어찌보면 방만하고 로맨틱한 경영으로 '소원을 이뤄주는' 가게로 입소문이 납니다.
린코의 가게에 와서 고백을 하면 고백이 이루어져요. 항상 검은 상복만 입고 있던 과부도 색깔 옷을 입게 되요. 그러면서 린코도 점점 행복해져요. (저는 이게 이해가 많이 안돼요.ㅠㅠ)
엄마는 죽을 병에 걸리지만 첫사랑을 만나서 행복해요. 그리고 매일 밤에 나는 부엉이 소리가 엄마가 설치해준 부엉이 인형이란 걸 알고 린코는 엄마가 자신을 줄곧 사랑해왔다는 걸 깨달아요. 어설픈 해피엔딩 디 엔드.
--------------------------------------------------------------------------------------
이들 영화의 시초는 바로 이 [카모메 식당]이라고 봐야겠지..?
핀란드에 갑자기 일본식 주먹밥 가게를 낸 패기있는 사장님. 당연히 잘 될리는 없지. 호기심을 갖는 사람들도 있지만 들어가지 않고 수근수근댈 뿐이다.
그치만 포근하고 관대한 주인 덕분인지 몇몇 일본인 덕분인지 가게는 먹고 살만큼 되는 듯 하다. 왜냐.. 원래 그래야 하는 영화니까. 추운 헬싱키에 일본식 주먹밥 가게를 덜컥 내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데 갑자기 장사가 잘 되는 것도 굳이 현실적으로 따져볼 필요는 없지.
따뜻한 주먹밥 한 입에 주인과 손님들이 감추고 있는 스토리를 꺼내고 서로 보듬어 주는 모습을 보여주기만 하면 이 영화의 역할은 끝난 거니깐!
----------------------------------------------------------------------------------
이렇게 신랄하게 욕을 하고 있는 나는 실제로 이들 영화를 보는 순간만큼은 잠시 행복했다. 가끔씩 나와주는 황당한 상황이나 대사에서는 깜짝 놀라서 피식 웃기는 했지만. 잔잔한 스토리와 동화책을 보는 것 같은 예쁜 색감의 영상도 다들 뛰어나다.
그래서 이렇게 예쁜 영화들을 비난하는 게 나로서는 몹시 꺼려지긴 한다. "단지 너가 관대하지 못하고 마음이 베베 꼬였을 뿐"이라는 매니아의 비난을 듣는다해도 그닥 반발을 못할 것이기 때문에.
내 주변엔 홍상수 영화를 사람 사귐의 기준으로 세우는 친구도 있지만, 나는 이들 '푸드 힐링 무비'를 관대하게 보는, 나와 정반대의 사람을 좀 사귐의 기준으로 세워도 될 것 같다.
물론 이들의 '대책없는 낙관주의'는 비난하고 싶지만.. 내가 생각해도 나는 요즘 여유가 없고 관대하질 못한 거 같으니.. 욕하면서 보는 막장드라마처럼 나는 이런 영화를 욕하면서도 계속, 계속 본다.
한핏줄 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