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치아 GRAZIA Korea 2014.6-1 - 31호 - 10점
그라치아 코리아 편집부 엮음/서울문화사(잡지)
 
 1. 여대를 다녀서 여성학 강의를 몇 개들어야 했다. 고등학교 때 읽었던 페미니즘 책과 달라진 것도 없는 지루한 강의와 (이런 말 하긴 미안하지만... 나에게 돌을 던지라.) 우중충한 표정을 하고 억울한 듯 강의하는 교수의 모습에서 난 페미니즘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다. 자기 이익만 찾아 호의를 밟는 친구들, 페미니스트들의 가정주부에 대한 비하(대표적인 페미니즘적 편견이라 생각한다), 그간 망할 '-ism'에 묶여 거짓 희생과 호의를 베풀고 맘 상해하는 쿨하지 못한 나의 내면을 발견한 후, 나는 공식적으로 비페미니스트의 포지션을 취하기로 결심했다. 자본주의 시대에서는 여자를 위해 살아가려면 능력이 있든가 마음이 태평양처럼 넓든가 했어야 됐는데 나는 어디에도 낄 수가 없다. 페미니즘 운동 이후에 더 팍팍하게 살게 된 여자들도 다수 있다는 점도 조금은 인정해 주길 바란다. 

그럼에도 그들이 주창하는 '모성 신화' 파괴에는 100% 동의한다. 자궁을 가진 죄로 여자들이 짊어져야 할 게 너무나 많다. 생명이 만들어질 때부터 클 때까지 엄마의 영향력이란 거의 절대적인 수준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모성의 힘'으로 국가가 무능력해서 못하는 일까지 다 해내라고 강요하는 건 너무나 부당하다.

이슬람 국단주의 단체에서 무고한 나이지리아 소녀 276명을 피랍한 사건이 국제사회를 달구고 있다. 세월호 사건이 이제 한달 겨우 지나서 그런지 우리가 당면한 문제때문에 비교적 관심이 적어 보이지만 미셸 오바마나 알리시아 키스같은 셀러브리티들이 #bringbackourgirls 이 씌인 종이를 들고 캠패인에 참여하고 있다.

예전에 국제 관곈가 뭔가를 공부한 사람이 한 얘기가 이제 이해되었다. 전쟁을 안 하려고 상대국가에서 미리 엄마부대에 이런 정보를 흘려서 반전시위를 하게 만든다고 하더니... 요즘 무능한 정부에 대한 비판과 실질적인 행동이 미시사이트를 중심으로 행해지는 걸 보면.. 엄마들의 힘은 대단하긴 하다고 느낀다.

이슬람 단체는 뻔한 동영상 수법으로 협박 수위를 높이고 있고 나이지리아 정부는 타협하지 않겠다는 공식입장이라고 하니 한숨만 나온다. (이 글 쓰고 있는 현재 뉴스를 보니 미국이 옆나라에 파병했군..)

엄마들의 소원은 소박하다. 자신의 아이를 돌려달라는 것. 이런 소박한 소원이 이뤄지는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우리는 경험했다. 타국의 소녀들이 무사히 엄마 품으로 돌아갈 수 있길.

2. 이혼남 이혼녀 딱지대신 '돌싱(돌아온 싱글)'이라는 말이 몇 년 전 부턴가 만들어졌다. 앞에 것들보다야 어감은 낫지만 아직도 그들에겐 편견이 남아있는 사회다.  한 번 '갖다 온' 관계로 '하자'가 있을 거라고 예상되고 상대에게 '한 수 지고' 들어간다는 생각... 사실 나라도 상대방이 돌싱이고 내가 호적상 깨끗(!)한 사람이라면 뭔가 손해본다는 생각, 안 가질 자신은 없다.

그렇지만 악화될 대로 악화되서 불행한 결혼 생활을 유지하며 죽지 못해 산다는 부부보다는 이혼이 훨씬 용기있는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불행을 박차고 나온 것도 큰 용기다.

여기 돌싱을 만난 여자 둘과 경험은 없지만 돌싱과의 만남이 긍정적인 여자의 의견이 실렸다. 어쨌든 한 번 '검증된' 남자라는 멘트가 인상에 남는다. 어느 여자 한 명이 그에게 인생의 걸만한 가치를 발견한 게 아니냐고... 

예전에 김남주와 김승우의 결혼에 많은 댓글이 부정적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들은 합법적으로 만났고 둘의 만남이 그의 첫번째 결혼에 트러블을 만든 것도 아닌데 말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이든 적은 사람이든 주위에서 본 부정적인 사례를 늘어놓았는데, 지금 그들이 잘 살고 있는 모습을 보니 그런 말은 쏙 들어갔다. 내 주변에도 그런 사람이 있는데 예쁜 애기까지 낳고 잘 살고 있다. 결국 남의 눈은 의식하지 않고 본인이 만나서 행복해질 수 있는 상대면 돌싱이라도 오케이라는게 사람들의 생각이 아닐까. 

남의 결혼까지 훈수를 두고 곁눈질 하는 것을 보면 인생에서 결혼의 무게가 어마어마하게 크기 때문이겠지.

3. 호감연예인도 3명이나 나왔다. 전도연, 김보성, 이효리. 전도연은 칸에 귀빈대접을 받고 심사위원으로 뽑혀있다. 참 자랑스러운 일이다. 자연스러운 주름도 질리지 않는 귀염상 얼굴도. 쉬지않고 영화를 찍어서 연기력을 썩히지도 않고. 좋아요를 백만 번 눌러주고 싶다.

요즘 '강제 전성기'라는 김보성,은 겸손하게 인터뷰를 거절했다고 해서 ㅂㄹ식혜 광고를 만든 디렉터와 인터뷰한 내용이 실렸다. 어떻개 '으리'라는 단어를 그렇게 잘 활용할 수 있는지 광고의 세계는 밖에서 보기에도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진짜 의리를 으리으리하게 지키고 사는 김보성 아저씨 짱!

"이효리 비켜!" 몇 년전에 신인 여자 가수만 나오면 기사 제목은 무조건 저거 였다. 내가 초딩이었을 시절, H.O.T  를 시작으로 아이돌 1세대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핑클도 그 중 하나였고 S.E.S와 여자 아이돌 라이벌로 어마어마하게 인기가 많았었다. 남자애들은 대놓고 핑클을 좋아했기 때문에 여자애들 사이엔 당연이 S.E.S를 좋아하는 분위기였다. 근데 다들 말만 싫어한다고 하면서도 공감하기 쉽고 살짝 유치한 가사는 입에 더 잘 붙어서 흥얼거렸고 발토시며 링 귀고리며 그녀들이 하고 나오는 것은 열심히도 따라했다.

실력파, 아니면 야성파 가수들은 입만 뻥긋거리며 음악성이 없다고 아이돌의 대표주자인 핑클을 대놓고 깠었다. (보수를 욕하면 발끈하는 난폭한 할아버지들처럼 내 어린 시절의 음악을 모욕한 그 디바가 솔직히 그냥 미웠었다.) 핑클이고 이효리고 그냥 얼굴 예뻐서 '얼굴 팔고' 사는 이미지였던 그녀가... 이렇게 멋진 '언니'가 될 줄 알았다면 난 사실 핑클이 더 좋다고 커밍아웃하고 살 걸 그랬다.

특히, 이효리의 본보기로 큰 성공을 이뤘던 <노랑봉투 프로젝트> 4만 7천원의 기적은... 원래도 참 좋아했지만 이 언니를 다시 보게 만들었다. 신비주의라는 명목으로 줄창 CF만 찍는 인형같이 예쁜 연예인과 비교하면 효리언니는 방송에 많이 나오는 만큼 가끔씩 말실수도 하지만 나는 이 언니의 이런 인간적인 면이 너무 좋다. 

첨엔 헐- 했던 이상순씨와의 결혼도 참 잘한 거 같고. 제주도에서 했던 '작은 결혼식'도 많은 여성들의 로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4, [크로마뇽인 처럼 살기] 


크로마뇽인 다이어트가 미국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행하고 있단다. 무척 생소하다. 하지만 중고딩 시절에 안 졸았던 사람이라면 크로마뇽인은 조금 진화된 원시인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이 다이어트 법은 간단하다. 바로 크로마뇽인 처럼 먹고 사는 것.


하지만 어떤 학자나 영양사는 비웃는다. 그저 상술이라고. 크로마뇽인이 어떻게 살았는지 모르는 사람이 만든 거라고. 실제로 크로마뇽인은 자연의 순리에 따라 살았지 무조건 채식을 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아무튼 크로마뇽인의 생활에 대한 환상은 이것이다 : 유기농 식료품을 먹는다. 채소와 아몬드, 우유, 생선 과일 몇 개만 사면 된다. 조리된 음식, 설탕과 유제품은 사지 않는다. 


http://www.regimepaleo.com/ 유명한 블로거라는데 불어로 적혀있어 잘 모르겠다. 크로마뇽인 조리법에 대한 레시피가 그득하다. 


여기서 의문 : 왜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처럼은 안 살아요?



5. 스타들의 저렴 뷰티 노하우. 마요네즈로 머리카락 보호하기, 올리브유에 손등 뽀송뽀송하게 하기, 아메리카노로 두피 헹구기... 뭐 특별한 게 없으면서도 오 괜찮다~ 싶은 것들이다.


하지만 가장 충격적인 것은 따로 있었으니......................


눈 밑에 치.질.연.고.를 바른다는 산드라 블록. 왜냐.. 치질연고는 토코페롤을 함유해 주름을 펴는 효과가 좋기 때문이란다. 가격이 싼 것은 덤이다. 그리고 엄청 쉬쉬해서 그렇지 다른 스타들도 바를 거라고 귀뜸해줬다.


근데. 그거 어떻게 사요? 창피해에에에~~~


나 : (눈깔고 모기소리로 말한다) 저.. 취 취 치질년고.. 주세요. / 약사 : (프로이지만 부끄러워하는 게 웃기다) 네 여기 있습니다./ 나 : (약 상자 성분을 꼼꼼히 보는 척 하며 목소리는 크게) 아 이거 눈밑에 발라야지. 토코페롤이 이만~큼 들어있잖아!!


근데.. 치질연고 일반약이지 전문약이지..? 엄마한테 사다달라고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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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잔인한 4월이 겨우 끝났지만 세월호 참사는 현재 진행형이다. 연예인들의 유래없는 통큰 기부와 전국에서 모인 성금은 대충 떠올려봐도 엄청난 액수가 모였다. 세월호 침몰 이후 해경과 정부가 보인 태도에 불신감만 쌓인 사람은 한 두 사람이 아니다. 


기부금 관리와 기부금 단체에 대한 기사. (얼마나 불신사회에 살고 있는지.)그리고 참사 이후 거의 모든 사람이 겪은 우울감과 트라우마에 대한 기사가 실렸다.


이성적인 판단을 잃은 유가족에게 차갑게 독한 말을 했던 사람이라면 '위로의 기술'을 배워야 한다. 여기 살아있는 사람은 앞으로 살면서 안 좋은 일도 겪을 것이므로.


'따뜻한 말 한마디'가 왜 필요한지, 왜 중요한지, 정신과 전문의가 말해준다. 유가족/ 생존자/ 간접적으로 겪은 우리들. 각자 아픔의 정도와 경험이 다르기 때문에 대응하는 것도 위로하는 법도 달라야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슬픔이든 뭐든 너무 억누르려고 하지는 말고 솔직한 자기 감정을 보는 것도 중요하단다.


나도 생각보다 오래 우울감을 느꼈기에, 어쨌든 살아남은 우리는 서로를 위해가며 살아야 된다는 걸 느끼는 요즘이다.


2. 사표 쓰기 전에 한번만 읽어보라는 기사. 읽었다. 왜냐... 나 결국 다음달을 마지막으로 첫직장을 그만두기로 했다. 퇴직금 받겠다고 1년을 울며 겨자먹기로 채우는 중이라 직장에서 내 표정은 인형탈 씌워놓은 것처럼 생기가 없다. 그리하여 1년 이내로 직장을 그만두는 30%에 기여하게 되었다.


구질구질한 얘기는 안 쓰련다. 미련이 없으니까.


"너는 잘못된 남자를 만나고 있는 거야" 라는 친구의 충고를 귀등으로 무시하는 수많은 여성동지들처럼 나도 기사에서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 2달 후면 안정적인 쥐꼬리 월급을 받지 못한다는 생각을 하면 조금 한숨이 나오긴 하지만 퇴사까지 D-day를 새겨가면서 무사안일주의로 회사 생활을 버티는 나.


이렇게 열심히 기사를 써 줬는데도 나는 그냥 귀를 막는다. "안들려.. 안들려..."


3. 아시아 최초의 '플러스 사이즈 모델' 김지양씨의 기사가 실렸다. 나는 실제로 한 번 만난 적 있다. 그녀의 쿠킹 클래스에서. 버섯 덮밥 만드는 걸 배워서 요즘도 출출할 때 자주 해먹고 있다. 평범한 쉐프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블로그에 들어가보니 활발한 모델 활동과 속옷 브랜드 론칭도 하는 것 같아서 같은 젊은 나이인 입장에서 나도 하고 싶은 대로 살아야겠다는 에너지 같은 것을 얻었었다. 내가 즐겨보는 잡지에서 보니까 반가웠다.


블로그에서 내가 가장 공감했던 말은, 우리나라 날씬하고 마른 여자들이 예뻐 보이는 건 그네들에게 맞는 옷이 많아서 라는 것. 그래서 나는 죽어라 살을 빼는 '길티 플래져'다. 밤에 너무 배고플 때 겨우 생오이나 방울토마토를 먹거나 아니면 야식을 먹고 스스로를 질타하며 자책하는 사람들은 모두 길티플래져다.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 넘쳐 나는데 44,55 사이즈를 유지해야하다니! 맛있는 음식을 사먹으려면 돈을 벌어야 한다. 확실히 구직활동 하면서 느낀건데... 살이 찐 사람에게는 일자리도 주지 않으려고 하는 경향이 꽤 많다.


살찐 사람들이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닌데 실상 우리 사회는 '뚱뚱'한 사람들한테 몹시 호되다. 44사이즈가 욕할 권리까지 주는 건 아닌데! (문제는 자기 관리도 안 하는 사람들도 통통한 젊은 여자들에게는 그렇게 혹독할 수가 없다. 너 자신을 아시라고요.)


마르다고 다 예쁘지 않다는 말에도 동의한다. 우리 사회에는 아름다움에 관한 좀 더 다양한 기준이 필요하다. 


'플러스 사이즈' 모델이라고 특별한 시선으로 보지 않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


4. [#naomerecoserestuprada] 인스타그램 이용자가 아니라 어떤 시스템인지 잘 모르겠지만..(북한 사람도 아니고ㅠㅠ) 구글에 이렇게만 쳐보길 부탁한다. 대부분 포르투갈어를 모를 것 같아 의심이 가겠지만 남미 언니들의 섹시한 몸매를 보고 나한테 감사하게 될 것 같다. 


근데 이 섹시한 언니들 표정은 어딘지 '띠껍지' 않은가. 가운데 손가락까지 펴져있는 사진도 좀 있다. 저 알수없는 알파벳의 향연은 "나는 폭생당할 이유가 없다"라는 뜻이란다. 아마 사진의 대부분은 브라질 여성일 것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여성들이 갑자기 메세지를 전하는 데에는 한 여성의 행동이 있었다. 페미니스트이자 기자인 나나 케이로스라는 여성이 브라질 국책연구소, 응용경제연구소가 진행한 설문조사의 결과를 보고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분개했고 사진과 같이 "나는 폭행당할 이유가 없다"라는 플랜카드를 들고 옷을 벗은 채로 사진을 찍어 올리자고 제안한 것이다.


문제의 설문조사의, 결과는 브라질 국민의 66%가 '신체를 드러내는 옷을 입은 여성들은 공격을 받을 만하다'고 답한데다, 설상가상으로 그 중에 58%가 '여성들이 처신을 잘하면 폭력을 줄어들 것이다'라고 답한 것이다.


항상 통계의 대표성에는 의심이 있지만 브라질의 국책연구소와 응용경제연구소가 보수적인 성향을 갖고 있음을 감안할 때 설문조사의 질문과 결과가 매우 정치적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보통 생각하기에도 브라질은 아주 더운 동네에 열정과 정열의 나라가 아닌가. 카톨릭 인구도 많다고 들었는데 이슬람 여성처럼 꽁꽁 싸매고 다니라는 건지. 설문조사가 잘못됐다고 믿고 싶지만 얼굴까지 공개하고 운동에 참여하는 여성들은 일부 무식한 넘들한테 협박까지 당하고 있다.


그치만 이게 꼭 브라질만의 일인가. 성폭행 당한 여자한테도 "너가 옷을 야하게 입고 다니면서 남자한테 꼬리를 치니까 그랬지!" 라고 뒤집어 씌우는 게 지금 여기라고 안 일어날까. 인식이 많이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무식쟁이들의 생각은 더 확고하고 위험해진다.


누구도 어떤 이유에서든 폭행당할 이유가 없다!


5. 골드앤트. 이놈의 골드 골드! 하지만 왜 조카앞에서는 '호구'가 되냐는 질문에 딱히 이유를 댈 수가 없다. 나는 진정 실버 앤트도 되지 못하지만 내 조카에게는 생각만 나면 찔끔찔끔 찌찌부리한 선물을 사주고 있다. 


아가 선물의 세계는 '가성비' 따윈 따질 수 없다. 조카가 주눅들까봐서, 조카의 애교에는 한없이 약해져서, 어딘가에 남아있는 모성애 때문에.. 등등으로 등급이 골드인 이모들은 카드를 박박 긁는다는 게 내 주변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아이 교육이다 뭐다 해서도 등골이 바짝 휘는데 좋은 것 먹이고 좋은 것 입히고 해야 애가 어디서든 대접받고 산다는 이유로 '8포켓 1마우스', '10포켓 1마우스' 같이 어린애 하나에 많은 어른들의 호주머니를 탈탈 털어야 하니 진정 팍팍한 세상임에는 틀림없다.


그래도 어쩌겠나. 나만해도 조카가 입만 뻥끗해도 입 주변에 밥풀을 묻히고 먹어도 검지 손가락으로 이리저리 허공을 찔러도 귀여워죽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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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날이 소중하다 - 10점
대니 그레고리 지음, 서동수 옮김/세미콜론


 [지선아 사랑해]의 이지선씨를 보면 삶이 경이롭다는 생각이 든다. 어쩜 저렇게 긍정적일까. "만약 나라면.."이라는 전제를 붙이기도 무서울 만큼 큰 일을 당하고도 신의 뜻이라 생각하다니. 원래 인간극장에서 촬영하려고 했을 때 원제가 '지선아 울지마'였는데 지선씨가 너무 예쁘게 웃어서 제목까지 바뀌었다는 일화가 있었는데 마인트 컨트롤이 무서울 지경이다.


미션스쿨을 졸업했다. 종교의 순기능인 대표 사례로 꼽을 수밖에 없는 [지선아 사랑해]가 교내 독후감 쓰기의 첫 도서였다. B 정도를 맞았던 것 같다. 속상했긴 했는데 납득을 한 이유는 내가봐도 못 쓴 독후감이었기 때문이다. 자주 부정과 우울의 나락으로 자주 빠져드는 나는 매사에 감사한다는 이지선씨의 글을 사실 공감하지 못했다.


닉 부이치치나 이지선씨가 힐링캠프 등 프로그램에 나오면 시청자의 반응이 뜨거운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선천적인 장애가 결국엔 그를 더 멋진 사람으로 만들어주었고, 갑작스런 사고가 그녀를 더 강하게 했다. 매순간마다 긍정의 힘을 발휘하는 그들의 말은 감동적이고 힘이 되긴 하지만 오히려 나는 그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머리가 멍한 것도 사실이다. 또 가끔은 이렇게 선천적으로 장애를 갖고 태어난 사람과 사고로 모든 것을 잃은 뻔한 사람도 잘 사는데 사지 멀쩡한 우리는 더 잘살아야 하지 않겠냐는 무언의 메세지도 불편했다. (나도 안다. 나 베베 꼬인거.) 


대니 그레고리의 [모든 날은 소중하다]는 아내의 사고로 인해 생각보다 많은 것이 달라지지 않았다고 얘기한다. 힘든 시간을 보낸 끝에 결국 행복이 유지되었고 모든 날은 소중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애정있는 '바라봄'의 결과로 말이다.


이들 부부는 아내의 하반신 마비 사고로 갑자기 다른 길을 가게 된 것일 뿐이었다. 이탈리아에서 휴가를 보내기로 했는데 잘못해서 네덜란드에 내린 친구의 일화처럼. 이탈리아의 따뜻한 햇살, 맛있는 음식, 정열적인 이탈리아 사람들을 기대한 친구부부는 네덜란드에 내려버린 거 였다. 우중충한 날씨, 멋없는 사람과 음식... 그들은 휴가를 완전히 망쳤다고 툴툴댔다. 그런데 조금 있으니 네덜란드의 정적인 풍경, 사람들, 랜브란트, 튤립들. 결국은 멋진 휴가를 보내게 된 것이다. 장애인 친구는 그에게 그렇게 설명했다. 장애인이 된 것은 좀 더 정적인 세계에 살게 된 것이며 예상치 못한 길을 왔을 뿐 그것도 나쁘진 않다고. (이렇게 훌륭하게 조언해 줄 사람이 있다니. 분명 대니 그레고리는 좋은 사람일 것이다.)


물론 그들이 이걸 깨닫고 이겨내는데는 시간이 좀 걸렸다. 아무리 정신이 건강한 사람이라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거란 것을 겪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아내 패티는 병원에서 "왜?"라는 질문을 했고 그는 완전히 절망해서 아무 대답도 그를 납득시키진 못할 거라고 했다.


그가 그렸던 미래는 달라졌고 꿈도 부서진 거 같았다. 모든 것을 새롭게 배워야 했다. 옷입기, 음식하기, 놀기, 사랑하는 법까지. 시간이 지나고 일상을 어느 정도 되찾는 적응의 과정에서 아내 패티는 다시 일을 시작하고 새로운 관계를 만들며 더 강인해지는 것을 보면서 저자는 놀람과 두려움까지 느끼게 된다.


결국 사고를 당한 사람 입장에서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도, 그는 제 3자 였음을 깨닫는다.


아무리 큰 위로와 공감도 결국은 자기가 헤쳐나가야 되는 것이니. 사랑하는 사람이 괴로운 일을 당해도 혼자서 헤쳐나가야 할 것도 분명 있는 것이다. 그런 생각에 좀 쓸쓸해지기도 하지만 주변에 내 고통을 같이 나눠주겠다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도 감사해야지.


작가의 애정이 느껴지는 그림이 좋다. 이미 [창작면허 프로젝트]를 쓴 바 있는 그가 충고한다. 그림을 그릴 때 기호를 그리지 말고 그 대상을 그대로 보라고. 그림을 그리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바라봄' 이라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라고.


요즘 더더욱 크게 와 닿는 말이다. "모든 날은 소중하다. Everyday Mat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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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면허 프로젝트 - 10점
대니 그레고리 지음, 김영수 옮김/세미콜론
예술가의 작업노트 - 10점
대니 그레고리 지음, 김영수 옮김/미진사
도시 일러스트 여행 - 10점
대니 그레고리 지음, 김영수 옮김/미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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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권가 찌라시. 많이 나돌고 나도 거의 다 봤다. 재밌긴 재밌다. 얘는 이럴 줄 알았어, 헉 이럴수가 너가 어떻게, 푸하하하, 어우 얘는 꼬리 백개 달린 여우로구만! 등의 반응으로 일희일비하면서 어느새 친지들에게 공유를 하는 나를 발견한다. (말하고 보니 참 찌질타.)


언니는 나한테 '찌라일보'라는 별명도 붙여준 상황.


연예기사마다 굳이 찾아다니며 리플을 다는 사람은 아니니 오해는 하지 말아주시라.



1. 기네스 펠트로. 국내에선 이미지가 꽤 좋은 편이지만 미국에서는 자주 밉상 혹은 비호감의 아이콘으로 언급된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비호감 연예인과 행동이 비슷하여 이유는 알 것 같다.(사실 얘네들이 더 심한 듯... 울나라는 연예인 하기에 은근 힘든 나라인 것도 같다.)


채식주의자, 완벽한 어머니, 금수저 물고 태어난 여성으로의 삶, 잊을 때마다 타국(영국) 찬양, 남성편력증(사실.. 이건 부럽다.. 사귄 남자들도..ㅠㅠ)...... 등등 완전 부러운 삶이다. 다만, 가만히 있어도 부러운데 그걸 상쇄시켜줄 겸손함이 조금 부족한 거 같은 느낌이다.


뭐, 저 정도 타고난 조건이면 나같아도 오만해질 것 같다. 난 가끔 지금도 오만방자한데!


기네스 펠트로가 이혼한다고 한다. 기사에서는 끊임없이 이들 부부가 안 어울렸다고 말한다. 당시에 그런 얘기가 많았나보다. 아무튼 둘은 생각보다 오래 살았고 둘다 셀러브리티인 이유로 이혼 분석기사까지 나왔다. 


기사요약 : 처음부터 성향이 맞지 않은 사람들이 결혼하여 결혼 생활 내내 삐그덕 거렸고 그들은 행복한 척을 해왔다. 


기사의 어조 : 기네스 펠트로의 잘못이 크다. 왜냐, 자유로운 영혼인 크리스 마틴을 통제하려 했으니까. (오노요코와 비교를 하며) 채식주의에다 닭 가슴살 먹으며 몸을 만드는 롹커는 보고 싶지 않다. 심지어 탐 크루즈와 비교를 당하며 그녀의 '행복한 척'을 꼬집기도 한다.


그다지 관심없는 사람들이라 신경도 안 썼지만 저 정도 어조가 되면 기네스 펠트로가 에지간히 미운가 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지한 기사라서 그런지 타당한 부분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이쯤되면 많이 억울할 것도 같다. 모든 행동에 세세하게 분석되는 것도 셀러브리티의 숙명이지만 말이다.


행복해 보이고 싶어서 애쓰는데 그래 너 행복해서 좋겠다~ 라고 퉁치고 넘어갈 여유는.. 없겠지. 대중이란 본디 그런 것이니까. 그리고 '세상에서 제일 쓸 데 없는 걱정이 연예인 걱정' 이라 했듯이 내가 이런 거에 좀 씁쓸해한다고 눈이나 깜짝할까도 싶다.


다만 기사에서 주의해서 봐야할 충고는, 기네스는 괜찮다, 하지만 행복을 위장하려하는 개인들의 삶은 불행하다, 자기의 삶에서 자기가 사라져 버리고 마니까, 라는 말은 주의깊게 들어야 할 거 같다.


2. [월간 교황] 나는 천주교 신자도 아니고 불교신자도 아니고 그냥 아무것도 아니다. 가끔 점성술을 믿기는 하니까 샤머니즘 신자라고 해야할지도 모르겠지만.


이탈리아에서 [월간 교황]이라는 잡지가 나왔다고 한다. 가격은 0.5 유로로 한화 700원 정도. 싸다. 아르헨티나 출생으로 화제를 모은(얼마나 보수적인지!) 프란치스코 교황은, 나도 좋아한다. 포근한 인상에 인간적인 행보. 한마디 한마디에 온기가 느껴지는 교황은 잘 없었던 거 같다. 트위터에서도 범세계적으로 기도를 호소하는 교황은 무신론자에게도 타종교 신자에게도 사랑받을 수 있을 만큼 훈훈하다.(작년 이탈리아에서 만났던 친구한테 '한국에 전쟁나고 있어?' 라는 메세지를 받기까지 했다.)


카톨릭교가 국교인 나라라도 젊은이들은 그다지 신앙생활을 하지 않는 것 같다.(우리나라가 특수한 거라지?) 하긴 1000년 동안의 중세시대의 영향도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열심히 구경다녔던 성당에는 바글바글한 관광객과 함께 원주민으로 보이는 사람들은 전부 노인이었다.


그렇지만 젊은 그들도 이 프란치스코 교황은 참 좋아하나보다. 그래서 [월간 교황]을 사본단다. 천주교 신자가 아니어도 상관없단다. '핫'한 교황의 인기를 읽고 잡지를 내는 센스(!)도 돋보인다. 아무리 신성모독이라도 나도 한 번 사보고 싶다. 워낙 훈훈한 사진이 많아서 세상을 조금 아름답게 볼 수 도 있으니까.


3. 불법 낙태 수술과 출산과정에서 죽어가는 사람이 한 해에 몇 명인지 아는지?


답은 무려 30만명 이란다. 세상에나.  


http://names-not-numbers.org/en_int/


위의 싸이트. Names not numbers 캠페인 사이트에 들어가서(주의, 로딩이 느림) 'Claim the Card'를 클릭하면 어떤 여자의 이름이 뜬다. 베르타, 니시아, 라파엘라... 등의 이국여성의 이름이 뜨는데 어느 나라 여성도 여기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흰 바탕에 파란색 물감으로 붓질해서 쓴 이국 여인의 이름 밑에 'Sign the Card' 버튼을 누르면 꼭대기에 쓰여져 있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이 카드가 전달된다. 대신, 이 버튼을 꼭 1분 안에 눌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카드는 버려지는 것이다. 이 기계의 이름은 '죽음의 기계'이다.


반기문 사무총장에게 보낸 카드의 의미는 현대적인 피임법에 대한 보편적 조치, 낙태 합법화, 중절 수술이 안전하지 않을 경우 적당한 건강 관리를 촉구하는 청원에 동의를 하고 자신의 이름으로 서명을 한 것이 된다.


30초 정도 투자로 큰 의미가 있는 일에 참가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 시대인지.




* 사족 : 이번 부록은 버버리의 향수 5 미리 쌤플이다. 홍보용으로 보급도 되는 거라서 사실 이거 줄 때 조금 안심이 되었다. 정품 주는 것은 그냥 화장품 회사의 협찬인지.. 좋은 잡지라 폐간될까 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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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한가운데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5
루이제 린저 지음, 전혜린 옮김 / 문예출판사 / 199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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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쩌면 영원히 리뷰를 쓰지 못할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문득 문득 생각나는 장면이 있다. 사비나는 '배신'을 사랑한다. 그녀의 삶은 배신의 역사다. 사비나는 처음에 아버지를, 사회를, 데모를.. 그리고 프란츠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 마저도 배신해버린다.


사비나에게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결국 배신할 것이 없어지면? 모든 것을 배신한 다음에 배신할 것을 잃은 그녀에게 남는 것은 무엇일까. 그녀는 갑자기 한기를 느낀다. 

나중에 오랜 친구이자 연인(영어로는 friend with benefit 정도일까) 토마스와, 토마스의 연인 테레사가 죽은 이후에 토마스의 아들이 보낸 편지를 받고 사비나는 충격을 받는다. 그들은 서로 사랑했다는 것을 느끼면서. 그 전부터 사비나는 줄곧 우울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소설을 읽으면서 찌릿찌릿했던 이유는 사비나의 심정에 많이 공감하기 때문이다. 나는 자소서에 한 번도 '열정'이란 말을 쓴 적이 없다. 모범 자소서 예에 '열정'을 불사른 사람들의 자소설(!)을 보면서 피식 웃었던 것은 뭔가 요란하고 우스꽝스럽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타인의 삶을 마음대로 평가한 것은 용서받고 싶다.)


역자가 전혜린인 책을 골랐다. 평범한 것을 두려워했던 사람이라면 분명히 번역을 끝내주게 했겠지 싶어서. 다만 왜 그녀의 죽음이 이리도 미화되는 건지는 이해가 잘 안된다. 그만큼 젊은 나이에 업적을 쌓고 죽는 사람에 대한 아쉬움이 큰 것 같기는 하지만서도.


[생의 한가운데]의 주인공 니나는 돌아다니는 들개 같은 여자다. 익숙함, 평화, 풍요로움과 같은 단어를 거부하고 순간 순간의 살아있음을 느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여자다. 세상의 잣대같은 것 보다는 자기가 경험하고 느낀 것에만 중점을 두고 보통 사람과는 다른 삶을 살아간다.


매순간이 의미 있고 무겁다. 영원한 회귀도 아닐텐데! (제발!) 


미간에 주름을 잡아가며 심각하게 책을 읽었지만 니나에 대한 박사의 절절한 편지와 니나에게만 초점이 맞춰진 니나 편향적(?)인 언니의 소견을 읽고 있노라면, 조금 자기중심적이고 오만하더라도 남들에게 칭송받는 삶을 사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편지는 느끼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절절하다. 나중에 그런 편지를 받는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독일 전후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던 작품라더니 책을 읽고 있자면 가슴이 쿵쾅쿵쾅 거린다. 정치적이라고 할지 선동적(?)이라고 할지. 생의 한 가운데에서 너의 온전한 삶을 살아라고 말하는 것 같다. 그래서 지금 제대로 살고 있는지 반문하게 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같은 사람은 금방 지쳐버린다. 어른들이 아이들처럼 살지 못하는 이유는 매 순간을 새롭게 받아들인다면 피곤한 일이 많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참을 수 없는 가벼움에 중독 되어 있는 나에게 지금 적격인 도서는 아니었다. 읽는 동안 피곤하다는 생각과 뭐가 이리 심각해? 같은 의구심이 가득했으니.


나중에라도 매순간마다 깨어있어서 의미를 마구마구 부여하는, 그런 무거움의 삶을 살게 될 수 있을까. 나중에 사비나를 한심하다거나 불쌍하다고 동정하게 되는 날이 올까 궁금하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10점
밀란 쿤데라 지음, 이재룡 옮김/민음사
생의 한가운데 - 10점
루이제 린저 지음, 전혜린 옮김/문예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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