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날이 소중하다 - 10점
대니 그레고리 지음, 서동수 옮김/세미콜론


 [지선아 사랑해]의 이지선씨를 보면 삶이 경이롭다는 생각이 든다. 어쩜 저렇게 긍정적일까. "만약 나라면.."이라는 전제를 붙이기도 무서울 만큼 큰 일을 당하고도 신의 뜻이라 생각하다니. 원래 인간극장에서 촬영하려고 했을 때 원제가 '지선아 울지마'였는데 지선씨가 너무 예쁘게 웃어서 제목까지 바뀌었다는 일화가 있었는데 마인트 컨트롤이 무서울 지경이다.


미션스쿨을 졸업했다. 종교의 순기능인 대표 사례로 꼽을 수밖에 없는 [지선아 사랑해]가 교내 독후감 쓰기의 첫 도서였다. B 정도를 맞았던 것 같다. 속상했긴 했는데 납득을 한 이유는 내가봐도 못 쓴 독후감이었기 때문이다. 자주 부정과 우울의 나락으로 자주 빠져드는 나는 매사에 감사한다는 이지선씨의 글을 사실 공감하지 못했다.


닉 부이치치나 이지선씨가 힐링캠프 등 프로그램에 나오면 시청자의 반응이 뜨거운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선천적인 장애가 결국엔 그를 더 멋진 사람으로 만들어주었고, 갑작스런 사고가 그녀를 더 강하게 했다. 매순간마다 긍정의 힘을 발휘하는 그들의 말은 감동적이고 힘이 되긴 하지만 오히려 나는 그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머리가 멍한 것도 사실이다. 또 가끔은 이렇게 선천적으로 장애를 갖고 태어난 사람과 사고로 모든 것을 잃은 뻔한 사람도 잘 사는데 사지 멀쩡한 우리는 더 잘살아야 하지 않겠냐는 무언의 메세지도 불편했다. (나도 안다. 나 베베 꼬인거.) 


대니 그레고리의 [모든 날은 소중하다]는 아내의 사고로 인해 생각보다 많은 것이 달라지지 않았다고 얘기한다. 힘든 시간을 보낸 끝에 결국 행복이 유지되었고 모든 날은 소중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애정있는 '바라봄'의 결과로 말이다.


이들 부부는 아내의 하반신 마비 사고로 갑자기 다른 길을 가게 된 것일 뿐이었다. 이탈리아에서 휴가를 보내기로 했는데 잘못해서 네덜란드에 내린 친구의 일화처럼. 이탈리아의 따뜻한 햇살, 맛있는 음식, 정열적인 이탈리아 사람들을 기대한 친구부부는 네덜란드에 내려버린 거 였다. 우중충한 날씨, 멋없는 사람과 음식... 그들은 휴가를 완전히 망쳤다고 툴툴댔다. 그런데 조금 있으니 네덜란드의 정적인 풍경, 사람들, 랜브란트, 튤립들. 결국은 멋진 휴가를 보내게 된 것이다. 장애인 친구는 그에게 그렇게 설명했다. 장애인이 된 것은 좀 더 정적인 세계에 살게 된 것이며 예상치 못한 길을 왔을 뿐 그것도 나쁘진 않다고. (이렇게 훌륭하게 조언해 줄 사람이 있다니. 분명 대니 그레고리는 좋은 사람일 것이다.)


물론 그들이 이걸 깨닫고 이겨내는데는 시간이 좀 걸렸다. 아무리 정신이 건강한 사람이라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거란 것을 겪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아내 패티는 병원에서 "왜?"라는 질문을 했고 그는 완전히 절망해서 아무 대답도 그를 납득시키진 못할 거라고 했다.


그가 그렸던 미래는 달라졌고 꿈도 부서진 거 같았다. 모든 것을 새롭게 배워야 했다. 옷입기, 음식하기, 놀기, 사랑하는 법까지. 시간이 지나고 일상을 어느 정도 되찾는 적응의 과정에서 아내 패티는 다시 일을 시작하고 새로운 관계를 만들며 더 강인해지는 것을 보면서 저자는 놀람과 두려움까지 느끼게 된다.


결국 사고를 당한 사람 입장에서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도, 그는 제 3자 였음을 깨닫는다.


아무리 큰 위로와 공감도 결국은 자기가 헤쳐나가야 되는 것이니. 사랑하는 사람이 괴로운 일을 당해도 혼자서 헤쳐나가야 할 것도 분명 있는 것이다. 그런 생각에 좀 쓸쓸해지기도 하지만 주변에 내 고통을 같이 나눠주겠다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도 감사해야지.


작가의 애정이 느껴지는 그림이 좋다. 이미 [창작면허 프로젝트]를 쓴 바 있는 그가 충고한다. 그림을 그릴 때 기호를 그리지 말고 그 대상을 그대로 보라고. 그림을 그리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바라봄' 이라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라고.


요즘 더더욱 크게 와 닿는 말이다. "모든 날은 소중하다. Everyday Mat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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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면허 프로젝트 - 10점
대니 그레고리 지음, 김영수 옮김/세미콜론
예술가의 작업노트 - 10점
대니 그레고리 지음, 김영수 옮김/미진사
도시 일러스트 여행 - 10점
대니 그레고리 지음, 김영수 옮김/미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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