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의 언덕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18
에밀리 브론테 지음, 김종길 옮김 / 민음사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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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정리하면서 버려야 할 책과 버리지 말아야 할 책을 구분하는 작업을 진행하는 중이다. 책을 버리고 싶지는 않지만 포화상태인 책장을 보면 의무감을 느끼기까지 한다. 버려지는 책과 남는 책은 순전히 내 판단에 달려 있다. 판단하는 기준은 재미냐 아니냐 왠지 내 인생에 필요하냐 안 하냐이다. 방법은 다시 읽어 보는 수밖에.


몇 년전에 한 번 읽고 괴기스럼에 질렸다가 책 끝에 평론에 엘 그레코의 그림 정도를 떠올릴 수 있겠다는 평을 보고 동의의 물개박수를 친 기억만 난다. 아무 페이지나 열어 읽다가 못난 기억력에 첫 페이지부터 읽기 시작했고 4일간 질리는 표정으로 재독서를 하게 되었다.


150년 전에 발표된 '폭풍(=격정적인)사랑' 이야기인데 집착, 오해, 복수가 뒤얽혀서 몹시 거칠고 피로한 느낌을 주지만 읽기를 멈출 수 없게 만든다. 특이한 것은 가정부 넬리의 입으로 이야기를 전한다는 것인데 할머니가 들려주는 구수한 얘기 대신에 내용이 엽기적이라는 것이다. 드러시 크로스에 세를 살게된 록우드라는 사람이 주인인 히스클리프를 방문하려고 워더링 하이츠에 방문하는데 그 곳의 거친 날씨만큼이나 구성원들은 모두 악에 받쳐 으르렁거린다. 날씨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하루를 묶게된 록우드는 무시무시한 경험을 하게 된다. 그가 묶었던 방의 전 주인인 캐서린의 환영이 꿈에 나타나서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깨자 수상한 주인 히스클리프가 들어와 창문을 열고 몰아치는 바람에 대고 미친 사람처럼 울부짖는다.

소름끼치는 경험을 한 록우드씨는 마음씨 좋고 현명한 가정부 넬리에게 두 저택에 대한 긴 이야기를 듣게 된다.

바람이 몹시 부는 곳 웨더링 하이츠에 주인 언쇼는 어느 날 출처를 알 수 없는 남자아이를 하나 주워온다. 까무잡잡한 피부를 가진 건강한 아이를 히스클리프라고 이름 짓고 자신의 자녀 힌들리와 캐서린과 함께 자식처럼 키우려고 한다. 훌륭한 교육이 무색하게 언쇼씨의 아이들은 모두 난폭하고 잔인한 기질이 있었는데 이건 아마도 선천적으로 약한 신체 때문에 항상 짜증이 나 있기 때문이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다. 힌들리는 주워온 자식에게 잘해주는 것에 불만을 가지고 있었고 이상하게 캐서린은 히스클리프를 서로 몹시 사랑했다.

입양된 운에 무색하게 언쇼씨는 금방 운명하고 히스클리프에게는 그에게 적대적인 힌들리와 서로 사랑하는 캐서린이 남게 된다. 옛날이라 모든 권한은 아들인 힌들리에게 있었으므로 히스크리프를 몹시 미워하던 그는 자기 부인과 힘을 합쳐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을 학대한다. 하지만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의 사랑은 더 돈독해지기만 한다. 어느날 드러시 크로스 저택을 방문하게 된 캐서린은 그 집 도련님인 에드거를 알게 되고 결국 둘은 결혼까지 하게 된다. 

결혼하기 전에 캐서린은 넬리와 대화를 나누는데 캐서린은 "히스클리프와 결혼할 수 없어.. 걔는 뭐가 안 좋고 뭐가 안 좋고.. 린튼은 뭐가 좋고 뭐가 좋고..." 여기서 숨죽여 몰래 듣고 있던 히스클리프 퇴장. "하지만 너가 알다시피 나는 히스클리프를 목숨보다 사랑해" 이렇게 오해가 생긴 젊은 연인은 각자의 길을 가고 복수의 마음의 품은 히스크리프는 몇 년 동안 말도 없이 사라진다. (한국말만 끝까지 들어야 되는 게 아니다. 영어도 끝까지 듣는게 중요하다. 제인 오스틴도 그렇고 그 시대 영국 여류 작가들은 이런 식의 오해를 좋아하는 듯.)

몇 년 후, 복수의 마음을 품고 돌아온 히스클리프는 어쩐지 달라보인다. 그 사이 워더링 하이츠의 주인 힌들리는 부인이 죽은 이후로 술과 노름에 절어 살고 있다. 아들 헤이턴이 있지만 아들을 돌보지 않고 술에 절어 비참하게 살아간다. 히스클리프는 돈을 모두 갚아주고 사실상 워더링 하이츠의 주인이 되고 이들 남매에게 복수를 시작한다. 힌들리와 힌들리의 아들 헤이턴을 거의 바보로 만들고 에드거 린튼의 여동생 이사벨라를 유혹해 도망 결혼을 하고 애정없는 부인을 마구 학대한다. 캐서린을 비참하게 만들어 안 그래도 몸이 약한 캐서린은 신경쇠약 등으로 자기를 광적으로 몰아가다 뱃속에 딸, 캐시를 낳고 죽는다. 한편,이사벨라는 그 집에서 도망쳐 나와 아들 린튼 히스크리프를 낳고 몰래 키우다 아들이 14살 정도가 되자 건강 악화로 죽어버린다. 그리고 캐시의 아버지 에드거도 드러시 크로스 저택과 딸 캐시, 조카인 랜튼을 지키려는 노력이 무색하게 건강 악화로 죽는다. 워낙 약체였던 어른들이 픽픽 죽어나가자 히스크리프는 가장 잔인한 복수를 시작한다.

이미 죽은 캐서린을 아직도 사랑하고 미워하는 히스크리프는 힌들리의 아들과 캐서린의 딸, 자신의 아들의 인생을 망치기로 한 것이다. 자신의 아들과 캐시를 결혼시켜서 드러시 크로스 저택도 갖게된 히스크리프는 귀하게 자란 캐시를 마구 학대한다. 결혼의 임무를 띈 약한 아들도 곧 죽어 버리고 캐시는 팍팍한 생활에서 의지할 곳이 없이 악만 남은 여자가 되어간다. 자신의 남을 사촌을 무식하다고 놀리고 무시하며 화를 심보를 부리고 평생 일해본 적 없는 집안일까지 해야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날, 건강한 히스크리프는 며칠만에 아무것도 먹지 않고 자지 않고 돌아다니다가 갑자기 숨을 거두고 만다. 다행인지 남은 가족, 캐시와 헤이턴은 화해를 하고 관계가 급 진전되어 새로운 세상을 살 것을 암시한다.


매우 정상적(?)이고 보수적(!)인 내가 보자면 '미친 두 남녀의 개같은 사랑' 이라고도 일축해 버리기는 쉽다. 위대한 소설로 꼽히는 중에 주인공들이 이렇게 미운 소설은 없을 것 같다. 심지어 줄거리를 쓰다가 지쳐서 리뷰를 포기하고 싶었을 정도로 '사랑꾼'들의 복잡한 사랑놀음에도 질려버렸다. 이야기도 과잉되고 감정도 필체도 모두 과잉되었지만 강렬한 서사에 왜 명작으로 뽑히는지 이해가 간다.(이 책을 쓰고 건강이 급 악화되어 죽음까지 잃었던 작가의 생애가 이해가 될 정도다.) 나도 휴양지보다는 거친 자연을 좋아하는 편이라 저택을 중심으로 바람이 몰아치는 워더링 하이츠에 갇힌 으스스한 기분이 느껴지는 것은 특별한 독서 경험이었다. '섹스 엔더 시티'의 주인공이 캐리가 아니라 실은 '뉴욕'인 것 처럼 소설의 주인공은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이지만 실은 워더링 하이츠의 거친 자연, 거친 바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복수는 나의 힘'이라는 영화는 보지도 않았는데 제목이 참 끌린다. 열등감의 화신 히스클리프가 살아가던 힘은 건강한 신체에서가 아니라 안 건강한 복수의 정신이었던 것 같다. 용서보다 복수라는 소재를 더 좋아하는 나는 왜 이 소설이 무서울까. 망각이 안 될만큼 뜨거운 사랑의 감정이란 건 끔찍하다는 생각이 든다.

가끔 시청하는 [세상에 이런 일이] 같은 프로그램에서 매일 죽은 부인의 무덤에 찾아가는 늙은 남편에 대한 사연이 나올 때가 있다. 완전한 남인 우리 엄마는 혀를 찬다. 남에 말이라서 쉽게 하는 거지만 저건 병이다, 라고 단언하듯 말했다. 남편의 장례식이 끝나자 마자 유품을 바로 정리하던 할머니와 엄마, 예전 남친과 맞췄던 옷도 아무렇지도 않게 입고 다니는 울 언니를 보면 우리집 여자들 입에서는 저런 말이 나오는 것도 그리 놀랄 것은 아니다.

방송에 나오는 할아버지들은 죽은 부인에 대해 무척 애틋한 감정을 가진 것을 보니 애증의 마음으로 찾아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번 생에 자신의 부인이 된 것에 대한 감사함과 그리움으로 눈시울을 붉히는 할아버지들의 사연은 내게 감동적인 대신에 의아함을 자아냈다.

책을 읽고나서 흔한 질문이 떠올랐다. 쿨한 사랑과 뜨거운 사랑. 이 둘중에 뭐가 정답일까? 뜨거운 사랑은 떠나가고서도 일생에 걸쳐 애가 타야하는 것인지. 우연인지 필연인지 책 읽기를 끝내고 아니라고 생각하던 관계를 정리했다. 후회는 없지만 심란함은 남는다.




발길에 채는 것이 당연한 벌이라는 것을 아는 듯 하면서도 그 아픔 때문에 발로 찬 사람뿐만 아니라 온 세상을 미워하는 사나운 똥개 같은 얼굴은 하지 마 (p.95)

나의 장래는 단 두 마디면 족할 거야. 죽음과 지옥이라는 두 마디. 캐서린을 잃어버린 뒤의 내 삶이란 지옥일 거야. (p. 243)

내가 당신의 마음을 찢어놓은 것이 아니라 당신 자신이 찢어놓은 거야. 그리고 그렇게 함으로써 당신은 내 가슴도 찢어놓은 거야. 건강한 만큼 나는 불리하지. 내가 살고 싶은 줄 알아? 당신이 죽은 뒤에 내 삶이 어떨 것 같아? (p. 263)

그리고 그중에서도 제일가는 것은 헤어튼이란 놈이 나를 몹시 좋아한다는 사실이지! 그 죽은 악한이 자기 자식을 부당하게 대우한다고 나를 비난하기 위해 무덤에서 기어 나올 수 있다 해도, 나는 그 자식 놈이 이 세상에 둘도 없는 자기 친구에게 욕하는 것에 분개하여 그를 되쫓아 보내는 것을 재미있게 보고 있을 거란 말이야! (p. 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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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브란젤리나 커플이 결혼식을 올렸다고 한다. 사실 그닥 관심은 없다. 애들까지 다 낳고 입양까지해서 우르르(?) 잘 살고 있는 마당에 뭔 식까지나? 싶기도 하지만 당연히 그들 가족에게는 필요한 일이 었겠지. 


시작은 부적절했지만 좋은 일도 많이 하고 사는 사람들이라 크게 손가락질 할 마음은 없다. 근데 의외로 스윗했던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던 그들이 결혼식을 극비로 올리고 (결혼식은 사적인 영역이라고 하면서) 사진을 선별적으로 파는 행동은 좀, 솔직히... 밥맛이다.


기사를 읽으면서 내 의식의 흐름. 날이 꾸물거려서 그런지 꽈베기처럼 붸붸 꼬인 창자.


그러면 아예 공개도 말았어야지.... 하면서도 나는 이 잡지를 보고 있네? 그리고 드레스 이쁘다고 생각하고 있네? 애기들도 참 이쁘고 보기 좋으면서... 편집장의 말이 겹치면서... 치 근데 공개하려면 아예 속시원하게 해버리든가 뭔 까탈이여... 이거 힘든 게 따온 사진인 줄은 알겠지만...... 이게 꼭 특집인 건가... 여태껏 싸인도 잘 해주고 이런 이미지랑은 완전 다르자나. 흥. 


질투라고 생각해도 상관은 없지만 이렇게 다른 세계의 사람들에게는 질투.. 보다 낯선 감정이 느껴진다. 아무리 매체로 자주 봐서 친근하다고 생각했던 그들이 막상 이런 요란뻑적지근한 행사를 갖는 순간 갑자기 내가 서 있는 땅이 확 밑으로 꺼지는 느낌. 역시 그들은 하늘에 둥둥 떠 있는 스타인 것이다.


조지 크루니 아찌도 (비공식적이지만) 대선의 꿈을 위해 엄청 섹시한 변호사랑 결혼식을 올리는 데 무지막지한 돈을 들여서 화제가 되었다. 무려 137억원. 헐리우드 스타답게 하객들의 비행기 티켓도 촥 끊어주고 경호원비에도 상당한 비용을 들였다고 하니 자식 결혼 비용 때문에 빚더미에 앉았다는 보통 사람들의 심각한 이야기와 비교하면 헛웃음이 나올 정도다. 희안하게도 나와 더 가까운 이야기보다 그 사람들의 이야기에 더 관심이 간다.


암튼 늦(?)결혼 했으니 애기들 데리고 잘 살아요.


2. 헐리우드 스타하면 이병헌. (읭?) 어리고 되바라진 여자 아이 두 명에게 협박을 당한 일로 시끄럽다. 50억이든 10억이든 집이든.. 아무리 이병헌이 돈이 많다고는 하지만 세상 물정 모르는 애들의 깜찍한 협박 내용은 황당하기 이를 데 없다. 연예계가 돈이 많이 돌고 연예인들이 순수(?)하다고는 해도 너무 어이없자나~~


뭐 이병헌이 결혼 전부터 스캔들 없는 스타였던 건 아니라 조금.. 예상은 했어도 이렇게 빨리, 이렇게 더티하게 터질 줄은 예상도 못했다. 남의 남편에게 왠 관심이냐고 하면 나는 병헌 오빠(!)의 팬이었기 때문이다. 결혼 전 스캔들도 충분히 더티하긴 했지만 그럼, 저렇게 멋진 남자가 여자 하나 없었겠나? 글고... 어떤 여자가 안 넘어가겠나? 라는 매우 주관적인 생각으로 눈, 귀를 닫는 나란 여자.. 남자 보는  없는 여자.


희안한 찌라시가 돌아도 흥, 그래도 목소리가 저렇게 멋있는 배우가 어딨냐고 심히 옹호하고 챙겨보지도 않는 [힐링캠프]에서 도너츠 소문을 해명할 때도 여고생처럼 까르르- 웃으면서 괜히 내가 힐링하곤했던 병헌 오빠.... 이제는 진심 실망스럽다. 오빠라고도 안 부를꺼다.


이번 사건은 이병헌한테 특히 정이 뚝- 떨어진 이유는... 그는 유부남이다! 게다가 부인은 일반인도 아닌 유명한 배우 이민정이니깐! 특히 여성 커뮤니티에서는 이혼을 하라, 제 2의 엄앵란이냐 며 난리지만 이민정이 입을 다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자기도 유명하니까 입장 정리가 필요하겠지. 이 사건의 가장 큰 피해자는 이병헌도 아닌 이민정이다. 사건 터지 것도 속상한데 그게 대중에게 알려져서 망신까지 당하니.. 정말 안쓰럽다.


배우는 연기를 잘 할 때가 멋있는 것이니 어쨌든 미워도 다시 한 번일 것은 분명하지만.. 이제 손편지 같은 거 하지마세요. 변명도 방법도 낡디 낡았다.

  

3. 아무리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해도 생물학적 나이는 중요하다. 나도 잘 낫지 않는 상처와 회복되지 않는 피로감에 쩌들면서 노화가 시작되는 것을 느끼고 있다. 아직 시퍼런(?) 20대 후반이지만 계란 한 판을 하나하나 채워갈 때가 되니깐 조급한 마음이 안 생긴다고는 말할 수가 없다. 아직도 자리를 못잡고 비리비리한 걸 보니.. 엄마의 걱정하는 눈길도 이해가 안 가진 않는다.


영국에는 '33세 강박증'이라는 말이 있나보다. 여성 인권이 우리보다 좀 높은 나라다 보니 한 3-4년 정도 조급증을 느끼는 시기가 늘어난 것 같다. 꽤 긴 시간이다. 서당개는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데!


남의 인생에 관심을 갖는 것은 만국 공통인 것인지 직업 멀쩡하고 남친도 있고, 남친도 직업 멀쩡한 영국 여성도 남의 눈치를 본다. 혼자 여행하는 사진을 업로드 하는 것에 머뭇거리게 되고 집을 꼭 사야하나 결혼을 꼭 해야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니 말이다. 


뒤에 우리나라 에디터가 첨부한 칼럼도 재밌다. 고양이를 키워도 고양이가 싱글 여성의 아이콘이 되서 마음껏 자랑할 수도 없는 현실. 무슨 고양이가 숨겨둔 애인도 아니고.


무엇보다 가장 공감되는 말들. 해야할 것 '같아서'가 아니라 내가 진짜 하고 싶을때. 결혼보다는 연애가, 사랑이 하고 싶다.



4. 예전에 [유브 갓 메일]에서 스타벅스에 대해 말하는 장면이 있다. 커피 하나를 시키는 데 카페인, 디카페인, 레귤러, 톨, 크림, 논크림.. 을 선택해야 하는 데 진력이 난다고. 이렇게 선택의 연속에서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은가 보다. 나부터도 도시의 휴게소 같은 '김밥*국'을 가면 눈빛이 흐리멍텅해지니까. 


별 것 아닌 것 같아 보이는 작은 선택도 계속 합쳐지면 큰 스트레스가 되는 모양이다. 보통 도시인들은 자극에 취약할 대로 취약한 유리멘탈의 소유자가 많으니까 작은 선택, 작은 스트레스도 엄청난 파문이 될 것이다.


그래서 요즘 트렌드는 '결정 그만하기' 란다. 무려 결정 디톡스라고 하니... 웃음이 나오면서도 슬프다. 결정도 독이다.


우유부단한 사람이라는 단어가 요즘은 '결정 장애자'라는 명사로 굳어지고 있는 마당이니 사실 웃을 일은 아니다. 근데 어떤 책에는 결정을 못 하는 것도 스트레스라는데. 보통 말단으로 갈수록 회사에서 힘든 까닭이 점심 메뉴 하나도 자기 맘대로 결정할 수 없는 상황인 탓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내 경험으로 보면 맞는 말이다. 코딱지 만한 (내 보기엔) 중요치 않은 일도 내 맘대로 할 수 없고 네네만 하는 로봇을 원하니 고결한(?) 영혼을 가진 나는 인간으로서 큰 상처를 받게 됐다.


인간이란 참 간사한 게 또 결정할 자유를 주면... 그것도 또 귀찮고 스트레스다. 전 도시 인류를 위한 강박증 워크샵이라도 열어야할 판이다. 



5. 푸드 보어(Food Bore : 자신이 섭취하는 음식의 영양성분이나 지금 하고 있는 다이어트에 대해 끊임없이 언급해 주변인들을 지치게 하는 인물을 가리키는 신조어) 라는 말이 생겼다고 한다.


내가 찬양해 마지 않는 효리언니도.. 사실 요기에 해당할 것도 같다. 올해 렌틸콩 수입량이 750% 늘었다고 하니.. 횰언니의 파급력과 죄목(?)은 상당하다. 뭐 나야 내가 직접, 굳이 횰언니의 블로그를 들어가는 것이 맞아서 할 말이 없다. 


사실 나는... 그런 사람들과 산다. 엄마는 내가 밥상머리에서 인상을 조금만 찌푸려도 반복기를 재생한다. "그래도 몸에 좋은거야..!" 엄마의 음식 분류는 두 가지로 나뉜다. 좋은 것과 안 좋은 것. 집밥과 외식. 내가 만든 것과 남이 만든 것. 전자의 경우가 무조건 옳은 것이므로 이에 토를 달면 안 된다. 


또 한명은 언니. 언니는 다이어터다. 거의 모든 다이어트를 해봤다. 덴다(덴마크 다이어트), 종이컵 다이어트, 헐리우드 주스 흡입, 디톡스 다이어트, 원푸드 다이어트... 등등. 헐리우드 배우, 모델이 하는 거의 모든 다이어트 방법을 알고 있는 게 참 존경스러울 정도다.


그리고 나. 집 안에서는 안 그런다. 근데 나 한때 유기농 화장품, 유기농 주의자였다. 옆에 사람이 말은 안 했지만 가끔 날 놀리는 걸 보면 좀 질렸는 모양이다. 한 때 유기농에 미쳐가지고.... 반성한다.ㅠㅠ


아, 맞다. 나 집에서도 그런다. 블로그 한다고 사진 잔뜩 찍으며 가족들 밥 못 먹게 해놓고 귀찮다고 말만 블로거... 이런 나와 같이 살아주고 같이 놀아주는 분들께 심심한 위로를.



(나를 위시한) 이 현대인들아! 스스로를 그만 좀 들들 볶자! (단, 자기 대신 아래 사람을 볶아서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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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즈 Singles + GEEK@ 2014.7 - 합본세트판매
싱글즈 편집부 엮음 / 더북컴퍼니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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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비를 잘못 찾아가서 우연히 발견한 대금식당. 제주산 갈치조림..... 따봉!! 가격도 35,0000원

비가 엄청 내렸는데 비 오는 소리를 들으면서 따순 밥 먹는 기분은 최고였다.) 

(섭지코지가서 본 안도 타다오 건물. 잡지 안 보고 갔으면 그냥 와- 돈 많은 사람이 카페 차렸나벼? 했을

으리으리한 건물. 보고가니 의미가 있더라. 비록 그날 문을 닫혀있었지만 언니한테 잘난 척 했다.)


(협재 해수욕장. 폐장 됐는지도 모르고 물만나서 신나서 저런 사진 찍겠다고 백번을 뛰었다. 저것은 청춘 전용포즈니까.

 대형 비가 내리기 전에 엄중한 경고를 받고 사람들과 우르르 쫓기듯이 퇴장했다. 유명한 관광지이지만 물빛 최고!)




지난 9월 1일~ 3일 언니와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다. 제주도 물 빛이 그리워서 언제나 가고 싶었는데 효리언니 블로그 때문에 결정. 여전히 제주의 자연은 멋있었다. 막상 횰언니가 사는 애월읍? 소길읍? 은 못 가봤네. 가봤자 바쁜 횰언니가 반겨줄 것도 아닌데... 내 운전 실력이 문제지. 3일 연짱으로 혼자 운전하고 나니까 후폭풍이 더 컸다. 원없이 엑셀을 밟았고 여행 갔다와서 앓아 누웠었다.


일하는 언니를 위해 백수인 내가 비행기며, 렌터카며 숙소며 다 알아보았다. 싸게 싸게 가겠다고 소셜을 이 잡듯이 뒤졌다. 언니와 나는 국내여행이라 멍청하게 안심했으며... 결국 숙소는 마음에 드는 곳을 잡지 못하고 전날 예약...(미쳤지, 말 통하면 될 줄 알았냐?! 2박을 차에서 잘 뻔했다.) 하는 사태가 이어졌지만 노는 게 최고인 사람들이라 첫 날 날씨가 너무 좋아서 다 잊어버린 몹쓸 두 자매.


책은 잘 사면서 희안하게 여행안내서나 에세이를 사기 싫어하기에 싱글지 7월 부록으로 제주도 스페셜이 나온다기에 무조건 사서 블로그 검색마저 대충도 안 하고 그날 그날 계획을 짰던 우리에게 참 많이 도움이 되었다. 책만 휘리릭~ 하고 차에 타서 목적지로 돌진한 게 우리 여행의 패턴이었다.


자연 위주로 봤기에 체험같은 건 거의 안 했지만 다시 읽으며 책만 봐도 제주도의 축축한 짠 공기가 느껴진다.


싱글즈 잡지는 기사가 출중한 만큼 부록도 짱! 화장품 부록도 좋지만(10월호 잡지는 몇 권이나 살지) 이런 질 좋은 부록도 무한감사하다. 갖고 가기에 무겁지도 않게 나와서 더 좋았다.


1박2일에서 2박 3일 코스까지 소개하고 있지만 여기 나온 곳을 가보려면 역시나 좀 오래있어야 한다. 요즘 제주도에서 한 두달 사는 것이 유행이라는데 이해가 된다. 날씨도 워낙 변덕스러워서 날씨 좋은 날은 바다가고 비 오는 날은 공방이나 미술관, 카페에 가서 비오는 제주 풍경을 본다는 상상만 해도 지상낙원.(카페는 문을 참 빨리 닫으니 이 점 참고하시길.)


겨우 여행으로 2박만 갔다와서 그런지 몰라도 제주도는 아저씨들이 참 친절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주차비도 정말 싸다. 어느 식당엘 가도 느릿느릿, 여유가 느껴진다. 하지만 유명한 여행지는 중국인들로 가득차서 사진 찍어달라하기도 힘들다는 단점. 화장실 이용은 왠만하면 자제하게 되었다.


(중국인들한테 제주도 땅 팔지말라고~!!!!!!! 진심 화가난다.)  


특히 횰언니 블로그에서 보이는 장터에도 가보고 싶다. 한라산과 올레길은 근처에도 가지 않았지만 슬슬 걸어보는 것도 힐링이 되겠지.. 그건 다음 제주도 여행에서.


아무튼 알찬 잡지 부록 따봉! 좋아요를 백만번 눌러주고 싶다.


해가 쨍쨍한 날에 우도 바다. 새파란 바다, 검은 돌, 뽀얀 파도의 삼합은 가히 최고.



오션뷰의 카페에서 비 오는 날 따뜻한 아메리카노의 사치를 부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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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도 이제 늙었는갑다. 수지같은 애(?)들이 순수하게 이뻐보이니깐 말이다. 그리고 얼굴 뜯어먹으면서 사는 (본인들은 부정하고 싶겠지만!) 축복받은 인생들이 부러우면서도 인터뷰를 똑 부러지게 하는 것을 보면 뜨는 애들은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다이어트나 힘든 스케줄 때문에 힘들면서도 웃으면서 방송하는 것을 보면 작은 일 하나도 싫어하며 우중충한 얼굴로 앉아 있는 나를 반성하게 된다. 진정 연예인은 감정노동이 많은 직군임에는 분명하다.


진짜인지 모르겠지만 일하는 게 행복해 보이는 이들. 참 부럽다. 운전까지 잘한다니.. 특히 어린 나이에 그걸 찾아서 더 부럽고. 요즘 연예계에 별 얘기가 많은데 수지는 이상한 일 안 저질렀으면. 괜히 응원하고 싶다. 


2. 전 제주지검장 김수철.. 정말 이게 왠 망신이냐. 그를 보며 놀랬을 피해자를 생각하면 당연히 벌을 받아 마땅하긴 하지만 사건 후의 어리숙한 대응, 프라이버시를 보호받지 못하는 그의 가족들을 생각하면 안타깝기도 하다. 범죄임에 분명하지만 또 정신적인 병이기도 하니까. 물론 선처는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은 분명하다.


'바바리맨의 추억'이라고 하면 나도 조금은 있다. 미션 스쿨이었던 고등학교 시절 꼭 예배시간 전에 성스러운 음악과 함께 나타나던 그들.. 모두가 다른 사람이었던 거 같고 딱히 분출할 데 없는 에너지를 소리지르는데 썼다. 지금 생각하면 미쳤지.. 정신 이상한 놈들을 더 부추긴 결과가 됐다. 미션 스쿨이라 보수적이어서 모르쇠로 일관하던 선생님들은 특단의 조치로 CCTV를 설치했는데 잡아야되는 바바리맨은 못 잡고 땡땡이 치는 기집애들만 피해를 보는 결과가 되었었다. 


나는 일대일로 당한 것이 없어 그냥 추억(!)처럼 얘기하지만 성범죄가 진화되는 것을 보면 웃을 일이 아니다. 게다가 풍문으로는 학교 바로 옆에 붙어있던 지방에서 올라온 엘리트를 위한 기숙사에서 출몰한다는 얘기도 들었다. 워낙 모범생 집단이어서 그랬는지(그 놈의 미래가 '창창' 하니까!) 뭔가 쉬쉬하면서 소문이 퍼졌는데 내가 이 설을 가장 믿는 이유는 그들이 평소에 자기 감정을 억누르고 살았을 가능성이 커서이다.  


전국 모의고사가 끝나면 1-2 자리대의 등수로 평균화 지역의 아이들에게 좌절감을 팍팍 주는 그들이지만 그만큼 평소에는 놀고 싶은 욕구를 참고 기대에 부응하려는 압박은 말도 못하겠지.


평소에 억눌려 있는 사람이라도 짐을 나쁜 방향으로 푸는 건 안될 말이다. 이왕 망신당한거 제대로 고치시길 바란다.


3. 비욘세와 제이지가 이혼할 거라는 기사를 봤는데 금방 애정전선에 이상없다는 행보를 취하는 그들 부부를 보면서 역시 연예인은 아무나 하는 직업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결국 그들은 '쇼윈도 부부'라고 판명이 났다. 하지만 기사는 묻는다. 결혼이 비지니스면 안 될 이유라도 있나?


특히 그들은 어마무지막지한 돈을 쓸어 담고 있는 부부. 연예인 한 명 뒤에는 또 같이 먹고 사는 사람이 어마어마할 거에다 미리 짜여진 공연을 생각하면 선뜻 이혼할 수도 없을 것이다. 비욘세는 스캔들도 거의 없이 엄청난 프로의 모습을 보여준 걸 보면 가수라는 커리어는 쉽게 생각할 수 없을 것 같다. 하긴 누가 이혼을 쉽게 하냐만은.


낭만적인 연애 결혼은 20세기의 산물일 뿐이고 원래 결혼이라는 건 사회적 계약이라는 생각에 동의하는 나로써는 그들 부부의 선택이 이해가 간다. 정이든 동료로서의 인정이든 둘 중에 하나가 끝난다면 완전히 끝날 것 같기는 하지만...


다만 그들의 선택에 의해 행복 코스프레를 해야한다는 생각이 좀 씁쓸하긴 하다.   


4. 김태훈의 칼럼에 옳소 옳소 하는 날이 오다니. 매체에서 비춰지는 김태훈 칼럼리스트의 모습은 내게는 그저 '말만 잘하는 남자' 였다. 인간적으로 별로 안 좋아하는 타입이다. 말과 글로 먹고 사는 사람이다보니 역시 글은 잘 쓰긴 하는데 이번 칼럼은 평소 내 생각과 일치했다.


그래, 성형이 뭐가 어때서!!


우선 나는 자연(미)인이라는 것을 밝힌다. 김태희처럼 생기지는 않아서 나도 내 외모에 완전 만족하고 살지는 못한다. 하지만 성형 수술은 정말 무섭다... 불과 일주일 전에 축농증 수술하고도 이렇게 갖은 엄살을 부리는 나라는 사람은 이 얼굴로 늙게 될 것 같다.


나도 한 때는 진한 쌍커풀과 오똑한 진주알 코를 꿈꿨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이미 튜닝을 마친 친구들이 있었고 틈만 나면 그런 소리를 해댔다.(이건 약간 폐해이긴 한 듯) 미모가 여성의 큰 무기인 것은 계속 말해야 입만 아프지. 사실 나는 나보다 능력있고 똑똑한 여자보다 예쁜 여자한테 더 큰 질투를 느끼니깐. 친구들끼리 돌아가며 마구 견적을 잡았고 결국 한국은 인구 대비 '성형 1위'의 기념을 토했다.


주변에 성형한 사람을 꼽으라면 10명은 거뜬이 댈 수 있는 도시 여성이라 그런지 '성형 1위' 같은 기사를 보면 시큰둥한 반응을 했다. 꼭 통계를 내야 아나? 같이.. 하지만 그 밑에 달리는 댓글을 보면 단지 성형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왜 이렇게 욕을 먹어야 하는지 의아하기만 하다.


'성괴'니 '강남언니'니... 따지고 보면 불법도 아니고 의료 산업에 기여하는데다 외모지상주의가 판치는 나라에서 고군분투하며 사는 걸로 예쁘게 봐줘야 맞는 게 아닐까? 그것도 나름 후천적으로 얻은 노력의 산물이라고 생각한다. 성형 수술을 비용을 위해 돈을 벌고 마취주사 맞아가며 고통도 감해내야 하는데... 작은 수술이라도 해 보고 나서야 존경심까지 든다.


댓글 중에 열받는 포인트는 2개. 여자와 외국인의 시선. 요즘 성형은 생각보다 남자도 많이 한다 이 자식들아!!! 하긴 뭐 성형 뿐만 아니라 일베를 위시한 남성 커뮤니티의 여성 혐오는 워낙 광범위 하니까 특별할 것도 없지.


특히, 외국인들한테 부끄럽다는 의견을 마구 내보일 때 좀 의아하다. 그리고 성형비율 1위 했다고 비난하는 외국애들한테도 나는 만날 때마다 '누구도 그 사람들을 비난할 자격이 없다'고 바로 얘기한다. 논리적으로 틀리지는 않으니까 바로 수긍하기는 하는데 그냥 감정적으로 싫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차라리 이렇게 솔직하면 막 욕이나 못하지. 


가끔 외국에서 만난 애들-특히 일본애들이나 동남아에서 온 애들이- 한국이 성형 국가 이미지임을 굳이 표현하려고 할 때도 꼭 말한다. 우리나라는 중국, 동남아, 일본 등지에서 특히 성형 관광을 많이 온다고.


성형 비율 1위는 부끄러워 할 거라기 보단 오히려 자랑스러워야 해야한다는 생각이 든다. 가격대비 훌륭한 기술로 외국인까지 끌어들이고 있는데 부끄러워할 이유가 무엇일까. 무슨 마약을 팔아서 돈을 번 것도 아니고 성형은 고급 의료 서비스이다. 하이테크놀로지에 물가 상승률 대비 오히려 가격이 저렴해진 의료 상품을 왜 끌어내리지 못해서 안달일까.


물론 매스컴에서 쉬쉬하는 성형부작용이나 획일적인 미의 기준까지 물개 박수를 치는 것은 아니지만 성형인에 대한 혐오는 무서울 정도다. 뭐 유전자에 대한 생각 때문에 손해보는 것 같은 기분도 이해못할 건 아니지만.(누가 손해를 좋아한다냐!) '예쁜 여자'로 살기로 결심만 하면 가능한 세상이지만 나는 차마 성형에 대한 생각도 하지 못한다. 김태훈의 말 대로 그들은 '세기의 변화를 온몸으로 증명하는 위대한 종족'일 수도 있겠다.


사족. 근데 이런 거 다 의미없다.. 오프라인에서는 성형미인이든 자연미인이든 미인은 어찌됐든 대접받는다. 


5. 'SNS 징징이'는 싫어. 


임경선의 칼럼을 보면 항상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주변에 이렇게 말 시원하게 하는 언니가 있었으면 좋겠다. 막말을 하는 독설과는 다르다. 그녀의 돌직구를 읽으면 사이다를 머금은 듯한 시원함이 느껴진다. 


Facebook 에서 팔로잉을 안 하는 친구들이 좀 있다. 쓸데 없는 정보를 뿌리는 헤비업로더와 얼굴만 알고 친구인 애들, 그리고 내 기 다빨아 먹는 '기 도둑'님들. 다른 친구들 얘기를 들어보니 다들 그 친구의 팔로잉은 안 한다고 한다. 다른 사람들도 기 빨리는 포인트는 다 같은가 보다.


SNS의 게시물을 보면 사람의 성향이 드러난다. 나를 포함해서 대체로 즐거운 일만 올리는 부류가 많다. 아니면 럭셔리, 팬시한 곳에 가서 찍은 사진, 제품만 올리는 사람도 있고. 이런 것 때문에 자기 인생과 비교를 하게 되서 SNS를 자주 사용하는 사람이 더 불행을 느낄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결과까지 나오곤 한다. 그래도 가장된 행복이 꾸밈없는 슬픔보다는 낫다는 게 내 생각이다. 적어도 행복을 가장할 정도면 어느 정도 필터는 거치고 올려진 사진이라 거부감이 드는 경우는 잘 없다.


문제는 징징이들. 비련의 주인공 역에 빠진 사람은 미안하지만 정말 꼴 사납다. 다행히 그런 사람들은 남들이 자기를 어떻게 보는지 작위적으로 해석하지만. (그걸 어떻게 아냐고? 남들이 자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면 계속 징징이 짓을 할 수 없다.)


학교도 자주 나오지 않고 남자한테 빠져살았던 동기 K는 얼굴책에 자기 연애질을 무려 처음과 끝까지 게시해댔고... 그 연애의 비참한 결말은 K와 거의 교류도 없었던 동기언니한테 듣게 되었다. 동기언니도 건너 건너 들은 얘기였는데 그걸 전해준 친구도 막상 K와는 친하지도 않았다. 나는 팔로잉을 끊은 바람에 루머에는 못 끼게 되었지만 아쉽지는 않다. 진짜 남자들처럼 욕을 하면서 돈독해진 사이라면 시크하게 댓글 하나 남기고 총총했을텐데... 안물안궁! 이렇게 말이다.


내가 이렇게까지 분개하는 이유는 그녀들의 게시물을 보고 괜히 우울감을 얻은 '피해자'이기 때문이다. 내가 이차저차하여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되었지만 지금도 이유없이 어리광부리고 싶고 징징거리고 싶은 마음이다. 어쨌든 법적으로 성인인 이상 감정은 조금 컨트롤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걸 가감없이 드러내고 애기짓을 하는 애기들은 정말 떼찌해주고 싶은 심정.


그리고 우울감을 '자존감 부족'으로 돌리는 세태에 대해서도 아니꼽게 본다. 정말 100% 동의한다. 갑자기 '자존감'이라는 단어가 생겨서 모든 문제의 발로는 '자존감 부족'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다. 나도 자존감이 충만한 인간은 아니기에 한 때 심리학 서적도 엄청나게 읽어대기도 했다. 근데 원인을 아는 것으로 자존감이 충족되는 건 진짜 아니다. 괜히 부모에 대한 원망이 늘기만 했었지.. 


생각보다 그런 사람들 많다. 애정결핍이나 외모고민으로 자존감이 유리처럼 약한 사람들. 근데 그 문제를 모두 낮은 자존감의 탓으로 돌려버리면 정말 해결책이 없다. 그래서 어떻게? 라는  생각은 없이 그저 자존감 타령을 하는 사람을 보고나서 자존감 타령을 하지 않게 되었다. 이제 자존감 타령도 슬슬 피로해지기 시작했으니깐. 고통을 나눠지면 편하다는데 우울감을 전염시키는 사람은 우울감이 좀 덜 해질까. 깊은 우울함이 아니라면 작은 것 정도는 자기가 삭혀야 한다. 안 그러면 나중에는 전염시킨 수 있는 사람도 주변에 안 남게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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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라쉬 브런치 - 번역하는 여자 윤미나의 동유럽 독서여행기
윤미나 지음 / 북노마드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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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잣대가 있다. 질투에서 비롯된 잣대일 수도 있지만. 그건 글에 영어든 뭐든 이국언어를 섞어쓰면 아무리 잘 쓰여진 글이라도 글쓴이의 자질을 의심하는 것이다. 특히 잘 쓴 글일수록 더더욱 혹독하게 비난한다. 이것은 분명 질투에서 비롯된 감정은 맞다. 인정!


한 때 인터넷 커뮤니티를 달궜던 일명 '보그체'. 나도 안 좋아한다. 본능적인 거부감이랄까. 두세줄 읽고 있자면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른다. 왜? 그냥 다 영어로 쓰지? 왜 조사는 한국어로 쓰는 거냐?! 나도 은근 사대주의가 있는 사람인데 볼 때마다 반성하게 된다. 하지만 잡지 [보그 vogue]는 허세만 덜 아니꼽게 보면 인터뷰든 기사내용이든 의외로 충실하다는 것도 발견할 수 있다. 


굳이 가만히 있는 보그 잡지까지 언급하는 이유는.. 이 책에서 그런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영어 번역가다 보니 보통 사람보다 영어에 친숙할 수는 있겠지만 굳이 영어를 쓰는 것을 보면 괜히 눈쌀이 찌푸려진다. '나의 페이보릿 식당' 같은... 다른 알라디너가 지적한 화려한 수사는 가끔 좋은 표현도 있어서 볼 만한데 섞어 쓰는 영어 형용사는 정말.. 참기 힘들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디자이너 앙 선생님의 성대모사를 끊임없이 하던 개그맨들처럼 괜히 비꼬고 싶은 나쁜 마음이 들었다. "엄.. 엘레강스 하고.. 엄.." (죄송합니다. 실제로 앙드레 김 쌤을 그분의 인격 때문에 참 존경합니다.)


이런 거슬리는 부분을 배제하고 책을 읽으면 저자가 얼마나 충실하게 여행했고 그때그때 느낀 감정을 얼마나 충실하게 썼는지 감탄하게 된다. 그리고 알라디너들의 꿈일 것 같은 독서여행까지. 책을 읽으면서 후회의 눈물까지 흘릴 뻔 했다. 나는 왜 프라하를 코스에 넣지 않았던가! 


색감까지 예쁜 잘찍은 사진과 독특한 편집은 책을 보는 재미를 보태준다. 굴라쉬든 브런치든 여기, 서울이 아닌 어딘가에서 먹고 싶어졌다.



아무도 안 궁금한 내 이야기 > 작년에 벼르고 벼르다 첨으로 유럽이란 곳을 여행했다. 서유럽을 중심으로 4개국 여행했을 뿐이지만 스스로 넘 뿌듯하여 갔다가 돌아오면 인생이 거의 180도로 변할 줄 착각했었다. 1. 독립적인 성숙한 여인이 되거나 2. 일생일대의 사랑을 만나거나 3. 감성 촉촉한 에세이 한 권쯤은 거뜬히 쓸 수 있겠지? 라는 턱없는 기대로 시작되었던 여행은 현실이 개떡같을 때마다 지상천국으로 둔갑하는 향수의 땅으로 만들어 놓는 걸로 마무리되고 있다.(엉엉)


여행에세이를 보면 괜히 베베꼬이는 마음은 역시 질투 때문이었다. 에세이 한 권을 쓰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니까. BGM : 너는 대체 누굴 보고 있는 거야~♪♬


에세이의 미덕은 가볍지만 진한 공감이 아닐까. 밑줄 긋기 해본다.




여행이 아니라면, 삶은 언제나 나에게 부당한 업신여김을 당해왔다. 익숙함이 낳은 무례함이란 사생아, 권태, 생계형 짜증, 줄줄이 매달린 의무들. 만만한 마누라에게 온갖 성질을 다 부리는 못난 마초처럼 굴었다. 하지만 여행지에서는 그 지긋지긋하던 삶이 나를 도발한다. 더 이상 지루하지 않은 척하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 나는 졸린 고양이처럼 솔직해진다. (p. 39-40)

사실 짦은 여행 후에 어느 나라 혹은 그 나라 사람들에 대하여 섣부른 진단을 내리는 것만큼이나 위험한 태도는, 책이나 영화에서 만난 허구의 인물과 실제 사람들의 특성을 동일시하고 일반화하는 것일 테다. 우리가 시장이나 버스에서 부딪치는 현지 사람들은 픽션의 주인공보다 훨씬 추상적이고 모호하며 비일관적이다. 그들은 데생이 끝난 후의 4B연필처럼 뭉툭하고 투박하다. 그들에게선 아우라 대신 매캐한 생활의 냄새가 풍길 뿐이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어딘가를 여행하기 전에 그곳을 배경으로 한 책이나 영화로 예행연습하는 걸 좋아한다. 나에게는 그것이 사랑에 빠지기 위한 구실이다. 사랑은 우연을 필연으로 만드는 덧없는 몸부림이 아니던가. 그 덧없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세상에서 가장 순수할 수 있는 유일한 감정이다. 흐라발이나 카프카가 아니었다면 이만큼 프라하를 좋아하지 못했을 것이다. (p. 50)

그런데 먹는 것에 대한 집착은 곧 삶에 대한 애착이 아닐까? 생각해보면 산다는 것이 허기를 채우는 것과 다를 게 뭐냐 싶다. 여행을 하는 것도, 글을 쓰는 것도, 관계를 맺는 것도 결국은 서로 다른 종류의 허기를 채우는 일이 아니겠는가. 세계 각지의 공항에는 섭식장애자들이 우글거린다. 그들, 아니 우리들은 아무리 잘 먹어도 해결되지 않는 어떤 충동을 품고 있다. 때로는 그 뜨거운 충동 때문에 가슴이 터질 지경이다. 지구가 점점 더워지는 것은 이산화탄소가 아니라 그런 충동들 때문인지도 모른다. (p. 60)

그러고 보면 번역의 최대 적은 센티멘털리즘과 거대담론 강박증일지도 모르겠다. 있는 그대로의 뜻이 너무 소박해 보이면 왠지 거기에 묵직한 뭔가를 덧입혀줘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거다. 대체 가구가 숲보다 꿀릴 것이 뭬라고! 아무리 번역가 인생이 신산하기로서니 텍스트는 춥지 않다. 아무도 무거운 외투를 원치 않는데, 번역가 혼자 지레 설레발을 칠 때가 많다. (p. 116)

새우는 껍질 벗기는 과정이 귀찮고 조개는 썩지 않는 쓰레기가 많이 나와서 번거롭지만, 녀석들은 비교저거 살생의 죄책감을 덜 느끼게 하는 얼굴을 하고 있다. 팔팔 끓는 물에 집어넣어도 갑옷을 입고 있으니 좀 덜 뜨거울 것 아니냐나는 말이다. (p.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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