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인기 알라디너라 기다리는 이가 없어서 그런지 어느 순간부터 알라딘 서재에 글을 쓰지 않게 되었다.
회사에서 접속하지 못하게 지정해놓은 사이트인 점도 있고, 요즘 리뷰를 쓸만한 책을 통 읽지 않았다. 아니, 책 자체를 예전만큼 열심히 읽지 않게 되었다. 죄책감을 느끼고 싶지 않기 때문에 저질체력과 스마트 폰이라는 기술의 발전에 모든 탓을 하겠다.
알라딘 서재는 대학생 때부터 계속 운영해 오던 채널이기 때문에 애정이 남다르다. 어느 때는 열심히 글을 썼고, 어느 때는 이렇게 길게 방치해둘 때도 있었다. 없어지지 않고 남아 있어 (진부하고 짜증나는 표현이지만) 친정집에 오는 기분으로 아무때나 들를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한다.
작년 한 해 그림일기를 열심히 썼다. 왜 그런지는 나도 모르겠다. 작년 초 한 모임에서 30일 프로젝트 같은 걸로 시작된 일이었는데 끈기없는 내가 이상하게도 1년을 넘게 꾸준히 썼다. 나를 잘 아는 이들과 가족이 매우 놀랬다. 일기인데 며칠에 걸쳐서 쓴 일도 자주 있었다. 오래 하다보니 질 좋은 스케치북과 브랜드 마카도 사게 되었다. 농구 장갑을 두 번이나 버리고 검도복을 끝내 버린 나로선 질 좋은 무언가를 사서 실제로 쓴다는 건 의미 있는 일이다. 질좋은 도구라도 엄청나게 크게 비싸지 않기 때문에 신나게 지르는 경향이 있는데, 이 과정에서 월급의 소중함을 알게 되고 직장 다니는 마인드가 조금 더 좋아진 건 큰 장점이다. 월급쟁이의 행복이랄까.
처음 신나게 알라딘 서재에 하나 둘씩 올렸는데 지금 큰 실력이 나아지지도 않았는데 부끄러운 생각이 든다. 그리고 도구의 중요성을 모르고 수성 네임펜으로 그렸던 어리석음으로 인해 침수피해를 입었던, 완성되기 1장 남았던 노트를 보니 또 화병이 도지려고 한다. 그러니 고려청자를 퍽퍽 깨버리는 장인의 멘탈에 감탄할 수밖에.
첫 실패를 딛고 약간 비싸고 있어보이는 몰스킨 다이어리와 스케치북에 워터프루프 기능이 있는 펜을 구매하고 나서 재미를 붙이게 되었다. 문제는 알라딘 서재는 일기를 올리기에 별로 적합한 채널이 아니라는 것. 그래서 옮겼다. 인스타그램으로.
라딘씨를 버리고 인스타그램으로 옮겼지만 나는 여전히 인기가 별로 없는 인스타그래머다. #따흐흑.
뭐 조강지처 버리고 잘 살줄 알았더냐! 오랜만에 서재에 와서 남기는 글이 배신의 역사라니...
그래도 여전히 조강지처가 좋더라 라딘이가 좋더라~~~ 간만에 와서 전에 그린 그림을 보고 있으니 왠지 1년 동안 아무것도 안 한 것 같아 기록하려 한다.
▼아래는 알라딘 10월 굿즈 이벤트에 참여한 그림. 사진도 올렸는데 둘 중 무엇이 당첨을 안겨 주었는지는 모르겠다. (무려 1등했음)
---------------------------------------------------------
요기는 인스타그램 내 페이지
http://www.instagram.com/bbolgi_bbolg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