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 프롬 - 개정판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74
이디스 워튼 지음, 손영미 옮김 / 문예출판사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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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변하고

환상은 깨어지고

비밀은 폭로된다.


그것이 인생의 세 가지 절망이다.     



우리 할머니가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얄구지다 얄구져. 전형적인 강한 여성상인 울 할머니는 저 한 마디로 거의 모든 것을 털어내는 것 같다. 아님 털어내는 것 처럼 보이거나.


주말에 모카포트에 끓인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우아한 독서타임을 갖으며 선택한 이 얇은 책 [이선 프롬]. 읽고나면 답답하고 슬퍼서 온 몸에 수분이 빨리는 느낌이다. 이게 꼭 커피의 문제는 아니겠지.


예전에 이디스 워튼의 [순수의 시대]를 읽고 뭘 어째야 될지 몰라서 리뷰쓰기를 망설였는데 슬픔을 강도가 훨씬 더 강한 [이선 프롬]을 읽고 생각난 것은 울 할머니의 한 마디였다. 얄구지다!


[곰스크로 가는 기차]를 읽고 먹먹함이 섞인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숭고함 비슷한 것을 느꼈다면 [이선 프롬]을 읽고는 감히 숭고... 어쩌고 하는 말을 하기가 쉽지 않다. 그야말로 자신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아무런 보상도 없이 궂을 일만 해야하는(어쩌면 도망칠 수도 있지만) 한 남자의 거친 인생을 희생이나 숭고로 포장하기는 잔인하다는 생각이 든다. 


생활력 강한 사람들에 의지해서 사는, 아니면 충분히 자신에게도 능력이 있음에도 책임감 강하고 다정한 그들에게 소위 빨대를 꽂는 사람을 주변에서도 은근, 많이 찾아볼 수 있어서 그런지... 요 근래 읽은 가장 슬픈 이야기였다.


이선 프롬은 [이선 프롬]의 첫인상이 강렬한 주인공이다. 별로 안 좋은 쪽으로 한번 보면 잊기 어려운 인상을 한 그는 타고난 건장한 체력과 성실함 덕에 자신을 포함한 모든 가족을 먹여 살려야하는 운명을 짊어지게 되었다. 하지만 그는 한 때, 적당히 교양을 쌓으며 적당히 붐비는 도시에서 주변 사람들과도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살아가는 꿈을 꾸었었다. 사랑하는 여자와 함께 살면서 사는 그런 '평범한' 생활을.


평범하게 사는 게 어렵다는 말, 요즘 조금씩 공감이 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하소연 하는 글에 '지 팔자는 지가..','좀 의지를 가지고...'라는 식의 글로 타인을 상처 내는 말을 듣는 것도 힘이 들기 시작한다. 생각보다 자기와 (좋은) 환경에서 모든 사람이 나고 자라는 것은 아닌데!! 그것도 가뜩이나 힘든 남의 인생에 십원 한 장도 안 보태주면서 말이다.


삶에 절망스러움을 안기는 조건이란 까다롭지 않다. 사랑은 변하고 환상은 깨지기만 하면 된다.


소박하고 평범한 꿈을 꾸었던 젊은 남자 이선은 아버지의 죽음, 어머니의 오랜 병환으로 대학에 돌아갈 수 없게되자 어머니의 병간호를 하던 친척이었던 지나와 결혼하게 된다. 별다른 열정과 애정이 없이, 너무 외로웠던 그였기에. 무난히 살 수 있다고 생각했던 이선의 예상은 빗나가 지나도 병을 앓으면서 골골하게 되고 집안 일을 도와줄 먼 친척 매티를 불러들인다. 건강하고 사랑스러운 그녀였지만 그녀의 아버지는 경제적으로 방탕한 생활로 망하고 죽자, 쿠키를 굽고 리본을 꾸미고 악기를 다룰 줄 아는 그녀의 능력은 돈 벌이에는 도움이 안 되었고 회계같은 것을 배우기엔 건강이 받쳐주지 않았다. 친척들이 그녀를 위해 말뿐인 조언을 했지만 결국 그녀를 거둔 것은 자신의 노동으로 자신과 가족을 겨우 먹이는 이선이었다. 활기찬 매티를 보자 난생 처음으로 심장이 따뜻해지는 경험을 하게 된 이선. 자기가 생각했던 것이 그녀의 입으로 나오는, 소위 통함을 느낀 이선은 더이상 추운 스타크필드가 회색빛으로 보이지가 않는다.


어릴 때 한번 쯤 추운 겨울에 길을 잃어 떠돌아 다니다가 엄마를 보고 와앙 우는 것처럼 온기라는 것이 어쩌면 더 무서운 것이라는 생각이든다. 투박한 남자 이선의 감정은 요동치고 급기야 아내가 요양가는 틈에 매티와 시간을 보내고 싶은 생각에 배웅을 직접하지 않으려고 의욕적으로 거짓말을 하고 만다. 나뭇값을 받을 수 있을거라는. 바싹 시들었지만 오랜 병으로 예민한 지나는 이것을 놓치지 않았다. 이런 저런 일이 있었지만 지나없이 둘이서 하룻밤을 보낼 수 있게 된다는 생각으로 기뻤던 맷은 리본을 머리에 묶고, 이선은 떨린다. 특별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 맷은 지나가 아끼는 유리 그릇에 피클을 담아내었다. 빨리 가는 시간이 아깝지만 서로 머뭇거리며 두근두근한 시간은 보내고 있던 둘의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고양이는 피클 그릇을 깨버리고... 이것을 복선으로.. 그들은 자기들의 관계를 점치고 만다.


겨우 주어진 하루의 시간을 안 좋게 끝내버린 그들의 관계는, 안 좋은 예감은 틀리는 법이 없듯, 최악의 상황으로 흘러가고 만다. 지나는 돌아와서 작정한 듯이 집의 변화를 이잡듯이 찾아내고 맷을 쫓아낼 구실을 찾는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깨진 피클 그릇을 발견하고 당당하게 매티를 쫓아내기로 한다. 갑자기 희망이 사라진 이선은 매티를 자기 손으로 떠나보내는 날, 서로는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고자 하고...


그날의 사고는 소설의 첫 흐름부터 그렇듯 비극적인 결말을 맞았다.차라리 그들의 계획이 성공적이었다면.. 조금 더 나은 결말이었을까. 세 사람의 동거와 그 전과 달라진 관계, 끝까지 자신을 포함한 주변 사람의 생존을 위해 일만 해야 하는 이선의 삶이 비극적으로 느껴졌다. 겨우 몇 달의 기쁨을 맛보고 그로 인해 더 큰 고난을 안고 살아가게 된 이선의 삶은 어쩌면, 감추거나 조명되지 않아 모르는 많은 불행한 삶과 비슷해서 더 슬펐다.


스타크필드의 거친 날씨는 변함 없었지만 이선의 환상은 깨지고 사랑은 변하고, 심지어 사고를 당했다. 사랑의 도피도, 생의 도피도 실패한 이선에게 계속 삶을 이어나가게 하는 건 무엇일까. 삶에는 의미가 있어서? 쉽게 쉽게 목숨을 포기하는 세상에서 오히려 행복한 삶만이 가치가 있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요즘들어 든다.





그녀는 처음에 프롬이 본 명랑함과 상냥함 외에도, 그보다 더 큰 매력, 즉 극히 예민한 심성을 지녔다. 그녀는 프롬이 한 번 보여주거나 말한 것을 오랫동안 기억했다가 그가 원할때마다 생생하고 아름답게 되살려줌으로써 그를 황홀하게 했다. p. 28

"우리도 못 벗어났는데, 네가 감히?" 라는 말이 비석 하나하나에 새겨져 있는 것 같아서, 그는 대문을 드나들 때마다, `나도 저 꼴이 될 때까지 여기서 살겠지`라는 생각에 몸서리를 치곤 했다. 그런데 이 순간 그의 마음속에 들끓던, 변화를 향한 모든 욕망이 사라지고, 묘지도 지속과 안정이라는 따스한 느낌으로 다가왔다.p.44

그녀는 급기야 울음을 터뜨렸고, 이선은 그녀의 눈물이 한 방울 한 방울 뜨거운 납덩이가 되어 자기에게로 쏟아져 내리는 느낌이었다.p.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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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2015.7
코스모폴리탄 편집부 엮음 / 허스트중앙(Hearst-Joongang)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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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단, 부록. 요즘 컬러링 북에 관심이 많아서 고민없이 구매. 스킨푸드 광고이긴 하지만 이런 광고라면 언제나 환영이다. 내가 하고 있는 [파리 시크릿] 컬러링 북과 비슷하긴 하다. 소품적인 요소가 많다. 아무래도 제품을 광고해야하니까 제품 그림을 사이사이 끼워넣어야 해서 그렇긴 하겠다. 암튼 매우 만족. 열심히 색칠 중이다. 중간에 엽서를 만들 수 있는 것도 특색.


글고 베네핏 파운데이션은 아직 안 써봤지만 써보려고 구매. 홈쇼핑에서 거의 매일같이 파는 에어쿠션도 코리안 뷰티의 대표적인 아이템이라고 하는 비비크림 21호, 17호.. 모두 나에게 맞지 않는다.


피부가 남들보다 많이 밝은 편인 나는 얼마전에 큰 맘 먹고 백화점 화장품 매장에서 파운데이션 테스트를 받고 너무 맘에 들어서 파운데이션만큼은 비싸고 좋은 것으로 사기로 결심했다. 항상 내가 쇼핑을 하면 참견을 하는 엄마도 파운데이션 색을 보고 잘했다며 칭찬해주었다. 가격은 저렴이의 거의 다섯배 격인 요 프랑스 글로벌 브랜드의 파운데이션은 쓸수록 맘에 든다.


정말 예전에 비해 우리나라 화장품의 질이 상당히 많이 좋아진 것은 말 그대로, 피부로 느끼고는 있지만, 이런 파운데이션 색의 다양성은 무척 아쉬운 부분이다. 할랄 푸드니 뭐니 세계적인 시장 진출을 희망한다면 다양한 피부색에 맞는 파운데이션 색을 연구해줬으면 좋겠다.


2. 코스모폴리탄 하면 섹스 칼럼이었는데... 아쉽다. 것도 여름인데. 하지만 코스모폴리탄의 캐치프라이즈다운 칼럼이라 나름 만족스럽다. 몸매다 뭐다 남자가 어떤 생각할지 이것저것 신경쓰지 말고 본인의 의사대로 하라는.. 뭐 코스모다웠던 칼럼이긴 했는데.... 내가 점점 자극을 추구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여름에는 핑크핑크한 이야기로 가득 채웠던 코스모 어디갔어?


아이돌 화보보다는 칼럼, 기사로 보답해줘요! ㅠㅠ


(왁싱에 대한 실용적인 기사는 흥미진진하게 보았다. 궁금증이 좌르륵 풀렸으요.)


3. 곽정은 에디터. 나도 참 좋아한다. 똑부러지는 거야 말할 것도 없고 자기 관리도 열심히 하는 편이라 자극도 되고. 곽정은 기자가 나오는 프로그램을 은근 챙겨본다. 예전에 SNS에 "예쁜 공주" 사건(?)에 글을 쓴 것으로 여러 포털 사이트에서 갑논을박이 펼쳐지면서 역시 생각 다른 사람이 많다는 걸 느끼고 충격을 받기도 했다.


나도 비슷한 일을 겪은 적이 있다. 자기계발의 일환으로 운전면허를 따러 가고 있는데 픽업해주시는 아저씨가 달려오는 나를태워주면서 내 나이를 물었다. (사실 여기서 1차 빡침) 대충 20대 중반이라고 하자, 아저씨는 "요즘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아가씨들을 보면 꼭 귀여운 강아지같네."


트위터 내용의 택시 아저씨처럼 그 아저씨도 별 생각없이 말했을테지만 기분이 계속 안 좋았다. 아가씨... 귀여운... 강아지라니.. 것도 여자 운전자를 '김여사'로 칭하는 이 나라에서 기어이 운전을 해보겠다고 운전학원에 가는데 그런 얘기를 들어서 그런지 기분이 더 좋지 않았다. 물론 그 기사 아저씨가 나름 칭찬의 의미로 했다는 것은 알겠지만.. 기분이 나쁘게 들리는 것은 왜 였을까? 당시엔 내가 예민한 건가? 라고 스스로를 약간 비난하기도 했는데 진심 반성해야겠다.


곽정은 기자의 트위터가 기사화되고 사람들이 단 댓글을 보고 있자니 부아가 치밀었다. 아니, 어찌 그게 자랑이라고 생각할 수가 있지? 다분히 폭력적인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을 다시, 새삼스레 느꼈다. 뭐 예쁘다고만 하면 기분이 좋든 말든 무조건 참아야 되는 건가. 요즘 원체 여성 혐오의 목소리가 커서 남자들이 그런 소리를 하는 것도 무진장 열받긴 했는데 여자들도 '참 피곤하게 산다'느니 칭찬인 줄 모르냐느니.. 혀를 차는 소리를 하는 사람도 많아서 어깨에 힘이 빠지기도 했다. 물론 외모에 대한 칭찬을 기분좋게 듣는 여자들을 계몽시키겠다느니 하는 의도는 아니지만, 배려없는 잘못된 칭찬에 남성의 시각을 가지고 같은 여자임에도 혼을 내는 듯한 댓글은 정말 나를 슬프게 만들었다. 


곽정은 기자 얘기를 하다가 괜히 이런 얘기까지 하게 됐는데, 가끔 능력있는 여자를 같은 여자도 보기 싫어해서 끌어 내릴려는 경우를 좀 봐서다. 나도 질투라는 감정은 당연히 있는 사람이지만.. 좀 곱게 봐줬으면 좋겠다. 사회생활을 몇 년 안 해봤지만 남들이 자꾸 써주는 경우는, 돈주는(!) 남들이 바보도 아니고, 대체로 능력이 있는 거니깐 인정을 좀 해주면 좋겠다. 아니면 그냥 신경을 끄고 덜 피곤하게 살든지!


암튼 곽정은 기자를 응원한다. 치우치지 않고 생각하게 만드는 칼럼은 실망할 때가 거의 없다. 앞으로도 소신있고 솔직한 글을 계속 써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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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5-07-10 0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채색을 예쁘게 하셔서 광고인줄 알았어요^^

뽈쥐의 독서일기 2015-07-10 08:44   좋아요 1 | URL
아침부터 과찬의 말씀을..*^^* 예쁘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당ㅎㅎ
 

 








제목은 [자학의 시]. 꼭 아름다운 시를 좋아하진 않는데 앞에 자학이 붙으니 뭔가 섬뜩한 기분이 난다.


자학의 시를 쓰는 주인공은 유키에라는 여자이고 성질이 나면 매일같이 밥상을 뒤엎는 남편 이사오와 동거생활을 하고 있다. 이사오의 본업은 없고 부정기적으로 가끔씩 일을 하지만 유키에가 힘들게 잡아준 면접에서 평소 습관처럼 책상을 엎어버리고 나오거나 힘들게 번 돈으로 힘들어서 택시를 타고 와버리는 등 인간으로서도 실격인 남자다. 유키에가 식당에서 서빙 및 배달일로 돈을 벌어오는 것을 경마로 탕진하며 술을 마시는 게 일상이다. 그런 걸 매일 듣는 옆집 아줌마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은 유키에에게 이사오와 헤어지라고 조언한다. 특히 유키에가 일하는 음식점의 사장인, 유키에를 연모하는 마스터는 계속해서 유키에에게 사랑의 어택을 날린다.

하지만 유키에에게는 이사오와 떨어질 수 없는 이유가 백만가지다. 남녀사이 아무리 둘밖에 모른다지만 자기에게만 눈물을 보여주었던 이사오, 자신에게 평생 사랑을 맹세했던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빛나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 아무리 힘든 일도 그와 함께 있으면 다 풀려버리는 착각이 드는 유키에에게는 당연히 불행한 가정사가 있고 박복한 인생의 시련이 있다.

유키에는 기구한 사연의 주인공이다. 행복한 사람의 조건은 톨스토이가 그 유명한 [안나 카레리나]의 첫 구절에서 말했듯 비슷하고도 단순하다. 행복하고 경제적인 어려움이 없는 가정에서 나고 자라서 헛된 욕망없이 좋은 심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 거기에 아름다운 외모까지 갖춘다면 더할 나위없다. 불행한 유키에의 인생 조건은 이렇다. 

태어나자마자 도망간 어머니와 경제력+경제상식 제로에다 딸을 착취하는 나쁜 아버지의 슬하에 자라 어릴 때부터 사회와 돈의 무서움을 강제로 깨우친 아이. 엄마 얼굴이라도 보는 게 꿈이지만 결혼 사진은 재채기로, 바다에서 찍은 사진은 파도 때문에 엄마 얼굴만은 가려져서 엄마 얼굴도 끝내 알지 못하는 박복한 사연을 가진 아이. 외모도 반에서 못생긴 랭킹 베스트 3에 뽑힐 정도로 그닥 훌륭하지 않고 언제나 타인의 냉대를 받고 미화 부장에만 뽑히는 등의 궂은 일에 이골이 난 학창시절 기억을 가진 여자. 자기에게 관심을 갖고 있는 인기남의 애정을 갑자기 자신에게 쏟아진 친구들의 관심 때문에 밀어내는 눈 앞의 행복을 밀어내는 여자. 심지어 인생의 친구를 심하게 배반하고 마는 사람. 민감한 사춘기에 새로운 여자를 인생에 끌어들이는 아버지가 신문에 까지 나는 대형사고를 치고, 그 신문을 자기 손으로 배달한 기억을 가지고 있는 사람. 결국 아버지 때문에 지역사회에서 매장되고 어거지로 도쿄라는 대도시로 쫓기듯 오게된 여자. 오히려 아버지보다 아버지에게 돈을 받으러 온 '떼인 돈 받아드리는' 업자에게 선의를 받아 본 기억이 있는 여자. 어린 나이에도 아버지의 빚이 늘어날 것 같아 그 선의를 선뜻 받지 못하는 모든 것이 죄송한 여자. 자기도 자기가 싫은 여자.

 

이렇게 불행한 한 여자의 일생은, 그러나 너무도 코믹하게 그려진다. 거의 4컷으로 이뤄진 이 만화는 정말 2권 끝까지 읽고 있으면 어느새 정말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지만... 유키에라는 한 여자의 일생은 멀리서 봐도 가까이서 봐도 비극인데 이렇게 희극적으로 그려놓으니 아무리 남의 인생이라도 정말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키에가 주로 쓰는 말은 울면서 내는 "우엥~"이나 돈을 가져가려는 이사오, 혹은 아버지에게 "제발 이 돈만은!", 또 일을 할 때 "배달 다녀오겠습니다" 이다.


다행인지(?) 불행한 사람은 유키에 뿐만이 아니다. 옆집에 사는 아주머니는 유키에의 불행한 삶을 보고 죽은 남편을 살아 생전에 미워한 것을 반성하지만 그래도 유키에의 드라마 있는 삶이 부럽기도 하다. 아주머니도 데이트를 거듭할수록 싼 식당만 가고 피라미드식의 물건만 팔아대는 회장님(?)과의 연애로 은근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하지만 아주머니도 이렇게 생각한다. '좋아하니까 어쩔 수 없지.'

유키에를 좋아하는 마스터도 유키에 때문에 슬프다. 보너스를 줘도 이사오의 코트를 사줄 생각만 하는 유키에 때문에. 아무리 잘해줘도 마음을 받아주지 않은 유키에 때문에. 결국 위로받고 싶은 심정으로 유키에와 같은 이름을 가졌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여자를 사고 자기 경멸을 반복한다.

 

이사오부터 시작해서 유키에 옆에는, 이런 표현이 맞다면, 징글징글한 인생을 사는 사람들밖에는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유키에가 도쿄에 오기 전엔 구마모토라는 아주 강하게 살아가는 진정한 친구도 있었다. 또 이사오라는 이름을 가졌던 자신도 좋아했지만 자기 혐오의 늪에 빠져, 아니면 친구들의 관심을 놓기 싫어 놓쳤던, 서로 좋아했던 남자도 있었다. 박복한 여자 유키에에게도 반짝반짝하던 인생의 순간은 있었다. 그리고 임신을 하면서 그런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원체 자학개그를 안 좋아한다. 자학을 가장한 겸손은 빼고. 심성이 착해서 그런건 아니고 이유없이 불편해서다. 남의 불행이 딱히 내 불행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라서 그런다. 하지만 이 책은 끝까지 보면 작가의 메세지에 동의는 하지 못하더라도 큰 위로를 받는다. 단순한 선 그림체에서도 생각보다 파격적인 그림이 나올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임신한 유키에는 행복하다. 모든 포유류는 어미 젖을 먹고 자라고 모두 엄마의 뱃속에서 태어난다. 결국엔 아기 때 본 엄마의 얼굴을 떠올리고 엄마에게 편지도 쓴다. 그리고 유키에는 깨닫는다. 인생에는 의미가 있다.

메세지를 직접 주는 다소 촌스럽게 느껴지는 서술이 1,2권을 통틀어 희안하게 슬프고 웃긴 이야기를 듣다 보면 왠지 안심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어떤 여자의 인생을 이토록 우스꽝스럽게 그리면서도 이렇게 정확할 수도 있을까. 불행한 인생이 아이러니하게도 유키에를 강하게 만들고 행복함도 가져다 준다.

 

아무리 징글징글한 삶이라도 아름답게 보이게 하는 것은 삶이 가지는 힘, 아니면 의미이기 때문일까.

 

누군가 이 작가를 '악마'라고 표현했다는데, 동의한다. 박복한 한 여자의 일생을 이렇게 우스꽝스럽게 그리면서도 울게 만드는 재능은 가히 악마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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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시크릿 - 컬러링북 & 안티 스트레스를 위한 파리 산책 시크릿 컬러링북
조에 드 라스 카스 지음 / 자음과모음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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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링 북 열풍일 때 사두고 겨우 칠해본다. 날씨 꾸물거리고 하늘이 웅웅하는 날에 모카포트에 커피를 보글보글 끓이는 소리를 들으며 색칠하는 기분은 최고. 진짜 힐링이 되는지 의심했지만 겨우 저만큼만 칠해도 힐링이 된다. 나도 모르게 노래도 흥얼흥얼. 꽥꽥.
가족들한테 어제 마신 술이 아직 안 깼냐고 욕을 바가지로 먹었다.
남이 그린 밑그림에 색만 입히는 거라지만 직접 손을 쓰며 색색깔 색연필을 고르는 재미에 심취하는 토요일 오전은 기분이 날아갈 것 같다. 색을 입히면 아름다워지는 마법을 눈앞에서 보고 있자니 왜 컬러링북 열풍이 불었는지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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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백오 상담소
소복이 지음 / 새만화책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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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지정 공식 마스다 미리 마니아인 나.(현재 76번째 마니아다) 수짱 시리즈를 무지 좋아하긴 하지만 마니아라 뽑히니 뭔가 얼굴이 화끈하다. 


왜 마스다 미리와 비교를 하느냐..? 독자 별점 난에 '마스다 미리보다 훨 좋다'라는 평을 보고 읽고자 결심했으므로. 하지만 마스다 미리와 비교를 하는 것에는 좀 무리가 있다. 일단 마스다 미리는 다작을 한 작가라 작품마다 편차가 있고 아무래도 처녀작만큼 작가의 민낯을 보여주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뭐 다음 작품이 나와도 비교할 마음은 없다. 소복이는 소복이고 마스다 미리는 마스다 미리지. 하지만 그들이 같이 엮이는 이유는 아마 '여자 만화'이기 때문일 것이다. 


마스다 미리가 하얀 종이에 HB로 살살 그린 그림이라면 소복이의 그림은 갱지에 B는 되는 연필로 종이가 패일만큼 꽉꽉 눌러 그린 그림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아무래도 대놓고 상담소를 주제로 한 [이백오 상담소]는 어쩐지 정제되지 않은, 대사가 옆에서 들리는 느낌이다. 날 두고 가지마.. 라면서 울부짖는 고미숙의 대사는 귀여우면서도 어쩐지 가엽다. 표지 뒷페이지에 있는 자존심 때문에 미안하다고 말을 못하는 아저씨 컷 때문에 (명대사: "미..미... 미친놈아 니가 잘못했자나!") 유명한 이 작품은... 영화 소개 프로가 그렇듯 여기서 제일 재미있는 씬이다.



<점 풍선.. 진짜 ㅋㅋㅋ 웃으면서도 눈물이 난다.>



그치만 다른 에피소드도 만만치 않게 재밌고 눈물이 날 수도 있다. 보통 사람들의 민낯을 섬세히 보여주기 때문에 헉, 하는 순간도 있다. 상담소를 운영하는 '나'는 고시원에 205호에 상담소를 열었다. 원래는 그림을 그리지만 일이 끊기면 생활이 막막해지니 어쩌다 보니 상담소까지 운영하게 된 것이다.


상담료는 2만 5천원. 선불이다. 왜냐하면 너무나 감정이 격해진 상담자들에게 돈을 청구하기가 힘들어서. 나는 보통의 상담 능력을 갖춘 사람은 아니지만 (끝에는 부적같은 그림까지 그려준다!) 솔직하게 이미 상담자가 듣고 싶은 말을 뱉어주어 월세 정도는 낼 수 있는 수익을 내는 편이다. 나에겐 항상 직장을 그만두고 싶은 친구 고미숙이 놀러와서 짜장면과 고량주를 먹고 옆집에는 찌질해 보이는 두 청년이 살고 있다. 상담을 하러 오는 사람은 당연히 보통 사람. 보통 고민. 하지만 당사자에게는 작지 않은 고민을 안고 온다.


이별 상담, 자신의 존재감에 대한 회의를 가지고 오는 사람, 소개팅 중독에 걸린 완벽한 남자, 술 마시면 개가 되는 사람, 친구한테 사과하고 싶은 사람, 전 주인이 걱정되는 고양이, 외계인... 그리고 징징거리는 고미숙이다. '나'는 더이상 감정교류를 하지 않는 가정에서 자란 사람답게, 혹은 다섯 번의 연애에서 늘 갑작스럽게 차이는 여자답게 강제로(?) 인간에 대한 이해가 많아서 그런지 상담을 능숙하게 잘해준다.


<상담소의 주체는 상담자보다는 '나'인 것 같은 느낌도 든다..'나'와 고미숙은 영혼이 자유로운 그에게 빠져서 이야기에 활기를 부여한다.>


늘 외로운 '나'와 고미숙은 자주 같이 짜장면을 먹고 나쁜 남자(혹은 비전없는 남자)에게 쉽게 빠진다. 하필 잡아 둘 수 없는 남자를 동시에 사랑하게 된 그들. 연적이 되고 격한 싸움까지 하고 만다. '나'는 너무 힘들어 섬으로 떠난다. 섬에서도 먹을거리 등의 작은 선물을 받으며 상담을 이어가는데.. 그곳엔 우연히 다시 사랑하고 싶은 그가 오고.. 또 떠난다..


친구들의 격려에 다시 이백오 상담소로 복귀한 '나'. 사람들은 계속 살아가고 계속 이야기를 만든다.



<장수 모텔에서 시작되는 사랑도 있다.. 이거 홍상수 영화니..?>




적당히 어둡게(?) 산 사람이라면 깨알같은 에피소드 하나하나에 공감하고 웃음을 터트릴 수 있다. 게다가 찡-한 대사까지. "당신은 어릴 때의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했군요.." 같은 요지의 상담보다도 "당신에게 필요한 건 술친구" 같은 (듣고 싶은) 말을 해주는 비전문적일지라도 속이 시원한 상담소에 가고 싶은 생각이 든다. 이래서 점집이 흥한 것일 수도.


희안하게 삐뚤삐뚤한 느낌이 드는 그림과 찌질한 이야기에서 위로를 받을 수 있다. 정말 상담소같은 느낌. 게다가 아주 무겁지도 않아서 아무 페이지나 후루룩 봐도 빵터진다.


읽고 난 다음의 부작용이라면 짜장면과 쐬주, 고량주가 몹시 땡긴다는 것. 읽고 나면 느끼한 짜장면을 한 가득 입에 물었다가 고량주로 입을 개운하게 하고 싶다는 충동이 든다. 전국 중국집 주인들은 이 작품을 홍보 자료로! 


<베스트 대사로 임명이오!>




*감상 포인트 하나 더. 정말 깜찍한 에피소드가 숨겨져 있으니 앞 뒤 띠지도 꼭 펼쳐보길 바란다. 왠지 선물 하나를 받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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