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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고 씨의 일요일 그레고 씨의 드로잉 노트 1
요셉 요한슨.조성민 지음 / 위고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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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의 이웃은 아시겠지만 나는 요즘 그림 일기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소모임에서 하는 거라 공식적으로는 끝났지만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 멀티플레이가 안 되는 두뇌를 가지고 사는 사람은 한가지에 꽂히면 계속 그것만 해야되어 요즘은 그 재밌는 추리소설도 잠시 쉬고 있는 실정이다. 하여, 예전부터 모아온 그림 관련 책을 뒤적거리는 재미에 빠져있다.

누누히 대니 그레고리를 좋아한다고 밝혔지만 이 조성민도 완전 짱!
전공자(아마도?) 특유의 연필선과 내공이 있다. 유럽식 건물과 주방 그림을 보고 있으려니 역시 또 다시 유럽, 유우럽을 가야한다는 충동질을 들게 한다. 예쁜 피사체를 나도 이렇게 담아 보고 싶다는 느낌과 그냥 잘생긴 오빠들을 다시 보고 싶은 소녀의 마음이 요동친다..ㅋㅋ

언어 공부를 하려면 바로 책부터 구비해야하고 새 공책을 사야하는 습관성 작심삼일 언어학습자로서 유럽 비행기 티켓을 끊고 싶은 마음이 크다. 유투브만 틀어도 외국어를 꽁으로 가르쳐주는 이런 오픈 소스 시대에 하드웨어를 구비하지 않고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네이버에만 쳐도 유럽의 고성이 나오고 걸어서 세계속으로가 버젓이 잘 나오는데도 괜히 직접 가고 싶다. (실상은 가서 사진 찍기 바쁠거면서...아니면 소매치기 피하느라 피해의식 만땅의 여행자가 될수도 있지...)

하지만 역시 책의 미덕은 내용이 잘 드러나는 파격적인 구도와 불독 요나스의 씹덕 포인트, 그리고 유우머다. 유머러스한 그림에 따뜻함이 느껴진다. 진정 고수!

저자의 다음책이 나오면 바로 살거다.

결론은.... 유럽을, 유럽을 가고 싶다..... 흑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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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7-02-06 23: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습관성 작심삼일자, 저도요.
뽈쥐님 그림일기 그리는데는 시간 많이 걸리지만 나중에 모이면 꽤 좋은 기록 될 수도 있을거예요. 자주 보러 올게요. 좋은밤되세요.^^

뽈쥐의 독서일기 2017-02-07 09:21   좋아요 1 | URL
서니님께서 응원을 해주셔서 신나는 마음으로 올리고 있습니다. 시간이 많이 걸려도 즐거워요. 서니님도 좋은 하루 보내시길..^^
 
스트리트 페인터 - 초보 화가, 길에서 인생을 배우다! 미메시스 그래픽노블
수신지 지음 / 미메시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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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하면 자유로움을 떠올리게 된다. 희안하게 잘 볼 수도 없는 미국 서부에나 있을 법한 끝없이 시원한 길이 머리 속에 그려진다. 어느 나라 말이나 '길'은 인생이나 방식의 은유로 쓰이는데 대체로 뉘앙스가 아주 다정하지는 않다. 자유를 상징하기는 하지만 자유를 누리기는 힘든 만큼 '길거리'에서 자란다거나 구른다거나(?) 하는 것은 무지 천박한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거친 종자들을 상대할 가능성도 많고 모든 걸 혼자해야 하니까.


[스트리트 페인터]는 작가가 한 때 경험한 생활 밀착형 리얼리티 그래픽 노블이다. 국내 작가가 아주 많은 편은 아닌데 확실히 비슷한 환경을 공유한 사람들끼리 경험할 수 있는 수준높은 울컥함을 선사해준 그녀에게 감사한다. 전부터 [3그램]이라는 작품을 알고 있긴 했는데.. 왠지 줄거리만 봐도 읽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 그녀의 작품을 만나서 감동을 받은 이유로 기분이 조금 나아지면 용감하게 읽어 보기로 했다. 독자의 의리로!


졸업을 앞 둔 대학교 4학년 아랑은 당연히 진로와 생계를 걱정한다. 학교 들어오기 전에도 들어온 후에도 쓴 돈이 있으니 이왕이면 전공을 살린 직업을 가지고 싶고 미술학원 알바는 이미 신물이 난다. 학자금 대출도 있으니 걱정은 더 커진다. 특히 취업에는 쥐약인 인문보다도 더 힘들다는 순수 예술을 전공한 아랑은 직접 선택 전 돈도 벌고 경험도 쌓을 겸 일종의 직업 체험형 일자리를 구하려 한다. 마침 과 사무실 앞에 붙어 있는 전단지를 보고 구청에서 주최하는 '거리의 화가'에 지원해 보기로 한다. 


지원서를 넣고 면접을 보러간 자리에 아랑을 포함해서 베테랑인 것 같은 작가 4명이 더 왔다. 작품으로 말하는 그들은 모두 면접을 보고 아랑은 선배의 충고대로 '무조건 예쁘게' 그린다. 면접 결과는 지원자 수가 적어 싱겁게도 지원자 모두로 결정되었다. 어느 기간 동안 합법적인 길거리 화가로 살게 되는 아랑은 똘망하게 생기지 못한 관계로 동료(?)들에게 가벼운 뒤통수를 맞기도 하고 자신을 구해준 떡볶이 아줌마에게도 역시 '인생은 실전이라'는 식의 교훈을 얻기도 한다. 너무 생생해서 짜증이 날 정도다. 


거리의 화가는 일한 만큼 받는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손님을 잘 끄는 게 매우 중요한데 요령이 없던 아랑은 기센 손님들과 옆에서 반칙적으로 행하는 호객 행위에 비실거린다. 돈 벌기가 쉽지 않은 만큼 까탈스러운 손님들도 많다. 앞에서 싸우는 커플, 자기가 아주 예쁜 걸 알고 있는 미녀, 애를 맡겨 놓고 한 시간이나 쇼핑하고 오는 밉살스러운 아이 엄마까지!(나도 이거 예전에 당해봐서 정말 열받았다.) 스스로 왕임을 의식하고 있는 사람들에 공임을 깎고 싶어 에누리 시도하는 사람들에 길에서 배우는 세상살이는 만만치 않다. 나도 읽으면서 콧등이 뜨끈해졌다. 동정이 아니라 감정이입을 많이 해서.    


전공을 살려서 하는 일은 남에게서나 스스로에게나 기대가 많은만큼 실망도 크고 자괴감도 큰 일이다. 나도 졸업 후에 직장을 몇 곳 전전하면서 굳이 전공을 살리는 곳에 들어갔는데 그 때 자괴감과 한계를 느낀 적이 있어 큰 공감이 갔다. 결국 지금도 계속 얇은 끈을 구질구질하게 잡고 놓치 못하고 있지만 아랑이 유치원에 가서 하루에 100명씩 아이들을 그리며 노력하는 것을 보며 힘을 얻었다. 놀이 동산에서 귀엽게 치장하고 그림을 그리는 선배에게 붙어 대목을 노리면서 초상화를 그리는 것이나 일하면서 아주 잠깐의 마약같은 소소한 즐거움을 누리는 것을 보니 이건 노블이 아니라 에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손님 중에는 대부분이 진상이지만 그래도 빛 한 줄기와 같은 노래하는 훈남이 와서 아랑의 볼을 빨갛게 물들여주고 상상속에서 결혼에 시집살이까지 하는 젊은 여자의 상상은 깜찍하고 너무 귀여웠다. 게다가 아무리 긍정적으로 살려고 해도 출발선이 다른 금수저 친구를 보며 허탈감에 빠지고 마침 비까지 내려 완전 비참한 기분에 들어갔을 때 무지개 빛으로 아랑의 이름을 써주는 넉넉한 마음씨를 가진 우아한 예술가 할머니한테서 치유를 받기도 한다. 아무리 좋은 맘을 먹어도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끼면 친구를 미워하는 마음에 또 그런 자신이 못나보이는, 그런 바닥을 치는 날이 있으니까. 울컥 울컥.  


길거리에서 돈을 버는 것은 힘들다. 자유.. 이름은 좋지만 보험도 안 되고 날씨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열악한 환경에서 일한다는 건 경험해보지 않아도 진짜 너무 힘든 일이다. 그들은 합법적으로 일자리를 제공받았다는 이유로 다른 상인들의 질투를 사서 구청에 항의를 받게 된다. 구청도 보여주기 식으로라도 민원을 처리한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불행히도 한 명을 짜르기도 한다. 왠지 좀 더 절박한 사정이 있는 것 같은 아저씨 베테랑 4명이지만 아랑도 학자금 대출에 학교 생활 내내 알바까지 햇을 정도로 딱한 사정이 있다. 결국은 잔인한 방법으로 한 명을 떨구기로 한다. 이름하여 실적주의로.


모두 절박한 사정으로 필사적으로 그림을 그린다. 하지만 이를 어쩌나 아이가 있는 덕용 아저씨는 아이가 아프다는 사정으로 중도 하차를 하고 결국 아저씨는 탈락하게 된다. 모두에게 상처만 남은 승리. 모두 말이 없다. 아랑은 계속 생각한다. 그들과 나눴던 추억을. 그리고 자신이 빠질 것을 선언한다. 자신의 힘든 무게만큼 처자식 딸린 아버지들의 마음을 더 아프게 생각한 것일까. 남은 아저씨들은 착잡한 심정이지만 아랑에게 고마워 하고 아랑의 광고 전단지를 모두 붙이며 아랑에게 일감을 조금씩 나눠주는 따뜻한 결말로 마무리.


돈을 벌어보니 삶이 참 녹록치 않고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삶의 질 또한 뚝뚝 떨어지는 걸 느낀다. 그 전에 너무 곱게 자랐다는 걸 느낀다. 평범한 삶이 어렵다는 얘기에 공감하고 현실에 타협하며 사는 것도 대단히 힘든 일을 해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다른 그래픽 노블보다 더 눈물이 찔끔했던 건 현실적이고 생생한 우리 이야기를 신파적이지도 자기 연민을 하지도 않게 풀어냈기 때문이다. 부제가 더 마음에 든다. 초보 화가, 길에서 인생을 배우다.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게 삶이고 아무리 인복이고 행운이고 하는 것들이 중요하지만 그래도 혼자 배워서 걸어가야 하는 게 인생이란 걸 느끼고 있다. 


아무것도 손에 잡히는 건 없지만 스스로에게도 말해주고 싶다. 괜찮아, 인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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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등 뒤에서는 좋은 향기가 난다
오사 게렌발 지음, 강희진 옮김 / 우리나비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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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전작 [7층]을 읽고 다시 선택한 책. 손가락 살점을 물어 뜯어 도망치듯 아빠에게 갔을 때 냉담했던 아주 쿨~ 한 반응이 너무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다. 아무리 북유럽이라도 부녀관계가 이렇게 이성적일 수가 있단 말이냐! 가족이 너무 끈끈한 나라에서 살다보니 여기가 이상한 건가 했던 반응은 의외로 타당한 거 였다.


아무리 독립을 주장하는 나라들도 급한 상황에서는 손주도 기꺼이 봐주고 독립한 자식 집에 쳐들어(!)가서 빨래도 척척, 요리도 후루룩 해주는 게 꽤 만연한 정서였던 것이었다! 뭐 그렇다고 우리나라 엄마들이 자식한테 많은 편의를 제공하는 게 당연하다는 뜻은 아니지만.

작가 오사 게레반의 그림은 여전히 투박하다. 글 또한 너무 솔직해서 민망할 정도다. 하지만 오사 게레반의 솔직함은 자신도 어느 정도 구원한 것 같고 독자의 지지도 많이 받는 것 같다. 일단 나는 지지! SNS에 자신의 순간적인 우울증을 드러내는 내 감정 스펀지들과는 다른 솔직함이다.

[그들은 등뒤에서는~]은 오사 자신이 어린 시절 '원가족'(이런 표현이 맞다면)과의 관계에서 겪었던 힘든 이야기를 하고 있다. 굳이 거창하게 심리학 이야기를 할 것도 없지만 경험으로 어린 시절에 가족과의 애착 관계나 충분히 사랑받은 경험이 중요하다는 건 잘 안다. 모두가 행복하고 따뜻한 가정에서 별 큰 사고 없이 자라면 다행인데 뉴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불행한 가정이 워낙 많기에 이런 가정에 대한 논의가 많이 이뤄져야 될 것이다. 


'정서적 방치'


생각보다 이런 경우 많다. 가정 폭력이 꼭 물리적인 폭력만이 아닌 언어 폭력도 포함하듯 이 또한 학대의 한 종류라고 볼 수 있다. 민낯을 드러낼 수 있는 인터넷 상에 이런 글, 생각보다 많이 올라온다. 하지만 생각보다 "그래도 너희 부몬데..." 같은 인정적(?) 비전문가적 조언도 아직 많다. 이런 종류의 학대가 물리적인 폭력이나 굶기는 것과 같이 생명을 당장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깨닫는데도 오래 걸리고 막상 가해자 쪽인 부모는 의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니 드러나려면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물론 생명을 위협하는 학대도 나쁘지만 이런 정서적인 학대, 방치도 나쁘다. 인간은 빵만으로 사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고 누구나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으니.


오사는 운 나쁘게도 도리는 다하지만 자신에게 관심이 없어 따뜻한 말 한 마디 해주지 않는 부모를 만나서 그들의 등 뒤의 냄새를 맡고 자랐다. 인정과 애정을 바랐던 오사는 뭔가를 잘 한다는 칭찬에 꽂혀 모든 걸 스스로 깨치고, 질문하지 않았다. 그것이 상식이었던 오사는 친구네 집에가서 큰 충격을 받는다. 숲 속에서 커다란 뱀을 만나서 둘이 도망치다가 엄마를 만나서 마음껏 울음을 터뜨리는 친구의 모습을 보고 나서 오사의 상식은 깨진다. 뭐 뱀을 만난게 대수라고! 하지만 친구의 엄마는 친구를 끌어안고 달래면서 뱀이 누구보다 더 무서웠을꺼야~ 라며 간질간질한 말까지 해준다.


어린이 프로그램을 보며 '어른에게 도움을 청하세요~'같은 말에 그럼 나는 못하나? 같은 생각을 하게 되는 어린 오사나 아동법이 점점 강화되면서 자기보다 학대당하는 아이들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타인의 불행이 나에게 위로가 되지는 않는다. 오사는 관심을 달라고 호소도 해보고 울부짖어도 보고 난리 부르스를 쳐봐도 오히려 부모는 겁을 집어 먹고 거리를 둘 뿐 더 가까워지지 않는다.


오사는 결국, 우여곡절 끝에 부모에게서 독립을 하고 아주 약간 마음의 안정을 찾는 듯 했다. 굶주린 영혼은 역시 어떻게 해도 잘 채워지지 않는다. 오사는 거의 매일 술을 마시며 방탕하게 섹스를 한다. 상대방의 영혼없는 '사랑해'라는 말을 듣기 위해서! 우연히 뱉은 '사랑해'는 단비와 같아서 오사는 그 말에 집착을 하고 '피곤한' 여자가 되어간다. 왜 사랑해? 빨리 또 말해줘, 어서! (전 작품 [7층]에 나와서 손가락 살점을 물어뜯긴 일이 단 한 페이지로 나온다.)


오사는 결핍을 채우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한다. 절대 먼저 오지 않는 부모에게 전화를 하고, 병원도 주기적으로 가보고, 술과 클럽을 모두 끊고 끝내 끔찍한 결과를 맞았던 스스로를 고립시켜보는 실험까지... 


모든 시도의 결과로 자신이 얼마나 특이하고 슬픈 환경에서 성장했는지를 확인했을 뿐이었다.

 

오사는 현재, 다행히 남편을 좋은 사람을 만나 귀여운 아이도 둘을 낳고 열심히 사랑을 주면서 살고 있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욱 어릴 때의 상처는 깊어질 뿐이었다. 사랑스러운 손주에게 여전히 관심조차 주지 않는 부모, 게다가 아이들의 방을 꾸미면서 자신이 쓰던 어린 아이 침대에 온통 손톱 긁은 자국으로 지저분했던 걸 의아하게 생각했던 기억 등이 갑자기 그녀의 일상을 뒤흔들었다.


"더 이상 이렇게는 안 돼!"라는 각성이 든 그녀는 또 상담센터로 전화를 한다. 지금은 조금 흔해진 '정서적 방치'라는 진단을 내려준 상담사를 믿고 오사는 열심히 치료를 하고 스스로 상처받은 기억의 시점으로 가서 어린 오사들을 안고 데리고 가서 휴식을 취한다. 


물론 그 과정은 아주 힘들었지만 부모가 자고 있었을 때 몰래 그들의 등 뒤로 가서 좋은 향기를 맡으며 마음의 안정을 찾기도 했던 기억을 가지고 있는 그녀로서는 아주 아름다운 발전이다. (아니나 다를까 부모들은 전혀 기억이 없었지만)


전 세계적으로 '부모 자격증'이라도 발급해야 하는 건 아닐까? 모든 상처받을 이들을 응원하고 싶다.


(여기에 나오는 주인공의 이름은 '제니'다. 쓰다가 작가의 자전적인 얘기라고 해서 그런지 오사라고 해버렸다.. 감안하고 읽어주시길..)




"오늘 학교에서 티나가 나한테 침을 뱉었어.. 여기, 내 팔에다가."
"바보같은 소리 하지마. 그랬을 리 없어."
"정말이라니까. 선생님한테도 말했는데 내 얘길 안 들어주셨어."
"어머, 제니! 그런 거 가지고 선생님을 귀찮게 하면 어떡하니!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일들이 많으실텐데!"
"....?"
"그 애가 정말 너한테 침을 뱉었다고?"

갑자기 내가 진짜 그런 일을 당했던가 의심스러워지기까지 했다.

"설사 그렇다고 치자. 네가 먼제 뭔가 잘못했으니까 그 애가 그랬을 거 아니야!"

그러니까 티나가 나한테 침을 뱉은 게 사실이더라도 어쨌든 잘못은 내게 있다는 얘기였다.(37-38p)

나는 저주스러울 만큼이나 늘 다른 사람에게 친밀감을 느끼고 싶어했다.
한밤중에 깨어나면 나는 엄마 아빠가 깊이 잠들었을 걸 알고 아주 조용히 침대에서 빠져나와...
엄마 아빠의 침대로 살금살금 기어들어가서는 그 사이에 누웠다.
엄마 아빠 사이에 누워 친밀감의 욕구를 채웠다. 에너지를 충전하듯이.
몇 해 동안이나 나는 거의 매일 밤 이런 행동을 반복했다.
엄마 아빠의 등 뒤에서는 좋은 향기가 났다.(74-75p)

하지만 나에게 "사랑해"라고 말한 사람은 여태껏 아무도 없었다. 그가 처음이었다.
`정말로 그렇게 말했어...`
이 말은 내게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나의 세계가 통째로 뒤집어 엎어지는 것만 같았다.
누군가에게 사랑 받기 위해 나는 20년이란 세월을 기다렸다...
그리고 이제야 드디어 만났다. 날 사랑해 줄 사람...
(중략)
의지할 데 하나 없고 뭘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몰라 난 그저 매달리기만 햇다. 매달려도 잘 안 되자..
... 나는 그 주문을 외워줄 새로운 남자를 찾아 필사적으로 해매 다니기 시작했다.
이 남자 저남자 닥치는 대로 잠자리를 같이 했다.(123-127p)

아이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기쁨과 나란히 내 안에서 무언가가 점점 더 고통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학대 받는 어린 아이가 관심을 갈구하며 내 안에서 비명을 지르고 있는 것만 같았다.
나는 매일매일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가 내가 갖지 못했던 모든 것들을 떠올렸다.
아물었던 상처가 또다시 벌어지는 것만 같았다.
내 안에서 울부짖는 아이가 차츰 나를 점령하기 시작했다.
나는 끝내 깊은 우울증에 빠지고 말았다. (163-16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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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층
오사 게렌발 지음, 강희진 옮김 / 우리나비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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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된 영상이긴 한데 국내에서도 조금 화제가 되었던 TED 영상이 있다. 제목은 "왜 가정 폭력 피해자는 떠나지 않을까."


http://www.ted.com/talks/leslie_morgan_steiner_why_domestic_violence_victims_don_t_leave/transcript?language=ko#t-26180


요기로 가면 한국어 자막은 물론 영상도 볼 수 있다.


도서전에 참가했다가 에코백을 받을 요량으로 구매했던 구매했던 책. 작가 오사 게레반에 대한 설명을 듣고 20대 졸업작인 이 작품을 구입하기로 바로 결정했다. 일단 자전적인 이야기라는 것에 끌렸고 뭔가 거친 그림체가 하는 이야기가 듣고 싶었다. 그래픽 노블은 그림도 문체라도 봐도 좋기에 그림에 대해서는 더욱 관대해지는 것 같다.


다른 작품을 봐도 일러스트에서 큰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작가는 아니라고는 생각되지만 오히려 그림이 너무 예쁘면 등장 인물에만 너무 이입을 해서 '이 예쁜 여자한테!'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하니, 평면적인 그림이 작가의 문제의식이나 주제가 더 잘 전달되는 느낌이다. 


제목인 [7층]은 주인공인 그녀(=작가)가 아주 잠깐, 남자 친구 때문에 고통스러웠을 때, 뛰어내리려고 생각했던 아파트 층수이다. 잘못된 남자를 만났을 때 얼마나 자기 파괴적이고 슬픈 일까지 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오사는 예술학교를 오게 되면서 가족들과 떨어져서 생활하게 되었다. 가족과 떨어지고 미래에 대한 불안, 엄마에 대한 애증 등등의 감정으로 불안정하면서도 설레는 대학 생활의 첫 단추는 재미있었다. '블랫 오사'로 통했던 온통 검정 옷과 고딕 악세서리, 스모키 패션도 여기서는 그리 이상하게 받아들여지지도 않았고, 게다가 정말 멋진 남자 닐과 사귀게 되었으니. 닐은 정말 멋진 남자였다. 누구든 그의 외모와 말투를 좋아했다. 그런 남자한테 사랑받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다. 가끔 "누구 누구는 너무 창녀같지 않냐?"와 같이 친구들의 험담을 하거나 "키스할 때 눈을 감지마! 딴 남자 생각을 하면서 하는 건줄 알 수 없자나!"같은 정도가 심한 말을 하긴 했지만.


'그것만 빼면' 정말 그는 완벽한 남자였다. 꼭 듣고 싶은 말만 해주고 사랑받는 느낌도 듬뿍 주었는데.. 


하지만 이런 싸인은 틀리지 않는다.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는 것처럼. 그는 본색을 드러낸다. 일관성 없이 분노하고 여자를 친구들이나 학교 생활로 부터 서서히 고립시킨다. 또 주위 험담을 하며 "저런 염색이니 화장하는 애들은 너무 창녀같지 않냐?" 라는 말을 쓴다. 여자는 이제 스스로 남자가 싫어할 행동을 피하게 된다. 오사는 검정색 옷을 버리고, 머리를 염색하지 않게 되었고, 진한 눈화장을 지웠고, 주르르 달린 귀고리를 뺐다. 이제 오사는 학교를 가서도 그만을 바라봐야 되게 설계된 사람처럼 그만 바라본다. 그래야 후환이 없으니까. 남들은 베스트 커플이라고 부러워한다. 오사는 이 생활이 힘들지만 남들에게는 말을 못한다.


여기까지도, 폭력을 당하는 여성들이 하는 일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런 끔찍한 일은 우리 사회에서도 세계곳곳에서도, 계층과 상관없이 자주 나타나지만 폭력이 점점 심해져 살인이 될 때까지도 말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창피하기도 하고 세상에서 고립된 무력감이 너무 크기 때문에. 그리고 아직도 가해자가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고 믿기 때문에. 또 어떻게 해야할 줄 몰라서. 


위의 TED의 영상에 나오는 여성도 아주 구체적인 대책으로 "주변에 알리라"고 하였지만, 이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물론 당사자가 용기를 내는 것이 어려운 1차적인 문제가 있기도 하지만 미국이라 그런지 몰라도 공권력이 강한 나라는 여성을 생각보다 강력하게 잘 케어해주었고, (물론 [적과의 동침]같은 영화처럼 끝까지, 집요하게 찾아서 전부인, 전여친을 죽이는 놈도 있기야 하지만) 강연자는 새로운 남편을 만나 아이 셋을 낳고, 혼다 차를 몰고, 검정 리트리버를 키우면서 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 우리나라 커뮤니티에서는 이 부분에서 많은 불신이 있었던 것 같다. '저건 미국이라서 그런 게 아닐까?' "우리나라 경찰이 저렇게까지 보호를 해줄까?' 와 같은 자조적인 의견이 대부분이었고, 슬프게도 무진장 동감을 하고 말았다.


책 [7층]의 배경은 스웨덴. 북유럽이다. 복지가 좋고 여권이 높은 나라에도 데이트 폭력, 가정 폭력은 있는 모양.(그렇기야 하겠지. 뭐 거기가 천국이겠나.) 고딕스타일을 유지하던 겉으로만 강한 여성은 이제 본격적으로 피해를 당하고 있다. 그의 7층 아파트에서. 그는 계속 여자를 스스로 자기 스타일에 변화시키라고 강요한다. 전에 있던 물건과 일기장을 버리게 한다. 그리고 잠자리에서는 이런 말을 한다. "누구 누구는 정말 창녀야. 벌써 2명하고 잤대. 10명하고 잔 여자는 창녀 아니냐?" 결국 아무리 피하려고 했던 '창녀'라는 것을 자신도 피할 수 없었던 것이다. 오사는 끔찍한 자기 환멸에 쌓이고 그날 밤 뜬 눈으로 자신의 과거에 있었던 관계를 다 지워버리려고 노력한다.


계속해서 '고문'을 하는 남자. 그들이 같이 사는 방은 작업실이 되기도 하니까 일상생활에서는 그런 어두운 면을 분리하려고 운전을 할 줄 아는 오사를 데리고 차 안으로 끌고가 달리는 차에서 여자를 마구 때리고 윽박지른다.(운전을 잘 못하는 내가 보기에 너무나도 위험하고 끔찍한 상황이었다.) 이제 차 안은 '고문실'이 되고 오사는 너무 힘들어진다. 그리고 최후의 일격을 가하는 남자. 운전하는 오사의 손을 이로 물어뜯어 살점이 나간 것이다. 오사는 드디어 이제 "헤어지자"고 말을 한다. 그리고 '고문실'이었던 차가 이제는 구세주로 바뀌어 아빠가 사는 집으로 차를 몰고 들어온다.


아빠는 침착하게 오사를 데려다 준다. 오사를 다시 맞이한 닐은 다시 돌아올 줄 알았다며 그녀를 꼭 껴앉지만 그녀는 끝내 헤어지자는 말을 똑똑히 한다. 열받은 그가 나가버리고 오사는 주로 자신의 물건만 부서져 있는 걸 깨닫는다. (오사의 아버지가 바로 남자친구를 응징하러 오질 않는다는 게 은근 문화 충격. "닐이 없어서 다행이야. 있었으면 그 자식을 죽일 뻔했거든" 정도의 대사를 하는 침착한 아버지라니. 물론 아버지가 딸을 믿고 있고 사랑하는 것이 느껴지긴 했지만.. 뭔가 컬쳐 쇼크 같은 부분은 있었다.)


또 오사는 어느 교수에게도 전화에서 상황을 알린다. 교수는 침착하게 기숙사 같은 것은 자기가 알아봐줄테니 일단 "무조건 병원에 가라"라고 한다. 오사는 병원에 가서 진단서를 받는다. 또 경찰에게 신고도 한다. 그녀는 용기를 내어 또박또박 그와 있었던 모든 일을 말한다. 모두 그녀의 용기 있는 행동에 박수를 보내고 격려해준다. 오사는 다시 염색을 하고, 검정 옷을 입고, 고딕 패션으로 치장한다. 또 재판을 받는다. 다행이도 전에 받아 놓은 진단서 덕에 재판에 이긴다.


그런데 오사가 바로 '블랙 오사'로 돌아오기 까지의 과정은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았다. 스스로를 다시 조립하는 과정은 이미 한 차례 무너졌던 자존감 때문에 쉽게 망가지기도 했고 이미 세뇌된 생각으로 스스로 '창녀'같지 않은지 검열하기도 했다. 그녀는 힘겹게 다시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녀는 또 그렇게 생각한다. 또 언젠가 그와 같은 사람을 만날 수도 있겠지.


[7층]은 작가의 졸업 작품이고,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한 자전적인 이야기다. 그래서 힘이있다.   


잘못된 애정 관계가 자신의 삶을 얼마나 파괴적으로 만들 수 있는지 보여준다. 또 회복하는 방법도. 결국 자신이 알을 깨고 나오는 용기와 벗어나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적극적으로 외부에 도움을 청하라는 것.


오사가 밖에 말을 했을 때, 당장 "병원에 가라"든지 같이 경찰서를 가주는 등의 성숙한 대처가 없었더라면... 그녀는 쉽게 무너지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앞에 영상을 본 국내 커뮤니티의 반응처럼 우리 나라도 이런 성숙한 대처가 가능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하지만 요즘 데이트 폭력이나 가정 폭력 등의 보도가 이뤄지고 와글와글 한 것 보면 우리도 점점 이런 대처가 성숙하게 이뤄지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었으면 좋을 것 같다. 


말을 하는 사람에게 "왜 그를 떠나지 않아?" 라고 말하기 보다는 "일단 병원에 가자. 그리고 같이 경찰서에 가자."라고 말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되면 좋겠다.



그가 다른 친구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얘기할 땐 등골이 오싹할 때도 종종 있었다.
도가 지나칠 때도 많았지만 어쨌든 그는 나를 사랑했다. 나는 특별한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
그의 과도한 질투는 어디까지나 나에 대한 깊은 사랑의 증거였다.
우리는 다른 사람과 등지고 살았다. 미래는 우리만의 것이었다!(p.18)

얼마가 지나자 나는 더 이상 오사가 아니게 되었다. "블랙 오사"는 이미 존재하지 않았다.
그 편이 훨씬 나았다.나 또한 더 이상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기에.
나는 틀에 짜인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끊임없이 날 사랑한다고 말하는 닐과 함께.(p.29)

난 그야말로 난파선과도 같았다. 내 자존심은 산산이 부서졌다. 나의 정체성은 사라지고.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조차 모르겠다.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재건의 고된 작업이 시작되었다...
(자신감, 소신, 희망, 기쁨, 취미, 선택)
나는 다시 주체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가 망가뜨렸거나 내가 없애버린 CD와 책들을 다시 사 모았다. 내 머리 색깔도 되찾기로 했다. 화장도 다시하고.
하지만 이 모든 게 쉽지만은 않았다. 나는 단단히 세뇌되어 있었던 것이다.
`무슨 짓이야... 빨간 립스틱을 바르다니 창녀같잖아.`
나 자신에 대한 재건의 노력은 종종 실패로 돌아갔다. 그렇게 나는 또 다시 산산조각이 나고...
친구들도 자주 만났다. 하지만 어딜 가든 이 거대한 짐 덩이가 나를 따라 다녔다.
내 안에 남아 있는 온갖 잡다한 것들이 다시금 나를 파괴시키곤 했다. (p.7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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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5-11-02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이 작가의 책을 알라딘 서재에서도 가끔 보게 되는 것 같아요, 자전적이야기는 아무래도 실제가 갖는 힘이 있는 듯 해요,

뽈쥐님, 쌀쌀한 월요일 잘 보내셨나요,
편안한 저녁시간 되세요

뽈쥐의 독서일기 2015-11-02 22:31   좋아요 1 | URL
진실함은 언제나 힘이 있지요. 읽으면서도 아픈 느낌이 있었어요. 무섭기도 했구요. 서니님이 가끔 보시는 걸 보니 요즘 주목받는 작가인가 보네요.
언제가 되야 월요병이 나을까요~ 서니님도 저녁시간 편안하게 보내시길...^^
 

일본어 제목. スキマスキ. 스키마스키. 직역하면 '틈새 좋아' 정도. 책 날개에 작가 약력에 보면 '틈새 사랑'이라고 적힌 걸 보아 전에 출판이 되었거나 아니면 출판 전에 제목이 더 임팩트 있게 바뀌었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언어유희를 잘 살린 것 보면 괜찮은 제목. 틈새 사랑도 나쁘진 않지만 뭔가 풀잎 사랑처럼 순수한 느낌이 드는데 내용상으론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먼 커플이기 때문이다.


틈새를 엿보기가 취미인 남자와 또 그 위를 나는 여자의 이야기가 한 권에 코믹하게 그려져 있다. 주간엔 알바를 하면서 야간 학부 건축과를 다니는 남자 주인공. 스스로 똥통 대학을 다닌다고 느끼고 있는 남자 주인공은 비슷한 패배감을 지닌 개성 강한 친구 두 명과 늘 같이 다닌다. 안 예쁜 여자 몇 명과 남자들만 드글거리는 공대 야간 학부 생활은 그래도 나름 재미있다.


틉새를 좋아하는 은밀한 취미는 항상 요~맨큼만 커튼을 열어 놓는 맞은 편 집 여자애의 방에 꽂힌다. 밤에 불을 켜놓고 예쁜 속옷만 위아래로 입는 여자애를 보는 남자의 마음은 설렌다. 하지만 이런 취미는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다. 엿보는 취미는 범죄로 연결짓기 쉽고 사실.. 지가 하는 짓은 범죄이기도 하기 때문에.


하지만 이 단순한 남자가 간과한 사실이 하나가 있다. 요만큼의 틈을 보여준 상대는 커튼도 하나 치지 않은 자신을 온전히 볼 수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상대편은 자신을 관찰하고 사진도 찍는다는 사실을. 


이런 범죄적인 상황이라도 이야기는 허술한 남자 주인공과 발랄하고 통통튀는 특이한 여자 주인공이라는 설정으로, 혹은 쌍방범죄라는 설정으로 안전망을 확보한다. 왜냐 이것은 한 권으로 끝내야 하는 밝디 밝은 개그만화기 때문에! 


개그 만화이지만 주인공들의 고충도 빼놓지는 않는다. 야간 학부라는 콤플렉스를 지닌 남자 주인공과 친구들. 인기가 많지만 은근히 남들에게 쉽게 마음을 주지 않는 자기가 원하는 소수의 사람들에게 관심을 쏟는 여자 주인공. 그 여자를 사랑하는 여자인, 말라깽이 몸매와 귀염성 없는 성격이 콤플렉스인 친구...


하지만 이런 인간사의 고충은 개그 만화답게 유머로 밝게 버무려지고 눈 알이 유두모양으로 튀어 나가거나 혓바닥이 하트 보양으로 꼬여 나가는 등의 만화적인 장치는 정말 빵 터지기도 한다.


딱히 관음증같은 것에 거부감이 없다면 가볍고 즐겁게 읽을 수 있는 만화 한 편이다. 연애 만화에 몰입하려면 특히 여주인공이 매력적이어야 하기에, 여자 주인공이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대사를 넣어 주었는데... 바로 "바나나 피시가 어쩌고..." 예쁜 여자는 뭘 해도 예쁜 법인데 상스럽지 않는 4차원적인 말을 하면 더 매력적여지는 법이다. 이래서 사람은 책을 많이 읽으라고 하는 거겠지?


우리가 완벽한 사람에게는 별 매력을 못 느낀다고 하는 것 처럼, 우리는 생각보다 빈'틈'을 사랑한다. 모두다 틈을 비집고 나왔기도 하고. 예전에 임경선이 완벽한 여자들에게 좀 "귀여워지라!"는 충고를 한 것을 읽고 머리에 뭘 맞은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그 말인 즉슨, 틈을 좀 보여주고 비집고 들어갈 사람이 돼라는 말이겠지.


물론 질질 흘리면서(!) 다닐 필요는 없겠지만 틈은 정말 필요하다. 틈틈이 틈이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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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만화의 여자 주인공은 바나나 칩을 배가 더부룩할 때까지 먹는다. 이유는 중간에 멈추는 걸 못해서. 특히 우유라도 같이 먹을 때면. 항상 자신의 바나나 칩 먹는 습관에 의문을 품던 그녀는 술을 마시다가 그런 고민을 줄줄 풀어놓는다. "바나나 칩을 위한 완변한 우유야" 라는 대사를 쳐가면서.


샐린저의 작품[호밀밭의 파수꾼]을 감탄해가면서 두 번이나 읽었는데 바나나 피시에 대한 단편 소설이 있는 줄을 몰랐다. 제목은 [바나나 피쉬를 위한 완벽한 날]. 단편집 [아홉가지 이야기]에 실린 아주 유명한 단편이다. 요 이야기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니.. 과연.. 읽어보니... 감탄이 나왔다. 대신 [호밀밭의 파수꾼]이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린 작품인만큼 그 소설이 불호인 사람은 진저리칠만한 내용. 샐린저를 좋아한다고 해서 꼭 중2병이라든지 염세주의자로 취급하지는 말았으면 한다. 


요시다 아키미의 만화 [바나나 피쉬]에도 영감을 준 작품이니 샐린저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시라.


얼마 전에 책을 시켜서 너무 궁금했던 [바나나 피쉬를 위한 완벽한 날]만 읽어보았다. [호밀밭의 파수꾼]에 대한 리뷰를 할 수 없었던 것 처럼 이 짤막한 이야기 한 편에 대해서도 리뷰를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치만 왠지 카뮈의 [이방인]도 생각나고 뭔가 스콧피츠제럴드나 헤밍웨이 글에서도 느꼈던 서늘한 기분을 느꼈다. 근거도 이유도 없지만 여튼 느낌은 그랬다. 


샐린저는 베일에 쌓인 작가이지만 아이의 솔직함?에 대한 어떤 집착같은 것이 느껴진다. 아무튼 예나 지금이나 궁금증을 계속 유발하는 작가이다. 절대 사생활을 노출하지 않았던 그는 역설적으로 더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물론 원작이 워낙 좋겠지만 번역자는 최승자 시인이라 그런지 문장이 꽤 생생하고 세련됐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최승자 시인의 이름은 들어봤지만 시를 한 편도 읽어본 적은 없다. 그래서 찾아봤다. 역시 시집의 제목은 멋지다. [아홉가지 이야기] 외에도 번역한 작품도 여러 권 된다. 찾아보는 재미도 있을 듯. 


이해력이 조금 떨어지는 나는 역자 후기를 참 꼼꼼히 보는 편인데 아쉽게도 [아홉가지 이야기]에는 역자 후기가 없다. 번역자가 시인이라 얼마나 멋진 문장으로 해석을 해줄 것인지 기대가 엄청 컸는데 조금 아쉽다. 아마 너무도 바빴거나 시인으로서도 너무 감명을 받아 오히려 후기를 못 쓰는 일이 있었을 수도. 날이 쌀랑해지면 시집 한 편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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