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섭 시집 <터미널>, 문학동네

 

 

 

 

 

2012년 6월 22일 녹음 2시간 30분 소요 완성 

 

 

 

시집을 낭독 녹음한 건 처음이었다. 오늘 1차 편집.

다음에도 기회가 오면 또 하고 싶은 게 시집 낭독.

 

 

그런데 앞으론 소설을 주로 해야할 것 같다. 오늘 팀장이 특별히 부탁을 한다.

40대 이하 상대적으로 젊은 분들은 컴퓨터 음성 지원 시스템을 이용해 듣는 경우가 많고

청소년 이하 학생들은 점자를 학습해 점자도서를 잘 읽고

녹음도서를 이용하는 분들은 대개 50, 60, 70대 연령의 남 녀 반반 비율인데 소설류를 가장 애호한다고.

연세도 있는 분들이 귀로만 집중해 들어야 하니 딱딱한 책은 힘들다고 한다.

특히 연애소설, 그러니까 로맨스가 있고 관능적인 부분이 많으면 더 좋고.

욕설이나 저속어가 나오면 그것도 오히려 좋아하신다고.

대리만족 같은 걸까. 나도 녹음하다 그런 문장이 나오면 감정이입 되어 실감나게 내뱉는데ㅎㅎ

 

예를 들어 한창훈의 '꽃의 나라'나 김훈의 '공무도하'도 그랬고,

동시에 1차 편집하고 있는 '올리브 키터리지'에도 그런 단어나 대사들이 실감나게 나온다.

'올리브 키터리지'는 정말이지 할 말이 너무 많아서 아무말 못할 정도다. 다음 기회에...

 

그다음으로 잘 나가는 게 에세이류인데 황경신의 '생각이 나서'처럼 소녀감성이 두드러진 에세이도 의외로 좋아한단다.

미처 몰랐다. 소설 낭독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녹음봉사자들이 꺼리는 경우가 많아 수요와는 반비례하기에

특별히 봉사자들에게 귀띔하는 것이라고. 철학서나 종교서나 좀더 전문적인 도서는 특별히 신청하는 회원의

책에 한하여 봉사자들에게 부탁할 것이라고 한다.

이왕이면 필요하신 분들을 위한 봉사니까 그분들이 원하는 걸 제공하는 게 맞겠다. 동감!

점자도서관 책꽂이에 비치된 소설류는 영 마음에 들어오지 않아서 집에 있는 소설들 중 몇 권 찜해 뒀다.

이미 나는 읽은 책이지만 일순위는 <일곱번째 파도>. 

'새벽 세 시 바람이 부나요'를 몇 해 전 녹음했으니 후속편으로 나온 이 책을 녹음하면 좋을 것 같다.

이메일로 주고받는 미묘한 사랑의 감정선 그 후속편이니까.

현실에서 이루어지는 걸 상상하지 말라는 법도 없고 대화체니 듣는 사람도 편안하게 들을 수 있을 거다.

자, 그럼 소설은 목소리를 너무 차분한 톤으로 하지 말고 드라마틱하게 읽어보자구. 일석삼조!

 

그리고 자목련님 페이퍼 보고 신간 소설 두 권(각각 한강, 김선우 작)도 담아왔다. 그분들 취향에 맞을 것 같고 나도 읽고 싶고.^^

 

 

 

 

 

 

 

 

 

 

 

 

 

 

 

 

 

 

 

다시 시로 돌아가, 강원도 산골마을이 고향인 이홍섭의 <터미널>에는 좋은 시가 많다.

 

 

 

입술

 

 

수족관 유리벽에 제 입술을 빨판처럼 붙이고

간절히도 이쪽을 바라보는 놈이 있다.

 

동해를 다 빨아들이고야 말겠다는 듯이

입술에다 무거운 자기 몸 전체를 걸고 있다

 

저러다 영원히 입술이 떨어지지 않을 수도 있겠다

유리를 잘라야 할 때가 올지도 모르겠다

 

시라는 게, 사랑이라는 게

꼭 저 입술만하지 않겠는가

 

 

 

 

 

심봤다

 

 

  일평생 산을 쫓아다닌 사진가가 작품전을 열었는데, 우연히 전시장을 찾은 어떤 심마니가

한 작품 앞에 섯 감탄을 연발하며 발길을 옮기지 못하더란다. 이윽고 그 심마니는 사진가를

불러 이 좋은 산삼을 어디서 찍었느냐고 물어온 것인데, 사진을 찍고도 그 이쁜 꽃의 정체를

몰라 궁금해했던 사진가는 산삼이라는 얘기를 듣고는 기절초풍을 했더란다. 그날 이후 사진

가는 작품전은 뒷전인 채 배낭을 메고 산삼 찍은 곳을 찾아 온 산속을 헤매게 되었다는데......

 

  그 사진가는 허름한 곱창집에서 소주잔을 건네며 사는 게 꼭 꿈결 같다고 자꾸만 되뇌는데,

그게 자신한테 하는 말인지, 산삼한테 하는 말인지, 사진한테 하는 말인지 영 종잡을 수 없는

것이라, 이상한 것은 그 얘기를 듣는 나도 그 사진가를 따라 오랫동안 산속을 헤매 다닌 듯한

느낌에 사로잡히게 되었다는 것인데, 그리고 자꾸만 사는 게 꿈결 같다고 맞장구를 치는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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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데이지 2012-10-24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프레이야님께서 실감나게 내뱉으신다구요?ㅋㅋ 박장대소했어요...
프레이야님께서 낭독녹음하신 그 도서들을 읽는분도 듣는분도 참 축복이고 행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홍섭님의 시집은 그냥 지나쳤던 시집이었는데..
시를 잘 음미할줄 모르는데..적어놓으신 시들을 두번 내리 읽으니까..뭔지 모르게 좋으네요...
이런 느낌 주신 프레이야님~~~ 좋은밤 되시길...빕니다.

프레이야 2012-10-25 17:54   좋아요 0 | URL
히히, 잘 내뱉어요, 저 ㅎㅎ 대리만족도 하고요.
저도 우연히 만나게 된 이홍섭 시집, 좋은 시가 참 많더군요.
오늘 하루도 멋지게 보내고 계시죠, 블루데이지님^^

순오기 2012-10-25 0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 낭독녹음하는 페이퍼 읽으면 나도 막 낭독하고 싶어져요.
애들 어릴 땐, 책 읽으면 늘 곁에 있으니까 필 돋으면 막 읽어줬는데
이젠 다들 커서 내 곁에 있어주는 녀석이 없네요.
우리 광주에서 만날 때 한 꼭지 읽어줄 것도 챙겨오세요~ ^^

프레이야 2012-10-25 17:39   좋아요 0 | URL
애들 어릴 땐 진짜 아이랑 윤독도 하고 대사 부분은 아이가 또는 제가.. 이런 식으로도 하고..
이제 애들이랑 같이 책읽기는 안 되지만 그런 기억이 새록새록^^

네꼬 2012-10-24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 완전 멋있다. (얼얼한 얼굴로.)

프레이야 2012-10-25 17:54   좋아요 0 | URL
진짜 멋찐 네꼬님, 얼얼한 얼굴은 어떤 거에용??? ㅎㅎ

heima 2012-10-25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라마틱한 낭독!! +_+ 듣는 분들이 너무 좋아하시겠어요!

프레이야 2012-10-25 17:40   좋아요 0 | URL
소설은 그렇게 좀 후까시 넣어 낭독하는 게 좋을 것 같긴 한데
잘 안 되겠지만 노력은 해보려구요. 그래도 기본은 편안하게 들리는 게 최고라지요>^^

댈러웨이 2012-10-25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 <노랑무늬영원> 저도 자목련님 방에서 보고 표지 완전 이쁘다고 생각했었는데. 한강 작가는 <희랍어시간> 때문에 고생을 좀 해서 손이 갈까 했는데 순전히 표지때문에 읽고 싶어졌어요. 따뜻한 뭔가를 기대해? 뭐 그런 심정? 그나저나 <심봤다>는 정말 꿈결같은 시군요. ^^

프레이야 2012-10-25 17:41   좋아요 0 | URL
댈러웨이님 찌찌뽕 ㅎㅎ 전 노랑색 좋아하는데다가 저 책 표지는 정말 사랑스럽지 뭐에요.
뭔가 노랑노랑해지는 기분.^^
시인은 참 대단하다 싶어요. 물론 소설가도 그렇구요.

야클 2012-10-25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항상 느끼지만 정말 좋은 일 하십니다 ^^

프레이야 2012-10-27 16:40   좋아요 0 | URL
야클님, 고맙습니다. 열심히 계속 할 생각입니다. ^^
 
[우리가 사랑에 빠졌을 때]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우리가 사랑에 빠졌을 때
정호승.안도현.장석남.하응백 지음 / 공감의기쁨 / 2012년 8월
평점 :
품절


 

오늘아침 모 퀴즈프로그램을 잠시 보는데 출제문제 중 오 헨리의 말이 나왔다 - 훌륭한 이야기란 겉에는 설탕 발린 쓰디쓴 알약 같은 것이다. 당의정으로 둔갑해 전달되지만 쓰디쓴 현실인식을 담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리라. 스토리, 소설을 두고 한 말이지만 시도 비슷한 게 아닐까. 시적 언어의 감동까지 고려한다면 더 응축된 언어를 써야하니 시인은 어쩌면 소설가보다 몇 배는 더 고민하고 고뇌하는 사람이어야 될 거라는 생각이 든다.

 

 

여고시절 책 강매 사건(?) 후 담임선생님에게 내 나름의 억울함과 진심어린 심정을 전달하기 위해 이상화의 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시 노트에서 옮겨 편지로 전해드렸다. 당돌했지만 그 일은 선생님에게 모종의 충격을 드렸던지,  '너, 참 그렇게 빡빡해서는 세상 살기 쉽지 않겠다'는 막막한 눈빛으로 빤히 내 눈을 뚫어져라 보시며 조근조근 훈계하시던 노처녀 선생님. 그분도 지금은 어디선가 세월의 놀빛을 따라 물들어가고 계시겠지. 일흔 넘은 엄마가 소중히 갖고 계시던 조병화, 천상병 시집도 이제는 날강날강 곰팡이 나는 누런 종이가 되었다. 언젠가 시를 좋아한 엄마가 쓴 수필(굳이 분류하자면) 한 편을 내게 주셨는데 읽다가 눈시울에 젖은 나는 같은 사건의 기억으로도 엄마의 진실과 나의 진실은 이렇게 차이가 나는구나,하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났다. 그때 이후 엄마의 문학소녀 같은 감성을 좀더 일찍 펼칠 수 있게 해드렸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보라색 펜으로 시를 옮겨적던 그 베레모 쓴 여고생과 팍팍한 현실에 묻어버린 감성을 한때는 지녔던 문학소녀, 이제는 모두 사라졌지만 아직도 헤어지지 못하는 인연의 끈처럼 활자 주변을 맴돌고 글 나부랭이를 쓰고 있는 '우리가 사랑에 빠졌을 때'는 언제였을까. 

 

 

시집 같은 모양을 한 <우리가 사랑에 빠졌을 때>는 정호승, 안도현, 장석남 시인과 평론가 하응백의 연애담이다. 삶을 사는 일, 시를 쓰는 일이 연애와 같다는 공식을 두었을 때 말이다. 나는 이 공식에 동의하는 사람이고. 이들 4명이 어떠한 시와 조응하게 되는 삶의 순간들이란 명멸하는 별빛이라기보다 백일몽처럼 떠있는 새파란 하늘의 하얀 낮달 같은 것이다. 부끄러운 듯 모습을 다 드러내지 않고 상현달 조각으로 창백한 뺨 한 쪽을 내보이던 낮달. 나는 어느 포구에서 나를 내려다 보고 있던 그 낮달의 한 쪽 눈이 감길 때까지 내 마음처럼 희뿌옇던 낮달을 뚫어져라 올려다 본 적이 있다. 순간은 내가 미처 잡지도 못하는 새 조롱하듯 달아나는데, 무수한 이야기들은 먼지 되어 날아가는데...

 

 

어쩌면 시 소개서 같기도 한 이 책의 미덕은 4인의 시인이 소박하고 맛깔나게 풀어놓은 결정적 순간들에 대한 이야기와 아픈 현실의 뒷골목 빨랫줄에 널려있는 주렁주렁한 이야기들, 문학과 시쓰기에 대한 칼날같은 이야기들, 먼저 간 불운한 시인들에 대한 안타까운 이야기를 읽다가 만나게 되는 '시의 발견'에 있다. 의외성과 친숙함이 공존하면서 특별한 방식의 시선집 같기도 한데 시를 분석하거나 자신들의 감상평을 주입하는 식이 아니라 개인적인 삶의 구절구절에서 마주한 특별한 시들을 지극히 사적인 감정으로 소개한 것이라 더욱 와닿는다. 시인들의 글이다보니 그 글 자체만으로도 충만하고 시적이다. 그런데 제목만 나온 시들이 많아, 전문을 싣진 못해도 일부라도 소개해 줬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아쉬운 부분이 있다. 제목과 시인을 적어두었다가 따로 찾아보면 미처 몰랐던 좋은 시들을 만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겠다. 참 좋았던 것은 책에 실린 흑백사진들이다. 조야하지 않고 차분하고, 여백이 있어 시적인 사진들이 잔잔한 감흥을 준다. 기시감이 드는 꿈결 같은 풍경들, 아름답기만 한 게 아니라 거칠고 투박한 결이 살아있는 사진들, 나는 그 속에 한참 머물러 있곤 했다. 요즘 성향의 사진에세이집에서는 드문 사진들이다.

 

 

 

첫번째, 정호승 편 '기다리다 지치는 게 삶이라고' 에서는 나도 몇 해 전 장생포 포경선에 올라 느낀 걸 글로 쓰며 인용했던 안도현의 시 <고래를 기다리며>가 나와 반가웠다. 이동순의 <서흥 김씨 내간>이나 박해석의 <타이탄 트럭>을 들어 가난의 문학적 힘을 말하는 장에서 그 시들을 전혀 인용하지 않아 아쉽다. 신경림의 <봄날>을 말하면서도 시를 조금 인용해 주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을. 이 시에서 아흔살 외할머니를 보며 정호승은 "사랑의 가장 중요한 본질을 희생이라고 생각"한다. "희생 없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희생이 바탕이 되지 않은 사랑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p33)"고. 맞는 말이지 않은가. 이기적이기만 사랑은 가짜다. 

 

 

두번째, 안도현 편 '그릴 수 없는 마음의 빛깔까지도'에서 황동규의 <방파제 끝>이라는 시가 내 마음에 들어왔다.

 

 

방파제 끝 / 황동규

 

 

언젠가 마음 더 챙기지 말고 꺼내놓을 자리는

방파제 끝이 되리.

앞에 노는 섬도 없고

헤픈 구름장도 없는 곳.

오가는 배 두어 척 제 갈 데로 가고

물자국만 잠시 눈 깜박이며 출렁이다 지워지는 곳.

동해안 어느 조그만 어항

소금기 질척한 골목을 지나

생선들 함께 모로 누워 잠든 어둑한 어물전들을 지나

바다로 나가다 걸음 멈춘 방파제

환한 그 끝.

 

 

 

이 시를 읽고 난 후 얼마 전 서해 곰섬이 보이는 해변에 갔다가 저 멀리 보이는 방파제 끝에 일부러 발 딛었다. 그 끝에 새삼 서 보고 싶었다. 낚싯대를 드리우고 앉아 있는 청년들 틈, 시뻘건 칠을 한 작은 등대를 등 뒤로 하고 서서 나는 바다끝 아니 방파제 끝을 딛고 섰다. 발 아래 잔잔한 바닷물이 참방이고 무언의 바다는 눈부신 아침 햇살을 받아 유리조각처럼 빛났다. '마음 더 챙기지 말고 꺼내놓을 자리는 방파제 끝, 환한 그 끝'이 되리. 이 시를 소개하며 안도현 시인은 황동규 시인의 언어적 절제력을 찬사한다.

 

문학공부란 무엇인가, 그것은 말과 감정을 절제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중략)

시는 자아도취의 산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자기 자신한테 빠져들기보다는 자기 자신을 냉정하게 검증해서 거기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뒤따를 때

비로소 시는 제대로 된 꽃을 갖추기 시작한다.  - p84

 

 

시적 언어의 힘을 강조하는 안도현을 다음 글에서도 알 수 있다.

 

그러나 김남주를 읽고 공부하는 후배들에게 나는 한마디씩 딴지를 걸곤 한다.

올곧고 진보적인 세계관으로 무장한다고 해서 과연 누구나 김남주가 될 수 있을까 하고. 다 아는 이야기지만,

시의 감동은 시적 언어의 감동에서 온다는 것을 김남주의 시를 대할 때 간과하는 후배들을 종종 보아왔기 때문이다.

나는 김남주만큼 철저한 언어의 승부사를 알지 못한다.  - p111

 

 

 

세번째, 장석남 편 '우리의 희망이 꽃피는 절망일지라도' 에서는 정현종의 시를 소개하며 쓴 다음 인용글이 인상적이다.

 

좋은 시란 그러니까 '지금 여기서'의 시 쓰기는 피투성이 말의 현장에서 다시 은어처럼 침묵을 향해 거슬러 올라가는

힘든 여정. 그것도 말이라는 지느러미로 헤엄쳐 올라가야 하는 실로 운명적인 현장. 그것이 시 쓰기겠다! 

그러니까 말 이전에 시가 있(었)다!는 말씀. 씌어지기 전에 이미 좋은 시였다는 말씀.   - p137

 

 

마지막, 하응백 편 '우리가 사랑에 빠졌을 때' 에서는 깊은 밤 자신을 오열하게 했던 기형도의 그 불온문서 같은 시집에 대한 소개가 좋다. <빈집>과 <포도밭 묘지 . 1>을 소개하며 "그의 절망은 순수한 절망이며, 흉내 낼 수 없는, 흉내 내서는 안 되는 절망"이라고 한다.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하응백 편에서 또 언급되는 시인은 박정만과 황동규다. '다정다감하고 순수하고 여린 심성의 시인일 뿐인' 박정만은 한수산 필화사건에 얽혀 모진 고문을 당한 후 폐인이 되어 살아가던 중 1987년 여름 그에게 詩神이 찾아왔다. 접신의 경지에서 이십여 일만에 삼백여 편의 시를 쓰고 1988년 서울 올림픽의 성화가 꺼진 10월 2일 "저 광활한 우주 속으로 사라졌다". 

 

 

 

작은 연가 / 박정만

 

 

사랑이여, 보아라

꽃초롱 하나가 불을 밝힌다

꽃초롱 하나로 천리 밖까지

너와 나의 사랑을 모두 밝히고

해질녘엔 저무는 강가에 와 닿는다.

저녁 어스름 내리는 서쪽으로

유수와 같이 흘러가는 별이 보인다.

우리도 별을 하나 얻어서

꽃초롱 불 밝히듯 눈을 밝힐까.

눈 밝히고 가다가다 밤이 와

우리가 마지막 어둠이 되면

바람도 풀도 땅에 눕고

사랑아, 그러면 저 초롱을 누가 끄리.

저녁 어스름 내리는 서쪽으로

우리가 하나의 어둠이 되어

또는 물 위에 뜬 별이 되어

꽃초롱 앞세우고 가야 한다면

꽃초롱 하나로 천리 밖까지

눈 밝히고 눈 밝히고 가야 한다면.

 

 

 

 

'공식이 없는 세 가지, 인생, 사랑, 시'라는 제목의 서문에서 네 사람은 이렇게 쓴다.

 

좋은 시는 사람을 변화하게도 하고, 추억의 등불에 사로잡히게도 하고, 울분의 눈물을 반짝이게도 하고,

때로는 마음의 날카로운 칼이 되기도 한다. 이 한 권의 책이 우리 모두에게 시의 왕국으로 가는 쉬운 길잡이가

되었으면 한다.

 

 

 이 한 권의 책으로 더 깊은 시의 나라로 나아가고 안 가고는 읽는 이의 몫이지만 언급되는 시와 시인들을 메모해 뒀다가

하나씩 찾아가보는 '시 나들이길'도 이 가을에 가볼 수 있는 참 좋은 길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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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2-10-21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억과 열정이 다시 돋는 리뷰네요

프레이야 2012-10-21 19:21   좋아요 0 | URL
하늘바람님의 추억과 열정이 되살아나면 좋지요. 이 가을에^^

댈러웨이 2012-10-21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시로 인사동을 들락거렸으면서도 정작 천상병 시인의 찻집 귀천을 방문했던 적이 있었던가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어머니의 그 낡은 시집을 제가 갖고 싶어요 프레이야님. 장생포, 곰섬, 그냥 이름만으로도 시어잖아요. 달리 시를 쓰지 않아도 되겠는.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내 청춘아, 시들아. 마음을 죄 흔들어 놓는 것, 그래서 못 읽겠는 것. 일요일 오후, 선선한 바람 한 자락이 그곳에서 불어오나 싶어요.


프레이야 2012-10-21 19:23   좋아요 0 | URL
저도 '귀천'을 가보진 못했어요.
우리나라 지명들은 그 자체로 시어가 되는 게 많은 것 같네요, 정말.
전 오늘오후 가까운 영화관에서 'Elles'보고 왔어요. 줄리엣 비노쉬는 어쩜 그리..^^
더 말 안 할래요.ㅎㅎ 좋더라구요 영화가.

비로그인 2012-10-21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끄럽게도, 이곳에서 오랜만에 시를 읽게 되네요. 시는 자아도취의 산물이 아니라는 것, 문학공부란 말과 감정을 절제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는 것, 새삼스럽게 다시 글의 의미를 곰곰 생각해봅니다. 저도 방파제 끝, 그 환한 끝으로 가서 발을 디뎌보고 싶네요. 고운 책, 고운 리뷰 잘 들여다보고 갑니다. :)

프레이야 2012-10-21 19:29   좋아요 0 | URL
방파제 끝! 전혀 특별할 것 없는 것에서도 특별함을 발견해 시어로 조탁해 내는 시인은
특별한 유전자를 가졌을까요? ㅎㅎ 시를 쓰니 시인이다,라고 하기에는 정말..
환한 햇살을 온몸으로 받고 서서 눈을 감아봤어요.
말도 감정도 절제하는 법! 저도 새깁니다.

다크아이즈 2012-10-21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디너들은 시 리뷰는 잘 안 올리시던데 프레이야님 같은 분이 있어서 존경스럽습니다. 시중(?)에 나가보면 시 쓰는 사람들이 긴 글 쓰는 사람들보다 훨씬 많은데 실제로 리뷰 올라오는 것 보면 시 리뷰는 많이 없거든요. 시 쓰는 사람들은 시집을 많이 읽긴 하는데 시집 리뷰를 쓰지는 않는 것 같아요. 시 쓰는데 바쁜 것 같은... 반면, 긴 글 쓰는 사람들은 제 글을 익히기 위해서라도 남의 글을 많이 읽다 보니 자연적으로 할 말이 많은 건지...

간만에 시집 리뷰 만나 좋고, 80년대 시인 박정만을 만나게 돼서 더 좋고... 감삽니다. 프레이야님...

프레이야 2012-10-21 23:02   좋아요 0 | URL
앗 느와르님 오해가ㅠ 이 책은 시집이 아니고 시를 만난 순간들에 대한 이야기에요. 시인이 쓴 시와 삶과 사랑에 관한 에세이랍니다. 박정만 시인 좋아하시는군요. 참 불운한 시인들이 많아요. 저도 시집 리뷰는 쓴 적이 없는거 같네요. 시중ㅋ에는 웬 시인이그리 많은지ㅎㅎ

다크아이즈 2012-10-21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 오해 아니어요.ㅋ 시인들 또는 평론가가 쓴 연애담이란 얘기 님이 한 것 봤는데, 시에 대한 리뷰와 관계 있길래 넘 반가운 맘에 제가 그렇게 표현했어요. 제 실숩니다. ㅠ 시에 관련된 리뷰는 거의 안 올라와서 넘 흥분했나 봐요. 크~

프레이야 2012-10-22 00:07   좋아요 0 | URL
네 그렇군요.^^ 느와르님 펀안한 밤 ~~~

2012-10-22 18: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2-10-22 20:58   좋아요 0 | URL
님, 이 에세이에서 시의 세계로 더 나아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아요.
저도 잘은 모르는 아리송한 길이지만 좋은 시가 많이 소개되어 있어요.
전문적인 내용이기보다 시인들 나름의 개인적인 기억과 추억과 소회가 좋답니다.
느끼는 건 개인의 몫이지 싶어요. 날이 추워집니다. 포근한 저녁 보내세요^^

블루데이지 2012-10-24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책을 항상 저를 꼬옥 안고 이야기해주시는것같은 프레이야님글...
어제도 오늘도 감동~~~입니다.
내일도 부탁드려요..또 감동받을 준비 다 되어있습니다.

프레이야 2012-10-25 17:49   좋아요 0 | URL
호호~ 블루데이지님 날씨도 추워지는데 이렇게나 따스한 인사^^ 마음이 노골노골해져요.
오늘 전 작은딸 사물놀이경연대회 갔다왔는데 정말 잘하더라구요. 중학생 학교별 대회요.
그동안 연습 바짝 하더니 신명나게 즐기며 하는 모습에 감동했어요. 금상도 타고!
 

<첫 문장들>이란 제목으로 쓴 페이퍼가 또 날아갔다. 에효 ㅠㅠ

손이 오작동을 자주 한다. 얼마 전 '지지 않는다는 말' 리뷰도 그랬는데.

우선 서재지기에게 문의해 부탁해 놓았는데 어서 살려주셔야 할텐데...ㅠㅠ

댓글 주셨던 팜므느와르님에게 죄송하다. 추천 주신 분에게도.

칼의 노래, 김훈의 첫 문장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도 주셨는데... 

작가는 '이'와 '은' 사이에서 밤새 고민하였다고 하는 그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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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15 19: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2-10-16 10:34   좋아요 0 | URL
서재지기한테 문의했는데 아직 답글이 없네요.ㅠㅠ
아휴..
김훈의 그 첫 문장은 누구에게나 참 인상 깊은가 봐요.
고맙습니다. 좋은하루~~~보내세요.^^

2012-10-17 10: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크아이즈 2012-10-16 0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이퍼 빨리 살려달라고 조르세요.
님의 노고 깃든 글, 아까워서 어떡해요.
프레이야님의 첫 문장들 페이퍼, 탐 나는 아이디어였어요.
님 페이퍼 보고 나도 감동 받은 첫 문장들 옮겨 봐야겠다, 생각했거든요.
물론 그 첫번 째는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가 되겠지요. 크~~

프레이야 2012-10-16 10:36   좋아요 0 | URL
서재지기에게 부탁했는데 아직 답글이 없고 ㅠㅠ
모든 글은 첫 문장에서 시작하니까 어떤 책 읽다가 첫 문장에서부터 확 끌리는 경우가 있지요.^^
느와르님이 사랑하는 첫 문장들, 제 카테고리 '첫 문장을 주세요'에도 트랙백해 주세요.~~~
같이 보게요^^

2012-10-16 11: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2-10-16 13:10   좋아요 0 | URL
아ᆢ그런 방법이 있군요. 전 뭐든 준비없이 대책없이 이래요ㅎㅎ 가르쳐주신 대로 해볼게요 이제부터는. 고맙습니다^^

2012-10-16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훗. 페이퍼 살려서 기뻐요~

프레이야 2012-10-16 21:32   좋아요 0 | URL
히히~ 자주 이래요, 요즘 들어 ㅎㅎ
 

아침 뉴스에 지리산에 단풍이 들었다고 나온다. 이곳 남쪽은 아직 단풍은 들지 않았지만

시월도 절반이 지나며 최고의 계절이 하루하루 영글어가고 있다. 

구월은 내 탄생월! 처녀자리의 책방,이라는 서재명을 보고 그걸 기억해주신 오랜 서재지인을 비롯해

뜻밖의 선물로 책을 보내주신 님들에게 모두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때마침 느닷없이 베풀어주신 순오기님과 아른님 이벤트에 운좋게도 당첨되어 받은 선물도 저는 그냥 생일선물로

모두 안아들었습니다.^^  아주 많이 고맙습니다.~~~)

 

일단 첫 문장으로 시작해 여기 담아두자. 흐뭇하게 옆에 쌓아두고 어서 야금야금 읽어야지.

내가 사둔 것들도 있고 신간평가단 도서도 있고... 아.. 보기만해도 배부르다.

 

 

 

이란 시인, 포루그 파로흐자드 시집

 

나의 작은 밤 안에, 아

바람은 나뭇잎들과 밀회를 즐기네

 

-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리라' 중 1,2행

 

 

 

 

김태관 지음/ 서른살의 선택, 한비자에서 답을 찾다

 

그대는 지금 세상에 태어나 멀쩡히 숨을 쉬고 있다.

(그런데 그대는 정말로 세상에 태어났는가)

 

 

 

 

 

린다 지음/ 빅토르 위고의 <93년>을 품고 떠난 이색적인 파리 기행

파리의 참모습을 알려주는 역사,문화 기행서

 

여행객들에게 파리는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감으로 다가온다.

 

 

 

 

 

 

유홍준/ 7 제주편, 돌하르방 어디 감수광

 

미술사학과의 현장답사란 의과대학의 임상실험, 공과대학의 실험실습과 같은 성격을 갖는다.

 

 

 

 

 

 

 

<쿨하고 와일드한 백일몽> 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

 

시로코와 구로코가 등장하는 화장품 만화 광고가 요새 통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얼마 전에 아무런 맥락 없이 불쑥 깨달았다.

 

 

 

 

 

 

다비드 칼리가 쓰고, 세르주 블로크가 그린 아주 사랑스럽고 간결한 그림책

사람의 일생은 이렇게 기다림의 연속인가 보다.

나는 기다립니다.

 

 

 

 

<책상은 책상이다>로 알려진 페터 빅셀의 대표작 '블룸 부인은 우유배달부를 알고 싶어한다'와

짧은 에세이 모음집 '스위스인의 스위스'를 함께 묶은 책.

 

아쉬운 대로 이런 집 한 채를 그려볼 수 있다.

- 블룸 부인은 우유배달부를 알고 싶어한다, 중 첫 문장

 

 

 

 

E. M. Forster의 장편소설 <천사들도 발 딛기 두려워하는 곳>

 

 

릴리아를 전송하는 일행이 채링 크로스 역에 모여 있었다.

 

 

 

 

 

<버림받은 천사들> 

아이슬란드 현대작가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에이나르 마우르 그뷔드뮌손의 장편소설. 1993년 발표.

 

 

바닷가에 거대한 궁전처럼 서 있는 클레프 정신병원에 입원한 뒤였다.

 

 

 

 

 

<결혼의 변화> 산도르 마라이 장편소설.

상하로 분권돼 있지만 쪽수는 연이어 있다. 총 695쪽.

 

 

얘, 저기 저 남자 좀 한번 볼래?

 

 

 

 

 

 

그리고 알랭 드 보통의 책을 좋아하는 큰딸, 보통의 책 모두를 가지고 갔었는데

추석 때 내려오면서 나 읽으라고 도로 가져다 준 책. 특히 참 좋았다는 책이라며. 이걸로 땜빵? ^^

 

프루스트가 우리의 삶을 바꾸는 방법들

 

 

불행만큼 인간이 전념하는 대상이 또 있을까.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

 

 

몇 년 전 지독히도 추웠던 어느 해 겨울 뉴욕. (그때 나는 런던행 비행기 출발 시간까지 오후 반나절의

여유가 있어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위층의 휑한 전시실을 찾았다.)

 

 

 

이 책은 내가 딸한테 깜짝선물하려고 구매해 추석 때 주니까, 벌써 사서 봤단다. 

물어보고 살 걸, 그랬더니 감동하는 표정이 역력하게 웃어주었다. 평소 쿨하고 표현 잘 안 하는 아이라

감정이 그대로 드러난다.  집 떨어져 생활하면서 달라지고 많이 크고 있는 것 같다. 고맙다.^^

 

아침부터 평소와 다르게 소나기가 퍼붓고 하늘이 늦은 오후처럼 어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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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두 번째 문장은, 나중에
    from 識案 2012-10-17 15:08 
    이제 택배 아저씨는 문자도 전화도 하지 않는다. 벨을 누르고, 택배요! 를 외치고는 문 앞에 책을 두고 간다. 한 번도 약속한 적 없는 행위는 약속처럼 행해진다. 1주일 동안 한 권의 책도 제대로 읽지 못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고 있어서가 (책이 나를 읽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니다. 엊그제 도착한 김이강의 시집 『당신 집에서 잘 수 있나요?』, 조말선의 시집 『재스민 향기는 어두운 두 개의 콧구멍을 지나서 탄생했다』도 읽고 있기는 하고,
 
 
다크아이즈 2012-10-15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첫 문장들 어쩜 이런 생각을! 역시 프레이야님.
제가 가장 충격 먹었던 첫 문장은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입니다.

프레이야 2012-10-16 12:42   좋아요 0 | URL
팜므느와르님, 돌아왔어요, 페이퍼가요.ㅎㅎ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 덕분인가 봐요.
서재지기님에게도 감사^^

페크pek0501 2012-10-16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굿 아이디어!!!!!!!!!!!!!!
저도 언젠가 따라해 보겠어요. 재밌어요, 프레이야 님.ㅋㅋ
가장 인상 깊은 글 - "불행만큼 인간이 전념하는 대상이 또 있을까. "

프레이야 2012-10-16 21:08   좋아요 0 | URL
페크님, 알랭 드 보통의 문장은 통찰력이 보통 이상이지요.ㅎㅎ 밑줄긋기가 어려울 정도로ᆢ
페크님의 인상적인 첫 문장도 기대되어요. 좋은하루 보내세요. 가을이에요!

꿈꾸는섬 2012-10-16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문장만으로 책에 대한 기대감이 생겨요.^^
어느새 가을이에요.
행복하세요.^^

프레이야 2012-10-16 21:09   좋아요 0 | URL
꿈섬님, 안녕!! 현준, 현수랑 행복한 가을 보내세요^^
저 책들은 보기만 해도 배부른 것 같아요.ㅎㅎ

hnine 2012-10-16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리라'가 저 시인의 시에 나오는 구절이었군요!
런던, 파리, 채링크로스, 뉴욕...와, 여행욕구를 부르는 책들이네요.

프레이야 2012-10-16 21:11   좋아요 0 | URL
네, 나인님, 바로 그 싯구에요.
정말 그러고보니 여행욕구 부르는 책들이네요.
보통의 파리에서 산도르 마라이의 헝가리,이란, 아이슬란드, 일본, 제주까지.
'런던 디자인 산책'은 님의 페이퍼 보고 질렀지요.ㅎㅎ

2012-10-16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 문장이 가장 눈에 들어왔어요. "불행만큼 인간이 전념하는 대상이 또 있을까."
저 책은 <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의 새로운 번역판인가요?!

프레이야 2012-10-17 07:51   좋아요 0 | URL
사람은 행복을 깨닫는 촉수보다 불행을 깨닫는 촉수가 더 발달돼 있나 봐요.ㅋ
그 반대로 행복한 순간이 더 많을건데 말이죠.
'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는 절판이고 저건 개정판이에요.^^

블루데이지 2012-10-17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헷...역시 프레이야님! 요런 기발한 페이퍼를 격하게 애정해요....ㅋㅋ
다 눈에 들어오는 첫문장들이지만...골라본다면 <미술사학과의 현장답사란 의과대학의 임상실험, 공과대학의 실험실습과 같은 성격을 갖는다.> 너무 공감되어서요...


프레이야 2012-10-17 07:50   좋아요 0 | URL
아ᆢ 가로수 풍경이 참 좋아요.ㅎㅎ
저 문장 책으로 먼저 읽으셔서 더 그런가 봐요.
불루데이지님, 오늘도 멋진하루 보내세요.^^

2012-10-17 09: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0-17 19: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2-10-18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생일이었네요.ㅜㅜ
아까 전화할 때 알았으면 뒷북 축하멘트라도 날리는 건데...
미안해요, 그리고 늦었지만 생일 축하해요!
11월에 만나면 찐하게 안아줄게요.^^

2012-10-18 00: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2-10-18 11:18   좋아요 0 | URL
호호~ 언니 문화유산답사기가 마침 그즈음이어서 제겐 더없이 좋은 선물이었어요.
저도 요즘 뭘 기억 잘 못해요. 날짜 같은 건 물론이구요.ㅇ
작은도서관장 기관장으로서 일이 이래저래 많군요. 늘 부지런하고 성실한 마인드가 앞서니 더욱..
건강히 지내세요.^^

아이리시스 2012-10-18 1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 [바닷가에 거대한 궁전처럼 서 있는 클레프 정신병원]은 진짜 바닷가에 위치에 정신병원인가요? 저 책 재밌어보여요, 알던 건데 관심이 확, 아무래도 바닷가에 뭔 원한이 있는지..'바닷가'라는 글자에도 혹하는데요 히히히

아 맞다, <나는 기다립니다> 저거 많이 봤다 싶었는데.. 드라마에서 김하늘이 마음 접은 척하는 장동건 기다리며 서점에서 저 책 넘겨보는데 엄청 좋더라고요.. 저는 그림책은 곧 =어린이 라고 생각하면서 살았는데요.. 그러고보니 저 어린이였죠 생각을 좀 해서 그렇지..(이거 무슨 말인지 모르실려나..)

이 페이퍼 감동이에요. 별 거 아니게 보이는데 이렇게 모으니 꽤 멋지군요. 프레이야님 아이디어는 더 짱이고.. 책을 읽을 땐 한 문장 정도는 그냥 흘려읽고 말게 되잖아요. 혼자 읽으면 저런 문장, 별로 감동적이지 않다구요.(저만 그런가..힝ㅠ.ㅠ)

프레이야 2012-10-19 10:56   좋아요 0 | URL
히히~ 아이님은 아이님^^
바닷가 가까이 사는데도 바다는 늘 좋아요. 바다라는 말만 들어도 좋으니^^
'신사의품격'은 안 봤지만 거기 나왔다는 건 알아요. 이 그림책 어른을 위한 그림책이에요.
간결하지만 한 사람의 인생이 담겨있는... 기다리다 끝나는 걸까요.ㅎㅎ
한 문장 정도가 아니고 많은 문장이 그냥 흘러가는 경우가 많은데
다시 읽거나 하면 그런 문장들이 다시 들어오고요. 이렇게 첫 문장 정도라도 같이 읽으니 좋지요:)
첫 문장, 정말 중요한 건데 말에요.

라로 2012-10-18 2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생일 선물을 보낸것 같은데 9월 11일부터 식당준비로 바빴어서 보냈나 안 보냈나??/이러다가
휴~~~이럽니다.ㅎㅎㅎㅎㅎㅎ
그나저나 청주에 와요!!!!!!!!!!!!!!!!!!!!!!!!!
이 바람부는 가을,,,이병률씨의 책도 보고 사인도 받고 나도 보고,,뭐 그래야 하지 않겠어요?????ㅎㅎㅎ

프레이야 2012-10-19 10:58   좋아요 0 | URL
완전 치매 ㅋㅋ 우리도 언젠가 '책 한 권 들고 파리를 가자고' 해놓구선.ㅎㅎ
청주는 가고는 싶은데 아직 미결정이라우. 그 시간 맞춰가려면 새벽에 나가야 돼요.흑흑..
이병률보다 나비님 얼굴도 보고 그래야 하는 건 맞는데 말에요 ㅎㅎ
 

눈부신 시월도 어느새 열흘을 넘기고 있다. 지난 주 점자도서관에 가지 못해 어제 시월 들어 처음 가게 되었다.

밀린 1차편집분 도서들 어서 진도 나가야 된다. 그런데 또 녹음하고 싶은 책에 두시간 할애하고 남은 시간에 편집^^

고미숙 님이 공부는 몸으로 해야한다고 했다. 예를 들어 요약정리, 필사나 낭송 같은 방법도 좋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낭독으로 읽고 편집하며 한 번 더 읽고 참 좋구나.

입으로 읽으면 내용이 잘 안 들어오지 않냐고 누가 묻길래 처음엔 틀리지 않게 읽으려고만 집중하다보면 좀 그런대

이젠 낭독하며 밑줄도 긋는다고 하니 오호~ 웃더라. 운전하며 김밥도 먹고 화장도 하듯 ㅎㅎ 위험해 이건.

아무튼 좋다. 내게 온 모든 것들이.

 

 

 

 

 

 

 

 

 

 

  조선 지식인의 글쓰기 노트 / 고전연구회 사암, 한정주, 엄윤숙 쓰고 엮음 / 포럼

  2012년 10월 10일 녹음시작

  256쪽 중 66쪽까지 녹음.

 

 

 

 

박지원, 이덕무, 이수광, 이익, 장유, 정약용, 홍길주, 홍석주, 허균, 최한기 등 한 시대를 풍미한 문장가들의 저술이나

문집에서 글쓰기와 관련한 좋은 내용을 추려서 엮은 책이다. 각각의 글 뒤에는 엮은이들이 느낀 소감을 재치있는 문장으로

짧게 기록해 두었다. 입시와 취업, 혹은 사회 여러 곳에서 '글쓰기의 고통'을 겪고 있는 수많은 독자들에게 한 가닥 빛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서문에 밝혀 두었다.  실용서는 아니고, 책은 가볍고 아담한 분량이다.

 

95가지 제목으로 95가지 조언이 실렸다. 역시 글쓰기에 왕도나 첩경이 있지는 않지만, 은은한 묵향처럼 퍼지는 근본적인

조언들을 새김질해 볼 만하다. 다 알고 있는 내용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잊기 쉽고 실천하기는 더 어려우니 늘 깨닫고

채찍질이 필요하다. 문장가들의 문장이니 그 문장 자체로도 향기롭다. 예나 지금이나 글쓰기 조언은 보편적이다.

시대에 맞춰 글을 쓰되 옛고전에서 모범을 찾으라는 말과 역사서를 포함한 다양한 독서의 중요성, 기교에 치우치지 말고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이 빠진 글을 지양하고 글과 사람의 일치함을 강조하는 내용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가치있는

충고다.

 

기이하고 뛰어난 작품들이 든 책 꾸러미를 짊어지고 자신을 찾아와 포부와 학식을 쏟아내며 눈을 반짝이던 젊은이,

이인영에게 다산이 들려준 말은 참으로 한 젊은이를 살린 살뜰한 스승의 말이 아니었나 싶다. 명쾌하고 따끔하다.

나도 부족한 부분이라 여기 옮기며 새겨둔다.

 

 

  "이리 와 앉아 보게. 내 자네에게 한 마디 하겠네.

   문장이란 학식이 마음속에 쌓여 있다가 바깥으로 드러나 나타나는 것이네. (중략) 사정이 이러한데 어떻게 갑자기 문장을 이룰 수 있겠는가? 온화하며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덕으로 마음을 기르고, 효도와 우애로 본성을 닦아 공경과 성실을 한결같이 실천해야 하네. 이렇게 힘쓰고 올바른 길을 바라보면서 고전으로 마음을 닦고 지식을 넓히고,

여러 역사서로 과거와 현재의 변화하는 이치를 꿰고, 예악 문화와 법령 및 정치제도 그리고 옛 문헌과 법도 등을

가슴 속 가득 쌓아야 하네.

  그런 다음 외부의 사물과 마주쳐 옳고 그름, 이롭고 해로움을 다투게 되면, 마음속에 가득 쌓아둔 경험과 지식이

파도를 치듯 거세게 소용돌이쳐 천하 만세의 웅장한 광경으로 세상에 남겨 놓고 싶어질 것이네. 그런 의지와 욕구를

주체할 수 없게 되었을 때, 하고 싶은 말을 하지 않을 수 없네. 그걸 지켜 본 사람들은 앞 다투어 이것이 바로 진정한

문장이라고 말할 것이네.

  나는 이러한 이치로 자신을 표현한 글만을 참다운 문장이라고 생각하네.

어찌 풀을 헤쳐 바람을 맞이하려는 듯 분주하게 서두르고 성급하게 내달린다고 문장을 붙잡고 삼킬 수 있겠는가?

(생략)"

 

                                                                                                 정약용 <다산시문집> '이인영에게 주는 말'

 

                                                                                                                                                 - p60

 

 

 

포럼 출판사의 조선지식인 시리즈로 이런 책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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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11 13: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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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12 09: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댈러웨이 2012-10-11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힘 쌓으면 읽고 싶은, 묵히고 있는 책들이란 게 이런 이들의 책들이었어요. 김훈의 <풍경과 상처>나 김연수의 <청춘의 문장들>에서 그들이 살을 보태 보여주는 옛 글의 맛이라는 게 뭐라고 해야하죠. 웅숭깊다? 몸뿐만이 아니라 마음도 정좌하고 대면해야 할 듯한 그런 세계? 소개서 혹은 입문서로 적당한 거겠죠, 프레이야님?

프레이야 2012-10-12 09:52   좋아요 0 | URL
몸을 정좌하면 마음도 따라오는 것 같아요.
이책은 발췌글 엮음책이라 어떨지 모르겠어요, 댈러웨이님에게. 웅숭깊다,는 말 오랜만에 들어요.^^
옛글의 맑은 기운은 느낄 수 있어요.

2012-10-12 12: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2-10-12 13:46   좋아요 0 | URL
네, 곧 도착하겠네요, 고맙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