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섭 시집 <터미널>, 문학동네

 

 

 

 

 

2012년 6월 22일 녹음 2시간 30분 소요 완성 

 

 

 

시집을 낭독 녹음한 건 처음이었다. 오늘 1차 편집.

다음에도 기회가 오면 또 하고 싶은 게 시집 낭독.

 

 

그런데 앞으론 소설을 주로 해야할 것 같다. 오늘 팀장이 특별히 부탁을 한다.

40대 이하 상대적으로 젊은 분들은 컴퓨터 음성 지원 시스템을 이용해 듣는 경우가 많고

청소년 이하 학생들은 점자를 학습해 점자도서를 잘 읽고

녹음도서를 이용하는 분들은 대개 50, 60, 70대 연령의 남 녀 반반 비율인데 소설류를 가장 애호한다고.

연세도 있는 분들이 귀로만 집중해 들어야 하니 딱딱한 책은 힘들다고 한다.

특히 연애소설, 그러니까 로맨스가 있고 관능적인 부분이 많으면 더 좋고.

욕설이나 저속어가 나오면 그것도 오히려 좋아하신다고.

대리만족 같은 걸까. 나도 녹음하다 그런 문장이 나오면 감정이입 되어 실감나게 내뱉는데ㅎㅎ

 

예를 들어 한창훈의 '꽃의 나라'나 김훈의 '공무도하'도 그랬고,

동시에 1차 편집하고 있는 '올리브 키터리지'에도 그런 단어나 대사들이 실감나게 나온다.

'올리브 키터리지'는 정말이지 할 말이 너무 많아서 아무말 못할 정도다. 다음 기회에...

 

그다음으로 잘 나가는 게 에세이류인데 황경신의 '생각이 나서'처럼 소녀감성이 두드러진 에세이도 의외로 좋아한단다.

미처 몰랐다. 소설 낭독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녹음봉사자들이 꺼리는 경우가 많아 수요와는 반비례하기에

특별히 봉사자들에게 귀띔하는 것이라고. 철학서나 종교서나 좀더 전문적인 도서는 특별히 신청하는 회원의

책에 한하여 봉사자들에게 부탁할 것이라고 한다.

이왕이면 필요하신 분들을 위한 봉사니까 그분들이 원하는 걸 제공하는 게 맞겠다. 동감!

점자도서관 책꽂이에 비치된 소설류는 영 마음에 들어오지 않아서 집에 있는 소설들 중 몇 권 찜해 뒀다.

이미 나는 읽은 책이지만 일순위는 <일곱번째 파도>. 

'새벽 세 시 바람이 부나요'를 몇 해 전 녹음했으니 후속편으로 나온 이 책을 녹음하면 좋을 것 같다.

이메일로 주고받는 미묘한 사랑의 감정선 그 후속편이니까.

현실에서 이루어지는 걸 상상하지 말라는 법도 없고 대화체니 듣는 사람도 편안하게 들을 수 있을 거다.

자, 그럼 소설은 목소리를 너무 차분한 톤으로 하지 말고 드라마틱하게 읽어보자구. 일석삼조!

 

그리고 자목련님 페이퍼 보고 신간 소설 두 권(각각 한강, 김선우 작)도 담아왔다. 그분들 취향에 맞을 것 같고 나도 읽고 싶고.^^

 

 

 

 

 

 

 

 

 

 

 

 

 

 

 

 

 

 

 

다시 시로 돌아가, 강원도 산골마을이 고향인 이홍섭의 <터미널>에는 좋은 시가 많다.

 

 

 

입술

 

 

수족관 유리벽에 제 입술을 빨판처럼 붙이고

간절히도 이쪽을 바라보는 놈이 있다.

 

동해를 다 빨아들이고야 말겠다는 듯이

입술에다 무거운 자기 몸 전체를 걸고 있다

 

저러다 영원히 입술이 떨어지지 않을 수도 있겠다

유리를 잘라야 할 때가 올지도 모르겠다

 

시라는 게, 사랑이라는 게

꼭 저 입술만하지 않겠는가

 

 

 

 

 

심봤다

 

 

  일평생 산을 쫓아다닌 사진가가 작품전을 열었는데, 우연히 전시장을 찾은 어떤 심마니가

한 작품 앞에 섯 감탄을 연발하며 발길을 옮기지 못하더란다. 이윽고 그 심마니는 사진가를

불러 이 좋은 산삼을 어디서 찍었느냐고 물어온 것인데, 사진을 찍고도 그 이쁜 꽃의 정체를

몰라 궁금해했던 사진가는 산삼이라는 얘기를 듣고는 기절초풍을 했더란다. 그날 이후 사진

가는 작품전은 뒷전인 채 배낭을 메고 산삼 찍은 곳을 찾아 온 산속을 헤매게 되었다는데......

 

  그 사진가는 허름한 곱창집에서 소주잔을 건네며 사는 게 꼭 꿈결 같다고 자꾸만 되뇌는데,

그게 자신한테 하는 말인지, 산삼한테 하는 말인지, 사진한테 하는 말인지 영 종잡을 수 없는

것이라, 이상한 것은 그 얘기를 듣는 나도 그 사진가를 따라 오랫동안 산속을 헤매 다닌 듯한

느낌에 사로잡히게 되었다는 것인데, 그리고 자꾸만 사는 게 꿈결 같다고 맞장구를 치는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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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데이지 2012-10-24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프레이야님께서 실감나게 내뱉으신다구요?ㅋㅋ 박장대소했어요...
프레이야님께서 낭독녹음하신 그 도서들을 읽는분도 듣는분도 참 축복이고 행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홍섭님의 시집은 그냥 지나쳤던 시집이었는데..
시를 잘 음미할줄 모르는데..적어놓으신 시들을 두번 내리 읽으니까..뭔지 모르게 좋으네요...
이런 느낌 주신 프레이야님~~~ 좋은밤 되시길...빕니다.

프레이야 2012-10-25 17:54   좋아요 0 | URL
히히, 잘 내뱉어요, 저 ㅎㅎ 대리만족도 하고요.
저도 우연히 만나게 된 이홍섭 시집, 좋은 시가 참 많더군요.
오늘 하루도 멋지게 보내고 계시죠, 블루데이지님^^

순오기 2012-10-25 0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 낭독녹음하는 페이퍼 읽으면 나도 막 낭독하고 싶어져요.
애들 어릴 땐, 책 읽으면 늘 곁에 있으니까 필 돋으면 막 읽어줬는데
이젠 다들 커서 내 곁에 있어주는 녀석이 없네요.
우리 광주에서 만날 때 한 꼭지 읽어줄 것도 챙겨오세요~ ^^

프레이야 2012-10-25 17:39   좋아요 0 | URL
애들 어릴 땐 진짜 아이랑 윤독도 하고 대사 부분은 아이가 또는 제가.. 이런 식으로도 하고..
이제 애들이랑 같이 책읽기는 안 되지만 그런 기억이 새록새록^^

네꼬 2012-10-24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 완전 멋있다. (얼얼한 얼굴로.)

프레이야 2012-10-25 17:54   좋아요 0 | URL
진짜 멋찐 네꼬님, 얼얼한 얼굴은 어떤 거에용??? ㅎㅎ

heima 2012-10-25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라마틱한 낭독!! +_+ 듣는 분들이 너무 좋아하시겠어요!

프레이야 2012-10-25 17:40   좋아요 0 | URL
소설은 그렇게 좀 후까시 넣어 낭독하는 게 좋을 것 같긴 한데
잘 안 되겠지만 노력은 해보려구요. 그래도 기본은 편안하게 들리는 게 최고라지요>^^

댈러웨이 2012-10-25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 <노랑무늬영원> 저도 자목련님 방에서 보고 표지 완전 이쁘다고 생각했었는데. 한강 작가는 <희랍어시간> 때문에 고생을 좀 해서 손이 갈까 했는데 순전히 표지때문에 읽고 싶어졌어요. 따뜻한 뭔가를 기대해? 뭐 그런 심정? 그나저나 <심봤다>는 정말 꿈결같은 시군요. ^^

프레이야 2012-10-25 17:41   좋아요 0 | URL
댈러웨이님 찌찌뽕 ㅎㅎ 전 노랑색 좋아하는데다가 저 책 표지는 정말 사랑스럽지 뭐에요.
뭔가 노랑노랑해지는 기분.^^
시인은 참 대단하다 싶어요. 물론 소설가도 그렇구요.

야클 2012-10-25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항상 느끼지만 정말 좋은 일 하십니다 ^^

프레이야 2012-10-27 16:40   좋아요 0 | URL
야클님, 고맙습니다. 열심히 계속 할 생각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