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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 좋은 날 - 씨네21 이다혜 기자의 전망 없는 밤을 위한 명랑독서기
이다혜 지음 / 책읽는수요일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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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독서에세이가 주는 기쁨은 조금, 자괴감(까지는 아니어도 아무튼)은 더 많이,일 때가 있다보니 언젠가부터는 독서에세이에 손이 가지 않았다. 저자가 읽었다는 도서를 나도 읽었을 땐 남다른 느낌이나 동감이나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지만 생소한 도서일 경우엔 낯선 나라의 이국어로 들릴 확률이 높다. 안 읽은 책들 중 끌리는 책을 체크해 뒀다가 다음에 읽을 거리들로 곳간에 쌓아두는 것도 어느 정도다. 밀리기만 하고 대체 사놓고 재여놓은 것들은 언제 다 읽을 거냐구, 이렇게 머리를 쥐어 박는 거다.

 

나는 이다혜 기자의 이름도 처음 들었다. 영화를 좋아하지만 씨네21을 읽어보는 일은 거의 아주아주도 잘 없다보니. 그런데 이 여자분 대단히 유명한 글쟁이다. 아니, 라디오에서 책을 소개하는 코너에서 들어본 적이 있는 것도 같고. 아무튼 내 기억엔 첫만남이고 첫사랑이 될 듯하다. 젊고 재기발랄하고 독서의 양과 질도 이렇게나 통통 튀다니. 이 책에서 소개된 책들만 해도 동서남북 버라이어티 쇼 이상이다. 만화에서부터 스릴러, 추리소설에서 고전소설, 자기계발서에서부터 인문사회 과학, 우리나라 도서에서 외국 도서까지 두루 손닿지 않은 데가 없어보인다. 다행히, 첫 책은 임범의 '내가 만난 술꾼'이다. 영화 '북촌방향'에서 자주 등장한 술집 '소설' 이야기도 나와 반갑다.

 

눈길을 더 끄는 건, 짧고 경쾌하고 명쾌한 글쓰기 방식인데, 자신만의 톡톡 튀는 독법에서 비롯한다. 한 권의 책을 읽고 이렇게나 엉뚱하고 색다른 소리를 초점을 잃지 않으면서도 유머러스하고 의미심장하게 할 수 있다니. 연애의 구질구질함에서부터 에로틱 환상에 너털웃음 웃는 모습까지, 가볍다가도 진중하고 쿨한 척하다가도 마음 약하고 따뜻하다. 게다가 자신의 경험과 체험, 일상에서의 크고 작은 느낌들을 절묘하게 환기해 어느 책에나 끌어붙인다. 스스로 말했듯, '그 책을 읽던 시기의 세상살이에 대한 내 생각이나 추억을 엮어' 썼다.  독서가 생활이고 생활이 독서인 정말 생활형 독서가라 부르고 싶어진다. 유명 작가들의 뒷이야기나 어느 작품의 배경 등 재미있는 정보도 쏠쏠하다.

 

 

 

거짓이 사회의 윤활유가 될 수는 있겠지만 아무리 좋은 윤활유도 엔진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그리고 그 사회의 엔진은 바로 정직과 솔직이다. (p160)

 

 

 

위의 글은 위르겐 슈미더의 <왜 우리는 끊임없이 거짓말을 할까>를 이야기하며 저자가 인용한 글귀다. 물론 나는 이 책을 읽어보지 못했다. 요즘 대세는 재력도 권력도 아니라 바로 '매력'이라는 말이 있다. 어떤 식으로든 매력이 없으면 꽝이다. 사람도 책도 매력이 있어야 뭐 그다음 일이 된다. <책 읽기 좋은 날>이 매력적인 이유는 이렇게 전혀 읽어보지 못한 책에서조차도 흥미로운 눈길이 가게 하는 점이다. 지루하지 않고 호기심 폴폴 이는 눈길로 끌어들이는 문장 덕분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읽고 싶어져서 붙여둔 포스트 잇이 주렁주렁일 가능성이 높다. 가령 이런 책 <작가가 작가에게>...

 

 

제임스 스콧 벨이 쓴 <작가가 작가에게>는 소설을 쓰는 77가지 전략을 소개한다. 과연 이 책이 하는 말이 진짜일까?

도움이 될까?  이 책에는 구체적인 조언들이 가득하고 전략과 전술이 빼곡하다. 한국에서는 아무 쓸모도 없는 에이전트

관련 지시사항도 있지만 소설에 절대 쓰지 말아야 할 것들로 날씨, 꿈, 행복한 사람들을 제시하고, 등장인물을 생각에

잠기게 하지 말라는 조언은 너무 적확해서 소름이 돋는다.   - p 221

 

 

 

 

그나저나 책 읽기 좋은 날은 일년 365일인데 뭐하냐. 책을 읽어 더 잘 산다고 장담할 순 없지만 책이 있어 행복하다.

잊혀도 좋은 이름 없듯이, "잊혀도 좋은 책은 없다. 부디 이 책도 그러하면 좋겠다"고 말한 저자가 솔직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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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12-11-28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짧고 경쾌하고 명쾌한 글쓰기와 톡톡 튀는 독법이 궁금하네요.
관심도서로 찜 해둬야겠어요.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프레이야 2012-11-30 10:04   좋아요 0 | URL
감은빛님, 우리들처럼 리뷰 쓰는 일로 즐거움을 찾는 사람들은 읽어볼 만한 책이에요.
다른 느낌의 리뷰를 맛볼 수 있어요. 정석에서 벗어난 경쾌한 느낌이요.
대단한 독서량과 갈래도 그렇고... 전 몇 권 빼고는 모두 안 읽어본 책이었어요.
체크하다가 나중엔 그냥 포기했지요.ㅎㅎ

다락방 2012-11-28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 저도 이 책을 읽었거든요. 저는 프레이야님처럼 이 책을 재미있게 읽은건 아니지만 다른 의미로 이 책이 좋았어요.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책이라면 뭐랄까, 어려운 책 잔뜩에다가 전형적인 서평의 형식대로 써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다혜는 그렇게 쓰질 않고 책과 전혀 관련 없는 얘기를 쏟아내기도 하잖아요. 그런면에서 제게 일종의 자신감(?)같은게 생기더라구요. 저는 음, '리뷰'를 못쓰겠거든요. 그게 제게는 일종의 컴플렉스인데, 이 책을 읽으니 꼭 굳이 '리뷰'를 할 필요가 있진 않겠구나, 싶더라구요. 그냥 지금처럼 책 한 권을 읽고 이리 튀고 저리 튀고 하는 글들을 써도 되겠어, 하면서 말이지요. 그런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준 고마운 책이었어요, 제겐.

프레이야 2012-11-30 10:06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제말이 딱 그거에요.
사실 이 책 읽으며 떠오른 몇 분 중 한 명(제일 먼저) 다락방님이었어요.
비슷했거든요. 자신감(^^) 충분히 가지셔도 되구요. 계속 락방님의 글을 좋아할 거에요. 히히~
전 좀 배워야할, 벤치마킹이라도 해야할 독법과 문법이었구요!!!

야클 2012-11-28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이 책이 서재에 자주 등장하네요. 슬슬 나도 사볼까 하는 생각이....

프레이야 2012-11-30 10:07   좋아요 0 | URL
야클님도 재미있어할 책 같아요.
근데 이미 야클님은 이런 식의 글읽기와 글쓰기를 하고 계신 것 같은데요^^

라로 2012-11-28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클님까지 그러시니 나도 사볼까 하는 생각이....

프레이야 2012-11-30 10:12   좋아요 0 | URL
야클님 따라쟁이인거에요??응응? ㅎㅎㅎ
나로선 너무 많은 새로운 책을 알게 되는 책이라 좋아요.
예를 들어 석영중 지음 '톨스토이, 도덕에 미치다', 밀란 쿤데라의 '만남', 이외도 많아요.
그리고 난 만화 잘 안 보지만 나비님은 좋아하시는 일본 만화류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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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 - 위화, 열 개의 단어로 중국을 말하다
위화 지음, 김태성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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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삶과 글쓰기는 아주 간단할 때가 있다. 어떤 꿈 하나가 어떤 기억 하나를 되돌리면,

그다음에는 모든 것이 변하고 마는 것이다. (p157)

 

 

개인의 역사는 그가 속한 사회와 국가의 역사와 밀접하다. 콩으로 메주를 쑨다는 말이니 공허하기 짝이 없는 소리다.

 

아빠가 삼십 년 전 역사의 소용돌이에서 작은 그러나 작다고도 결코 말할 수도 없는 불이익을 당했다는 걸 얼마전에야 알았다. 아빠는 80년대 초 동네에서 제법 잘나가는 전파사를 하고 있었다. 워낙 성실하셨고 특별한 물건들(오디오, 텔레비전을 비롯해 각종 전자제품)을 최상의 컨디션으로 설치해 주려고 혼신의 힘을 다했었다. 당시 우리 동네는 전파가 잘 잡히는 곳이 아니었다. 동네를 감싸고 있던 산이 그 장벽이었는데, 그게 문제였다. 일본 방송이 전파를 타고 들어오게 해주면 텔레비전이 더더 잘 팔리는 것이었으니 아빠는 전파를 끌어오는 외계인 노릇을 자처했다. 전문기사를 데리고 산을 뒤져 전파를 잡고 안테나와 유선을 설치해 일본방송 전파를 끌어들였다. 장사는 불티나게 되었다. 당시 내 기억으로도 아빠는 밤 2시가 되어야 가게 문을 닫았고 아침 7시면 벌써 가게문을 열고 청소를 시작하셨다. 나는 물양동이에 물을 받아다 몇 번 날라 드리기도 하고 가게 안 먼지를 털기도 했는데 때로는 귀찮아 짜증이 나기도 했다.

 

5.18 광주혁명이 일어났다. 언론이 통제되었지만 일본전파를 타고 들어오는 외신뉴스가 문제가 되었다. 그러니 국가에서 일본방송을 못 보게 전면조치를 내렸다. (그 이전에는 일본방송으로 프로레슬링 시합도 보고 쇼프로도 보고 했던 기억이 많이 난다. 아빠는 일본어를 할 줄 아셨고 당시 연배가 비슷한 어른들은 거의 그랬다.)  그후 아무래도 매출이 줄었던 건 당연지사. 아빠가 당시 그런 금지조치를 당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유선케이블의 원조가 될 수도 있었는데 말이다.  많은 희생자들에 비하면 아빠의 그것은 새발의 피라고 할 수 있지만.

 

위화를 처음 만난 건 10년 전 <살아간다는 것>을 읽고서다. 여기 간단한 리뷰도 올린 적이 있는, 당시 꽤 인상적이었던 소설이었다. 그후 <허삼관 매혈기>로 위화를 두번째 만났는데 그것도 강렬했다. 이번엔 에세이다. 저자가 머리말에서 밝혔듯, 이 책은 '지금까지의 길을 되돌아가는 것'이다. '휘황찬란해 보이는 오늘의 결과에서 출발하여 어쩌면 오늘의 불안이 되고 있는지도 모를 원인을 찾고자 하는 것'이다. 저자의 삶을 흔들고 무의식에 자리하고 있는 문화대혁명 시기의 기억은 악몽같이 들러붙어 있으면서도 그 안에서 특유의 냉소와 유머를 발견하고 어느 순간 그 두려움의 기억에서 깨어나는 눈은 그래서 더 밝다. 슬픔 가운데서도 웃음이 있고 기쁨 가운데서도 눈물이 있듯 저자가 살아온 유년의 기억과 학창시절 그리고 성인이 되어서 글을 쓰는 직업을 갖는 꿈을 이루기까지 중국의 거대한 역사적 흐름 속에서 그는 풀뿌리처럼 질긴 생명력으로 살아온 셈이다.

 

인민, 영수, 루쉰, 산채, 홀유를 비롯한 열 개의 단어로 말하는 모국의 정치, 경제, 문화를 비롯한 풀뿌리 사람들의 삶과 욕망과 꿈의 불균형, 국민성에 대해 재미있고 놀라운 에피소드를 통해 이야기하는 이 책에서 저자는 다시 문화대혁명으로 돌아가는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내가 오늘날의 중국을 얘기하면서 자꾸 문화대혁명 시기로 돌아가는 이유는 이 두 시대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회의 형태는 이미 판이하지만 일부 정신적 내용은 여전히 놀라울 정도로 닮은꼴이다. 예컨대 우리는 全民운동 방식으로 문화대혁명을 진행한 데 이어 똑같이 전민운동 방식으로 경제발전을 진행해 왔다.  내가 여기서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민간 경제의 빠른 성장이다. 문화대혁명 초기에 한꺼번에 수많은 조반파 사령부가 생겨났던 것처럼 1980년대의 중국 사회에서는 돈을 별려는 광적인 열기가 혁명의 광기를 대신하면서 순식간에 무수한 민영기업이 생겨났다.   - p310

 

 

위화는 "저의 글쓰기는 근원이 매우 멀고 깊어 물길의 흐름도 아주 깁니다"라고 말하며 그 연원을 문화대혁명 시기의 대자보 쓰기에 둔다. 심각한 상황인데도 지금 여기에서 우리가 읽는 입장에서는 웃지 않을 수 없는 희한하고도 슬픈 역사의 자락자락이 유머러스하게 서술된다. "문화대혁명 시기의 대자보 쓰기와 오늘날 블로그 쓰기가 갖는 한 가지 공통점은 둘 다 자신의 존재 가치를 드러내기 위한 것이라는 점이다.(p115)"  초등학교 시절 가장 두려워했던 존재, 대자보를 쓰는 헤프닝은 코믹하게까지 읽힌다. 무정부주의 정신을 담는 '산채'나 그보다 한 수 위인 '홀유'를 키워드로 한 장도 흥미롭다.

 

글쟁이 위화의 후기에서는 '과거를 회상하며 삶을 한 번 더 사는'(살게하는) 글쟁이들의 소임이 무엇인지, 새삼 의미있다.

 

타인의 고통이 나의 고통이 되었을 때, 나는 진정으로 인생이 무엇인지, 글쓰기가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나는 이 세상에 고통만큼 사람들로 하여금 서로 쉽게 소통하도록 해주는 것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고통이 소통을 향해 나아가는 길은 사람들의 마음속 아주 깊은 곳에서 뻗어나오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나는 중국의 고통을 쓰는 동시에 나 자신의 고통을 함께 썼다.  중국의 고통은 나 개인의 고통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과거, 오늘, 내일을 알기에도 유효하지만 '독서'와 '글쓰기'에 관한 장에서는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새길 만한 내용으로도 좋다. 아무 장이나 마음에 오는 키워드부터 펼쳐 읽어도 무방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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댈러웨이 2012-11-28 0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어제 모옌의 홍등, 원제는 다름요,을 팟캐스트로 들었어요. 슬슬 대륙풍이 부는 건가요? ^^ 이 책이랑 이다혜 작가의 책도, 음, 일단은 다행히 주문에서 한 발 늦었어요. 묵히고 생각해봐야지. ㅎㅎ

댈러웨이 2012-11-28 21:25   좋아요 0 | URL
아, 붉은 수수밭요. 홍등이 아니라. 원제가 무슨 가족인데... --;

라로 2012-11-28 22:07   좋아요 0 | URL
홍꺄오량 가족인가??/특이한 이름이던 기억이,,ㅎㅎㅎ

프레이야 2012-11-30 10:14   좋아요 0 | URL
역시 나비님^^ 홍꺄오량 가족.
붉은 수수밭은 영화로 본 기억만 있어요.
댈님, 팟개스트로 영어로 들으신거죠? 당연히! (아닌가? 중국어?) 암튼 부러워라~~:)

댈러웨이 2012-11-30 10:50   좋아요 0 | URL
바보 프레이야님. --; 한국어로 들었는데요. --; 그런데 그건 영어 리스닝이 나빠서 그런 건 절대절대 아니에요. --; (뭔지 변명같다는...)

프레이야 2012-11-30 10:55   좋아요 0 | URL
아흐흑~ 난 바보야요ㅎㅎ
나도 팟캐스트 들어야지들어봐야지 하면서 미뤘는데
당장 들어봐야겠어요. 어떻게 해요? 그냥 팟캐스트 치면 나와요??
 
[그렇게 한 편의 소설이 되었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그렇게 한 편의 소설이 되었다 - 위대한 문학작품에 영감을 준 숨은 뒷이야기
실리어 블루 존슨 지음, 신선해 옮김 / 지식채널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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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표지에 대한 호감도 100%다. 내가 무조건 사랑하는 골동품 수동 타자기하며 펜대끝에 다는 깃털 하나,  역시 내가 좋아하는 타자체로 쓰고 음각으로 강조한 책제목의 과감한 배치와 전체적으로 여백을 많이 둔 하얀색 표지, 그리고 부제에 들어있는 내가 좋아하는 단어 'inspiration'. 저자는 "문학적 영감을 어떻게 얻고 글로 옮기는지에 관심이 많았고 현재 유명 작가들의 독특한 글쓰기 기술에 관한 책을 쓰고 있다"는 미국의 실리어 블루 존슨이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문학작품을 쓰고자 꿈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얼마나 끌리는 대목인가. 저자는 처음 들어본 이름이지만 역자는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을 옮긴 분이어서 더 끌린다. 역시 무리한 문장 없이 술술 잘 읽힌다.

 

 

예술가에게 영감이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솟아나는 것이면 다행한 일일까. 영감을 구하지 못해 고통스러워 하는 게 예술가의 숙명이고 의무다. 영감으로 탄생한 게 아닌, 모방이나 매너리즘에 빠진 예술작품은 그것을 대하는 독자와 예술가 자신에게조차 감흥을 주기 어렵다. 문학작가도 예외가 아니다. 영감이 오는 순간, 이야기는 이미 시작하고 나아간다. 하지만 영감이란 게 아무런 준비도 없는 사람에게 불쑥 찾아오진 않는다. 늘 꿈꾸고 생각하고 머릿속으로 그리며 기회의 앞머리채를 잡을 준비가 되어 있는 자에게 영감은 어느 날 우연을 가장하여 안겨들고 그 우연은 운명이 된다. 에세이 <그렇게 한 편의 소설이 되었다>는 위대한 문학작품을 낳은 작가들이 영감이 온 순간을 어떻게 붙잡아 작품으로 탄생시켰는지에 대한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실었다. 한 마디로 사진의 톨스토이라고 불리는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 말한 '결정적 순간'의 문학적 포착이다.

 

 

내가 연구한 작가들 중 똑같은 길을 개척해 그토록 창조적인 작품에 도달한 이는 없었다. 모든 작품이 정교하게 엮인,

각기 다른 상상과 경험을 바탕으로 탄생했으며, 순수하게 우연이 섞여 들어간 경우도 의외로 많았다.

다만 이들 작가들에게는 공통점이 한 가지 있었다. 그들은 모두, 영감이 떠오르는 순간을 놓치지 않겠다는 강한 열망을

지녔다. 그리고 그 순간은 대개 예기치 않았을 때 찾아왔다.   

(중략)

이 이야기들은 도처에 영감이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일깨워주기도 한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란 한순간에

사람의 두뇌를 압도하다가도 다음 순간에 까맣게 잊히곤 한다. 그러나 준비가 된 사람은 영감이 머리를 스치는 그

찰나의 순간을 결코 놓치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도 그 순간을 붙잡을 수 있다.

 

                                                                                                                        - 저자가 쓴 '여는 글' 일부

 

 

 

"그리고 우리도 그 순간을 붙잡을 수 있다"

이 문장에 힘을 얻어 이 책을 읽어본다면 창작을 고뇌하고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작은 도움과 재미를 동시에 줄 수 있는 책이다. 물론 단지 문학작품을 사랑하는 독자들에게도 작가와 그 배경을 이해할 수 있는 통로를 조금 더 열어줄 수 있겠다. 목차를 펼치면 또 탄성이 새어나온다. 거장들의 펜대끝에 달렸을 그 깃털이 각 장의 번호를 달고 여섯 장으로 나뉘어 정말이지 이름만으로도 벅찬 대작가와 작품이 일렬종대로 섰다.

 

각 장의 제목은 이렇다.

- 1.번쩍 스치는 황홀한 순간, 2.이야기는 또 다른 이야기를 낳고, 3.현실 속 그와 그녀의 이야기,

4.어둠 속 저편 영감이 떠오르다, 5.영감을 찾아 떠난 위대한 여정, 6.내 삶의 현장이 곧 이야기. 

 

이렇게 6개의 소제목은 각각 영감이 스치는 순간이거나 그걸 찾아 떠났거나 일상에서 우연히 안았거나 모두 우리를 찾아온 영감을 작품으로 탄생시키는 과정에서 미덕을 발견할 수 있게 설렘을 준다. "작가들은 이미 훌륭한 이야기꾼이었고 영감으로 떠오른 오랜 이야깃거리를 어떻게 매만져 흥미로운 작품으로 재탄생하게 할 수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물론 저자가 엮은 이 이야기들이 약간의 허구나 오류, 과장이 있었을 순 있겠지만 가히 지나친 수준이 아니란 걸 믿을 수 있게 연도나 갖가지 자료 등을 제시하며 비교적 객관적으로 쓰고 있다.

 

 

1장의 첫 작품은 내가 요즘 읽고 있는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를 다룬다. 톨스토이가 어느 날 저녁 식사를 마친 초저녁 소파에 앉아 까무룩 잠결로 빠져드는 순간, 불현듯 스친 하나의 환영(幻影)에서 대작이 탄생했다니, 경이롭다. 그것은 '맨살이 드러난 여인의 팔꿈치'였다. 그리고 몇 가지 당시 실제 일어났던 사건이 작품에 등장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기차에 뛰어들어 목숨을 스스로 버린 사람이라든가 안나라는 인물의 특성을 구체적으로 그리는 데 기여한 실존한 두 명의 여인이라든가.

 

 

2장에서는 이야기가 또 다른 이야기를 낳으며 작품이 된 경우들이다. 톨킨이 <반지 원정대> 서문에서 "이 이야기는 말을 통해 점점 자라났다"고 밝혔듯, 2장을 읽으며 나는 아이가 어렸을 적 잠자리에 들어 이야기에 이야기를 물고 말로 동화창작을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흔히 말하는 '뒷이야기 다시쓰기'다. 아이에게 창작동화 한 편을 읽어주곤 서로 이야기를 다르게 지어 들려주었는데 같은 원작에 매일 이야기는 다르게 나아가며 재탄생했다. 지금 하라면 닭살 돋아 못할 것 같은데 그땐 날마다 그 일이 참 즐거웠다. 물론 아이도 두 눈을 반짝이며 창작에 가담해 나에게 들려주며 서로 재미있어 하다 잠에 빠지곤 했다. 이야기가 이야기를 낳고 영감이 영감을 낳듯 상상력도 훈련이 필요한 것 같다. 대작가들도 모든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그려두고 쓴다기보다 쓰면서 이야기가 이야기를 만들어갔다니 그 과정이 흥미롭다.

 

3장에서는 현실 속에서 만난 인물을 창작의 인물로 그려낸 경우다. 픽션이라고 하여 기이한 상상으로만 이야기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현실의 여러 인물을 조합하여 다양한 성격과 외형적 특징까지 한 데 잘 섞어 빚어낸 인물들이 작품 속에서 생생하다.

'오만과 편견', '댈러웨이 부인' 등이 나온다. 어쩌면 인물에 작가 자신이 무의식적으로 투영되기도 하는데 '위대한 개츠비'의 개츠비를 두고 피츠제럴드는 이렇게 밝혔다. "어느 순간에 개츠비를 나 자신으로 보게 됐는지 전혀 모르겠다. 처음엔 내가 아는 사람으로 출발했던 그가, 어느 틈엔가 나 자신으로 변해 있었다." (p188)

 

 

4장에서는 어려운 현실을 겪으며 어둠 속 저편에서 건져올린 영감들을 만날 수 있다. 누추한 감방 안에서 작품의 영감을 얻고 그 기반을 다진 세르반테스와 도스트예프스키. <돈키호테>와 <죄와 벌>이 탄생한 곳은 춥고 어두운 감방 안에서였다.

5장에서는 모험이나 여행을 떠나 낯선 곳에서 위대한 영감을 찾은 경우다. 이런 경우는 작가의 생생한 경험이 작품에 녹아날 수밖에 없다. <모비딕>, <야성의 부름>, <길 위에서> 등등.

 

 

6장은 삶의 현장, 생업의 현장이 이야기의 축이 된 경우다. 영감은 기상이나 환영이 아니라 자신이 몸담아 일하며 체험한 곳에서 얻을 수 있는 것.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가 쓴 일기 한 구절이 인용되어 있다. "생업을 갖지 않은 채 앉아서 글만 쓴다면, 이 얼마나 헛된 일이겠는가." 이런 걸 보면 일하느라 글 쓸 틈이 없다느니 영감이 말랐다느니, 다 합리화일 가능성이 크다. 정신병동 야간근무 조였던 켄 키지의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1953년 <마드모아젤>의 객원 편집기자로 뽑혔던 실비아 플라스의 <벨 자 The Bell Jar> 등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온다. 우리 작가 중 김훈의 소설을 읽다보면 특정 직업에 대한 자료조사가 철저하다고 느끼게 되는데, 특히 기억나는 건 등대지기와 세밀화가. 그리고 '공무도하' 에는 자신이 몸담고 일했었던 신문기자의 일상과 말투, 현장의 긴박감과  씁씁한 현실이 생생하다. 진짜 이야기는 기사화되지 못한 기사에 있다는 뭐 그런 내용까지. 

 

 

얼마 전에 본 영화 <사랑하는 여자, 창녀>에는 후속작을 쓰기 어려워 날마다 카페에 나와 머리를 쥐어짜는 어느 유명 소설가에게 위대한 영감을 준 여인이 나온다.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이 젊은 여인은 자신의 직업을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직업이라고 소개하고 자신의 트라우마와 어두운 기억에 묻힌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한다. 소설가는 그걸 메모하고 돌아와 집필에 몰두한다. 만남을 거듭하며 그녀가 들려준 과감한 이야기와 생생하고 대담한 묘사로 거침없이 써내려간 소설은 호평을 받게 된다. 여인이 선사한 최고의 선물, 자신의 기억을 빌려준 덕분에 탄생했고 작가는 진심으로 고마워한다. 이렇게 우리의 '기억'에서도 영감을 건져올릴 수 있다. 세월이 지나며 더 윤기가 나는 가죽가방처럼 결정적 기억은 오랜 시간이 지날수록 더 선명해지는 법이다. 그러나 여인이 들려준 그 기억이란 실재한 기억이일까?  허구였다면 상상이었다면 기억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 여인의 사랑과 꿈이 얼마나 절실하고 진정 어린 것이었는지, 알게 되면 눈물겹다. 상상력이 풍부하다고 하여 묘사가 과대망상적이거나 실제와 달라서는 곤란하다는 것도 알 수 있다. 묘사는 정확하게, 상상은 과감하나 땅에 뿌리를 두고 정교할 것. 몸과 영혼 모두를 다해 영감을 준 그 여인 같은 '영감'이 평생에 몇 번이나 올까, 작가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이 책은 한 편 한 편 에피소드의 길이가 길지 않아 호흡이 짧다. 이미 읽은 작품에 먼저 눈이 갈 것이고 관심가는 작가와 작품을 먼저 골라 읽어도 무방하겠다.  아직도 접하지 않은 위대한 작품들은 기억해 두었다가 독서확장의 기회로 삼을 수도 있겠다. 영감을 얻는 순간을 타인의 경험을 통하거나 책을 통한 간접경험으로도 잡을 수 있지 않을까.

 

덧)각 편마다 '작품 엿보기'를 붙여 줄거리 소개를 해두었고 몇 편은 왜 그런지 생략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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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2-11-01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제가 첫댓글인가요?
이런 책은 저도 흥미로워요. 독서나 글쓰기에 대한 책은 다 끌려요.

"그리고 우리도 그 순간을 붙잡을 수 있다." - 저도 갑자기 머릿속에서 이야기들이 마구 마구 피어날 때가 있더라고요. 그런데 필기준비가 안 되어 있어서 생각만 하다가 잊고 말 때가 많아요.
길을 걷다가, 또는 어느 차 안에서, 또는 영화를 보는 극장에서...
그러니 메모지를 갖고 다녀야 할까요?

프레이야 2012-11-02 11:13   좋아요 0 | URL
위대한 작가와 평민과의 차이랄까 싶어요.ㅎㅎㅎ 저도 메모습관이 안 돼 흘려버리는 것들이
때로는 아까운데, 그러고보면 글을 쓰는 사람은 그처럼 예민하고 붙잡아둬야할 것, 불러들일 것들도
많으니 고달픈 인생인가요?!!! 자발적 고달픔이라면 흔쾌히 즐거운 일!
페크님, 오늘도 좋은하루 보내세요^^

드림모노로그 2012-11-01 1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학가와 일반 사람이 틀린 이유가 영감이 스친 찰나의 순간을 기억한다는 것이군요..
제목도 이쁘고 표지도 정말 이쁜 책이네요 ^^
이 책 꼭 기억해두었다가 읽어봐야겠습니다 ^^ 바로 카트로 ㅋ~

프레이야 2012-11-02 11:14   좋아요 0 | URL
네, 그 차이인 것 같아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재탄생시키는 능력이랄까.
가볍고 맛난 읽을 거리에요.^^
드림모노로그님, 좋은 하루 보내세요^^

다크아이즈 2012-11-01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께서 이 책 꼭 사게 만드시네요.
영감, 내 삶의 현장이 곧 이야기 등에 눈길이 꽂힙니다.
문장 탄탄한 프레이야님이 꼼꼼하게 짚어주시니 안 읽어도 읽은 듯.

점심 약속 있어 나갔다 왔는데 쌀쌀하네요.
독감 주사도 맞고 왔어요. 프레이야님도 건강 조심하시길...

프레이야 2012-11-02 11:16   좋아요 0 | URL
후훗~ 팜므느와르님도 좋아하실 책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오늘은 기온이 좀 올랐는지 몸이 대번에 느끼네요.
추위 맞을 준비도 안 했는데 너무 갑자기 춥다 싶더라구요.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전 독감주사 한 번도 안 맞아봤어요.ㅎㅎ
건강하다기보다 유비무환 타잎이 아닌거죠.^^

M의서재 2012-11-01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 책 정말 재미있을 것 같아요. 게다가 제가 딱 찾고 있던 책이기도 하네요. 원하는 순간, 딱 맞은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프레이야 2012-11-02 11:18   좋아요 0 | URL
책도 인연처럼 다가오더라구요. 신기하게도.
이 책 좋아하실 것 같아요. 재미난 에피소드들이 많아요.
하루 또 바쁘게 따뜻하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댈러웨이 2012-11-02 1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감의 순간...이 오면 정말 페이퍼 써 나가는 게 저절로 각이 딱 잡혀요. A, B, C, D 해가면서. 그럼 순식간에 써지기도 하고요. 하. 여지껏 페이퍼 서른 몇 개 올리면서 그런 순간이 다섯 손가락 안에 들지말지 했던 것 같네요. --; 이 책도 읽고 싶어지게 하는 리뷰이지만, 장바구니에 넣어진 채로 또 처분만 아마 기다리지 않을까 싶...다는. 프레이야님, <안나 카레니나> 읽으시고서 안나-브론스키에 관해 우리 열띠게 의논해 보아요. 저는 이 책 아무래도 제목 잘못 정했지 싶은데. 그리고 안나-브론스키 간의 관계가 정말 센슈얼 그 자체인지, 그래서 감탄스러울 정도인지도 한 번 열띠게 의논해 보아요. 나비님이랑 한 번 얘기해볼려고 그랬는데 나비님 사라지는 바람에. ㅠ.ㅠ 아, 저 또 너무 시끄러웠어요. 주말 잘 보내세요, 프레이야님. ^^

프레이야 2012-11-04 01:45   좋아요 0 | URL
문학작품을 정말정말 사랑하는 댈러웨이님이 이 책 보시면 더더 좋아하실 것 같아요.^^

안나-브론스키는 센슈얼 그 자체인지, 아직은 모르겠어요.ㅎㅎ 영화는 봤지만 책 다 읽고 생각해봐야겠네요.
문학동네 것으로 읽고 있는데 이제 겨우 1권 1/4 남았어요. 두 사람이 서서히 마음을 알아가고 있어요.
아무튼 나중 열띠게 얘기해 봐요.ㅎㅎ 나비님은 무지하게 바빠서.. 그래도 다음에 같이..ㅎㅎ

앗참, 저 자카란다 사진 저장했어요. 꿈결처럼 좋아서요.^^

2012-11-03 10: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댈러웨이 2012-11-05 13:46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이 새 아이콘 정말 마음에 들어요. 색감도 그렇고. 이제 바꾸지 마세요. 아, 센슈얼이랑 섹슈얼이랑 어떤 걸로 할까 하다가 고친 게 센슈얼이라는. --; 성적인 것과 관능적인 것, 이 두 가지 다인가요? 두 사람의 관계에서 그런 것들이 막 흥분을 일으킬 정도인가요? TV 북클럽 리뷰어들이 하도 그렇다고들 강조에 강조를 하길래, 아 이건 내가 뭘 완전히 다 놓쳤구나 했다니까요... 자카란다는 사진이 너무 어둡게 나와서... 조만간 자카란다 순례여행을 (응?) 떠날 거거든요. 그때 멋진 사진 올릴께요. 근데 얘네는 멀리서 보면 그 색감이 너무도 신비스러운데, 가까이서 보면 그렇게 안 이뻐요. 꼭 저 같다는. (또 응? ㅎㅎㅎ)

2012-11-05 13: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2-11-05 20:08   좋아요 0 | URL
님, 센슈얼, 섹슈얼은 더 읽어보고 얘기해요.^^
자카란다 순례여행은 말만 들어도 근사해요. 저도 막 따라가고 싶어요.ㅎㅎ
멀리서 보면 뭐든 신비하고 아름다워 보이기 쉽지요. 가까이서 실체를 알면 꼭 그런 것도 아닌데
말에요. 그치만 댈러웨이님이 그렇단 건 절대 아니에요. 저도 안 그래요.^^
가까이서 보면 더 이뻐요, 우리. 호호~~

아.. 대문사진은 최근에 본 영화 'Searchign for Sugar Man' 포스터에요.
영화가 너무나 좋았답니다. 음악이 더 좋아 음반 주문해뒀어요.
실제 로드리게즈 라는 미국가수의 삶을 담은 다큐에요. 페이퍼 쓸게요^^

2012-11-05 20: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블루데이지 2012-11-03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소 문학의.깊이를.잘 몰라서 프레이야님의 글을 보고는 약간 부끄러워져요^^ㅋㅋ
프레이야님 갑자기.날씨가.추워졌어요~ 꼭 건강 조심하셔야해요...
제철인.생강으로.끓인차가 인삼보다 몸에 더 좋다네요^^
모쪼록 감기조심 부탁(?)드립니다!ㅋ 즐거운 주말 보내셔요!


프레이야 2012-11-03 19:25   좋아요 0 | URL
님, 어찌 이리 다정한 부탁을요. ^^♥
생강은 제 체질에도 좋다는 건데 손수 끊일줄은 모르고 감기기운 있을 때 가끔 인스턴트로요.
불루데이지님도 세 아기 돌보며 꼭 감기 안 걸리시길
부탁드려요. 아프면 나만 힘들어요.
편안한주말 보내세요. 울긋불긋! 이쁘게요.~~

플레져 2012-11-05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고 싶어요.
좋은 책 리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프레이야님~~~ ^^

프레이야 2012-11-05 20:06   좋아요 0 | URL
플레져님께 정말 좋은 책이 될 거 같아요. ^^
책도 임자를 만나야 쓸모가 더 있지요.~~~

2012-11-06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정적 순간의 포착 맞네요. 이 책, 그랬지요. 저도 재밌게 읽었어요.^^

프레이야 2012-11-07 20:21   좋아요 0 | URL
대단한 작가에 대단한 작품들의 탄생 뒷이야기, 흥미롭게 읽었어요.
섬님은 12기 신청하셨어요? 전 안 했어요. 한 번 쉬고 밀린 책부터 읽으려구요^^

2012-11-09 17:03   좋아요 0 | URL
저도 신청 안 했어요. 책 받아 보는 건 좋은데, (선물로 받는 것도 좋고, 안 읽을 뻔한 좋은 책 읽는 것도 좋고)
리뷰 쓰기가 넘 힘들어요.ㅠ 한동안은 안 할 거예요. -앞으로 절대 신청 안 할 거란 장담은 못 하겠고~^^

프레이야 2012-11-09 20:45   좋아요 0 | URL
그랬군요, 섬님도 ^^ 좀 건너뛰었다 마음 내킬 때 하지요 뭐. ㅎㅎ
 
[우리가 사랑에 빠졌을 때]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우리가 사랑에 빠졌을 때
정호승.안도현.장석남.하응백 지음 / 공감의기쁨 / 2012년 8월
평점 :
품절


 

오늘아침 모 퀴즈프로그램을 잠시 보는데 출제문제 중 오 헨리의 말이 나왔다 - 훌륭한 이야기란 겉에는 설탕 발린 쓰디쓴 알약 같은 것이다. 당의정으로 둔갑해 전달되지만 쓰디쓴 현실인식을 담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리라. 스토리, 소설을 두고 한 말이지만 시도 비슷한 게 아닐까. 시적 언어의 감동까지 고려한다면 더 응축된 언어를 써야하니 시인은 어쩌면 소설가보다 몇 배는 더 고민하고 고뇌하는 사람이어야 될 거라는 생각이 든다.

 

 

여고시절 책 강매 사건(?) 후 담임선생님에게 내 나름의 억울함과 진심어린 심정을 전달하기 위해 이상화의 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시 노트에서 옮겨 편지로 전해드렸다. 당돌했지만 그 일은 선생님에게 모종의 충격을 드렸던지,  '너, 참 그렇게 빡빡해서는 세상 살기 쉽지 않겠다'는 막막한 눈빛으로 빤히 내 눈을 뚫어져라 보시며 조근조근 훈계하시던 노처녀 선생님. 그분도 지금은 어디선가 세월의 놀빛을 따라 물들어가고 계시겠지. 일흔 넘은 엄마가 소중히 갖고 계시던 조병화, 천상병 시집도 이제는 날강날강 곰팡이 나는 누런 종이가 되었다. 언젠가 시를 좋아한 엄마가 쓴 수필(굳이 분류하자면) 한 편을 내게 주셨는데 읽다가 눈시울에 젖은 나는 같은 사건의 기억으로도 엄마의 진실과 나의 진실은 이렇게 차이가 나는구나,하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났다. 그때 이후 엄마의 문학소녀 같은 감성을 좀더 일찍 펼칠 수 있게 해드렸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보라색 펜으로 시를 옮겨적던 그 베레모 쓴 여고생과 팍팍한 현실에 묻어버린 감성을 한때는 지녔던 문학소녀, 이제는 모두 사라졌지만 아직도 헤어지지 못하는 인연의 끈처럼 활자 주변을 맴돌고 글 나부랭이를 쓰고 있는 '우리가 사랑에 빠졌을 때'는 언제였을까. 

 

 

시집 같은 모양을 한 <우리가 사랑에 빠졌을 때>는 정호승, 안도현, 장석남 시인과 평론가 하응백의 연애담이다. 삶을 사는 일, 시를 쓰는 일이 연애와 같다는 공식을 두었을 때 말이다. 나는 이 공식에 동의하는 사람이고. 이들 4명이 어떠한 시와 조응하게 되는 삶의 순간들이란 명멸하는 별빛이라기보다 백일몽처럼 떠있는 새파란 하늘의 하얀 낮달 같은 것이다. 부끄러운 듯 모습을 다 드러내지 않고 상현달 조각으로 창백한 뺨 한 쪽을 내보이던 낮달. 나는 어느 포구에서 나를 내려다 보고 있던 그 낮달의 한 쪽 눈이 감길 때까지 내 마음처럼 희뿌옇던 낮달을 뚫어져라 올려다 본 적이 있다. 순간은 내가 미처 잡지도 못하는 새 조롱하듯 달아나는데, 무수한 이야기들은 먼지 되어 날아가는데...

 

 

어쩌면 시 소개서 같기도 한 이 책의 미덕은 4인의 시인이 소박하고 맛깔나게 풀어놓은 결정적 순간들에 대한 이야기와 아픈 현실의 뒷골목 빨랫줄에 널려있는 주렁주렁한 이야기들, 문학과 시쓰기에 대한 칼날같은 이야기들, 먼저 간 불운한 시인들에 대한 안타까운 이야기를 읽다가 만나게 되는 '시의 발견'에 있다. 의외성과 친숙함이 공존하면서 특별한 방식의 시선집 같기도 한데 시를 분석하거나 자신들의 감상평을 주입하는 식이 아니라 개인적인 삶의 구절구절에서 마주한 특별한 시들을 지극히 사적인 감정으로 소개한 것이라 더욱 와닿는다. 시인들의 글이다보니 그 글 자체만으로도 충만하고 시적이다. 그런데 제목만 나온 시들이 많아, 전문을 싣진 못해도 일부라도 소개해 줬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아쉬운 부분이 있다. 제목과 시인을 적어두었다가 따로 찾아보면 미처 몰랐던 좋은 시들을 만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겠다. 참 좋았던 것은 책에 실린 흑백사진들이다. 조야하지 않고 차분하고, 여백이 있어 시적인 사진들이 잔잔한 감흥을 준다. 기시감이 드는 꿈결 같은 풍경들, 아름답기만 한 게 아니라 거칠고 투박한 결이 살아있는 사진들, 나는 그 속에 한참 머물러 있곤 했다. 요즘 성향의 사진에세이집에서는 드문 사진들이다.

 

 

 

첫번째, 정호승 편 '기다리다 지치는 게 삶이라고' 에서는 나도 몇 해 전 장생포 포경선에 올라 느낀 걸 글로 쓰며 인용했던 안도현의 시 <고래를 기다리며>가 나와 반가웠다. 이동순의 <서흥 김씨 내간>이나 박해석의 <타이탄 트럭>을 들어 가난의 문학적 힘을 말하는 장에서 그 시들을 전혀 인용하지 않아 아쉽다. 신경림의 <봄날>을 말하면서도 시를 조금 인용해 주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을. 이 시에서 아흔살 외할머니를 보며 정호승은 "사랑의 가장 중요한 본질을 희생이라고 생각"한다. "희생 없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희생이 바탕이 되지 않은 사랑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p33)"고. 맞는 말이지 않은가. 이기적이기만 사랑은 가짜다. 

 

 

두번째, 안도현 편 '그릴 수 없는 마음의 빛깔까지도'에서 황동규의 <방파제 끝>이라는 시가 내 마음에 들어왔다.

 

 

방파제 끝 / 황동규

 

 

언젠가 마음 더 챙기지 말고 꺼내놓을 자리는

방파제 끝이 되리.

앞에 노는 섬도 없고

헤픈 구름장도 없는 곳.

오가는 배 두어 척 제 갈 데로 가고

물자국만 잠시 눈 깜박이며 출렁이다 지워지는 곳.

동해안 어느 조그만 어항

소금기 질척한 골목을 지나

생선들 함께 모로 누워 잠든 어둑한 어물전들을 지나

바다로 나가다 걸음 멈춘 방파제

환한 그 끝.

 

 

 

이 시를 읽고 난 후 얼마 전 서해 곰섬이 보이는 해변에 갔다가 저 멀리 보이는 방파제 끝에 일부러 발 딛었다. 그 끝에 새삼 서 보고 싶었다. 낚싯대를 드리우고 앉아 있는 청년들 틈, 시뻘건 칠을 한 작은 등대를 등 뒤로 하고 서서 나는 바다끝 아니 방파제 끝을 딛고 섰다. 발 아래 잔잔한 바닷물이 참방이고 무언의 바다는 눈부신 아침 햇살을 받아 유리조각처럼 빛났다. '마음 더 챙기지 말고 꺼내놓을 자리는 방파제 끝, 환한 그 끝'이 되리. 이 시를 소개하며 안도현 시인은 황동규 시인의 언어적 절제력을 찬사한다.

 

문학공부란 무엇인가, 그것은 말과 감정을 절제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중략)

시는 자아도취의 산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자기 자신한테 빠져들기보다는 자기 자신을 냉정하게 검증해서 거기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뒤따를 때

비로소 시는 제대로 된 꽃을 갖추기 시작한다.  - p84

 

 

시적 언어의 힘을 강조하는 안도현을 다음 글에서도 알 수 있다.

 

그러나 김남주를 읽고 공부하는 후배들에게 나는 한마디씩 딴지를 걸곤 한다.

올곧고 진보적인 세계관으로 무장한다고 해서 과연 누구나 김남주가 될 수 있을까 하고. 다 아는 이야기지만,

시의 감동은 시적 언어의 감동에서 온다는 것을 김남주의 시를 대할 때 간과하는 후배들을 종종 보아왔기 때문이다.

나는 김남주만큼 철저한 언어의 승부사를 알지 못한다.  - p111

 

 

 

세번째, 장석남 편 '우리의 희망이 꽃피는 절망일지라도' 에서는 정현종의 시를 소개하며 쓴 다음 인용글이 인상적이다.

 

좋은 시란 그러니까 '지금 여기서'의 시 쓰기는 피투성이 말의 현장에서 다시 은어처럼 침묵을 향해 거슬러 올라가는

힘든 여정. 그것도 말이라는 지느러미로 헤엄쳐 올라가야 하는 실로 운명적인 현장. 그것이 시 쓰기겠다! 

그러니까 말 이전에 시가 있(었)다!는 말씀. 씌어지기 전에 이미 좋은 시였다는 말씀.   - p137

 

 

마지막, 하응백 편 '우리가 사랑에 빠졌을 때' 에서는 깊은 밤 자신을 오열하게 했던 기형도의 그 불온문서 같은 시집에 대한 소개가 좋다. <빈집>과 <포도밭 묘지 . 1>을 소개하며 "그의 절망은 순수한 절망이며, 흉내 낼 수 없는, 흉내 내서는 안 되는 절망"이라고 한다.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하응백 편에서 또 언급되는 시인은 박정만과 황동규다. '다정다감하고 순수하고 여린 심성의 시인일 뿐인' 박정만은 한수산 필화사건에 얽혀 모진 고문을 당한 후 폐인이 되어 살아가던 중 1987년 여름 그에게 詩神이 찾아왔다. 접신의 경지에서 이십여 일만에 삼백여 편의 시를 쓰고 1988년 서울 올림픽의 성화가 꺼진 10월 2일 "저 광활한 우주 속으로 사라졌다". 

 

 

 

작은 연가 / 박정만

 

 

사랑이여, 보아라

꽃초롱 하나가 불을 밝힌다

꽃초롱 하나로 천리 밖까지

너와 나의 사랑을 모두 밝히고

해질녘엔 저무는 강가에 와 닿는다.

저녁 어스름 내리는 서쪽으로

유수와 같이 흘러가는 별이 보인다.

우리도 별을 하나 얻어서

꽃초롱 불 밝히듯 눈을 밝힐까.

눈 밝히고 가다가다 밤이 와

우리가 마지막 어둠이 되면

바람도 풀도 땅에 눕고

사랑아, 그러면 저 초롱을 누가 끄리.

저녁 어스름 내리는 서쪽으로

우리가 하나의 어둠이 되어

또는 물 위에 뜬 별이 되어

꽃초롱 앞세우고 가야 한다면

꽃초롱 하나로 천리 밖까지

눈 밝히고 눈 밝히고 가야 한다면.

 

 

 

 

'공식이 없는 세 가지, 인생, 사랑, 시'라는 제목의 서문에서 네 사람은 이렇게 쓴다.

 

좋은 시는 사람을 변화하게도 하고, 추억의 등불에 사로잡히게도 하고, 울분의 눈물을 반짝이게도 하고,

때로는 마음의 날카로운 칼이 되기도 한다. 이 한 권의 책이 우리 모두에게 시의 왕국으로 가는 쉬운 길잡이가

되었으면 한다.

 

 

 이 한 권의 책으로 더 깊은 시의 나라로 나아가고 안 가고는 읽는 이의 몫이지만 언급되는 시와 시인들을 메모해 뒀다가

하나씩 찾아가보는 '시 나들이길'도 이 가을에 가볼 수 있는 참 좋은 길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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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2-10-21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억과 열정이 다시 돋는 리뷰네요

프레이야 2012-10-21 19:21   좋아요 0 | URL
하늘바람님의 추억과 열정이 되살아나면 좋지요. 이 가을에^^

댈러웨이 2012-10-21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시로 인사동을 들락거렸으면서도 정작 천상병 시인의 찻집 귀천을 방문했던 적이 있었던가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어머니의 그 낡은 시집을 제가 갖고 싶어요 프레이야님. 장생포, 곰섬, 그냥 이름만으로도 시어잖아요. 달리 시를 쓰지 않아도 되겠는.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내 청춘아, 시들아. 마음을 죄 흔들어 놓는 것, 그래서 못 읽겠는 것. 일요일 오후, 선선한 바람 한 자락이 그곳에서 불어오나 싶어요.


프레이야 2012-10-21 19:23   좋아요 0 | URL
저도 '귀천'을 가보진 못했어요.
우리나라 지명들은 그 자체로 시어가 되는 게 많은 것 같네요, 정말.
전 오늘오후 가까운 영화관에서 'Elles'보고 왔어요. 줄리엣 비노쉬는 어쩜 그리..^^
더 말 안 할래요.ㅎㅎ 좋더라구요 영화가.

비로그인 2012-10-21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끄럽게도, 이곳에서 오랜만에 시를 읽게 되네요. 시는 자아도취의 산물이 아니라는 것, 문학공부란 말과 감정을 절제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는 것, 새삼스럽게 다시 글의 의미를 곰곰 생각해봅니다. 저도 방파제 끝, 그 환한 끝으로 가서 발을 디뎌보고 싶네요. 고운 책, 고운 리뷰 잘 들여다보고 갑니다. :)

프레이야 2012-10-21 19:29   좋아요 0 | URL
방파제 끝! 전혀 특별할 것 없는 것에서도 특별함을 발견해 시어로 조탁해 내는 시인은
특별한 유전자를 가졌을까요? ㅎㅎ 시를 쓰니 시인이다,라고 하기에는 정말..
환한 햇살을 온몸으로 받고 서서 눈을 감아봤어요.
말도 감정도 절제하는 법! 저도 새깁니다.

다크아이즈 2012-10-21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디너들은 시 리뷰는 잘 안 올리시던데 프레이야님 같은 분이 있어서 존경스럽습니다. 시중(?)에 나가보면 시 쓰는 사람들이 긴 글 쓰는 사람들보다 훨씬 많은데 실제로 리뷰 올라오는 것 보면 시 리뷰는 많이 없거든요. 시 쓰는 사람들은 시집을 많이 읽긴 하는데 시집 리뷰를 쓰지는 않는 것 같아요. 시 쓰는데 바쁜 것 같은... 반면, 긴 글 쓰는 사람들은 제 글을 익히기 위해서라도 남의 글을 많이 읽다 보니 자연적으로 할 말이 많은 건지...

간만에 시집 리뷰 만나 좋고, 80년대 시인 박정만을 만나게 돼서 더 좋고... 감삽니다. 프레이야님...

프레이야 2012-10-21 23:02   좋아요 0 | URL
앗 느와르님 오해가ㅠ 이 책은 시집이 아니고 시를 만난 순간들에 대한 이야기에요. 시인이 쓴 시와 삶과 사랑에 관한 에세이랍니다. 박정만 시인 좋아하시는군요. 참 불운한 시인들이 많아요. 저도 시집 리뷰는 쓴 적이 없는거 같네요. 시중ㅋ에는 웬 시인이그리 많은지ㅎㅎ

다크아이즈 2012-10-21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 오해 아니어요.ㅋ 시인들 또는 평론가가 쓴 연애담이란 얘기 님이 한 것 봤는데, 시에 대한 리뷰와 관계 있길래 넘 반가운 맘에 제가 그렇게 표현했어요. 제 실숩니다. ㅠ 시에 관련된 리뷰는 거의 안 올라와서 넘 흥분했나 봐요. 크~

프레이야 2012-10-22 00:07   좋아요 0 | URL
네 그렇군요.^^ 느와르님 펀안한 밤 ~~~

2012-10-22 18: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2-10-22 20:58   좋아요 0 | URL
님, 이 에세이에서 시의 세계로 더 나아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아요.
저도 잘은 모르는 아리송한 길이지만 좋은 시가 많이 소개되어 있어요.
전문적인 내용이기보다 시인들 나름의 개인적인 기억과 추억과 소회가 좋답니다.
느끼는 건 개인의 몫이지 싶어요. 날이 추워집니다. 포근한 저녁 보내세요^^

블루데이지 2012-10-24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책을 항상 저를 꼬옥 안고 이야기해주시는것같은 프레이야님글...
어제도 오늘도 감동~~~입니다.
내일도 부탁드려요..또 감동받을 준비 다 되어있습니다.

프레이야 2012-10-25 17:49   좋아요 0 | URL
호호~ 블루데이지님 날씨도 추워지는데 이렇게나 따스한 인사^^ 마음이 노골노골해져요.
오늘 전 작은딸 사물놀이경연대회 갔다왔는데 정말 잘하더라구요. 중학생 학교별 대회요.
그동안 연습 바짝 하더니 신명나게 즐기며 하는 모습에 감동했어요. 금상도 타고!
 
동의보감,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 리라이팅 클래식 15
고미숙 지음 / 그린비 / 201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를 실천하는 고미숙이 '동의보감'을 종횡무진 안내한 책이다. 어렵지 않게 서술하면서도 꼼꼼하고 재미있다. 인도 고대의학이나 고대 그리스철학 등 저자가 읽은 동서양의 다른 서적에서도 인용한 내용을 자유자재로 배치해 삶의 비전과 통찰을 제시한 하나의 이야기로 읽어도 좋다. 현재 우리의 기계화된 삶과 자본의 논리와 남성중심의 시선에 갇힌 울체된 삶에 어떤 지향을 제시하는 대목들도 많다. 에콜로지(인간과 자연의 공생), 즉 몸과 우주의 사계가 은유만으로 해석되어선 안 된다는 점이 기본이다. 몸이 자연이고, 소우주다. 오장육부에 대한 장에서는 특히 구체적으로 우리 몸속의 사계를 설명한다. 오행의 원리로 설명할 때는 나의 본질을 구현해 주고 나를 제어하는 힘이 '상극의 힘'이라고 새삼 힘준다. 간혹 얼른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읽고 넘어가는 정도도 무방하지 싶다. 동의보감은 잘 알려진 것 같지만 제대로 알려지지 못하고 오해되는 부분도 많다. 고미숙의 책으로 동의보감의 위대함과 깊이를 어느 정도 느낄 수 있고 무엇보다 내 몸과 마음의 주도권을 가지는 일이 양생에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다. 

 

 

저자는 동의보감의 경이로움을 독창적 분류법에 우선 둔다. 허준은 5편 106문의 목차로 동의보감을 구성하는데 5편은 내경, 외형, 잡병, 탕액, 침구편의 순이다.  동의보감이 놀라운 텍스트라는 저자의 다른 논거는 특유의 글쓰기 방식을 채택한 점이다. 민담, 낭송은 물론 만능 엔터테이터의 역할을 하는 의사의 치료담(처방) 그리고 재미있는 서사를 통해 시대적 상황을 드러내고 일상의 희로애락을 담아냈다는 점이다. 1,2장을 할애해 예시를 들며 그 놀라움을 보여준다.

 

 

정, 기, 신으로 이루어진 우리의 '몸은 습관의 거처'다. '이 몸들이 모여 격전하는 곳이 공동체'다. 생명활동이란 몸의 안과 밖이

마주치는 지점에서 이루어진다. 타자와의 관계맺기에서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타자에는 우리가 밤에 꾸는 꿈과 똥오줌 같은 배설물도 포함된다. 즉 소통이 관건이다.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고 했던가. 꽃은 병이다. 열꽃이다. 살아있다는 증거이자 살아가라는 지엄한 명령이다. 병은 태어남과 동시에 몸과 공존하는 것이라 병과 몸의 핵심은 '관계와 배치'의 기술에 있다. 즉 내가 주도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주도권을 갖는다는 건, 다시 그 이전의 병적 상태로 돌아가지 않을 수 있는 힘을 갖는다는 뜻이다. 병과 통증이 그것으로 끝나지 않고 삶의 비전이 되어야, 번뇌가 새로운 질서를 창조하는 에너지로 재생될 수 있다는 말이다. 내 몸, 우주(몸=소우주), 삶의 새로운 질서!

 

 

인간은 우주적 질료들의 결합이다. '정精은 생명의 기초를 이루는 물질적 토대, 기氣는 이 질료를 움직이는 에너지, 신神은 정기의 흐름에 벡터를 부여하는 컨트롤러, 고도의 정신활동이자 변화를 주관하는 무형의 작용'이다. '먼지가 되어 날아가야지 바람이 되어 당신 곁으로'라는 노랫말은 은유가 아닌 거다. 그러고 보면 김광석은 노랫말에 죽음을 암시한 게 적지 않은 것 같다. 먼지가 되어 날아가겠다고 했으니. 우리는 그 옛날 저 세상으로 간 사람들의 질료(먼지)로 이루어진, 즉 나는 '나'가 아니라는 진리를 잊고 산다. 내 안에 너 있다! 이 또한 그러고 보면 진리다. 내가 기억하고 있던 그 옛날의 '나'는 이미 사라지고 없다. 언제나 나는 지금의 나다. 수많은 너가 결합된 유기체다.

 

 

우리가 계절을 타는 이유를 비롯해 존재론적인 의문과 존재에 대한 위대한 긍정에 이르기까지 저자는 은유로 말하지 않는다. 다방면의 참고인용문과 동의보감에서 얻은 근거를 들어 자신의 해석으로 쉽고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다. 몸, 병, 우주는 은유로 해석될 대상이 아니라 우리 삶을 총괄해 움직이는 신성하고 전체적인 지도다. 인도 고대의학은 질병의 원인을 지혜의 결핍으로 보았고 고대 그리스 철학의 양생법은 자기배려, 자기수련, 자기치유로 보았다. 자기배려는 객관화 능력이다. 이 기술이 미흡할 때 칠정의 화기에 휘둘린다. 망상은 시공이 따로 노는 것을 말하는데, 겨울에 봄을 기다리고 여름에 가을을 기다리는 것도 망상이라 할 수 있다. 하룻밤에도 수없이 집을 짓고 허물지만 눈을 떴을 때 그것이 현실에서 접점을 찾지 못하면 무효다. "지금, 여기"를 누릴 수 있는 능력, 그것이 양생이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장기들과 맺는 관계를 설명하는 대목도 재미있다. 대단한 망상의 집을 짓는 때는 바로 사랑에 빠졌을 때가 아닐까. 흔히 열병이라 하는데 저자는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고 단언한다.

 

한의학적으로 보면 사랑을 할 땐 평온해야 한다. 첫사랑을 열병이라 하고, 제비들의 사랑이 불꽃같다고 하는 건 쉬이

피었다 지기 때문이다. 평온이란 이런 허열에 휘둘리지 않는 '사랑의 환희'를 의미한다. 그게 어떻게 하는 거냐고?

발바닥으로 사랑을 하면 된다. 발바닥에 다름아닌 신장의 경맥이 흐르기 때문이다. (중략)

어디 연애만 그렇겠는가? 삶의 모든 이치가 그렇다. 발바닥이 있는 곳이 곧 내 삶의 현장이다. 

복습 삼아  시 한편을 소개해 본다. 늘 음미하고 다니면 양생과 에로스,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 p260

 

 

그러면서 저자가 소개한 시는 박노해의 시 '발바닥 사랑'이다. 박노해 시를 이렇게 음미할 수도 있구나.

아래의 시 말고도 박노해의 시 한 편이 더(건너뛴 삶) 소개 되어 있다.

 

 

사람은 자신의 발이 그리로 가면/ 머리도 가슴도 함께 따라가지 않을 수 없으니//

발바닥이 가는 대로 생각하게 되고/ 발바닥이 이어주는 대로 만나게 되고/ 그 인연에 따라 삶 또한 달라지리니//

현장에 딛고 선 나의 발바닥/ 대지와 입맞춤하는 나의 발바닥

내 두 발에 찍힌 사랑의 입맞춤/ 그 영혼이 바로 나이니//

그리하여 우리 최후의 날/ 하늘은 단 한 가지만을 요구하리니/ 어디 너의 발바닥 사랑을 좀 보자꾸나

 

(박노해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느린걸음)

 

                                                                                  - '발바닥 사랑' 중에서 일부, p261

 

 

 

읽기 전 내가 목차에서 우선 눈이 갔던 장은 제8장이었다.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에서는 완경(이 책에선 폐경이라고 함) 이후의 여성 삶과 지혜를 짚는다. 완경은 축복이고 축복이전에 자연이다. 여름이 가을로 바뀌는 우주의 금화교역金火交易이다. 이 책에서 늘 강조되지만 태과는 불급만 못하다. 흔히 젊음(여름)이 짧다고 한탄할 일이 아니다. 한창 뜨거울 때 입추(양력 8월7일 경)가 시작되고 태양은 자리를 이동한다. 비로소 열기가 식으며 열매가 익기 시작한다. 완경기를 소위 여성구실을 못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건 남성의 시선에 갇힌 태도이고 성적 구애의 대상으로서만 여성성이 인증된다고 생각하는 오류다. 여성이 남성의 시선이 아닌 스스로의 힘으로 생의 주기를 넘어가는 것이 더 근본적이며 여성성의 해방이란 그런 욕망의 배치로부터 탈주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완경기 이후 여성성은 아주 다른 방식으로 훨씬 더 깊고 넓게 고양된다. 생리가 멈추면 지혜가 쌓이고 이 지혜로 공동체를 이끌어 가는 것, "여성의 지혜가 공동체 전체의 행복과 안녕으로 확장될 때, 그때 비로소 여성성은 대지의 모성으로 발현되는 것이 아닐까(p382)." 8장에서 저자는 여성의 몸과 사랑, 결혼, 출산, 양육, 가족, 나아가 자아구원으로서의 배움과 '몸에 대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전투의 일환'으로서의 글쓰기를 권유한다. 전투의 제일보는 배움의 자세라고 다시 한번 강조. 모르는 게 약이다,는 방관이거나 무책임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는 것이 힘이다. 알면 두려움이 없어진다.  

 

 

에필로그에서 편작 삼형제 이야기를 한다. 병이 되기 이전에 미병 단계에서 치료한 큰형, 작은 병일 때 치료한 둘째, 그리고 큰병을 치료한 편작. 병의 스케일에 따라 명망도 높아진 편작이지만 집안에선 그를 제일 하수로 취급했다. 병이 되기 전 병을 다스리는 호모 큐라스가 되라는 조언은 소중하다. 큐라스는 케어의 라틴어. 케어의 달인? 즉 치유, 돌봄 나아가 수련의 의미가 더 적절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감정의 연원을 관찰하는 게 필요하다. "칠정의 원천과 경로에 스스스로 개입해 그 출구를 찾아 흐르게 하라"는 처방이다.  달리 '공감의 기술'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통하지 않고 막히고 흐르지 못하면 병이 되는 법. 병을 만든 것도, 아는 것도, 치유하는 것도 자신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자.

 

 

저자가 호모 큐라스 즉 '자기수련'의 방책으로 권하는 글쓰기의 태도도 유의미하다. 서두에서 동의보감의 특유의 글쓰기를 치켜세운 것도 저자가 글쓰기의 지평을 넓히는 데에 얼마나 열심인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내 언어의 한계가 곧 내 삶의 크기이자 운명의 지도라고 말하는 저자는 자신의 몸과 삶을 언어로 조직할 수 있으려면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집중력이 곧 정기신의 확보다. 그러기 위해서 먼저 독서의 밀도부터 높여야한다고 하니 공부(배움)와 수련은 끝이 없는 즐거운 길이다. 동일한 시공간에서 규칙적으로 글을 쓰며 자신만의 수련법을 터득한 작가들이 생각난다. 저자는 걷기든, 낭송이든 뭘 택하든 이 과정에 반드시 '앎의 의지와 욕망이 함께 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것이 없으면 어떤 실천이나 수행도 매너리즘에 빠지고 만다니. "글쓰기가 가장 좋은 수련법이 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p434)."

 

 

책이 나의 필요에 따라 인연으로 오는 게 새삼 신기하다. 몸에서 필요한 게 입에 당기듯 책도 그런 것 같다. 작년 10월에 초판된 이 책을 좀 더 일찍 읽었더라면 좋았겠지만 지금도 늦지 않고 충분히 적절했다. 읽는 것만으로도 몸의 독소가 어느 정도 빠져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단단하고 새콤한 홍시 한 알 아작아작 씹어먹은 기분이다. 모든 것은 흘러가게 마련. 붙잡아두면 고여서 썩는 법. 객관적으로 그렇지 않음에도 상처를 호소하고 소외감을 느끼는 현대인들의 인정욕망, 관계욕망에서 놓여나 삶과 실천의 문제만 남았다. 끄달리지 않고 지혜롭게 우리의 멋진 계절을 사는 것은 은혜이자 권리, 의무이기도 하다. 상처와 힐링이 흔한 키워드가 된 요즘 '성숙'에 대한 이런 조언은 명약이다. 아픈만큼 성숙해지고, 뭐 이런 노랫말이 틀린 말은 아니다.

 

 

실제로 10대가 느끼는 사춘기적 정서나 50대가 느끼는 결핍감 사이엔 근본적으로 차이가 없다. 철들지 않는 중년들.

성숙이란 어떤 사건들을 더 큰 좌표 속에서 볼 수 있는 힘이다. 사회적으로, 전 지구적으로, 생명의 역사라는 우주적

차원으로 인과의 그물망을 넓게 칠 수 있는 힘이 곧 성숙이다. 인과의 좌표가 달라지면 사건도 달라진다.

그러면 다른 사건들과 타자들을 맞이하기 위하여 과거의 상흔들을 기꺼이 떠나보낼 수 있다. (중략)

"의식이 몸을 지배한다."     - p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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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연금, 보험, 저축을 능가하는 노후대비'책'
    from 책으로 여는 지혜의 인드라망, 북드라망 출판사 2012-11-01 18:15 
    '두통에는 진통제', '우울증엔 항우울제', '불면증엔 수면제'라는 것이 공식처럼 각인되고 있다. 그러나 시댁과 갈등을 겪는 전업주부의 두통과 학습우울증에 걸린 청소년의 두통이 과연 같은 질병일까. 또 시댁과 갈등을 겪는 주부에게 어깨 결림, 두통, 불면증, 소화불량, 생리통이 동시에 나타났다면, 이는 각각 정형외과, 신경과, 정신과, 내과, 산부인과에서 따로 해결해야 할 병일까. ─강용혁, 『닥터K의 마음문제 상담소』, 12쪽 예전에 손발이 너무..
 
 
소나무집 2012-10-09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관심 있게 보았어요. 이 분은 어려운 주제도 쉽고 흥미롭게 써내는 재주가 있어요.^^

프레이야 2012-10-11 10:01   좋아요 0 | URL
네, 저도 고미숙님의 다른 책들 더 읽어보려구요^^

댈러웨이 2012-10-10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제가 묵히고 있는 영역이 있는데요. 한국/중국 고전요. 고전이라고 하는 게 맞나??? 한시 이런 쪽인데 잘 모르겠어서 설명을 못하겠네요. 리뷰하신 걸 보니까 이 책 재미 있겠어요. 게다가 어렵지도 않다고 하시니까 읽으려면 활자 따라가면서 읽을 수도 있겠다 라고 리뷰 처음 읽으면서 생각했는데 뒤로 갈수록... 정리는 고사하고 읽는 것도 못할 것 같아요. ㅎㅎ

사랑이 열병이면 사랑이 아니라고요? 평온? 그럼, 딱 지금의 제 상태인데. ( ") 완경/폐경, 완경이라는 단어는 처음 들어보는데 정말 좋은 단어에요. 어감때문이라도 폐경은 그야말로 여성성의 부정 그 자체였는데, 완경이란 단어는 완전히 다른 신세계를 열어주는군요.

리뷰가 정말 좋아서 제대로 댓글을 달고 싶었는데 제 주 특기인 엄한 말로 도배만... 나잇나잇, 프레이야님!

프레이야 2012-10-11 10:06   좋아요 0 | URL
완경! 좋은 말이지요. 언어가 그래서 중요한가 봐요. 의미가 달라지니까요.^^
몸과 마음은 하나. 평온이면 더없이 좋은 상태이니 유지 잘 하시길^^
댈러웨이님, 다른 말보다 그저 부비부비:) 히히~~

댈러웨이 2012-10-11 15:14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저 지금 '부비부비' 무슨 뜻인지 몰라서 사전 열어서 찾아봤어요. 저도 부비부비~ ㅋㅋㅋ

프레이야 2012-10-12 13:47   좋아요 0 | URL
부비부비,가 사전에 나오던가요? ㅎㅎ
저도 그래서 찾아보니 '부빗부빗'으로 나오긴 하네요 ^^

페크pek0501 2012-10-10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미숙 님의 책은 두 권 읽었어요. 공부의 달인~과 호모에로스 등.
제가 구입한 건 아니고 선물로 받아 읽었지요. 일간지에 연재되는 글도 읽어서
저자를 좀 알지요.
독서로 공부하라, 는 것과 사랑하면 오히려 마음이 편한해진다 라는 내용은 제가 읽은 것과 겹치네요.
"성숙이란 어떤 사건들을 더 큰 좌표 속에서 볼 수 있는 힘이다" -이것 기억해 두고 싶네요.
한순간에 마음이 좁아지는 걸 경험해요. 시간이 지나고 나면 별 일 아닌 것을요.
님의 꼼꼼한 리뷰에 반하며 간다는...ㅋㅋ

프레이야 2012-10-11 10:08   좋아요 0 | URL
이분의 강연을 가까이서 들을 기회가 있으면 가서 듣고 싶어져요.
좋은 기운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물씬^^
더 큰 좌표 속에서 볼 수 있는 힘, 성숙이란 말의 개념정의로 마음에 쏙 드는 말이에요^^
페크님, 조용히 불교방송 틀어놓고 가을하늘 한 번 보고 앉았어요. 좋은하루!!

풀꽃선생 2012-10-10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갑습니다~
저도 이 책 사두고 '나의 운명사용설명서' 읽었는데 얼른 읽고 싶어요.
많이 배우고 갑니다..

프레이야 2012-10-11 10:10   좋아요 0 | URL
풀꽃선생님, 저도 그 책 오늘 주문하려구요^^
고미숙님의 저서 주제의 골저는 같긴 한데 그래도 읽어볼 가치가 있을 것 같아요.
탱스투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