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의 당신에게 - 흔들리는 청춘에게 보내는 강금실의 인생성찰
강금실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2월
평점 :
절판


'흔들리는 청춘에게 보내는 강금실의 인생성찰'이라는 부제가 붙은
<서른의 당신에게>를 읽었다.
제목에 '서른'이라고 콕 집어놓아서 책을 주문할 때 찔려서 나도 모르게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왜 꼭 서른인 거지?

아마도 요즘 젊은 여성들에게 충분히 어필되는 지성과 미모와
사회적인 신분과 인간적인 호감까지 모두 획득한 그를 전면에 내세워
구체적인 타깃을 정해놓고 책을 좀 팔아보겠다는 심산이리라.
그러나 내가 생각하기엔 참으로 옹색하고 촌스러운
마케팅 전략(전략이라는 이름이 아까운)이다.
그의 글은 그런 궁색한 과정을 밟을 필요가 없다는 게 내 생각.

1994년인가 한겨레에서 <허스토리>라는 여성지를 창간했을 때
나는 강금실 법무장관의 글이 실려 있다는 소문만 듣고도 책을 샀다.
그 글은 이 책에도 실려 있고 아마도 편집회의에서 제목을 뽑을 때 
막대한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나는 그가 어떤 일들을 겪으며 살아왔는지 하는 구체적인 스토리보다
그의 마음자리가 궁금했다.
오래 전 소설가이자 문학평론가인 고종석과 시인 황인숙과 함께 노래방에 갔을 때,
그 때만 해도 아직 그리 친숙한 상태가 아니었나 본데 
고종석이 마이크를 잡은 채 혼자 소리로  "마음의 감옥"이라고 중얼거리는 데
마음을 빼앗겼다고 한다.
지나고 보니 무슨 구체적인 뜻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이상하게 자꾸만 신경이  쓰였다고.
글 곳곳에서 만나게 되는 '삶과 죽음'에 대한 그의 시선은 깊고도 명료하다.

종로 2가 뒷골목 어느 허름한 주점에서 나도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앞에 앉은 남자가 무슨 말 끝에 "마인드가 비슷한 사람끼리"라고 하는데
전후 아무 맥락 없이 그 '마인드'라는 단어에 홀딱 넘어가고 말았던 것이다.
나는 술자리에서조차 너무 심각하게 인생에 대해 떠드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평소 '마인드'라는 말은 비스킷도 아니고 크래커처럼 가볍고 부서지기 쉬운
그 무엇으로 여겼건만, '마인드'라는 별 대수로울 것 없는 단어를 발설한 남자랑
결혼까지 하기에 이르렀으니.
인생은 그날의 사정에 따라 이렇게 사소한 일로 엮이고 결판이 나기도 한다.

얼마 전 황인숙의 산문집에서 친구들과 함께한 스페인 여행기를 읽을 때
이름을 밝히지 않은 동행 친구 둘이 짐작되더니, 짐작은 사실로 맞아떨어지고,
이 정도면 돗자리를 펴야 하는 걸까.

--어쩌다 운이 좋아서 사법시험에 합격한 텃세로 평생을 먹고 사는 듯하여
요즘도 문득문득 자신이 부끄러워진다
.('내 장례식에 틀고 싶은 음악' 중, 94쪽)

간단히 소개하면 그의 마음자리, 베이스 캠프는 이것.
겸손하면서도 자신에 대한 자부심이 넘치는.......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의 느낌은 한마디로,
안주도 술도 음악도 은은한 조명도  다 마음에 드는데
흠모하던 주인이 스페셜 안주 접시를 들고 합석한 술자리 같았다고 할까.
너무 경박한 소감인지는 모르지만,  인생에서 그런 자리를 경험하기는 흔치 않다.

덧붙이자면 영화 <라디오 스타>에 대한 그의 감상은 읽어본 평 중 최고였다.
그 여관, 그 이부자리, 그 짜장면, 그 순대국에 대한 표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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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3-03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 책 서점에 진열되어 있는 것 대충 훑어보고 내려놓았는데 알라딘으로 사서 봐야겠네요. ^^

로드무비 2007-03-03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혜경 님, 전 정말 재밌게 읽었어요.
그에 대해 평소 호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겐 추천할만합니다.
옮기고 싶은 글이 꽤 많아 도리어 안 옮겼습니다.
막무가내 리뷰.ㅎㅎ

비로그인 2007-03-04 0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의 자리"................마음의 자리. 마음의 자리. 마음의...자리.
어떻게 그런 멋진 단어를 끄집어 낼 수 있는거지...라고 감동할 수 밖에 없는 나는
정말 머리만 달려 있는 생물인가.

2007-03-04 01: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에로이카 2007-03-04 0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금실, 참 멋있는 사람 같아요.. 앞으로 망가지거나 그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 쫌 있어요..

로드무비 2007-03-04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로이카 님, 설마 그런 일이!ㅎㅎ
아주 야무진 사람이던데요?. 그러면서도 인간적이고.
중간에 한 장씩 어린 시절부터 최근의 모습까지 사진들이 실려 있어서
더 좋았답니다.

막무가내 리뷰에 한 표 님, 이 리뷰 급히 써서 올리고
밖에 나가 저녁을 먹고 왔는데요. 식당에서 마음이 편치 않았답니다.
제목도 너무 이상하게 잡은 것 같고 씰데없는 소릴 너무 많이 지껄인 것 같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컴 앞에 달려들어 제목을 고치고 어떤 부분을 삭제했답니다.
갈수록 주책이 되어가는 것 같아 서재활동도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이런 쪼가리 글에도 전전긍긍할 때가 있는데
님은 오죽하시겄습니까.
열렬한 응원을 보냅니다.^^

L- SHIN 님, '마음자리'가 그렇게 멋진 말인가요?
앞으로 자주 써먹어야겠습니다. 헤헤~




얼음장수 2007-03-04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그런 책이겠거니 하고 있었는데, 님의 리뷰를 보니 고민되네요.
딴 거 다 떠나서 저도 앞으론 술자리에서 '마인드'를 열심히 떠들어야 겠어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로드무비 2007-03-04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음장수 님, 그냥 그런 책일 수도 있어요.
전 워낙 풍덩 빠질 준비를 하고 읽었거든요.
하긴 어느 님은 30대가 아니면 읽을 필요가 없다고까지 하셨더군요.
'마인드'라.ㅎㅎ
별로 좋아하는 단어도 아닌데 그날은 왜 그랬는지 몰라요.( '')


에로이카 2007-03-04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미 딴 마음이 있었던 게지요.. ㅋㅋㅋㅋ

2007-03-04 18: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3-04 2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히피드림~ 2007-03-04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첨 보는 순간 확 땡기긴 했는데,,, 사진 않았거든요.
로드무비님 서평 읽으니까 관심이 다시 생기네요.
님 글 읽으니까 정말 알라딘 다시 시작한 실감이 나는데요? ㅎㅎ

로드무비 2007-03-05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punk 님, 하하, 모두 제목에 걸려서.
제목 때문에 책 안 샀다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안 그래도 언제부턴가 모습이 안 보여서 궁금했답니다.
punk님, <헌티드 하우스> 지금도 잘 있어요.^^

콧방귀 감 님, ㅎㅎ, 긍게요.
생각해 보세요. '마인드'는 그렇다 치고 누가 노래방에서 혼자 인상 쓰며
마음의 감옥이 어쩌고 중얼거렸다면 얼마나 재수 없을지.
어느 날 괜시리 어떤 단어가 마음에 와 박힐 때가 있지요.
부러운 커플이라니, 좋아서 코가 벌렁벌렁하네요.^^

술이 땡기잖아요 님, 아이고 그래 엊저녁 한잔하셨습니까?
어제 같은 날은 대보름날 귀밝이술 핑계대고 퍼마셔도 좋은데.
저도 새벽 한 시에 한잔 생각이 나더라고요.
잠깐 기다리세요. 님 방에 갈게요.^^

에로이카 님, 딴 마음이요?
저야 항시 딴마음으로 사는 인간인디.
마인드가 먼저인가 블루스가 먼저인가 리와인드 해보고 있습니다.
아무렴 어때요, 잘살면 되얐지.ㅋㅋ


얼음장수 2007-03-05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훈의 소설을 읽으면서, 김훈은 내가 인생을 좀 더 겪고 읽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의 산문을 읽을 때는 그렇지 않았는데 이상하더군요. 여튼 고민되는군요.ㅎㅎ

2007-03-05 22: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7-03-06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음장수 님, 윤대녕의 책을 읽으며 확인했지만 김훈이든 누구든
책도 작가도 다 만나지는 때가 따로 있더라고요.
그게 꼭 지성이나 연륜에 의한 결과는 아닌 것 같고요.ㅎㅎ
깅금실 씨의 이 책은 평소 그에게 호감이 있고 신뢰가 가면 읽으시고
아니면 뭐 굳이......
전 좋았어요.^^

2007-03-06 11: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3-06 14: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3-06 14: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3-24 18: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3-27 18: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4-03 10: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4-08 19:1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