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보다 여행>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집보다 여행 - 어느 여행자의 기발한 이야기
왕영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가끔 우리는 농담아닌 농담을 한다. '지금까지 마신 술이 집 한채 값은 될거야.' '담배만 안 피웠어도 돈이 꽤 모였을 걸.' '여행만 안 다녔어도 집 샀을텐데...' 하지만 이런 후회성 짙은 농담은 결코 현실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을 일들에 대한 농일뿐이란 생각을 한다. 

여행을 하지 않았어도 우리는 분명 그 돈을 술이든 담배든 혹은 책을 사는데 소비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제 만난 어떤 친구분은 어떤 달엔 경조사비로 80만원이 지출된다는 얘기를 했다. 우리는 그걸 어떻게 감당을 하냐고 했지만 그 사람에게 있어서 대인관계는 무척 중요한 일이고 그러다보니 경조사비용으로 지출되는 돈이 만만치 않다. 

<집보다 여행>, 지금까지의 여행에세이와는 확연히 다르다.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이 동원된 이 책은 한편의 소설을 읽는 느낌이 들었다. 여행을 가고 싶다는 부인을 위해 9,999,990원 달여행 패키지를 선택하고 달여행을 가서 가이드의 권유에 따라 지구에서는 희귀한 보석을 사고 달에서만 살 수 있는 한약을 산다. 여행지에서 즐길 수 있는 것들은 모두 옵션여행으로 추가비용이 따른다. 정작 지구로 돌아와 보석값을 확인해보지만 돌멩이에 불과하단다. 또 한약은 복통을 일으킨다. 여행비용보다 쇼핑비용이 더 많이 지출된 상황이다. 이 부분을 읽으며 마치 나의 모습을 보는 듯 했다. 신혼여행패키지 상품을 이용해 처음 해외로 나갔을때 가이드의 말을 곧이 곧대로 따랐던, 또 마지막날 하루는 쇼핑에 올인했던 기억이, 물론 우린 적정선에서 쇼핑을 마치고 싶었지만 왠지 다른팀이 사니 나도 꼭 사야만 할 것 같은 그런 분위기였다. 시부모님 선물 당연히 사가야죠. 여기서만 살 수 있는 것들이에요. 라고 말하던 가이드, 하지만 정작 여행은 쇼핑때문에 불쾌하게 마무리 되었었다. 이런 여행은 이제 다시는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오랜 여행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쓴 에세이라 초보 여행자나 여행을 즐기는 노련한 여행자 모두에게 즐겁고 유익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 될 것 같다. 

여행은 집이 주는 안락함보다 삶에 미치는 정신적인 안정감을 준다는 작가의 생각에 동의한다. 그러니 집보다 여행이라는 말이 마음에 든다. 집을 사기 위해 은행에서 돈을 빌리고 그 돈을 갚기 위해 여행도 떠나지 못한 채 각박하게 살아가는 사람들, 진정 행복한가? 좋은 집에서 안정되게 살고 있는가? 묻고 싶다. 

여행을 통해 소통하고 모험과 자유를 꿈꿀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여행은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이 아닐까 싶다. 현실에서 벗어나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여유를 우리에게 제공해줄 것이다. 그러니 집보다 여행이 더 좋다고 말할 수 있는게 아닐까 싶다. 

이 책을 읽으며 다시 또 여행을 꿈꾼다. 아직 가보지 못한 미지의 장소로 나를 데려가고 싶다. 평생 여행자가 되어 수많은 도시를 돌아다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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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9-05 1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행이 안식처가 된다면...여행에 투자해야죠.
ㅎㅎ집 한채 값의 책을 사신 분도 있어여, 나랑 무쟈게 친한 분인데^^

꿈꾸는섬 2010-09-05 10:34   좋아요 0 | URL
ㅎㅎㅎ저희 남편은 집 한채 값의 술을 마셨을 것 같아요.ㅎㅎㅎ

마녀고양이 2010-09-05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여행가려고, 10년짜리 변액 보험 붓고 있어요.
그런데..... 아마 만기 때는 다른 바쁜 일에 들어갈 가능성도 크죠!
하지만,, 그 돈 중 일부는 꼬옥 여행에 쓰겠어요!

꿈꾸는섬 2010-09-05 14:36   좋아요 0 | URL
전 여행가려고 적금 들었어요. 원래는 뉴저지 가려고 모은 돈인데 뉴저지 가기전에 일본 먼저 다녀올까봐요.ㅎㅎ 물론 다른 바쁜 일이 생기면 거기 쓸지도 모를 일이구요.ㅎㅎ

소나무집 2010-09-05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도 여행 다니다 돈 못 모으는 집 중 하나예요.ㅜㅜ
하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넓고 풍성하고 여유로운 시각은 여행이 준 멋진 재산이라고 생각해요.

꿈꾸는섬 2010-09-06 08:39   좋아요 0 | URL
ㅎㅎㅎ소나무집님댁이 그래서 행복이 넘치잖아요. 님 말씀대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넓고 여유로워지죠. 환산할 수 없는 멋진 재산...맞아요.^^ 그런 생각을 닮고 싶어요.^^

루체오페르 2010-09-05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생은 선택과 기회비용의 연속~

여행을 못 가도 아껴서 집을 사서 행복...
집을 못 사도 그 돈으로 여행을 가서 행복...

다들 자기만의 가치관이 있고 자기만의 행복의 나침반에 따르면 되는거겠죠.^^

꿈꾸는섬 2010-09-06 08:40   좋아요 0 | URL
ㅎㅎ다들 자기만의 가치관이 있죠. 그 가치관 형성에 여행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 같아요. 이 책을 보시면 무슨 말일지 아실 것 같아요.

양철나무꾼 2010-09-06 0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일로다가 다니는 건,결코 '여행'이라고 이름 붙이고 싶지 않고요~
가족끼리의 여행은 거의 아들의 학교생활의 연장선 상(과제물)에서 이루어졌습니다.
그 외의 여행은,솔직히 집에서 쉬는 게 더 좋아서...남편과 아들 맘 상하게 여러번 했습니다.
여행...마음의 여유가 그 시작인 것 같습니다~!

꿈꾸는섬 2010-09-06 08:41   좋아요 0 | URL
ㅎㅎ그렇죠. 출장은 여행이 아니죠. 아들 숙제로 하는 여행도 의무감에 하는 여행이라 재미없을 것 같아요.ㅋㅋ 일하시는분들은 집에서 쉬는걸 제일 좋아하시는 듯, 저희 언니네도 그래요.ㅋㅋ
마음의 여유로 시작하는 여행이 진정한 여행을 느끼게 해주겠죠.ㅎㅎ

희망찬샘 2010-09-07 1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책 안 샀으면 과연 무엇을 샀을까 잠깐 생각을 해 봐야겠어요. ㅋㅋ~

꿈꾸는섬 2010-09-08 14:15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희망찬샘님도 집 사실만큼 책을 사셨을 것 같아요.ㅋㅋ

같은하늘 2010-09-08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둘째가 이제 좀 컸으니 여행 열심히 다니고싶지만...
저의 저질 체력에 힘들어서 못하겠어요.^^
매일 농담반 진담반으로 삼부자만 다녀오라고해요.ㅎㅎ

꿈꾸는섬 2010-09-10 12:22   좋아요 0 | URL
ㅎㅎ전 여행이라면 저질체력도 극복할 수 있어요.ㅋㅋ
 
<바이퍼케이션>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바이퍼케이션 1 - 하이드라
이우혁 지음 / 해냄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얼마전 신간평가단에서 문자가 왔다. 신간평가단 서재에 들어오면 좋은 일이 있을거라고. 몇시간 뒤에 시간이 되어 신간평가단에 들어 갔더니 <바이퍼케이션>의 리뷰어를 공개 모집한다는 것이다. 사실 이런 장르소설을 많이 읽어보지 않았고, <바이퍼케이션>의 이우혁 작가의 유명한 <퇴마록>도 읽어보지 않아서 자신있게 손을 들지는 못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신청했고 10명 모집에 7번째로 선정되어 이 책을 받게 되었다. 그런데 다른 분들은 1,2,3권 모두 받은 것 같은데 나에겐 달랑 1권만 왔다.  

여하튼 장르소설의 매력적인 흡입력은 이 소설에 집중하게 하고 끌리게 한다. 마치 한편의 미드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드라마보다 훨씬 섬세한게 책이지 않는가. 

<바이퍼케이션>의 1권은 하이드라, 머리 열두개를 지닌 뱀, 신화속 괴물, 그는 과연 누구일까? 일명 뱀파이어로 불리고 있는 이 괴한의 정체를 쫓아 비밀 임무를 수행하는 프로파일러 에이들, 그에게 도움을 줄만한 믿을만한 형사반장 가르시아, 그들에게도 과거 가족이 살해되는 상처가 있다. 천재적인 프로파일러 에이들과 인간적인 면모를 한껏 과시하는 베테랑 형사의 만남이니 어떤 어려운 문제도 척척 해결해나갈 것 같다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남편이 살해당하고 발목이 잘려나간 미모의 여성 헤라, 그녀는 어떻게 사람들의 기억을 조작하는 것일까? 살인마 리온 앞에 나타났다 사라지고, 그를 설득해 자신의 배를 갈가리 찢어 죽이게 만든 그 힘은 무엇일까? 소설은 미스테리 그 자체다.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여성의 힘이 얼마나 셀 수 있을까? 과연 그녀는 진정 헤라클레스일까? 

소설의 모티프라 할 수 있는 그리스 신화를 바탕으로 헤라로 탄생한 헤라클레스는 12과업에 도전하고 1권에서는 사자, 리온을 헤치운다. 그 다음 발생한 한 가족 살해 사건, 생존자는 꼬마소년 빌리, 빌리네 집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에이들의 추리로 해결의 실마리를 보이는가 싶었지만 병실에서 만난 헤라의 이야기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를 향한 싸움이 될 것 같다. 헤라와 빌리, 둘의 관계는 무엇일까? 

자선병원의 자원봉사자 나타샤와 닥터 스핑클스의 존재는 또 무엇일까? 지하실로 옮긴 기계의 정체는 또 무엇이란 말이가? 왜 굳이 커피를 거절하는 경찰에게 커피를 마시라고 했던 것일까? 마치 사건의 중심에 이 둘이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혹 그 둘에 의해 헤라가 자신이 헤라클래스가 되었다는 착각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왜 이 책을 1권만 보내주어 사람을 이리 궁금하게 만드는지 모르겠다. 

얼른 2권, 3권을 찾아보고 싶다. 

장르소설을 즐겨 읽진 않지만 막상 읽고나니 흥미진진, 소설 속에 빠져 들었다. 마치 내가 에이들 된 것처럼 이 사건을 해결해보려고 이 생각 저 생각을 하고 있다. 살인을 하는 사람들, 그것을 통해 쾌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마치 내 주변 어딘가에도 살고 있을까 겁이 좀 나긴 한다. 하지만 그런 사건들을 해결해나가는 범죄심리학자들과 경찰들의 모습을 보면 경이롭다. 

아, 이거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 얼른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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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09-03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 이우혁 작가 책을 섬님이!
읽는 장면이 상상도 안 갑니다. 저런. 장르 소설도 마약의 한종류인데? 큭큭.

꿈꾸는섬 2010-09-03 15:17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박장대소하실만합니다. 근데 확실히 장르소설이 재밌네요.ㅋㅋ

pjy 2010-09-03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게 장르소설이 대부분은 장편이라 첨에 엄두가 안나도요~ 한번만 넘어가주면 안달납니다ㅋㅋㅋ

꿈꾸는섬 2010-09-03 21:00   좋아요 0 | URL
ㅎㅎ저 장편 잘 읽어요. 다만 장르소설은 많이 안 읽어봤지요.
재밌더라구요.^^

pjy 2010-09-04 15:29   좋아요 0 | URL
오호~~~ 장편도 잘 읽는 이쁜 섬님! 저야말로 편식쟁이라ㅎㅎ 섬님한테 배우는게 많습니다^^

꿈꾸는섬 2010-09-04 16:02   좋아요 0 | URL
제가 읽은 장편은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장길산, 토지, 임꺽정, 봄날......
또 있을텐데 생각이 안나네요.^^

다이조부 2010-09-04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고딩때 이우혁의 퇴마록이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던게 기억나네요

이런류의 소설이랑 안 친한데 어찌어찌 하다보니까 퇴마록은 제법 봤네요 ㅋ

덕분에 옛날 기억이 ㅎㅎ

꿈꾸는섬 2010-09-04 16:03   좋아요 0 | URL
폭발적인 인기에도 불구하고 안 읽어봤어요.
근데 재밌을것 같아요.ㅎㅎ

같은하늘 2010-09-08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간평가단은 정말 다양한 책을 보내는군요.^^

꿈꾸는섬 2010-09-10 12:24   좋아요 0 | URL
네, 정말 다양해요.^^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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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돌아보면 아름답지 않았던 과거 속 기억은 없는 것 같다. 그러나 그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과거들 속에는 누군가에게 보여주지 못하는 상처와 아픔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상처들을 서로가 보듬으며 끌어안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상처투성이의 젊은 날이 아름다운 것이 아니겠는가. 

좋아해,라는 말을 하고는 내 십년 후를 생각할 때만큼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때의 그 기쁨만큼이라고도 한다. 또 그때의 그 슬픔만큼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때의 그 절망만큼이라고 그가 말한다. 좋아한다는 감정 하나로 미래와 기쁨과 슬픔과 절망의 순간들을 고스란히 떠올리는 그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가 공허한 목소리로 어서 세월이 많이 흘러갔으면 좋겠다,......용서할 수는 없어도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으면 좋겠다, 고. 아주 힘센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고. 

한다. 그래, 세월이 많이 흘러야만 가능한 것들이 분명 있다. 용서는 할 수 없어도 이해는 할 수 있는 것들이 나이가 들면서 점점 생겨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것이 우리가 강해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 엄마와 떨어져 지내면서 세상과의 소통을 끊어버린 윤, 언니의 발레리나의 꿈을 좌절시키고 심지어 언니의 삶을 지켜내지 못한 미루, 세상과의 소통을 바라지만 뜻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세상을 향해 소리치는 명서, 윤을 향한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의문사 당한 단, 젊은 네 청춘의 모습은 생기발랄하지도 명랑하지도 않다. 그렇다고 무작정 우울하기만 한 것도 아니다.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삶을 살아가기 위해 몸부림친다. 자신이 먹은 것을 고스란히 기록하는 미루, 군에서의 외로움을 편지로 달래는 단, 하루 2~3시간 거리를 걸어다니는 윤, 시위대를 벗어나지 못하며 카메라를 늘 지니고 다니는 명서. 그들 나름의 몸부림은 그들의 우정으로 극복되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들의 우정도 그리 오래 가진 못한다. 단과 미루의 죽음으로 윤과 명서는 상처를 끌어안아야만 했고, 그 둘은 그것을 치유할 수 있을만큼 나이를 먹지 못했고,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아직 힘도 세지 않았다. 그들의 상처는 고스란히 갈색노트와 그들이 부치지 못한 편지에 담겨 봉인된다. 봉인이 풀리게 되는 그날 그들의 상처가 아물었을지는 모르겠다.

죽음의 막바지에 이른 윤교수를 찾은 윤, 여전히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명서를 보며 함께 아파한다. 그의 모습은 마치 자신의 모습이다. 그것은 결국 우리 모두의 얼굴일 수도 있겠단 생각을 한다. 그둘이 함께 그들의 청춘의 아픔을 극복할 수 있을까? 그것이 오히려 그 둘을 옭아매는 사슬이 되지는 않겠는가 말이다. 명서는 함께 하자는 윤의 제안을 받아들이지만 짐을 옮기지는 않고 만나면 포옹을 한다. 포옹하는 젊은이들, 그들 스스로의 상처를 누군가의 가슴으로 받아 안는 것도 서로에게 치유가 될 수 있겠단 생각을 한다. 그러니 윤이 그가 있는 그곳으로 얼른 찾아갔으면 좋겠단 생각도 하게 된다. 

시대의 우울함-민주화투쟁, 실족사, 군 의문사-을 관통하는 그들의 청춘은 더 우울하고 상처투성이가 될 수밖에 없었을 것 같다. 모든 것이 명확하게 답 지어지는 것이 없는 시대를 살고 있는 젊은이들의 방황은 그들만의 포옹으로 끝마쳐야할 것 같다. 서로가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 주어야만 할 것이다. 

젊음은 그런 것 같다. 끝없이 사유하고 행동하지만 한없이 약하고 부러지기 쉬운 그래서 상처가 잘 나는 그런 시절인 것 같다. 하지만 언젠가는 그 언젠가는 강해지고 단단해지며 상처가 나도 잘 아무는 그런 시절로 접어들게 될 것이다. 그러하기에 우리의 젊은 날의 상처와 아픔의 기억들도 아름답게 우리들에게 울려올 것 같다. 맑고 투명한 종소리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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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0-08-31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이 별 다섯개 꽉꽉 눌러채운 평점을 보라~^^

꿈꾸는섬 2010-08-31 23:42   좋아요 0 | URL
저 아직 리뷰 못 썼었어요. 이제 다시 쓰려는데 나무꾼님 언제 오셨어요?
에고...부끄러워요. 근데, 전 별 다섯개를 줘도 안 아깝더라구요.^^

같은하늘 2010-08-31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쓰려다 말았다는...ㅎㅎ

꿈꾸는섬 2010-09-01 00:00   좋아요 0 | URL
앗, 저는 지금 쓰는 중이에요. 같은하늘님도 읽으셨군요. 전 좋았는데 어땠어요?

yamoo 2010-09-01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자, 읽으신 분들 어여어여 리뷰를 쓰자구요^^

꿈꾸는섬 2010-09-02 02:35   좋아요 0 | URL
ㅎㅎㅎ8월31일이 이벤트 마감 아니었나요?

yamoo 2010-09-02 23:16   좋아요 0 | URL
이벤트 어디서 하는지도 몰라요..ㅎㅎ 리뷰 쓰신 분 글읽고 싶어서요..ㅎㅎ
 
모래시계가 된 위안부 할머니 (문고판) 네버엔딩스토리 19
이규희 지음 / 네버엔딩스토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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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을 만나는 것은 좋은 선생님을 만나는 것과 마찬가지일거라 생각한다. 

푸른책들 네버엔딩 스토리 19번 <모래시계가 된 위안부>를 읽으며 중2때 담임선생님을 떠올렸다. 

책을 읽는 걸 좋아하긴 했지만 어떤 책이 좋은 책인지 또 중2에 걸맞는 책이 뭔지도 잘 모르면서 닥치는대로 책을 읽던 시절이었다. 그때 담임을 맡았던 최선생님의 담당과목은 도덕, 도덕 선생님하면 사실 엄청 지루하고 고리타분할 거라는 생각을 할 것 이다. 하지만 최선생님의 경우, 나의 사고나 가치관 형성에 참 많은 도움을 주셨던 분이셨다. 최선생님 덕분에 나름 사회에 대한 비판 의식도 생겼고, 우리 역사에 눈을 돌리게 되었다. 

최선생님은 일제강점기 우리 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참혹하게 살아왔는지를 잊어서는 안된다고 하셨었다. 나라를 빼앗긴 것만이 아니라 우리의 말과 글도 쓰지 못하게 했고 창씨개명, 마루타 그리고 위안부. 

사실 어느샌가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관심이 사라지고 있었다. 몇해전까지만해도 종종 위안부 할머니들의 시위, 요구 등을 보도하는 시사 프로그램이 있었던 것 같은데 요새는 어디에서도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도통 들어보지 못한 것 같다. 그렇게 우리들은 잊고 있었던 것 같다. 

수줍은 꽃처녀들을 함부로 짓밟았던 일본을 잊어가고 있었던 것은 목소리 높여 외치던 할머니들 한분 한분이 떠나가고 계셨기 때문이었다. 모래 시계를 빠져나가는 모래알들처럼 점점이 흩어져 가고  그렇게 모래 한알 남지 않은 모래 시계가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었다.  

실제 위안부 할머니들의 상황을 강연하시던 황금주 할머니를 모델로 쓴 글이라 더 실감이 나지만 한편으로 가슴 한켠이 아리고, 자꾸만 눈시울이 붉어졌다. 소리 높여 자신들을 짓밟은 일본을 향해 소리를 지르던 당당한 할머니가 더이상 그럴 힘이 없어지고 현실의 세계에서 자꾸만 발을 빼고 달아나려고 하시는 모습이 너무도 안타까웠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그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고 그렇게 할머니들은 더 나이가 들어가고 병에 걸리고 또 죽음을 맞이하신다. 

결국 우린 그렇게 위안부 할머니들을 잊고 말 것이란 생각에 가슴이 먹먹하다. 

자신의 잘못이 아님에도 수치심에 고향땅 한번 밟아보지 못하고 내내 숨죽이고 숨어 살아야만 했던 할머니들 한분 한분을 생각하면 과거의 아픔과 상처를 어떻게든 보상해드려야만 할 것 같다.  

하지만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잊지 않고 기억하는 일, 그리고 그 일을 우리 다음세대에게도 알리는 일일 것이다. 그들의 만행을 꼭 기억해 두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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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8-25 0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계절에서 나온 꽃할머니는 그림만 봐도 아픔이 고스란히 느껴져요.
권윤덕님의 그림이죠.

꿈꾸는섬 2010-08-25 01:33   좋아요 0 | URL
사계절에서 나온 꽃할머니도 찾아봐야겠네요.^^

양철나무꾼 2010-08-25 0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보단 좋은 샘이 조금 위라는 생각을 합니다~^^

우리아들이 지금 중2인데,학교만 갔다오면...
국어선생님 얘기를 해요.
국어선생님을 얼마나 좋아하는지,국어가 일주일 내내 들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대요~
책도 이 선생님이 언급하시는 건 꼭 찾아읽고~
이 선생님이 언급하시는 책을 거의 다 가지고 있어,아들에게 줏가가 마구마구 올라가요~^^

그 선생님이 요즘 이 책 말씀하셨다길래 눈여겨 봅니다~^^

꿈꾸는섬 2010-08-25 01:35   좋아요 0 | URL
아직 안 주무셨어요? 내일 출근하시려면 피곤하실텐데......그래도 반갑네요.^^

아드님이 좋은 선생님을 만난 것 같아 다행스럽네요. 좋은 선생님의 좋은 영향을 듬뿍 받으니 잘 자랄 것 같아요.^^ 물론 엄마부터 좋은 엄마죠.ㅎㅎ

아이들이 꼭 읽었으면 좋겠네요.^^

책가방 2010-08-25 0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꽃할머니)는 갖고 있는데 이 책은 없네요.
절대 잊으면 안되는 역사이기에 아이들에게도 꼭 읽혀보고 싶어요..^^

꿈꾸는섬 2010-08-25 01:47   좋아요 0 | URL
11세 이상 권장도서라네요.^^
전 꽃할머니를 찾아봐야겠어요.^^

책가방 2010-08-25 01:59   좋아요 0 | URL
우리 애들은 13살, 15살인걸요...ㅎㅎㅎ

같은하늘 2010-08-25 0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절대로 잊으면 안되는 일이예요.
하지만 너무 아파서 잊고 싶은 일이기도 해요.

꿈꾸는섬 2010-08-25 12:12   좋아요 0 | URL
네 절대 잊지말고 우리 다음세대에까지 계속해서 알리도록 함께 노력해요.^^

마녀고양이 2010-08-25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왜 모래시계가 되신거죠?
지난번 순오기 언니네 서재에서 본 책 같긴 한데...

꿈꾸는섬 2010-08-25 12:14   좋아요 0 | URL
모래시계 속 모래알들이 하나둘 빠져나가듯 할머니들 한분한분 이세상을 떠나가고 계시기때문이죠. 리뷰가 너무 엉터리죠.^^ 읽은지는 좀 됐는데 책상 위에 놓여 있는 거 집어 들어 쓰는데 글이 잘 안써지더라구요. 죄송^^

마녀고양이 2010-08-26 08:44   좋아요 0 | URL
아,,,, 모래알처럼 한분한분 떠나가시는.
더 슬퍼지네요. ㅠㅠ
 
토이스토리 3 - Toy Story 3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벌써 며칠째 토이스토리3를 보러 가자고 조른다. 

어찌어찌 미루다보니 아들은 거의 울기 직전까지 갔다. 

그래도 다행히 오늘 약속이 미루어졌고, 남편은 남편대로 볼 일을 보러 나갔다 오겠단다. 그래서 무작정 애들 데리고 극장으로 향했다. 

일요일 아침 극장엔 사람들로 복잡하다. 일요일 아침 조조 영화는 사람들이 무척 많구나. 예약을 하고 올걸 그랬다. 그러고보니 할인카드로 할인도 못받았다.ㅜㅜ  시간에 쫓게 카드 한장 달랑 내밀어 결제하고 바로 올라가 팝콘사서 들어갔더니 극장 안에 빈자리가 거의 없었다. 맨앞자리를 제외한 자리가 가득찼다. 

그바람에 현수는 내랑 함께 앉아 보았고, 나는 거의 정신줄을 놓고 말았다. 팝콘은 줄줄 쏟아지고 음료수는 내 바지 위로 뚝뚝 흐르고 정말 그곳이 극장이 아니었으면 싶었다. 현준인 게다가 큰소리로 질문하고 내 옆자리 아줌마의 날카로운 눈빛이 3D안경 너머로 보이는 듯 했다. 

3D영화라 관람료도 비쌌지만 현수 덕분에 3D영화를 제대로 즐기지도 못했다. 안경은 썼다 벗었다 에고 귀찮아라. 다음부턴 3D영화 보러 가기 싫은 지경에 이르렀다. 

개구쟁이 소년 앤디가 어느새 17살 대학생이 되었다. 이제 장난감과 안녕, 장난감들은 앤디와 신나게 놀고 싶은 마음뿐인데, 앤디는 그럴 시간이 없다. 대학교 기숙사로 떠나야하는 앤디의 짐을 정리하는 도중 엄마의 착오로 버려지게 되고 장난감들은 앤디를 오해한다. 그래도 역시나 우리의 해결사 우드, 멋지게 장난감들을 구출한다. 그리고 새로운 주인을 만나게 된다. 그들을 사랑으로 아껴주며 놀아줄 소녀 버디, 이제 우리 아들에게도 그런 애착을 갖는 장난감이 생길 것이고 앞으로 아들도 장난감과 함께 성장해나갈 것을 생각하니 역시 즐거운 영화였다. 게다가 장난감들에게 생명력이 있다는 걸 믿는 눈치다. 장난감들도 상처를 받는다는 걸 생각한다면 아마도 소중하게 잘 다루어줄 것 같다. 

엄마에겐 정신없는 극장 나들이가 애들에겐 즐거웠던 듯, 집에 돌아와서도 즐거워보인다. 장난감 놀이에 한창 정신이 팔려있다. 애들은 애들답게 놀아주어야 하기에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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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가방 2010-08-22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금욜엔 솔트보고 토욜엔 토이스토리 봤네요.
솔트는 15세 관람가 였지만 6학년 작은딸도 함께 봤어요.
아이들이 어릴땐 여러가지 힘든 일이 많죠.
오죽했으면 애들 둘 데리고 대중교통으로 외출하느니 차라리 완전군장을 하겠다고 했을까..ㅋ
그래도 힘든 일이 많은 만큼 웃을 일도 많잖아요...^^
아이들이 크면... 정신적으로는 공허해지고 육체적으로는 많이 편해진답니다..ㅎㅎ

꿈꾸는섬 2010-08-23 09:26   좋아요 0 | URL
책가방님, 그나마 전 자가용으로 외출했으니 덜 힘들었던거죠.
아이들 크면 정신적으로 공허해지고 육체적으로 편해진다는 말이 와닿네요. 품안에 있을때 더 많이 놀아줘야겠어요.^^

순오기 2010-08-22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애들 어릴땐 영화보러 못 다녔어요. 셋을 키우다 보니 육아기간이 10년이었다는...
하지만 지금은 그때 못 본 걸 보상하듯 맘만 동하면 갑니다.
현수와 현준이가 재밌게 보고 돌아와 장난감 놀이를 했군요.ㅋㅋ
요건 지난 주말 학교 아이들 18명 데리고 가서 봤어요.
다행이 어머니 한분이 인솔자로 따라와 주셔서~ 아이들 원하는대로 3가지로 나누어 봤어요. 3D 아니어도 좋았어요. 햇살마을 아이들이 장난감을 함부로 다루는 설정만 맘에 안 들었지만...
아~ 같은 글이 두 개 올라왔어요. 아래에도...

꿈꾸는섬 2010-08-23 09:30   좋아요 0 | URL
애들 셋...정말 대단하셔요.^^
그나마 전 애가 둘이니 6년...요새는 둘 데리고 외출도 간혹하고 영화도 보러 다니니 제가 훨씬 나은 상황인거죠.^^
3D가 오히려 너무 불편하더라구요. 저희 동네에선 3D 상영만 하거든요. 선택의 여지가 없었죠. 맞아요. 햇삿마을 아이들...꼭 그럴 것 같진 않은데 말이죠.

먼저 등록했을때 에러가 났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재등록을 했는데 두개가 올라왔군요. 아래글은 삭제했어요.

마녀고양이 2010-08-23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준이 현수는 헤이리의 <딸기가 좋아> 쪽이 아직은 훨씬 어울리네요. ㅋㄷㅋㄷ
일산이랑 남양주랑 가까우면 참 좋을건데.... 그져~

꿈꾸는섬 2010-08-23 14:49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좀 멀어요.^^

같은하늘 2010-08-25 0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거 큰 아아이게 보여준다고 약속했는데...
언제까지 상영하려나...

꿈꾸는섬 2010-08-25 12:22   좋아요 0 | URL
워낙 토이스토리는 인기가 많으니 오래하지 않을까요? 앗, 그래도 벌써 한참 되긴 했네요. 얼른 가보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