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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 제15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최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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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빛이 되고 싶다

 

김춘수 시인의 <꽃>을 생각나게 하는 작품이었다. 이년, 저년, 언나, 간나, 꼬맹이, 유나, 어느 것 하나 소녀의 이름이라고 할 수 없었다. 소녀는 자신의 이름이 무엇인지 소녀의 진짜 부모가 누구인지 알지 못했다. 따뜻한 물 속을 헤엄쳐 다니던 그 시절에 본 엄마의 심장을 그리워할뿐이다. 작은 구멍을 찢고 세상 밖으로 나오면서 이미 이 세상을 끝을 경험했다는 소녀는 양수 안에서의 삶을 그리워한다. 그때 소녀는 평화라 불렸다.

구멍 밖의 세상엔 평화가 없었다. 늘 부서지고 던지고 때리고 맞고 욕하고 굶주리는 생만이 존재한다.

진짜 엄마를 찾기 위해 나선 길 위의 여정은 고단하다. 고단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만이 소녀를 알아본다. 황금다방의 장미언니, 다른 사람들에게 웃음을 팔며 돈을 벌어 광장공포증이 있는 많이 배운 남자친구를 위해 먹을 거리를 사서 그의 집으로 간다. 그의 온갖 야유와 비웃음을 견뎌내며 심지어 그의 폭력까지 감수하며 살아간다. 그녀의 그런 모습에 소녀는 실망하고 떠난다. 더 먼 곳으로 가서 진짜 엄마를 찾기 위해 기차를 탄다. 기차역에서 만난 태백식당 할머니, 할머니와 사는 동안 소녀는 할머니가 진짜 엄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그 둘의 소소한 삶은 사회로부터 소외된 자들이 서로를 의지하며 외로움을 견디고 서로를 아껴가는 삶이다. 그런 삶도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 사업에 실패한 아들네 식구가 식당을 점령한다. 눈에 가시같은 존재인 소녀를 끝내 지켜주지 못하고 할머니는 떠나 보낸다. 경찰들에게 붙잡혀 가짜엄마, 아빠에게 돌아갈 것이 두려운 소녀는 도망친다. 배고픈 소녀는 슈퍼에서 초코파이를 훔친다. 그녀를 향한 따뜻한 손에 이끌려 교회에 간다. 교회에서의 생활이 나쁘지만은 않다. 하지만 교회에서는 늘 착한 아이처럼 굴어야할 것 같은 압박을 느낀다. 어느날 공짜밥을 먹으러 오는 남자를 따라 폐가에 머문다. 그의 폐가에서 라디오를 듣고 책을 읽으며 평온한 날을 보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다. 축제장에서 본 각설이패를 따라 이곳저곳을 다니며 진짜 엄마를 찾아야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들과의 생활도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 진짜 가족이 아니기 때문에 그들과의 생활도 쉽지가 않다. 그렇게 서울로 들어와 또래 친구들을 만난다. 또래 친구들의 아픔은 또한 그녀의 아픔만큼 상처가 크다. 아이들을 세상밖으로 내몰은 사람들은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왜 그들에게 의미있는 삶을 살아가게 해주지 못했는가.

책을 읽는내내 젊은 신예 작가의 당돌하고 발칙함에 매료되었다. 술술 넘어가는 책장에 내 마음도 덩달아 태백과 부산 그리고 강릉, 서울을 넘나들었다. 하지만 그 어디도 마찬가지다. 아무도 소녀를 의미있는 사람으로 만들어주지 못한다. 소녀 스스로도 선택할 수 없다. 소녀에겐 처음부터 이름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소녀를 무어라고 명명할 수 없으니 소녀의 삶은 어떤 의미도 부여될 수 없는 것이다.

제 15회 한겨레 문학상 수상작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작품이다. 소녀의 내면의 이야기는 가슴 저미게 아프기도 했지만 순수한 소녀가 바라보는 세상은 고정화된 우리의 시선을 다른 곳을 향하게 만들어준다. 틈틈이 보여지는 아름다운 문장들도 결코 쉽게 쓰여지진 않았을 것 같다. 이 세상 어딘가에 소녀와 같은 소녀가 살아가고 있을 것이란 생각에 어른다운 어른으로 부모다운 부모로 살아가야겠단 생각을 한다.


길 잃은 볕이 우연히 들른 바닥에 발을 뻗고 있으면 온몸이 살살 녹아들 듯 간지럽고 나른했다. 창과 길 사이, 우리 머리 위엔 노란 민들레도 피었다. 나는 창밖으로 손을 뻗어 그 민들레를 살살 쓰다듬곤 했다.(262쪽)


어린 소녀가 마음 편히 발뻗고 누울 공간하나 만들어주지 못했던 소녀의 엄마, 그리고 아빠, 우리 주변 어딘가에 자신의 존재를 찾기 위해 고단한 여행을 하며 우리 곁을 스치게 될 어느 소녀를 위해 기도하고 싶은 날이다. 부디 의미있는 삶의 주인공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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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0-08-20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폰트가 왜 이리 되었나요!

꿈꾸는섬 2010-08-20 15:58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ㅜㅜ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르겠어요.

같은하늘 2010-08-20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대단해요. 여전히 문학 서평단을 하고계시는군요.
책을 보면 탐나지만 자신이 없어서 못하겠던데...

꿈꾸는섬 2010-08-20 20:28   좋아요 0 | URL
신간도서..특히 이렇게 좋을 책을 받을때는 정말 행복해요.^^
 
너의 시베리아 - 시베리아 아이를 만나러 가는 특별한 여행
리처드 와이릭 지음, 이수영 옮김 / 마음산책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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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하고 첫아이를 낳으면서 비로소 엄마가 되었다. 아이를 갖지 않고는 느낄 수 없었던 감정들을 경험하며 경이롭고 신비로움에 감동하고 감탄했던 일들이 떠오른다. 아이가 내 안에서 나올때의 경이로움, 세상밖에서의 첫울음, 탯줄을 자르고 처음 입을 벌려 젖을 찾아대던 아이의 본능이 얼마나 신기했는지 모른다. 그 아이를 만나기 위해 10달을 고스란히 뱃속에 넣어두고 기다리면서 늘 건강한 아이가 태어나기만을 바랐었다. 그 아이가 어느새 가방을 매고 유치원에 다니며 고래고래 노래도 부르고 기합 넣어가면 태권도를 한다고 발차기를 해댄다. 이 아이는 어느날 갑자기 나에게 온게 아니었다. 나의 삶 어딘가 아이의 존재가 도사리고 있었던 것일테다. 그 순간의 찰나에 아이는 내 안에서 서서히 자라고 이제는 세상을 알아가며 배우고 또 그렇게 자라나고있다. 그런 아이를 바라보는 엄마의 마음은 흐뭇함 그 자체이다. 

모든 아이들이 엄마와 자신과의 유대관계 속에서 자라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를 생각한다. 하지만 세상 어딘가에는 끊임없이 버려지는 아이들이 있다. 또 그 아이들을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자랄 수 있도록 노력하는 누군가도 분명 존재하고 있다. 그래도 더이상은 버려지는 아이들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사회주의 체제가 붕괴한 소련, 경제적으로 안정되지 않은 나라의 아이들은 수없이 버려진다. 결혼 비율은 내려가고 이혼율은 증가하고 폭정의 멍에가 대물림 되고, 혈연관계는 해체되는 상황에서 아이들은 버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누군가를 책임질 수 없는 부모들로부터 버려지는 아이들, 그 아이들에게 좋은 양부모가 생기지 않는다면 그들은 잡범이나 마피아, 소녀의 경우 사창가와 콜걸이 될 것이란다. 계속해서 악순환의 고리는 끊어지지 않고 이어질 수밖에 없는 가슴 아픈 현실이다. 

   
 

 고아원 아기들은 똑같은 보살핌을 받는다. 모두 '동시에'이건 '아무에게도'다. 개인적인 관심을 받는 일은 거의 없다.(278쪽)

 
   

세상 그 어떤 아이 누구라도 개인적인 관심을 받아야만 한다. 하지만 그들의 선택권도 없이 그들은 그렇게 익명의 누군가로 모두에게 흡수되어 버린다.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어느 누구라도 특별한 누군가가 되어야만 하는게 아닌가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멜리아는 행운가 아닐까 생각했다. 이미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에게 입양되어 새로운 가족이 생겨나고 그 부모는 새로운 딸을 얻기 위해 시베리아를 여행하고 시베리아에서 태어난 딸을 위해 시베리아의 문화와 자연, 민담, 전설들을 기록하여 선물하려고 한다. 아멜리아를 만나던 첫날을 기억하고 그녀의 까르르 웃는 모습에 방안 전체가 들썩였다고 한다. 아멜리아의 행동 하나하나를 눈여겨보고 아이와의 소통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너무도 소중하게 느껴졌다. 

아이를 만난 것을 중심으로 아이의 이야기로 온갖 미사여구를 갖다 써놓았다면 이 입양기는 그냥 그런 입양기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가 태어난 나라를 기록하여 선물하려는 부모의 마음이 너무도 아름답다. 미국으로 건너가 살게 되어도 그녀가 태어난 곳은 시베리아일테니 말이다. 그녀가 태어난 곳을 알려주고 싶어하는 저자의 마음이 너무도 소중하다. 아이의 출생지조차 소중하게 끌어안는 그의 마음을 읽으며 내 마음이 덩달아 흐뭇하고 따뜻해진다. 

   
 

 '나는'하고, 갓 태어나 비틀거리는 어린 양이 말한다. '나는 하나뿐이다. 나는 나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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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08-19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코알라와 행복하지만, 이런 책과 글을 보면 미안한 맘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세상은 참 공평하지 못 하죠.. 아멜리에는 행복한 가정을 얻어서 참 다행이네요.

꿈꾸는섬 2010-08-19 10:03   좋아요 0 | URL
입양하는 분들 보면 정말 대단하단 생각밖에 안들어요. 전 사실 입양은 자신없거든요. 다만 버려지는 아이들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버려진 아이들은 이미 상처로 시작되는 것이기에 그 아이들의 상처를 보듬어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악순환의 고리가 끊겼으면 좋겠어요.^^

양철나무꾼 2010-08-19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뿐만 아니고,사람이라면 누구나 관심을 받아야 하겠죠~
하찮은 풀들도 관심을 받는 순간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나는 걸 보면여~^^

하지만,관심과 사랑도 지나치면...또는 번지수를 잘못 찾으면...병이 될 수도 있는 거겠죠~

꿈꾸는섬 2010-08-19 14:58   좋아요 0 | URL
ㅎㅎ번지수를 잘 찾아야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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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라는 이름만으로 충분히 그의 역량을 의심할 수 없다. 그동안 그가 내놓은 책의 대부분을 읽었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을까> <호출> <아랑은 왜> <검은 꽃> <오빠가 돌아왔다> <퀴즈쇼> <빛의 제국> <여행자> 등 그의 책을 읽으며 그에게 반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의 기발한 상상력과 유머와 재치있는 글은 그를 사랑하게 만들었었다. 하지만 오랜만에 내놓았다는 이 책, 조금 부족하단 생각을 한다. 뭔가 2% 부족하다. 

작가는 원고청탁없이 즐겁게 쓴 글들이라지만 이미 <마코토>와 <아이스크림>은 다른 지면에서 보았던 작품들이다. <악어>와 <밀회>도 어디선가 본 듯 하다. 그것도 최근 것이라기보단 좀 된 듯 하다. 물론 그 당시에는 참 좋았다.  

그 당시에는 좋았다라는 말이 참 그렇다. 내가 변한 것인지 작가가 변한 것인지, 그것이 참 아리송하단 말이다. 김영하라면 입에 침이 마를 정도로 극찬을 아끼지 않았던 나인데, 이번 작품집은 그저 작가의 장난처럼 느껴지니 말이다. 마치 초기 습작생들의 습작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물론 모든 작품이 그랬던 것은 아니다. 아무래도 내가 나이가 들어서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작가의 역량은 여전한데 그것을 바라보는 나의 눈이 후져가는 것이란 생각에 조금 서글프단 생각을 한다. 작품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독자가 되어가는 느낌이다. 

그래도 이 얇고 가벼운 책 속에 그의 숨길 수 없는 칼날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그 칼날이 여기저기 숨어서 상채기를 내고 있었다. 그것이 김영하의 매력이기도 했었다. 긍정도 부정도 아닌 그 무언가가 답인 세상, 그것을 가볍게 대처하는 듯 하지만 실제로는 깊은 상처를 갖게 되는 인물들의 모습을 아무렇지 않게 그려내는게 그의 특징이었던게 생각난다. 

   
  삶이란 별게 아니다. 젖은 우산이 살갗에 달라붙어도 참고 견디는 것이다. <로봇> 9쪽  
   
   
  시련? 그런게 아니라 모래언덕에서 아래로 계속 미끄러져 내려가는 기분이야. 그러니까 내 말은, 힘을 내서 다시 올라가고 싶은 기분도 아니라는 거야. 올라가봤자 모래언덕일 뿐이야. 그 너머엔 또다른 모래언덕이 있겠지. <여행> 42쪽  
   
   
  죽음을 생각하기에 좋은 곳은 바로 이런 곳입니다. 편안한 신발을 신고 느릿느릿 발걸음을 옮기는 늙은 관광객들과 제 몸의 힘을 이기지 못하는 젊은이들이, 마치 콘트라스트 강한 흑백사진의 명부와 암부처럼 도시를 양분하고 있는 곳. 눈을 들면 견고한 성이, 이제는 무용해져버린, 그 어느 것으로부터도 도시와 제후를 지킬 수 없고 또 그럴 필요도 없는, 이제는 겨우 제 아름다움으로 오직 자기 자신만을 보호할 수 있게 된 고성이 오래된 도시와 더 오래된 강을 굽어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전거를 탄 젊은이들은 그런 것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그들은 이곳을 떠날날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들은 떠날 것입니다. <밀회> 80쪽  
   
   
  정말 인간은 삶의 전 순간을 오직 인간으로만 사는 것일까요? 그러니까 제 말은, 개나 돼지, 새나 물고기인 그 어떤 순간, 그것을 부인하기 어려울 때가 간혹은 있지 않은가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불교도들이 전생을 믿는 게 아닐까요?  <밀회> 87쪽  
   
   
 

조는 좀도둑을 사랑한다. 사시미칼을 휘두르는 조폭이나 아내를 살해하고 집에 불을 질러버리는 무도한 놈들은 질색이다. 좀도둑은 긴장을 즐기는 자다. <조> 177쪽

 
   
   
  조는 알고 있다. 정은 안간힘을 다해 버티고 있다. 아름다운 여자를 가만히 놔두겠는가. 손님에게 언제나 친절하도록 교육받은 저 감정노동자들만 노리는 치들이 있다.(중략) 이 거머리들의 특징이 바로 뻔뻔함이다. <조> 182쪽  
   
   
  조금 분한 마음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누워서 찬찬히 생각해보니 사실 나로선 손해본 게 없었다. 맛있는 저녁도 먹고 맥주도 마시고 삼 년만에 수문도 열었으니 밑진 게 다 뭐냐 싶었다. 정말 퀴즈쇼에 나가길 잘했다 싶었다. <퀴즈쇼> 253쪽  
   
밑줄 그었던 부분들을 옮기다보니 그의 문장들은 어느 하나 버릴 것이 없었다. 그런 그에게 실망스럽다고 말하려고 했다니 조금 미안해졌다. 그래도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 것을 무엇으로 채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작가의 만남에 가본다면 좀 나아질지도 모르겠다는 어설픈 기대를 해본다. 그럼 확실히 그를 알게 될 것 같다.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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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17 09: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꿈꾸는섬 2010-08-17 23:21   좋아요 0 | URL
네, 팬이죠. 근데 퀴즈쇼 이후 이번 작품까지 좀 부족하단 생각이......

좀도둑은 긴장을 즐기는 자다. 요 문장 정말 좋죠.ㅎㅎ

님도 건강하게 잘 지내세요.^^

양철나무꾼 2010-08-17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전 뭔가 10% 부족한 느낌이었습니다.
전 별 세개와 그 아래로는 리뷰를 잘 안 쓰는데,이게 딱 그 경계였습니다.
다 어디선가 본 걸 짜집기 해놓은 부페음식 같은 느낌.
전 읽다가 집어던져 버렸습니다~

꿈꾸는섬 2010-08-17 23:22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솔직히 좀 실망스러웠어요. 하지만 그의 문장은 군더더기 하나 없죠. 저도 몇번 던졌어요. 심지어 오타도 있더라구요.ㅋㅋ 문학동네 왜 그래...그러면서 읽었어요.ㅋㅋ

마녀고양이 2010-08-17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게 김영하 씨가 대단한가요?
요즘 리뷰 엄청 보네... 내 손으로 사 읽을리는 없을듯 하고,,
누구한테 선물이나 받아야겠어요. 홍홍

꿈꾸는섬 2010-08-17 23:23   좋아요 0 | URL
제겐 대단한 작가였어요.ㅎㅎ
근데 요 책은 참 아깝네요.ㅜㅜ

비로그인 2010-08-17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췌한 부분을 읽으니 뭔가 조금은 알듯 하기도 하네요 ^^
한편 이런 책들에 대해 얘기해주던 그 시간이 그립기도 하고요.

어느새 달력의 날짜가 8월 중반을 넘어서고 있네요. 이렇게나마 꿈섬님 공간에 들려 시간이 흐를때 뭔가 짧게 읽게 되니 다행입니다.

꿈꾸는섬 2010-08-17 23:25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시간이 참 빨라요.
점점 나이들어간다는게 서글퍼져요.ㅜㅜ 젊은 작가의 호흡을 따라가지 못하는게 아닐까하는 그런 생각도 좀 들었어요. 분명 작가와 제가 함께 나이들어간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약간의 배신감이 있어요.ㅜㅜ
 
<침묵의 무게>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침묵의 무게
헤더 구덴커프 지음, 김진영 옮김 / 북캐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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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힘은 정말 대단하다.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쉽게 짓고 까부르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소설을 읽으며 사람 사는 세상을 다시 또 배운다. 이렇게 쉽게 술술 읽으며 나 자신까지 돌아볼 수 있게 만드는 소설이라면 더없이 환영이다. 

7살 소녀 칼리, 3년째 선택적 함구증에 걸려 있다. 그녀가 말하기를 모두가 기다리지만 그녀는 결코 말하지 않는다. 

그녀는 왜 말을 하지 않게 되었던 것일까? 

퇴근해서 들어오는 아빠를 보면 우리집 작은 딸아이는 아빠에게 달려간다. 그가 하루종일 보고 싶었다고 노래를 부르고 그의 옆을 떠나지 않는다. 잠시도 가만있지 않으면 종알종알 뭐라 말한다. 심지어 노래는 어찌나 잘 부르는지 모른다. 현재 4살이다. 

칼리는 4살이후 말을 하지 않았다. 그녀의 엄마가 그녀를 잡기 위해 손을 뻗다가 계단으로 굴러 떨어져 7개월의 아이를 사산했다. 그녀의 엄마 안토니아는 그런 사실때문이라고 생각하며 자책하며 살아왔다. 그녀의 오빠 벤은 나이차가 많이 나는 여동생을 돌보는 오빠는 멋져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어느날 버스정류장으로 가던 중 그녀가 넘어지지만 친구 앞이라 손을 잡아주지 않고 모른척 한다. 친구앞에서 체면차리느라 동생을 슬프게 해서 그녀가 말을 하지 않는거라고 생각한다. 

그녀의 아빠 그리프는 그녀가 말하길 바란다. 참관수업중 말한마디 하지 않는 그녀를 보는 아빠의 심정은 어떻겠는가? 또 선생들로부터 그녀가 문제아라는 얘길 듣는다면 어떤 아빠가 화가 나지 않겠는가 말이다. 

하지만 문제는 늘 가정에서 먼저 발생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아이들을 보호해야하는 부모들의 역할이 잘 되었는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 같다. 

엄마 안토니아는 남편이 자신을 때리고 술에 취해 아이들을 함부로 할때 그를 떠났어야한다고 후회한다. 그녀 자신이 좋은 엄마가 아니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사실 그녀는 아이들에게 좋은 엄마였다. 다만 남편과의 관계 조율이 쉽지 않았다. 아이들이 기억하는 엄마는 늘 아이들 편이고 아빠의 횡포로 아이들을 외부로 피신시킨 존재였다. 사실 가족의 고리가 쉽게 끊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나 역시 안토니아가 현명한 판단을 내렸다면 싶다. 당장 그녀의 외로움을 달래줄 알콜 중독자를 선택한 그녀의 잘못이 먼저이긴 하다. 하지만 그를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없고 남들 부끄러운 것에만 신경을 쓰다보니 가족의 문제는 안으로 곪게 되는 것같다. 

그리프는 자신의 아이들을 함부로 대한다. 그가 없었다면 아이들도 없었을 것이긴 하지만 그가 아이들의 소유자는 아니지 않는가. 벤은 어느정도 컸고 남자아이라 아빠의 횡포에 맞설만큼 자랐지만 칼리는 아직 어린 아이에 불과하니 아빠의 횡포를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 이 소설의 사건도 그리프로부터 시작되지 않았던가 말이다. 아내의 의심하는 마음에서부터 그의 횡포가 시작되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는 늘 멀리 떠나 일을 한다. 그녀의 집근처엔 그녀의 첫사랑이 살고 있다. 둘은 아직도 사랑하고 있는 것 같다. 나는 늘 멀리 떠나 있다. 라는 생각이 들면 어느 누가 그들을 의심없이 바라볼 수 있겠는가 말이다. 심지어 벤의 친구들이 벤을 향해 네 엄마는 창녀야.라고 놀려대기까지 했으니 온 마을이 아는 사실을 외면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의지가 약한 사람들에겐 늘 술이 위안이 되어주고 그들의 본 마음과 달리 술은 좀 더 거칠게 만들고 대담하게 만들고 술에서 깨어나 후회를 하고 용서를 구하는 그 마음까지 거짓이라 몰아부칠 순 없었을 것 같다. 

숲속에서 만신창이가 되어 발견된 페트라, 

그녀는 평온한 가정에서 곱게 자란 소녀이다. 과연 그녀를 짓밟은 사람은 누구일까? 

칼리의 나쁜 아빠 그리프인가? 아님 칼리의 상담선생 윌슨일까? 그것도 아님 가장 친근한 그 남자일까? 손에 땀을 쥐게 하고 나름의 상상력을 다해가며 소설의 막바지에 이른다. 역시 그남자였군. 

3년동안의 침묵을 깨고 늘 자신을 변호하던 페트라를 위해 칼리가 입을 연다. 진실은 밝혀지는 법. 

13살의 칼리는 더 이상 아빠를 미워하지 않는다. 그가 그날 숲속으로 그녀를 끌고 가지 않았다면 그녀는 페트라를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회상한다. 다만 아빠를 집어삼킨 맥주캔, 그것이 미울뿐. 

계단으로 구른 아내, 울부짖는 아이, 그 아이를 향해 쏟아부은 주어 담을 수도 없는 비난과 협박의 말들, 그것이 그녀를 더 이상 말하지 못하게 했다. 그것은 바로 우리 부모들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그것을 막아주지 못한 그녀의 엄마도 분명 잘못했다고 생각한다. 그 누구도 아이들의 영혼에 상처를 입혀서는 안될 것이다. 육체적폭력만이 폭력이 아니다. 아이들의 영혼을 상처입히는 말은 더 큰 폭력인 것이다. 

또한 친한 어른들에게 아이들 함부로 맡기는 것, 친근한 어른들에게 호감을 표현하는 것에 대해 엄격할 필요가 있겠단 생각을 한다. 늘 범죄는 가까운 사람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니 말이다. 

아이들의 정서와 심리, 또 가정생활의 적나라한 모습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운다. 아이들의 심리적인 안정을 우선시하는 그들의 태도를 또한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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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08-11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괜찮은가요? 아.. 읽고 싶어지는데여.

꿈꾸는섬 2010-08-11 11:59   좋아요 0 | URL
강력 추천^^

양철나무꾼 2010-08-11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좋아하는 장르소설을 읽다보면...
뭔가 어긋난 것이 있어야 그걸 해결하는 이야기가 펼쳐지는 데,
세상 방방곡곡 어느 나라의 장르소설을 읽더라도,
이 아이들부터 삐그덕거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책들은 너무 적나라하여 외면하고 눈을 질끈 감게 만들고 싶기도 하지만 말이죠.
이런 책들을 보면서 느끼는 건,
우리도 그런것들에 한껏 노출되어 있으면서 아닌 것처럼 숨기려만 든다는 거죠.
남의 나라 일이라고 도외시하여,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꿈꾸는섬 2010-08-15 17:23   좋아요 0 | URL
맞아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없어야죠.
 
말하지 못한 내 사랑은
이해경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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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나는 아직도 사랑을 모르겠다. 

사랑에 대해서 뭐라고 정확히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어느 순간에는 사랑한다는 감정이 있었던 것 같은데 지나고나면 그게 사랑이었을까? 하고 의문이 생긴다. 

이 책의 주인공도 대학시절 만난 형과의 시작도 사랑이었을텐데 어느순간 그들의 만남은 사랑해서 만난다기보다는 습관화된 만남이었던 듯, 다른 여자가 생겼다는 형의 말에 연우는 슬퍼하지 않는다. 무덤덤히 그 상황을 받아들인다.  오히려 친구의 결혼식장에서 만난 희수와의 짧은 만남을 생각하며 가슴 떨려 한다. 몇년에 걸쳐 몇번의 만남이 고작인 그들의 만남, 전화가 걸려오지 않으면 절대 전화하지 않는 그녀의 정체모를 사랑, 그것이 정말 사랑이었을까? 끊임없이 생각하고 끊임없이 기다린다고해서 그것이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사랑한다는 감정보다는 현실적인 이유로 맞선 본 남자와 결혼한 연우, 남편은 그녀가 자신의 첫 상대가 아니라는 사실에 실망하지만 그것을 대놓고 따져 묻지 않는다. 우연히 일과 관련해 만난 그녀의 선배, 그가 그녀의 남자였다는 것을 직감으로 알고 심지어 집으로 끌어들여 그들의 관계를 알고자 한다. 하지만 이미 그들에게 무엇이 남았겠는가? 

사람들의 관계는 일방적일 수는 없다. 물론 상대적일 수는 있겠지만 말이다. 

평소 덤덤한 그녀보다 애교많고 귀여운 여자를 만난 형, 덤덤한 그녀와 헤어진다. 하지만 살다보니 귀여운 그녀는 낭비벽이 심하고 심지어 도박에 알콜 중독까지...그러다보니 덤덤했던 그녀를 사랑했다는 게 생각났을 것이다. 만약 귀여운 그녀가 낭비벽도 없고 도박도 하지 않고 알콜 중독도 없었다면 그는 전에 만났던 여자를 생각했을리가 없었을 것이다. 

어느 정도 맞는다라는 생각이 있으면 남자든 여자든 결혼해도 괜찮겠단 생각을 한다. 하지만 막상 살아보면 현실은 좀 다르단 생각을 한다. 매일 매일 마주치는 그와 그녀가 어찌 매일 똑같이 사랑할 수 있겠는가? 서로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고 해도 내가 생각했던 결혼 생활과는 분명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게 결혼생활이 아닌가 싶다. 누군가는 애들때문에 자신의 생활이 사라진 것에 대해 안타까워하고 슬퍼하겠지만 그들 사이에 아이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헤어지지 못할 이유하나 생긴 것이다. 그런데 연우에겐 애도 없다. 애가 없으니 사는게 당연 지리멸렬하지 않았겠나 싶다. 그렇다고 무언가 특별한 일을 하고 싶은 생각도 없는 그녀, 오직 헬스장과 집을 오가는 그녀에게 어느날 뜻밖의 남자가 전화를 걸어온다면, 그것도 무언가를 팔기위해 전화했다고해도 그녀의 무료한 삶의 일부를 즐겁게 바꿀 전환점은 되었을거란 생각을 한다. 능력도 없는 남자와 매일 매일 살아봤다면 아마 그에 대한 측은지심을 가장한 사랑의 감정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었겠는가 말이다. 

작가의 말이 인상적이다. 

사랑을 믿지 말고 다만 속아주기를. 

그래서 마침내 사랑을. 

그 어렵고 힘든 사랑이 어디에나 있음을, 믿게 되기를. 

그것이 비록 사랑이 지나간 자리에 남게 되는 

미련이라 할지라도. 

사실 우리의 결혼 생활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다. 사랑에 대한 신뢰보다는 서로가 사랑하고 있다고 속고 속이는 끊임없는 과정 속에서 살고 있는게 아닌가 말이다. 살다보니 사랑할때도 사랑하지 않을때도 있으니 말이다.(물론 모든 부부가 그런건 아닐테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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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8-08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사랑에 대한 얘기군요..
쓰신 글을 읽어내려 가다가
"살다보니" 이 단어가 참 읽는 눈에 밟힙니다.

꿈꾸는섬 2010-08-09 13:21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의 사랑은 어떤 것이었나 궁금해지는데요...살다보니 어떠시던가요?

양철나무꾼 2010-08-09 0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심수봉 노래가사처럼 '사랑보다는 정'으로 살아간다고 생각합니다.
미운정 고운정...그렇게 지지고 볶고 사는 게 삶인게죠~

별 넷 짜리 책의 리뷰에서,별 다섯이상의 깨달음을 얻어가지고 갑니다~^^

꿈꾸는섬 2010-08-09 13:22   좋아요 0 | URL
그렇죠. 사랑이라는 감정이 지속된다는게 쉽지 않은 것 같아요.
미운정 고운정...그게 정답인 듯^^

따라쟁이 2010-08-09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치 소설의 연장선 같은 리뷰여요. 도저히 추천하지 않을 수가 없군요.
저는 꿈꾸는 섬님의 리뷰는 속아줄수도, 믿어줄 수도, 사랑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_+

그런데 끈끈한 여름에 끈끈한 사랑이야기를 읽고 나면 뭔가.. 더 더워지지 않아요?

꿈꾸는섬 2010-08-09 13:23   좋아요 0 | URL
끈끈한 여름엔 끈끈한 사랑이야기가 제격이죠.ㅎㅎ
술술 잘 읽히잖아요.^^

마녀고양이 2010-08-10 1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가의 말이 정말 인상적이네요..
저 역시 사랑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어요. ^^ 평생 어려운 숙제일 듯~

꿈꾸는섬 2010-08-10 20:40   좋아요 0 | URL
작가의 말 인상적이죠. 풀기 어려운 문제인 듯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