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1월 4주
유난히 추운 올 겨울 날씨를 거뜬히 이겨낼 따뜻한 영화를 보고 왔다. 청각장애 야구단의 이야기라니 안 봐도 뻔한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할 수 있다.
야구단에서 음주와 폭행으로 징계중인 김상남 선수가 충주성심학교 야구부에 자원봉사를 하러 온다. 자의가 아닌 타의다. 듣지도 못하는 아이들이 야구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겠는가 당연히 아이들에게 관심이 없다. 충주성심학교 야구부가 봉황기대회에 나가 1승을 거두는 것을 목표로 연습한다는 이야기에 코웃음치던 그였다. 그는 무기력한 사람이었다. 자신이 얼마나 야구를 좋아했는지를 잊고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니 술 마시고 야구방망이를 휘둘렀을 것이다.
야구를 진심으로 좋아하고 야구부원들의 모습은 눈물겹다. 소리를 듣지 못한다는 것, 그것은 불리할 수밖에 없다. 자신의 몸조차 보호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거친 야구를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야구공이 날아가는 소리도, 관중의 함성도 듣지 못하는 그들이 과연 봉황기 대회에서 1승을 거둘 수 있을 것인가?
김상남 선수는 아이들에게 야구는 모두가 함께 노력하고 잘 해야만 한다는 것을 일깨운다. 늘 혼자였던 아이들, 자기 중심으로 사고할 수밖에 없던 아이들에게 팀은 투수만 잘한다고 된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한다. 투수의 뒤를 지키고 있는 유격수들의 힘이 없다면 경기의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야구를 한다고는 하지만 다치는 것을 두려워하고 공을 무서워하고 기초체력이 부족한 아이들을 위해 그가 노력하기 시작한다. 그도 진심으로 야구를 사랑하고 하고 싶어했던 고교시절이 있었으니 말이다. 손가락이 짓무를정도로 어깨에 무리가 갈 정도로 공을 던지던 그의 과거의 열정이 성심학교 야구부원에게 전달되기 시작했다.
시범삼아 경기했던 군산상고와의 경기 32대 0의 참담한 패배, 하지만 김상남 선수의 말은 일품이다. 우리에게 가장 무서운 것은 우리를 동정하고 봐주는 것이다. 열심히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해야 한다는 그의 말에 장난스럽던 경기는 진지해졌다. 그들의 얕보고 동정하는 것, 그것이 가장 무서운 적이다. 그들 스스로 노력해서 얻지 않은 결과는 그들의 것이 아니니 말이다.
학교로 뛰어가다 쓰러진 아이들을 향해 소리치던 그의 모습은 정말이지 감동 그 자체였다. 소리는 귀로만 듣는 것이 아니다. 여기 가슴으로도 듣는다. 소리쳐라. 힘껏 소리쳐라. 더이상 가슴에 담아두지 말고 꿈을 향해 힘껏 소리치라던 그의 말은 아이들도 선생님도 그리고 나도 모두에게 감동이었다.
소리를 듣지 못하는 아이들이 야구를 한다는 것이 위험하다는 교장선생님과 학부모, 게다가 한국프로야구선수에서 제명당한 선수를 코치로 둘 수 없다고 하는데, 누구도 아이들의 꿈을 가로 막을 수는 없다. 짓밟을 수는 없다. 아이들이 야구를 하며 행복해하고, 자신의 힘으로 꿈을 향해 달려간다는 사실만으로도 얼마나 아름다운가 말이다. 조용하던 학교가 응원의 열기로 휩싸이고, 또래의 아이들처럼 친구를 응원하기 위해 노력하는 아이들의 모습도 얼마나 아름다운가 말이다.
자신들만의 방법을 찾아 연습하고 노력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는내내 가슴이 벅찼다. 그들 스스로 우뚝 설 수 있는 그날이 꼭 왔으면 좋겠다.
야구장에는 무엇이 있는가? 사랑이 있단다. 엥? 뭔 소리야 하겠지만 영화를 보면 안다. 야구장에 정말 사랑이 있더라.
정재영이란 배우는 언제나 좋다. 연기가 좋으니 말이다. 하지만 아쉽긴 하더라. 야구선수의 단단한 장딴지를 보여주지 못했으니 말이다. 야구부원으로 연기했던 젊은 남자배우들 정말 연기 잘 하더라. 쉽지 않은 연기였을텐데 말이다. 실제 청각장애인의 모습을 보는 듯 했다.
공지영의 소설 <도가니>에 나온 아이들은 거짓과 폭력에 희생당했는데, 글러브의 청주성심학교 아이들에겐 꿈과 희망이 있어 보여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