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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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돌아보면 아름답지 않았던 과거 속 기억은 없는 것 같다. 그러나 그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과거들 속에는 누군가에게 보여주지 못하는 상처와 아픔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상처들을 서로가 보듬으며 끌어안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상처투성이의 젊은 날이 아름다운 것이 아니겠는가. 

좋아해,라는 말을 하고는 내 십년 후를 생각할 때만큼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때의 그 기쁨만큼이라고도 한다. 또 그때의 그 슬픔만큼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때의 그 절망만큼이라고 그가 말한다. 좋아한다는 감정 하나로 미래와 기쁨과 슬픔과 절망의 순간들을 고스란히 떠올리는 그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가 공허한 목소리로 어서 세월이 많이 흘러갔으면 좋겠다,......용서할 수는 없어도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으면 좋겠다, 고. 아주 힘센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고. 

한다. 그래, 세월이 많이 흘러야만 가능한 것들이 분명 있다. 용서는 할 수 없어도 이해는 할 수 있는 것들이 나이가 들면서 점점 생겨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것이 우리가 강해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 엄마와 떨어져 지내면서 세상과의 소통을 끊어버린 윤, 언니의 발레리나의 꿈을 좌절시키고 심지어 언니의 삶을 지켜내지 못한 미루, 세상과의 소통을 바라지만 뜻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세상을 향해 소리치는 명서, 윤을 향한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의문사 당한 단, 젊은 네 청춘의 모습은 생기발랄하지도 명랑하지도 않다. 그렇다고 무작정 우울하기만 한 것도 아니다.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삶을 살아가기 위해 몸부림친다. 자신이 먹은 것을 고스란히 기록하는 미루, 군에서의 외로움을 편지로 달래는 단, 하루 2~3시간 거리를 걸어다니는 윤, 시위대를 벗어나지 못하며 카메라를 늘 지니고 다니는 명서. 그들 나름의 몸부림은 그들의 우정으로 극복되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들의 우정도 그리 오래 가진 못한다. 단과 미루의 죽음으로 윤과 명서는 상처를 끌어안아야만 했고, 그 둘은 그것을 치유할 수 있을만큼 나이를 먹지 못했고,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아직 힘도 세지 않았다. 그들의 상처는 고스란히 갈색노트와 그들이 부치지 못한 편지에 담겨 봉인된다. 봉인이 풀리게 되는 그날 그들의 상처가 아물었을지는 모르겠다.

죽음의 막바지에 이른 윤교수를 찾은 윤, 여전히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명서를 보며 함께 아파한다. 그의 모습은 마치 자신의 모습이다. 그것은 결국 우리 모두의 얼굴일 수도 있겠단 생각을 한다. 그둘이 함께 그들의 청춘의 아픔을 극복할 수 있을까? 그것이 오히려 그 둘을 옭아매는 사슬이 되지는 않겠는가 말이다. 명서는 함께 하자는 윤의 제안을 받아들이지만 짐을 옮기지는 않고 만나면 포옹을 한다. 포옹하는 젊은이들, 그들 스스로의 상처를 누군가의 가슴으로 받아 안는 것도 서로에게 치유가 될 수 있겠단 생각을 한다. 그러니 윤이 그가 있는 그곳으로 얼른 찾아갔으면 좋겠단 생각도 하게 된다. 

시대의 우울함-민주화투쟁, 실족사, 군 의문사-을 관통하는 그들의 청춘은 더 우울하고 상처투성이가 될 수밖에 없었을 것 같다. 모든 것이 명확하게 답 지어지는 것이 없는 시대를 살고 있는 젊은이들의 방황은 그들만의 포옹으로 끝마쳐야할 것 같다. 서로가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 주어야만 할 것이다. 

젊음은 그런 것 같다. 끝없이 사유하고 행동하지만 한없이 약하고 부러지기 쉬운 그래서 상처가 잘 나는 그런 시절인 것 같다. 하지만 언젠가는 그 언젠가는 강해지고 단단해지며 상처가 나도 잘 아무는 그런 시절로 접어들게 될 것이다. 그러하기에 우리의 젊은 날의 상처와 아픔의 기억들도 아름답게 우리들에게 울려올 것 같다. 맑고 투명한 종소리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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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lmo 2010-08-31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이 별 다섯개 꽉꽉 눌러채운 평점을 보라~^^

꿈꾸는섬 2010-08-31 23:42   좋아요 0 | URL
저 아직 리뷰 못 썼었어요. 이제 다시 쓰려는데 나무꾼님 언제 오셨어요?
에고...부끄러워요. 근데, 전 별 다섯개를 줘도 안 아깝더라구요.^^

같은하늘 2010-08-31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쓰려다 말았다는...ㅎㅎ

꿈꾸는섬 2010-09-01 00:00   좋아요 0 | URL
앗, 저는 지금 쓰는 중이에요. 같은하늘님도 읽으셨군요. 전 좋았는데 어땠어요?

yamoo 2010-09-01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자, 읽으신 분들 어여어여 리뷰를 쓰자구요^^

꿈꾸는섬 2010-09-02 02:35   좋아요 0 | URL
ㅎㅎㅎ8월31일이 이벤트 마감 아니었나요?

yamoo 2010-09-02 23:16   좋아요 0 | URL
이벤트 어디서 하는지도 몰라요..ㅎㅎ 리뷰 쓰신 분 글읽고 싶어서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