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기엔 좀 애매한 사계절 만화가 열전 1
최규석 글.그림 / 사계절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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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생생한 경험이 바탕이 된, 그래서 더 슬펐다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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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07 11: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08 05: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울기엔 좀 애매한 사계절 만화가 열전 1
최규석 글.그림 / 사계절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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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때부터 지금까지 눈물이 참 많다. 하도 울어 남편은 내게 수도꼭지라고 부른다. 아직도 나올 눈물이 있냐며 어쩌면 수도꼭지를 열자마자 펑펑 쏟아지는 수돗물처럼 눈물이 쏟아질 수 있는지 모르겠단다.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어째서 그렇게 잘 울 수 있는건지...... 

하지만 울고나면 내 속에 쌓여 있던 감정의 찌거기들이 눈물을 통해 배출되는 느낌이다. 그걸 카타르시스라고 하더라. 뭐 그런 어려운 용어를 몰라도 내 감정이 정화되는게 느껴진다. 그러니 눈물을 통해 반성도 하고 스트레스 해소도 하는 것이다. 

독설을 일삼는 미술학원강사, 아이들에게 함부로 대하는 것 같지만 그들의 아픔을 똑같이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 같다. 돈이 없어도 어떻게 해서든 미술학원을 다니고 대학 입학 시험에 붙고나면 어떻게든 되겠지 생각하는 그들, 결국 입학금이 없어 재수를 선택하고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하지만 학원비도 감당이 안되고, 심지어 좋은 작품은 돈 많은 집 아이의 포토폴리오로 빼앗기고 현실이 그닥 아름답지 않다는 것, 그 아름답지 않은 현실 속에서 또 그들은 짓밟힐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본다. 

얼마나 울고 싶을까? (내 마음은 그렇다.) 

하지만 절대 울지 않는다. 웃을 수도 없지만 울수도 없는 애매한 경계에 놓인 그들의 입장, 고아가 된 것도 아니고 전쟁이 난 것도 아니라는 은수의 말이 더 슬프다. 왜 울면 안되는거냐고 다시 또 묻고 싶다. 그들의 잘못으로 이루어진 가난이 아닌데, 왜 힘들다고 울면 안되느냐는 말이다. 

하지만 한번 울고나면 다시는 일어설 수 없을 거라는 두려움이 있을 것 같다. 아무도 없는 방에 숨어 혼자 훌쩍일 수 있을지는 몰라도 남들 앞에서 당당하게 눈물을 흘리는 일이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라는 생각을 가진 것일 것이다. 

그래도 또 다시 말해주고 싶다. 그럴땐 울어도 된다고, 엄마와 자식을 나몰라라하며 살아가는 아빠를 향해 저주를 퍼붓고 뜨거운 눈물을 흘려도 된다고 말이다. 자기 것을 빼앗긴 것에 대한 분노의 눈물은 흘려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다. 

최규석 작가의 100도씨를 보고 젊은 작가의 눈으로 5.18을 생생하게 그려낼 수 있었다는게 놀라웠었다. 그 뒤 작가의 팬이 되었지만 다른 작품은 찾아보지 못하고 잊고 있었다. 이번 신간 소식에 다른 책들(대한민국 원주민, 생태습지보고서)을 찾아보니 역시 대단한 작가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남다른 작가임에 틀림없다는 생각을 굳혔다. 만화책 뒤쪽에 작업노트만 보아도 이 작가가 얼마나 섬세한 사람인가를 보여준다. 그가 유명 만화가가 되기전에 미술학원강사로 있으면서 직접 겪었던 이야기를 그린 것이라 더 많은 감동이 따르는 것도 사실이다. 수채화 그림으로 그리겠다고 시작한 일이 힘에 겨웠지만 그래도 끝까지 수채화로 마무리 한 것도 대단하다. 작가가 보기엔 미흡할 지 모르지만 그림의 질적 느낌은 훨씬 업그레이드 된 느낌이다. 다음번엔 더 좋은 그림으로 만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이 생긴다. 

최규석 작가의 다른 만화책들도 구해서 읽어봐야겠다. 남편도 감동적으로 읽었는지 최규석 작가의 만화책을 더 구해오란다. 만화책조차도 잘 안보던 사람이 최규석 작가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같이 공유할 수 있는 것들이 생겨나니 마음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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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08-03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규석 작가를 다들 좋아하시는군요.. 그럼에도 저는 아직 땡기지 않으니, 역시 누가 저보고 맘 내켜야 한다고 암말 필요없다고 했던 얘기가 딱 맞나 봅니다~

꿈꾸는섬 2010-08-03 16:55   좋아요 0 | URL
ㅎㅎ아직 안 보셔서 그럴거라고 생각해요. 일단 한번 보시면 마음이 바뀌실거에요.^^ 강요할 맘은 없어요. 맘 내키실때 보셔요.^^

순오기 2010-08-03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첫 리뷰로 등록됐어요. 나는 포토리뷰로 올려야지요.^^
최규석 만화책은 어렵게 살아보지 않은 사람은 공감을 덜 하는 거 같아요.
많은 독자들이 알아주는 작가로 뜨거운 반응이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꿈꾸는섬 2010-08-03 18:02   좋아요 0 | URL
큰누나의 힘에 입어 아마도 그리 되지 않을까요?
요 책도 참 좋더라구요. 학원가 이야기...^^ 아마 최작가님 대박나실 듯 해요.^^

치유 2010-08-04 0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은수의 말이 더 슬프네요..이책 찜해놓고 있는데 얼른 보고 싶네요..

꿈꾸는섬 2010-08-04 23:03   좋아요 0 | URL
배꽃님 오랜만이에요. 잘 지내고 계시죠? 더위에 건강 조심하세요.
은수의 말뿐아니라 전반적으로 너무 슬퍼요.ㅠ.ㅠ

양철나무꾼 2010-08-04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글을 어제부터 들락날락하며,읽고 읽고 또 읽었어요~
눈믈 얘기,카타르시스,스트레스 해소 등 등...또 다른 날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근데,저는 요~
제 자신의 일로는 절대로 울지 않아요.
어릴 때 넘어져 아파 울어본게 제자신의 일로는 마지막일거예요.

리뷰를 읽는 내내...울고 싶어도 울 수 없었듯,
아마 이 책을 읽고도...울지는 않을거예요~

꿈꾸는섬 2010-08-04 23:04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 너무 대단하세요. 전 정말 눈물이 마를날이 없을정도로 울어요. 저 자신때문에도 울지만 요새는 아이들때문에도 울어요.ㅠ.ㅠ

양철나무꾼님도 이 책 받으셨죠? 님의 리뷰도 기대되어요.^^
 
<파인데이즈>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파인 데이즈
혼다 다카요시 지음, 이기웅 옮김 / 예담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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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분명 존재했을......당신만의 어느 멋진 날은 어느새 수많은......어제가 되어버렸다

책 표지의 글이다. 나만의 어느 멋진 날이 수많은 어제가 되었다는 말이 가슴으로 들어왔다. 

현실의 어딘가에 남아 있을지도 모르는 과거의 어느날은 기억할 수도 있고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는 수많은 언젠가가 되었다. 

오늘을 살아가는 어느 날, 문득 과거의 어느 날이 떠오른다. 그날이 어느새 생생한 현재처럼 느껴지는 날에는 오랜 몸살을 앓는 듯 온몸이 저리고 아파올때도 있다. 물론 기쁨과 행복으로 가득했던 날들도 물론 있었다. 그런 기억들은 그저 행복한 기억이었겠지만 아픈 과거가 상처로 남지 않았다면 그것이 행복했었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지나갔을지도 모를 일이다. 

혼다 다카요시, 처음 접하는 작가이다. 일본의 베스트셀러 작가란다. 막상 읽어보니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그의 글이 갖는 은근한 매력이 나를 사로잡았다. 로맨스와 미스테리의 오묘한 조화가 흡입력을 갖게 한다. 

죽음을 몰고 다니는 여학생, 심지어 살인자라는 누명을 쓰지만 실제로 살인을 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사람들이 죽을때 여학생이 느꼈다는 오한은 무엇인지 영혼의 육체 이탈은 아니었을지를 생각하게 한다. (Fine days) 

암에 걸린 아버지가 결혼전에 사귀던 여인을 찾아달라고 부탁하고 아들은 그녀를 찾기 위해 그녀가 살았던 아파트로 간다. 현관문을 열고 그가 만난 젊은 아버지와 그녀, 아버지의 과거를 오롯이 이해할 수 있었을지는 의문이다.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작가의 기묘함이 매력적이었다. 이 소설은 영화화되어 젊은층의 열렬한 지지를 얻었단다. 나도 영화화된 작품을 보고 싶다.(yesterdays) 

여동생을 죽이고 자신이 살아남았다는 죄의식에 사로잡힌 그녀, 누나의 그림이 미래를 예견하는 불운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알게된 그, 사람들과의 관계를 단절시키기 위해 노력한 그의 앞에 당당히 선 그녀는 과연 어떻게 될까?를 생각해본다. 누구에게나 있을법한 과거 속 그날의 암울함이 인상적이었다.(잠들기 위한 따사로운 장소) 

현재의 나를 들여다볼 수 있게 한 과거의 이야기, 나와 그녀의 사랑에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한 그녀의 과거, 하지만 그것은 그녀에 의한 것이 아니라 나에게서 비롯된다는 노파의 이야기, 어둠은 어둠에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빛에 의해 존재하는 것이라는 이야기, 결국 모든 것의 원인은 나로부터 시작되는 것일테다.(shade) 

두 아이를 낳고 사는 나의 현재, 오늘의 모습은 과거 속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던가를 생각한다. 어느 우연한 날의 남편과의 만남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가끔 그날을 생각하면 과거 속 어딘가에서 또 하나의 그림 속 퍼즐이 이미 준비되어 있었던게 아닌가를 생각한다. 

내가 소설을 읽는 것은 시시하고 시덥잖은 이야기라 폄하될지라도 그 속에 우리들의 삶이 녹아져 있기 때문이다. 전혀 다른 듯이 살고 있지만 그 속 어딘가에는 나의 모습이 존재하고 있다. 우리 나라 소설만이 아니라 먼 외국의 소설을 읽어도 마찬가지의 감정을 느낀다. 그런데 일본 소설은 어쩜 그리 우리와 비슷한 구석들이 많은지 모르겠다. 물론 문화적인 차이가 있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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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08-02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새 수많은 어제가 되어버렸다..... 참, 아련해지는 문구네요.
수많은 어제가 모여 현재를 살아나가고, 미래를 꿈꾸고.
그러나 말을 뱉는 이 순간 역시 과거화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잡을 수 없는 노을같아요.

꿈꾸는섬 2010-08-02 15:54   좋아요 0 | URL
그렇죠. 어느새 수많은 어제가 되어버렸다......오늘도 다 같은 오늘은 아닌게 되는거죠.^^

양철나무꾼 2010-08-02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우리와 비슷하면서도 가장 큰 차이가 나는 게 일본장르소설 같아요~^^

꿈꾸는섬 2010-08-02 23:32   좋아요 0 | URL
ㅎㅎ저도 그래요.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기때문에 더 많이 비슷한 구석을 발견하는 것 같아요.^^
 
극장판 도라에몽:진구의 인어대해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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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상영


29일 개봉한다는 소식에 아이들이랑 함께 극장가서 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남편의 휴가도 연기가 되었고 아이들 방학동안 여행은 갈 수 없을 것 같아 다른 문화적인 혜택이라도 많이 누려보자고 했었다. 사실 극장에 가는 일이 가장 쉬운 일이 아닐까 싶다. 알라딘에서 주는 영화할인쿠폰으로 조조영화를 보니 영화관람비는 얼마 들지도 않았다. 아이들이 극장에 가면 좋아하는 것이 팝콘, 평소에는 절대 구경도 못하는 것인데 극장에 가면 하나씩 사서 안겨주니 그 맛도 좋았을 것이다.  

30주년 기념판이라는 진구의 인어대해전은 바닷속 인어공주와 친구가 되어 인어들이 살고 있는 궁전을 구해내는 것이다. 바닷속 아름다운 모습이 화면 가득 펼쳐졌다. 알록달록 예쁜 물고기들, 그 속을 헤엄치는 도라에몽과 친구들을 따라 나도 바닷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어린 현수에게는 조금 지루했는지 모르겠지만 현준이는 의젓하게 잘 보았고 너무 재미있었다고 한다. 아무래도 만화적 상상력은 현실의 세계에서 이루지 못하는 것들을 쉽게 이루어내니 대리만족도 느낄 수 있었을 것 같다. 

나도 도라에몽을 참 좋아한다. 가끔 TV에서 방영하는 것들도 시간이 맞으면 보기도 한다. 도라에몽을 통해 친구들과의 우정도 배우고 무엇보다 지구를 사랑하는 어린이로 자랄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오늘 본 영화에서도 바다를 깨끗하게 만들어준 인어의 검을 생각해도 그렇고 작년에 보았던 공룡대탐험에서도 마찬가지였었으니 말이다. 

가끔 내 옆에도 도라에몽이 있었으면 좋겠단 생각을 한다. 현실에서 어려운 것들도 쉽게 해결해주는 멋진 친구가 옆에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말이다. 도라에몽의 주머니에서 쏟아져나오는 온갖 것들, 그것들로 내 소원도 이루면 좋겠단 생각을 한다. 그리고 바쁜일도 척척 대신해준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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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08-02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 도라에몽을 극장에서 보셨단 말이죠.
제가 섬님같은 엄마라면, 울 코알라가 얼마나 행복해했을까. ^^
저는 코난 극장판 보여달라는데, 버티고 있는 중입니다.
그놈의 코난 극장판은 왜 매년 여름마다 상영한답니까!!

꿈꾸는섬 2010-08-02 11:38   좋아요 0 | URL
ㅎㅎ그러지 말고 보여주셔요.^^ 지금의 코알라니까 가능한거잖아요.^^
매년 방학특집 계획이 똑같은가봐요.
5일에 개봉하는 토이스토리도 보여달래요. 아마 그것도 볼 것 같아요.^^

마녀고양이 2010-08-02 13:30   좋아요 0 | URL
토이 스토리 정도는 저두 견딜수 있지만,,,
코난이나 도라에몽은........... 절레절레.

꿈꾸는섬 2010-08-02 15:53   좋아요 0 | URL
ㅎㅎㅎ전 도라에몽 재밌어요.ㅎㅎㅎ 사실 코난도 재밌던데 현준이가 아직 어려 못 보는거에요.ㅎㅎㅎㅎ 제 수준이 좀 낮죠.

엘리자베스 2010-08-03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며칠전 놀이터에서 엄마들과 나눈 대화가 생각나네요. 이웃중 한 엄마가 아이들한테 도라에몽을 보여 준다며 길을 나서는 것을 보면서 "도라에몽을 극장에서 봐? 왜? 오늘 아침에도 TV에 나오던데.., 이해할 수 없네" 대부분의 엄마들 생각이죠. 저 또한 그 자리에서 같이 '맞아 맞아' 그랬거든요. 그런데 이틀 뒤 저 또한 극장에서 도라에몽을 봤답니다 ㅋㅋ. 아이들 정말 좋아하더라구요.

꿈꾸는섬 2010-08-03 11:05   좋아요 0 | URL
ㅎㅎ전 엘리자베스님 서재 도라에몽 글 보고 댓글 달고 왔는데...여기 계셨군요.ㅎㅎ
도라에몽 극장판은 또 극장판대로 재밌잖아요.ㅎㅎ
 
크로스 : 정재승 + 진중권 - 무한상상력을 위한 생각의 합체 크로스 1
정재승, 진중권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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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하고 아이를 갖고 6년이란 세월을 거의 집안에서 보냈다. 나의 관심사는 늘 아이들과 남편, 집안의 대소사이다. 아이가 아프면 병원에 데려가고, 저녁이면 남편이 좋아하는 음식을 마련하고 주말이면 아이들을 데리고 무얼하며 지내면 좋을지를 생각하며 보낸 시간들이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사회적인 관심이나 이슈에는 무뎌진 것도 사실이고 관심을 기울여도 도통 머리 속에 잘 들어오지도 않았다. 

내가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은 지극히 여성적이고 모성적인 관점이라고 해야겠다. 이 세상이 돌아가는 중심에 내 가족이 놓여 있으니 말이다. 

내 아이가 다른 아이에게 상처 받는게 두렵고 내 남편이 나가서 일을 하며 겪어야할 일들에 대한 걱정과 염려가 전부인양 살아온 셈이다. 가끔 책을 읽는 행위가 세상과 소통하는 유일한 출구였던 것 같다. 

2009년 12월에 출간된 책이 어느새 초판 4쇄이면 많은 부수가 팔린 게 아닐까 생각했다. 왜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사서 보았을까? 그건 이 책을 읽으며 생각한 것인데 우선 가볍게 읽기에 편안하고 좋다. 내용의 깊이와 넓이가 중요할 수도 있지만 이 책을 읽으며 더불어 사회에 한발 다가선 느낌이다. 사회의 구성원으로 늘 고민하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수준에서는 이 책이 참 사소한 것들을 과학자와 미학자의 관점으로 거창하게 꾸며 쓴 것처럼 느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처럼 집에서만 보내는 아줌마에겐 사소한 것들에서 찾아낸 과학적이고 미학적인 접근이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마치 나의 지적 수준이 높아진 느낌이랄까. 

과학자와 미학자가 주거니 받거니 쓴 글은 생각의 합일점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개성에 맞는 문체로 각자의 생각을 펼쳐나가는 것이다. 나는 오히려 이러한 접근이 참 좋다. 그 둘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생각도 거기에 더해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더 즐거웠다. 

21가지의 아이템 모두가 재미있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들이 제시한 아이템들 모두 별로였다고 말할 수도 없을 것 같다. 그저 가볍게 웃으며 읽을 수 있는 거리가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책을 읽는동안 4살 딸아이는 헬로 키티 부분을 자꾸만 보여달라고 졸랐다. 어린 딸 눈에도 키티가 보였던 것이다. 그리고 내가 이 책을 다 읽기 전까지 계속해서 보여달란다. 그리고 한다는 말이 "난 헬로 키티가 좋아." 그런다. 그리고 자신이 입은 옷에 그려진 헬로 키티를 내려다 보았다.(오천원 주고 산 셔츠다) 사실 그저 아이가 좋아하고 예쁘니까 사주었던 헬로 키티 캐릭터에 많은 이야기와 역사가 담긴 줄은 또 몰랐었기에 흥미로웠다. 그녀의 가족사와 남자친구까지...이 책을 안 봤다면 몰랐을 이야기였다. 

또 생수이야기, 우리집도 생수를 마신다. 과학자와 미학자는 사람들이 생수를 마시는 것도 하나의 패션아이콘처럼 자리잡았다고 한다. 사실 나 같은 사람은 매번 물 끓이는게 귀찮아 마신다. 끓인 물은 오래두면 상하기도 해서 가끔 끓이고 끓인 물이 떨어지면 생수로 대체를 한다. 이런 것까지 의미를 부여하는 그들의 글쓰기가 정말 재미있었다. 

또 대중적인 것들 스타벅스나 프라다 혹은 개그맨, 개그콘서트 같은 것들에 대한 그들의 해석도 재미있었다. 물론 그것들의 깊이나 넓이를 따지면 뭐 그리 대단한 것들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두 저자가 독자들에게 얘기하고 싶었던 것이 사소하게 지나치는 것들을 통해 우리의 현재 모습과 미래의 모습을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했던게 아닌가 싶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사회적인 접근이 어려운 아줌마가 읽기엔 참으로 흥미롭고 재미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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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0-07-31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인간극장 보는데 유리의 과학적 원리를 설명해 주는
대목이 나오더군요.
보면서, 저렇게 멋있는 사람이 과학에 대해 설명해주면
과학에 문외한인 나 같은 사람도 빠져들겠다 싶어요.
그러면서 이 책이 생각났죠.
비로소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물큰 났습니다.ㅋㅋ

꿈꾸는섬 2010-07-31 20:21   좋아요 0 | URL
맞아요.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 잘 설명해주면 참 좋지요. 전 그런면에서 이 책이 좋더라구요.^^

마녀고양이 2010-07-31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잼날거 같아요... 사소함에서 찾아내는 과학과 미학이라.

꿈꾸는섬 2010-07-31 20:21   좋아요 0 | URL
ㅎㅎ저는 재밌었어요.^^ 님은 어떠실지 모르겠지만요.^^

프레이야 2010-08-01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력적인 지성인, 젊은 과학자와 미학자의 개성있는 접근이군요.
사실은 서로 통해야되는 분야가 아닐까싶어요.^^

꿈꾸는섬 2010-08-01 21:19   좋아요 0 | URL
역시 프레이야님^^
살짝 통하는 부분들이 물론 있었답니다.^^

비로그인 2010-08-01 2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왠지 읽지 않아도 다 읽은 듯한 느낌입니다. ^^ 책 내용이 좀 웃기기도 할 듯 싶습니다 ㅋ

꿈꾸는섬 2010-08-01 22:06   좋아요 0 | URL
ㅎㅎ바람결님 서재에서 슈만을 듣고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