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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시계가 된 위안부 할머니 (문고판) ㅣ 네버엔딩스토리 19
이규희 지음 / 네버엔딩스토리 / 2010년 9월
평점 :
좋은 책을 만나는 것은 좋은 선생님을 만나는 것과 마찬가지일거라 생각한다.
푸른책들 네버엔딩 스토리 19번 <모래시계가 된 위안부>를 읽으며 중2때 담임선생님을 떠올렸다.
책을 읽는 걸 좋아하긴 했지만 어떤 책이 좋은 책인지 또 중2에 걸맞는 책이 뭔지도 잘 모르면서 닥치는대로 책을 읽던 시절이었다. 그때 담임을 맡았던 최선생님의 담당과목은 도덕, 도덕 선생님하면 사실 엄청 지루하고 고리타분할 거라는 생각을 할 것 이다. 하지만 최선생님의 경우, 나의 사고나 가치관 형성에 참 많은 도움을 주셨던 분이셨다. 최선생님 덕분에 나름 사회에 대한 비판 의식도 생겼고, 우리 역사에 눈을 돌리게 되었다.
최선생님은 일제강점기 우리 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참혹하게 살아왔는지를 잊어서는 안된다고 하셨었다. 나라를 빼앗긴 것만이 아니라 우리의 말과 글도 쓰지 못하게 했고 창씨개명, 마루타 그리고 위안부.
사실 어느샌가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관심이 사라지고 있었다. 몇해전까지만해도 종종 위안부 할머니들의 시위, 요구 등을 보도하는 시사 프로그램이 있었던 것 같은데 요새는 어디에서도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도통 들어보지 못한 것 같다. 그렇게 우리들은 잊고 있었던 것 같다.
수줍은 꽃처녀들을 함부로 짓밟았던 일본을 잊어가고 있었던 것은 목소리 높여 외치던 할머니들 한분 한분이 떠나가고 계셨기 때문이었다. 모래 시계를 빠져나가는 모래알들처럼 점점이 흩어져 가고 그렇게 모래 한알 남지 않은 모래 시계가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었다.
실제 위안부 할머니들의 상황을 강연하시던 황금주 할머니를 모델로 쓴 글이라 더 실감이 나지만 한편으로 가슴 한켠이 아리고, 자꾸만 눈시울이 붉어졌다. 소리 높여 자신들을 짓밟은 일본을 향해 소리를 지르던 당당한 할머니가 더이상 그럴 힘이 없어지고 현실의 세계에서 자꾸만 발을 빼고 달아나려고 하시는 모습이 너무도 안타까웠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그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고 그렇게 할머니들은 더 나이가 들어가고 병에 걸리고 또 죽음을 맞이하신다.
결국 우린 그렇게 위안부 할머니들을 잊고 말 것이란 생각에 가슴이 먹먹하다.
자신의 잘못이 아님에도 수치심에 고향땅 한번 밟아보지 못하고 내내 숨죽이고 숨어 살아야만 했던 할머니들 한분 한분을 생각하면 과거의 아픔과 상처를 어떻게든 보상해드려야만 할 것 같다.
하지만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잊지 않고 기억하는 일, 그리고 그 일을 우리 다음세대에게도 알리는 일일 것이다. 그들의 만행을 꼭 기억해 두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