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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나간 마음을 찾습니다 - <유희열의 스케치북> 정민선 작가가 그려낸 선연한 청춘의 순간들
정민선 지음 / 시공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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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서른 중반을 훌쩍 넘겼다. 앞으로 살아야 할 날이 더 많은데도 언젠가의 일들을 떠올릴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하기도 씁쓸하기도 하다.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삶은 나아가지 못하고 우물쭈물거리며 시간을 보냈던 이십대를 생각하면 반짝반짝 빛이 났던 것도 같고, 우중충한 회색빛이 났던 것도 같은 그런 애매한 시간이 생각난다. 그때 만났던 사람들을 모두 다 기억하지도 못하고 더러는 나는 기억하지만 그들은 기억하지 못하는 존재가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할때가 있다. 그만큼 이십대의 기억이 가물가물한다. 게다가 내 맘대로 좋은 쪽으로 해석하고 나에게 유리한 쪽으로 기억을 조작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이십대의 나는 미친듯이 방황하는 정신나간 사람이었다. 방탕한 생활은 물론 늘 집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으니 말이다. 집을 벗어나 살던 3년반의 생활만큼 홀가분했던 적이 또 있었을까도 싶었지만 주말이면 어김없이 집으로 기어들어갔던 나를 생각하면 진정 집을 벗어나고 싶었던 적은 별로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넌 너라는 사람이 좋아? 맘에 들어?"라는 친구의 물음에/ 분명한 목소리로 "좋아!"라고 대답하는 내가 보인다./ 오늘 다시 그 질문을 받는다면 나는 뭐라고 답해야 할까? (프롤로그 중)

 
   

내가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나는 분명한 목소리로 "좋아!"라고 답하지 못하고 불분명한 태도로 씩 웃고 말았을 것이다. 나는 여태 나를 제대로 대접한 적이 없다. 자존감이 부족한 사람의 태도라고나 할까. 그러니 나는 여태 행복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고 살았던 것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 늘 우리 곁에 있지만 그것을 모르는 채 지내왔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살고 있다. 모든 것이 감사하고 감사한 일이라는 것을 나이가 들면서 알게 되었단 얘기이다. 

   
   지금 행복하지 않은 내가 / 과연 이따가는 행복할 수 있을까? (25쪽)  
   

 이 글을 읽는 순간 멈칫했다. 맞아. 행복하다고 생각하지 못했던 날들은 늘 불행하다고 생각하고 술을 마시고, 이 사람 저 사람 붙잡고 지껄여대고, 한숨짓고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부터 나는 앞으로도 계속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그런 쓸데없는 하소연은 더 이상 할 필요도 없다는 걸 깨달았다. 

   
  어쩌면 어른이 된다는 건/ 감정을 숨겨야 하는 것, / 슬퍼도 참아야 하는 것, / 아파도 웃어야 하는 것.(27쪽)  
   

내게도 어른이 된다는 것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어른이라면 이렇고 저렇고 내 나름의 기준이 있었다. 하지만 어른도 아프면 아프다고 말해야 하고, 슬플땐 울어야 한다. 그것을 감춘다고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진심을 감춘다고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어른이 된다는 것은 그 모든 것을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마음을 있는 힘껏 동여매고 / 아무 일 없는 것 마냥 그렇게 웃는다.(35쪽) 

조금 덜 행복해도 괜찮으니 / 조금 더 단단해졌으면 좋겠다.(45쪽) 

긴장의 끈을 느슨하게 풀어놓으면 / 마음의 나사를 헐겁게 풀어놓으면 / 욕심이 과해 부대끼던 많은 일들이 저절로 잘 되어간다. / 그것이 인생의 진실이자 아이러니다.(53쪽) 

나이를 먹어간다는 건 참으로 흥미로운 일이다. / 10년 후의 나는 또 어떤 생각으로 /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을지......./ 어느 나이를 살든, 생각은 늙지 않고 / 여유와 관록만으로 빛이 났으면 좋겠다.(59쪽) 

나의 상처와 마주하는 것, / 호~ 입김을 불어주고 연고를 발라주고 / 반창고를 붙여주는 것으로 나는 비로소 성장한다. / 그리고 반드시 기억해야 할 건, / 흉터는 남았어도 아픔은 지나갔다는 것이다.(63쪽) 

 
   

음악프로그램의 시나리오 작가인 이 에세이의 저자는 작사가이기도 하단다. 자신을 돌아보며 많은 이야기를 꺼내어 놓는다. 마치 한편의 시를 읽는 듯, 그녀의 마음을 읽어간다. "어느 나이를 살든, 생각은 늙지 않고/ 여유와 관록만으로 빛이 났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그녀의 글이 이제 막 서른으로 접어든 풋내기의 글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연애란 / 오늘은 / 이렇게 좋은데 어떻게 헤어지지 했다가 / 내일은 / 이런 애랑 어떻게 계속 만나지 하는 것.(105쪽)  
   

사람을 만나 사랑을 나누는 일만큼 쉽지 않은 일이 또 있을까? 너무 좋다고 만났다가도 어느날에는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전화 한통으로 결별을 말하는 그런 사랑도 있다. 그 어느 순간엔 좋아서 어쩔줄 몰랐는데 말이다. 그때의 상처가 고스란히 떠오르지만 지금은 그때처럼 아프지 않다. 상처가 생겼던 그 순간 나는 어느새 성장했다. 

   
 

 그랬다. 너의 인생과 나의 인생 모두/ 마음에 안 드는 것들 투성이라고 생각했지만/ 지나고 보니 그럭저럭 잔잔하게 흘러간 것 같다./ 소행성 B612에서 내려다보면 오늘 나의 이 혼잡함들은 / 너무 작고 보잘 것 없어서 존재하는지도 모르겠지.(215쪽) 

오랜만의 휴식으로 마음에 쉼표를 찍은 날. / 나는 비로소 숨을 쉰다.(243쪽) 

이 세상에 헛되게 흘러간 시간은 없다. / 그 시절을 그렇게 보내지 않았더라면 / 지금의 견고한 나는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247쪽)

 
   

 인생은 참 살아볼만하다. 이렇게 아무 것도 아닌 듯 흘러왔던 시간들 속 어느 순간 순간들은 반짝 반짝 빛이 났을테고, 그것을 나 혼자 기억하고 있다고 해도, 그 순간들은 언제나 내 기억 속에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해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그것으로도 족하다. "이 세상 헛되게 흘러간 시간은 없다" 이 세상 그냥 그렇게 살아온 날은 없는 것이다. 내가 살아왔던 그 모든 순간들이 지금의 나이고, 앞으로의 나일테니까 말이다.  

 나보다 어린 작가의 글을 읽으며 그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그녀의 생각에 공감을 표한다. 그렇게 산다는 것은 어느 나이 많은 사람의 이야기에서만 감동을 받는 것은 아닐 것이다. 살아있는 모든 생물들에게 인생을 배우고 삶을 생각한다. 또 앞으로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죽음을 맞이하는 그 순간까지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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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시스 2011-02-15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아, 라고 저는 말하지 못했는데 다들 지나고나면 그 순간들이 아쉬운가 봐요.
저도 아쉬운 게 많은데 그 중 제일 큰 것은,
정말 예뻤을 때에 내가 얼마나 예쁜지 몰랐던 거예요.
무엇이든 할 수 있었는데, 무엇이든 하고 있다고 생각했으면서도, 정작 아무 것도 한 게 없다는 거예요, 흑흑.

꿈섬님은 지금 너무 따뜻하고, 온기있고, 다정하고 그렇잖아요.
지나간 20대를 그리워하지 않아도 충분히 아름다워요. 정말 그래요.^^

꿈꾸는섬 2011-02-15 10:24   좋아요 0 | URL
아이리시스님 댓글보면서 왜 눈시울이 붉어질까요?
저도 그땐 제가 얼마나 반짝반짝 빛이났는지 잘 몰랐어요. 지나고보니 그때가 참 좋았던 걸 아는거죠.
아이리시스님은 남은 이십대를 아름답고 알차게 보내고 계시잖아요. 아이리시스님 서재에 갈때마다 그 아름다움에 제가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 듯 착각도 한답니다.
매 순간이 너무 소중하고 아름다워요.^^

blanca 2011-02-15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따금씩 밤에 자기 전 스무 살을 생각해요. 그때는 왜 몰랐을까요? 얼마나 찬연한 시간들이었는지. 그냥 그대로 행복한 거였는데 너무 욕심이 많았어요. 왜 항상 깨들음은 늦게 올까요...

꿈꾸는섬 2011-02-15 22:48   좋아요 0 | URL
ㅎㅎ늦은 깨달음이라도 오니 다행이지 싶어요.^^

따라쟁이 2011-02-15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집 나간 마음이 돌아와야 느껴지는 감정들이니까, 마음이 집을 비웠을때는 그때가 얼마나 좋은건지 잘 모르는건 아닌가.. 뭐.. 이런생각들이 드네요^^ 저는 학창시절이 늘 그리워요. 그때는 저도 반짝 거렸던것 같은데 말이죠 ^^

꿈꾸는섬 2011-02-15 22:49   좋아요 0 | URL
ㅎㅎ집 나간 마음이 돌아와야 느껴지는 감정들, 역시 따라님^^, 우린 늘 언제나 반짝거리면서 살고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 현재에도 우린 반짝이고 있잖아요.^^

다이조부 2011-02-16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리 좋은 책이어도

시공사 라는 출판사에서 나온

책은 구입을 주저하게 되네요~ 으음

꿈꾸는섬 2011-02-17 00:49   좋아요 0 | URL
ㅎㅎ 시공사 책에 주저하시는 분들 참 많아요. 근데 시공사 책은 믿을 수 있다고 믿는 분들도 꽤 되더라구요. 좋은 책이 많이 나오긴 하더라구요.
전 알라딘에서 신간평가단 도서로 보내주신거에요.ㅎㅎ
다이조부님은 멋지게 30대를 맞이하셨으니 안 보셔도 괜찮을 것 같아요.^^

아이리시스 2011-02-16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공사책이었어요? 출판사를 가리진 않지만 저도 모르게 멈칫하긴 하더라구요.
저는 이벤트로 받은 책이나 서평도서 중에 시공사책 엄청 많아요,ㅋㅋㅋ
책이 무슨 죈가요, 다이조부님, 아하하.

꿈꾸는섬 2011-02-17 00:50   좋아요 0 | URL
ㅎㅎㅎ저도 사실 책 받아들고 시공사네 했거든요.ㅋㅋ
저도 이 책은 서평도서로 받았어요. 사실 시공사가 좋은 책을 많이 출판하긴 하잖아요. 그래도 다이조부님 같은 분이 계셔서 마음이 흐뭇해요. 그렇죠. 아이리시스님.ㅎㅎ

마녀고양이 2011-02-16 1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행복하지 않은 내가, 과연 이따가는 행복할 수 있을까?

이 문구에서 한참을 떠나지 못 하네요. 정말 좋은 문구예요. 멈칫멈칫 다시 보게 될 정도로요.
인용하신 글귀마다 모두 반짝거리네요. 인생은 살아볼만하다는 꿈섬님 말씀에,
감기로 아직도 골골거리는 오늘 저녁 힘을 얻어봅니다........... 해브 어 굿 나잇~

꿈꾸는섬 2011-02-17 00:52   좋아요 0 | URL
저도 이 문구에 마음이 많이 끌렸어요. 스무살 청춘의 선연한 아름다움이 베어 있는 책이에요.
근데 정말 인생은 살아볼만하잖아요. 10대, 20대, 30대, 모두 나름 참 재밌는 삶이라고 생각해요. 자칫 20대에 자살이라도 했다면 30대의 소중한 경험을 해보지 못할 거 아니에요. 마고님은 어느새 40대(?)죠? 40대도 참 살아볼만 하지요.
감기가 얼른 낫길....기합을 불어 넣겠어요.ㅎㅎ 얍!
 
이별하는 골짜기
임철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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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소설을 읽었다. <사평역>이라는 작품을 읽고 임철우 작가에게 반했던 오래전 기억을 꺼낸다. 소설 <사평역>을 먼저 읽고 나중에 곽재구 시인의 <사평역에서>를 읽었다.  그때의 묘한 감정이 내 안에서 꿈틀거리고 있다.

     沙平驛에서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
  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두고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한 두릅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소리와
  쓴 약 같은 입술담배 연기 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
  밤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나는
  한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 

 別於谷, '이별하는 골짜기'라는, 퍽도 애잔한 이름을 지닌 산골 역.(p.12) 두 남자와 두 여자의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시인을 꿈꾸는 역무원 정동수, 비극적 운명의 끈을 놓치 못하는 신 씨, 일제시대 위안부로 황폐해진 전순례 할머니, 스러져가는 역사 앞에 제과점을 차린 양순지. 그들의 이야기는 별어곡이라는 역 이름만큼이나 애잔하다. 

사연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구구절절한 사연에 숨 쉬기가 쉽지 않았다. 유복자로 태어나 어머니밖에 모르던 정동수, 숨을 거두며 어머니가 그를 사랑으로 대하지 못한 사연을 듣는다. 아버지를 끝내 미워하고 증오했던 어머니에 대한 배신감에 동수는 얼마나 두려웠을까, 원하지 않는 자식을 열달을 품어 낳고 그가 자라는 모습에서 아버지의 모습이 보일때마다 아버지를 미워하듯 그를 미워했다는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사랑받지 못한 그가 어머니를 향해 아니 자신을 향해 울부짖는 소리가 내게 들리는 듯 했다.  

그런 그의 진실은 거짓이라고 그의 아버지는 자신때문에 죽었다고 생각하는 양순지. 그의 영혼때문에 자신은 끝내 불행한 삶을 살게 되었다고 믿는 그녀, 그녀가 별어곡으로 들어온 사연 또한 운명이었는지 모르겠다. 조용한 소도시에 제과점을 차리고, 아침마다 빵과 쿠키를 굽고, 실내엔 늘 음악이 흐르게 하고, 틈틈이 창가에 앉아 책을 읽거나 스케치북을 펴놓고 연필화를 연습해 보는생활(p.270)을 꿈꾸던 그녀가 어느날 별어곡에 제과점을 차리고 빵을 팔기 시작했다. 그리고 기억 저편 어린 시절 산 속에서 만났던 정일병을 떠올리고, 정동수를 보며 그의 아들일 거라고 직감한다. 그녀가 믿는 그것이 진실일 수도 혹은 거짓일 수도 있다. 다만, 그녀의 아버지가 교통하고로 반신불구가 되고, 어느날 어머니는 집을 나가고, 그녀 혼자 아버지의 병수발을 들고, 실업고를 졸업하고 부진한 회사에서 일을 하고, 사장의 노리개가 되고, 임신 사실을 반기기는 커녕 수술을 권하고, 이틀 뒤 부도 난 사업체를 버리고 사장은 사라지고, 막상 낳은 아이는 심장 기형으로 인큐베이터에서 숨을 거둔다.  

어떤 사람의 절절한 사연의 무게를 가늠할 수는 없다. 누가 더 힘들었고, 누가 더 고통스러웠다고 말하지는 못하겠다. 다만, 비극적 운명의 끈을 놓치 못하는 신씨의 사연은 가슴이 먹먹해진다. 흔히 나쁜 일은 어떤 순리에 의해 찾아오는 듯, 근무해야할 시간이 아닌 시간 근무를 하게 되고, 그가 근무하던 그 시간 열차 사고로 젊은 남자가 죽게 되고, 그 남자의 장례식장을 찾은 곳에서 그의 아내와 어린 딸을 보게 된다. 그 후 별어곡으로 흘러들어온 추레한 모녀를 그가 발견하게 되고, 그때 그 남자의 아내와 딸임을 알게 되고, 평생 혼자 살겠다고 6.25 전쟁통에 아버지와 여동생을 먼저 보내고, 홀어머니마저 세상을 버렸을때 그는 평생 가족을 만들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단다. 그런 그가 애 딸린 젊은 과부를 책임지기로 한다. 그는 아내에게 비밀스러워야만 했고, 절대 아내에게 알려지지 말아야할 이야기를 부둥켜 안고 숨가쁘게 살았다. 소유와 집착의 광기에 휩싸여 애지중지하던 그녀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끝내 비밀을 알게 된 아내는 자살을 하고, 딸은 그를 죽이겠다고 반드시 그녀 손으로 죽이겠다는 저주를 퍼붓고 사라졌다. 가슴 졸이며 살았던 그는 심장병으로 고통받는다. 그나마 그에게는 아버지의 정을 그리워하는 사위가 있어 다행스러웠지만, 평생 죄책감에 시달리며 살아야했을 것 같다. 

치매에 걸린 70대의 할머니가 무거운 가방을 끌고 동네를 어슬렁거린다고 생각해본다. 그 할머니의 사연은 무엇일까? 궁금해진다. 무거운 가방을 끌고 빠르지도 않은 걸음으로 동네를 저벅거리며 찾아가는 별어곡역, 100원짜리 동전을 내밀고 표를 받아드는 할머니 전순례. 우리가 기억해야만하는 역사의 피해자, 가녀린 그녀, 짓밟혀 만신창이가 되었어도 끝내 살아준 그녀에게 먼저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다. 전순례 할머니의 이야기를 읽으면서는 눈물을 감출 수가 없었다. 숨을 쉬기조차 힘이 들었다. 전쟁의 피해자는 늘 어린이와 여자라고 했던 어느 선생님의 이야기도 생각이 났다. 가난한 농촌의 딸, 아직 달거리도 시작하지 않은 그녀는 단돈 350원에 팔려갔다. 중국의 방직공장에 취직시켜 준다고 하얀 쌀밥을 매일 먹게 해준다는 말에 늘 배고프던 그녀도 흔들렸다. 하루에도 수십명의 남자를 받아야내야했던 그녀를 생각하면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나는 개다. 소다. 닭이다. 고양이다'라고 자기를 동물이라고 주문을 거는 그녀, 머리채를 잡히고 두들겨 맞아 뼈가 으스러지고, 매독에 걸려 독한 주사를 맞고, 온종일 피를 쏟아내도 멈추지 않는 짐승들의 광기를 고스란히 이겨낸 그녀를 생각하면 눈물이 절로 흐른다. 그 험한 곳에서도 마음을 주고 받던 오빠같은 남자 하나 있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위로하고 싶기도 하지만, 그건 정말이지 위로가 아니다. 1945년 광복이 되고 위안부를 떠나 남으로 내려오는 여정에서 만난 처참한 죽음들, 일본군에 못지 않은 소련군의 횡포, 공포스러운 날들을 정말이지 어찌 보냈을까 싶다. 죽어가던 그녀를 살린 소달섭씨, 그녀와 부부의 연을 맺고 아이도 낳았는데 1950년 전쟁을 맞는다. 남편은 징집되고, 어린 아이와 피난길에 나선 그녀, 아무 것도 먹지 못한 그녀의 젖은 마르고, 아이의 몸도 차갑게 식었다. 이런 상황에 온 정신으로 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지옥같은 삶을 살게 된 그녀의 삶을 뭐라고 위로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간신히 찾아간 고향, 가족들은 빨치산이 된 장남때문에 몰살당하고, 그나마 남은 피붙이 조카를 운명처럼 만나게 되었다니 다행이라고 말해야 하는 걸까. 전순례 할머니의 이야기를 읽는 동안 내내 가슴 한켠이 휑했다. 눈물은 끊임없이 흘렀다. 

   
 

  "가만, 저게 누구지?"
  저만치 노파 바로 앞에서 성큼성큼 걸어가고 있는 단발머리 소녀. 첫눈에도 옷차림이 무척 희한하다. 무릎 높이의 검정 치마에 샛노란 한복 저고리. 요즘도 저런 옷이 남아 있었나. 얼굴은 잘 보이지 않지만, 필시 앳된 소녀인 성싶다. 생뚱맞은 단발머리에 검정 고무신, 게다가 놀랍게도 소녀는 양말도 신지 않은 맨살 종아리 그대로다. 세상에, 이런 지독한 추위에 맨발이라니! 누굴까? 저 이상한 여자애가 언제 불쑥 나타났을까?
  동수는 홀린 듯이 그 자리에 한참을 멍하니 서 있다. 소녀는 노파의 바로 두어 걸음 앞에서 춤을 추듯 깡충깡충 뛰어가고 있다. 그런데도 노파와의 거리는 여전히 그대로다. 샛노란 저고리 소매와 옷고름이 팔랑거린다. 한겨울 눈밭 위, 소녀의 모습은 난데없는 한 마리 노랑나비처럼 화사하다. 그 사이 소녀와 노파의 뒷모습이 길모퉁이로 사라졌다. 동수는 잰걸음으로 급히 모퉁이를 돌아선다.(147쪽~148쪽)

 
   
 
임철우 선생님을 생각하면 늘 웃음이 머금어진다. 결이 참 고운 분이시다. 인자하시고, 버릇없는 학생들에게도 성을 내시는 걸 본 적이 없었다. 선생님의 소설을 읽으며 성정이 고운 분이라는 걸 언제나 느꼈다. 잔인하게 슬픈 이야기를 세밀하게 쓰셨지만 마치 한편의 시를 읽는 듯, 어느 한 문장 버릴 것이 없다. 이 소설을 읽으며 별어곡 사람들의 슬픈 사연에 가슴이 서늘해지긴 했지만 소설 속 팔랑거리는 나비들을 생각할때면 마음 한켠에 봄이 오는 것 같았다. 연약하지만 꽃을 찾아 날아다닐 수 있는 날개를 가진 나비가 있어 다행이란 생각을 했다. 동수, 신씨, 전순례 할머니, 양순지. 그들의 곁에 팔랑거리며 날아다니는 나비가 있어서 다행이다 싶었다.  
   
    "참으로 비정한 세상이지 뭔가. 빠른 것, 새것은 무조건 선이고, 느리고 오래된 건 모조리 악이 되고 말아. 이런 간이역들은 이 땅에서 곧 흔적도 없이 사라지겠지. 철도 공무원 36년에 수만은 역을 돌아다녔네마, 어째선지 난 이 도토리 깍지만 한 역이 유난히 기억에 남는다네."(308쪽)  
   
 
신씨의 입을 빌려 선생님은 말한다. 참으로 비정한 세상이라고, 빠른 것, 새것은 선이고, 느리고 오래된 것은 악이 되고 마는 세상이라고 말이다. 
   
 
   '별어곡(別於谷)' 
  도토리 깍지만 한 역사 지붕에 걸린 그 낡은 간판을 보는 순간, 가슴속에서 뭔가 툭 끊어지는 소리가 났다. 역 건물은 폐가나 다름없었다 합판으로 못질 된 창문들, 칠 벗겨진 벽체와 지붕, 잡초 무성한 화단.....그날 먼지 수북한 대합실 나무 의자에 나는 한참을 홀로 우두커니 앉아 있었다. 
  그날 밤, 꿈속에 그 간이역이 다시 보였다. 역사는 말쑥한 모습이었고, 대합실엔 흰옷 입은 낯선 얼굴들이 삼삼오오 모여 기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나를 기억해줘." 
  꿈에서 깨어났을 때, 나는 그 버려진 역이 나한테 말을 걸어온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소설은 그렇게 해서 태어났다. 그러므로 두 남자와 두 여자의 이야기로 이루어진 이 소설의 진짜 주인공은 그 간이역이다. '이별하는 골짜기'라는 애틋한 이름을 지니고 태어나쓰나, 이젠 모두에게 잊힌 채 홀로 흔적 없이 스러져가고 있는......(작가의 말중)
 
   

 다시 선생님을 뵙고 싶단 생각을 한다. 젊은 사람들이 잊고 살아가는 것들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기억 저편 아스라히 사라져가는 것들, 이제는 사라진 간이역, 역사의 피해자 정신대 할머니들, 워낙 고령이라 죽음 가까이 다가서신 분들, 죽음만이 아니라 기억조차 혼미해진 그분들을 생각하면 숙연해진다. 빠르게 살면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를 생각한다. 우리가 기억해야할 것들을 다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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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2-10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부터 한편의 에세이같은 리뷰를 읽었네요.

음악 틀어놓고, 처음 올려주신 사평역이라는 시를 가만가만 되뇌어봅니다.
침묵하는 때,,,,, 목감기로 목이 계속 타들어가는 지금, 멍하니 그렇게 침묵해야 하는 때.
아직 감기가 낫지 않은걸까요, 감기란 놈은 사람의 무기력과 눈물샘을 자극하는 바이러스인걸까요.

산골의 기차역, 톱밥 난로, 예쁜 심상.
꿈섬님... 좋은 하루되세요.

꿈꾸는섬 2011-02-10 12:03   좋아요 0 | URL
곽재구 시인의 시와 임철우 작가의 소설에 빠져 살던 때가 문득 떠오르네요.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한 두릅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시인도 소설가도 어쩜 이리 아름다운 문장을 만들어내는지 감탄하고 있어요.^^ 오랜만에 소설도 뒤적여봐야겠어요.

양철나무꾼 2011-02-11 0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이 글 넘 좋아요.
님의 글이 한편의 산문시 같은걸요.
시와 소설과 산문의 멋진 조화.

아사다 지로도 생각나는 것이요~^^

꿈꾸는섬 2011-02-11 20:37   좋아요 0 | URL
나무꾼님의 칭찬에 부끄러워하고 있어요.ㅎㅎ

아사다 지로의 소설은 읽어보질 못했어요. 영화 철도원 원작자라고만 알고 있지요. 광범위하 지식의 소유자 나무꾼님 정말 대단하세요.^^ 아사다 지로의 소설도 언젠가 찾아 읽어야겠어요.^^

아이리시스 2011-02-11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죠, 이 책,
언젠가 다시 읽어야지 하고 있는 참인데,
오늘 KTX가 탈선했어요, 흑흑.
낭만기차가 너무 빨리빨리 달리려고만 해서 천천히 가라는 메시지인지 원,,
인명피해 없는 게 다행이예요, 그래도 손해야 이쪽저쪽 이만저만이 아니지만요.

시 너무 좋아요. 저도 <사평역에서> 참 좋아하는데..^^

꿈꾸는섬 2011-02-11 20:35   좋아요 0 | URL
너무 좋아 점 찍어둔 책이었죠. 사실 임철우 작가님을 흠모한답니다.
아이리시스님 서재에서 리뷰보고 역시 너무 좋다고 생각했었어요. 땡스투도 제가 보냈는데 ㅎㅎ

너무 빠른 것에 익숙한 우리들이에요. 조금 천천히 느리게 사는 법을 배워야할 것 같아요.

소설 <사평역>이 <사평역에서>를 읽고 너무 좋아 쓰신거래요. 근데, 정말 좋죠. 시골 간이역의 정겨운 풍경이 눈앞에 그려지는 듯 하잖아요. 시도 좋고, 소설도 정말 좋아요.^^

아이리시스 2011-02-11 21:43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땡쓰, 미투. 아하하.
저는 아직도 가끔 땡쓰투 적립금 보면 너무 신기해요. 감사할 따름이구요.

그럼 꿈섬님이 너무 좋아하시는 <사평역>에서를 한 번 찾아봐야겠네요.
저는 본 게 이것 뿐이라서 꿈섬님이 예전부터 좋다고 하신 거 관심 있었어요.
예전에 제 리뷰 읽어주셨잖아요.^^

꿈꾸는섬 2011-02-11 23:00   좋아요 0 | URL
아이리시스님 리뷰 참 잘 쓰신단 생각 종종해요.
20대 청춘이라기엔 생각도 넓고 깊은 게 느껴지구요.
<사평역>, 아직 안 읽으셨다면 꼭 읽어보시길, 너무 좋아요.^^
지금도 아이리시스님 리뷰 열심히 본답니다. 댓글을 안 달때가 많아서 그렇지요.ㅎㅎ 댓글을 열심히 달도록 노력할게요.^^

아이리시스 2011-02-12 19:14   좋아요 0 | URL
넵. <사평역>에서 찾으러 갑니다.^^
 
<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1월 4주
글러브 - Glov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유난히 추운 올 겨울 날씨를 거뜬히 이겨낼 따뜻한 영화를 보고 왔다. 청각장애 야구단의 이야기라니 안 봐도 뻔한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할 수 있다.  

야구단에서 음주와 폭행으로 징계중인 김상남 선수가 충주성심학교 야구부에 자원봉사를 하러 온다. 자의가 아닌 타의다. 듣지도 못하는 아이들이 야구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겠는가 당연히 아이들에게 관심이 없다. 충주성심학교 야구부가 봉황기대회에 나가 1승을 거두는 것을 목표로 연습한다는 이야기에 코웃음치던 그였다. 그는 무기력한 사람이었다. 자신이 얼마나 야구를 좋아했는지를 잊고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니 술 마시고 야구방망이를 휘둘렀을 것이다. 

야구를 진심으로 좋아하고 야구부원들의 모습은 눈물겹다. 소리를 듣지 못한다는 것, 그것은 불리할 수밖에 없다. 자신의 몸조차 보호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거친 야구를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야구공이 날아가는 소리도, 관중의 함성도 듣지 못하는 그들이 과연 봉황기 대회에서 1승을 거둘 수 있을 것인가? 

김상남 선수는 아이들에게 야구는 모두가 함께 노력하고 잘 해야만 한다는 것을 일깨운다. 늘 혼자였던 아이들, 자기 중심으로 사고할 수밖에 없던 아이들에게 팀은 투수만 잘한다고 된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한다. 투수의 뒤를 지키고 있는 유격수들의 힘이 없다면 경기의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야구를 한다고는 하지만 다치는 것을 두려워하고 공을 무서워하고 기초체력이 부족한 아이들을 위해 그가 노력하기 시작한다. 그도 진심으로 야구를 사랑하고 하고 싶어했던 고교시절이 있었으니 말이다. 손가락이 짓무를정도로 어깨에 무리가 갈 정도로 공을 던지던 그의 과거의 열정이 성심학교 야구부원에게 전달되기 시작했다. 

시범삼아 경기했던 군산상고와의 경기 32대 0의 참담한 패배, 하지만 김상남 선수의 말은 일품이다. 우리에게 가장 무서운 것은 우리를 동정하고 봐주는 것이다. 열심히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해야 한다는 그의 말에 장난스럽던 경기는 진지해졌다. 그들의 얕보고 동정하는 것, 그것이 가장 무서운 적이다. 그들 스스로 노력해서 얻지 않은 결과는 그들의 것이 아니니 말이다. 

학교로 뛰어가다 쓰러진 아이들을 향해 소리치던 그의 모습은 정말이지 감동 그 자체였다. 소리는 귀로만 듣는 것이 아니다. 여기 가슴으로도 듣는다. 소리쳐라. 힘껏 소리쳐라. 더이상 가슴에 담아두지 말고 꿈을 향해 힘껏 소리치라던 그의 말은 아이들도 선생님도 그리고 나도 모두에게 감동이었다. 

소리를 듣지 못하는 아이들이 야구를 한다는 것이 위험하다는 교장선생님과 학부모, 게다가 한국프로야구선수에서 제명당한 선수를 코치로 둘 수 없다고 하는데, 누구도 아이들의 꿈을 가로 막을 수는 없다. 짓밟을 수는 없다. 아이들이 야구를 하며 행복해하고, 자신의 힘으로 꿈을 향해 달려간다는 사실만으로도 얼마나 아름다운가 말이다. 조용하던 학교가 응원의 열기로 휩싸이고, 또래의 아이들처럼 친구를 응원하기 위해 노력하는 아이들의 모습도 얼마나 아름다운가 말이다. 

자신들만의 방법을 찾아 연습하고 노력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는내내 가슴이 벅찼다. 그들 스스로 우뚝 설 수 있는 그날이 꼭 왔으면 좋겠다. 

 

야구장에는 무엇이 있는가? 사랑이 있단다. 엥? 뭔 소리야 하겠지만 영화를 보면 안다. 야구장에 정말 사랑이 있더라. 

정재영이란 배우는 언제나 좋다. 연기가 좋으니 말이다. 하지만 아쉽긴 하더라. 야구선수의 단단한 장딴지를 보여주지 못했으니 말이다. 야구부원으로 연기했던 젊은 남자배우들 정말 연기 잘 하더라. 쉽지 않은 연기였을텐데 말이다. 실제 청각장애인의 모습을 보는 듯 했다. 

공지영의 소설 <도가니>에 나온 아이들은 거짓과 폭력에 희생당했는데, 글러브의 청주성심학교 아이들에겐 꿈과 희망이 있어 보여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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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1-26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러브 봤군요? 나두 보고 싶은데....
거기다 정재영이란 배우가 나온다는 자체 만으로도 믿음이 간달까.

가슴 가득히 벅참, 좋았겠어요.

꿈꾸는섬 2011-01-27 10:52   좋아요 0 | URL
코알라랑 함께보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정재영 좋아하시는군요.ㅎㅎ 저도 좋아하는데 장딴지가 아쉽더라구요.ㅎㅎ

따라쟁이 2011-01-27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번주 주말에!! 이거 보러 갈거에요. 오와. 리뷰가 너무 멋져서 막 기대대요

꿈꾸는섬 2011-01-27 10:53   좋아요 0 | URL
따라님 적극추천이요. 이런 따땃한 영화가 추운 겨울엔 좋아요.^^

다이조부 2011-01-27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재영이 연기 잘 하는건 인정해요 ㅋㅋ

근데 김씨표류기 홍보할때 꿈에 각하가 나와서 대박날거 같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호감이 사그러들더군요 ^^

연기자의 정치적성향 은 관람에 상관 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찝찝하긴 해요 ㅎㅎㅎ

꿈섬님도 추천하니까 저도 심심할때 이 영화 보러 가야겠ㄴㅔ요

어제 드림앤드럭스 라는 영화를 봤는데 너무 재미 없어서 혼났네요 휴우

꿈꾸는섬 2011-01-27 14:44   좋아요 0 | URL
ㅎㅎㅎ김씨표류기...홍보할때 그런 얘기를 했었군요.ㅎㅎㅎ
이 영화가 정말 좋았던 건, 정재영이란 배우때문이 아니라 가슴 따뜻한 울림을 전해받을 수 있어서였어요.^^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누구에게나 꿈은 있잖아요.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노려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눈물겨웠구요.^^

무스탕 2011-01-27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영화하고 조선명탐정하고 뭘 볼까 고민하다 일단 조선명탐정을 예매해 뒀어요. 이 영화는 애들이랑 같이 가서 봤으면 해서 다른 목적으로 아껴두고 있는 중.
이 충주성심학교 야구단 아이들과는 조금 성격이 다르지만 서울대 학생들이 하는 야구단이 있어요. 체육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아니고 야구를 좋아하는 서울대 학생들이 모인 야구단이죠. 이 팀도 1승이 소원인 선수들이었는데 작년엔가 첫 승을 거뒀다는 뉴스를 본 기억이 나요 ^^

꿈꾸는섬 2011-01-29 10:04   좋아요 0 | URL
ㅎㅎ아이들이랑 함께 보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서울대 야구부 얘긴 남편에게도 들었어요.^^

순오기 2011-01-29 1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동안 볼게 없었는데 요즘은 볼 영화가 많아요~ 뻔할거 같지만 감동이 필요하니 요것도 봐야지요.
어제는'울지마 톤즈' 마지막 상영이라서 보고 왔어요~ 눈물 콧물 흘리며 급반성했어요.ㅜㅜ

꿈꾸는섬 2011-01-29 10:05   좋아요 0 | URL
전 못봤는데, 울 언니도 '울지마 톤즈'보고 엄청 울었대요.

울보 2011-01-27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동입니다,

꿈꾸는섬 2011-01-29 10:05   좋아요 0 | URL
아이랑 함께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양철나무꾼 2011-01-28 0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영화 정재영 때문에 봤는데...많이 아쉬운 영화였어요.
전 1월에 영화를 4개 봤는데...암튼,암튼이었어요.
트론, 해리포터, 니콜라스 케이지 나오는 마녀 어쩌구저쩌구, 그리고 이거...
이런 멋지구리한 리뷰라니, 내가 뭔가 놓친게 있나 다시 봐야 겠는걸요~^^

꿈꾸는섬 2011-01-29 10:06   좋아요 0 | URL
나무꾼님도 정재영 좋아하시는군요.^^
전 뻔하긴해도 그런 감동이 좋더라구요.
아이들이 꿈과 희망을 갖고 노력하는 모습이 정말 좋았어요.

같은하늘 2011-01-29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소개 프로에서 봤는데 정말 따뜻하고 감동적인 영화더군요.
보고싶은 영화는 정말 많은데, 아이들 개학은 안하고~~~-.-;;;

꿈꾸는섬 2011-01-29 10:07   좋아요 0 | URL
아이들 데리고 가서 보시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우리 현준인 야구에 관심이 많아서 아빠랑 둘이 가서 보고 온대요.^^
 
그냥 - Just Stories
박칼린 지음 / 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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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그냥'이라는 대답은 하지 말자고 다짐했던 적이 있다. 누군가는 애타게 살고 싶은 오늘일 수 있는 그날을 내가 살고 있을테니까 말이다. 그래서였을까 책을 읽기 시작한지 한참만에야 이 책을 다 읽었다. 조금은 거친 문장들에 눈살이 찌푸려지긴 했지만 그녀 나름의 쿨함을 보여주기 위함이었을 거라 생각했다.  사실 이 책에서 기대할 수 있었던 건 문장들이 아니라는 건 안다. 그녀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사람들을 만나왔고, 또 어떤 작품을 만들었는지......이런 것들을 중점적으로 바라봐야한다는 것을 말이다. 

내 마음이 비뚤어진 것 같다. 이 책 한권을 읽고 그녀에 대해 왜 이리 부정적으로 사고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아는 언니의 준비물을 준비하러 간 놀이터에서 만난 오빠에게 "너네 나라로 돌아가"라는 말을 듣고 울고 왔다는 말이 얼마나 큰 상처가 되었을지를 알면서도 그녀를 다독이며 안아주고, 그녀를 위로하기 위해 주절주절 끊임없이 말을 하셨다는 아버지가 있었다는 사실에서부터 그녀에게 상처는 혼혈이라는 것 하나뿐인 것만 같았다. 무역업을 하신 아버지는 경제력으로 무능하지 않으셨을 것 같고, 미국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는 어머니는 교육에 무지하지 않으셨을테니까 말이다. 아이들에게 식사예절과 파티예절을 가르치기 위해 노력했다는 그녀의 어머니 이야기를 읽으며, 이것이야말로 없이 살았던 사람들에겐 상상이나 할 수 있는 일이었을까를 생각했다. 

우리 나라 일반 가정의 아이들이 그녀의 어린시절처럼 부유하게 살 수 있었던 아이들이 얼마나 되었을까? 지금이나 해외여행이 일반화되었지, 그녀가 살았던 그 시절 해외여행이란 쉽지 않았을텐데, 그녀는 한국과 미국을 오가고, 여행을 즐기는 어머니의 영향으로 자신도 여행을 즐기며 산단다. 처음엔 '구름투어'라는 말이 참 예쁘다고 생각했지만, 계속 읽다보니 내겐 뜬구름잡는 이야기로만 들리는 건 뭐냔 말이다.  

   
  내가 크리스마스 파티를 여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는데, 우선 당연히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들과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싶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내 군단들에게 격식이 있는 파티문화를 제대로 알려주고, 배우게끔 하기 위해서다. (중략) 나는 이들이 제대로 된 파티의 시작과 끝을 배우기를 원한다. 파티를 열거나 초대받았을 때, 어떤 옷을 입고, 어떻게 준비해가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말이다. (중략) 처음엔 칼질도 제대로 못하던 애들이었지만, 지그믄 꽤 큰 파티도 스스로들 준비해서 손님들을 접대할 줄 안다.(181쪽중)  
   

 자신은 큰 뜻을 품고 가르쳤다고 하는데, 칼질도 제대로 못하는 나는 이 글을 읽으면서 참 많이 슬퍼했다. 우리 부모 중 누구도 서양의 파티 문화를 제대로 알고 계신 분이 안 계셨으니 말이다. 게다가 나는 이런 파티를 아직까지도 접해보지 못했다. 또, 그녀의 서양우월주의가 느껴져 울컥했던 것도 같다. 물론 그런 의도가 아니기를 바라지만 말이다.

꿈과 열정, 노력만으로 이루지 못하는 배경의 벽을 느끼고 또 느낀다. 그녀는 단지 '그냥'이라고 말하는 그 모든 것들이 내게는 '그냥'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그녀가 멋지다는 것은 인정해야겠다. 

TV를 잘 보지 않는 나도 그녀가 나오는 '남자의 자격'을 보았다. 30명의 단원을 이끌고 가는 그녀의 힘을, 능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제각각이었던 사람들의 목소리가 하나의 울림으로 내 가슴을 두드렸으니 말이다. 그녀의 압도적인 지휘 아래 단원들이 변화하는 것을 나도 보았으니 말이다. 거제도에서 열린 합창대회편을 보고 나도 함께 눈물이 나려고 했으니 말이다. 

   
  감정을 다스려야 하는 일들이 있다. 집에 도둑이 들고 불이 나도, 자식이 아프거나 다쳐도, 할머니나 부모님이 돌아가셨다 해도, 공연을 못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아무리 마음으로 큰일 있어도 공연이 끝난 후에야 돌아가신 부모님께 달려가 펑펑 울어야 하고, 공연이 끝난 후에야 병원으로 달려가서 아이를 돌봐야 한다.(207쪽)  
   

그녀는 진정한 프로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공연은 올려져야 한다는 그녀의 말은 전적으로 옳다. 하지만 난 그렇지가 않다. 그러니 난 집에서 아이 키우며 살림이나 하며 살고 있는가 보다. 내 부모가 돌아가셨다는 상상만으로도 난 벌써 눈물이 핑 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아이가 병원에서 앓고 있는 상황에 나라면 절대 공연을 하지 못할 것 같다.  

   
  준비없이 진행하는 것은무모하고 여행의 어디쯤에서 실패할 확률도 높다. 하지만 한번쯤은 준비하지 않고 아무것도 모른 채, 떠나는 여행도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걸 보고, 느끼고, 재지 않고 박장대소하는 여행. 해볼 만하다.(252~253쪽)  
   

 그녀는 정말이지 도전적이고 모험적이다. 자유를 만끽할줄 아는 여행가이며 낭만자이다. 그런 그녀와 여행은 한번쯤 떠나보고 싶단 생각을 한다. 

 

지금, 현재, 내 삶의 모습이야말로 '그냥' 살고 있는 것 같다.  자신의 분야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그녀가 '그냥'이라는 말로 자신의 인생의 모든 것을 설명하려고 한다면 정말이지 너무 얄밉다. 누구에게나 주어지지 않은 특별한 기회들을 그녀 스스로 잘 활용했기에 지금의 그녀가 되었을테니까 말이다. 누구나 쉽게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을 만나고, 자신이 잘 하는 일을, 스스로 즐기며 멋지게 해내는 그녀는 정말 멋진 음악 감독이다. 그녀의 멋진 삶에 그만 배 아파해야겠다. 지금의 그녀가 되기까지 그녀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까를 먼저 생각해야겠다. 그런 노력없이 이루어지는 것은 그 어느것도 없을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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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가방 2011-01-21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솔직히 부끄럽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녀에 대해 아는 것도 없으면서 <그냥> 좋았거든요.
물론 이 글을 통해 그녀가 싫어진 건 아니지만 알아보고 어떤점이 좋은지를 나 스스로에게 알려줘야 할 것 같아요.
알고 좋아하는 것과 모르면서 그냥 좋아하는 건 다르잖아요.

꿈꾸는섬 2011-01-24 07:05   좋아요 0 | URL
책가방님^^ 저도 그냥 좋았던 걸요.
저도 그녀가 싫은 건 아니에요. 다만 부러워요. 질투가 나요. 그런 인생의 기회는 아무나에게 오는 건 아니잖아요.

blanca 2011-01-21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꾸는섬님 저도 이 책을 읽었다면 비슷한 느낌을 받았을 것 같아요. 동감해요....

꿈꾸는섬 2011-01-24 07:06   좋아요 0 | URL
블랑카님 저 이 글 쓰면서 박칼린저자에게 미안했어요. 그녀의 인생을 제 맘대로 부정적으로 보는게 말이에요. 그런데도 배가 아픈 건 사실이에요.

순오기 2011-01-21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그녀가 좋은 환경에서 자랐다는 게 확실한 차별화를 가져오죠.
그런 환경 조건은 부모로부터 '그냥' 온 게 분명하지만, 그 이후의 삶은 자신이 만들어 간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녀는 싱글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들이니까, 남편 자식 있는 우리는 그녀가 모르는 세계를 누리고 있으니 배 아파하지 말자고요. 그녀도 때론 가족과 알콩달콩 사는 우리가 부러울지 모르니 피장파장일지도.^^

꿈꾸는섬 2011-01-24 07:08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저도 그런 환경에서 자라지 못했고, 앞으로 우리 아이들에게도 그런 환경을 제공할 자신도 사실 없어요. 그래서 더 많이 배가 아픈 것 같아요.
하지만 그녀의 노력은 저도 인정해요. 그녀가 멋지다는 것도 알고요. 그래서 그녀에게 더 질투가 나는가봐요. 그녀가 모르는 우리만의 세계가 있다면 그것으로도 위안이 되긴 하겠어요. 역시 순오기님^^ 고마워요.

마녀고양이 2011-01-22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나두 요즘 이 책 읽고 있는데....
역시 사람마다 느낌이 다른가봐요. 나랑 받는 느낌이 많이 다르네. 그래서 더욱 흥미로운 리뷰였어요.

꿈섬님의 리뷰로 인해 다시 한번 생각하면서, 나머지 부분을 읽어야겠어요. 잘 지내고 계시죠? ^^

꿈꾸는섬 2011-01-24 07:09   좋아요 0 | URL
마녀고양이님, 저 이 책의 리뷰가 대부분 그녀가 너무 멋지다고 하니까 더 배가 아팠던 것 같아요. 마녀고양이님의 느낌은 어떤 것인가 궁금해지네요.

같은하늘 2011-01-23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었는데 읽기 전에는 혼혈이라는 이유로 어려서 많은 아픔이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그런데 너무 완벽하게 커버해줄 환경이 조성되어 있더라구요. 전 그래서 열심히 노력해온 그녀의 모습만 보기로 했어요.^^

근데... 꿈섬님 주소변동 없으시죠? 책 날아 갑니다.

꿈꾸는섬 2011-01-24 07:10   좋아요 0 | URL
열심히 노력해온 그녀, 정말 멋지죠.^^
아, 저에게도 책이 오는군요. 고맙습니다.

2011-01-24 00: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24 07: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1월 2주
세인트 클라우드
벤 셔우드 지음, 이나경 옮김 / 문학수첩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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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출근한다는 남편이 아이들을 유치원, 어린이집에 각각 데려다 주었다. 갑작스럽게 영화를 보자는 남편 말에 부산스럽게 영화를 골라보지만 시간이 맞는 것이 <세인트 클라우드> 한편 뿐이었다. 영화에 대한 정보도 없이 바로 예매하고 집안일은 뒤로 미루고 바로 영화관으로 향했다. 

극장 안은 텅 비어 있었다. 우리 부부가 들어오고, 연인과 솔로가 들어왔다. 그렇게 영화가 시작되었다. 우리 부부 앞으로 앉은 사람이 없으니 마치 영화관을 전세낸 듯, 영화 관람이 시작되었다. 

잭 에프런, 처음 보는 배우이다. 나도 이제는 정말 나이가 먹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은 디카프리오와 이미지가 비슷하다하고 난 톰 크루즈를 보는 것 같았다고 했다. 어린 디카프리오의 풋풋함이 느껴지긴 했지만 근육질의 몸은 톰 크루즈를 보는 듯 했다. 정말이지 보는내내 눈이 즐거웠다. 

잭 에프런은 극중 잘 나가는 요트팀 주장이다. 외모도 출중하지만 요트를 모는 실력도 최고이다. 동생 샘과 함께 요트경주에 참가해 우승한 사진인데, 짜릿함이 느껴질 정도였다. 

엄마는 야간일을 하러 나갔고, 찰리는 고교졸업 파티에 가려고 했는데 동생 샘은 형을 따라 나선다. 차를 몰고 가던 중 음주 운전자에 의해 대형사고가 나고, 샘은 결국 죽고, 찰리는 심장이 멈췄다가 다시 살아 난다. 

하느님이 다시 생명을 주신 것은 다 이유가 있다는 구조원의 말은 찰리의 생활을 흔들어 놓는다. 샘은 죽었고, 자신만 살아났다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었을 것이란 생각을 한다. 매일 샘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찰리를 보면 그의 인생은 샘의 죽음과 동시에 끝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테스를 만나게 되면서 찰리의 인생은 다시 시작된다. 

사랑은 위대하다. 샘을 사랑하는 형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가 되고, 샘을 영원히 보내기 싫어하는 찰리의 마음도 이해가 된다. 테스를 찾으러 가면 더이상 샘과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더이상 샘을 볼 수 없다. 하지만 샘은 보내야만 하고, 테스는 현실을 함께 꾸려갈 수 있는 사람이다. 어떤 선택을 하게 되든, 그것이 무엇이든 찰리는 선택을 해야만 했고, 결국 자신의 새로운 인생을 선택한다.  

아름다운 바닷가 마을에서 펼쳐지는 잔잔한 이야기, 누구라도 한번쯤 경험해봄직한 가슴 따뜻한 이야기를 만나고 왔다. 누군가 때리고 부수고 욕을 하는 그런 영화가 아니라 누군가 진정으로 사랑하고, 그것을 위해 목숨을 바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멋진 남자가 나오는 그런 영화가 요즘은 더 좋다. 이런 겨울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사랑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일이 아니겠는가 말이다. 

극장을 나서며 남편은 내용은 잔잔하지만, 바다는 정말 황홀하네. 라고 말했다. 바다와 요트 그리고 잭 에프런은 정말 황홀했다. 눈이 즐거운 영화가 마음도 즐겁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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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사랑하는현맘 2011-01-14 0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런 영화도 있군요!
남편과 한가한 영화관람이라니. 정말 좋네요..^^
저도 싸우고 부수고 죽이는 그런 영화들은 이제 싫어요.
좀 가벼워도 따뜻하고 사랑하고 웃을 수 있는 영화들이 좋더라구요. 게다가 눈까지 즐거우셨다니! 완벽한걸요!ㅎㅎ

꿈꾸는섬 2011-01-14 09:57   좋아요 0 | URL
ㅎㅎ이런 영화가 있더라구요.
잭 에프런이란 배우를 처음 봤는데, 넘 잘 생겼어요.ㅎㅎ(아줌마의 사심)
눈이 정말 즐거운 영화였어요.^^ 덩달아 마음도 즐거웠어요.

아이리시스 2011-01-14 0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전 싸우고 부수고 죽이는 것도 좋고, 잔잔한 것도 좋아여.^^
출근 안하시는 것도 아니고 늦게 하시는데 서프라이즈 영화관람까지?

아아, 텅 빈 극장은 좀 부럽다,ㅋㅋㅋ

꿈꾸는섬 2011-01-14 09:58   좋아요 0 | URL
저 20대땐 컬트영화 참 많이 봤거든요. 근데 요샌 그런게 싫더라구요. 아무래도 나이 먹어가고, 자식을 키우는 부모가 되어가는 것 같아요.
ㅎㅎ우리 입장에선 텅빈 극장 좋지만 극장 입장에선 속 쓰려을것 같아요.ㅎㅎ

양철나무꾼 2011-01-14 0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멋진걸요.
전 저녁시간에 남편이랑 시간 맞춰 영화보는 것도 좀 힘들어요.
게다가 취향까지 독특해 주셔서, 어린 애 어르고 달래듯 하는데...
같이 한가롭게 영화보고, 멋진 감상도 나눌 수 있고...참 부럽네요.

꿈꾸는섬 2011-01-14 10:00   좋아요 0 | URL
두분 다 일하시니 시간 맞추는게 쉽지 않으실 것 같아요.
저흰 보통 남편이 맞춰주는 편이에요.ㅎㅎ
네, 남편이랑 단둘이 영화 봤던게 작년에 <작은연못> 이후 오랜만이에요.^^

마녀고양이 2011-01-14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섯명이서 영화를 봤단 말이죠? 좋았겠다....
그런데 옆지기님이 이런 영화도 같이 본단 말이죠? 으아, 자랑할만하네.

저는여, 폭력물, 스릴러, 코메디만 신랑과 봅니다. 투덜대는거 장난 아니거든요.

꿈꾸는섬 2011-01-24 07:12   좋아요 0 | URL
다섯명이 보는 영화, 우리 앞에 아무도 없었어요.ㅎㅎ

남편은 장르 불문 잘 보는 편이에요.ㅎㅎ

프레이야 2011-01-14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보고 싶어지네요.
오붓한 시간 멋진 영화와 함께 하셨군요.^^

꿈꾸는섬 2011-01-24 07:12   좋아요 0 | URL
오붓한 시간 너무 오랜만이었어요.ㅎㅎ

순오기 2011-01-14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보다 부부가 함께 한 시간이 부럽다는...^^

꿈꾸는섬 2011-01-24 07:12   좋아요 0 | URL
부부가 함께 조조를 볼 수 있다는 사실...자랑할만 한거군요.ㅎㅎ

비로그인 2011-01-15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즐거움이 막 느껴집니다. 윗분들 다들 엄청 부러워하시네요 ~ ㅎ

꿈꾸는섬 2011-01-24 07:13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도 부러워하고 계신거죠? ㅎㅎ

2011-01-19 05: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24 07: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이조부 2011-01-19 0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편분이랑 영화도 보고 좋네요 ㅎㅎㅎ

눈이 즐거운 영화라~

요즘은 마음이 편해지는 영화가 더 땡겨요 ㅋ

꿈꾸는섬 2011-01-24 07:14   좋아요 0 | URL
다이조부님, 닉네임 바꾸었단 소식 듣고 달려가려고 했으나 게으른 탓에 이제야 댓글을 다네ㅛ.
다음에 놀러갈게요.^^

같은하늘 2011-01-23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옆지기와 영화도 보러 가시고 좋네요.^^
저는 작년에 10여년만에 영화보려고 예매했는데, 옆지기가 술독에 빠지는 바람에 다른 사람과 함께 간 아픈 기억이 있거든요.ㅜㅜ 다시는 둘이서는 안가겠다고 했어요.

꿈꾸는섬 2011-01-24 07:14   좋아요 0 | URL
울 남편도 술독에 빠지는 날엔 아무 것도 못해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