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림 - 1994-2005 Travel Notes
이병률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해라. 시간이 없다.
사랑을 자꾸 벽에다가 걸어두지만 말고 만지고, 입고 그리고 얼굴에 문대라.
사랑은 기다려주지 않으며,
내릴 곳을 몰라 종점까지 가게 된다 할지라도 아무 보상이 없으며
오히려 핑계를 준비하는 당신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다.
사랑해라. 정각에 도착한 그 사랑에 늦으면 안 된다.


사랑은 그런 의미에서 기차다.
함께 타지 않으면 같은 풍경을나란히 볼 수 없는 것.
나란히 표를 끊지 않으면 따로 앉을 수밖에 없는 것.
서로 마음을 확인하지 않았다면 같은 역에 내릴수도 없는 것.
그 후로 영원히 영영 어긋나고 마는 것.


만약 당신이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세상을 이해하는 법을,
우주를 바라보는 방법을 익히게 될 것이다.
그러다 어쩌면, 세상을 껴안다가 문득 그를 껴안고,
당신 자신을 껴안는 착각이 들기도 할 것이다.
그 기분에 울컥해지기도 할 것이다.
그렇게 사랑은 아무 준비가 돼 있지 않은 당신에게 많은 걸 쏟아놓을 것이다.
한 사람과 한 사람이 만나 세상을 원하는 색으로 물들이는 기적을
당신은 두 눈으로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이병률 시인의 <찬란>이라는 시집을 읽으면서 그는 천부적인 시인이라고 생각을 했었다. 그의 언어가 그의 생각이 나를 사로잡을만큼 황홀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끌림>이라는 산문집 역시 그의 카메라 렌즈에 비춘 도시가 사람들이 나를 사로잡는다. 물론 그의 글도 나를 끌리게 만들었다. 

집에 가기 싫어 여관에 간다.
집을 1백미터 앞두고 무슨 일인지 나는 발길을 돌려
1백미터를 걸어내려와 여관에 든다.
집에 누가 있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 집에없어 쓸쓸한 것도 아닌데
오늘도 난 여관 신세를 지기로 한다.
(중략)
모든 확률이 존재하는 여관, 방,
그 낯선 곳에서 나는 잠시 어딘가로부터
멀리 떠나온 기분에 젖어보는 것이다. 사치하는 것이다.
'아줌마, 저 있던 방, 1박 더 할 수 있을까요?'
그렇다고 한다. 그러면서 밖으로 나가는 내게
어딜 나갔다 오겠냐고 묻는다.
'네, 집에 좀 다녀오려구요.'

집을 벗어나면서부터 집이 아닌 다른 곳을 동경하며 살았던 적이 있다. 지금은 아이들과 남편, 이렇게 단란한 가정을 꾸리며 살고 있긴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어디론가 훌쩍 떠나버리고 싶단 생각을 할때가 가끔 있다. 연애할때부터 남편은 내게 역마살이 낀 것 같다고 말하곤 했었다. 그땐 그냥 웃어 넘기고 말았는데, 내겐 집을 떠나 살아야할 어떤 운명의 끈 같은게 연결되어 있는게 아닐까하는 의심을 가끔 하곤 한다. 

집을 1백미터 앞에 두고 여관 신세를 진다는 글을 읽으며 나도 가끔 그런 낯설음을 즐기고 싶어하는 사람이란 걸 새삼 깨달았다. 어디 가까운 곳이라도, 아니 어디 먼 곳이라도 떠나보자고 남편을 조르고 또 졸라보는데 남편은 한 곳에 안주해 있는 걸 좋아하는 모양이다. 결혼전엔 전혀 느끼지 못했는데 말이다. 

빠듯한 생활비의 일부를 잘라내어 적금을 들어 놓은 아줌마는 언제고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그 언젠가가 언제가 될지는 아직 불확실하지만, 언제든 떠나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세상은 넓고 가보지 못한 곳 또한 많고, 가고 싶은 곳도 많은 아줌마는 책 한권에 실린 사진과 글을 통해 위로와 위안을 받고 있다. 그 언제 떠날 날을 기약하면서 말이다.  아, 정말 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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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08 22: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꿈꾸는섬 2010-12-08 22:41   좋아요 0 | URL
ㅎㅎ고맙습니다.^^ 꾸벅 ^^

같은하늘 2010-12-09 0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이지요? 요즘 알라딘에 자주 못 와요.
전 가족을 벗어나 떠나고 싶던데...

꿈꾸는섬 2010-12-09 13:17   좋아요 0 | URL
네, 너무 오랜만이에요. 저도 자주 못 와요.ㅜㅜ
저도 가끔 홀로 떠나는 여행 생각해요. 애들 좀 더 크면 그리 되지 않을까요?

마녀고양이 2010-12-09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집을 100미터 앞에 두고, 여관방에서 하루.
ㅎㅎ, 어떨까요?
모텔을 생각한다면 별루고, 펜션을 생각한다면 봐줄만하고,
일본의 온천 여행 같은 장소를 생각한다면 당장 후다닥? 아마.......
그저 집을 떠난다는게 설레일까요?

여행가고 싶어서 죽을 지경입니디만, 요즘 빈털털이인지라. ㅠㅠ

꿈꾸는섬 2010-12-09 13:18   좋아요 0 | URL
ㅎㅎ작가는 허름한 여관방에 묶는데요.ㅎㅎ
일본의 온천 여행, 가고 싶어요. 전 온천 너무 좋아해요.ㅎㅎ

저도 여행가고 싶어요.ㅜㅜ

감은빛 2010-12-09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 날 갑자기 어디론가 훌쩍 떠나버리고 싶단 생각' 저도 자주 했었습니다.
세 여우에게 매인 몸이 되고부터는 그런 생각조차 하기가 어렵더라구요.
저도 책으로 위안을 삼으며 지내고 있습니다.
꿈꾸는 섬님이 바라는 그 언젠가가 빨리 오기를 바랍니다!

꿈꾸는섬 2010-12-09 13:19   좋아요 0 | URL
ㅎㅎ감은빛님 네 여우 셋 ㅎㅎ 보통 아가들은 토끼라고 하지 않나요?

저도 책으로 위안을 삼으며 지내고 있어요. 하지만 책 읽다보면 더 가고 싶어지지요.ㅜㅜ

2010-12-09 23: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10 15: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실비 2010-12-11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해라 시간이 없다이 말이 참 와닿네요

정말그런거같아요 미루면 안될거같아요

꿈꾸는섬 2010-12-12 11:47   좋아요 0 | URL
ㅎㅎ맞아요. 시간이 없어요. 열심히 사랑하며 살아가요. 우리^^

다이조부 2010-12-13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참 꿈섬님은 트위터 혹시 안하세요? ^^

꿈꾸는섬 2010-12-13 12:38   좋아요 0 | URL
네, 아직...제가 좀 낯가림이 심해서요.ㅎㅎ

비로그인 2010-12-13 2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비슷한 시기에 같은 책(저는 개정판이긴 하지만..)을 읽고 있으셨군요.

막 이 책 글이랑 사진 보고 있으면 "동네 한 바퀴" 라도 하고 와야 할 것 같은 마음이 굴뚝 같아 지더라고요.

저는 그 "동네 한 바퀴" 로 들썩이던 마음이 많이 없어지던데..그건 다행이라 해야 할지, 다행이 아니라 해야 할지요..

꿈꾸는섬 2010-12-14 13:45   좋아요 0 | URL
동네 한 바퀴...너무 추워서 자꾸만 움츠러들어요.

비슷한 시기에 같은 책을 읽었다니..왠지 마음이 통한 것 같은 느낌이에요.ㅎㅎ
 
<사는 게 참 행복하다>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사는 게 참 행복하다 - 10년의 시골 라이프
조중의 지음 / 북노마드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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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게 살고 싶은 건 내가 가진 최고의 욕심이다. 하지만 행복은 주관적이라 똑같은 상황이여도 그때 그때 내 마음에 따라 달라지곤 한다. 

나는 분명 행복한 사람이다. 다른 사람보다 더 가졌으면 가졌지 덜 가졌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나에겐 멋진 아들과 예쁜 딸, 그리고 듬직한 남편이 있다. 이들 모두 어디 하나 빠지는 곳이 없다. 아이들은 건강하게 잘 자라고 여느 아이들처럼 아이들다운 구석이 많아 때론 곤혹스럽긴 하지만 즐거울때가 더 많다. 남편은 가끔 독선적일때도 있지만 대부분 아내를 배려한다. 추운 날씨 외출하려고하면 자기가 30분 더 일찍 나가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승용차를 두고 갈 줄 아는 사람이고, 아내의 생일이면 새벽같이 일어나 서툰 솜씨로 미역국을 끓여내는 사람이다. 기념일이면 큰 선물은 못하지만 자신의 마음이 담긴 메세지를 남길 줄 아는 사람이다. 이런 내가 행복하지 않다고 투정을 부리면 내 욕심이 과하다고 한마디씩 한다. 

어떤 삶을 살아가느냐보다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행복하고 행복하지 않고가 결정되는 것 같다. 이 책을 쓴 작가는 사소한 사건, 작은 사물 그리고 소박한 이웃들과 더불어 사는 삶을 행복이라 말한다. 도시에서 생활하던 그가 한적한 시골 생활을 10년을 넘게 하며 느낀 시골 생활은 훈훈함 그 자체이다. 

우리 시부모님이 고향으로 내려가신지도 어느새 3년이 되어 간다. 두분이 낙향하시겠다고 했을때 그 불편한 시골 생활을 어찌 견디시려구요? 어머님의 불편한 몸으로 바깥 화장실 쓰시는 건 무리라고 만류를 했었다. 하지만 두분은 알콩달콩 신혼처럼 재미나게 살아가셨고, 시부모님의 집은 다른 이웃들에게 활력이 되어 대문앞을 지나는 사람들은 누구나 들어와 커피 한잔씩 마시고 가셨다. 그래서 우린 시골에 내려갈때마다 대형마트에서 파는 일회용커피 한묶음을 사다 드렸다. 아침에 일어나면 대문 활짝 열어놓고 누구라도 들러 커피 한잔 마시고 가는 시부모님 집은 사람들의 이야기와 웃음으로 넘쳐났다. 그건 두분에겐 큰 행복 그 자체였을 것이다.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이웃에 대한 정감은 작가의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진다. 시골 생활을 청산하고 작은 도시로 나가 아파트 생활을 하게 된 이웃에 대한 그리움은 사람이 많이 살지 않는 시골 생활의 외로움이 느껴진다. 누군가 떠나면 빈집은 흉가가 되고, 때마다 멋진 꽃을 피우던 과수원은 폐허가 된다. 

시부모님이 낙향하시고 농사를 지우시면서 우리 가족은 유기농 쌀과 유기농 채소를 먹게 되었다. 농약 한번 뿌리지 않은 채소는 크지는 않지만 그 맛은 일품이다. 올 여름 우리가 먹었던 오이의 단맛에 남편과 나는 깜짝 놀랐다. "오이가 정말 이런 맛이었어."라고 말할 정도였다. 게다가 토마토, 가지, 호박, 고추, 배추, 무우......농약을 사용하지 않은 채소의 맛은 채소 본연의 맛이 살아 있다. 

하지만 시부모님께 들은 바로는 팔아야하는 농작물에는 농약을 많이 뿌린단다.(우리 아버님은 판매용 농작물은 재배하지 않으신다) 농약을 뿌려 더 보기 좋고 튼실하게 키우지만 실상 맛은 별로다. 세척시 농약이 제대로 씻기지 않는 경우도 있단다. 또 어느날인가는 한밤중에 아버님 댁에 도착했는데 댁 근처가 환해서 댁에 불을 켜둔 줄 알았더니 깨가 밤새 자라라고 등을 달아 불을 밝혀 두었다는 것이다. 그것을 보고 정말 깜짝 놀랐다. 식물도 밤이면 잠을 잔다는데 쉬지 않고 빨리 자라라고 불을 켜두었으니 그것이 정말 맛이 있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나는 이렇게 마음에 들지 않은 것들을 마음에 두고 있다가 말을 꺼내는데, 작가는 그렇지가 않다. 작가의 시선은 참 곱다는 생각이 든다. 들에 핀 꽃도 예쁘고 늦겨울에 내리는 눈도 예쁘게 보는 작가는 천상 행복한 사람이란 생각을 한다. 

요며칠 마음에 독을 품고 살았더니 모든 것이 다 마음에 들지 않고 의욕도 없고 재미도 없었다. 하지만 내 마음을 다독였더니 다시 행복이라는 말이 새삼 들어 온다. 우리의 삶 자체를 행복하고 윤택하게 만드는 것은 다 내 마음에 달린 일이란 걸 이 책을 통해 다시 느끼며 행복한 삶을 위해 마음을 열어야겠단 생각을 한다. 

나도 "사는 게 참 행복하다"라고 말하고 싶은 그런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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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0-12-08 0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결혼하기 전에는 막연히 시골 생활을 동경했었어요.
서울토박이 여서,명절 때 시골 가는 친구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 없었어요.

근데,지금 시댁이 시골이다 보니...
행복하게 살려고 '시골 생활'을 꿈꾼다는 말,참 무모하게 들려요.

마음에 독을 품고 살았더니,마음을 다독였더니...문장의 대구 참 좋아요.^^

꿈꾸는섬 2010-12-08 10:27   좋아요 0 | URL
저도 그랬더랬죠. 행복하게 살려고 '시골생활' 꿈꾸는 건 정말 무모한 것 같아요.

명절때 시골가는 거 정말 너무 힘들어요.ㅠㅠ 가는 건 괜찮지만 오는 게 너무 힘들지요.

마녀고양이 2010-12-08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저두 제목에 확 끌렸어요.
사는게 참 행복하다....

저는여, 천상 도시 여자였어요. 시골은 꿈두 안 꿨지요.
하지만 지금은... 완전 귀농이야 못 하겠지만, 천천히 사는 생활을 꿈꾸게 되요.
읽어야지, 언젠가~ 좋은 리뷰 감사드려요.

꿈꾸는섬 2010-12-08 11:22   좋아요 0 | URL
시골 생활에 대한 환상이 걷힐때쯤 시골생활하시길 권하고 싶어요.
시골 생활엔 낭만이란 없더라구요. 다만 그렇게 생각하고 바라보는 주관적인 마음이 있는거죠.ㅎㅎ
 
허수아비춤
조정래 지음 / 문학의문학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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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정치민주화를 이룬 우리 사회의 과제는 경제민주화를 이루어야 하는 것이라는 작가의 말은 일리가 있다.  

경제민주화를 이루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를 생각하며 이 책을 읽었다. 

도무지 알길이 없던 돈 많은 사람들의 적나라한 모습에 까무러칠뻔 했다. 전혀 익숙하지 않고 생소한 그들의 사고방식과 삶의 모습은 돈이 가져다 주는 위력은 가히 행복이라는 이름 그 이상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물론 순간 부럽단 생각을 안했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돈은 귀신도 부린다. 돈만 있으면 처녀 불알도 산다. 돈이면 지옥문도 여닫는다. 돈만 있으면 의붓자식도 효도한다. 돈 있어 못난 놈 없고, 돈 없어 잘난 놈 없다. 돈은 살아 있는 신이다.'  

돈과 관련한 속담들만 보아도 돈의 위력은 대단하다. 돈 앞에서 무너져내린 정의와 도덕성, 이런 것들이 이 사회의 부조리한 모습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너무 적나라하게 파헤쳐진 소설을 읽다보니 더욱 서글퍼졌던게 사실이다. 

우리가 교육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강기준같은 엘리트가 할 수 있는 일도 고작 남의 돈 불려주고 자기 실속 차리는 일일뿐이라면 그것이 우리의 아이들을 더 많이 가르치려고 하는 이유인 것인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유학을 다녀오고 박사학위를 받은 그가 하는 일이란 고작 돈으로 사람을 사는 일이며, 돈을 위해 부정한 일도 서슴지 않는 것이다. 그게 우리 사회의 엘리트라고 불리는 대부분의 사람들의 모습이라면 정말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자신의 소신을 밝힌 이유로 검찰에서 쫓겨나게 된 전인욱의 경우에도 우리 사회의 정의 또한 돈으로 세워진다는 걸 보여준다. 하지만 꿋꿋하게 맞서 대응하는 그의 인간적인 모습은 가슴 뜨겁게 한다. 또한 신문 칼럼때문에 교수직을 박탈당한 허민의 모습에서도 우리에게 돈의 위력을 느끼게하한다. 그것을 극복하고 이 사회를 향해 진실을 밝혀내는 그의 글은 우리의 심장을 더욱 뜨겁게 만든다. 그런 사람들이 아직 우리 사회에 남아 있다는 것은 언제나 든든한 버팀목이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말이다. 

조정래 작가의 소설 속 인물들은 언제나 생생한 현실의 인물처럼 느껴진다. 마치 살아 숨쉬는 인물들의 모습에 마음 쓸쓸하고 허탈함도 느끼지만 전인욱이나 허민이라는 인물들을 통해 우리가 앞으로 어떠한 모습으로 살아가야할지를 생각하게 만들어 준다. 

태봉그룹에서 일광그룹으로 옮겨와 태봉의 조직을 그대로 옮겨오는 박재우의 모습은 또다른 강기준의 모습이 되고, 이것은 또 다른 기업의 비자금을 형성하는 토대를 마련한다. 이런 반복적이고 습관적이 되어갈 기업의 모습들을 어떻게 막아낼 것인가가 현재의 문제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기업이 쌓은 혁혁한 공을 위시한 기업의 횡포에 눈가리고 아웅하는 검찰이 있는 한 우리의 정의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진실을 알려야하는 기자들까지 돈에 매수되는 현실이니 우리는 현실을 제대로 볼 수가 없다. 게다가 교육의 현장에서조차 돈을 쫓아가는 형국이니 제대로된 교육이 이루어질 수 없을 것이다. 

   
 

 그들이 비현실적이고, 소수이긴 하지만 만만한 상대들은 아니오. 그들의 단체가 많아질수록 시한폭탄이나 지뢰가 늘어나는 것이나 다름없소. 중동 사람들한테만 자살폭단 테러가 있는게 아ㅣ오. 그자들한테 항상 신경 써야 해요. 

(중략) 

그자들 대부분이 저 80년대에 화염병 던지던 자들인데, 그자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화염병을 던지기 시작햇을 때, 그들 힘에 군부독재가 끝장나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었소? 그런데 그 완가하던 30년 군부독재가 종말을 고했소. 저 구름에 비 들었으랴 하는데 소나기 쏟아진다고 하지 않소. 우리 세상이 오래 가기를 원한다면 적을 우습게 복 무시할 것이 아니라 똑바로 보고 철저하게 경계해야 한다 그거요.

 
   

 하지만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들 모두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그들이 무엇을 두려워하는지를 우리는 알고 있다. 군부독재체제에서 자신의 발언도 맘껏 할 수 없던 시절에도 많은 시민들은 정치민주화를 이루어낼 수 있었다. 과연 이루어질 수 있을까? 의심했을 것이다. 과연 독재정권이 타도될 것인가? 하지만 누군가는 다함께 민주화를 이루어야한다고 일깨웠고, 그것을 따라 사람들은 움직였다. 그때의 그 환희의 순간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돈이 없으면 불편한 것이 사실이고,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으니 더 많은 것을 소유하고 누리며 살고 싶은 마음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욕심으로 우리 사회가 부패한 것이라면 우리의 욕심을 살짝 내려놓아야 할 것이다. 

요새 <사는 게 참 행복하다>라는 책을 읽고 있다. 이 책의 저자의 순박한 시골 생활에서 느끼는 정취는 <허수아비춤>에 나온 강기준, 박재우, 윤성훈은 절대 모를 그런 생활에서 오는 즐거움이며 행복함이다.  사소한 것에도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을 갖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갖는다면 어찌 인생이 돈이 없다고 불행할 것인가. 

우리는 과연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하는가? 돈을 쫓아가는 그들, 아니면 부정부패를 비판하는 그들?  

우리 사회의 모습을 귀찮다거나 모르겠다는 이유로 외면하지 말아야겠단 생각을 한다. 끊임없이 그들을 경계해야하는 것은 그들이 아니라 우리의 몫이다. 그것이 우리 모두가 잘 살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란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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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조부 2010-12-06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으셨네요~ 저도 읽고 싶은데 게을러서 ^^

꿈꾸는섬 2010-12-07 12:56   좋아요 0 | URL
제가 다 읽고나니 남편이 얼른 챙기더라구요. 워낙 유명하니 읽고 싶은가봐요. 평소엔 책 잘 안 읽는 사람이거든요.ㅎㅎ

매버릭꾸랑님도 읽어 보셔요. 생각할게 많네요.

마녀고양이 2010-12-08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 다섯개? 꿈섬님.. 이 책 제게도 추천해주고 싶으신가요?

꿈꾸는섬 2010-12-08 11:23   좋아요 0 | URL
이 책은 많은 사람들이 꼭 읽었으면 좋겠어요. 취향과 상관없이 꼭 읽으셨으면 좋겠어요.^^ 경제민주화 꼭 이뤄야잖아요.^^

다이조부 2011-01-24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완독 ㅆㅆ ㅋㅋ
 
착한 미생물 EM 이야기 - 똑똑한 주부가 꼭 알아야 할
강영중 지음 / 비전과리더십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얼마전 미즈체험단에 뽑혀 <착한 미생물 EM 이야기> 책과 EM활성액을 받았다. 

늘 콧물을 달고 다니는 현준이 때문에 귀가 솔깃해서 신청했던 것인데 바쁜 일들이 많아 이제야 책을 다 읽고 EM활용액을 사용하게 되었다. 

 

EM은 'Effective Microorganisms'를 줄인 말이란다. 해석하면 '유용한 미생물'이라는 뜻이다. 이 미생물을 처음 발견한 일본의 대학교수 히가 테루오 박사가 EM이라는 이름을 붙였단다. 사람과 다른 생명체들에게 좋은 작용을 하는 이 미생물의 효능은 책을 통해 읽은바로는 대단하다. 

우리 나라는 유용 미생물의 기능을 활용한 문화를 많이 물려 받았다. 된장이나 고추장, 간장 그리고 김치 등은 한국의 대표적인 발효 음식이고 이 음식 속에 들어 있는 유용한 미생물은 항산화 작용을 하여 외부 세균으로부터 장기를 보호하고 바이러스에도 튼튼하게 싸워 이기게 하는 힘을 갖게 한다.  

책 속에 소개된 바로는 EM활성액을 희석하여 사용하면 된단다. 손 쉽게 사용할 수 있게 스프레이에 담아 여기저기 뿌리는 것부터 시작해 보았다. 

 

스프레이에 담아 우선 욕실로 가져가 욕조와 변기에 뿌렸다. 활성액의 냄새는 달짝지근하면서 약간 시큼하다. 평소에 사용하던 락스는 청소하고나면 머리가 아파서 환기를 한참 시켜야하지만 이것을 뿌린뒤로는 욕실 청소가 쉬워진 것 같다. 환경에 좋지 않은 세제를 덜 쓰게 된 점부터 환영할 일이다. (욕실에 스프레이로 찍찍 뿌려 두었다가 물만 뿌려도 개운한 느낌이 드는 건 향기부터 다르기 때문인 것 같다.) 

그리고 현관앞 신발장에 신발 위에도 두루두루 뿌려 주었다. 현관에 들어설때 나던 신발 냄새가 사라진 느낌이다. 수시로 뿌려 주었는데 신발에 전혀 무리가 없었다. 

설거지에 사용해도 된다는 말을 듣고 수세미에 묻혀 설거지를 해보았다. 거품이 나진 않지만 뽀득뽀득 씻겨지는 걸 느꼈다. 정말 신기했다. 개수대에 뿌려두면 개수대 냄새도 사라지고 물곰팡이도 점점 사라진다. 음식물이 잔뜩 쌓이면 냄새가 쾌쾌한데 그 위에 뿌려주면 냄새가 안난다는 글을 읽고 음식물 위에도 뿌려 보았는데 정말 신기하게 냄새가 거의 나지 않았다. 헹주도 한참 담가 두었다 빨면 마치 삶은 듯 냄새가 나질 않았다. 도마에도 뿌려서 햇볕에 말리면 좋단다.

화초에 사용해도 좋다는데 우리집 화분은 이미 모두 사라졌다. 하지만 이 활성액을 이용하면 화초도 잘 키울 수 있다니 다시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EM활성액을 사용할 수 있는 곳이 무척 많다. 빨래에도 활용하면 세제를 반으로 줄여 사용할 수 있다고 하고, 머리를 감을 때, 목욕할 때 사용하는 것도 좋단다. 머리에 사용하면 윤기머리와 두피의 건강이 좋아져 머리가 가렵지 않단다. 머리도 덜 빠진단다. 또 아토피가 있는 아이들에게도 무척 좋아 피부에 좋다는데 아직 사용해보진 못했다.  

책 속의 남자는 자동차 트렁크와 시트 등 내부에 EM활성액을 희석하여 스프레이하고 다녔더니 비염이 사라졌단다. 나도 남편에게 활성액을 차에 비치해두라고 해야겠다. 그동안엔 시중에서 파는 것들을 사용했는데 아무래도 환경에 더 좋을 것 같다. 

책 속의 주인공 가족들은 일본의 오키나와로 여행을 하여 EM호텔을 방문한다. 그곳에서의 체험이 마냥 부럽기만 했다. 직접 일본을 방문해 비누, 샴푸뿐만 아니라 EM발효액을 이용한 농사로 지은 과일의 맛을 보고, 더러워진 하천에 EM활성액으로 만든 흙공을 던져 깨끗한 하천으로 만들었다는 이야기는 정말 경이롭기만 했다. 우리 동네의 하천도 냄새가 많이 나고 더럽기 때문에 EM활성액을 활요한 환경 개선 방안을 마련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살뜨물을 이용하여 EM발효액을 만들어 쓰는 방법이 있다니 더 반가웠다. 아침 저녁 버리는 쌀뜨물도 수질 오염의 주범이라는데 쌀뜨물을 페트병에 담아 당밀이나 흑설탕을 넣고 천일염을 조금 넣고 EM원액을 30cc넣고 섞어서 7~10일을 상온에 두면 발효액이 만들어 진단다. 이 발효액으로 청소하는데 사용하면 좋겠단 생각을 하면 두병 만들어 보았다. 쌀뜨물은 두번째 것으로 사용하면 좋단다. 

첫 술에 배부르냐는 말이 있다. 아직 많이 사용해보진 못했지만 그래도 서서히 더 좋아질 거란 생각을 하면 착한 미생물을 만난 것이 너무도 반갑고 기분 좋다. 

이렇게 좋은 것은 나 혼자 쓸 것이 아니라 두루두루 알려야할 것 같다. 여기 저기서 좋다는 소문을 듣고 사용하다보면 우리 자연도 덩달아 좋아질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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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10-12-01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몇 년전부터 사용했습니다. 설겆이 할 때도 좋고, 화장실 청소 할 때도 좋죠! 여러모로 쓰임새가 참 많습니다! 단점은 여름에 빨리 상한다는 것! 기껏 만들어놓은 발효액이 상해버려서 못쓰게 되면 좀 아깝더군요.

꿈꾸는섬 2010-12-01 22:05   좋아요 0 | URL
앗, 역시 환경운동 하신 분이라 벌써 알고 계셨군요. 전 이번에야 알았는데 정말 좋더라구요. 책 먼저 읽고 사용해 보았는데 정말 좋던데요.^^
여름엔 빨리 상하는게 문제군요. 만들어 놓은 것이 상해 버리는 건 너무 아까울 것 같아요.

다이조부 2010-12-02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이 참 좋군요~ 슈퍼컴맹이라 저는 이런 거 할줄 모르는 입자에서 그저

신기하고 부럽네요 ㅋ

2010-12-03 11: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산티아고 가는 길>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산티아고 가는 길
세스 노터봄 지음, 이희재 옮김 / 민음사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작가 세스 노터봄의 <산티아고 가는 길>을 받아 들고 처음엔 난감했다. 무려 500쪽이 넘어가는 책을 읽어야한다는 부담감이 있었고, 성지순례라는 고정관념때문이었다. 하지만 막상 이 책을 읽어보니 단순히 알고 있던 태양의 나라 스페인의 이미지만이 아니라 스페인이 품고 있던 시간과 공간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게 되었다.  

작가는 평생을 스페인을 드나들며 살고 싶다고 한다. 스페인을 사랑하는 이유는 스페인 곳곳에 숨어 있는 작은 마을에 훼손되지 않은 성지와 교회당을 둘러 볼 수 있기 때문이란다. 작가의 여행은 단순히 보고 듣고 느끼는 차원의 여행이 아니라 역사와 문화를 아우르는 방대한 서사시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나는 현재에 발이 묶여 있다. 무수히 많으 창들이 그려진 그림 앞을 지나간다. 전투 장면을 그린 그림이 벽 하나를 몽땅 차지 했는데도 끝이 안 보인다. 이게루엘라 전투를 묘사한 그림이다. 말도 병사와 똑같은 색깔로 그려졌다. (중략) 나는 마치 군대를 사열하는 지휘관처럼 그 앞을 뚜벅뚜벅 지나서 사람들을 따라 왕좌실로 들어간다. 다른 삶들은 다시 자리를 옮기지만 나는 잠시 서서 왕좌를 바라본다. 그저 작은 의자일 뿐이다. 페리페는 거기 앉아서 끝없이 펼쳐진 대지를 바라보며너 자기가 한번도 가 본 적이 없고 또 앞으로도 가 볼일이 없을 머나먼 영토를 생각했을 것이다.(206쪽)  
   
   
    나는 다가서는 길이 가로막힌 세기와 순간을 그대로 지나친다. 어차피 불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단단히 잠가 둔 세계가 어떤 곳인지 한번 맛이나 보라는 것인지 지도, 책, 편지 따위를 추려서 유리 진열장에 넣어 둔 곳이 있다. 날개가 다 해어진 파란 새 한 마리가 찢어진 깃발을 부리에 물고 리오 틴토 강 위로 날아간다. '1730년: 아카풀코 항구 설계'에는 산 디에고 정착민과 주둔군의 현황도 담겨 있다. 지도에는 항구의 수심도 나와 있다. 그래서 이제 나는 1730년 아카풀코가 얼마나 깊었는지를 안다. 그러나 지도의 시간은 1730년에서 멎었으므로 그 다음의 수심은 모른다. (260쪽)  
   

한적한 마을을 둘러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내가 작가의 입장을 느끼려는 것처럼 작가의 그 옛날 스페인을 다스리던 왕이 되어 생각했을 것이다.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 수 있었던 것은 작가의 무한한 상상력과 스페인에 대한 열정과 사랑 그리고 관심이 있었을 것이다. 

작가는 미술과 문학에도 조예가 깊음을 알 수 있다. <시녀들>이라는 그림으로 유명한 벨로스케스와 수르바란의 그림 이야기는 이 책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부분이었다. 또한 돈 키호테, 라 만차로 가는 길 부분도 정말 재미있었다. 

   
 

 작가 밀란 쿤데라는 <돈 키호테>는 최초의 진정한 소설이라고 말했다. 소설의 가장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가 이른바 현실이라는 것이 가하는 온갖 제약을 엄어서면서 상상력이 현실을 제압하는 데 있다고 한다면, 천재 세르반테스는 상상력의 위력을 딱 부러지게 보여 주었다. 지금부터 거의 4세기 전에 허구의 인물이 살았떤 집과 그 속에 있는 화덕과 침대와 주방용품을 내가 뚫어져라 바라보는 것부터가 바로 상상력 덕분이 아니겠는가.(171쪽)

 
   

 산티아고는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이 즐겨 찾는 성지 순례지라고 알고 있다. 까미노를 걸으며 성 야고보가 묻혔다는 그곳 산티아고로 사람들이 찾아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걷기를 통해 자신과의 싸움에 도전하고 싶은 욕망일까? 성지를 찾아가다보면 깨닫게 되는 인생의 진리가 있기 때문일까?  

네덜란드의 노작가는 산티아고로 가기 전에 둘러볼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달려 간다. 그리고 그곳의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여행을 한다. 나는 그것을 읽으며 대리만족을 하고 있다. 여러해에 걸쳐 쓴 글들을 단숨에 읽는 것은 쉽지 않다. 작가가 들렀던 곳들을 따라가며 작가의 자세한 설명을 귀기울여 듣는 재미가 솔솔한 책이었다. 오랫동안 함께 할 수 있는 그런 책이 내게로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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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11-21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은 책, 다른 느낌의 리뷰 ^^ 네요~
올리신 글을 읽으니 괜찮은 책으로 다가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좀 해봅니다.

가을의 끝자락입니다. 꿈섬님 즐거운 날이 되시길 빌겠습니다.!!

꿈꾸는섬 2010-11-24 00:43   좋아요 0 | URL
다른 느낌...ㅎㅎ
여전히 가을인건가요?
전 요새 겨울이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거든요.
바람결님도 즐거운 날이 되시길 빌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