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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보다 여행 - 어느 여행자의 기발한 이야기
왕영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가끔 우리는 농담아닌 농담을 한다. '지금까지 마신 술이 집 한채 값은 될거야.' '담배만 안 피웠어도 돈이 꽤 모였을 걸.' '여행만 안 다녔어도 집 샀을텐데...' 하지만 이런 후회성 짙은 농담은 결코 현실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을 일들에 대한 농일뿐이란 생각을 한다.
여행을 하지 않았어도 우리는 분명 그 돈을 술이든 담배든 혹은 책을 사는데 소비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제 만난 어떤 친구분은 어떤 달엔 경조사비로 80만원이 지출된다는 얘기를 했다. 우리는 그걸 어떻게 감당을 하냐고 했지만 그 사람에게 있어서 대인관계는 무척 중요한 일이고 그러다보니 경조사비용으로 지출되는 돈이 만만치 않다.
<집보다 여행>, 지금까지의 여행에세이와는 확연히 다르다.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이 동원된 이 책은 한편의 소설을 읽는 느낌이 들었다. 여행을 가고 싶다는 부인을 위해 9,999,990원 달여행 패키지를 선택하고 달여행을 가서 가이드의 권유에 따라 지구에서는 희귀한 보석을 사고 달에서만 살 수 있는 한약을 산다. 여행지에서 즐길 수 있는 것들은 모두 옵션여행으로 추가비용이 따른다. 정작 지구로 돌아와 보석값을 확인해보지만 돌멩이에 불과하단다. 또 한약은 복통을 일으킨다. 여행비용보다 쇼핑비용이 더 많이 지출된 상황이다. 이 부분을 읽으며 마치 나의 모습을 보는 듯 했다. 신혼여행패키지 상품을 이용해 처음 해외로 나갔을때 가이드의 말을 곧이 곧대로 따랐던, 또 마지막날 하루는 쇼핑에 올인했던 기억이, 물론 우린 적정선에서 쇼핑을 마치고 싶었지만 왠지 다른팀이 사니 나도 꼭 사야만 할 것 같은 그런 분위기였다. 시부모님 선물 당연히 사가야죠. 여기서만 살 수 있는 것들이에요. 라고 말하던 가이드, 하지만 정작 여행은 쇼핑때문에 불쾌하게 마무리 되었었다. 이런 여행은 이제 다시는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오랜 여행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쓴 에세이라 초보 여행자나 여행을 즐기는 노련한 여행자 모두에게 즐겁고 유익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 될 것 같다.
여행은 집이 주는 안락함보다 삶에 미치는 정신적인 안정감을 준다는 작가의 생각에 동의한다. 그러니 집보다 여행이라는 말이 마음에 든다. 집을 사기 위해 은행에서 돈을 빌리고 그 돈을 갚기 위해 여행도 떠나지 못한 채 각박하게 살아가는 사람들, 진정 행복한가? 좋은 집에서 안정되게 살고 있는가? 묻고 싶다.
여행을 통해 소통하고 모험과 자유를 꿈꿀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여행은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이 아닐까 싶다. 현실에서 벗어나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여유를 우리에게 제공해줄 것이다. 그러니 집보다 여행이 더 좋다고 말할 수 있는게 아닐까 싶다.
이 책을 읽으며 다시 또 여행을 꿈꾼다. 아직 가보지 못한 미지의 장소로 나를 데려가고 싶다. 평생 여행자가 되어 수많은 도시를 돌아다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