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냄새 : 삼성에 없는 단 한 가지 ㅣ 평화 발자국 9
김수박 지음 / 보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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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씨체는 신기한 힘이 있다.

과거가 진짜로 있었던 일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 푸르덴셜생명 10억 광고

 

나무꾼이 나무를 하다 실수로 도끼를 연못에 빠뜨린다. 이때 연못에서 산신령이 나타나서 나무꾼에게 묻는다. 금도끼가 네 것이냐, 은도끼가 네 것이냐, 이것도 저것도 아니라면 쇠도끼가 네 것이냐 ?  착한 나무꾼은 세 번째 도끼가 자기 것이라고 말한다. 그 후의 내용은 다들 아실 터 ! 셰익스피어 연극 < 베니스의 상인 > 에서도 똑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아름다운 여자’와 결혼하기 위해서 구혼자들은 세 개의 상자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첫째는 금 상자이고, 둘째는 은 상자이며, 셋째는 납 상자’이다.  물론 세 번째 상자를 선택한 사람이 청혼에 성공한다. 세 번째 금속을 선택해야지 성공할 수 있는 이유는 정직과 겸손 그리고 탐욕이 없는 마음 씀씀이를 시험하기 위해서이다. 만약에 당신 앞에 산신령이 나타나서 소원을 들어주겠다며 백지수표에 액수를 적으라고 한다면, 당신은 얼마를 적겠는가 ?

 

당신은 금도끼와 은도끼 이야기에서 욕심이 과하면 화를 부른다는 교훈을 익히 알고 있다. 곰곰 생각할 것이다. 아파트 한 채 값은 있어야 집 없는 설움을 벗어날 수 있을 테고, 번듯한 가게도 하나 있어야 자유로운 자영업자의 꿈을 이룰 수 있으니 가게 하나 장만할 돈도 있어야 하고, 그리고.... 아니지, 욕심이 과하면 화를 부르는 법 ! 당신은 조심스럽게 백지 수표에 10억 정도 기재할 것이다. 10억은 집 한 채와 가게 하나를 장만하고도 1,2억 정도 통장에 저축할 수 있는 여윳돈'이다. 로또 평균 당첨금이 세금 공제하고 나면 실수령액이 12억 정도라고 하니, 10억은 가난한 서민이 부릴 수 있는 최대한의 " 한탕 " 인 셈이다. 어느 날, 당신 앞에 산신령 대신 회사 임원이 찾아와서 10억을 내놓는다. 

 

" 어르신, 이 돈이면 번듯한 아파트 한 채 사시고, 시내에 자그마한 가게 하나 여십시요. 그리고 남은 돈은 통장에 넣어서 이자 받고 사시면 넉넉한 노후 생활을 하실 겁니다. 허허허... "  단, 조건이 하나 있다. 이 돈을 받으려면 죽은 딸과 했던 약속을 어겨야 한다. 억울하게 죽은 딸의 목숨값으로 넉넉한 노후를 살 것인가, 아니면 딸과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인가 ? 아버지는 쇠도끼를 선택한다.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가 백혈병에 걸려 죽은 황유미 노동자와 택시 운전수 황상기 씨의 이야기다. 김수박 만화 < 사람 냄새 > 는 바로 그 사건을 바탕으로 한 르포 만화'다. 끊어진 단선들로 이루어진 황상기 씨의 얼굴 스케치는 정직한 노동으로 이루어진, 힘 있는 결기를 느끼게 해준다. 김수박 작가가 그린 그림체는 투박하지만, 울퉁불퉁한 선화가 주는 느낌은 정직하고 따스하다.

 

얼핏 < 간판스타 > 를 그린 이희재와 < 페르세폴리스 > 의 마르얀 샤트라피'를 떠올리게 만든다. 탁월하다. 그리고 컷 사이사이에 끼어든 황유미 씨의 실제 글씨체'는 김수박의 탁월한 그림체를 압도하는 힘이 있다. 나는 이 만화 속 황유미 씨가 남긴 글씨체'가 그녀가 남긴 흉터처럼 보여서 내내 생강처럼 아렸다. 흉터는 신기한 힘이 있다. 과거가 진짜 있었던 일'이라는 사실을 증명하기 때문이다. ( 흉터에는 신기한 힘이 있지. 과거가 진짜 있었던 일이라는 것을 일깨워주거든. 흉터를 얻게된 사연은 결코 잊을 수 없지. 안 그런가? ㅣ 코맥 매카시, 모두 다 예쁜 말들 中 ) . 그녀가 남긴 글씨체가 만화 컷 속에 삽입되는 순간 이 만화가 단순히 신파에 빠진 가족 드라마가 아니라 르포'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킨다. 그렇다, 그녀가 꾹꾹 눌러쓴 글씨체는 그림체보다 강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죽은 자가 남긴 모든 글씨체는 흉터이며 동시에 상처다. 딸은 아빠가 운전하는 택시 뒷자리에서 숨을 거둔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 덥다 " 라는 말과 " 춥다 " 라는 말이었다. 3월 지나 4월이 오면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은, 꽃 피는 봄이 오는데 딸은 컴컴한 둔내 터널 지나 싸리재 고개에서 숨을 거둔다. 아버지는 죽은 딸을 꽃가마 대신 택시에 태워 손수 운전을 하며 상여를 메고 달린다. 그 흔한 상엿소리도 없이 말이다. 하지만 이 장면보다 더 슬픈 장면은 아빠와 함께 택시를 타고 이곳저곳 다니면서 찍었다던 사진이 인쇄된 페이지(44-45)에서 울컥하게 만든다. 종이에 인쇄된 12컷의 흑백 사진은 모두 봄날이었다. 꽃들이었다. 진달레꽃, 국화꽃, 철쭉, 아네모네, 벛꽃. 영화 < 또 하나의 가족 > 에서는 " 멍게 "의 비유를 통해서 주제를 요약한다면, 만화 < 사람 냄새 > 는 " 향내 " 를 통해서 주제를 요약한다.

 

" 꽃이 있잖아요.이게 피어나면 보기는 이쁜데 향이 없어요. 향이..... 이 꽃이 질 때쯤 되면 최고의 향이 나거든. 사람도 똑같애. 애들 때는, 한창 클 때는 인가미가없거든. 그냥 자기 눈에 보이는 댈 행동할 때는 인간미가 좀 없지. 사람은 나이가 먹을수록, 늙을수록 사람 냄새가 나는 거야. 그 나이 때가 되면 향이 아주 한창 날 때 아니겠어 ? 인간으로서 향이 아주 한창 나는 나이라고. 근데 (삼성은) 사람 냄새라고는 요만큼도 없어 ( 113 ) "

 

아버지에게는 딸이 찍은 이 사진 또한 흉터로 남아 있을 것이다. 꽃다운 나이에 진 딸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우리는 영화 < 또 하나의 약속 > 을 보거나 < 사람 냄새 > 를 읽고 나서 분하고 슬퍼서 늦은 저녁에 술 한 잔 생각이 간절할 것이다. 그리고는 이마트'에 가서 주전부리와 술을 사 가지고 와서 삼성을 신랄하게 욕할 것이다. 하지만 바뀌는 게 무엇일까 ? 이마트'보다 비싸고 더럽고 불친절하다는 이유로 이웃의 구멍가게를 외면하고 이마트 가서 장을 보는 당신은 정말 떳떳하게 삼성을 욕할 수 있을까 ? 황유미 씨의 사진을 꽤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술 한 잔 해야겠다.

 

 

 

 

 

 


 

 

 

 

 

+ 1

http://blog.aladin.co.kr/719469195/6891433 ㅣ 수다맨 님이 < 또 하나의 약속 > 에 대한 리뷰를 올렸다. 내 판단에 의하면 이 분의 분석력은 신형철 평론가를 압도한다. 그가 이 영화에 대한 단상을 적으면서 " 한상구는 사투리라는 구부러진 언어로, 경직된 표준어가 오갔던 법정이라는 공간을 겨눈다. 감정에 북받친 조리 없는 언어가, 차가운 논리로 무장된 텅 빈 언어들을 질타하는 모습에서 나는 한동안 까맣게 잊고 있었던 '인민'이라는 말을 떠올렸다. " 라고 했을 때는 살짝 놀랐다. 문득 생각난 것인데 서울 말씨를 표준어라고 하고 지방 방언을 사투리'라고 구분하는 것은 차별적이다. 마치 문학을 순문학과 장르문학 따위로 구분짓는 문단의 꼴사나운 짓이 연상된다.

 

 

+ 2

속으로 무노조를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는 있다. 하지만 당당하게 무노조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말방귀 같은 자세를 취하는 기업은 삼성이 세계에서 유일할 것이다. 그리고 무노조 경영'이라는 낯 뜨거운 문장 뒤에 신화'라는 단어를 덧대는 천박한 기업 윤리도 세계 최강일 것이다. " 무노조 경영 신화 " 라니, 맙소사 !  여기에 더해서 무노조 삼성에 대해 비판적 자세를 취해야 하는 노동자가 되레 무노조 삼성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민족성 또한 세계에서 유일할 것이다. 이 삼 박자가 만나서 삼성을 괴물로 키운다. 삼성이 망하나 나라가 망할까 ? 도요타가 망했다고 일본이 침몰했던가 ? 파산이라는 이름의 돌주먹에 얼굴을 강타당해 이빨 하나 흔들렸다고 해서 고기를 씹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이빨 하나 빠지면 고기를 씹지 못할 것라며 징징거린다.

 

삼성은 수많은 이빨 가운데 하나'다. 좋은 점수를 줘봤자 어금니'다. 어금니 없어도 고기 씹을 수 있다. 하지만 잇몸이 망가지면 고기를 씹을 수 없다. 그 잇몸을 지탱하는 주체는 노동자다. 삼성 하나 망해도 대한민국은 망하지 않는다.

 

 

+ 3

사람들은 포데기 신파극의 어쩔 수 없는 한계를 보여준 < 수상한 그녀 > 를 보며 펑펑 운다. 관객들은 칠순 노모가 스무살 꽃띠 처녀로 바뀐다는 서사가 판타지(가짜) 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겨울 내내 얼었던 수도가 봄볕에 펑 터져서 녹물을 쏟아내듯 눈물을 쏟는다. 그것은 판타지(가짜)를 뇌하수체가 리얼(진짜)하게 반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가짜가 가짜인지 뻔히 알면서도 판타지를 리얼하게 받아들이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그것이 가짜이기 때문에 그렇다. 자신의 감정을 가짜에게 소비하는 게 편하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리얼리티(진짜) 앞에서 눈물을 쏟으면 창피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가짜를 싫어하고 진짜를 좋아한다고 생각하지만 이 말이야말로 새빨간 거짓말이다. 인간은 진짜를 싫어하고 가짜를 좋아한다. 누군가가 당신에게 진실을 말하면 당신은 불같이 화를 내지만

 

누군가가 당신에게 달콤한 거짓말로 당신 비위를 맞추면 당신은 그 말이 거짓말이란 사실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웃는다. 진실은 사실 아름답다기보다는 쑥스럽고 불편하다. 그래서 엄마에게 온갖 짜증을 부리며 집을 나와 극장을 찾은 당신은 영화 속 가짜 엄마 앞에서 펑펑 울며 불효자는 웁니다를 연출한다. 그리고는 집에 오자마자 다시 온갖 짜증을 부린다. " 엄마, 잔소리 좀 그만해 ! 짜증나 죽겠어, 증말.... " 모성은 가짜와 접속하고 진짜와는 절연하게 된다. 사람들은 < 또 하나의 약속 > 에 나오는 리얼리티가 불편하다. 리얼리티 앞에서는 쪽팔리고 불편하고 불편하고 불편해서 외면하게 된다. 이처럼 판타지와 리얼리티의 모순적 관계는 곰인형과 곰의 관계와 비슷하다. 당신은 잠자리에 들 때 항상 귀여운 곰인형을 끼고 자지만 실제로 숲에서 곰을 만나면 자지러진다.  

 

우리가 알고 있는 삼성은 곰인형이다.  일류 배우가 나와서 삼성을 광고하고 김연아와 박태환이 삼성의 이름으로 달콤하게 속삭인다. 당신은 또 하나의 가족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그것은 귀여운 곰인형에 불과하다. 삼성의 날것을 보는 순간 당신을 자지러진다. 진짜'란 늘 그런 것이니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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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14-02-16 0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저께 "또 하나의 약속"을 봤습니다. 영화 내용과는 상관없는 얘기입니다만, 엄마 역으로 나온 윤유선 씨가 너무 아름답게 보이더군요. 화장기도 없는 수수한 얼굴로 열연하시던데 어찌나 고우시던지, 제 어머니뻘(!)이지만 반하고 말았습니다.
이 영화 다 보고 포장마차 아무데나 들어가 저도 술 마셨습니다. 볼 때는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는데, 다 보고 나니 담배랑 술이 땡기더군요 ㅜㅜ 우동 한 그릇 시켜놓고 혼자서 소주 한 병 비웠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6 02:43   좋아요 0 | URL
수다맨 님 조만간 술 한 잔 합시다. 나중에 만날 때 낮술 어떻습니까 ?

수다맨 2014-02-16 03:08   좋아요 0 | URL
저야 뭐 곰곰발님께서 불러만 주시면 낮술 환영합니다 ㅎㅎㅎ

르미에르 2014-02-16 0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책을 내실때는 꼭 저와 계약하셔야 합니다 ... 아니면 저 삐짐 ㅡ.,ㅡ;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6 04:24   좋아요 0 | URL
인세는 넉넉히 주시는 겁니까 ? ㅎㅎ

르미에르 2014-02-16 0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40% 드리지요...곧 책도 찍을 껍니다.
페루애님이 1호로 제가 침 퉤퉤퉤 뱉어 뒀습니다.

진짜 저 몰래 책 찍으시면 저 완전 삐질겁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6 16:50   좋아요 0 | URL
눙물이 ㅠㅠ
40%인세는 하루키도 실패했던 전설의 인세인데
감사하옵고 감사하옵니다...

까레이 2014-02-16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짱이네요 ㅠㅠ 조용히 공감누르고 갑니당
Ps 술자리 하시면 저도 한번 불러주세요. 경복궁역 근처라 어디든 가깝습니당^^ (물론 서울 안에서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6 16:52   좋아요 0 | URL
아, 마저.. 경복궁 근처라고 했죠 ? 네에, 조만칸 함 자리 마련해 봅시다요.

잘잘라 2014-02-16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아- 제가 알라딘에서 본, 아니, 그동안 읽었던 모든 리뷰 가운데 가장 제 마음 깊은 데까지, 가장 빠른 시간에 후벼주시는 글입니다. 리뷰 감사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6 16:53   좋아요 0 | URL
오홋, 그런가요 ? 작품이 워낙 좋다보니.... 제가 이런 만화를 좋아해서 말이죠.
만화는 확실히 축복받은 장르입니다. 흡입력이 대단하거든요.
다만 한국에서는 불량품 취급을 받아서 그렇지요. 안타깝죠. 만화라는 장르를 이렇게 천대하는 나라도
대한민국이 유일할 겁니다.

꼬마요정 2014-02-16 2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하고 갑니다. 저는 갑자기 예전에 그 광고가 떠오르네요.. 삼성생명이었죠.. 10억을 받았습니다... 남편이 죽고 보험금으로 10억 받아 행복하게 산다는 내용의 광고 말입니다. '삼성'.. 무서운 단어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6 21:16   좋아요 0 | URL
아, 마자요. 푸르덴셜생명 10억 광고가 있었죠. 그렇군요. 10억이라는 돈은 서민이 영혼을 파는 금액이라고 생각하나 봅니다.

엄동 2014-02-17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영화보고 엄마에게 삼성랜드를 씹었더니,
그래도 우리나랄 이끌어가는 부동의 대기업이라고 하시더군요 후.

책 주문합니다.
영화보고 어줍짢게 떠들고 다녔던 제가 부끄럽네요

다시한번
황유미씨의 이른 죽음을 애도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7 17:14   좋아요 0 | URL
부동의 대기업이라는 말에는 동의합니다.
하지만 1인자'라는 게 그리 쉽게 부동은 아닐 겁니다.
도요타를 보십시요. 소니를 보십시요. 다 무너지게 되어 있습니다.

만화애니비평 2014-02-17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골목시장에서 이마트 홈플러스 욕해도, 자기 아들 삼성 보내는 부모들
저도 홈플러스를 이용하나, 자승자박의 현실은....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7 17:13   좋아요 0 | URL
전 홈플러스를 이용하지 않는 게 별로 어렵지 않다고 봅니다.
이마트보다는 지역 마트, 구멍가게를 이용해야 합니다. 매우 쉬운 문제인데
사람들은 이걸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밤하늘의별소리 2014-02-17 1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에 일본인들의 노후대비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봤어요. 50대가 되면 거의 회사에서 쫓겨나가야하는데, 그들이 베이비붐세대에 태어나서 일본 경제가 호황일 때 흥청망청 쓰는데에만 익숙해져서 노후 대비가 거의 안되있더라구요. 그런 상황에서도, 회사에서 나와서 그들이 살아갈 방법이 있느냐-에 관한 다큐멘터리였는데요

대부분 아르바이트 하면서 생계의 어려움을 호소하긴 하던데, 그 중에 제일 인상깊게 봤던 분이 대기업 다니시다가 퇴직하시고 자기 동네에서 친환경 로컬 과일,야채가게 하는 분이셨어요. 수입은 이전의 1/3정도 되지 않지만 생계를 이어나갈 정도는 된다는 답변을 하시더라구요. 그 아저씨를 보면서 대기업의 프랜차이즈들로만 채워져가는 우리나라의 거리가 떠오르더라구요. 일본은 작은 골목가게들이라도 많지, 우리나라는 편의점부터 시작해서 카페까지 이제 거의 획일화되고 있잖아요. 우리나라에서도 그렇게 큰 돈은 아니더라도 생계를 유지할 정도의 작은 상권들이 유지되어야 다양한 삶의 방식이 가능할텐데...라고 생각했어요.

동네 슈퍼들이 그나마 살아있는 곳에서 자취하고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슈퍼를 이용하는 편이긴 하지만, 사실 본가만 해도 홈플러스가 십 분 이내 거리에 있고 주차하기가 편리하다보니 가족들이랑은 대형마트에 들르게 되더라구요.ㅠㅠ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7 20:49   좋아요 0 | URL
제 가족들도 모두 이마트 마니아'입니다. 전 이마트 사용금지를 타인에게 강요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지키고 싶더군요. 일본이나 심지어 마트의 본고장 미국에서도 골목 상권이 지키지는 이유는 정치적 제도 장치 때문에 그렇습니다. 대형 마트는 절대 도심 안으로 들어올 수 없거든요. 미국 월마트 보십시요. 어디 사막 같은 데 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그냥 아주 대놓고 가자 목 좋은 자리에 있어요. 비극이죠. 대기업이 골목 상권까지 장악해서 돈을 1조 단위로 벌고 싶다는 그 치열한 탐욕이...


samadhi(眞我) 2014-02-21 0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마트를 너무 좋아했는데요. 전에 일하던 직장 출퇴근 하는 전철역 안에 마트가 있던 데라 그 마트가 방앗간이었어요. 이제는 거길 더 안다니고 집에서 마트가 멀다보니 집 근처 수퍼를 드나들게 돼요. 그게 마음이 편하구요.무심코 대형마트를 가게 되는 것이 조금은 두렵네요. 그것들한테 적선(?)도 해주기 싫은데^^

사람들이 진짜를 싫어하고 가짜를 좋아한다는 사실 때문에 사는 게 힘드네요^^ 잔혹한 현실을 점점 더 외면하려고만 드는데 그런 얘기를 떠들어대서 저랑 놀기도 싫어하고 ㅠㅠ 심각하고 진지한 공기를 참기 힘들어하다보니 사회의 병폐가 더 심해지는 것 같습니다. 그것들을 악용하는 삼송같은 것들이 날뛰고 있고. 현실에 정면으로 부딪칠 수 있는 용기 하나쯤 장식용으로 달고 서로 털어놓기가 유행인 세상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정자왕 사사키 조.  

 

 

 

종종 내 정치적 색깔'이 무엇인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닭똥 같은 꾀죄죄죄죄한 교양만 있다면 이명박과 그 잔당'이 매우 부도덕한 집단이라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어떤 사람이 이명박과 그 잔당들에 대해 비판적이라고 해서 그 사람이 교양과 도덕을 갖춘 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새누리는 우익 집단이라기보다는  (1인)이익 집단에 가깝다. 문제는 내가 노무현 정권을 지독하게 싫어한다는 점이다. 한미 fta 진행, 노동법 후퇴 그리고 삼성을 말 그대로 글로벌하게 키운 것은 바로 노무현 정권'이었다. 허각보다 인기 없던 각하가 삼성을 " 프랜들리 " 하게 키웠다면 노무현 정권은 삼성을 " 글로벌 " 하게 키웠다. 노무현 정권 때 한미 fta를 총지휘한 통상교섭본부장 김현종은 2009년에 삼성전자 해외법무 사장을 역임했으며 중앙일보 홍석현 사장은 노무현 정권 때 주미대사'를 지낸 것을 보면

 

삼성의 " 또 하나의 가족 " 이 알고 보니 노무현 정권이었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다. 자칭 진보 정권이라고 했던 김대중 - 노무현 정권 10년은 역설적이게도 정리해고법, 파견법, 비정규직법이라는 3대 노동 악법을 만들어 850만 비정규직을 양산한 정권이었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꼴이었다. 그러다 보니 나는 새누리 지지자들에게 욕을 먹으면서 동시에 김대중-노무현 지지자들에게도 욕을 먹었다. 어디 그뿐인가 ? 문화적 취향도 마이너的이어서 셰익스피어, 하루키, 김연수, 신경숙 작가와 정성일 영화평론가와 신형철 문학평론가 그리고 최근에는 강신주의 " 철학을 빙자한 김미경 식 호통 힐링 " 을 싫어한다고 집요하게 말풍선을 띄워서 거의 모든 사람들로부터 " 재수없는 말방귀 새끼 " 라는 소리를 듣기에 이르렀다.  가재미 눈으로 나를 대하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뜻이다.

 

그래, 시바 ! 나 재수없는 말방귀 새끼'다. 어제였다. 비로그인으로 접속한 이가 내게 댓글 하나를 남겼다. " 드디어 너라는 놈의 정체를 알았어, 사사키 조. 크으으으으으으으으 " 그리고 덧글과 함께 영화 속 장면을 갈무리한 주소를 걸어두었다. 장면을 갈무리한 영상은 벌거벗은 남자가 야시시시시한 얼굴로 눈을 살짝 감은 모습이었다. 절정에 다다른 남자의 얼굴이었던 것이다. 사사키 조'라고 불리우는 일본 배우였다. 나는 얼굴이 한라봉처럼 샛노랗게 되어서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급히 이 덧글을 지웠지만 지금도 떨리는 심장을 멈출 수가 없다.  드디어 올 것이 온 것이다. 카스테라와 크래커가 빚어낸 맛있는 불행. 아, 숨기고 싶은 내 과거,  그렇다 ! 내게는 숨기고 싶은 과거가 있었다. 내 과거를 아는 자가 폭로를 하기 전에 먼저 여러분에게 고백을 해야 할 시간이 왔다.

 

그가 내게 보낸 캡쳐 장면 ▼

 

 

 

 

 

 

영화 < 사사키 조, 빤스 벗고 덤벼라 > 장면 캡처.

 

  

펼친 부분 접기 ▲

 

사사키 조, 나는 일본에서 사사키 조' 란 이름으로 활동했던 성인 av배우였다. 내가 포르노 배우가 된 계기를 말하기 위해서는 먼저 10년 전에 벌어졌던 불행했던 일로 되돌아가야 한다. 사랑하는 여자가 있었다. 그때는 피 끓는 청춘이어서 눈만 마주쳤다 하면 온몸이 딱딱해지던 시절이었다. 여자의 몸이 촉촉한 카스테라였다면 내 몸은 쎈 불에 달구어진 딱딱한 크래커'였다. 여자는 딱딱한 크래커를 먹고 싶어 했고, 남자는 촉촉한 카스테라를 뜯어먹고 싶어 했다. 시도 때도 없이 성욕이 스파크를 튀기던, 그런 세월이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이들이 피 끓는 청춘이라면 애인과 함께 비디오방'을 가면 안 된다고 충고하고 싶다. 비디오방이란 혼자서 가면 집중이 잘 되지만 둘이 가면 집중이 안 되는 곳이 아니었던가 ? 나는 그녀의 촉촉한 카스테라를 먹고 싶어 했고,

 

여자는 내 딱딱한 크래커를 먹고 싶어 했다. 내가 먼저 말했다. " 내 근사한 크래커 줄까 ? 내 크래커를 너에게 줄 테니 넌 내게 카스테라를 주렴. 우리 서로 바, 꿔 먹을래 ? " 그렇게 우린 포장지를 벗기고 맛을 음미했다. 그게 화근이었다. 비디오방에 설치된 몰카가 그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 야동'은 디지털 세대 맑시스트 김본좌'에 의해 LTE보다 빠른 광속으로 퍼져나갔다. 제목은 < 정자왕 > 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졌다. 아마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 이 동영상을 본 적이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 그 동영상 속 사내가 바로 나다.  8월 우기에 쏟아지는 비처럼 엄청난 정액을 쏟아내던......

 

나는 그 동영상으로 인해 직장도 그만 두어야 했고, 심지어는 대인기피증에 시달려야 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길 바랐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 모시모시 ? 유, 곰곰발 선생 ?! 나, < 정자왕 > 봐써.  재미써, 재미써, 재미써. 선생님 정자 콸 ~ 콸 ~ 스고이 ! 선생 페니스 가와이 !!!! " 전화를 건 사람은 일본 AV업계 서열 2위인 식스나인 어덜트 무비社'의 사장 오이치 사토 씨(동경 오토모토 거주, 53세)였다. 그가 떠듬거리며 한 말을 종합하자면 cum계열 포르노를 공략해서 시장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진행 중에 있는데 이 cum계열 포르노 주인공으로 나를 채용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 선생님 정자 콸콸콸, 너무 많아. 너무 많아. 판타스틱해 ! " 당시 먹고 사는 길이 막막했던 나는 그 길로 현해탄을 건너 포르노 배우가 됐다.

 

그때 사용했던 내 이름이 바로 사사키 조였다. 오이치 사토 씨는 나를 보자마자 신체 검사를 했다. 사토 씨'가 말했다. " 선생, 포르노 배우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시오 ? 사정 시간 ?! 그건 약물로도 가능하니 필요 없소. 모양도 그닥 중요한 것은 아니오. 제작자 입장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은 바로 항문이오. 색과 모양새를 보는데 국화 무늬를 최고로 친다오. 그 누가 항문 모양에 신경을 쓰는 사람이 어디 있겠소. 하지만 포르노에서는 항문이 주인공이지. 냄새나고 더럽다며 누구나 부끄러워하지만 이곳에서는 항문이 예쁜 사람이 주인공이라오. 축하하오, 선생 ! 당신 항문은 아름다운 국화 무늬구려. 허허허. " 내가 나온 포르노는 < 정자왕 시리즈 28탄 > 까지 나왔고 < 소방관 시리즈 > 는 19탄까지 만들어졌다. 그 외 총 4930편의 영화를 찍었다.

 

대부분 제목이 사사키 조'라는 간판을 달고 나왔다. " 사사키 조, 거침없이 쏜다 " , " 사사키 조와 함께 하는 크림 거품 목욕 " , " 소방수 사사키 조, 차갑게 식은 불씨를 살리다. " 따위였다. 하지만 너무 혹사한 나머지, 어느 순간부터 수도꼭지를 틀어도 물이 나오지 않는 상태가 되었다. 단백질 보충에 도움이 될까 하고 계란 노른자를 하루에 백 개씩 먹어지만 정액은 더 이상 만들어짖 않았다. 말 그대로 씨가 마른 것이었다. 급히 병원을 찾았더니 의사는 다음과 같은 진단을 내렸다. 전립선 기능 저하에 따른 발기 부전과 동시에 치질'이라는 선고였다.  눈물이, 아...... 앞을 가렸다. 오이치 사토 씨'는 냉정한 사람이었다. " 맙소사, 사사키 조 !! 이제 당신은 거품 빠진 누런 맥주 신세야. " 나는 그 길로 버려졌다. 설상가상 내가 모은 돈은 모두 주식에 투자했는데 일본 경제 장기 침체로 인해 종이 조각이 되어 한 푼도 건지지 못했다.

 

곰곰발 매혈기'는 이렇게 비극적으로 끝났다. 내가 출현한 영화들은 일반적으로 유통되는 포르노는 아니었다. 일본 내 숙박업소 네트워크에서만 상영되는 포로노였기에 한국인이 내 정체를 알고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그러데 누군가가 내 정체를 알아버린 것이다. 누구였을까 ? 새누리 지지자였을까 ? 아니면 노무현, 김대중 지지자 중 한 명이었을까 ? 김연수, 신경숙, 강신주 지지자 ?! 여튼 다 털어놓으니 속이 후련하다. 나 곰곰생각하는발, 아니 사사키 조'였던, 나는 한때 포르노 배우였다. 당신들의 손가락질 겸허히 받아들이겠다.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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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린 2014-02-15 0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개불 같은 분이었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5 02:48   좋아요 0 | URL
개불 같은... ㅋㅋㅋㅋㅋㅋ

편린 2014-02-15 0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그나저나 글 정말 열심히 쓰시네요. 존경스럽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5 02:48   좋아요 0 | URL
불면의 흔적입니다.

편린 2014-02-15 0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그런 의미에서도 개불 같은 분이로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5 02:49   좋아요 0 | URL
편린 님 요즘 뭐하십니까. 너무 빨리 달린 덧글에 당황하고 있습니다.

samadhi(眞我) 2014-02-15 0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한 권 내셔야 겠어요. ㅋㅋㅋㅋ 역시 이야기에 환상성이 있어야 재미가 있죠.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6 01:45   좋아요 0 | URL
황당할수록 재미진 게 이야기 아닐까 싶습니다.

곰곰생각하는손 2014-02-15 0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상하게 여기 AV남배우들은 여배우들에 비해
현!저~하게 출연료도 싸고 지명도도 떨어지는데ㅡ
아무래도 수요층이 남성들에 집중되어있어 그러는 듯.
사실.. 남자들이 포르노 볼 때 중요한건, 여자의 얼굴이랑 신체 부위이니
남배우가 잘생기거나 얼마나 근사한 크래커'를 지녔는지에 대해선 관심없을듯ㅎㅎ
이글 전에는 카스테라/크래커 비유는 안들어있지 않았나?ㅋㅋㅋㅋ넘재밌어 ㅋㅋ
글고 아쏙쓰려ㅡ

(흑흑..곰발 아까주정부려서미아네ㅡㅡㅠㅠㅠㅠㅠㅠ)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6 01:46   좋아요 0 | URL
포르노의 주 고객이 남성이니 남성 얼굴이 화면에 자주 나오면 안 되지.
포르노에서 남자는 항상 얼굴이 잘려서 나오잖아.
남성 얼굴이 자주 보이면 시청자는 불편하지.
동화가 안 되거든....
그래서 남성은 항상 들러리였어.
나 여기서 꽤나 고생했다.
포르노 배우하면서 맘 고생 엄청 심했다...

3시 2014-02-16 0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하하하하하하 까르르르르르~~~
너무 웃겨
누가 믿어요?

저 사진 네이버 이웃님이 맹글어 준 거래요.ㅋ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6 01:47   좋아요 0 | URL
3시 님 오랜만이군요. 저 일화는 실화입니다.
사사키 조라고 입력시켜보세요.
제가 출연한 영화가 많이 뜰 겁니다.

3시 2014-02-16 0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꾸 그러시면 어뜨케....ㅋㅋㅋㅋㅋㅋㅋ
참고로 저는 거의 날마다 온답니다. 다녀간 블로거가 안 떠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7 17:15   좋아요 0 | URL
다녀간 블로거가 안 떠서 참 좋죠 ?
은근 발자국 남기면 좀 불편한 게 있어요..

엄동 2014-02-17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사키 조, 역시 당신이었군

제작년 일본갔을때
여인숙급 관"에서 본 에뷰 속 그 낯"이
어쩐지 참으로 익숙하다 했네

가와이한 그것"이 자꾸만 떠올라서
정신줄 놓고 다니다가 내 퍽치기를 당했었지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7 17:16   좋아요 0 | URL
전 아무 생각없이 사사키 조'라고 했는데
실제 작가 이름이더군요. ㅎㅎㅎㅎㅎ.
어디서 입에 짝짝 붙더라 했는데 ㅋㅋㅋㅋㅋ
제가 아는 일본어는 가와이와 스고이 입니다.
 

 

 

 

 

 

삼성이라는 이름의 신화.  

 

 

 

 

 

 

 

 

 

 

 

내가 황상기, 황유미 부녀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들었던 곳은 속초였다. 속초시'가 市이기는 하지만 다른 시'와 비교하자면 동네 읍네 수준이다. 속초시 인구수가 8만 명 정도이니 서울시 관악구 인구수는 물론이고 봉천동 통합 인구수보다도 적다. 규모가 작다 보니 명색이 市인데도 극장은 5개관인 소규모 극장 하나가 전부이고, 여고생이 갈 수 있는 학교도 속초여고와 속초상고'가 전부다. 그러니깐 한 다리 건너 알음알음 모두 다 아는 사이'다. 그래서 번화가인 속초 시내에서 술을 마시면 서로가 안면이 있어서 인사를 하고는 한다. 학교 선배이거나 후배이거나 동네 이웃이다. 한 다리 건너 모두 아는 사이'인 도시에서 나는 늘 고약한 상상을 하고는 했다. " 시바, 이 도시에서는 불륜을 저지르면 안 되겠구나 ! " 그도 그럴 것이 술집에 손님들이 오고가면 사람들은 술집을 나간 사람에 대해 시시콜콜 다 알고 있었다.

 

" 개동이 저 새끼, 향숙이랑 봉숙이 사이에서 양다리 걸쳤다며 ? " " 어머, 어머머머 ! 봉숙이 언니랑 사귀었어요 ? " 이런 식이었다. 사람들은 대부분 이웃의 밥숟가락이 몇 개인지도 모두 알고 있었던, 있었던, 있었던 것이었다. 속으로 뜨끔했다. 치질 때문에 대장항문과 병원을 찾은 적이 있었다. 이때 담당 여의사가 내 항문을 보더니 국화 무늬'라고 칭찬했다며 말방귀처럼 떠들고 다녔는데 사실은 거짓말이었다. 국화 무늬가 미스코리아 진'에 해당된다면 얼갈이배추 무늬는 가장 못생긴 축에 속하는 항문이었는데 내 항문은 얼갈이배추 무늬였다. 술집에서 그 대장항문과 여의사와 마주친다면 그 의사는 주위사람들에게 내 항문이 얼갈이배추 무늬라고 속삭였으리라. 그 생각만 하면 얼굴이 홧홧했다. 그러다 보니 황씨 부녀의 안타까운 사연도 술자리에서 알음알음 들어서 알게 되었다.

 

그리고 몇 년 후 그 이야기가 영화로 만들어진 것이다. 황상기 씨가 회사에 백지 사표( 백지 수표가 아니라 백지 사표'다.) 를 내고 받은 돈은 500만 원이었다고 한다. 회사를 위해 일하다가 죽을 병에 걸렸는데 사측에서 동냥하는 거지에게 적선하듯이 던진 돈이다. 황상기 씨가 사측에 요구했던 것은 거액의 보상금이 아니라 산재 인정'이었다. 그래야지 국가로부터 치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은 이를 거부했고 황상기 씨는 그때부터 외로운 싸움을 시작한다. 딸은 둔내 지나 싸리재 고개를 넘지 못하고 숨을 거둔다. 딸이 마지막으로 본 것은 부모의 초라한 뒷모습이었다. 그녀에게 대한민국은 춥거나 더운 나라'였다. 꽃 피는 봄이 없는 나라였다. 딸의 죽음 앞에서 아버지는 더욱 강해진다. 그가 거대한 골리앗과 외롭게 싸우자 여기저기서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500만 원으로 시작한 보상금은 점점 액수가 커진다. 황상기 씨가 점점 커져가는 보상금 앞에서 단호하게 거부의 몸짓을 보이자 삼성은 사회단체 사람들과 상대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보상금 10억을 제시한다.

 

황유미 가족은 이 거액에 흔들렸을까 ? 흔들렸을 것이다. 파이가 커지면 커질수록 유혹은 강렬하니깐 말이다. 만약에 황상기 씨가 기나긴 싸움에 지쳐서 삼성에 제시한 당근을 덥썩 물었다면 삼성 반도체 노동자들의 힘겨운 싸움은 이루어질 수 없었을 것이다. 문득 삼성이 제시한 10억이라는 액수의 정체성이 궁금해졌다. 삼성이 제시한 10억은 과연 통 큰 액수일까 ? 그렇지 않다. 목숨값은 500만 원에서 10억으로 늘어났지만 역설적이게도 삼성이 자사 노동자를 바라보는 목숨값은 500만 원에서 더 나아가지 않았다. 왜냐하면 삼성 반도체 노동자 피해자 145명의 목숨값을 모두 합쳐서 황상기 씨에게 몰빵함으로써 입막음으로 하려는 것이다. 그러니깐 10억은 거액이 아니라 500만 원 숨값을 한 사람에게 몰아준 것이다. 이 기만은 삼성이라는 기업이 얼마나 승자 독식 방식 ( The Winner-Take-All Society ) 을 선호하는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러한 천박한 몰빵 정신은 천재 한 명이 만 명의 노동자를 먹여살린다, 라는 " 이건희 식 천재론 " 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 몰빵 > 이 모든 혜택을 한 사람에게 몰아준다면 반대로 < 연대 > 는 골리앗과 싸우기 위해서 다윗들이 단결한다. 영화 < 변호인 > 에서는 송우석 변호사를 돕기 위해 99명의 변호인이 기립하는 감동적인 장면이 나온다. 이 직립은 좋은 문장이 나오면 그 문장에 밑줄을 긋는 행위와 같다. 저자의 문장과 내 생각이 동일할 때, 혹은 그 문장에 동의할 때 긋는 것이 바로 밑줄이 아니었던가 ?  그것은 공감이며 연대'이다. 마찬가지로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제작 두레 방식에 동참한 만 명의 변호인'을 목격할 수 있다.  제작 두레에 참여한 그 수많은 이름은 얼굴이 등장하지 않지만  송강호의 클로우즈업된 얼굴보다 더 감동적이다.

 

삼성이 망하면 대한민국이 망한다는, 이 알 수 없는 신화적 낭설'은 여전히 대한민국를 사로잡는 헛것이다 기업 하나가 한 나라의 흥망성쇠를 좌지우지한다면 그 나라는 차라리 망하는 게 낫다. 그런 식의 논리가 맞다면 소니가 망했으니 일본'은 침몰해야 한다는 공식도 성립한다. 그렇지 않은가 ? 소니는 망해도 일본은 건재한다.

 

 

 

 

+

영화가 개봉하면 첫째 주는 관객수와 상관없이 일주일을 버틸 수 있다. 문제는 다음 주'이다. 각 극장은 날마다 관객 스코어를 본사에 보내는데 본사 프로그램 팀은 주말 스코어에 따라 상영 시간표를 다시 짠다. 그러므로 주말 스코어'가 매우 중요하다. 대기업 영화 사업 본부단'이 이 영화를 꺼리는 이유는 영화 시작 전에 상영되는 광고 때문이다. 극장 수입 중 티켓 발부에 의한 수익보다는 상당 부분이 바로 팝콘과 콜라 그리고 극장 내 광고에서 보충된다. 그래서 기업형 극장 체인'이 이 영화를 걸지 않는 이유이다. 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한 푼 두 푼 모아서 만든 영화이다. 성공하길 바란다. 좋은 선례가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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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4-02-13 22:05   좋아요 0 | URL
사실 저예산 영화 입장에서는 장소 섭외에 따른 액수도 무시를 못하거든요.
영화 속에서는 짧게 등장하는 배경이지만 사실은 오랜 시간이 걸려서
가게 하나 섭외하면 하루 매상 줘야 합니다. 저예산 영화에서는 엄청난 비용이죠.
이 장소 협찬도 모두 그런 취지이고, 배우들 뿐만 아니라 엑스트라도 다 자발적 참여입니다.
그리고 크라우딩 쉽게 말해서 두레 방식도 영화가 흥행하면 흥행에 따라 참여자가 돈을 버는 방식이 아니에요.
그냥 그것으로 끝나느 겁니다. 투자 개념이 아니라는 거ㅛ. 이 방식으로 3억을 모았다는 것은
두레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그 취지에 공감해서 내는 비용입니다.

곰곰생각하는손 2014-02-14 0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내가 진짜 늘 두렵게 생각하는 게ㅡ
시발 개새끼대통령들은 임기 채우고 치워버리면 된다치지만
대체가 저 괴물삼성은 누가 어떻게 견제하느냔 말이지.
MB때는 엠비가 젤 나쁜놈 같더니 가만 생각해보면
이건희에 견줄만한 나쁜놈이야말로 또 없는듯.
희대의 나쁜새끼들이 죄다 살아서는 존경받으며 잘먹고잘사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라는.

(참고로 안취했다. 맑은 맨정신임..^v^ 방긋~)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4 00:45   좋아요 0 | URL
노무현이 그랬잖아. 이제 권력은 시장에게 넘어갔다고 말이지.
삼성이 왜 광고 남발하는 줄 아냐 ? 티븨 광고, 신문 광고 모두 삼성이 어마어마한 손님으로 등극했지.
삼성 광고는 더이상 상품 홍보를 위해서 광고를 하는 게 아니다.
일종의 떡밥이지. 삼성에게 불리한 뉴스 전하면 바로 광고 빼거든.. 그러면 적자야.
바로 그 점을 노린 거다. 언론을 길들이기 위해서 하는 게 바로 광고 남발이거든...
삼성 광고 홍수 속에서 굳이 삼성이 극장 광고에서도 고객 순위 1위인 이유도 다 그런 이유야.
이 삼성은 광고를 위해서가 아니라 떡밥을 주는 거야.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가 분뇨차 때문에 인생 망쳤듯이
블루라는 색깔은 삼성 때문에 똥칠이 되었지.....

블루, 한때 좋아했는데 이젠 아주 지겨운 색이 되었어..

+

역설적이게도 삼성을 거대하게 키운것은 바로 노무현 정권이었지. 이거 진짜 더렵게 역설적인 모순임...
노 정권이 삼성을 키웠지. 이걸 노빠들은 인정을 안 하더라고... 친노 중 일부는 친삼이었지. 친 삼성파. 난 그들이 정의 운운할 때마다 더 혐오스러움...

수다맨 2014-02-14 0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늘 저녁에 이 영화 보고 오려고 합니다. 안 보면 왠지 죄 짓는 듯한 느낌이 들 것 같아서요. 다행히도 인근에 영화관이 하나 있던데 이번주까지는 상영을 하더군요. 다음주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만ㅜㅜ
기업 하나가 한 나라의 흥망성쇠를 좌지우지한다면 그 나라는 망하는 게 낫다,라는 말씀에 절대 동의합니다. 이 글 읽으니 삼성한테 돈 받고 상 받았던 일부 예술인(?!)들이 한편으로 지저분하게 보이더군요. 지금은, 누구나 삼성의 무법적/비인간적 행태를 직시해야할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한국 사람들, 너무 잘 잊고, 너무 잘 용서하고, 너무 집단을 신성시하는 경향이 있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4 15:54   좋아요 0 | URL
안산에서 영화 하더군요. 같은 말을 반복해서 그렇지만....
삼성이 망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말은 누가 했는지 참 어이가 없습니다.
60년대 미국 대기업 100위를 뽑은 적 있습니다. 그런데 2000대 다시 그 대기업 100위 선정한 적이 있습니다.
60년대 선정된 기업 중 아직까지 남아있는 기업은 몇이나 될까요 ?
놀라지 마십시요. 20개도 안 되더란 말이죠.

삼성 나라 멸망론대로라면 미국은 적어도 80번은 망했다는 말이 나오죠.
그리고 기업 하나가 망해서 나라가 망할 정도면 아예 그나라는 망하는 게 낫습니다.


samadhi(眞我) 2014-02-14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초 무서븐 동네군요. 이웃집 밥그릇 갯수, 동네할매가 손주 주려고 맛있는 거 숨겨 둔 비밀 장소까지 모두가 알고 있다면 곤란해요!

황상기씨 정말 용감한 아버지네요. 갑자기 쥐박이 때 그 쥐시키한테 폭탄테러 할 생각을 했다던 애엄마인 후배가 생각나네요.

Winner takes it all 이라는 말 처음 들었을 때 얼마나 끔찍하고 소름끼쳤는지 몰라요.

이렇게 말이 안되는 세상을 우리가 살고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아서 눈을 몇 번이나 비비고 한숨 쉴 때가 많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4 15:56   좋아요 0 | URL
그만큼 서로들 알고 지낸다, 라는 것을 좀 과장되게 설명하다보니 그리 되었습니다.
하여튼 인사는 안 해도 대부분 다 알아요. 저 언니는 내 친구 언니이거나 뭐 이런 식이더라고요.
사건이 없는 동네이다보니 이번 황상기 님 사연도 많은 이야기를 낳을 겁니다.
우리는 국가적으로 저 승자독식을 하는 나라입니다. 금메달 딴 선수에게 몰빵하잖아요.

만화애니비평 2014-02-14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화란 은폐고 억압이고, 해방이죠. 계속되는 반복일 겁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4 15:57   좋아요 0 | URL
신화란 은유이고 압축이며 해방이죠. 계속되는 순환일 겁니다...

엄동 2014-02-14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변사람들에게
무조건 봐야하는 영화"라고 떠들기만 했었는데

오늘은
곰발님의 마지막문단을 빌려 희망"을 담아 권해야겠네요

거참. 영화를 보고 난 후
무언가 하고싶은 말이 많아지며 머릿속이 복잡해졌었는데
이 글" 한편으로 펄펙. 정리되는 기분임돠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4 16:02   좋아요 0 | URL
예고편 때리기 전에 나오는 광고가 극장 수입에서 매우 중요해요.
사실 티켓 값은 이것 저것 떼면 별로 남는 게 없어요.
거의 대부분은 매점 수익에서 발생합니다. 팝콘 원가는 100원이에요. 포장지까지 다 하면 200원 될려나 ?
이걸 팔아야 수익이 남죠. 그리고 광고 또한 고정적 수입이 들어온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죠.
극장 가 보세요. 항상 삼성 광고 때리잖아요. 이 영화를 걸면 삼성이 이 광고 철수한다는 거죠.
그 액수를 생각해 보십시요. 그래서 롯데, 메가박스 이런 데서 알아서 기는 겁니다.
이제 삼성은 광고를 이상한 방식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엄동 2014-02-14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이상하군요

어젯밤 폰으로 들여다 본 글에는
분명 국화빵과 얼갈이배추 사진이 삽입되어 있었는데.

한잔 과하게 한 제 눈이 이상한건가효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4 15:58   좋아요 0 | URL
국화빵과 얼갈이배추 사진 첨부했다가 아무래도 진지한 글에 누가 될까 봐 지웠습니다.
다음에는 국하와 배추에 대한 단상을 적을까 합니다.

밤하늘의별소리 2014-02-14 1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곰생각하는발님 질문이요!

원래 학교 영화관에서 '주말'에 볼 계획이였는데요, 학교 안에 영화관은 원래 광고 없이 진행되는 시스템이거든요. 근데 학교가 워낙 요즘에 친기업적이되다보니...(생협 만드려고 공간 좀 내달라고 했는데, 기업들이 카페나 식당 만들어야한다고 공간없다고 거절했어요 !! -_-++) 아마 영화관에도 저 영화를 내려라고 하는거 아닐까- 걱정되서 학교에서 보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광고측면에서 보자면, 학교 영화관은 제가 본다고 크게 도움이될 것 같지 않은데... 롯데시네마나 씨지비 같은데서 보는게 이 영화에 더 도움이 되는걸까요?

+ 그러면서 찾아보니 정말 상영관이 없긴 없네요 -0-.. 메가박스랑 롯데시네마는 정말 소수... CGV는 한 곳도 안열었네요 =_=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4 21:33   좋아요 0 | URL
네에, 뭐 아무 데서나 봐도 상관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전체 스코어'이지 특정 사이트 한 관의 스코어'는 아니니깐 말이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영화에 대한 리뷰를 작성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영화 보시고 리뷰 쓰시면 누군가는 그 글을 읽을 테이고, 또 한 걸음 극장을 찾을 것이고, 극장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차후에 이 영화를 본다고 해도 의미는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반올림'이 힘을 잃지 않고 잘 견디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 이름이 기니 그냥 곰발'이라고 불러주세요.

보슬비 2014-02-15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읽고 영화를 보려했는데, 영화 상영관 찾기가 쉽지 않더라구요.
다행이도 근처에 상영을 해서 볼수 있었답니다. 주말에 많이들 봐서 상영관이 늘어났으면 좋겠어요.

2014-02-15 23: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2-16 00: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2-16 01: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삼성 백혈병의 진실 세트 - 전2권 - 사람 냄새 + 먼지 없는 방 ㅣ 평화 발자국
김수박.김성희 지음 / 보리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또 하나의 약속.  

 

속초에서 1년 정도 살았다. 원대한 포부를 가지고 떠난 타관살이'였다. 딱딱한 각오를 했다.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작품 하나 써내리라. 곰 쓸개를 먹고 바늘 침대에서 잠을 청하리라 ! 하지만 내가 속초에서 한 일이라고는 모텔 달방'에서 에로 영화를 보는 게 전부였다. 에로 영화가 질리면 낚시 방송을 보았다. 하는 일은 없었다. 불면증이 찾아왔다. 24시간 잠을 자지 않았다. 술병을 깨서 난동을 부린 적도 있었고 유리 조각이 등에 박혀서 속초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술에 취해서 45,000원 주고 산 자전거를 타고 가파른 비탈길을 내려오다가 굴러 떨어진 적도 있었다. 눈물이 앞을 가렸다. 그때 알고 지내던 분이 " 강원도 좌파 " 라고 불리는 사내였다. 사내는 자동차 정비소에서 일했고 그의 아내는 생선 조림 가게를 했다. 나는 하루에 한 끼'를 식당에서 해결했는데 그때 내가 자주 가는 곳이 바로 이 식당이었다.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는 식당이어서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식당은 아니었다. 나는 가끔 그 식당에서 강원도 좌파 아저씨'와 술을 마시고는 했다. " 내가 있드래요, 요기 강원도 토박인데요. 내가 말만 하면 사람들이 빨갱이 같은 말만 한다고 해서 속이 답답했드래요. 그런데 이렇게 곰곰발 선생을 만나서 속 시원한 말방귀를 뀔 수 있어 이래 좋습니다. " 우리는 식당에 있는 막걸리를 모두 비우면서 주로 반공주의를 앞세운 우익 진영과 대기업의 횡포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는 했다.  " 허각보다 인기도 없는 놈이 뭔 놈의.... " 강원도 좌파 감자 아저씨'는 울분에 가득 차서 항상 엿 먹어라, 라고 외치고는 했다. 그 자리에서 나온 말 중 하나가 어느 택시 기사에 대한 내용이었다. " 내 아는 사람 중에 택시 모는 사람이 있드랬죠. 그집 딸내미가 삼성 반도체에 다녔는데 말입니다.

 

어느날 병에 걸려 집에 온 겁니다. 그 사람 말 들으니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아빠가 모는 택시 뒤에서 조용히 눈을 감았다 하드라고요. 그 사람 지금도 삼성을 상대로 싸운다고 합디다. 달걀로 바위 치기지만 그 용기가 대단하지 않습니까 ? " 우리는 의례 목소리를 높이며 쌍욕을 했다. 내가 속초를 떠나던 날, 아쉽게도 강원도 좌파 아저씨를 만나지는 못했다. 대신 강원도 좌파 아저씨의 외아들인 바다'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 아이 이름이 바다'였다. ) 눈물이 앞을 가렸다. 그러다가 작년에 유투브에 떠도는 영화 예고편 하나를 우연히 보았다. 낯익은 풍경, 어디서 많이 본 모습이었다. 속초였다. 예고편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백혈병에 걸린 딸내미가 아빠가 모는 택시 안에서 죽었단다. 문득 강원도 좌파 아저씨가 술자리에서 했던 말들이 생각났다. " 아빠가 모는 택시 뒤에서 조용히 눈을 감았다 하드라고요. " 삼성 반도체 노동자 황유미 씨에 대한 이야기'였다. 영화의 제목은 < 또 하나의 약속 > 이었다. 그것이 인연이 되어서 이 영화 제작 두레'에도 참여하게 되었다.

 

얼마 전에 나는 알라딘 리뷰 대회에서 상금 50만 원을 받았다. 세금 떼고 차, 포 떼니 40만 원에 못 미치는 적립금이 쌓였다. 이 가운데 일부는 내가 알고 지냈던 지인들에게 책을 돌리고 또 일부는 알라디너'에게 돌려주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문태준의 < 가재미 > 라는 시집을 알라디너 10명에게 드릴까 했는데 달랑 시집 한 권 보내는 게 뭔가 좀 궁상스러워서 고민을 하다가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이 글을 읽고 이번 주말에 영화 < 또 하나의 약속 > 을 보신 알라디너 중 선착순 5명에게 < 삼성 백혈병 진실 세트 2권 > 을 드리겠습니다. 이 영화가 좀 오랫동안 극장에 걸렸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절차는 어렵지 않습니다. 보셨다면 덧글에 단순히 보셨다고만 남기십시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책을 보내드리겠습니다.

 

두 편의 동영상을 올린다. 하나는 삼성 백혈병 진실 세트에 있는 < 사람 냄새 > 와 < 먼지 없는 방 > 트레일러이고, 또 하나는 이건희 선생님께서 애국 충정의 마음으로 따끔하게 국민과 노동자에게 하신 말씀이시다. 역시 대단한 선생님이 아닐 수 없다. 인터뷰의 핵심은 매우 간단하다. 유럽과 일본의 경제가 어렵다고 한다. 그 이유는 바로 국민이 지나치게 복지를 요구하고 일을 하지 않으려는 게으른 노동자 때문이란다. 시바, 할 말이 없다. 강원도 좌파 아저씨가 이 동영상을 보았다면 주먹을 불끈 쥐며 쌍욕을 했을 것이다. 이 글 읽고 이번 주말에 영화를 보신 분들은 댓글을 남겨주십시요. 5분에게 책을 보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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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푸르 2014-02-13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은 직접 사서 보겠습니다
영화도 보겠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3 11:02   좋아요 0 | URL
네에, 영화에 동참해야지요...
이럴 때 영화 보지 언제 봅니까.
가뜩이나 영화 내릴 생각만 해봐서
이번 주에 스코어 안 오르면 바로 내릴 기세입니다..

엄동 2014-02-13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빠가 모는 택시 뒤에서 조용히 눈을 감았다 하드라고요"

알지도 못하는 저 강원도 좌파 감자아저씨의 육성이.
대신 배우 박철민님 목소리로 귓전을 가르네요

곰발님의 이벤트에 훈훈땃땃,
온기가 더해지는 아침입니다 :)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3 11:01   좋아요 0 | URL
명함을 어디서 받아놨는데 이게 어디 간지 모르겠네요.
강원도 좌파 아저씨랑 꽤 친해져서
막걸리 무진장 마셨습니다. 이분은 이상하게 막걸리만 드시더라고요.
전 아주 질색인데 말입니다. 후후....

+
속초 특유의 사투리가 있는데, 아... 황상기 님 말투가 속초 사람들이 쓰는 말투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곰곰손 2014-02-13 0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도 꼭 이 책 사서 보겠숩니다. 영화는 못보겠지만..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3 10:59   좋아요 0 | URL
한국 오거들랑 입국 기념으로 이 책 사서 주마 ! 사실 이 만화 나도 아직 안 읽었다. 오늘 신청했으니 내일 올 것이다. 그림체가 무척 좋던걸....

아무개 2014-02-13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일 낮인데도 관객이 꽤 있었어요.
제 옆에 옆자리에 앉으신 할아버지.
파란색 커다란 마스크를 내내 쓰고 계셨는데
그 커다란 마스크로도...
그분의 울음소리는 가릴수 없었어요.
가족중에 비슷한 일 당한 분이 있으신건지
그날 울자고 작정하고 오신건지
자세한 이유는 알수 없었지만
연세 지긋한 남자분이 그렇게 서럽게 끅끅 우는 모습을 보는건
영화보다 더 마음이 아팠어요.
에이...뭐가 이렇게 주절거리는지 에이......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3 11:04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분명 무슨 사연이 있으시겠죠. 나이 지긋한 분이 영화관 오는 거 큰 걸음이잖아요.
아마, 손녀나 그런 분이 그런 일을 겪으셨나 봅니다.
저도 옛날에 실미도 보는데 어느 분이 미친듯이 우시더라고요.
속으로 친척 중에 그런 사연이 있는 분이 계시나보다 했습니ㅏ.

슈퍼고양이 2014-02-13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번주 토요일에 볼 생각입니다. 쿨럭!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3 11:11   좋아요 0 | URL
이번 주 토요일에 보시거들랑 복 나서 덧글 남겨주세요. 책 보내드립니다.

아, 누군가 했더니 슈퍼고양이 님 아니십니까 ? ㅎㅎㅎㅎㅎㅎㅎ.
참, 티켓 두 장 생기셨더니 이 영화였구랴 ?

스코어가 좀 나와야 다음 주에도 걸릴 수 있습니다. 여러 사람 데리고 가셔서
꼭 보시기 바랍니다.

삽하나 2014-02-13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고편 보고 깜짝 놀랐지 뭐에요. 꼭 봐야지요! 암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3 16:32   좋아요 0 | URL
이왕 보실 거면 이번 주말에....
영화 내리고 올리고 하는 거 보통 본사 프로그램팀에서 화요일 정도에 정하게 됩니다.
그 지표가 주말 표 팔린 양상이죠. 이 영화가 제대로 찍혀서 잘 상영을 안 해주는데
주말 성적도 그렇다고 한다면 뻔하죠. 이번 주말이 고비입니다.
속초가 배경이길래 속초에 있는 단 하나의 극장도 살펴보니 전회 상영은 아닌 것 같더라고요...
보시고 덧글 남겨주십시요.

달사르 2014-02-13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말에 친구와 약속을 잡아놨습니다. 또하나의 약속, 이 이런 내용이었군요. 이제사 알았습니다.
보고 나서 덧글 달겠습니다. 제가 순위에는 젬병인지라 5위 안에 들 자신은 없지만, 만약 6위가 되더라도 책은 사서 보겠습니다. ^^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3 16:29   좋아요 0 | URL
제 블로그가 북적거리지는 않습니다. 후후, 사실 제가 이 세트 만화 저도 안 보았어요.
오늘 신청했으니 내일 오는데, 그림체 잠시 봤는데 아.. 제가 좋아하는 그림체입니다.
전 이런 그림체를 무척 좋아하거든요. 이현세 같은 그림체는 별로더라고요. 투박한 그림체가 좋습니다.

2014-02-13 18: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2-13 20: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밤하늘의별소리 2014-02-13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교 안에 영화관에서도 내일부터 상영시작이더라구요!

학교가 직접 운영하는 영화관은 아니지만, 학교의 입김을 받지 않을까-라고 추측되니 꼭 봐야겠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3 20:33   좋아요 0 | URL
이왕 보실 거라면 이번 주에 꼭 보십시요. 밤하늘 님에게 저 책 선물하고 싶네요.

봄밤 2014-02-13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수박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베르베르 상상력 사전을 그가 그렸습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을 만화로 각색했을 뿐이라고 여겼는데, 그곳에서 남일당 건물을 보았습니다. 정말 깜짝 놀랐어요. 그림이 생각을 던지는 것. 곰곰발 님이 선물하시려는 책도 그러하리라 생각해요. 좋은 이벤트 응원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3 22:14   좋아요 0 | URL
단순한 생각이죠. 만 명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영화이니 작품성을 떠나서 그 행간을 읽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여겨집니다. 이런 영화가 1,2주 걸리다가 떨어지면 정말 허무하지 않을까요 ? 봄밤 님도 꼭 보시기 바랍니다.

+

참 상사력 사전을 김수박 작가가 그렸군요. 아, 전 이런 만화체가 좋아서....

봄밤 2014-02-14 13:34   좋아요 0 | URL
물론 보았습니다. 멍게의 습성이 저를 두들겼지요. 다만 영화가 이야기를 할 뿐이고, 할 수 있도록 지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실감합니다. 그렇다면 그때 딸을 위해 싸웠을 아버지의 외로움과, 외로움을 연대한 이들은 대체 얼마나 어려웠을지. 상상할 수도 없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4 16:06   좋아요 0 | URL
멍게의 습성... 뇌를 소진해서 식물이 되는, 참 적절한 비유 같습니다.
정말 삼성과 싸워야 했던 그들이 겪었을 외로움과 설움을 생각하면 캄캄합니다.

samadhi(眞我) 2014-02-14 0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부터 엉엉 울었습니다. 제 별명이 수도꼭지라 한번 틀면 콸콸 쏟아지고 안그쳐요.
대학 때 문학과 영화의 이해였던가 그 수업시간에 "해바라기"영화를 보다가 제가 맨 앞자리에서 통곡을 해서 조용히 울고 있던 사람들마저 고무(?)되어 강의실이 울음바다가 되었습니다. 제가 그때 처음으로 연애를 하던 때라 감정이입이 심했거든요.

이번 주말에 저도 보고 오빠 언니들한테도 다 연락해서 보라고 해야겠습니다. 제가 6남매라 짱짱합니다. 조카들까지 하면 숫자가 꽤 됩니다. 후배들 선배들 모두 동원해야겠어요.
역시 보리출판사였군요. 제가 좋아라하는 출판사. 거기서 일해보고 싶었는데^^

인터뷰를 보니 우리나라 기업가의 정신적 지적 수준이 여실히 드러납니다. 도대체 어느 세상에서 온 건지. 고대에서 날아 온 것 같습니다. 아니, 고대엔 적어도 귀족들이 직접 싸움터에 나가기라도 했으니 그런 것도 아니고. 딱 일제강점기, 제민족을 착취한 거머리들 같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4 16:05   좋아요 0 | URL
1타 6피군요 ? ㅎㅎㅎㅎㅎㅎ.
일단 보리 출판사는 믿고 보는 출판사입니다.
전 책 고를 때 저자 못지 않게 출판사를 보거든요.
동문선에서 아무리 좋은 책을 출간해도 저는 사보지 않는데
왜 그르냐면 동문선은 정말 제 개인적으로 최악의 출판사가 아닌가 싶어요.
마분지로 책 만드는 출판사 같다니까요.
얼른 보시고 멋진 강상문 부탁드립니다. 누군가가 사마디 님 글에 감동해서 극장으로 달려갈 것 아니겠습니까 ?

수다맨 2014-02-14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건희 씨는 저렇게 말도 어눌하고, 걸음걸이도 불편한데 외국에는 참 많이 돌아다녀요. 왠지 저 양반, 아무도 보지 않는 데서는 말 잘 하고 뛰어다닐 것 같아요-_-;;;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4 17:22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주얼 서스펙트인가요 ? 1000억짜리 전용 비행기 있잖아요. 거기 보니깐 뭐 거실도 있고, 욕실 다 따로 있더군요.

2014-02-15 20: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2-15 23: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2-16 00: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2-16 01: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2-16 22: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2-17 03: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금메달과 상금

 

 

스피트 스케이트 5000미터에 출전한 이승훈 선수가 12위로 경기를 끝내자 그가 한 말은 " 죄송합니다 ! " 라는 짧은 답변이었다. 그러자 모 정치인이 60억 인구 중 12위'이니 그 성적 또한 대단한 성적이라고 그를 위로했다. 여기저기서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라는 응원이 이어졌다. 옛날처럼 메달 색깔에 환장하는 천박한 태도'는 아니어서 보기 좋은 풍경이기는 하지만 그닥 바뀐 문화는 아닌 것 같다. 예의상 던지는, 영혼 없는 멘트 같았다. 마치 생각없이 던지는 " 식사하셨어요 ? " 라는 인삿말처럼 들린다.  금메달이라도 따면 물 먹은 습자지처럼 흐느끼거나 뭍 밖의 문어발처럼 흐느적거리며 앵앵거린다. " 장하다, 대한의 아들 딸들아 ! "  누누이 말하지만 승부욕과 애국심'을 동일한 것으로 착각하면 안 된다. 승부 < 慾 : 욕심 욕 >은 이기적 욕심에서 비롯되는 것이고, 애국 < 心 : 마음 심 > 은 이타성에 뿌리를 둔다. 황영조 추문에서 알 수 있듯이,

 

황영조 ( http://blog.naver.com/bangton/20029275664 ) 는 승부욕이 강한 사람이기는 하지만 도덕성'이 투철한 사람은 아니지 않은가 ? 효율적 측면에서 보자면 " 1/60억 선수 " 에 대한 호들갑은 비효율적'이다. 우리가 금메달을 딴 영웅에게 열광할 때 그 뒤에는 노메달에 그친 선수들이 겪어야 할 슬픔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단 1명의 영웅을 위해서 나머지를 희생해야 하는 구조가 바로 금메달 신화'이다. 이상화 선수가 1등을 했을 때, 그녀는 감격에 겨워 울먹거렸는데 나는 이 풍경이 생경스러웠다. 그녀에게는 적수가 없었다. 그녀가 우아한 날개를 단 날치'라면 나머지는 오징어'였다. 모든 대회를 휩쓸었고 최근 대회에서는 세계 신기록을 3회 연속 이룩했다. 그것은 브라질 국가대표 팀과 베트남 국가대표 팀 간에 벌어지는, A매치 경기만큼이나 뻔한 결론이었다.

 

그런데 그녀는 왜 울었을까 ? 그동안 참고 인내해야 했던 훈련 과정 때문이었을까. 하지만 지옥의 훈련 레이스'는 운동선수라면 누구나 겪는 헬 오브 지옥'이 아니었던가. 올림픽 경기를 볼 때마다 늘 보게 되는 것은 한국 선수들의 눈물이다. 한국 선수들은 금메달을 따면 감격해서 울고 은메달을 따면 억울해서 운다. 오히려 동메달을 따면 환하게 웃는다. 여기에는 " 조금만 더 잘했으면 금메달을 딸 수 있었는데... " 라는 석패의 한이 작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다른 나라 선수들은 금메달을 따면 기뻐서 웃고, 은메달을 따도 기뻐서 웃고(물론 다 그렇다는 말은 아니지만) 동메달을 따면 메달을 땄다는 그 사실에 안도하며 웃는다. 한국 선수들이 우는 이유에는 " 몰빵 " 이라는 경쟁 시스템 때문이다. 1등을 하면 다 가지지만 순위권에서 벗어나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그들은 은갈치보다 은은하고 금 같이 빛나는 금메달을 따기 위해 또다시 4년이라는 지옥 훈련을 경험해야 한다. 두 주먹 불끈 쥐며 다시 한번 다짐을 하지만 여기에는 캄캄한 절망과 그 절망을 애써 위로하는 희망이 반반 섞인 감정이리라. 한국 선수가 금메달을 따게 되면 의례 뉴스 데스크에서는 뻔한 말들을 쏟아낸다. 여러 단체에서 포상금이 지급된다는 기사이다. 이 단체 저 단체, 이 기업 저 기업, 혹은 개인 기부까지 이어진다. 매우 이상한 풍경이다. 엄밀히 말하면 국가가 포상금이라는 당근으로 선수들을 독려하는 것은 올림픽 정신이 어긋나는 태도이다. 우승하면 돈을 준다 ?! 바로 여기에 서구 선수들이 금메달을 따면 웃고 은메달을 따도 웃고 동메달을 획득해도 웃는 이유가 있다. " 동계 스포츠의 강국으로 꼽히는 스웨덴과 노르웨이에서는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라도 단 한 푼의 포상금을 받을 수 없다(한국일보 발췌) " 고 한다.

 

여기에 " 미국도 금메달을 받는 선수에게 단 2만5,000달러의 보너스만을 지급할 뿐이다. 또 오스트리아는 별도의 포상금 대신 17조각으로 된 은화를 주는 것 " 으로 나타났다. 속물처럼 말하자면 우승해도 얻는 게 없다는 말이 된다. 그들은 오로지 우승이라는 영광을 얻고자 할 뿐이다. 그래서 그들은 은메달이나 동메달을 차지해도 그닥 손해를 볼 것은 없다. 금메달을 딴다 해도 고작 꾀죄죄한 수고비가 전부이니 말이다. 국가, 단체, 기업, 개인 기부자가 금메달 선수에게 몰빵하는 풍경을 본 한국인에게는 이 풍경이 이상하게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그렇지 않다. 폴린 스웨덴 올림픽위원회 대변인은 블룸버그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우리는 1년에 1,100만달러(약 118억원) 이상을 훈련비, 선수들 장학금 등으로 쓰고 있다"고 한다. 무슨 말인가 하면 한국은 모든 포상과 혜택을 경기 후 우승을 한 선수에게 몰빵을 하는 반면 스웨덴 같은 국가들은 경기 전 선수들에게 골고루 나눠준다는 의미가 된다.

 

그래서 그들에게는 메달의 색깔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몰빵의 설움이 없다 보니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스웨덴이 될 놈(들)에게 골고루 투자한다면 한국은 된 놈'만 밀어주는 시스템이다. 이 얼마나 얌체 같은 시스템인가. 그러니깐 한국형 올림픽 정신은 딱 한 놈에게만 몰빵하는 경쟁 시스템인 것이다. 국가나 기관 혹은 기업들이 된 놈에게만 밀어주는 이유는 전시 효과 때문이다. 상금이 많은 복권은 한 놈에게 몰아줄수록 금액이 올라간다. 사람들은 10명에게 2억을 주는 복권(A)보다는 1명에게 10억을 몰아서 주는 로또(B)에게 몰리는 법이다. 지출한 총 금액을 보면 A가 B보다 많고 그만큼 상금을 탈 기회도 더 많지만, 사람들은 10억 상금에 몰리게 된다. 돈을 지불해야 하는 주최측 입장에서는 로또 시스템(B)이 경제적으로 이득이다. 상금도 적을 뿐더라 복권이 팔리는 양 또한 A 판매량을 압도한다.

 

금메달을 딴 선수에게만 포상금이 몰리는 현상은 한국이 문화 후진국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지표가 된다. < 될 놈 > 은 거들떠도 안 보면서 < 된 놈 > 만 러브'하는 방식은 참 얍삽한 방식'이다. 이것이 바로 한국형 인사 관리 시스템'이다. 기업들이된 놈'을 영입하려고 하는 전략'을 두고 뭐라 할 수는 없지만 국가가 나서서 < 된 놈 > 에게만 러브하면 재앙이 된다. 길게 설명 안 하겠다.  다음은 이번 대회 국가 포상금 순위'이다. 대부분 구 소련에서 독립한 국가들이 상위에 랭크되어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탈리아와 한국이다. 문화적으로 공통점이 많은 두 나라'다.

 

카자흐스탄(25만달러ㆍ2억7,000만원ㆍ1위),  라트비아(19만2,800달러ㆍ약 2억800만원ㆍ2위),  이탈리아가 18만9,800달러(약 2억500만원ㆍ3위),  벨라루스(15만달러ㆍ약 1억6,000만원ㆍ4위),  에스토니아(13만8,500달러ㆍ약 1억5,000만원ㆍ5위),  러시아(11만3,200달러ㆍ6위)...  한국 (6만2,000 달러ㆍ6,700만원ㆍ10위)  공교롭게도 이들 나라들은 민주주의적 절차가 부실한 국가라는 공통점도 있다. 그리고 이탈리아 하면 부정부패가 가장 심각한 나라 중 하나가 아니었던가 ? 한국과 이탈리아는 문화적으로 비슷한 점이 매우 많다. 가족주의 문화인 나라일수록 부정부패가 심하고 비민주적 사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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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 2014-02-12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맞아요 체육몰빵시스템은 전부터 유명하고 돌려먹기도 있었고. 게다가 체육자체가 전국민 생활스포츠에서 좀 잘 한 다는 사람 내세우는 게 아니라 사법고시 마냥 올인에 올인을 거듭하는 거라. 제 생각에 여긴 몇 년, 몇 십 년이 지나도 바뀌지 않을 것 같아요. 아무리 교육 시스템을 바꾼다고 난리쳐도 학벌위주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아무 상관 없는 것 마냥.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2 17:18   좋아요 0 | URL
외국은 보면 생활 체육을 통해서 실력이 있다 싶으면 뽑혀서 실력을 뽐내는 시스템이 많잖습니까. 스키 좋아하던 사람 중 실력이 출중하면 대표로 발탁되어 뛰는 시스템이지만 한국이나 중국 이런 나라는 아예 공장처럼 돌려서 훈련시키잔습니까... 한국 선수들이 우는 건 허무해서 일 겁니다. 금메달을 땄다. 어라, 그럼 다음에는 뭐하지 ?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싶어요..

마립간 2014-02-12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스톱이 우리 나라 국민 성향을 보여준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는 것 같은데, 대개 우리 나라 사회 문화가 몰빵, 올인 문화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체육계도 우리 나라의 한 부분인 것 뿐이죠.

재미있는 것은 (이것도 옛날? 이야기에 들은 이야기라서 법제가 바뀌었는지 모르겠는데.) 사회 체육의 하나, 회사에서 법률로 강제 하는 (사원들의 건강을 위한) 체육 활동 규정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합니다. 단지 법대로 지키지 않고 서류로만 처리하거나 요식 행사만 해서 문제이지요. 결국 사람의 가치관이 문제인 듯 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2 17:28   좋아요 0 | URL
국가가 개인의 욕망에 간섭하는 게 한두 개가 아니지요. 간통죄만 해도 개인의 성생활을 간섭하는 대표적 예이고, 소고기 등급제만 해도 그렇습니다. 국가가 뭔가 국민의 혓바닥을 고려해서 이게 좋은 거니 먹어라 말아라 합니까. 그 선택은 개인에게 맡겨야지요. 제가 보기엔 한국은 스물 브라더 사회인 것 같습니다.

푸르푸르 2014-02-12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될 놈인 페루애에게 몰빵하겠습니다
제 최대 가용치인 월 2회 술 사드리겠습니다
대신 나중에 잘 되시면 제게 월 4회 술을 사주시면 됩니다
어떻습니까 제 파격적인 제시가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2 17:29   좋아요 0 | URL
올 !!!! 좋습니다. 어서 날짜를 잡으십시요.
글고, 그냥 더치 페이로 합시다. 오쉬프 괜히 허세 부리지 마세요.
없는 형편 잘 압니다. 눈물이 앞을 가리는군요..

푸르푸르 2014-02-12 17:43   좋아요 0 | URL
내가 다른 사람 술사주진 못해도 우리 곰발 몸보신 시켜주고 할 여력은 있습니다 다음 주 수요일 어떠십니까?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2 17:52   좋아요 0 | URL
콜 !!! ( 전 그냥 분빠이하겠음.... 난 술 얻어먹는 체질은 아님 ! )

푸르푸르 2014-02-12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페루애를 위한 시 한편을 지었습니다

부디 제 선물을 거부하지 마시길

~~~~~~~~

페루애가 자신의 머리 속엔 똥만 가득 차 있다고
술을 마시며 운다

똥을 쌀 때마다
텅 텅
머리 속이 비어지는 것 같아
무섭다

무서움에 술을 마시고 또 마신다
똥대신 피가 나온다
내 머리 속에 똥대신 피가 흐르는 것 같아
좋다

같이 술을 마시는 페루애의 바지에도 피가 묻어있는 게 보인다
그도 웃고 있다

~~~~~~`

어떻습니까?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2 17:57   좋아요 0 | URL
음... 시가 무척 좋네요 !
치질 환자의 처절한 절망이 있어 좋군요.
일반 사람들은 잘 모르죠.
대장항문과 의사가 예쁜 여자 의사'여서
정말 당황했던 기억을...

이 시는 < 피 > 라는 격정적 시어로 그 당황스러움을 잘 표한하신 것 같습니다.
시인이 쓴 시이므로 이게 시가 아니다, 라고 말하지는 않겠습니다.

참고로 대장항문과 의사들이 최고의 항문으로 치는 아름다운 항문은 국화무늬 항문이라고 하더라고요.
전 얼갈이배추 무늬'였습니다.


2014-02-12 17: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2-12 18: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2-12 18: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수다맨 2014-02-12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될 놈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된 놈만 러브하는 방식...... 참 이런 문화는 어떻게 수십 년이 지나도 바뀌지 않는 것 같아요.
오늘 하루 종일 이상화 얘기만 나오더군요. 이상화 선수에게는 얼마든지 경의를 표해야겠지만, 이런 방식으로 한 인물을 우상화/신비화/상업화하고, 더불어 신파가 곁들여진 인간 극장 만들려는 모습에는 정말로 구역질이 나더라구요. 대체 이게 뭐하는 건가 싶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3 02:07   좋아요 0 | URL
하루 종일 이상화'에 대해 방송할 줄은 알았지만 여전히 이 관습은 바뀌지 않는군요.
금메달이 곧 애국심이 되는 이 이상한 틀에서 벗어나야 하는데
이게 도통 바뀔 생각이 없는 모양입니다.
한동안 인간극장은 꽤 오래 지속될 것 같습니다.

밤하늘의별소리 2014-02-12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육 시스템도 문제지만요, 저는 스포츠에 큰 관심이 없는지라 우리나라의 [스포츠선수를 평가하는 것]과 [육체 노동자들을 평가하는 것]의 괴리를 생각해보았어요.

올림픽 몇 일 전에 [다큐 3일]보는데, 연탄 배달하는 아저씨가 '힘들지 않으세요?'라는 질문에 '내가 귀가 안좋아서(청각장애) 공부를 못했지. 그래서 젊었을 때는 노가다도 하고 지금은 연탄배달을 해요..' 이렇게 답변을 하시더라구요.

저 답변에는 (정신성과 가까운) 공부를 못해서 (육체성과 가까운) 막노동, 연탄배달을 한다는 '정신성'이 '육체성'보다 더 가치있고 멋있는 직업이라는 가치평가가 개입되어있잖아요. 근데 그건 아저씨만의 생각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그렇게 평가하잖아요. 육체적으로 일하는 노동은 저평가하고 정신적으로 일하는 노동은 찬양하는... 다른 나라에서도 이런 경향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전 한국이 육체적 노동자를 괄시하는 경향이 좀 더 심하다고 보거든요. 또한, 다른 시대에도 육체성보다 정신성을 우위에 두었겠지만, (제 짧은 역사지식에 비추어 보면) 그 때는 지금처럼 육체성이 최대화된 스포츠에서 일 등 하는 사람을 지금처럼 숭배하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한국에서 최고 스포츠 스타들이 받는 대우를 보면 어마어마하지요. 육체성이 최대화된 스포츠를 하는 사람은 떠받들여주고, 육체성과 관련된 노동을 하는 사람들은 과소평가하는 게 저는 이해가 안가더라구요...

너무 과도한 해석일까요....? ㅠㅠㅎ

곰곰손 2014-02-12 22:51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실례지만 잠깐 끼어들게요.
노동을 정신성과 육체성으로 구분지어 생각하시군요.
그런데 저는 스포츠가 (밤하늘별소리님이 말씀하시는)육체성 노동의 분류에
들어간다는 생각은 좀 잘못되었단 생각이에요.
소위, 한국에서 공부못하는 애들이 '예체능' 한다는 관념과 같은?
저는 스포츠가 그 어떤 지능적인 두뇌를 사용하는 직업보다
정신성,이 요하는 전문분야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러한 스포츠 스타 - 영웅을 사람들이 숭배한다면..
그건 그의 정신에 그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밤하늘의별소리 2014-02-13 01:01   좋아요 0 | URL
저도 사실 이 댓글을 적다가 제 글이 스포츠라는 운동에서 정신성을 배제한 것 처럼 읽힌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완전한 정신성만 갖춘 노동이 있을 수 없고, 완전한 육체성만 갖춘 노동이 있을 수도 없구요. 이건 과도한 이분법적인 생각인 것 같아요...

저는 곰곰손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스포츠, 예술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노력에 가치를 부여해야한다고 보아요. 스포츠에 육체성 뿐만 아니라 정신성이 필요한 것처럼, 겉으로는 정신적 노동으로 보이는 것도 육체성을 필요로 하기도 하구요.

위의 댓글에서는 '예체능'에 대한 제 의견보다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 시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라던가, 연탄 나르시는 분들, 청소하시는 분들 등등의 노동이 저평가되고 있다는 지점에 제가 하고 싶은 말이 좀 더 컸다고 할까요.

아버지께서 전문대학교에서 일을 하시는데요, 아무래도 아버지께서 전문대에 대한 고민을 많이하셔서 저도 '예체능'보다는, '기술'을 하려는 사람들에 대한 생각을 좀 더 많이 하게 된 것 같아요. (이것도 뭔가 모호하네요..ㅠㅠ)

[+ 덧, -> 상위권 학생들만 인정하는 한국 교육 시스템을 바꾸기 위해서 대부분 중,고등학교에서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들에게 어떻게하면 '영어,수학,국어 등등'에 관심을 가지게 할까-라는 방안을 모색하려고해요. 저는 물론 공부에 관심을 갖게 해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보지만, '성적 안나오는 학생'에게 '성적이 잘 나오도록'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어쩌면 '성적이 안나오지만 다른 것(ex. 공장에서 노동하거나, 청소하는 등등)'을 하면서 살기를 결심한 케이스를 덜 성공한 인생이라고 만들어버리는 것 같다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봅니다. ]

횡설수설하지만, 저는 스포츠에 정신성이 없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다만, 스포츠는 -다른 직업보다- '육체성'이 최대화되어있잖아요, 그런 '육체성'에 대한 뛰어남을 인정해주는 한국에서 '육체성'을 활용한 일반 노동은 상대적으로 괄시한다는 그런 생각에서 이 글을 쓴 것입니다. 음.. 곰곰손님께서는 스포츠가 (제가 위에서 분류한) 육체적 노동보다는 정신적 노동이라고 말씀해주셨는데요, 저는 육체적 노동일지라도 결코 정신적 노동보다 가치를 폄하할 수 없다는 입장이예요. 다시 한 번 말씀드리자면, 저의 의견은 '스포츠'보다는 '일반적인 육체적 노동'들에 더 방점을 찍고 있어요. (주제에서 너무 어긋난건가요?..ㅠ)

(앗, 그리고 육체노동으로 여겨지는 일반 노동들에서도 정신성이 없다고 할 수 없습니다. 제가 너무 거칠고 무식하게 분류한 것 같기도하네요..)

제가 아직 생각이 정리가 안되었고 글솜씨가 부족해서 오해가 생길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절대 예체능을 비하하려는 의도는 없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3 02:59   좋아요 0 | URL
노동자를 폄하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더 심각한 것은 노동이라는 단어 자체를 불온한 것이란 인식이 아닐까 싶습니다. 노동자이면서 스스로 노동자 계급을 혐오하는 부류가 많습니다. 저는 선거가 기본적으로 계급 연대의 연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강남 3구가 강남 3구를 대표하는 오세훈을 찍었을 때, 그 행위에 대해 비난했던 다른 사람들을 저는 비난했죠. 강남 3구는 강남 3구를 대표하는 사람을 찍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어요. 문제는 스스로가 가난한 노동자이면서도 오세훈을 찍은 사람들이죠. 그것은 연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람들입니다.

+

개인적으로 올림픽은 기본적으로 힘을 겨루는 경기잖아요. 이 힘이 현대 올림픽에 와서는 마인드 컨드롤이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어서 결국에는 힘'이 반이고 정신이 반인 스포츠가 되었습니다. 결국 반반인 셈이네요. 그러므로 운동선수를 정신력만을 강조할 수도 없고 힘만을 강조할 수도 없는 그런 영역에 도달한 것 같습니다. 그래도 뿌리는 힘'이 아닐까 싶습니다. 힘과 기술이 바탕이 되는 위에 정신 훈련이 더해지는 것이니 말이죠. 흠흠

+

한국만큼 육체 노동자를 무시하는 g20 회원국은 없을 겁니다. 노동 경시가 만들어낸 풍경인데 정말 부끄러운 자화상이죠. 종종 생홀의 달인에 나오는 찐빵 기술자 보면 손으로 밀가루 반죽을 떼어낼 때 보면 정확히 600그램을 만드시잖아요. 고런 거 보면 정말 위대하다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노동에 대한 대우가 필수인데 대우는커녕 우습게 보는 풍토가 아쉽습니다.














samadhi(眞我) 2014-02-13 0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갈이배추문 항문소유자 발님의 아픈 사연이 절절히 와닿네요. 잘 아실테지만 질긴 채소와 좌욕, 반신욕이 최고입니다.
세계대회 때마다 환기되는 문제이죠. 군사적 전시적 정책(?)에 익숙해져, 죽어라 애쓴 그들에게 유독 가혹한 군중심리가 얼마나 잔인한지. 군중심리의 잔혹성을 전 영화 말레나에서 보았습니다. 모니카 벨루치가 너무 이뻤던 거죠.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3 08:24   좋아요 0 | URL
얼갈이배추였으면서도 항상 국화무늬'라고 뻥을 치고는 했죠.
저를 아는 사람들은 전부 제 항문이 국하무늬인 줄 알고 있습니다.
반성 많이 했어요.
말레나 보셨군요 ? 이 영하에서 벨루치 정말 예쁘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