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냄새 : 삼성에 없는 단 한 가지 평화 발자국 9
김수박 지음 / 보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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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씨체는 신기한 힘이 있다.

과거가 진짜로 있었던 일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 푸르덴셜생명 10억 광고

 

나무꾼이 나무를 하다 실수로 도끼를 연못에 빠뜨린다. 이때 연못에서 산신령이 나타나서 나무꾼에게 묻는다. 금도끼가 네 것이냐, 은도끼가 네 것이냐, 이것도 저것도 아니라면 쇠도끼가 네 것이냐착한 나무꾼은 세 번째 도끼가 자기 것이라고 말한다. 그 후의 내용은 다들 아실 터 ! 셰익스피어 연극 < 베니스의 상인 > 에서도 똑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아름다운 여자와 결혼하기 위해서 구혼자들은 세 개의 상자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첫째는 금 상자이고, 둘째는 은 상자이며, 셋째는 납 상자이다물론 세 번째 상자를 선택한 사람이 청혼에 성공한다. 세 번째 금속을 선택해야지 성공할 수 있는 이유는 정직과 겸손 그리고 탐욕이 없는 마음 씀씀이를 시험하기 위해서이다. 만약에 당신 앞에 산신령이 나타나서 소원을 들어주겠다며 백지수표에 액수를 적으라고 한다면, 당신은 얼마를 적겠는가 ?

 

당신은 금도끼와 은도끼 이야기에서 욕심이 과하면 화를 부른다는 교훈을 익히 알고 있다. 곰곰 생각할 것이다. 아파트 한 채 값은 있어야 집 없는 설움을 벗어날 수 있을 테고, 번듯한 가게도 하나 있어야 자유로운 자영업자의 꿈을 이룰 수 있으니 가게 하나 장만할 돈도 있어야 하고, 그리고.... 아니지, 욕심이 과하면 화를 부르는 법 ! 당신은 조심스럽게 백지 수표에 10억 정도 기재할 것이다. 10억은 집 한 채와 가게 하나를 장만하고도 1,2억 정도 통장에 저축할 수 있는 여윳돈'이다. 로또 평균 당첨금이 세금 공제하고 나면 실수령액이 12억 정도라고 하니, 10억은 가난한 서민이 부릴 수 있는 최대한의 " 한탕 " 인 셈이다. 어느 날, 당신 앞에 산신령 대신 회사 임원이 찾아와서 10억을 내놓는다. 

 

" 어르신, 이 돈이면 번듯한 아파트 한 채 사시고, 시내에 자그마한 가게 하나 여십시요. 그리고 남은 돈은 통장에 넣어서 이자 받고 사시면 넉넉한 노후 생활을 하실 겁니다. 허허허... "  단, 조건이 하나 있다. 이 돈을 받으려면 죽은 딸과 했던 약속을 어겨야 한다. 억울하게 죽은 딸의 목숨값으로 넉넉한 노후를 살 것인가, 아니면 딸과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인가 ? 아버지는 쇠도끼를 선택한다.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가 백혈병에 걸려 죽은 황유미 노동자와 택시 운전수 황상기 씨의 이야기다. 김수박 만화 < 사람 냄새 > 는 바로 그 사건을 바탕으로 한 르포 만화'다. 끊어진 단선들로 이루어진 황상기 씨의 얼굴 스케치는 정직한 노동으로 이루어진, 힘 있는 결기를 느끼게 해준다. 김수박 작가가 그린 그림체는 투박하지만, 울퉁불퉁한 선화가 주는 느낌은 정직하고 따스하다.

 

얼핏 < 간판스타 > 를 그린 이희재와 < 페르세폴리스 > 의 마르얀 샤트라피'를 떠올리게 만든다. 탁월하다. 그리고 컷 사이사이에 끼어든 황유미 씨의 실제 글씨체'는 김수박의 탁월한 그림체를 압도하는 힘이 있다. 나는 이 만화 속 황유미 씨가 남긴 글씨체'가 그녀가 남긴 흉터처럼 보여서 내내 생강처럼 아렸다. 흉터는 신기한 힘이 있다. 과거가 진짜 있었던 일'이라는 사실을 증명하기 때문이다. ( 흉터에는 신기한 힘이 있지. 과거가 진짜 있었던 일이라는 것을 일깨워주거든. 흉터를 얻게된 사연은 결코 잊을 수 없지. 안 그런가? ㅣ 코맥 매카시, 모두 다 예쁜 말들 中 ) . 그녀가 남긴 글씨체가 만화 컷 속에 삽입되는 순간 이 만화가 단순히 신파에 빠진 가족 드라마가 아니라 르포'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킨다. 그렇다, 그녀가 꾹꾹 눌러쓴 글씨체는 그림체보다 강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죽은 자가 남긴 모든 글씨체는 흉터이며 동시에 상처다. 딸은 아빠가 운전하는 택시 뒷자리에서 숨을 거둔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 덥다 " 라는 말과 " 춥다 " 라는 말이었다. 3월 지나 4월이 오면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은, 꽃 피는 봄이 오는데 딸은 컴컴한 둔내 터널 지나 싸리재 고개에서 숨을 거둔다. 아버지는 죽은 딸을 꽃가마 대신 택시에 태워 손수 운전을 하며 상여를 메고 달린다. 그 흔한 상엿소리도 없이 말이다. 하지만 이 장면보다 더 슬픈 장면은 아빠와 함께 택시를 타고 이곳저곳 다니면서 찍었다던 사진이 인쇄된 페이지(44-45)에서 울컥하게 만든다. 종이에 인쇄된 12컷의 흑백 사진은 모두 봄날이었다. 꽃들이었다. 진달레꽃, 국화꽃, 철쭉, 아네모네, 벛꽃. 영화 < 또 하나의 가족 > 에서는 " 멍게 "의 비유를 통해서 주제를 요약한다면, 만화 < 사람 냄새 > 는 " 향내 " 를 통해서 주제를 요약한다.

 

" 꽃이 있잖아요.이게 피어나면 보기는 이쁜데 향이 없어요. 향이..... 이 꽃이 질 때쯤 되면 최고의 향이 나거든. 사람도 똑같애. 애들 때는, 한창 클 때는 인가미가없거든. 그냥 자기 눈에 보이는 댈 행동할 때는 인간미가 좀 없지. 사람은 나이가 먹을수록, 늙을수록 사람 냄새가 나는 거야. 그 나이 때가 되면 향이 아주 한창 날 때 아니겠어 ? 인간으로서 향이 아주 한창 나는 나이라고. 근데 (삼성은) 사람 냄새라고는 요만큼도 없어 ( 113 ) "

 

아버지에게는 딸이 찍은 이 사진 또한 흉터로 남아 있을 것이다. 꽃다운 나이에 진 딸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우리는 영화 < 또 하나의 약속 > 을 보거나 < 사람 냄새 > 를 읽고 나서 분하고 슬퍼서 늦은 저녁에 술 한 잔 생각이 간절할 것이다. 그리고는 이마트'에 가서 주전부리와 술을 사 가지고 와서 삼성을 신랄하게 욕할 것이다. 하지만 바뀌는 게 무엇일까 ? 이마트'보다 비싸고 더럽고 불친절하다는 이유로 이웃의 구멍가게를 외면하고 이마트 가서 장을 보는 당신은 정말 떳떳하게 삼성을 욕할 수 있을까 ? 황유미 씨의 사진을 꽤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술 한 잔 해야겠다.

 

 

 

 

 

 


 

 

 

 

 

+ 1

http://blog.aladin.co.kr/719469195/6891433 ㅣ 수다맨 님이 < 또 하나의 약속 > 에 대한 리뷰를 올렸다. 내 판단에 의하면 이 분의 분석력은 신형철 평론가를 압도한다. 그가 이 영화에 대한 단상을 적으면서 " 한상구는 사투리라는 구부러진 언어로, 경직된 표준어가 오갔던 법정이라는 공간을 겨눈다. 감정에 북받친 조리 없는 언어가, 차가운 논리로 무장된 텅 빈 언어들을 질타하는 모습에서 나는 한동안 까맣게 잊고 있었던 '인민'이라는 말을 떠올렸다. " 라고 했을 때는 살짝 놀랐다. 문득 생각난 것인데 서울 말씨를 표준어라고 하고 지방 방언을 사투리'라고 구분하는 것은 차별적이다. 마치 문학을 순문학과 장르문학 따위로 구분짓는 문단의 꼴사나운 짓이 연상된다.

 

 

+ 2

속으로 무노조를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는 있다. 하지만 당당하게 무노조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말방귀 같은 자세를 취하는 기업은 삼성이 세계에서 유일할 것이다. 그리고 무노조 경영'이라는 낯 뜨거운 문장 뒤에 신화'라는 단어를 덧대는 천박한 기업 윤리도 세계 최강일 것이다. " 무노조 경영 신화 " 라니, 맙소사 !  여기에 더해서 무노조 삼성에 대해 비판적 자세를 취해야 하는 노동자가 되레 무노조 삼성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민족성 또한 세계에서 유일할 것이다. 이 삼 박자가 만나서 삼성을 괴물로 키운다. 삼성이 망하나 나라가 망할까 ? 도요타가 망했다고 일본이 침몰했던가 ? 파산이라는 이름의 돌주먹에 얼굴을 강타당해 이빨 하나 흔들렸다고 해서 고기를 씹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이빨 하나 빠지면 고기를 씹지 못할 것라며 징징거린다.

 

삼성은 수많은 이빨 가운데 하나'다. 좋은 점수를 줘봤자 어금니'다. 어금니 없어도 고기 씹을 수 있다. 하지만 잇몸이 망가지면 고기를 씹을 수 없다. 그 잇몸을 지탱하는 주체는 노동자다. 삼성 하나 망해도 대한민국은 망하지 않는다.

 

 

+ 3

사람들은 포데기 신파극의 어쩔 수 없는 한계를 보여준 < 수상한 그녀 > 를 보며 펑펑 운다. 관객들은 칠순 노모가 스무살 꽃띠 처녀로 바뀐다는 서사가 판타지(가짜) 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겨울 내내 얼었던 수도가 봄볕에 펑 터져서 녹물을 쏟아내듯 눈물을 쏟는다. 그것은 판타지(가짜)를 뇌하수체가 리얼(진짜)하게 반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가짜가 가짜인지 뻔히 알면서도 판타지를 리얼하게 받아들이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그것이 가짜이기 때문에 그렇다. 자신의 감정을 가짜에게 소비하는 게 편하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리얼리티(진짜) 앞에서 눈물을 쏟으면 창피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가짜를 싫어하고 진짜를 좋아한다고 생각하지만 이 말이야말로 새빨간 거짓말이다. 인간은 진짜를 싫어하고 가짜를 좋아한다. 누군가가 당신에게 진실을 말하면 당신은 불같이 화를 내지만

 

누군가가 당신에게 달콤한 거짓말로 당신 비위를 맞추면 당신은 그 말이 거짓말이란 사실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웃는다. 진실은 사실 아름답다기보다는 쑥스럽고 불편하다. 그래서 엄마에게 온갖 짜증을 부리며 집을 나와 극장을 찾은 당신은 영화 속 가짜 엄마 앞에서 펑펑 울며 불효자는 웁니다를 연출한다. 그리고는 집에 오자마자 다시 온갖 짜증을 부린다. " 엄마, 잔소리 좀 그만해 ! 짜증나 죽겠어, 증말.... " 모성은 가짜와 접속하고 진짜와는 절연하게 된다. 사람들은 < 또 하나의 약속 > 에 나오는 리얼리티가 불편하다. 리얼리티 앞에서는 쪽팔리고 불편하고 불편하고 불편해서 외면하게 된다. 이처럼 판타지와 리얼리티의 모순적 관계는 곰인형과 곰의 관계와 비슷하다. 당신은 잠자리에 들 때 항상 귀여운 곰인형을 끼고 자지만 실제로 숲에서 곰을 만나면 자지러진다.  

 

우리가 알고 있는 삼성은 곰인형이다.  일류 배우가 나와서 삼성을 광고하고 김연아와 박태환이 삼성의 이름으로 달콤하게 속삭인다. 당신은 또 하나의 가족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그것은 귀여운 곰인형에 불과하다. 삼성의 날것을 보는 순간 당신을 자지러진다. 진짜'란 늘 그런 것이니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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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14-02-16 0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저께 "또 하나의 약속"을 봤습니다. 영화 내용과는 상관없는 얘기입니다만, 엄마 역으로 나온 윤유선 씨가 너무 아름답게 보이더군요. 화장기도 없는 수수한 얼굴로 열연하시던데 어찌나 고우시던지, 제 어머니뻘(!)이지만 반하고 말았습니다.
이 영화 다 보고 포장마차 아무데나 들어가 저도 술 마셨습니다. 볼 때는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는데, 다 보고 나니 담배랑 술이 땡기더군요 ㅜㅜ 우동 한 그릇 시켜놓고 혼자서 소주 한 병 비웠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6 02:43   좋아요 0 | URL
수다맨 님 조만간 술 한 잔 합시다. 나중에 만날 때 낮술 어떻습니까 ?

수다맨 2014-02-16 03:08   좋아요 0 | URL
저야 뭐 곰곰발님께서 불러만 주시면 낮술 환영합니다 ㅎㅎㅎ

르미에르 2014-02-16 0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책을 내실때는 꼭 저와 계약하셔야 합니다 ... 아니면 저 삐짐 ㅡ.,ㅡ;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6 04:24   좋아요 0 | URL
인세는 넉넉히 주시는 겁니까 ? ㅎㅎ

르미에르 2014-02-16 0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40% 드리지요...곧 책도 찍을 껍니다.
페루애님이 1호로 제가 침 퉤퉤퉤 뱉어 뒀습니다.

진짜 저 몰래 책 찍으시면 저 완전 삐질겁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6 16:50   좋아요 0 | URL
눙물이 ㅠㅠ
40%인세는 하루키도 실패했던 전설의 인세인데
감사하옵고 감사하옵니다...

까레이 2014-02-16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짱이네요 ㅠㅠ 조용히 공감누르고 갑니당
Ps 술자리 하시면 저도 한번 불러주세요. 경복궁역 근처라 어디든 가깝습니당^^ (물론 서울 안에서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6 16:52   좋아요 0 | URL
아, 마저.. 경복궁 근처라고 했죠 ? 네에, 조만칸 함 자리 마련해 봅시다요.

잘잘라 2014-02-16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아- 제가 알라딘에서 본, 아니, 그동안 읽었던 모든 리뷰 가운데 가장 제 마음 깊은 데까지, 가장 빠른 시간에 후벼주시는 글입니다. 리뷰 감사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6 16:53   좋아요 0 | URL
오홋, 그런가요 ? 작품이 워낙 좋다보니.... 제가 이런 만화를 좋아해서 말이죠.
만화는 확실히 축복받은 장르입니다. 흡입력이 대단하거든요.
다만 한국에서는 불량품 취급을 받아서 그렇지요. 안타깝죠. 만화라는 장르를 이렇게 천대하는 나라도
대한민국이 유일할 겁니다.

꼬마요정 2014-02-16 2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하고 갑니다. 저는 갑자기 예전에 그 광고가 떠오르네요.. 삼성생명이었죠.. 10억을 받았습니다... 남편이 죽고 보험금으로 10억 받아 행복하게 산다는 내용의 광고 말입니다. '삼성'.. 무서운 단어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6 21:16   좋아요 0 | URL
아, 마자요. 푸르덴셜생명 10억 광고가 있었죠. 그렇군요. 10억이라는 돈은 서민이 영혼을 파는 금액이라고 생각하나 봅니다.

엄동 2014-02-17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영화보고 엄마에게 삼성랜드를 씹었더니,
그래도 우리나랄 이끌어가는 부동의 대기업이라고 하시더군요 후.

책 주문합니다.
영화보고 어줍짢게 떠들고 다녔던 제가 부끄럽네요

다시한번
황유미씨의 이른 죽음을 애도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7 17:14   좋아요 0 | URL
부동의 대기업이라는 말에는 동의합니다.
하지만 1인자'라는 게 그리 쉽게 부동은 아닐 겁니다.
도요타를 보십시요. 소니를 보십시요. 다 무너지게 되어 있습니다.

만화애니비평 2014-02-17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골목시장에서 이마트 홈플러스 욕해도, 자기 아들 삼성 보내는 부모들
저도 홈플러스를 이용하나, 자승자박의 현실은....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7 17:13   좋아요 0 | URL
전 홈플러스를 이용하지 않는 게 별로 어렵지 않다고 봅니다.
이마트보다는 지역 마트, 구멍가게를 이용해야 합니다. 매우 쉬운 문제인데
사람들은 이걸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밤하늘의별소리 2014-02-17 1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에 일본인들의 노후대비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봤어요. 50대가 되면 거의 회사에서 쫓겨나가야하는데, 그들이 베이비붐세대에 태어나서 일본 경제가 호황일 때 흥청망청 쓰는데에만 익숙해져서 노후 대비가 거의 안되있더라구요. 그런 상황에서도, 회사에서 나와서 그들이 살아갈 방법이 있느냐-에 관한 다큐멘터리였는데요

대부분 아르바이트 하면서 생계의 어려움을 호소하긴 하던데, 그 중에 제일 인상깊게 봤던 분이 대기업 다니시다가 퇴직하시고 자기 동네에서 친환경 로컬 과일,야채가게 하는 분이셨어요. 수입은 이전의 1/3정도 되지 않지만 생계를 이어나갈 정도는 된다는 답변을 하시더라구요. 그 아저씨를 보면서 대기업의 프랜차이즈들로만 채워져가는 우리나라의 거리가 떠오르더라구요. 일본은 작은 골목가게들이라도 많지, 우리나라는 편의점부터 시작해서 카페까지 이제 거의 획일화되고 있잖아요. 우리나라에서도 그렇게 큰 돈은 아니더라도 생계를 유지할 정도의 작은 상권들이 유지되어야 다양한 삶의 방식이 가능할텐데...라고 생각했어요.

동네 슈퍼들이 그나마 살아있는 곳에서 자취하고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슈퍼를 이용하는 편이긴 하지만, 사실 본가만 해도 홈플러스가 십 분 이내 거리에 있고 주차하기가 편리하다보니 가족들이랑은 대형마트에 들르게 되더라구요.ㅠㅠ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7 20:49   좋아요 0 | URL
제 가족들도 모두 이마트 마니아'입니다. 전 이마트 사용금지를 타인에게 강요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지키고 싶더군요. 일본이나 심지어 마트의 본고장 미국에서도 골목 상권이 지키지는 이유는 정치적 제도 장치 때문에 그렇습니다. 대형 마트는 절대 도심 안으로 들어올 수 없거든요. 미국 월마트 보십시요. 어디 사막 같은 데 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그냥 아주 대놓고 가자 목 좋은 자리에 있어요. 비극이죠. 대기업이 골목 상권까지 장악해서 돈을 1조 단위로 벌고 싶다는 그 치열한 탐욕이...


samadhi(眞我) 2014-02-21 0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마트를 너무 좋아했는데요. 전에 일하던 직장 출퇴근 하는 전철역 안에 마트가 있던 데라 그 마트가 방앗간이었어요. 이제는 거길 더 안다니고 집에서 마트가 멀다보니 집 근처 수퍼를 드나들게 돼요. 그게 마음이 편하구요.무심코 대형마트를 가게 되는 것이 조금은 두렵네요. 그것들한테 적선(?)도 해주기 싫은데^^

사람들이 진짜를 싫어하고 가짜를 좋아한다는 사실 때문에 사는 게 힘드네요^^ 잔혹한 현실을 점점 더 외면하려고만 드는데 그런 얘기를 떠들어대서 저랑 놀기도 싫어하고 ㅠㅠ 심각하고 진지한 공기를 참기 힘들어하다보니 사회의 병폐가 더 심해지는 것 같습니다. 그것들을 악용하는 삼송같은 것들이 날뛰고 있고. 현실에 정면으로 부딪칠 수 있는 용기 하나쯤 장식용으로 달고 서로 털어놓기가 유행인 세상이 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