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백혈병의 진실 세트 - 전2권 - 사람 냄새 + 먼지 없는 방 평화 발자국
김수박.김성희 지음 / 보리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또 하나의 약속.  

 

속초에서 1년 정도 살았다. 원대한 포부를 가지고 떠난 타관살이'였다. 딱딱한 각오를 했다.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작품 하나 써내리라. 곰 쓸개를 먹고 바늘 침대에서 잠을 청하리라 ! 하지만 내가 속초에서 한 일이라고는 모텔 달방'에서 에로 영화를 보는 게 전부였다. 에로 영화가 질리면 낚시 방송을 보았다. 하는 일은 없었다. 불면증이 찾아왔다. 24시간 잠을 자지 않았다. 술병을 깨서 난동을 부린 적도 있었고 유리 조각이 등에 박혀서 속초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술에 취해서 45,000원 주고 산 자전거를 타고 가파른 비탈길을 내려오다가 굴러 떨어진 적도 있었다. 눈물이 앞을 가렸다. 그때 알고 지내던 분이 " 강원도 좌파 " 라고 불리는 사내였다. 사내는 자동차 정비소에서 일했고 그의 아내는 생선 조림 가게를 했다. 나는 하루에 한 끼'를 식당에서 해결했는데 그때 내가 자주 가는 곳이 바로 이 식당이었다.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는 식당이어서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식당은 아니었다. 나는 가끔 그 식당에서 강원도 좌파 아저씨'와 술을 마시고는 했다. " 내가 있드래요, 요기 강원도 토박인데요. 내가 말만 하면 사람들이 빨갱이 같은 말만 한다고 해서 속이 답답했드래요. 그런데 이렇게 곰곰발 선생을 만나서 속 시원한 말방귀를 뀔 수 있어 이래 좋습니다. " 우리는 식당에 있는 막걸리를 모두 비우면서 주로 반공주의를 앞세운 우익 진영과 대기업의 횡포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는 했다.  " 허각보다 인기도 없는 놈이 뭔 놈의.... " 강원도 좌파 감자 아저씨'는 울분에 가득 차서 항상 엿 먹어라, 라고 외치고는 했다. 그 자리에서 나온 말 중 하나가 어느 택시 기사에 대한 내용이었다. " 내 아는 사람 중에 택시 모는 사람이 있드랬죠. 그집 딸내미가 삼성 반도체에 다녔는데 말입니다.

 

어느날 병에 걸려 집에 온 겁니다. 그 사람 말 들으니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아빠가 모는 택시 뒤에서 조용히 눈을 감았다 하드라고요. 그 사람 지금도 삼성을 상대로 싸운다고 합디다. 달걀로 바위 치기지만 그 용기가 대단하지 않습니까 ? " 우리는 의례 목소리를 높이며 쌍욕을 했다. 내가 속초를 떠나던 날, 아쉽게도 강원도 좌파 아저씨를 만나지는 못했다. 대신 강원도 좌파 아저씨의 외아들인 바다'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 아이 이름이 바다'였다. ) 눈물이 앞을 가렸다. 그러다가 작년에 유투브에 떠도는 영화 예고편 하나를 우연히 보았다. 낯익은 풍경, 어디서 많이 본 모습이었다. 속초였다. 예고편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백혈병에 걸린 딸내미가 아빠가 모는 택시 안에서 죽었단다. 문득 강원도 좌파 아저씨가 술자리에서 했던 말들이 생각났다. " 아빠가 모는 택시 뒤에서 조용히 눈을 감았다 하드라고요. " 삼성 반도체 노동자 황유미 씨에 대한 이야기'였다. 영화의 제목은 < 또 하나의 약속 > 이었다. 그것이 인연이 되어서 이 영화 제작 두레'에도 참여하게 되었다.

 

얼마 전에 나는 알라딘 리뷰 대회에서 상금 50만 원을 받았다. 세금 떼고 차, 포 떼니 40만 원에 못 미치는 적립금이 쌓였다. 이 가운데 일부는 내가 알고 지냈던 지인들에게 책을 돌리고 또 일부는 알라디너'에게 돌려주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문태준의 < 가재미 > 라는 시집을 알라디너 10명에게 드릴까 했는데 달랑 시집 한 권 보내는 게 뭔가 좀 궁상스러워서 고민을 하다가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이 글을 읽고 이번 주말에 영화 < 또 하나의 약속 > 을 보신 알라디너 중 선착순 5명에게 < 삼성 백혈병 진실 세트 2권 > 을 드리겠습니다. 이 영화가 좀 오랫동안 극장에 걸렸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절차는 어렵지 않습니다. 보셨다면 덧글에 단순히 보셨다고만 남기십시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책을 보내드리겠습니다.

 

두 편의 동영상을 올린다. 하나는 삼성 백혈병 진실 세트에 있는 < 사람 냄새 > 와 < 먼지 없는 방 > 트레일러이고, 또 하나는 이건희 선생님께서 애국 충정의 마음으로 따끔하게 국민과 노동자에게 하신 말씀이시다. 역시 대단한 선생님이 아닐 수 없다. 인터뷰의 핵심은 매우 간단하다. 유럽과 일본의 경제가 어렵다고 한다. 그 이유는 바로 국민이 지나치게 복지를 요구하고 일을 하지 않으려는 게으른 노동자 때문이란다. 시바, 할 말이 없다. 강원도 좌파 아저씨가 이 동영상을 보았다면 주먹을 불끈 쥐며 쌍욕을 했을 것이다. 이 글 읽고 이번 주말에 영화를 보신 분들은 댓글을 남겨주십시요. 5분에게 책을 보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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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푸르 2014-02-13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은 직접 사서 보겠습니다
영화도 보겠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3 11:02   좋아요 0 | URL
네에, 영화에 동참해야지요...
이럴 때 영화 보지 언제 봅니까.
가뜩이나 영화 내릴 생각만 해봐서
이번 주에 스코어 안 오르면 바로 내릴 기세입니다..

엄동 2014-02-13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빠가 모는 택시 뒤에서 조용히 눈을 감았다 하드라고요"

알지도 못하는 저 강원도 좌파 감자아저씨의 육성이.
대신 배우 박철민님 목소리로 귓전을 가르네요

곰발님의 이벤트에 훈훈땃땃,
온기가 더해지는 아침입니다 :)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3 11:01   좋아요 0 | URL
명함을 어디서 받아놨는데 이게 어디 간지 모르겠네요.
강원도 좌파 아저씨랑 꽤 친해져서
막걸리 무진장 마셨습니다. 이분은 이상하게 막걸리만 드시더라고요.
전 아주 질색인데 말입니다. 후후....

+
속초 특유의 사투리가 있는데, 아... 황상기 님 말투가 속초 사람들이 쓰는 말투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곰곰손 2014-02-13 0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도 꼭 이 책 사서 보겠숩니다. 영화는 못보겠지만..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3 10:59   좋아요 0 | URL
한국 오거들랑 입국 기념으로 이 책 사서 주마 ! 사실 이 만화 나도 아직 안 읽었다. 오늘 신청했으니 내일 올 것이다. 그림체가 무척 좋던걸....

아무개 2014-02-13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일 낮인데도 관객이 꽤 있었어요.
제 옆에 옆자리에 앉으신 할아버지.
파란색 커다란 마스크를 내내 쓰고 계셨는데
그 커다란 마스크로도...
그분의 울음소리는 가릴수 없었어요.
가족중에 비슷한 일 당한 분이 있으신건지
그날 울자고 작정하고 오신건지
자세한 이유는 알수 없었지만
연세 지긋한 남자분이 그렇게 서럽게 끅끅 우는 모습을 보는건
영화보다 더 마음이 아팠어요.
에이...뭐가 이렇게 주절거리는지 에이......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3 11:04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분명 무슨 사연이 있으시겠죠. 나이 지긋한 분이 영화관 오는 거 큰 걸음이잖아요.
아마, 손녀나 그런 분이 그런 일을 겪으셨나 봅니다.
저도 옛날에 실미도 보는데 어느 분이 미친듯이 우시더라고요.
속으로 친척 중에 그런 사연이 있는 분이 계시나보다 했습니ㅏ.

슈퍼고양이 2014-02-13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번주 토요일에 볼 생각입니다. 쿨럭!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3 11:11   좋아요 0 | URL
이번 주 토요일에 보시거들랑 복 나서 덧글 남겨주세요. 책 보내드립니다.

아, 누군가 했더니 슈퍼고양이 님 아니십니까 ? ㅎㅎㅎㅎㅎㅎㅎ.
참, 티켓 두 장 생기셨더니 이 영화였구랴 ?

스코어가 좀 나와야 다음 주에도 걸릴 수 있습니다. 여러 사람 데리고 가셔서
꼭 보시기 바랍니다.

삽하나 2014-02-13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고편 보고 깜짝 놀랐지 뭐에요. 꼭 봐야지요! 암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3 16:32   좋아요 0 | URL
이왕 보실 거면 이번 주말에....
영화 내리고 올리고 하는 거 보통 본사 프로그램팀에서 화요일 정도에 정하게 됩니다.
그 지표가 주말 표 팔린 양상이죠. 이 영화가 제대로 찍혀서 잘 상영을 안 해주는데
주말 성적도 그렇다고 한다면 뻔하죠. 이번 주말이 고비입니다.
속초가 배경이길래 속초에 있는 단 하나의 극장도 살펴보니 전회 상영은 아닌 것 같더라고요...
보시고 덧글 남겨주십시요.

달사르 2014-02-13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말에 친구와 약속을 잡아놨습니다. 또하나의 약속, 이 이런 내용이었군요. 이제사 알았습니다.
보고 나서 덧글 달겠습니다. 제가 순위에는 젬병인지라 5위 안에 들 자신은 없지만, 만약 6위가 되더라도 책은 사서 보겠습니다. ^^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3 16:29   좋아요 0 | URL
제 블로그가 북적거리지는 않습니다. 후후, 사실 제가 이 세트 만화 저도 안 보았어요.
오늘 신청했으니 내일 오는데, 그림체 잠시 봤는데 아.. 제가 좋아하는 그림체입니다.
전 이런 그림체를 무척 좋아하거든요. 이현세 같은 그림체는 별로더라고요. 투박한 그림체가 좋습니다.

2014-02-13 18: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2-13 20: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밤하늘의별소리 2014-02-13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교 안에 영화관에서도 내일부터 상영시작이더라구요!

학교가 직접 운영하는 영화관은 아니지만, 학교의 입김을 받지 않을까-라고 추측되니 꼭 봐야겠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3 20:33   좋아요 0 | URL
이왕 보실 거라면 이번 주에 꼭 보십시요. 밤하늘 님에게 저 책 선물하고 싶네요.

봄밤 2014-02-13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수박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베르베르 상상력 사전을 그가 그렸습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을 만화로 각색했을 뿐이라고 여겼는데, 그곳에서 남일당 건물을 보았습니다. 정말 깜짝 놀랐어요. 그림이 생각을 던지는 것. 곰곰발 님이 선물하시려는 책도 그러하리라 생각해요. 좋은 이벤트 응원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3 22:14   좋아요 0 | URL
단순한 생각이죠. 만 명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영화이니 작품성을 떠나서 그 행간을 읽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여겨집니다. 이런 영화가 1,2주 걸리다가 떨어지면 정말 허무하지 않을까요 ? 봄밤 님도 꼭 보시기 바랍니다.

+

참 상사력 사전을 김수박 작가가 그렸군요. 아, 전 이런 만화체가 좋아서....

봄밤 2014-02-14 13:34   좋아요 0 | URL
물론 보았습니다. 멍게의 습성이 저를 두들겼지요. 다만 영화가 이야기를 할 뿐이고, 할 수 있도록 지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실감합니다. 그렇다면 그때 딸을 위해 싸웠을 아버지의 외로움과, 외로움을 연대한 이들은 대체 얼마나 어려웠을지. 상상할 수도 없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4 16:06   좋아요 0 | URL
멍게의 습성... 뇌를 소진해서 식물이 되는, 참 적절한 비유 같습니다.
정말 삼성과 싸워야 했던 그들이 겪었을 외로움과 설움을 생각하면 캄캄합니다.

samadhi(眞我) 2014-02-14 0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부터 엉엉 울었습니다. 제 별명이 수도꼭지라 한번 틀면 콸콸 쏟아지고 안그쳐요.
대학 때 문학과 영화의 이해였던가 그 수업시간에 "해바라기"영화를 보다가 제가 맨 앞자리에서 통곡을 해서 조용히 울고 있던 사람들마저 고무(?)되어 강의실이 울음바다가 되었습니다. 제가 그때 처음으로 연애를 하던 때라 감정이입이 심했거든요.

이번 주말에 저도 보고 오빠 언니들한테도 다 연락해서 보라고 해야겠습니다. 제가 6남매라 짱짱합니다. 조카들까지 하면 숫자가 꽤 됩니다. 후배들 선배들 모두 동원해야겠어요.
역시 보리출판사였군요. 제가 좋아라하는 출판사. 거기서 일해보고 싶었는데^^

인터뷰를 보니 우리나라 기업가의 정신적 지적 수준이 여실히 드러납니다. 도대체 어느 세상에서 온 건지. 고대에서 날아 온 것 같습니다. 아니, 고대엔 적어도 귀족들이 직접 싸움터에 나가기라도 했으니 그런 것도 아니고. 딱 일제강점기, 제민족을 착취한 거머리들 같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4 16:05   좋아요 0 | URL
1타 6피군요 ? ㅎㅎㅎㅎㅎㅎ.
일단 보리 출판사는 믿고 보는 출판사입니다.
전 책 고를 때 저자 못지 않게 출판사를 보거든요.
동문선에서 아무리 좋은 책을 출간해도 저는 사보지 않는데
왜 그르냐면 동문선은 정말 제 개인적으로 최악의 출판사가 아닌가 싶어요.
마분지로 책 만드는 출판사 같다니까요.
얼른 보시고 멋진 강상문 부탁드립니다. 누군가가 사마디 님 글에 감동해서 극장으로 달려갈 것 아니겠습니까 ?

수다맨 2014-02-14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건희 씨는 저렇게 말도 어눌하고, 걸음걸이도 불편한데 외국에는 참 많이 돌아다녀요. 왠지 저 양반, 아무도 보지 않는 데서는 말 잘 하고 뛰어다닐 것 같아요-_-;;;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4 17:22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주얼 서스펙트인가요 ? 1000억짜리 전용 비행기 있잖아요. 거기 보니깐 뭐 거실도 있고, 욕실 다 따로 있더군요.

2014-02-15 20: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2-15 23: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2-16 00: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2-16 01: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2-16 22: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2-17 03:35   URL
비밀 댓글입니다.